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68화 (68/124)

< 너 그거 과욕이야 >

음악방송 공개홀 건물을 보자마자, 서연이는 작게 심호흡을 하며 물었다.

“저 그냥 감사하다고 말하면 되죠?”

“응. 인사하면서 말해. 특별히 뭘 할 필요는 없어. 바라지도 않을 거고.”

“음. 간식이라도 드릴까요?”

“그 정도는 괜찮겠다.”

서연이도 놀랐지만 나도 놀랐다.

서도현이 우리를 갑자기 왜 도와준 걸까?

아무 생각 없이 그러진 않았을 거다.

경력이 얼만데, 이번 컴백에서 가장 큰 라이벌을 아무 생각 없이 도와주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나도 함께 해온 세월이 있었기에 서도현에 대해서 알 만큼 알긴 하는데, 이번엔 정말 무슨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인 건지 모르겠다.

사람을 어느 정도 안다고 하여 모든 생각을 꿰뚫어볼 수는 없을 테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내리자.”

“네.”

우리는 주차를 하고 공개홀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구서연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앞이 우리가 써야 할 공용 대기실이라, 가는 도중에 마주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어디 돌아다닐 때마다 왠종일 인사를 해야 할 거다.

우리는 이미 공용 대기실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오늘 출연자들 중에서도 서연이가 제일 데뷔가 늦으니, 서연이에겐 죄다 선배다.

“안녕하세요! 구서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컴백 축하드려요. 이번 음악도 너무 좋아요. 아까 방송한 것도 봤어요.”

선배 가수가 사근사근 반갑게 서연이를 맞이해줬다.

아까 방송한 거라 함은 ‘김석희의 아메리카노’를 말하는 거다.

서연이는 거기서 통기타를 치며 밴드 없이 노래를 불렀는데, 관객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당연한 일이다. 뜨겁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가수로서는 이제 고작 두 번째 싱글이라지만 그 외에 활동한 것도 많았기에, 우리에게 성공은 퍽 익숙해졌다.

하지만 질리는 맛이 아니었다. 언제나 짜릿하고 기쁘지.

“헤헤. 감사합니다.”

다들 서연이보다 선배긴 한데, 누구 하나 서연이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서연이와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속 보인다, 속 보여.’

서연이는 가수이기만 한 게 아니라, 작곡가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그들의 행동이 눈살이 찌푸려지지는 않았다.

지금 내 눈앞에 서연이 말고 또 다른 천재 작곡가가 있다면 나라도 저렇게 행동할 테니까.

이건 어찌 보면 노력과 생존의 일환이기도 하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우린 자리로 돌아와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아예 입 발린 소리는 아닌 것 같아. 진짜 무대가 좋긴 했잖아.”

“장르빨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통기타 안 좋아하는 사람들 별로 없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근데 사실 장르빨보다는 노래빨이랑 가수빨이 심했지.”

“하긴, 가수가 워낙 이뻐야죠.”

우린 키득거리며 기쁨을 나눴다.

그녀의 곡, ‘우리’의 가사처럼,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되니까.

사전 녹화 시간에 맞춰 왔기 때문에, 우리는 얼마 기다리지 않아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팬들 역시 공개홀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서연이는 공개홀 안을 꽉 채운 팬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방송 봤어요?”

“네!”

대답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서연이도 웃었고, 팬들도 웃었다.

‘우리’의 순위는 여전히 2위.

그러니 모두가 기분이 들뜨고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할게요.”

팬들과 얼마간 대화를 나누던 중, 피디의 말에 서연이가 크게 대답하고는 무대 중앙에 섰다.

곧이어 음악이 흘러나오고, 서연이는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번 활동엔 댄스가 없다.

하지만 무대가 단조롭거나 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곡이 신나기도 하고, 서연이의 표정도 너무 신나 보여서.

그리고 팬들의 함성과 떼창 소리도 빠질 수 없지.

댄스는 없었으나, 웬만한 댄스 곡보다 백 배는 더 흥겹게 느껴지는 무대였다.

난 팬들의 표정을 관찰하듯이 바라봤다.

팬송이라고 명시한 적은 없지만, 여기 모여 있는 팬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팬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건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겠지.

팬카페나 팬클럽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서연이와 같이 ‘우리’라는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위로와 기쁨을 받는 거지. 음악의 순기능이다.

나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건 사실 서연이가 나와의 유대감을 노래로 만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뿌듯한 마음이 들곤 하는데, 이 또한 음악의 순기능이었다.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와 내가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한, 이 노래는 내 귀에 계속해서 좋게 들리겠지.

한 길 사람 속 모르고, 미래는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기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곡이 기분 좋게 들리지 않을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전 녹화를 끝내고 팬들과 인사한 서연이가 무대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진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맺혀 있었다.

나 또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고, 우리는 함께 복도를 걸었다.

곡이 주는 행복한 상상과 여운에서 미처 빠져나오기도 전에, 우리는 지금 막 도착한 듯한 서도현 일행과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봤다.

