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의 베이커리-258화 (258/656)

제 258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

각이 진 정육면체를 층층이 쌓아 올려 토대를 만들고 있던 장치앙린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아까 구급요원들이 실어갔잖아.」

「불이 난 것 같던데.」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장치앙린이 더 깊이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식용 색소와 식용 반짝이를 섞어 무지갯빛으로 빛날 필름을 디자인하고 있던 리우마오유가 물었다.

「왜 그렇게 그쪽 팀에 신경을 써?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쌍둥이 빌딩의 왼쪽 토대는 거의 다 쌓았다. 아까 불이 나서 놀라지 않았다면 벌써 오른쪽 토대까지 다 쌓았을 것이다.

「비슷해, 친척이 있거든.」

「친척?? 너한테? 정말로 잘 됐다.」

리우마오유와 장치앙린은 배경이 다르지만 아주 친하다.

가족 대부분이 제과제빵 분야에서 일하는 데다가 화목한 가정 출신인 리우마오유와 달리, 장치앙린은 사고로 부모를 잃고 시설에서 자랐다. 몇 명 먼 친척이 있기는 하지만 전부 나이가 많고 제과제빵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했으며 거리가 멀어 친하지 못했다.

장치앙린은 리우마오유가 부유하게 자란 것은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우마오유의 경우 제과제빵 분야에 다양한 친척들이 있어 꽌시(關系)가 좋다는 점은 부러워했다.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외가 쪽의 팔촌 동생이더라고.」

「그럼 어서 가서 그 사촌 동생이 잘 있는지 말을 걸어 보지그래?」

「마오유, 지금 치앙린더러 대회를 포기하라는 거야? 우리 대회를?」

「그건 아니지만.」

「하하하! 걱정하지 마. 우리의 타이완 트윈 타워즈(台北雙子星大樓, Taib?i Shu?ngz?x?ng Dalou)를 완성하고 난 다음에 물어보러 갈 테니까.」

장치앙린이 진지하게 말했다.

타이완 트윈 타워즈(Taiwan Twin Towers). 높은 탑은 337m, 낮은 탑은 280m에 달하는 이 두 개의 탑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단지 계획이 세워졌을 뿐이다.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의 중심가에 뉴욕의 타임스퀘어 같은 번화가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 아래에 시동한 계획이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공사를 하면서 문제가 생겨 일시적으로 중단되어, 벌써 5년째 아무것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진짜 트윈 타워즈가 세워진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지. 시내 중심부에 자리 깔고 있는 거대한 공사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

「그거야 그렇지.」

그들은 쿠프 드 몽드라는 국제적인 대회에서 미완성인 건물을 완성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우리 타이페이의 꿈과 도전에 대해서 보여주기에는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미완성인 건물을 완성한다는 게 마음에 드는데?」

「우리가 타이페이 트윈 타워즈를 한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겠는걸? 좋아.」

장치앙린이 제안하고 리우마오유와 왕웨이가 동의했다.

「중국 팀에서 네 친척이라는 사람이 누군데? 헤드 쉐프야?」

「내 또래였어, 헤드 쉐프는 아니야.」

「그럼 구난시 아니면 메이링이겠네.」

「왕웨이, 너는 중국 팀 이름도 다 알아?」

「베이커리즈 인터뷰에서 봤어. 그래서 둘 중 누군데?」

「그건 말하기가 좀….」

장치앙린은 머뭇거리면서도 손은 쉬지 않았다.

「팔촌이면 아주 먼 사이인데 괜히 접근했다가 오해를 살까 봐 신경이 쓰여.」

「우리 장 대형을 누가 거절하겠어? 성큼성큼 다가가라고.」

왕웨이는 코코아 버터 물감에 식용 반짝이 가루를 섞었다. 지나치게 많이 섞으면 먹을 때 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극소량을 섞는 것이 좋다. 뭉치지 않도록 골고루 저어주자 빛나는 물결이 카카오 버터 물감 속에서 소용돌이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자주색 코코아 버터가 점차 광택을 내며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빛나는 노란색에 이어 푸르스름하게 번쩍거리는 민트색, 거기에 발랄하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형광 분홍색 그라데이션까지, 접착 가능한 식용 종이 위에 붓이 오갈 때마다 색조가 변화하며 빛난다.

「난 최소한 우승을 하고 나서 당당하게 말을 걸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중국 팀이 아예 심사를 받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리면 말을 걸기가 어렵잖아.」

「차라리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말을 걸지 그랬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          ◈          ◈

『영국과 체코, 독일 팀만이 아니군. 조금 전에 있었던 불행한 사고는 대만 팀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원래 주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죠. 갑자기 결혼식 손님이 백 명 더 온다거나, 예약 없이 느닷없이 손님들이 몰려 닥친다거나.』

안토니오 바트의 말에 엘리자베스 포크너가 대답했다. 두 사람의 사회자가 무대 앞쪽에서 이야기를 하며 관객들과 출연자들을 다독이는 사이, 심사위원들은 숨죽인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차라리 오늘 아예 중단을 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예기치 못한 사건 때문에 작업물이 엉망진창이 된 건 네 팀만이 아니야. 오히려 세 팀 빼고 나머지는 다 시간을 버렸어.』

『똑같은 사이렌 소리를 들었어도, 침착하게 나왔기 때문에 작업물에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은 팀도 있습니다. 다시 한다는 건 그 사람들에게 더 불공평해지는 거죠.』

『아니지. 화재 현장에서 가까울수록 더 불안해했을 거고, 그만큼 더 다급하게 자리를 떠났을 겁니다. 불이 났다는데 자신의 생명보다 더 작업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할 셈입니까? 그거야말로 공정하지 못한 일이 아닙니까?』

주영모가 끼어들었다.

