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의 베이커리-4화 (4/656)

제 004화

‘이 프랜차이즈 가게는 망하지 않아. 오히려 더 커져서 확장하고, 공격적인 할인 이벤트를 계속하지.’

이전에 있었던 가게는 골목 깊숙이에 열었고, 판매하는 사람이 기본이 안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새로 열린 스위트 바게트는 달랐다. 도로변에 있어 입지가 좋았으며 사장도 어느 정도 제빵을 배운 사람이다.

‘그것도 다른 데서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 밑에서 배운 새끼였다고 들었다.’

어떻게 보면 집안이 몰락하는 두 번째 계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쌍둥이 누나가 월급을 열심히 갖다 날랐어도 망해가는 가게와 진혁의 병원비, 둘 다를 대는 건 결국 무리였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 집을 팔고 금방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었지만… 모든 이야기는 귓속에 쏙쏙 박혀 들어왔다. 그리고 절망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무림에 가게 됐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진혁은 방의 좁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충분한 내공을 바탕으로 하여 심안을 개방했다. 그는 집과 집, 건물과 건물을 뚫고서 저 멀리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내놓은 할인 매대를 응시했다.

“치즈… 케이크… 일주일만 한 판에 21,000원.”

진혁의 집에서 팔고 있는 치즈케이크 한 판은 24,000원. 그것보다 훨씬 저렴한, 놀랄만한 가격이다. 진혁은 스위트 바게트의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르바이트생과 대화하고 있었다.

‘하루 지난 빵은 2,000원에 팔라고.’

‘하루 지났다고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거는 여기, 아주 조그맣게 써 두었으니까 따로 설명하지 말고.’

진혁의 입술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 그것은 미소에 가까운 무언가였으나 미소가 아니었다. 광안마가 보았더라면 즉시 부복하며 용서를 빌며 목숨을 구걸할만한 그런 표정이었다.

‘잠깐 데려가서 남자들만의 대화를 나누면.’

잠시 머릿속에서 생각해본다. 분근착골, 오체분시. 평화롭게 대화를 나눌 방법은 끝도 없이 생각할 수 있다.

빵집 주인이 한밤중에 실종되어 나타나지 않는다면 가게는 금방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림자가 더욱 깊어지며 음산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기세가 피어오른다. 밖에서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당장 창문을 열고 허공답보로 뛰어나가 저질러버렸을지도 모른다. 살인을.

“여보! 그냥 죽이지그래?”

아버지의 목소리가 말하는 내용은 마침 진혁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대상은 달랐다.

“벌레라고 함부로 죽이면 안 돼. 우리랑 무슨 연이 있을 줄 알고. 그리고 얘는 검은 점이 일곱 개 있는 무당벌레잖아. 밖에 내보내 주자고.”

“그래. 당신 마음대로 해.”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는 언제나처럼 정겹다. 지나가다가 길바닥에 지렁이가 나와 있으면 그대로 주워 올려 흙 위로 옮겨 주는 어머니답다. 진혁은 살기를 가라앉히고 다시 마음을 다스렸다.

‘이곳의 율법은 그곳과 다르다…. 나는 중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대로 보아넘길 수는 없다. 진혁은 그 자식이 어떤 놈인지 잊지 않고 있었다.

“…똑같은 치즈케이크로 맞대응해 줄까.”

여태까지 천안투마공으로 오직 아버지의 기술만을 베껴온 것은,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서였다. 아버지의 수제자가 되어 아버지가 만드는 그대로의 빵을 따라 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보다 더 좋은 빵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아버지는 아직 느끼고 있지 못하지만, 진혁이 만드는 빵은 아버지가 만드는 것보다 조금 더 완벽하다. 반죽에 들어가는 기포가 균일하며 모든 빵의 크기가 일정하다. 또한 내공의 크기가 커지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더 자유로워졌다.

“오븐 대신 삼매진화로 빵을 구우면 더 맛있어지겠지.”

