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들과 함께하는 연예계 생활-20화 (20/124)

< 제가 비법 공유하는 거예요 >

끼익! 끼익!

농구 코트를 방불케하는 시끄러운 발소리.

연습실은 이유진과 구서연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했다.

“그렇지! 다리는 기본적으로 계속 움직인다고 보는 게 좋아. 동작이 없는 구간이라도 다리로 리듬을 타고 있으면 보는 사람들한테 끊기는 느낌이 별로 안 들거든.”

“네! 근데 손은 어떻게 해요? 좀 어색한데.”

가르치고 배우다 보니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유진은 말을 편하게 하게 됐고, 서연은 스스럼없이 편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 매니저로 취직한 거 맞나?’

서연을 가르치러 출근하고, 하루종일 댄스만 가르치다가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김별의 음악방송 활동도 끝났으니, 김유민 혼자서 그녀를 케어하고 있는 것.

유진은 스스로의 직업에 의문이 들 만큼 온종일 춤만 추고 있었다.

뭐, 오히려 좋았다. 오랜만에 추는 거지만, 댄스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으니까.

“하아. 하아.”

거울을 통해 서로를 쳐다보며 나란히 춤을 추는 유진과 서연.

땀방울은 둘의 옷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잠깐 휴식.”

“으아아! 힘들어!”

휴식을 말하자마자, 서연은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으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고.

마찬가지로 숨을 고르던 유진은 그런 서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재능이 있어.’

댄스를 배우는 게 처음이라서 어색해하던 게 무색하게도.

날이 갈수록 서연의 몸에는 댄스가 익어가고 있었다.

“서연아.”

“네, 언니.”

“춤 추는 거 재밌어?”

땀범벅인 얼굴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서연은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하다 보니까 재밌는 것 같아요.”

유진은 역시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훤히 보일 수밖에 없다.

눈빛과 태도, 그리고 동작과 표정에서 다 티가 난다.

서연은 확실히 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가 너무 잘 가르쳐주시니까 더 재밌죠.”

씩, 웃으며 넉살을 부리는 서연.

유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좋은 동생이 생긴 느낌.

사실 이렇게까지 빡세게 하지 않아도 됐다.

댄스는 서연의 공포증을 극복하는 수단일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가르치는 유진도, 그리고 배우는 서연도, 점점 진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서로 이에 대해서 제대로 말은 안 했지만.

“이제 슬슬 좀 더 심화 과정으로 넘어가볼까?”

“벌써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기본기 연습을 그만두라는 소리가 아니야. 당연히 매일 해야지. 그런데 이제 새로운 것도 익혀도 될 것 같아.”

“오! 그럼 좋아요!”

휴식 시간이 끝나자, 서연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의욕적으로 눈을 빛냈고.

유진은 그런 그녀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

“언니 저 갈게요. 내일 봬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

“네에.”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을 끝내고 비척비척 걸어가는 서연.

반면, 유진은 그런 서연에 비해 아직 힘이 많이 남았다.

아무래도 가르치는 입장이었기에, 서연보다 활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으니까.

“···나도 원래는 퇴근인데.”

선배에게는 서연을 집으로 보내고 자신도 이제 퇴근한다며 연락하고는.

다시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러면 너무 자극되잖아.”

한동안 매니저 일만 하다가 댄스를 가까이에 두고 있자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매일마다 모든 힘을 쏟아내는 서연이 부러워졌다.

유진은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서연 덕에 요 며칠간 다시 기본기를 갈고 닦게 됐지만.

예전만큼의 움직임이 가능할지는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기본기는 나름 예전처럼 깔끔하게 돌아온 것 같은데.”

뭐, 해보면 알겠지.

유진은 핸드폰을 꺼내, 예전에 한창 안무가를 꿈꿨을 때 찍었던 영상을 틀어봤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모습.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 상반됐다.

“그립다.”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혹은, 반대를 무릅쓰고도 꿋꿋이 나아갔더라면?

“···.”

유진은 과거의 영상을 볼 때면 늘 떠오르는 상념을 재빨리 털어냈다.

과거는 과거, 그리고 지금은 지금.

