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85화 (85/124)

< 이대로 진행시켜! >

드디어 첫 번째 음악방송이다.

사전녹화에 들어가기 직전.

유진은 거울 속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잘할 수 있어. 다들 잘한다고 했잖아. 반응도 좋았고.’

너무 자주 와서 지겨워 죽겠던 대기실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터질 것만 같다.

‘잘할 수 있어.’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은 이곳에 자주 왔던 매니저로서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모두 정말로 무대를 준비하는 가수와 같았다.

뮤비를 찍을 때도 이랬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르게 낯선 느낌.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서 더욱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거울을 바라보던 유진의 시선이 살짝 왼쪽으로 향했다.

김유민, 그가 팔짱을 끼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나? 혹시 자신과 관련된 안 좋은 일이 있는 건가?

유진은 거울 앞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

“음? 왜?”

살짝 찡그린 얼굴 그대로 올려다보며 묻는 그에게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가 전체적으로 훑었다.

“어. 예쁜데?”

“···.”

그걸 물어본 게 아닌데.

“아, 근데 밥 뭐 먹지? 김밥이랑 도시락은 좀 지겨운데.”

유진은 헛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몸을 돌렸다.

어깨를 짓눌렀던 긴장감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유진아, 뭐 먹을까?”

“아무거나 먹어요.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대답하는 유진의 눈매는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

사전 녹화 리허설.

무대 위엔 자신의 무대를 위한 세트가 지어져 있었다.

유진은 댄서들과 함께 계단을 밟고 올라가 마스킹 테이프가 붙여진 곳에 섰다.

앞을 바라보니, 눈이 부시게 밝은 조명 너머로 카메라와 스탭들이 보인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적막.

유진은 허리를 숙이며 적막을 깼다.

“이유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웃음기 어린 피디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렸다.

“유진 씨 데뷔 축하합니다. 대박 나세요.”

“감사합니다.”

조명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다가다 본 얼굴들에서 전부 호의가 엿보였다.

마찬가지로 오다가다 본 매니저가 이렇게 무대 위에 올라와 있으니 신기해하는 것 같은 눈치다.

아니, 재밌어 하는 건가?

“그럼 시작할까요?”

“네!”

댄서들과 함께 자세를 잡고, 잠시간의 정적 뒤.

음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퍼졌다.

이제야 비로소 음악방송에 섰다는 게 제대로 실감이 나고 있어서.

꿈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표정이 좀 더 다채로워지는 것 같고, 몸 또한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나 혹시 무대 체질인가?’

딴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터질 뻔했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첫 번째 무대다.

온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딴생각을 해도 되나?

죄책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희열이 차올랐다.

꿈속에 있는 것처럼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었다.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입밖으로 노래도 줄줄 나오고 있는데.

머릿속엔 자꾸 히죽히죽 웃음이 나올 만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앞에 팬들은 없지만 이게 무대에 서는 가수의 느낌이구나.

걔네들은 돈도 많이 벌면서 이런 느낌까지 받다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

아니, 못 버는 애들도 많긴 한데, 걔네가 아득바득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이거였나?

직접 서보니 알겠다.

무대라는 것은 끊을 수가 없는 거였다.

이것도 중독이라면 중독이겠지.

가수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GO엔터에 있었다면 어림도 없었겠지?

‘선배를 만나서 다행이야.’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평소에도 잘해줬지만 앞으로는 더 잘해줘야지.

오글거려서 힘들겠지만, 진심을 담아서 살갑고 따뜻한 말도 더 하려고 노력하고.

“하아. 하아.”

어느새 무대가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퍼뜩 정신이 들며 머리가 깔끔해졌다.

작게 말하는 스탭들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이며 파고들었다.

“쟤는 진짜 다르긴 하다.”

“얘는 크게 되겠다.”

“와. 얘는 수준 자체가 다른데?”

그렇게 잠시 멍하니 서 있을 때.

댄서가 슬쩍 어깨를 두드렸다.

“유진 씨, 인사하고 내려가야죠.”

“···아!”

리허설이 끝났다.

이제 무대에 내려가야 했다.

“감사합니다!”

유진은 허리를 푹 숙이며 내려갔다.

하지만 리허설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유진은 다시 무대로 올라가 한 번 더 리허설을 했고.

이어서 본녹화까지 진행했다.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 본녹화까지 세 번의 무대.

유진은 그 세 번의 무대 동안 짜릿한 감각이 무뎌지긴커녕, 오히려 예민하게 느껴졌다.

감각이 좀 더 날카롭게 벼려지는 느낌.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시야가 좀 더 넓어지며 베테랑이 되겠지.

상상도 못하겠다. 당장은 무대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너무 벅차서.

무대에서 내려와 숨을 고르며 김유민 앞에 섰다.

그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만개하고 있었다.

“선배, 저 괜찮았어요?”

“어.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았어.”

“···칭찬을 해도 꼭 그렇게 말한다니까.”

