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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의 베이커리-368화 (368/656)

제 368화

소년원은 소년법 및 보호 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보호 처분’을 받은 소년들이 가는 곳이다. 절도나 폭행, 범죄조직 가입 등의 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 학교와 감옥을 섞어놓았다고 보면 된다.

반면에 소년교도소는 그 이상의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수용되는 시설이다.

“형은 진짜 대단하다.”

“뭐가?”

“나는 돈을 벌어서 어떻게 쓸지 생각하는데, 형은 그런 데에는 관심도 없잖아. 그냥 전부 사회에 갚으려고 하잖아.“

“사람을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는 거지.”

“그게 그거야, 똑같은 거지.”

“제일 힘들고 어려운 애들을 골라서 도와주고 싶은 거잖아.”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런 건 아니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유일봉은 그가 아는 사람들 중 제일 제과제빵을 잘 가르치는 사람이다.

‘좋아, 교사 한 명 설득했고.’

◈          ◈          ◈

몇 달 만에 진희와 부모님을 한꺼번에 보니 반가웠다.

맑은 된장국과 돼지고기 김치찌개, 그리고 콩나물무침과 고사리 무침, 깻잎 조림과 오징어 젓갈까지 밑반찬과 찌개, 국이 고루 있었다.

밥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포슬포슬하고 하얀 쌀밥을 보며 진혁이 물었다.

“이게 그 혜영이란 애가 해준 음식이에요?”

“그래, 애가 아주 손이 빠르더라. 맛도 좋아.”

“고맙네요.”

어머니 어깨너머에서 아버지가 진혁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음, 가정부 서비스는 좋아하시는 것 같네.’

어머니 역시 표정이 밝았다.

“부부 둘만 사는데 사람 쓰는 게 좀 게으른 일이다 싶었는데, 누가 대신 정리하고 도와주니까 참 좋더라고.”

“아 참, 아버지. 예은이가 이제 쓸만해 졌다면서요? 일봉이는 제가 서울로 데리고 올라가려고요.”

아버지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일봉이가 가고 싶대? 걔는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하지를 않던데. 부모님 계신 이 동네에서 계속 있고 싶어 하더만.”

“전에 말씀드렸던 그 소망 제과제빵 아카데미 있잖아요? 그걸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거든요. 일봉이가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하게 가르치는 거 하나는 진짜 잘하잖아요.”

“다른 건 모르다니, 걔는 손도 빠르고 일도 잘하는 편이야.”

“저보다는 느리잖아요.”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지.”

“음.”

잠시 식탁이 조용해졌다.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어 하는 교육생들은 어디서 구했는데?”

“소년원 애들이에요.”

식탁 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버지는 수저를 뜨던 손을 멈추었고,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호가 울었다.

“야오오오오옹.”

“너는 저기 가 있어.”

기저귀같이 생긴 환묘복을 입은 채 고양이는 서럽게 울었다.

“미냐아옹.”

“네가 아직 조그만 새끼고양이인 줄 알아? 덩치만 커서 어리광부리기는.”

진희가 덩치 큰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삼색 고양이의 분홍빛 코에 코를 맞대고 눈을 마주치며 그녀가 말했다.

“자, 식사 시간에 방해하면 되나요? 안 되나요?”

“미냐오오.”

“안 되지? 식사 시간에는 고양이는 고양이의 밥을 먹어야겠죠? 자, 저리 가 있어. 이따가 간식 줄게.”

“식탁에 털 날린다.”

진혁이 지적했다.

“얘는, 같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어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꼬리를 축 늘어뜨린 고양이가 어슬렁어슬렁 침실로 사라지자 진희가 가볍게 물었다.

“그럼 걔들은 장발장 같은 애들인 거야? 가난한데 빵을 한 번 훔쳤다거나.”

임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빵 한 번 훔쳤다고 소년원에 가지는 않는다던데.”

진혁이 대강 설명해주자 진희가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 번 이상 검거가 되고, 일고여덟 번은 기소가 되어야 소년원에 간다라….”

그녀가 한탄했다.

“아니, 그렇게 될 때까지 애들 부모는 뭘 한 거야?”