유진은 다시 영상에 집중하며 기억을 되살리고는, 음악을 틀었다.

끼익! 끽! 끽!

연습실 바닥이 쉴 새 없이 비명을 내지른다.

서연을 가르칠 때 들리던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세기와 빠르기, 그리고 다양한 리듬.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유진의 입가에, 점차 상쾌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어 체력은 점점 빠지고 있는데, 어째선지 에너지가 급격하게 차오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다.

온몸을 불사지르겠다는 기세로 계속해서 댄스를 이어가던 유진.

체력이 방전될 때가 되어서야 바닥에 몸을 눕혔다.

“하아! 하아! 하아!”

물을 마시고 싶은데 몸을 일으킬 힘도 없다.

허나, 내내 느껴지던 짜릿한 쾌감은 이 순간 전신에 한꺼번에 터지고 있었다.

“나도 많이 녹슬었네.”

유진의 입가에 시원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쩌다 입시학원>에서 포텐을 터뜨리고 있는 서브 커플.

그중 ‘이명선’을 맡은 배우, 한지우는 씬을 끝내고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인터넷 반응을 보기 위함.

요즘 고공행진하는 인기에 아주 살맛이 났다.

그런데 핸드폰 화면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유정아···?”

비록 후배지만 절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유정아.

그녀가 오랜만에 연락을 줬다.

한지우는 보려던 인터넷 반응을 뒤로하고,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그녀가 왜 전화했을 지 너무 궁금해서.

-여보세요.

평소답지 않게 사근사근한 목소리.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다.

“정아야, 전화했었네? 나 촬영 중이었어.”

왜 전화했을까?

유정아의 성격상 축하하기 위함은 아닐 텐데.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축하해주려고 전화했어요.

“어?”

-축하해주려고요. 선배님 요즘 너무 잘되고 있잖아요. 드라마 정말 잘 보고 있어요. 재밌더라고요.

한지우는 저도 모르게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냈다.

이름을 봤는데 유정아가 맞았다.

얘가 이럴 리가 없는데.

한지우는 속으로 무척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정말? 고마워. 나도 이런 날이 오네.”

통화는 10분이 더 이어졌다.

요즘 어떠냐는 말부터, 이럴 때일수록 더 차분하게 자제해야 롱런에 더 좋을 거라는 따뜻한 조언까지.

답지 않게 웃음 소리도 많이 들리고, 목소리도 계속 사근사근했다.

-그런데 선배님. 어제 나온 새로운 OST도 너무 좋더라고요. 인기도 좋아. 벌써 9위잖아요.

“촬영 때문에 본방 사수는 못했는데, OST는 당연히 들었지. 엄청 좋더라.”

의아해하던 한지우도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칭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것도 아주 잘나가는 동종 업계 사람이 친한 척까지 해주는데.

확실히 잘나가고 볼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음악 들으면서··· 아··· 음···.

“왜?”

-쓰읍···. 아니에요, 아무것도.

“뭔데? 말해봐. 응?”

사람 열받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말하려다가 마는 것.

한지우는 갑자기 궁금증이 치밀어 올라 캐물었다.

-아니, 별건 아니고요. 제가 얼마 전에 SNS로 커버곡 올렸었던 거 아세요?

“알지! 얼마나 화제였는데. 그 가수가··· 어? 잠깐만.”

-김별이요. 어제 나온 OST 부른 가수랑 같아요.

“어머! 그러네!”

-아무튼 가수가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요. 커버곡 부르니까 사람들이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나중에 제가 드라마 출연하면 쓰려고 했던 방법인데··· 음. 선배님 더 잘되라고 제가 비법 공유하는 거예요.

한지우의 귀가 쫑긋 기울여졌다.

“어어.”

-방금 전에, 인기 많아도 들뜨지 말고 차분하고 자제하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팬서비스는 예외예요. 쓸데없이 과한 팬서비스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팬들 몰입감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적당히 감질맛 나게 하면 오히려 이게 화제가 돼서 드라마를 잘 안 보던 시청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고요.

뭔가 굉장히 그럴듯했다.

설득력 있다.

