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101화 (101/124)

< 동시 수상 쾌거! >

-베스트 퍼포먼스 상 여자 부문! 축하드립니다! ‘I Am Addicted’의 이유진!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그 순간.

유진은 긴장의 끈이 끊어짐과 동시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주위를 둘러봤는데, 주변이 전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미소를 띠며 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들.

김별과 유정아, 구서연도 모두 씩 미소를 지어준다.

“···나 맞지?”

“네, 언니. 정말 축하해요.”

“언니! 축하해요! 전 언니가 받을 줄 알았어요!”

“이유진, 축하해. 그리고 빨리 올라가. 수상자가 계속 앉아만 있으면 어떡해?”

“아.”

유진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축하 속에서 걸음을 옮겼다.

상을 받으러 가면서도 얼떨떨한 느낌은 몸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실 기대를 아예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성적이 너무 좋았으니까.

하지만 활동 기간이 짧은 게 마음에 걸려서 애써 마음을 접어두고 있었는데.

덜컥 이름이 불리니, 정말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그럼 혹시 신인상도 받을 수 있으려나?’

아니,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어느새 마이크가 입 앞에 있고, 트로피가 손에 들려 있었다.

조명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소감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 무대를 해오며 이런 광경엔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상을 탈 때는 또 다른 모양이다.

하긴, 그럼 가수나 배우들이 왜 상을 받을 때 그렇게 긴장하고 울고 떨겠어.

“....”

이제 보니 자신의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감각을 더 뻗어보니, 입술도 파르르 떨리고 있다.

유진은 넘어가지 않는 침을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베스트 퍼포먼스 상···. 감사합니다.”

남들이 볼 땐 스쳐 지나가고, 기억에도 안 나는 상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들으면 ‘그런 상이 있었어?’라고 할 만큼 임팩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아니다.

트로피를 들고 있는 손이 무겁고, 눈앞에 보이는 아찔한 광경에 온몸이 떨어댄다.

“제가 이런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로요. 전 가수를 꿈꾸지 않았던 매니저였거든요. 하지만 전 오래 전부터 댄스를 사랑해왔고, 안무가를 꿈꿨었습니다. 그리고 가수의 꿈을 본격적으로 키울 때는··· 앞만 보고 몸이 부서져라 연습했어요. 그래서 이 상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보잘것없는 상은 소감을 짧게 말하고 끊는 게 미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결코 보잘것없는 상이 아니었으니, 유진은 소감을 더 이어가기로 했다.

“매니저로 만난 순간부터 항상 저를 옳은 길로, 좀 더 제게 좋은 길로 이끌어준 유민 선배. 정말 고마워요. 선배를 만난 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그가 입꼬리가 찢어져라 함박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인다.

유진도 그를 따라,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와 함께 같이 웃고 있으니, 만족감이 차오른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만족감이 차올라버려서.

유진은 시상식대에서 그대로 내려와버렸다.

“···!”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던 중, 깨달았다.

‘망했다!’

방금 전 수상소감에서 유일하게 언급한 사람은 김유민 한 명뿐.

가족, 댄서들, 직원들, 그리고 김별, 구서연, 유정아 등등은 모두 빼먹었다.

유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제발 신인상···!’

기존과는 다른 이유로, 신인상을 간절하게 바라게 되었다.

***

이유진이 상을 받은 뒤 몇 개의 무대가 있었다.

와인드업의 김호영 또한 무대를 했고, 서연 또한 자신의 무대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제발··· 서연이.”

“서연아.”

“으음.”

같은 테이블의 앉은 그녀들에게서 들리는 소리였다.

서연은 스크린을 바라봤다.

화면엔 자신의 얼굴과 더불어 몇 명의 얼굴이 더 보였는데.

자신의 얼굴 외에 다른 것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긴장을 하고 있는 게 얼굴에 티가 나고 있는지도 구분이 되지도 않는다.

-최고 프로듀서 상. 구서연 씨! 축하드립니다!

“헙!”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이 커지고,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내가 탔어!’

5월엔 상을 타지 못했으니 지금이 첫 번째 수상이다.

아직 시상대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희열이 전신을 내달리는 느낌이다.

