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50화 (50/124)

< 구서연의 특별 무대 >

-김별 씨! 축하드립니다!

그 말 뒤로 들리는 함성.

“별아-“

그리고 옆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서연이.

먹먹한 소리가 귀를 울리는데, 무슨 소리인지 잘 들리지 않는다.

다들 자신을 쳐다보고 있고, 박수를 치고 있다.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난 김별.

그녀의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귀로는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이 고요하게 요동친다.

무대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

정해진 길을 따라 생각없이 발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무대 위였다.

자신의 앞에 마이크가 있었고, 양손에 묵직한 트로피가 들려 있다.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렸다.

눈이 부실 듯한 비추는 조명 너머로 가수들이 앉아 있다.

그 너머로 관객들이 장내에 가득하다.

관객들과 가수들 모두 이곳에 있는 자신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다.

“-별! 와아!”

“우와아아!”

멍했던 머리가 일순간에 깨어나고, 먹먹했던 소리가 선명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귀가 터질 것 같은 환호성.

조용히 이 모든 것을 눈에 담던 김별의 입술이 열렸다.

“어···.”

목소리만 떨릴 뿐만 아니라, 입술도 파르르 떨리고 있다.

이제 보니 트로피를 들고 있는 손도 떨리고 있다.

꽈악, 김별은 트로피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신인상. 신인상이었다.

실수로라도 절대 떨어뜨릴 수 없는, 보물보다 귀하고 소중한 트로피.

김별은 벅차오르는 감정과 흐트러진 숨을 가다듬지도 못한 채 다시 입을 열었다.

“김별입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까 봐··· 아.”

제대로 인사를 안 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김별은 황급히 허리를 푹 숙였다.

두 손으로는 트로피를 꽉 쥔 채로.

“안녕하세요. 김별입니다.”

“하하하하!”

“푸하하!”

가수석을 포함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김별의 정신이 조금은 깨어났다.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김별은 부드럽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신인상을 탔나 봐요. 그래서 수상소감 중이기는 한데··· 감사 인사를 해야 하니까, 그···.”

다시 웃음이 터졌지만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고 있는 그녀에게는 닿지 않았다.

“일단 팬분들께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언제나 마음을 표현해도 모자란 것 같아서요.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서연이.“

팬을 언급했을 때도 환호성이 터졌지만.

김별이 서연을 언급하는 순간, 더욱더 커다란 소리가 시상식장을 무너뜨릴 듯이 터져 나왔다.

누가 보면 같은 그룹의 멤버인 줄 알겠다.

“서연아, 너무 고마워. 이런 좋은 곡 만들어주고, 계속 응원해주고. 어···.”

슬슬 걱정이 됐다. 혹시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거 아닐까?

대상도 아닌데, 사람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덜컥 들었다.

김별은 누가 재촉한 것도 아닌데, 말을 빨리 했다.

“그리고 우리 WE엔터 직원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처음 이곳에 섰을 때부터 머릿속에 떠올랐던 그.

김별의 시선은 관계자석에 앉은 김유민에게 닿았다.

소감의 마지막은 그의 이름으로 장식해야 했다.

그런데.

김유민의 얼굴이 이상하다.

입술을 깨물고, 어깨를 잘게 들썩이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있다.

“···!”

마치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오빠, 울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김별.

그 놀란 목소리가 장내에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장내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그쪽을 향해 따라갔는데, 카메라가 센스 있게 김유민을 찍었다.

스크린에 커다랗게 담기는 김유민의 얼굴.

울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고 있는 듯, 굉장히 힘겨워 보인다.

그런데 이미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올라 있었다.

“크하하하하!”

“푸하하하!”

김별의 일부 팬들이야 그렇다 치고.

와인드업의 팬들이 이곳에 많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김유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물론 김유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관계자석에 앉은 그를 매니저, 혹은 사장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오빠···. 감사합니다. 그리고 울지 마세요.”

끝으로 향할수록 울먹거리는 목소리.

모두의 시선은 다시 김별에게로 향했다.

툭 튀어나온 아랫입술.

한 순간에 감정이 울컥, 터졌는지 굵은 눈물이 방울져 뚝, 떨어져 내렸다.

스탭과 가수, 관계자를 포함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를 TV와 인터넷으로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김별’이라는 두 글자의 이름이 콱! 하고 박히는 순간이었다.

***

‘와···. 쪽팔려.’

쪽팔린데 기쁘고, 수치스러운데 행복하다.

