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121화 (121/124)

< 아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어 >

“와···. 선배 이거 봐요. 샌드위치에 기름이 왜 이렇게 많지? 크기도 엄청 크네.”

우리는 국내의 모든 스케줄을 끝내고, 미국에 도착했다.

우리가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한 것은.

근처에 유명한 샌드위치 식당에 가는 거였다.

유진이는 기름이 좔좔 흐르는 샌드위치를 보며 경악했다.

서연이도 탄성을 흘리며 덧붙였다.

“이건 그냥 엄청 긴 햄버건데요? 와! 칼로리 엄청 높을 것 같은데 진짜 맛있겠다!”

“응. 맛있어.”

우물대며 말하는 목소리에 모두의 눈길이 휙 돌아갔다.

별이는 이미 한 입 크게 베어물어서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우리는 그녀를 따라 바로 한 입을 베어물었고.

동시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서로를 쳐다봤다.

“맛있어!”

“진짜 맛있다!”

“너무 마음에 드는데?”

손이 기름으로 흠뻑 젖었으나 우리는 그까짓 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샌드위치와 콜라를 정신없이 섭취하고 있던 와중.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봤다.

“어···?”

식당이 유명한 까닭에,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모두가 전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알아보는 것 같은데?”

내 말에 그녀들의 고개도 휙 올라왔다.

사람들의 표정과 손짓 등으로 미루어봤을 때, 여기 있는 모두가 그녀들을 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니, ‘유명한 사람들인가?’하고 쳐다보는 느낌도 있었다.

“헐. 진짠가 본데요?”

유진이가 말했고, 서연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빠르게 말을 쏟았다.

“왜 하필 이렇게 더러울 때! 저 진짜 와구와구 먹었는데 제 이미지 어떡해요?”

정아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

“너 그동안 이미지 관리했었니? 지금 처음 알았네?”

“···무슨 뜻이에요?”

“왜 모른 척하지?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보는데.”

미국에서도 우리가 꽤 많이 유명해졌나 보다.

하긴 세계를 이렇게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고, 빌보드 상위권에도 들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건 당연한 거겠지.

‘그래도 신기하긴 하네.’

K팝 팬층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모인 곳에서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으니.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미국에 왔으니 이젠 더 유명해지겠지.

우린 미국에서 투어도 예정되어 있었는데, 첫 공연인 LA에서는 무려 클레이가 게스트로 나와주기로 했다.

심지어 우리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녀가 직접 우리에게 제안해왔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 토크쇼, 라디오, 행사 공연, 인터뷰, 광고 등 많은 스케줄을 소화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이 엄청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이런 활동과 비례하여 인지도와 인기도 올라갈 거고.

한국에서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동 시간이 길다는 것 정도?

비행기도 많이 탈 예정이었다.

“저 하나 더 먹어도 돼요?”

별이가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반쯤 먹은 사이, 하나를 다 먹어버린 것.

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나 더 시켜줄게.”

근데 어떻게 별이는 저렇게 먹어대는데 이렇게 살이 안 찔 수가 있을까?

아무래도 칼로리가 다 미모로 가나 보다.

어떻게 된 게 날이 갈수록 예뻐져.

***

고등학교 미식축구부에서 주장을 맡은 잭.

친구도 많고 여자에게도 인기가 많은 그는 K팝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편견이 있었다.

‘주변에 이성이 없으니까 대리만족하는 거지.’

이런 편견을 가졌기 때문에, 잭은 일부러라도 K팝에 아예 관심도 두려 하지 않았다.

우연히 몇 번 무대를 보고 음악을 들어봤는데 그리 끌리지도 않아서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그런 잭이 아일랜드를 알게 된 건 역시 우연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K팝 아티스트를 스치듯이 본 것과는 조금 다르게.

조금 더 운명적으로.

‘쟤네가 누군데 사람들이 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K팝 가수들인가?’

샌드위치를 먹으러 와서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 쪽을 쳐다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작게 비명을 터뜨리기도 했다.

잭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덩달아 그녀들을 쳐다봤다.

‘아일랜드’라는 이름이 계속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그녀들의 그룹 이름 같았다.

“···쟤는 잘 먹네.”

이상하게도 그녀가 먹는 모습을 빠져들듯이 쳐다보게 된다.

‘엄청 맛있게 먹네.’

그래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딱히 뭔가를 대신 쳐다볼 것도 없었고.

“너네 아일랜드라고 알아? 나 아까 샌드위치 먹으러 갔는데-“

잭은 저녁에 있던 파티에 그녀들의 이름을 꺼냈다.

파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별별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그녀들의 이름을 꺼낸 거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오! 네가 거기 있었어!? 이 부러운 자식!”

“진짜 아일랜드를 봤다고?”

“뭐야? 아일랜드를 봤대? 누가? 잭이?”

“음? 잭이 아일랜드를 봤다고? 잭! 너 거기 있었어?”

주변에 사람들이 쫙 모여든다.

“뭐야? 다들 왜 그래? 얘네 인기가 그렇게 많아?”

“오! 이 미친! 이런 애도 아일랜드를 만나는데 난 왜!”

“하하. 잭. 너 아일랜드 무대 본 적 없지?”

정말로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그저 가볍게 스쳐 지나갈 얘기일 줄 알았는데.

“어쨌든 어땠는지 자세히 설명해봐.”

“음···. 일단 엄청 잘 먹는 애가 한 명 있었어.”

“별이네.”

“김별이겠네. 걔 이렇게 생긴 애 맞지?”

“어! 걔 맞아.”

