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 유정아는 아니겠지? >
이유진의 위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광고, 예능, 화보, 인터뷰, 행사 등 스케줄이 쏟아지고 있었고.
이미 각오했던 대로, 거의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예고편까지 떴으니···.’
주말 인기 토크쇼에 출연한 이유진.
무대를 보여준 뒤, 고정 출연자들의 적극적인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유진 씨, 안무는 다 직접 짜시는 거예요? 이번 케이팝 콘서트 퍼포먼스도 직접 짠 거 맞죠?”
“김별 씨랑 구서연 씨 안무도 짰다면서요.”
“와! 진짜 실제로 보니까 댄스가 말도 안 되는데?”
열화와 같은 반응이 그녀에게 향했다.
가면 갈수록 인기가 실감이 날 거라더니, 정말로 그랬다.
차트는 여전히 1위.
어딜 가도 환영을 받고, 어딜 가도 대우를 해준다.
여기만 봐도 그랬다.
많은 게스트 가운데 이제 막 데뷔한 자신을 메인으로 대우해주고 있다.
잠을 별로 못 자도 쌩쌩하던 것도 잠시, 어쩔 수 없이 몸은 점차 피곤해져가긴 했다.
그러나 쉬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유진은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별이 안무랑 서연이 안무랑 제 안무도 다 제가 짜긴 했어요. 근데 아직 댄서들 안무까지는 역량이 안 돼서, 그 안무를 안무가한테 보내면 안무가 분이 동선도 수정해주고 댄서들 안무도 짜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 케이팝 콘서트 안무는 댄서들이랑 같이 짰어요. 특히 이번 댄서 분들한테 고마운 게, 새벽이 돼서도 같이-”
질문 하나에 에피소드도 같이 풀어 설명했다.
그저 대답만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사실 안무를 만드는 것에 관한 에피소드는 산더미처럼 많았으나, 다른 데서 푸면 될 일이다.
그것까지 다 풀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테니.
“김유민 사장님이 댄서 분들한테 이제 퇴근하라고 했는데도 안 갔다고요? 하하! 와, 그분들도 열정이 대단하시네. 그러니까 그런 레전드 무대가 나온 거구나! 이게 다 유진 씨가 인성이 좋아서 그런 마음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 유진 씨가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이거 엄청 겸손하게 말한 거예요.”
음악 시장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출연자가 유진의 말을 풀어서 설명을 하기도 했고.
제작진이나 고정 출연자들은 모두 흡족한 시선을 보내며, 유진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전 유진 씨가 매니저였을 때도 알았어요. 다들 몰랐죠?”
“야,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어. 이렇게 눈에 띄는 분을 왜 몰라.”
“유진 씨, 매니저였어요? 가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매니저였을 때의 에피소드도 아주 많다.
물론 할 수 있는 얘기는 제한된다. GO엔터 때의 얘기는 특히 더.
하지만 김유민과 관련된 것만으로도 할 얘기는 차고 넘쳤다.
“제가 원래 매니저였는데, 사실 어렸을 때부터 안무가가 꿈이었거든요.”
어떤 과정을 거쳐 데뷔했는지 이미 인터넷에서 알려진 사실이긴 하나,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이미 전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유진의 얘기는 귀를 쫑긋 기울이게 만들었다.
워낙 이야기가 드라마틱한 데다가, 김별, 구서연, 그리고 WE엔터 사장인 김유민까지 얽혀 있었으니.
또한 그녀가 김유민 밑에서 메뚜기처럼 맡았던 연예인들의 이름들도 하나같이 화려했다.
“와! 김유민 사장님이 정말 대단하긴 하네요.”
“하하! 유진 씨, 댄스뿐만 아니라 토크쇼도 좀 치는데요?”
“사실 많이 아껴놓은 거예요. 얘기 다 풀면 오늘 안에 안 끝나서요.”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알리고 인기를 올리는 데에는 예능 만한 게 없다.
유진에게 있어 여기는 이미 무대나 다름이 없었다.
그만큼 중요했으니.
“그런데 영화는 갑자기 뭐예요? 예고편 나온 거 보고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매니저일 때, 유정아 씨도 맡았었다면서요. 같이 연기했을 때 기분 이상했을 것 같아요. 어땠어요?”