서도현 뒤에는 권본부장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 날 바라보는 표정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누가 보면 친구인 줄 알겠네.

이럴 줄 알았는데도 헛웃음이 나왔다.

권본부장과 내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난 저 인간이 자신의 안위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각도를 좀 바꿔서 바라보자면, 오로지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좋은 가장일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날 보며 반가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성공을 해버린 게 작은 계기가 되어 최이사가 쫓겨났기 때문일 거다.

그 덕분에 자신이 본부장이 되었으니까.

저 인간의 머릿속에선 별이에 대한 아쉬움도 없고, 정아에 대한 아쉬움도 없겠지.

그리 훌륭한 위인은 아니나, 단순하고 담백한 면도 있어서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양쪽 일행들 사이에서 먼저 입을 뗀 건 서연이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구서연입니다! 아까 라이브 방송에서 노래 불러주신 거 봤어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노래가 정말 좋아서 부른 건데요, 뭐.”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도현은 날 또렷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은은하게 미소 지었다.

호불호 없는 저 매끈한 미소.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이 이렇게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으면, 투명하게 감정이 엿보인다.

음험하거나 악의적인 뜻 없이, 그저 호의만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난 안 그런데···. 젠장.

“형, 제 곡 들어봤어요?”

“들어봤지. 좋더라.”

난 감상을 덧붙이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급히 닫았다.

이제 난 외부 사람이니 이 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지. 참견이다.

“그게 끝이에요? 별로 안 좋았나?”

“아냐. 정말로 좋았어.”

“그래요?”

“어.”

“다행이네요. 형이 그렇게 말하면 믿을 수 있지.”

저놈의 보조개가 깊어졌다.

부담스러워서 시선을 돌리니, 권본부장이 이제 제 차례라는 듯 손을 올리며 능글맞게 웃었다.

“김사장, 오랜만이야. 요새 잘나가서 보기가 너무 좋아. 서연 씨, 이번 노래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예능도 좋고.”

“···감사합니다.”

서연이 떨떠름한 얼굴을 애써 숨기며 말했는데, 내 눈엔 티가 났다.

권본부장에게 좋은 감정이 들 수가 없겠지.

우리와 GO엔터의 사이를 모두 알고 있고, 서연이가 만든 별이의 데뷔곡 때 어떤 방해를 받았는지 아니까.

서도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방금 전에 했던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닫기도 했다. 턱 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집어넣고, 말을 고르는 모양새였다.

그러더니, 시선을 올려 내게 말했다.

“형, 축하드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서연이의 2위를 축하한다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지금까지 내게 일어났던 좋은 일들을 다 축하한다는 뜻은 아닐까?

문득 쟤가 서연이의 곡, ‘우리’를 어떻게 들었을 지가 궁금해졌다.

이 곡을 들으며 무엇을 떠올렸을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으나,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 고맙다.”

두 일행은 서로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고.

서연이는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화들짝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 간식 안 드렸다!”

“나중에 줘.”

“음. 그럼 되겠죠?”

곧바로 평온을 되찾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도 얘를 좀 본받아야겠다.

얘 머릿속엔 잡념이 떠돌아다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아주 깨끗할 것 같다.

***

서연이와 첫 주의 음방을 마치고, 우리는 평일에 같이 지방행사를 가기 위해 길에 올랐다.

운전은 새로운 로드 매니저가 맡았다.

이제 슬슬 인력을 좀 충원해야지.

실장님들도 언제까지 로드와 실장직을 겸할 수 없으니, 각자 팀을 꾸리게 해야 했다.

난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운전하는 매니저를 잠깐 바라보다가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일본 진출도 머지 않은 것 같네.’

서연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물론 거기에서도 서도현이 우세이긴 하나, 일본에서 활동 한 번 안 한 서연이가 인기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난 그 이유를 보고받았다.

귀여운 얼굴과 귀여운 행동, 귀여운 미소.

그냥 귀엽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서연이의 기타 실력과 이번 곡이 엮여 있었다.

엄청난 기타리스트가 정작 두 번째 곡에선 힘을 숨기고 단순한 연주의 노래를 한다는 게 일본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됐나 보다.

실력을 숨긴 강자라나, 뭐라나.

솔직히 말해서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이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엮여서, 서연이의 팬들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 국내에서 열심히 활동했을 뿐인데 이렇게 좋아해주고 있으니.

“사장님! 저 지금 1등이요!”

“뭐!?”

난데없이 들려온 빅뉴스에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 와중에도 운전에는 흔들림이 없었으니, 점수를 매기자면 백 점짜리 매니저였다.

서연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내 얼굴 앞에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훅 들이민 핸드폰에 코가 살짝 닿았다.

자칫 잘못했으면 코 뼈가 박살났었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난 서연이의 손목을 붙잡고 좀 거리를 떨어뜨려서 봤다.

+

1. 우리 – 구서연

2. Must Set To Rise – 서도현

+

“미쳤다!”