“잘했다는 소리야. 엄청 멋있더라.”

“아까는 예쁘다면서요.”

“예쁜 건 얼굴이 예쁜 거고. 무대는 멋있었다고.”

유진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

“이번 케이팝 콘서트가 진짜 중요해.”

유진이에게 말했다.

“알아요. 이제 그만 강조하셔도 돼요. 이러다가 귀에 딱지 앉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고 데뷔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인 이유다, 이 무대로 해외팬들이랑 국내팬들한테 단단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다 알고 있다니까요? 저도 선배 밑에서 배운 매니저였어요. 가수로 데뷔하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가수로 보시네.”

그녀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하긴 내가 틈만 나면 강조하긴 했지.

“선배, 이제 퍼포먼스 좀 짤 테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이거 중요하니까요. 얼마나 중요한지 알죠?”

“···알겠어.”

연습실. 케이팝 콘서트의 무대를 위해 음원을 조금 손봤다.

앞부분을 늘리고 댄스 브레이크 파트를 넣고.

이렇게 늘어난 부분에 맞는 안무를 만들기 위해 유진이와 댄서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내가 뒤로 물러나자, 유진은 댄서들에게 말했다.

“제가 이 곡 안무 짜면서 시안을 좀 많이 만들었는데, 안 쓴 부분들이 있어요. 일단 그것부터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거 보고 바꿔서 해도 되고, 잘라서 붙여도 되고-”

설명을 듣는 댄서들의 눈빛이 뜨거웠다.

그리고 유진이 그들의 앞에서 안무를 쏟아낼수록, 댄서들은 격한 호응을 보냈다.

“우와! 이거 되게 깔끔한데요?”

“방금 거 되게 좋다.”

“오! 이건 살리는 방향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와! 진짜 좋네!”

유진의 안무가 끝났을 땐 이미 연습실의 분위기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

댄서들은 서로 나서서 유진이의 안무를 잘라 붙이기도 하고, 덧붙이기도 하고, 변형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것을 넘어서 투지마저 느껴질 정도.

‘댄서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구나?’

유진이는 안무가로서 근본이 없이 시작했지만, 결과로 능력을 증명해냈다.

이 때문인지, 댄서들이 유진이를 엄청 리스펙하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물론 댄스를 자신들보다 더 잘 춘다는 이유도 있겠지.

‘툴툴댈 만한 이유가 있었네···.’

가만히 놔둬도 이렇게 알아서 잘하는데, 귀에 괜한 소리를 쑤셔박고 있으니 잔소리로밖에 안 들렸겠지.

반성해야겠다.

‘근데··· 언제까지 하는 거야?’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열의는 유진이만 대단한 게 아니다.

댄서들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칠 줄을 모르고 있다.

‘그래도 퇴근은 시켜줘야지.’

난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다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댄서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리더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혹시 더 하는 건 안 되나요? 지금 막 흐름 탔는데.”

“더 해주시면 저희야 좋긴 한데··· 퇴근 안 하세요?”

내 물음에 댄서들이 반색하며 말했다.

“이렇게 안무 짜는 노하우 배우는 게 다 자산이라서요. 저희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유진 씨 안무 보고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너무 스타일리시해서. 개성도 강해서 이런 거 배울 기회가 오면 바로 흡수해줘야 하거든요. 하하.”

“사람마다 안무 짜는 방식이 다른데, 유진 씨가 다른 분들보다 더 감각적이라고 해야 하나? 다듬는 방식도 좋은데 아이디어가 끊기지도 않으니까 자극도 돼요.”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자니,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깜박이는데, 유진이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선배가 이 무대 엄청 중요하다면서요. 그러니까 다 찢어버려야죠. 저는 그럴 각오로 하고 있어요.”

뱃심이 두둑해졌다.

아까 반성한다는 거 취소다.

잔소리가 효과가 나오고 있으니, 더는 잔소리가 아니게 되는 거지.

앞으로도 그녀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

***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이름을 잠시나마 가지고 있었던 곡은 정식으로 가사가 입혀지며, ‘Face’라는 정상적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Face’라는 제목이 적힌 가사지.

정아는 미간에 옅은 주름을 잡으며 이 가사지를 노려봤다.

‘집중하는 건가? 아니면 몰입하는 건가?’

곡의 컨셉과 가사의 내용이 ‘다양한 얼굴을 가진 잘난 여자’를 노래하는 것이니, 몰입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난 그녀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고 잠자코 기다렸다.

“준비 끝. 언니는 목 풀었어요?”

서연이가 의자를 빙글 돌리며 물었다.

정아는 서연이의 얼굴과 내 얼굴을 흘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풀긴 했지.”

“음? 풀긴 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

“컨디션이 평소 같지가 않은 느낌이라서. 정확한 건 아니야. 뭐, 해보면 알겠지.”

그녀는 벌떡 일어나, 녹음 부스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컨디션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평소 같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소 같지 않은 느낌. 애매했다.