내가 키운 연예인이 상을 받는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정체 모를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이야.

이러니까 우리 애들한테 비즈니스라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지.

뭐, 정아야 상을 받는 게 너무 익숙해서 이젠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 됐지만, 또 그녀가 가수로서 상을 타게 되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다.

“사장님, 이것 좀 보실래요?”

정실장님이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고.

화면엔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떠 있었다.

+

[와 김사장 이젠 오빠 소리 듣네;;;;]

(사진)

-울본데 어떻게 사장이냐곸ㅋㅋㅋㅋ

-맞지ㅋㅋ 동생은 아니니까 오빠라고 부르는 것뿐임ㅋㅋㅋ

-내가 유치원 선생님인데 애들 혼내려고 “쓰읍!”하면 딱 저 얼굴 나옴.

-유치원 애들이 저렇게 무섭게 생김?ㅋㅋㅋ 무표정일 때 봐라. 지린다 진짜.

-보고 왔는데 잘생겼는데?

+

“···.”

“사장님, 반응이 뜨겁습니다. 하하!”

눈을 가늘게 뜨며 정실장님을 노려보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젠장. 내 권위를 내 손으로 떨어뜨렸네.

오늘이 지나기도 전에 저 사진은 우리 회사 직원들 핸드폰에 싹 다 저장되어 있을 거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오른쪽의 박실장님을 바라보는데, 이분도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다.

“하아.”

그래, 놀려라. 웃어라.

별이가 상 받았으면 됐지.

이들이 아무리 놀려도 내 기쁜 마음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직도 춤 출 듯이 기쁘다.

그때.

마치 비명 소리처럼, 찢어질 듯한 함성이 온몸을 덮쳤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소리.

낯설지 않다.

언제나 그들은 이런 함성을 몰고 다녔으니.

시선을 돌려 무대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키운 4명의 보이그룹.

K팝 보이그룹의 완전체라고 할 수 있는 와인드업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저 준비자세는 너무 익숙하다.

어떤 특별한 무대에 가더라도 퍼포먼스의 변동 없이, 기본형만을 고집하기로 약속한 곡.

내가 그들을 맡고 처음으로 발매한 곡이자, 그들이 처음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 곡.

정규 1집 발매 이후 첫 번째 싱글, ‘Weakness’.

오늘 그들이 선보일 수많은 무대들 중 첫 번째 곡이었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들리는 떼창.

거대한 물결이 되어 출렁이는 응원봉의 불빛.

그리고 무엇보다 찬란한 네 명의 퍼포먼스.

매일매일 부지런하게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였다.

난 저들이 펼치는 무대를 담담히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최고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도 만족을 모르는 그들.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실력 향상만을 바라보며 쉼 없이 달려간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빚은 작품이지만, 새삼 경이롭기까지 하네.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들의 눈물과 슬픔, 그들의 분노, 그들의 기쁨과 즐거움.

우리는 많은 것들을 함께 공유해왔지만, 이젠 추억이라고 불러야 할 것들이었다.

-인기상입니다! 축하합니다! 와인드업!

신인상 남자 부문, 신인상 여자 부문, 그리고 인기상까지 불렀다.

남은 상은 올해의 노래, 올해의 가수, 올해의 앨범까지 세 개.

그 주인이 누가 될지는 이미 뚜렷하게 보이는 듯했다.

재능과 운, 그동안 걸어왔던 길, 나와 직원들의 노력, 회사의 투자, 그들이 흘린 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일 터.

앞으로도 얼마간 그들의 전성기를 위협할 아티스트는 없겠지.

그런데···.

어째서일까?

‘저도 가능성 있는지 봐주세요. 아이돌로 데뷔하면 어떨지.’

이유진의 목소리가 문득 귓가를 스쳤다.

‘표정 보니까 안무는 잘 뽑혔나 보네?’

‘글쎄요? 선배가 판단해보세요.’

분명히 저렇게 경악스러운 수준에 달한 그들이건만.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까이 다가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요? 진짜죠? 저 가능성 있는 거 맞아요? 우리 친하다고 장난하거나 그러면 안 돼요.’

‘그래. 너 이제 매니저 때려치고 연습에만 집중해. 데뷔하자.’

착각이겠지.

아마도.

***

“별이다.”

시상식이 끝나고 있을 회식 때문에, 나갈 준비를 진작에 끝마친 이유진.