“어, 그렇지. 맞지.”

-선배님.

“어어.”

-커버곡 불러서 올려보세요. 너무 길게는 말고, 하이라이트만 짧게. 아마 효과 좋을걸요?

하이라이트만 짧게 올리면 유정아의 말처럼 시청자들 몰입감도 안 떨어뜨리고, 팬서비스도 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터.

유정아처럼 엄청 잘 부르진 못하지만, 그녀가 커버곡을 올려서 큰 화제가 됐던 것은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

여기까지 생각하자, 한지우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확실히··· 효과 좋을 것 같네.”

안 그래도 근질근질하던 참이다.

커버곡을 올린 뒤, 팬들이 쓸 댓글들이 눈앞에 쫘악 펼쳐지는 듯했다.

-상대역도 같이 하면 효과는 더블! 아니, 트리플! 알죠?

“그런가?”

-대신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같이 한다는 게 한 영상에 두 분이 같이 나오라는 게 아니라, 각자 SNS에 같은 파트를 올리라는···.

주의해야 할 점을 집중하며 듣는 한지우.

어느새 커버곡을 부르는 건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더 좋은 거 아시죠? 그냥 지금이나 조금 뒤에 찍어서 오늘 자정쯤에 올리세요.

“자정? 왜 하필 오늘 자정이야?”

-오늘 방송이잖아요. 그리고 자정이면 드라마 끝나고 여운이 슬슬 빠질 시간이니까요. 새벽에 화제되면 또 좋은 게 뭐냐면, 새벽엔 라이벌이 별로 없어요. 내내 그 화제로 떠들 거고, 내일 아침에 인터넷 보는 사람들은 또 어떻겠어요. 이미 인터넷에 쫘아악 깔린 화제들을 보면서 ‘아! 이게 지금 엄청 큰 화제구나! 나도 한 번 볼까?’ 이런 식으로 되지 않겠어요? 그럼 화제는 겹치고 커지고 또 겹치고 커지면서··· 빵!

“···빵!”

이야기를 듣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한지우의 눈이 이내 황홀하게 물들었다.

“고마워, 정아야!”

-네, 선배 파이팅이요!

전화를 끊은 한지우는 곧장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상대역 ‘주한선’을 맡은 배우, 김정환이 있는 차 문을 두들겼다.

“정환아! 문 열어봐! 대박 아이디어 있어!”

***

정규앨범으로 컴백한 와인드업.

그들의 곡이 차트 최상위권을 독식하는 건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압도적인 화력, 압도적인 팬덤과 인기.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그들을 한 명 한 명 슈퍼스타로 띄운 내가 할 소리인지 의문이기는 한데, 새삼 반칙 같이 느껴지기는 했다.

그들 때문에 ‘So Happy’의 순위도 떨어졌다.

위에서부터 쭉 밀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별로 아쉽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가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나고 있어서.

“진짜 미쳤어.”

지금 보이는 화면은 ‘미쳤다’고밖에 표현이 되지 않았다.

[9. 나를 바라봐줘요 – 김별 (어쩌다 입시학원 OST)]

인기차트 9위! 눈을 씻고 봐도 9위다.

단 한 번의 방송으로 이 OST는 무려 9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것도 보통 9위가 아니지.

1위부터 8위까지는 전부 ‘와인드업’이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사실상 1위나 다름없어.’

난 봐도 봐도 신기한 차트에 헛웃음마저 나왔다.

이 바닥에서 뜨고 지는 건 한순간이라지만, 정말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실상 1위’를 찍게 될 줄은 몰랐다.

인기 드라마 OST가 이래서 좋다.

우리가 ‘So Happy’를 발매하고 홍보하고 활동하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는데.

드라마 OST는 드라마가 알아서 다 하지 않는가.

우리가 이 곡에 한 것이라고는, 음방 중에 전화를 받고, 음방이 끝난 뒤에 녹음한 것밖에 없었다.

“사장님, 이거 봐요.”

별이가 이번에도 또 핸드폰을 내 눈앞에 가져왔다.

음원 사이트 곡 정보에 달린 댓글들.