‘그냥 긴장해서 착각한 걸 수도 있어.’

데뷔곡이니 그럴 수도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거면 다음에 녹음하면 그만이고.’

이대로 녹음을 진행해도 되는지 눈으로 묻는 서연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된 녹음. 정아는 헤드셋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음. 잘하네. 평소랑 똑같은데?”

“그러니까요.”

노래를 부르는 정아도 고개를 몇 번 갸웃하더니, 이내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데뷔곡을 부르는 순간이라 목상태에 민감해져서 착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녹음이 30분쯤 더 진행됐을 때.

클라이막스 파트가 다가왔다.

그리고.

“어?”

“음?”

고음을 올리던 정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 아, 다시 할게. 물 좀 마시고.”

정아도 놀란 모양이다.

그녀가 물을 마시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언니, 다시 틀게요?”

“어.”

다시 클라이막스 파트가 나왔다.

그리고.

보컬은 다시 한번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하아···. 어제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봐. 역시 목이 좀 이상하더라니.”

“언니, 목 한 번 갈라지면 바로 안 돌아와요. 오늘 말고 다음에 다시 할래요?”

“그래. 오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서연이도, 정아도, 내 얼굴을 바라봤다.

고개를 끄덕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들이다.

“음···.”

“사장님?”

“서연아, 방금 녹음했던 거 다시 들어보자.”

서연이는 의아해하면서도 방금 녹음한 부분을 틀었다.

막 목이 갈라졌을 때 끊긴 파트.

왜일까? 난 이 갈라진 목소리를 들으며, 한 가지 일화가 머릿속을 스쳤다.

난 부스 안에 있는 정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로 한 번 쭉 불러볼래?”

“이 상태로?”

“어, 그대로. 멈추지 말고 쭉.”

정아는 눈매를 좁히면서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은 다시 진행되었다.

클라이막스 파트에서 여전히 정아의 보컬이 갈라졌다.

얼핏 들어봐도 건조하다는 티가 팍팍 나는 목소리.

음정이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닿지 않는다.

이대로 녹음을 진행하는 건 옳지 않은 선택인 것이 분명한 상태.

그녀는 내 요구대로 보컬을 끊지 않고 클라이막스를 쭉 불렀다.

클라이막스가 끝나자, 서연이가 의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사장님, 설마 이걸 쓴다는 소리는 아니죠? 표정이 딱 그런 표정인데요? 아니··· 이것도 나름 매력적으로 들리기는 하는데, 그래도 원래 갈라진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부스 밖으로 나온 정아도 팔짱을 낀 채,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너희 혹시 ‘보이즈 투 맨’의 ‘End Of The Road’ 들어봤어?”

“···장난이지?”

“헐! 그 파트요?”

그들이 녹음할 때, ‘와냐 모리스’ 파트에서 계속 목소리가 갈라졌다고 했는데.

그 소리가 왠지 듣기 좋아서, 그대로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 음악계에 아주 커다란 획을 그어버리게 되는 초메가 히트를 터뜨렸지.

이 성공이 그 파트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좋게 작용된 예가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내 귀에도 지금 그녀의 갈라진 목소리는 과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들렸으니까.

“이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의심되면 ‘End Of The Road’ 한 번 들어본 다음에, 방금 녹음된 거 한 번 들어봐. 거기가 와냐 모리스 애드립 파트거든?”

“내가 보이즈 투 맨이야? 안 봐도 뻔해. 사람들이 이걸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냥 내가 노래 못해서 그 따위로 부른 줄 알 거 아냐.”

“그런 논란은 라이브 영상 하나 올려주면 바로 끝나. 그런 논란을 지워내면 남는 건 음원이고. 음원으로는 이 상태가 딱 좋은 것 같은데. 어때?”

“···진짜 좋다고? 정말로? 근데 사람들이 계속 그 소리 원하면 어떡해. 나 매번 공연할 때 그렇게 불러야 되는 거 아냐?”

“계속 그렇게 해야 했으면 와냐 모리스도 목 나가서 공연 못 했어. 상관없다니까. 남는 건 음원이라고.”

서연이와 정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확신 어린 어조로 말하니 긴가민가한 모양이다.

“틀어봐. 열린 마음으로 다시 들어봐야겠어.”

서연이가 바로 손을 움직였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정아의 갈라진 보컬.

서연이와 정아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사장님 말이 맞네···. 이게··· 왜 좋지?”

정아도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진짜 이대로 해도 되는 거 맞아?”

1992년에 발매된 ‘End Of The Road’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1956년의 엘비스 프레슬리의 11주 연속 1위 기록을 무려 36년 만에 경신한 곡.

고작 갈라진 목소리를 그대로 싣는다는 얕은 공통점 때문에 거창한 예시를 들어버렸지만.

정아의 이 파트를 들었을 때, 왠지 그 거창한 예시에 걸맞는 대박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불안함을 눈에 담으며 묻는 정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대로 진행시켜!”

< 이대로 진행시켜!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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