“아, 사실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제가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라고요.“
유진은 토크를 못하는 건 절대 아니었으나, 특출나게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진의 차례가 끝도 없이 길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모두가 몰입하며 귀를 기울이고, 제작진들이 계속 얘기를 이어가라고 하는 데에는 인기도 인기지만, 특별한 이유가 또 있었다.
그녀가 꺼내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으니까.
유진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거짓 없이 풀어나갈 뿐이었다.
유정아가 데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 쏙 빼놓고.
***
월요일 오전 11시가 되기 직전, 그린 웨스턴 호텔 서울.
대박이 터져버린 유진이, 그리고 원래부터 슈퍼스타였던 정아까지.
우리는 포토타임을 마치고, 본격적인 제작발표회의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심성균 감독님과 남자 배우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아와 유진이.
그들 사이에 경험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정아가 캐스팅됨으로 인해, 업계에서의 주목을 단번에 받았고, 이에 투자금과 유명 배우들이 몰려들었었다.
유진이를 제외하면 다들 인지도 높은 영화배우라는 뜻.
유진이는 아까부터 불안한 얼굴로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선배, 저 기자들 앞에 설 생각하니까 미치겠어요. 포토 타임 때 보니까 엄청 많던데. 기자들이 질문할 때 이상하게 대답하면 어떡하죠?”
“토크쇼에서는 잘만 하더만.”
“토크쇼랑 이거랑 같아요? 기자들이잖아요! 분위기도 천지차인데!”
“하하. 그냥 욕심 안 부리면 돼. 무난하게 대답하는 정도는 괜찮잖아? 그리고 너한테 날 선 질문 같은 거 나올 일 없을 테니까 이것도 걱정하지 말고.”
“나오면요?”
“나오면 대충 동문서답하면서 얼버무려야지. 그럼 진행자가 알아서 정리할 거야.”
얘는 다 알고 있으면서 묻는다.
아니, 이건 모르려나?
얘가 나를 따라 정아를 맡았을 때는 이미 정아가 슈퍼스타가 된 뒤였으니까.
이런 조언을 할 필요도, 알 필요도 없었다.
유진이는 내 대답에도 긴장이 가라앉지 않는지 미간을 모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런데, 얘보다 저기가 문제다.
“감독님, 정신 똑바로 차려요.”
“아, 네, 네!”
뻘뻘 흐르고 있는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훔치고 있는 심성균 감독님.
그의 앞에서 정아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어휴.’
심감독님은 이번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독립 영화만 찍었었다.
이런 대규모의 제작발표회는 처음일 터.
그는 유진이보다 몇 배는 더 긴장하고 있었다.
유진이는 수만 명 앞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으니,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긴 해도 저 정도까지 갈 리는 없지.
“감독님. 땀 그만 흘리시고요.”
“하··· 하하. 이게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질문에 버벅거리지 말고요. 감독님이 이렇게 긴장하면 기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요? 저 같아도 찔러보겠어요. 툭 치면 뭐라도 튀어나올까 봐.”
“···그, 그럼 어떡하죠?”
“긴장하지 말라고요!”
“청심환을 분명 세 개나 먹었는데···.”
난 감독님을 구해주기로 했다.
가뜩이나 긴장한 감독님을 정아가 더 말라 죽이고 있어서.
“정아야, 일로 와 봐.”
“왜.”
그녀는 까칠하게 물어보면서도 순순히 내 앞에 왔다.
“내가 감독님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부른 거지? 도와드리고 있는 걸로는 안 보여?”
“그게 아니라-“
정곡을 찔려버려서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자리에 걸맞는 그녀의 단아한 스타일링이 눈을 사로잡았다.
“오늘 스타일링 너무 잘 어울려서. 올라가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주려고 했지.”
“···사진?”
“그래, 셀카랑 기자들이 찍어주는 거 말고.”
정아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리고 유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진 좋지. 야, 너도 같이 찍자.”
“저 지금 긴장돼 죽겠는데요.”
“안 죽어. 그리고 긴장되면 사진 못 찍어? 과거 연예인, 매니저 관계였어서 같이 찍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네 팬들도 그렇고.”