『아니지, 알버트 그림슨. 그 문제의 화재로부터 제일 가까웠던 2번 부스를 봐. 저 팀은 누구보다도 침착했다고.』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라고.』

『맞아. 자칫해서 화재가 번졌으면 한국 팀까지 크게 다쳤을 거야. 항상 안전을 중시해야지.』

『지금 대한민국 팀이 안전불감증이라고 말하는 거야? 천만에! 저들은 누구보다도 판단력이 빠르고 인내심도 있어. 화재가 번져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자리에 있는 거야. 그 증거로, 사이렌이 울리기 직전에 침착하게 챙겨두고 나서 빠져나오지 않나. 저런 게 진정한 리더쉽이지.』

말이 많은 편이 아닌 주영모가 열성을 다해 떠드는 것을 들은 다른 심사위원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평상시에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인 라이언 윈체스터가 말했다.

『자네가 어떤 기분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겠네. 하지만 주방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는 주 쉐프, 자네도 알지 않나?』

그는 얇은 흰색 장갑을 낀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십여 년 전, 재능있고 앞날이 유망한 젊은 쉐프였던 그는 주방에서의 화재 사고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와 이제 막 개업하려던 자신의 가게, 평생 모아온 돈, 그리고 팔꿈치 아래의 감각과 신경, 그리고 제빵사로서의 미래까지 전부. 팔꿈치 아래로 화상을 입어 신경이 반쯤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자랑이던 정교한 설탕 공예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생명 없는 막대처럼 흔들리는 양손을 보던 주영모가 사과했다.

『미안하네.』

『사과받으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야. 나중에 저 꼬마 쉐프들에게 눈앞의 대회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소중하다는 조언 정도는 해주어도 좋겠지만.』

『오케이, 라이언. 아 참, 라이언이라고 불러도 되지?』

라이언이 굳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웠다.

『물론.』

『….』

시몬 리옹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심사위원 석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중국 팀이 어이없이 탈락해 버린 후, 별달리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유난 취가 말을 꺼냈다.

『프랑스 팀이 만드는 건 생각 외로 거대한 작업물인 모양인데요.』

『높다기보다는 넓다는 느낌입니다.』

『어디 볼까.』

심사위원들은 프랑스 팀을 주목했다.

높이 솟은 첨탑과 두 개의 망루처럼 우뚝 선 초콜릿 탑은 이미 거의 다 만들어졌다. 주느비에브는 첨탑을 감쌀 메인 건물을 만들기 위해 초콜릿 판자와 벽돌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있었다. 조리모 안에서 흘러나온 금발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었고,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다.

조제프는 옆에서 계속해서 초콜릿 판자를 만들고 있으며, 필리프는 얼음 기둥을 절반 이상 다듬어냈다.

『호오, 초콜릿 작품만이 아니라 얼음 조각을 하는 속도도 꽤 빠른데.』

『저들은 내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군.』

바로 옆쪽에 있는 독일 팀 역시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인리히 윙켈은 정교한 데코레이션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거대한 초콜릿 탑을 세워놓았다. 지금은 먼저 초콜릿 작품의 아래쪽에 위치할 베이스 케이크를 만드는 중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매의 눈으로 하인리히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살펴보았다.

『바닥에는 스퀘어 케이크, 그리고 위쪽에 건물을 올리려는 모양입니다.』

『케이크를 다시 만들면서, 반죽을 바꾸었어. 소용돌이 모양으로 두 가지 맛을 섞으려는 모양인데?』

『독일 팀은 오히려 아까 오븐 속의 케이크를 태워버린 게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르겠군.』

출연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사위원들이 평했다. 주영모는 시선을 돌려 한국 팀을 바라보았다.

『…언제 다시 봐도 엄청난 속도야. 제한 시간은 네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벌써 초콜릿 탑이 반 이상 지어져 있군.』

그는 지금 지어지고 있는 탑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냈다.

『다보탑.』

◈          ◈          ◈

그 다보탑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보면서 루이스와 마리오 역시 경악하고 있었다. 연습할 때에도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더 빨랐다.

“너 연습할 때는 진정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그럴 리가.”

진혁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각기둥을 세웠다. 하얀색 심을 네 개 꽂아 그 위에 붙여올린 사각기둥은 탄탄하게 섰다. 일부러 연한 하늘색을 섞어 대리석처럼 우아한 색깔로 만든 얇은 퐁당을 겉에 씌운 기둥은 정말로 실제 석탑처럼 보였다.

팔각형 모양의 초콜릿 널빤지 위에도 퐁당을 씌우며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최근에 미국 드라마를 하나 봤는데.”

“음?”

“거기에 좀비라는 괴물들이 나오더라고. 시체가 움직이지만, 강시하고는 완전히 달라. 특별히 조종하는 술사도 따로 없고. 몸을 움직이는 방식도 다르고.”

“아- 그 드라마 나도 알아. 재미있게 봤지.”

루이스가 맞장구를 쳤다. 마리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하필 지금 드라마 이야기인데? 눈앞의 작품에 집중해, 임진혁.”

“아니, 그냥. 다보탑 옆에 자연물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자연물? 나무라도 세우려고?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원래 딱딱하고 각진 인공물 옆에는 자연물이 있어야 직선과 곡선이 대조되면서 아름다워진다고. 아드레아노 존부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흐음…, 너무 손이 많이 가지 않겠어?”

“아니, 충분히 여유 있어. 완성도가 더 높아질 거야.”

“뭐,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루이스 형, 안돼. 속지 마. 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설마. 진혁이가 생각이 있겠지. 그래서 어떤 자연물을 할 건데, 임진혁?”

“좀비.”

루이스는 손에 들고 있던 정을 놓칠 뻔했다.

“야?! 이 자식아! 좀비가 어딜 봐서 자연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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