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53화 (53/124)

< 할 수 있지 할 수 있고 말고 >

“···저 분은 누구십니까?”

이유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묻는 심성균 감독.

난 유진이에게 손짓했다.

“유진아, 인사드려. 심성균 감독님.”

“안녕하세요, 감독님. WE엔터 매니- 아니, 연습생 이유진입니다.”

“매니?”

그녀를 대신 소개했다.

왠지 심감독님의 기색이 심상치 않아서.

“저희 회사 매니저였는데 제가 가수로 키워보고 싶어서 사정사정했습니다. 지금은 연습생이고, 보셨다시피 댄스를 엄청 잘 춰요. 노래도 잘하고요. 안무도 잘 만드는데, 별이 안무랑 서연이 안무도 다 유진이가 만들었어요.”

이유진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날 쳐다봤고.

난 살짝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에게 사정사정한 적은 없지만, 이 정도의 포장은 합법이지.

“예!? 이분이 구서연 씨 안무를 만드신 분이라고요? 허!”

깜짝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졌다가, 탄성과 같은 헛웃음을 흘린다.

묘한 눈으로 이유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감독님.

그는 금세 표정을 무겁고 진중하게 바꾸며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고민에 잠긴 모습이었다.

“감독님.”

“···.”

“감독님!”

임대표가 그런 심감독의 허리를 쿡 찌르며 조용히 아우성을 쳤다.

심감독의 눈이 그를 향하자, 임대표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한쪽으로 눈짓했다.

심감독의 고개가 돌아갔다.

“···!”

팔짱을 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는 유정아.

그녀는 자신에게 모이는 시선에 눈썹을 올렸다.

“왜요?”

“아, 저···! 그게 아니라 조연 때문에 그랬습니다! 정말입니다!”

무려 유정아가 댄스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데 한눈이 팔렸다.

큰 실수를 저질러버렸다고 생각하는지 심감독과 임대표가 변명하며 눈치를 살폈다.

이에,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유정아가 미간을 좁히며 혀를 찼다.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요. 절 정말 ‘류지혜’처럼 보시는 건 아니죠? 저 그렇게 막나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런 걸로 성질 부리는 그런 애들이랑 같은 취급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전 조금도 신경 안 쓰니까.”

“그럼요!”

“당연합니다! 오해한 적 없습니다!”

정아가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휘날렸다.

“오해하고 계시잖아요, 지금. 전 그런 스타일 아니라니까요?”

“맞죠!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아.”

사실 회의실에서도 정아는 별 말 안 했다.

댄스를 별로 못할 것 같다고 지레짐작해서 아니라고 말했던 거고, 믿지 않아서 진짜라고 한 것밖에 없지.

‘억울하긴 하겠네.’

뭐, 저분들도 차차 적응할 거다.

얘가 그렇게 ‘모두에게’ 까탈스러운 스타일은 아니거든.

‘나한테만 까탈스럽지···.’

난 쩝, 입맛을 다시며 유진이를 바라봤다.

뭘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듯, 눈으로 내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게 기회라는 걸 그녀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난 손으로 허공을 내리누르며 여기 가만히 있어보라고 손짓했다.

‘예!? 이분이 구서연 씨 안무를 만드신 분이라고요? 허!’

‘아, 저···! 그게 아니라 조연 때문에 그랬습니다! 정말입니다!’

서연이의 안무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보였던 묘한 반응.

그리고 심감독의 입에서 나온 ‘조연’이라는 단어.

슬슬 유진이의 데뷔에 대해 얘기를 꺼내보려던 찰나였는데.

어쩌면 여기서 귀가 솔깃한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별로다 싶으면 말고.’

한 번 들어본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지.

기존에 얼개만 짰던 계획과 한 번 비교해봐야겠다.

***

심감독의 머릿속엔 자꾸 이유진에 대한 생각이 꾸역꾸역 차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눈앞에서 댄스를 준비하고 있는 유정아.

‘성희주’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류지혜’ 역할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집중해야지.’

그리고 사실, 이유진 말고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또 있었다.

‘연습복이 있어···.’

유정아는 연습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심지어 신발도 바뀌어 있다.

‘뭐지?’

오늘 자신과 임대표에게 댄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미리 가져다둔 건 아닐 거다.

감독에게 어필하려는 신인 배우도 아니고, 탑스타 중에 탑스타 유정아니까.

심사와 고민의 주체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다.

“오빠, 틀어줘.”

심감독의 상념을 거기서 뚝 끊어내고 눈빛을 빛냈다.

넋 놓고 있다가 다시 보여달라고 할 순 없을 테니.

사실 그리 기대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연습생 출신이었다지만 유정아가 댄스?

SNS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그건 노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유정아가 댄스라니.

연습복을 입고 이렇게 서 있기는 하지만 잘 출 것 같은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스피커를 통해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이유진이 안무를 만들었다는 구서연의 데뷔곡, ‘Escape’.

무대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었기 때문에, 심감독의 집중력은 저절로 끌어올려졌다.

화제가 되었던 기타 루프.

박자에 맞춰 유정아의 작고 가녀린 몸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헉!”