“아.”
다행이다.
난 사진 몇 장을 찍어주는 것으로, 아니 수십 장을 찍어주는 것으로 감독님과 유진이를 동시에 살릴 수 있었다.
유진이도 사진을 찍으며 긴장을 많이 떨쳐냈거든.
***
진행자의 질문이 30분 가량 이어지고, 캐릭터 영상까지 시청했다.
그리고 이제 마이크는 기자들이 넘겨받았다.
“‘스타는 다시 무대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심성균 감독님은 이번이 첫 상업영화이신데요.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고 계십니다. 처음 상업영화를 찍을 때는 어땠는지, 크랭크업 때는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의 소감은 어떤지 여쭙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함인지, 영화에 초점이 맞춰진 질문들만 쏟아져 나왔다.
출연 배우들에게 골고루 질문하기도 했고.
그리고 역시, 뒤로 갈수록 기사에 써먹기 좋을 질문들이 나왔다.
“이유진 씨와 유정아 씨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우선, 두 분이 매니저와 배우의 관계였는데, 같이 촬영을 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또 유진 씨가 직접 안무를 만들어서 정아 씨에게 가르쳤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가르쳤고 어떻게 배웠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점점 유정아에게 질문이 쏠렸다.
유진이와의 관계에 대한 것 또한, 질문이 이어질수록 모두 유정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배우들이나 감독이나 스탭들이나 진행자, 그리고 기자들 모두 이에 아무런 의문도 표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요즘 반짝 떠오르고 있다고는 하나, 이곳은 영화판.
정아의 위상과 비할 수는 없었다.
기자들도 질문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당연히 유정아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역시 정아네.’
영화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럴 거다.
연예부 기자들 아무나 데리고 와서 이유진과 유정아, 둘 중에 누굴 인터뷰할 것인지 선택권을 준다고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정아를 택하겠지.
세상에 유진이의 진가가 드러나긴 했지만, 이 입지의 차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다.
정아가 뻥! 뻥!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면, 유진이는 아직 첫 타석 홈런을 터뜨렸을 뿐이니까.
점차 커리어를 쌓아야겠지.
기자들이 눈을 빛내고 있는 앞에서, 단상 위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며 여유롭게 대답하고 있는 정아.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탑스타의 모습이었다.
‘눈 부시네···.’
가수는 무대를 할 때 가장 빛나고, 배우는 연기를 할 때 가장 빛난다.
하지만 정아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에도 찬란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내 입꼬리는 시원하게 말려 올라갔다.
이런 정아가 솔로 아이돌로서 데뷔를 준비 중인 모습을 관찰 예능에 그대로 담아낼 수 있게 한다면.
영화 개봉과 앨범 발매일에 맞춰서 예능을 내보내게 한다면.
과연 대중들과 기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퍽 궁금해졌다.
***
공중파 VBC의 인기 관찰 예능, ‘비포 앤 애프터’의 사무실.
장동준 피디는 피곤에 찌든 눈두덩이를 매만지며 쩍쩍 하품을 했다.
“망할. 섭외할 사람 더럽게 없네. 이놈의 연예계는 죄다 그 나물에 그 밥이야.”
메인 작가 최영희가 실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프로에 당장 출연 가능한 사람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인 거겠죠. 우리도 김별이랑 구서연 같은 애들 섭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인지도랑 대중 호감도도 높고, 신선하기까지 한데.”
“그럼 최작가가 섭외를 해줘, 제발. 말로만 그러지 말고. 응? 내가 부탁할게. 제발 좀 해주라!”
“어휴. 내가 그 말 할 줄 알았지. 넋두리하는 게 아니라 갈구는 거였어. 어떻게 사람이 매번 한결 같아.”
“뭐? 최작가 말 너무 서운하게 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러시겠지요.”
언제나와 같이 둘의 만담이 시작되려 할 때.
장동준 피디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장동준 피디님. 거울 엔터의 이혜성 실장입니다. 이하영 배우 섭외 건으로 전화드렸는데,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이···하영 씨요!?”
“···!”
장동준 피디의 입에서 나온 ‘이하영’이라는 이름에, 최영희 작가의 눈이 커다래졌다.