집에 가져가도 식지 않는, 따끈따끈한 빵이 될까. 아니면 지나치게 뜨거워 암기로 써도 좋을만한 불꽃 빵이 될까. 그것은 만들어봐야 알 수 있다.

‘그건 또 나름대로 재미있을지도 몰라.’

진혁은 책상 위에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천안투마공을 끄는 스위치다.

탕탕탕! 벌컥!

세 번의 빠른 노크 소리에 연이어 바로 문이 열렸다. 이렇게 노크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진혁은 천천히 사기를 거둬들였다. 일반인이 노출되어 좋을 것이 없는 기운이다.

“누나, 오랜만이야.”

지방의 병원 기숙사에서 살면서 가끔 집으로 올라오는 쌍둥이 누나- 진희다.

“미쳤냐? 왜 갑자기 누나라고 불러? 물론 누나라고 불러야 하지만.”

“아.”

맞다, 누나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수십 년 전에는 그랬다. 강호에서는 마음속으로 계속 누나라고 불렀다. 고작 그 하찮은 호칭 때문에 티격태격하던 것을 떠올리며 다음에 만나면 누나라고 불러주겠다고 결심했다.

“누나라고 불리고 싶어 하니까.”

“철 좀 들었는데?”

“어른스러운 내가 양보하는 거지.”

“하!”

진희가 코웃음을 쳤다.

“요즘 네가 일 다 한다며? 아버지 표정이 예전이랑 달라. 완전 좋아졌어, 완전히 폈다니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뭐.”

진희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그녀가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놈이 이런 놈이 아닌데……”

“시비 걸러 왔어?”

“아니, 아니 아니. 뭐하길래 이 누님이 오셨는데 문밖으로 튀어나오지도 않고. 방 안에 처박혀 있나 싶어서.”

말은 험하게 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진희다.

‘병원비 오천만 원…… 누나가 결혼 자금으로 모았지. 전세 자금으로 쓰고 있던 전 재산을 다 털어서 기숙사로 들어가면서 내줬다고 들었어.’

지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은혜는 갚을 것이다.

“뭐하러 왔어?”

진혁이 물었다.

“텔레비전 같이 보자고 하려고. 네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거야.”

“무슨…….”

지금 필요한 것은 혼자 있을 시간이다. 암천심법을 10성 대성하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

‘텔레비전도 혼자 못 보냐?’

진혁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려던 자신을 다잡고 몸을 일으켰다. 암천심법은 정법이 아니라 동법에 속하는 심법으로 반드시 가부좌를 할 필요가 없고 누워서나 앉아서나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는 심법이다. 과거보다 월등히 낮은 경지를 생각하며 굳이 가부좌를 틀고서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TV를 보면서 소주천을 하면 돼.’

진혁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게 소원이라면 그 정도는 들어 주지.”

“엄청 무게 잡네!”

진희가 먼저 나가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좁은 소파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진희 옆에 진혁이 무심코 가부좌로 앉았다.

“너 앉는 자세가 각이 잡혀 있다. 군대에서 배웠어?”

“뭐, 그런 셈이지.”

진혁은 설명하기 귀찮아 손을 휘휘 저어냈다.

<자~ 우리 동네에 있는 동네 빵집! 다 함께 살펴볼까요?>

중년의 리포터가 웃으며 말했다. 동네 빵집 탐방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막 시작했다!”

‘이래서 보자고 한 거군.’

혼자 텔레비전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데리고 나온 것이다.

오늘 PD가 촬영하러 간 대상은 남쪽 지방 끝에서 영업하는 동네 빵집이었다.

빵 반죽을 하나하나 떼어 판에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바로 시식 장면이 연출되었다. 결을 따라 주욱 찢어내는 빵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현미를 직접 갈아서 만든 빵이에요! 당뇨가 있으신 분들도 드시면 좋아요,”

손님들이 판 위에 산더미같이 빵을 올려놓고 구입해 간다. 부러운 듯이 아버지가 말했다.