“와아아아-!”

“꺄아아아아!”

달콤한 함성 소리가 귀를 때리고 있다.

서연은 헤실헤실 웃으며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트로피를 받고 마이크 앞에 섰는데, 이미 풀어진 표정은 맘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광대, 눈매, 입꼬리 모두 웃음 지은 채 고정이 된 느낌.

“귀한 상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의미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도 높고 빨랐다.

그런데 이것도 어차피 조절이 안 될 테니 억지로 조절하려 할 필요는 없겠다.

좋아해야 하는 상황에서 좋아하는 게 뭐가 문제라고.

여기저기를 훑던 눈이 자신이 방금 앉아 있던 테이블로 향했다.

이유진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가 사람들을 언급하는 걸 실수로 빠뜨렸다며 울상을 지었던 걸 잊지 않았다.

“우선 우리 샵 언니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언니, 우리 매니저님들, 그리고 언제나 고생하시는 WE엔터 직원분들, 그리고 저랑 항상 같이 무대를 꾸며주시는 댄서분들, 그리고 작사가님이랑 우리-“

생각나는 사람들을 모두 빠르게 입에 담았고.

머릿속에 이미 콱 박혀 있는 이들도 잊지 않았다.

“엄마 너무 사랑하고, 아빠 나 상 받았어. 아빠는 이 상 받은 적 없지? 하하. 나한테 곡 쓰라고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우리 사장님이랑 별이도 만났어. 그리고 이 상 받은 건 다 별이랑 유진 언니, 그리고 정아 언니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장님!”

그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는 싱글벙글 행복사 직전이었다.

“하하! 사장님, 진짜 너무 고마워요! 사장님 덕분에 꿈을 꿀 수 있었고, 사장님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 은혜는 평생 갚을게요! 고마워요!”

이제 다 언급했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내려왔는데.

“으악!”

난데없이 터진 비명에 주위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봤다.

심지어 관객들도 다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서연은 이런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소리가 방송에 탔을 만큼 컸다는 것도 신경 쓰지 못했다.

제자리에서 굳은 채, 사색이 된 얼굴로 관객석을 쳐다봤다.

“···팬들 깜빡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팬들을 잊어버렸다.

‘제발! 제발 신인상 주세요! 제발!’

서연은 천지신명에 빌고 또 빌었다.

***

서연의 수상 이후로 또 몇 개의 시상이 지나갔다.

그동안 여러 무대가 있었고, 유정아 또한 관객들의 격한 환호 속에 무사히 무대를 끝냈다.

그리고 마침내 신인상 부문.

은은한 미소를 지은 정아는 목 위로 여유를 가장했다.

하지만 목과 어깨는 물론, 온몸이 굳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먹도 꽉 쥐어져 있는 게, 손을 내려다보면 아마 창백하게 질려 있을 거다.

집계된 기간이 짧아서 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짧은 기간이나마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둬서 혹시 또 모른다.

이 시상식에선 신인상을 한 팀만 받는 게 아니기도 하니까.

기대를 해도 되는지, 아니면 이 기대가 욕심인 건지도 잘 몰라서 더욱 긴장이 되는 것 같다.

‘연기대상 때도 이렇게 안 떨렸는데.’

자신에게서 신인의 풋풋한 마음이 느껴져서,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신인상입니다.

긴장의 끈이 바짝 조여진다.

그리고.

-김별, 구서연.

김별과 구서연의 이름이 먼저 불렸다.

그녀들은 무조건 받아야만 했다.

당연한 결과지.

-이유진.

그리고 이유진의 이름이 불렸다.

희망의 불씨가 점차 크기를 부풀렸다.

그리고 마침내.

-유정아.

“아.”

입술을 꽉 깨물며, 순간 북받치는 감정을 억눌렀다.

귀청을 두드리는 환호성이 황홀했다.

이 소리가 그 무엇보다 더 고급스럽고 귀한 레드 카펫일 터.

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이름이 불린 그녀들과 걸음을 옮겼다.

단 네 명.

신인상은 WE엔터가 전부 휩쓸었다.

원래 신인상이 이렇게 적고, 본상은 이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본상까지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언니, 언니 먼저 해요.”