아일랜드에게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정말로 그저 약간의 흥미였기 때문에, 잭은 굳이 그녀들을 찾아보진 않았다.

잭이 갖고 있던 편견의 틀에서 아일랜드라는 K팝 그룹만이 살짝 예외가 된 정도.

딱 그 정도의 변화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의 변화는 조금 더 유의미했다.

-드디어 만나네요! 우리 라디오에 드디어 아일랜드가 왔습니다!

차에 타고 있다가, 라디오에 그녀들이 나왔을 때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제이슨 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유진! 이번엔 그룹으로 왔네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토크쇼에 그녀들이 나올 때도, 채널을 돌리지 않고 조금 더 집중해서 보게 됐다.

‘이거 아일랜드 노래였지?’

식당이나 마트에서 그녀들의 이름이 나올 때, 한 번 더 그녀들을 떠올려봤다.

“음. 뭐 들을 게 없네. 그냥··· 얘네 노래나 들을까?”

샤워할 때 들을 노래를 고민하다가 그녀들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게 됐다.

“···뮤비나 한 번 볼까?”

밤에 잠을 청하기 전, 갑자기 뮤직 비디오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가 끝난 뒤, 그녀들의 개인 곡들의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됐고.

개인 뮤직 비디오를 다 보니, 무대 영상을 보게 됐고.

몇몇 곡에 얽힌 ‘김송송송’ 컨텐츠를 다 보게 됐다.

“알고리즘이 고장났나?”

그러다 보니, 유튜브를 키면 알고리즘으로 뜬 영상들의 썸네일에 그녀들의 얼굴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틈이 날 때마다 혼자서 몰래 그녀들의 영상을 파고들었고.

그녀들이 TV에 나오고 라디오에 나올 때마다 찾게 되었다.

-아일랜드! 축하합니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 2위가 됐어요! 어때요? 이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가수’ 리스트에 저스틴 비버가 1위로 등극했나요? 하하!

빌보드 차트 2위.

그녀들 위로는 저스틴 비버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번 주말에 미국에서 첫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콘서트···.”

잭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 그녀들의 팬이 되었다는 것을.

K팝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K팝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게 됐으니까.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었다.

그저 어느 순간에 돌아보니 좋아하게 됐을 뿐이다.

물론 아일랜드가 좋은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별개의 이야기고.

“콘서트에나 가볼까? 비쌀 것 같긴 한데.”

잭은 그녀들의 콘서트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서 예매를 시도해보는데.

“매진? 잠깐만··· 이것도 매진? 뭐야···. 이것도 매진이라고!? Fxxx!”

비단 이번 주말에 있을 콘서트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예매할 수 있는 모든 콘서트가 모두 매진이었다.

표를 예매할 수 없게 돼서 그런지, 콘서트에 가고 싶은 마음은 배가 됐다.

아쉬움과 후회 역시 그만큼 커다랗게 생겼고.

“진작 예매할걸!”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잭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요새 겪고 있는 현상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다 그녀들이 미국에서 열심히 활동한 덕분.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였다.

***

LA, 콘서트장의 대기실.

문이 열리고 보이는 반가운 얼굴.

아주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클레이!”

오늘과 내일의 콘서트에서 모두 게스트로 무대에 서기로 한 클레이.

유진이의 그녀의 이름을 외치자, 클레이가 유진이에게 뛰어들어 안겼다.

“너무 보고 싶었어, 유진!”

클레이는 먼저 유진이에게 인사한 뒤,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별, 서연, 정아, 다들 반가워요! 아일랜드의 팬, 클레이예요!”

클레이의 앞에선 유정아도 별수 없었나 보다.

낯선 이에게 날 선 눈빛을 보내곤 했던 정아조차, 그녀에겐 호의의 미소를 보냈다.

“반가워요, 클레이. 이 그룹의 리더인 유정아입니다.”

멤버들도 모두 클레이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몇 마디를 더 나누던 클레이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대기실을 나섰다.

자신의 대기실을 가기 위함.

이곳에 더 있고 싶어하면서도 그녀가 발길을 돌린 이유는 콘서트를 하는 가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겠지.

대개는 한껏 예민해지기도 하고, 점검하고 되뇌일 것도 이래저래 많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대개의 가수들과는 약간 달랐다.

“오! 클레이야! 와!”

“그때랑 변한 게 없네. 여전히 예쁘다.”

“클레이···. 뭔가 실제로 본 것 같지가 않아. 유튜브 본 느낌이야.”

“흠흠.”

서연이, 유진이, 별이, 그리고 정아까지.

다들 클레이를 본 것에 기뻐하고 있을 뿐이었다.

“선배, 근데 게스트가 너무 거물이라 주객전도되는 거 아니에요?”

유진이가 내게 피식 웃으며 물었다.

장난 반 진심 반인 듯했다.

그런데 걱정할 걸 걱정해야지.

여기가 무슨 행사 공연도 아니고, 자신들을 보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온 콘서트인데.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클레이가 오든 저스틴 비버가 오든 우리가 세계 최고야. 지금 빌보드 2위라고 해서 우리의 진짜 가치가 2위인 건 아니거든. 아마 오늘 여기 오신 팬분들은 알걸? 우리가 아직도 엄청 저평가되고 있다는 거.”

다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별이는 부드럽게 눈매를 휘었고, 서연이와 유진이는 씨익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아는 말했다.

“아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어. 아주 마음에 들어.”

이상하다.

주인이 키우는 강아지한테 칭찬하는 것 같은 뉘앙스인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조련이라는 건가?

< 아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어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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