“나도 옛날에 어르신이 계시지 않았으면 그렇게 됐을지도 몰라. 평범한 집안에서 학교 다니던 애들보다는, 제대로 된 환경이 아닌 데서 자란 애들이 그렇게 휩쓸려가는 경우가 많지.”

아버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주 좋은 일이다. 그냥 보육원이랑 보육원에 팔다 남은 빵 좀 갖다 주기만 하던 내가 부끄럽구나.”

“여보, 요즘은 주말마다 새 빵을 따로 만들어서 갖다 주고 있잖아.”

“그거야 이제는 남는 빵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그만큼 하는 집도 없어. 요 앞에 편의점 봐. 그날그날 남는 폐기 식품이라도 어디 주는 줄 알아? 식구들끼리 먹고 말지.”

“허허. 그 집은 직접 구워내는 빵이 아니잖아. 다 받아다 파는 상품인데, 그거를 공짜로 갖다 줄 수는 없지.”

“우린 뭐 흙을 파고 공기를 잡아다가 구워 파나?”

“그런 건 아닙니다.”

아버지가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그런 애들이랑 같이 일하면서 네가 너무 힘들지 않겠니. 진희도 그렇고. 세상에 그냥 제과제빵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꼭 그쪽으로 가야겠어? 혹시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냐.”

근심과 염려가 섞인 아버지의 목소리에 어머니가 손을 뻗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을 덮으며 도닥여 주었다.

“우리 옆 마을에 교도소 있잖니.”

생글생글 웃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예.”

가본 적은 없지만, 그쪽에 교도소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가 거기에 병아리 갖다 준다.”

“예?”

“암평아리 몇 마리 봄에 갖다 주면서 사룟값 좀 보태 주면, 그 사람들이 여름에 중닭으로 키워서 갖다 줘.”

“아니, 그래도 돼요?”

“안 된다는 법은 없다던데?”

어머니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아버지 역시 몰랐던 모양인지 눈을 크게 떴다.

“여보, 위험하게 왜 그런 일을 해?”

“위험하긴 뭐가 위험해. 동네 아주머니들이랑 같이 봄에 병아리 갖다 주고, 여름에 닭 받으러 가는 것뿐인데.”

“그래도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밖에 아직 안 잡히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위험하지. 죄 저지르고 갇혀 있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겠어? 그리고 교도관들이 다~아 보고 있어.”

“그래?”

“다들 닭을 키워봐야 해. 쪼끄만 게 깃털 퍼득퍼득하면서 자기 뒤만 따라다니다가, 주는 모이 다 받아먹다가 자기 손을 떠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그중에서도 또 유난히 닭을 잘 키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요?”

“얼마 전에 퇴소한 장 씨도 닭 키우는 데는 완전 귀신이었어. 유 씨네 닭 농장에 취업했지.”

“음….”

“우리나라는 한번 빨간 줄 그어지면 취업을 못 하게 되어 있어. 그렇지만 빨간 줄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부인하고 애들은 무슨 죄야.”

어머니가 웃었다.

“감옥 뒷마당 바닥 지렁이까지 일일이 파서 먹이면서 닭 몸집 좀 불려 보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닭 한 번 키워 보고 나면 후라이드 치킨 보는 눈도 달라진다. 나는 니가 소년원 애들 데리고 오는 거 백 퍼센트 찬성해.”

“….”

“빵도 정직해. 누가 만들어도 제대로 계량해서 적절한 온도로 구우면 반죽은 부풀어서 빵이 된단 말이지. 애들이 그것만 배워가도 세상 사는 데 큰 힘이 될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여보.”

“우리 애들, 당신이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애들이 아니에요.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 있어요. 당신이 얘들 나이 때 뭐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봐요.”

“나야 그냥 먹고사느라 바빴지….”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이 어린 애들 케어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당신이 벌 만큼 벌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어 하는 거랑 똑같지. 오히려 더 낫죠.”

‘딱히 아버지 허락을 받으러 온 건 아니었는데.’

진혁은 쌍둥이 동생에게 다른 걸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너야말로 명동점에 인력 없다, 없다 했잖아. 잔손이 많이 간다고.”