서연이와 난 서로 동그랗게 뜬 눈을 마주했다.

“진짜 1등 맞죠? 이거 거짓말 아니죠?”

“응, 거짓말이야.”

“···와아아! 1등이에요!”

“축하해.”

딱히 특별하게 한 일은 없었다. 그냥 음방에 집중한 게 다다.

그런데 며칠 만에 순위가 뒤집혔다. 순전히 곡과 대중성 덕분일 터.

그 어느 때보다도, 깔끔한 대승을 거둔 느낌이었다.

“서연아, 그래도 앞으로 계속 1등을 아닐 거야. 당분간 엎치락뒤치락하겠지.”

“그래도 이게 어디예요!”

“그건 그렇지. 이게 어디냐, 진짜.”

난 씩, 웃으며 물었다.

“오늘 먹고 싶은 거 있어?”

서연이의 눈이 순식간에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일단 가는 길에 휴게소부터 들리죠.”

“그래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팬미팅이니까 너무 고삐 풀린 것처럼 먹으면 안 된다? 적당히.”

“네, 적당히. 별이가 먹는 양의 딱 반 정도만 먹을게요.”

“···너 그거 과욕이야.”

“그럼 3분의 1로?”

“4분의 1로 하자.”

“네.”

배 터지게 먹을 생각에, 그녀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

‘일도 잘하는 밴드’의 촬영장.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에 김석희가 김성혁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네?”

“녹화에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서.”

“하하···. 그게 보였어요? 죄송해요.”

김석희는 김성혁이 앉아 있는 목재 테이블 위에 걸터앉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어 오긴 했는데, 함부로 캐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곳에 거치되어 있는 카메라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긴 하나, 이 장면은 편집될 터.

“사실··· 곡을 하나 썼거든요.”

김석희가 더 묻지 않았는데도 김성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민에 대해 얘기를 꺼냈고.

김석희는 이에 반색했다. 음악에 대한 얘기라면 다르다. 얼마든지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주제니까.

“곡이 잘 안 나왔어?”

“아뇨. 곡은 너무 잘 나왔어요. 애초에 영감을 받아서 확 쓴 거라.”

“그래? 근데 문제가 뭐야?”

“···사실은 이게 별이 무대 보고 떠오른 거거든요.”

김석희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고민이 생각보다 별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랬다.

김별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하하. 말 꺼내기 힘들어서 그런 거야?”

“네. 장르가 락이라서요.”

“락?”

좋은 일인데 어째서 이렇게 고민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락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김별이 하던 장르는 아니니까.

하지만 여전히 차트 상위에는 김별이 참여한 힙합 곡도 있었고, 트로트 곡도 있었다.

다른 장르의 곡을 주는 게 부담이 옅어졌다는 뜻.

원래라면 한창 잘나가는 신인이 락이라는 장르에 선뜻 발을 내미는 건, 저항을 받을 리스크도 있으나.

지금은 타이밍이 꽤 적절한 것 같았다.

김석희의 시선이 주변의 한 곳으로 향했다.

구서연, 김별, 그리고 김유민이 모여 있는 곳.

김석희는 충분히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래도 들려주는 건 문제없잖아. 밑져야 본전인데 뭐 어때.”

김성혁은 무언가 못다한 말이 있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밑져야 본전. 들려주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

몸을 일으킨 김석희와 김성혁은 함께 걸음을 옮겼다.

구서연, 김별, 김유민이 모여 있는 방향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던 피디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직감했다.

“감독님.”

카메라 감독에게 급히 신호를 주자, 카메라 한 대가 그들을 찍기 시작했다.

김성혁은 자신에게 모인 시선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별아, 내가 곡을 하나 만들었는데.”

“제 곡이요?”

김성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카메라가 그들을 향했다.

“락이긴 하거든? 한 번 들어볼래? 일단 가이드 녹음까지는 해놨어.”

어쩐지 자신감이 없는 어조와 표정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김별은 김유민을 슬쩍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어보고 싶어요.”

김성혁이 피디를 쳐다봤다. 이제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데 카메라가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피디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혹시 이어폰 말고 스피커로 들으면 안 될까요? 방송엔 소리 안 나갈 겁니다. 여차하면 다 편집할 거고요.”

그냥 나중에 들려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잠시, 김성혁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지금의 이 장면 역시 도움이 될 건 분명했으니까.

그들은 다 함께 일어나 움직였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일도 잘하는 밴드’.

당연히 스피커는 마련되어 있었고, 김성혁은 스피커에 핸드폰을 연결하며 부연 설명도 하지 않고 바로 음악을 틀었다.

다들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시작부터 ‘두두두두두두!’ 드럼이 맹렬하게 몰아쳤고.

일렉 기타가 앞에 있는 모든 걸 찢어발기듯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

“···!”

김성혁이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다.

모두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비··· 메탈이네요···?”

"이것도 라, 락이긴 하지...."

김성혁은 사실만을 말했다.

헤비 메탈은 락이다.

< 너 그거 과욕이야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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