“요새 유행하는 건강 빵이구만. 저거 다 헛거야. 빵은 건강하려면 너무 맛이 없어져서. 둘 중 하나야. 맛있고 건강에 좋지 않거나, 맛없고 건강에 좋거나.”

타박하는 것과 달리 끊임없이 눈알을 굴리는 것이, 끊임없이 오는 손님이 부러운 것이 분명하다.

“어느 때 제일 행복하세요?”

리포터가 마이크를 갖다 대고 묻는데 빵집 주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빵을 비닐봉지에 담고 있었다.

“한 번 온 손님이 빵을 기억하고 다시 그 빵을 사러 올 때, 맛있었다고 얘기해주지 않아도 그 다시 왔다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좋아요.”

TV 속 부인 곁에서 함께 빵집을 경영하는 남편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나는 우리 아들놈이 나를 따라서 빵집을 한다고 할 때. 그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꿈을 이놈이 이해해 주고 알아주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면서 이 모습이 좋다고 생각해 주었구나, 하니까.”

아버지는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을 애써 외면하고 텔레비전을 보며 말하는데 눈가가 촉촉해져 있다. 천안투마공을 쓰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고여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먹먹했다.

“그럴 때 나도 좋지. 아들과 함께 대대로 이어가면서 빵집을 하는 거, 멋있지 않냐. 일본에는 삼 대가 하는 가게가 그렇게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예, 아버지.”

‘그런 꿈이야 얼마든지 이루어드릴 수 있습니다.’

진혁이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깨 주물러 드릴게요.”

아버지는 눈가를 가늘게 하며 웃었다.

“너도 힘든데.”

진혁이 해주는 안마가 얼마나 시원한지 한 달 동안 알게 된 아버지는 강하게 거절하지 않았다. 내심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인 진혁은 가볍게 추궁과혈을 시작했다.

“어어, 시원하다.”

시선이 TV에 고정되어 있던 어머니가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진희가 어머니 곁에 바싹 달라붙어 안마를 하며 애교를 부렸다.

“모처럼 가족 다 모인 좋은 날인데 왜 그래요, 엄마~ 진혁이가 아빠만 마사지해줘서 섭섭해? 내가 있잖아요.”

진희가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드리는데 어머니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여보. 지금 상태론 우리가 계속해나가는 것도 힘겨워요. 오히려 아들 앞날 막는 게 아닌가 해서 걱정이 되는데. 잘 되는 가게여야 물려주든지 하지, 괜히 욕심부려서 앞날이 창창한 애 앞길 막지 맙시다.”

진혁이 어머니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떻게든 되게 할 테니까요.”

“통신사 할인이랑, 만 원 이상 구입할 때 빵 하나 더 주는 거. 그거 우리도 할 수는 있어. 하지만.”

“저희는 오래 못 하죠.”

진혁이 어머니에게 웃어 보였다.

“더 맛있는 빵을 만들면 됩니다. 그럼 다 우리 가게로 오게 되어 있어요.”

어느새 동네 빵집 탐방 프로그램 ‘동네 빵집, 세계적인 맛’이 끝났다.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진희가 옷깃을 붙잡았다.

“이것도 보고 가.”

무지개와 구름, 그리고 포도와 사슴. 마카롱과 케이크, 쿠키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아드레아노 존부의 디저트 서바이벌 쇼 시즌 1’의 재방송이 시작합니다!>

“이건 또 뭐야?”

“세계 최정상급 파티셰야. 너도 이런 걸 보고 배워야지.”

“……!”

TV를 함께 보면서 진희가 물었다.

“그런데 너, 왜 집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어?”

“감기 걸려서.”

“수액 가져와서 좀 놔줄까?”

“주사는 싫고.”

“어린애 같기는.”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호신강기 때문에 바늘을 튕겨낼 것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그저 입을 다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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