둘은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어떤 일로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거장 박범준 감독의 스릴러 영화가 곧 개봉한다.
주연은 최근 해태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하영.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여기에 출연할 심산일 것이다.
분명 다른 데 가면 허리를 푹 숙이며 버선발로 환영하겠지만.
여긴 범람하던 관찰 예능들 중, 조금의 MSG도 없이 100% 리얼함을 전달하여 살아남은 프로그램이다.
제작진들이 상황과 출연자에 맞게 맛깔 나게 촬영, 편집한 덕이었다.
제작진들의 이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리얼함’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었을 터.
정말 할 게 없을 때만 작가들이 넌지시 장소나, 할 것들을 추천해주는 정도뿐이었다.
피디와 작가는 서로 입을 크게 크게 벌리며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거 어떡하지?’
‘우리 여배우는 웬만하면 안 하기로 했잖아요!’
‘그래도 이하영이야, 이하영!’
‘그래서 받아들이게요?’
고민이 깊어졌다.
여배우를 캐스팅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된 게 하나같이 다 똑같아서.
섭외를 할 땐 정말 리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미팅 때도 평소에 어떤 것들을 하는지 흥미로운 것들을 늘어놓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아니나 다를까, 고급스러운 척, 고상한 척, 아주 지랄들을 한다.
아침에 요가는 필수고, 모닝 커피를 마시며 클래식을 듣기도 한다.
또한 외출을 해서도 그 망할 놈의 이미지는 조금도 양보하지를 못한다.
겉으론 털털한 척, 소탈한 척을 한다고 포장을 해도, 오히려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만 열중한다.
‘이하영이라고 다를 거 없겠지만···.’
그래도 덮어놓고 거절하기엔 너무 커다란 카드라서, 일단은 애매한 대답을 하고 고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저희가 지금 캐스팅 연락을 드린 분이 계셔서요. 그분한테 연락해서 최대한 나중으로 미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정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벌기엔 이만한 핑계가 또 없었다.
전화를 끊은 장동준 피디와 최영희 작가.
방금 전까지 만담을 펼쳤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눈을 빛내며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여배우라도-“
장동준 피디의 입이 막 열렸을 때, 다시 한번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이번엔.
“어?”
“왜요?”
“김, 김유민! 김유민 사장이야!”
그가 GO엔터에 있을 때 교환한 연락처.
지금 그의 밑에는 김별과 구서연, 이유진, 유정아가 있다.
“빨리 받아! 안 받고 뭐 해!”
“어!? 어, 어!”
다급했는지 반말로 버럭 소리치는 최작가.
장피디는 이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통화 수신을 터치했다.
“예,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하하! 잘 지내셨죠?”
과연 누굴까?
넷 중 아무나 내보내도 좋다.
통화가 온 순간부터 장피디와 최작가의 머릿속엔 행복회로가 윙- 소리가 날 만큼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김별이면 어떤 그림일지, 구서연이면 어떤 그림일지, 이유진이면 어떤 그림일지, 그리고-
‘···설마 유정아는 아니겠지?’
‘유정아는 아닐 거야.’
아무리 영화가 개봉한다지만, 그녀가 이런 데에 출연할 리가 없다.
가끔 예능에 출연하기는 하지만, 관찰 예능처럼 실제 리얼한 사생활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겉모습은 누구보다 화려하지만, 솔직하고 시크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건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
그녀는 고급스러운 척, 고상한 척하지 않아도, 가식을 부리지 않아도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했다.
머리가 헝클어져도, 닭발을 먹어도,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차도, 전국민은 그녀를 사랑했다.
유정아는 진짜배기 탑스타.
그래서 장피디와 최작가는 기대를 접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셋은 그나마 기대할 수 있었다.
사장이 된 그가 이렇게 직접 전화를 한 걸 보면, 누구든 하나는 꼭 출연을 시키고 싶다는 뜻.
장피디는 마른 입술을 혀로 쓸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녁은 드셨습니까? 바쁘지 않으시면 식사 한 끼···.
“가능하죠! 어디로 가면 될까요?”
장피디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하영이라는 이름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지워지고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몰랐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그녀의 섭외 건이었을 줄은.
< 설마 유정아는 아니겠지?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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