김별이 옅게 웃으며 말했고, 다들 비슷한 얼굴로 쳐다보며 한마디씩 덧붙였다.

“언급할 사람들 잊지 말고요.”

“팬들도 꼭 말해야 돼요.”

정아는 피식 웃었다.

상을 받은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저런 조언을 듣고 있으니 정말로 신인이 된 기분이다.

아까부터 신인과 베테랑의 기분을 번갈아 받고 있으니, 느낌이 묘하다.

그 와중에, 항상 보던 그녀들과 함께 올라와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든든하다.

팀이라는 게 이런 걸까?

언제나 홀로 활동했는데, 얘네라면 같이 활동해도 재밌겠다.

이미 같이 활동하기로 했지만.

정아는 한 발 앞으로 옮기며 마이크 앞에 섰다.

“와아아아!”

“유정아!”

“언니이이!”

정아는 입매를 말아 올리며 입을 뗐다.

“가수로서 받은 첫 번째 상입니다. 무척이나 소중한 상인 건 틀림없죠. 그런데 저한테 있어서 이 트로피는 그리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언제나 가수를 꿈꿨고, 그 꿈이 이루어졌고, 가수 유정아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저는 너무 행복하거든요. 매일매일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만 안 떨렸으면 느긋하고 차분하다고 느껴질 만한 어조였다.

“배우로서 사랑받고 있는 제가 꿈을 쫓아 가수로 데뷔하는 건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아마 유민 오빠가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꿈만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이 위에 그가 키운 네 명만 올라와 있는 게 울컥한 모양인지,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유민 오빠 특히나 너무 고맙고, 도와주신 다른 분들도 모두 감사해요. 그리고 제 뒤에 있는 우리 애들-“

함성이 또 한 번 무대를 덮쳤다.

정아는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매번 큰 도움을 줘서 너무 고마워. 항상 표현을 잘 못하는 못난 나랑 잘 어울려줘서 또 고맙고.”

시선을 살짝 위로 올려 관객들을 바라봤다.

“배우로서의 유정아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가수로서의 유정아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모두 다 온 마음 다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서 또 열심히 달려갈 테니,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도 잘해야지.

정아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다짐했다.

***

“본상까지 받을 수 있게 돼서-“

별이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정아, 서연, 유진이 말한 뒤, 가장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였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신인상에 이어, 본상까지 그녀들은 모두 수상했다.

기사의 타이틀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WE엔터 멤버들 모두 2~3관왕 동시 수상 쾌거!’, 뭐 이런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상은 우리가 활동하는 목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고, 얼마나 좋은 성과를 거뒀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거였다.

우리는 아주 잘 해왔나 보다.

‘이제 우리가 상 받을 건 없네.’

남은 상은 ‘최고 음원상’, ‘최고 앨범상’, 그리고 ‘대상’.

모두 와인드업이 받을 상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상을 받는 것보다 팬들이 더 기다리고 있는 진짜 하이라이트.

우리에겐 무대가 남아 있었으니까.

난 박수한 대표와 와인드업을 번갈아 바라봤다.

듣기론, 그들 또한 스페셜 무대를 준비하며 칼을 갈았다고 한다.

단지 상을 휩쓰는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겠지.

상만 받고 화제가 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싫은 거다.

그럼에도 난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리 잘해봤자 우리는 못 이기지.’

그들이 아무리 날카롭게 칼을 갈아봤자, 원래 그룹으로 활동하는 애들이다.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거고, 파급력도 없을 거다.

우리 애들에 비해서는.

‘제작진들도 그걸 아니까 우리를 마지막 무대로 배치한 거지.’

소감을 모두 말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그녀들을 바라봤다.

싱글벙글 웃음이 그치질 않고 있다.

걱정할 게 없다는 듯, 이 순간을 마냥 행복하게 즐기고 있는 그녀들.

‘오늘도 너희가 주인공이다.’

대상을 탈 게 뻔한 와인드업의 스페셜 무대의 다음 무대.

시상식 무대의 막을 내리는 엔딩은 우리 애들이 장식하기로 했다.

< 동시 수상 쾌거!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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