헛것을 보고 있나?

임대표가 내는 소리로 보아,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건 아닐 텐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유정아가, 그 유정아가, 이 유정아가.

춤까지 잘 춘다!

그리고 열심히 춘다. 그것도 엄청.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유정아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탑스타라는 위치 때문에, 그리고 쏘아내는 듯한 말투 때문에, 그녀를 ‘류지혜’와 비슷하게 봤다.

입가에 환희의 미소가 피었다.

물론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봤던, ‘지나치게 잘하던’ 댄스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딱, 딱, 정확하게 끊기는 동작에 속이 다 시원해졌다.

‘저 배우가 내 영화의 주연이라고?’

실실거리는 미소는 점차 깊어져만 갔다.

댄스를 잘한다던 그녀의 말은 한 치도 틀림이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댄스를 필름에 담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가 빠르게 도는 듯하다.

머릿속에서 실시간으로 콘티가 대폭 수정되고 있다.

욕심을 덜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기존의 콘티보다 훨씬 더 많이, 아주 잔뜩 욕심을 부려야 옳다.

연기는 업계 탑 수준인데, 노래도 잘하고, 심지어 댄스까지 잘한다니?

스스로 초짜 감독이라 생각하는 그에게 있어선, 입꼬리가 찢어지지 않고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후우-“

댄스를 끝까지 끝내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숨을 고르는 유정아.

그녀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말씀드렸잖아요. 저 잘한다고.”

***

정아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증명했으니까, 이제 볼 일들 보세요.”

정아가 턱짓으로 내 옆을 가리켰다.

그녀의 턱짓을 따라, 이유진과 나에게 닿는 심감독과 임대표의 시선.

정아는 그 말을 내뱉고는 이제 자신의 차례는 끝났다는 듯이 그대로 소파로 향했다.

여유롭게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까지 낀다.

그리고 우리를 구경하듯이 바라봤다.

자태가 퍽 건방져 보이기는 해도, 온도는 꽤나 따스했다.

이유진을 위해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정아도 이게 어쩌면 유진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에, 은근슬쩍 돕는 거겠지.

‘하여간.’

난 입꼬리를 올리며 심감독과 임대표에게 물었다.

“정아랑은 계약하실 거죠?”

“당연히 해야죠! 저희는 무조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의 얼굴이 흥분으로 벌게졌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거겠지만 확답을 들으니 기쁨의 함성이라도 터뜨릴 기세다.

사실 정아의 캐스팅을 인질로 삼아, 유진이까지 얹을 수 있기도 했다.

심감독이 먼저 관심을 보였었기에 무리하거나 그리 무례한 부탁도 아닐 터.

하지만 우리가 매달릴 입장은 아니다. 유진이가 아직 데뷔도 하지 못해서 쥐뿔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포텐만큼은 나도 감히 예측이 되질 않았다.

그러니 끝까지 들어보고서 결정해야지.

아까도 생각했듯이, 별로일 것 같으면 기존에 얼추 짜놓았던 계획대로 갈 생각이다.

“예,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아까 하셨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난 유진이에게로 시선을 끌어모으며 말했다.

심성균 감독의 얼굴이 아까처럼 되돌아왔다.

표정은 대체로 차분하게 가라앉았지만,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처럼 눈빛만큼은 날카롭다.

“처음에 구서연 씨 무대 영상을 보고 안무가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런 비슷한 느낌의 안무가 필요한 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분이었네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춤을 추는 걸 보니, 안무가로서 말고도 조연 캐릭터가 떠오릅니다. 춤을 정말 무섭게 잘 추시기도 하고, 비주얼이랑 분위기까지, 시나리오 속에서 현실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아요.”

짐작되는 캐릭터는 있었다.

그거 참 매력적이던데.

“그 역할이 혹시···.”

“’성희주’입니다.”

역시.

단역도 아니고 조연.

연기력이 그렇게 요구되는 캐릭터도 아니다.

댄스만 끝내주게 추면 되는데, 감독의 말대로 비주얼이랑 분위기가 유진이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연기력이 크게 요구되는 캐릭터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서 심감독님도 연습생인 유진이를 보면서 눈을 빛낸 거겠지.

실제로 이런 일은 꽤 비일비재하다.

모든 캐스팅에 있어, ‘연기력’이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건 맞지만, 이미지 캐스팅도 많다.

더구나 댄스를 끝내주게 추는 배우가 얼마나 된다고.

웬만큼 잘 추는 배우는 잘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진이만큼 추는 배우는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거다.

어지간히 독보적인 수준이어야지.

애초에 수준급의 댄스 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연기력이 크게 필요 없는 캐릭터를 짰을 거다.

영화를 찍는데 이 역할만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 테니까.

심감독님은 이리저리 재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저희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은데, 혹시 오디션을 좀 봐도 괜찮겠습니까?”

댄스를 이미 봤고, 그녀를 욕심내는 게 선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오디션을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이미지 캐스팅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연기력은 필요하거든.

교정을 감안해도 도저히 써먹기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이미지 캐스팅이고 뭐고 없는 거지.