“그렇지?”

“내가 애들 교육시키면 실습생 좀 받아.”

진희가 눈을 깜빡거렸다.

“빵집에 실습생을 받으라고?”

“응. 많이 해봤잖아.”

소망 베이커리에도 아버지가 보낸 제과제빵 전문대학생들이 몇 번 왔었다. 진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걔네들 쓸만하게 가르치면 나가고 가르치면 나가고 그러잖아. 실습생이라고 해봤자 고작 4주나 8주 정도 하고 없어지는데. 우리 요새 진짜 정신없어.”

완곡하게 거절하는데 진혁이 웃었다.

“대학 실습생이랑 다르지. 얘들은 절실하게 갈 곳이 필요한 애들이야. 잘 가르쳐서 너희 사람으로 만들면 되잖아.”

“그래?”

“실습생 중에 일 잘하는 애들 미리 골라서 보내줄게. 그중에서 네가 같이 일하고 싶은 애들 찾으면 되지.”

진희가 씩 웃었다.

“우리 가게 스타일이 너희하고는 조금 다르잖아.”

“그래. 웰빙하고 건강 챙기는 애들 먼저 가져가.”

“그런 애들이 있을까?”

진혁이 빙긋 웃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명단을 펄럭거리며 진희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애들이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 동진이랑 혜정이도 있고, 저 많은 애들을 다 취업시켜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동진이랑 혜정이가 언제까지나 명동점에 있을 건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진희가 아쉬움이 섞인 모양새로 고개를 끄덕였다.

“걔들도 평생 동안 우리 밑에서 일할 건 아니잖아. 나무가 뿌리가 자라서 화분에서 삐져나오면 화단에 옮겨 심어줘야지.”

“진혁이가 생각을 많이 했구나.”

아버지가 고사리 무침을 집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웃었다.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였다.

“그럼 소망시에도 실습생을 보낼 거냐?”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처에 연고가 있어서 오고 싶다고 하는 애가 있으면 보내려고 했는데요, 예은이가 아직 실습생까지 받기엔 좀 무리일 거 같아요. 그래서 봐서 보내려고요.”

“그러게. 일봉이가 빠진 자리가 크긴 클 거야.”

◈          ◈          ◈

강운종은 고개를 들었다. 소년원을 퇴소하고 나서 갈 곳이 없었는데, 운 좋게도 이상한 아카데미의 제과제빵반을 소개받게 되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이제 열여덟.

소년원에 있던 애들 중에서는 고참이다.

이년 전에 처음으로 소년원에 들어와 들락날락하면서 전과를 쌓았다.

소년원의 전과라고 해봤자 어차피 사회에서는 드러나지 않으므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혼한 아버지는 예전에 연락이 끊겼고, 어머니는 여자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숙식을 제공해 주면서 일을 가르쳐 준다고 하니까, 당장 추운 겨울에 노숙할 일은 없다.

“흐아아암.”

강운종의 옆에 있던 멸치가 기지개를 켰다.

“야, 강운곰.”

농담 섞어 멸치라고 부르지만 마른 근육이 짱짱하다. 저래 봬도 독기가 넘쳐 흘러서 소년원 내에서는 서열이 높다. 너구리 역시 어깨를 으쓱거리며 하품을 했다.

멸치도 그렇고 너구리나 자기도 그렇고, 다들 소년원 안에서 한가락 하던 놈들이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를 속인 것 같지 않냐?”

“뭐가?”

“제과제빵 하는 데라고 하면서 싸움 잘하는 애들만 골라서 데리고 가잖아. 교도관들 적당히 속여넘기고 조직에 데려가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런 거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조직을 동경해 오던 강운종이 말했다. 멸치가 웃었다.

“빼박이라니깐. 지금 형기 마친 애들 중에서 몸 좋고 깡 있고 전과 많은 애들만 쏙쏙 골라서 데려가잖아. 제과제빵에 전과가 왜 필요해.”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너구리가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작은 멍청이 새끼는 아예 빠졌네.”

“순둥순둥한 애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빼버리고 우리만 데려가는 게 수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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