-김별 노래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진짜 엄청 잘했구나···.

-이 언니는 발라드까지 잘하면 어쩌자는 거얔ㅋㅋㅋㅋ 세상 혼자 사네ㅠㅠㅠ

- 한 곡 무한 반복중. 귀 살살 녹는다.

-드라마는 안 보는데 엄마가 틀어 놓은 TV소리 때문에 OST에 꽂힘ㅋㅋㅋ 노래 미쳤고~

댓글을 읽은 뒤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뜻밖의 선물을 마냥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렇게 즐기지 못했다.

얼떨떨하고 어리둥절해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하는 얼굴이었지.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녹음도 피곤한 상태에서 들어갔고, 재녹음도 없었는데, 발매되자마자 하루만에 차트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뤄냈으니까.

“다 좋은 댓글들밖에 없네? 노래를 워낙 잘해서 그런가 보다.”

“아니에요. 드라마가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거죠. 장면도 좋았고.”

“아니야. 그럼 다른 OST는 왜 우리 노래보다 순위가 낮은데. 다 별이 네가 너무 잘 불러서 사람들도 좋아해주시는 거지.”

“그런가?”

그녀도 즐기고 있었으니, 나도 마냥 즐기기로 했다.

걱정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우린 그저, 드라마가 더 잘되기를 응원하면 그걸로 된 거다.

“이제 시작한다.”

“네.”

<어쩌다 입시학원>

우리에게 선물 같은 존재인 드라마가 시작되려 했다.

우리집 거실에 있는 다인용 소파가 요즘들어서야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새부턴가 우리 집은 나 혼자만 쉬는 공간이 아니게 됐다.

역시 연습실을 집에서 가까운 곳에 구하길 잘했지.

별이와 집이 가까운 덕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드라마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의 재미에 우리의 곡이자 드라마 OST의 순위가 달려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데뷔곡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감상하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한없이 평화롭고 안락하기만 했다.

“어! 우리 노래 나온다.”

‘이명선’과 ‘주한선’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노래를 OST처럼 들으며 드라마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겠지만.

내게는 OST가 메인이고, 드라마 내용이 서브였다.

옛날, 스토리가 있던 뮤직 비디오 같다고나 할까.

사실 이 노래를 듣기 위해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재밌네요. 인기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드라마가 끝나자, 별이가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별이도 이전의 내용은 몰랐다.

음방 활동이다 뭐다, 바쁘게 활동하느라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으니까.

“응. 진짜 재밌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거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다른 시청자들 역시 재밌게 본 것 같았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누가 화제작 아니랄까 봐.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가 방송된 다음날의 아침.

음원 사이트의 차트를 확인했는데.

“뭐지···?”

눈을 비벼도 그대로고, 허벅지를 꼬집어봐도 그대로였다.

[2. 나를 바라봐줘요 – 김별 (어쩌다 입시학원 OST)]

“2위라고? 우리가 2위?”

2위.

“말도 안 돼···.”

무려 2위다.

우리의 위로 와인드업의 노래가 하나.

그리고 우리의 아래로 다시 와인드업의 노래 일곱 개가 주르륵 랭크되어 있었다.

“드라마 인기가 이 정도였다고?”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전화가 오며 화면이 바뀌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정아.

“여보세요?”

-오빠, 순위 확인해봤어? 2위야.

왠지 의기양양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봤는데, 왜? 축하해주려고?”

-그거 내가 한 거야. 생색내려는 건 아닌데, 알아두긴 해야 할 것 같아서. 알다시피 내가 남몰래 누구 돕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잖아.

“···대체 뭔 소리야?”

-아. 아직 확인 안 했구나? 아무튼 내가 하라고 한 거니까 빚으로 달아둬. 나중에 꼭 갚아야 돼? 저번에 커버곡 해준 거에 이어서 이번이 두 번째인 거 잊지 마.

전화를 끝내고, 난 바로 인터넷을 확인해봤다.

그리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난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생색 제대로 내는구만, 무슨.”

근데 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 걸까.

도와준 건 기쁘긴 한데,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 제가 비법 공유하는 거예요 > 끝

ⓒ 쏘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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