난 곧장 대답하는 대신 유진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내게 말하는 듯했다.

‘대답 안 하고 뭐 해요! 선배! 빨리 잡아요!’

동그랗게 뜬 눈에 힘을 주며 승낙을 종용하고 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서요. 상의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

왜 그랬을까?

바로 승낙하면 됐을 텐데, 굳이 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걸까?

유진은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를 지켜봤던 시간에 비추어 보면, 분명히 어떤 생각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가 이대로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태평하게 앉아 있는 유정아에게 물었다.

“글쎄? 믿고 기다려봐. 돌아와서 다 설명해주겠지.”

이 기회가 얼마나 큰 기회인지는 매니저였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막말로 지금 당장 데뷔를 하는 것도 아니-

“어? 데뷔?”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이 ‘데뷔’로 뻗어나가니 얼핏 말이 되는 것 같았다.

혹시 데뷔시키려고 그런 건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찰나 환해졌던 얼굴이 다시 근심에 잠겼다.

조금 일찍 데뷔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한 기회를 잡는 편이 훨씬 빠른 지름길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영화에 유정아까지 출연하는 이상, 흥행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맞았다.

그때 마침.

그들을 배웅하러 갔던 김유민이 연습실의 문을 열고 휘적휘적 들어왔다.

“선배!”

유진은 득달같이 다가가 물었다.

“왜 그랬어요?”

“하하. 그렇게 하고 싶어? 시나리오도 안 봤는데?”

하고 싶다는 걸 아는데도 저러니 더욱 이해가 안 간다.

여유로운 얼굴을 보니 계획이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지, 자신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역할을 받아들이는 게 더 나은 것 같았다.

“시나리오가 무슨 상관이에요! 저 이거 꼭 하고 싶어요. 생각해봐요! 정아 언니까지 출연하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죠? 그럼 거기에 제가 조연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춤도 많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관객들한테 인상도 박힐 거고, 인지도도 높아지겠죠? 그리고-”

지식과 경험에 의거하여, 주관적이지만 논리적인 생각을 쏟아냈다.

연기 열심히 배우겠다, 시나리오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 하며 의지와 입장을 말하기도 하고.

김유민은 그 얘기를 묵묵히 듣다 말고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웃어요? 선배, 웃음이 나와요? 전 선배 때문에 속 터져 죽겠는데?”

“그래도 네 의견도 안 물어보고 덜컥 한다고 할 순 없잖아. 그리고 거절한 것도 아니야. 시간만 끈다고 했지.”

“제가 하고 싶어하는 거 알고 있지 않았어요? 신호를 그렇게 보냈는데.”

김유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영화에 참여하고 싶냐는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

“다른 의견이요? 어떤 거요?”

유민은 왠지 모르게 짓궂어 보이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촬영도 하면서 데뷔도 동시에 준비하면 어떨까? 이미 실력은 완성됐으니까, 개봉 한두 달 전까지 데뷔하는 걸 목표로 해보는 거야.”

“···네?”

잘못 들었나? 벙찐 얼굴로 되묻는데.

뒤에 있던 유정아가 이를 갈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딱 개봉에 맞춰서 데뷔시키려는 거겠지? 꼭 그런 계획이 있을 거라고 믿을게.”

유진은 유정아를 돌아볼 정신도 없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감독님 말 들어보면 만들어야 할 안무도 있는데, 거기에 연기도 배워야 하고, 내 데뷔 준비까지 같이 한다고? 내 곡의 안무는? 그것도 내가 만들고 싶은데··· 그리고 노래 연습도 같이 해야 되잖아.’

빠르게 돌아갔던 머리가 새하얘지며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윤곽을 보는 것만으로도 산 넘어 산이었다.

오히려 김유민이 설명해주기 전보다 더 어지러울 정도.

“그걸 어떻게 동시에 해요! 하나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유민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왜 못 해?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연기 좀 배우면서 네가 잘하는 춤 추면 되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야?”

“그게 말이 쉽죠! 전 그렇게 역량이 큰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선배가 절 좋게 봐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막 뛰어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아냐,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네가 시나리오를 못 봐서 그래. 그렇게 엄청난 비중이 있는 건 아냐. 잘하면 최고의 연기 선생님도 모실 수 있을지도 몰라.”

입매를 끌어올리며 말하는 김유민.

유진이 미간을 좁히며 소리쳤다.

“웃지 마시고요!”

“하하하!”

“···하아. 머리 아파. 선배, 저 진짜 이마가 지끈지끈해요.”

그때, 뒤에서 유정아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설마 그 최고의 연기 선생이라는 게···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려고 했는데··· 안 돼? 같은 작품이라서 그렇게 시간도 안 뺏길 것 같은데··· 데뷔 준비 때문에 좀 그러려나?”

유진은 몸을 돌려 울상인 얼굴 그대로, 유정아를 바라봤다.

눈을 마주친 유정아.

그녀의 입꼬리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말려 올라갔다.

“할 수 있지. 할 수 있고 말고.”

유진의 눈에는 어쩐지 악마 같은 미소로 보였다.

< 할 수 있지 할 수 있고 말고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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