그녀는 TV앞에 가까이 앉아, 화면에 보이는 김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데뷔곡 ‘So Happy’와 <어쩌다 입시학원>의 OST인 ‘나를 바라봐줘요’, 그리고 후속곡 ‘Hang Out’까지 세 곡을 모두 합친 무대.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인에게 이런 무대가 주어진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TV에서는 정말로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잘한다, 진짜···.”

댄스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났다.

저렇게 큰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일 텐데, 얼마나 긴장될까?

상상하려고 해봐도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데, TV속 별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니 그 어떤 때보다 더욱 빛나고 있었다.

이게 진짜 프로라는 거겠지?

‘언제 저렇게···.’

김별이 신인상을 받았을 때 유진은 펄쩍 뛰며 소리까지 질렀다.

지금도 축하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고, 기쁜 마음 역시 여전했다.

그런데 TV 속에서 누구보다 반짝이고 있는 모습을 이렇게 집에서 보고 있으려니, 왠지 거리감마저 느껴진다.

김별은 스타. 그리고 자신은 연습생.

“···연습하러 가고 싶다.”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연습이 너무 절실했다.

저렇게 되고 싶어서.

동생을 질투하는 못난 언니가 되고 싶지 않아서.

‘데뷔···. 할 수 있을까···.’

부족한 게 이렇게나 많은데, 과연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설령 데뷔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저렇게까지 커다란 존재가 되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바라지도 않아.”

저 정도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저건 과욕이지.

그저,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서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별로 환호도 받지 못하고 내려간 레모네이드마저 너무 너무 부러울 지경.

별이의 무대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시간만 보자면 분명 길었을 텐데, 그녀의 무대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유독 짧게 느껴졌다. 이런 게 바로 실력이겠지.

“서연이까지만 보고 출발해야겠다.”

압도적인 무대를 마치고, 커다란 환호성을 받으며 내려오는 김별.

다음으로는 VCR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순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김별의 특별 무대 다음은 바로 서연이의 특별 무대.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밴드 라이브 무대였다.

***

일본 도쿄의 가정집.

남동생과 누나,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한 가족이 스마트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와! 대단해! 역시 김별이라니까!?”

“대단하네···. 노래를 어쩜 저렇게 잘할까?”

후지하라 사토시는 감탄을 터뜨리는 어머니와 누나를 바라봤다.

드라마, ‘어쩌다 입시학원’을 통해 김별을 알게 되더니, 어느 순간 그녀의 팬이 되어 있었다.

“괜찮네.”

“그러네요.”

아버지는 코를 쓱 문지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닌 척해도 좋아하는 티가 확 나고 있다.

‘예쁘고 노래 잘하면 그게 최고지.’

사토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VCR이 나오고 있는 사이, 사토시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해봤고.

킥킥,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람은 역시 다 똑같은 모양이다.

-wwwww김별 최고야! \(T∇T)/

-벌써 끝이야?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어wwwww

-가지마! 안 돼! 김별 보려고 여기까지 기다렸단 말이야. o(TヘTo)

-김별의 무대는 정답이었습니다.

사토시는 인터넷 친구들에게 동감할 수 있었다.

여기서 떠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드라마로 유입된 팬들이겠지?

어쩌면 아버지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서연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구서연이 기타를 쳐줄까? 댄스도 하더만.”

“글쎄요. 인터넷에서는 한다고 하던데.”

“그럼 하겠지. 기다려보자.”

미소녀가 기타를 치는 영상이 커뮤니티에 화제가 됐었다.

사토시는 그 영상을 본 순간, 그녀에게 빠지게 됐다.

락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자신.

비록 그녀의 곡의 장르가 락은 아닐지라도, 음악 취향이 비슷했으니 바로 아버지에게 공유했다.

자신이 이렇게 열광할 정도면 아버지 역시 같겠지.

그리고 그 예상도 보다시피 정확하게 딱 들어맞았다.

아버지도 지금 구서연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때, VCR이 끝났다.

그리고.

“키이이이타아아아아-!”

“키타아아아아-!”

사토시가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도 마찬가지.

이들과 똑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키타wwwwwwwwwwww

-키타━━━━(゚∀゚)━━━━!!

-키타!!

-키──────타!!!!

‘왔다’, ‘떴다’라는 의미를 가진 일본어, ‘키타キタ’.

절묘하게도, 그들이 환호하고 있는 건 구서연이 메고 있는 ‘기타’ 때문이었다.

유려하게 잘 빠진 새하얀 일렉 기타의 바디.

구서연이 생글생글한 미소를 띠우며 무대 위에 서 있었다.

< 구서연의 특별 무대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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