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수가 있는 호수가 바위에 걸터앉아 수면 위에 일어나는 포말을
무심히 바라보는 백의인의 옷자락과 뺨 위로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단정히 묵은 검은머리 아래 시리도록 맑은 호수가 담겨 있는 눈동자
위로 새가 한 마리 스쳐지나갔다. 눈가에 담긴 연륜만 아니라면 이십
대 후반의 나이로 느껴지는 외모였다.
포말이 이고 짐에 따라 그의 손에 죽어갔던 자들의 비명과 분노에
찬 고함, 공포가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백의인은 튀는 물방울을 손으
로 잡았다.
하얀 손.
철이 있고 부터 원했던 하얀 손이었다. 분보다 더 희고 꽃잎보다
더 보드라운 손.
그는 두 눈을 반개하고 반가 한 상태에서 자신이 도달한 경계를 음
미해 들어갔다. 자신이 본 많은 무공서적은 물론 기담이설(奇談異說)
에도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순간 이 경지가 확고부동한 무상의 자리인지 회의가 일어났다. 유
리알 같이 아름답지만 깨어지기 쉬운 자리인지, 금강석 같은 자리인
지, 앞에 더 높은 경지가 있는지 그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선인의 발자취는 없고, 사방은 안개로 가득하여 미혹되기만 하는
구나."
딱.
그는 손을 가볍게 튕겼다. 순간 호수가 반으로 갈라지며 진흙 뻘을
드러냈다.
그는 칠일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의 경계를 살펴보고 고심을 했
다. 마지막날 그는 새로운 경지를 깊이 체득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고 했다. 그때 그를 가로막은 것은 이 경지를 뭐라고 불러야 모른다
는 사실이었다.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작명이었지만 후인들을 위해
자신이 도달한 경계를 표시해 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잠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소천의 검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
여 평생동안 쌓아 놓은 공력을 부수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흩
어지는 공력과 자신의 몸에서 이는 변화를 하나도 노치지 않고 지켜
보았다.
천애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도 그는 생사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
었고, 오직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 법열만이 그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을 노쳤다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생사의 경계 속에 얻은 것이니 생사경(生死境)이라고 하자."
그 일언에 천하 무학사에 새로운 무학의 경지가 바로 정립되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하얀 백포 위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이 폭포의 포말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단우백 일행은 앞서간 존덕문과 사부님의 기파를 따라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청룡장의 세력권이 점점 멀어져 갔지만 사인은 모두 개
의치 않는 표정들이었다.
바람은 소천의 앞이마를 갈랐다.
파파파.
옷자락이 뒤로 날아가면서 요란한 떨림을 일으키다가 잠잠해졌다.
스윽 소천이 좌측으로 물러서는 듯한 느낌이 들고 단우백이 치고 나
갔다. 파아아 소천의 머리카락이 좌측으로 몰렸다. 단우백이 좌측으
로 물러서는 느낌과 함께 바람이 잠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센
바람에 낙옆이 뒤따르듯이 소천도 앞서가는 서왕의 뒤에 묻어갔다.
그 순간 소천은 온몸의 긴장을 풀며 한 호흡을 쉬었다. 그리고 우
측으로 나아갔다. 사인은 이렇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서
로 앞서고 물러나며 나갔다. 이 방법은 공력을 온전히 보전하며 장거
리를 갈 때 유용했다. 하지만 먼 거리를 달리다 보면 내공의 고저가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사인의 연환에 서왕은 호흡이 점점 가빠져 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터 서왕은 앞사람의 등이 바뀌는 것을 계속해서 보게되었다. 서왕
은 얼굴을 붉히며 공력을 끌어 올렸다. 그 순간 강한 전음이 그의 귓
전에 파고들었다.
"몸을 비워라"
파악!
무언가 서왕의 몸을 훓고 지나갔다. 전신공력이 한쪽으로 쏠리며
모두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서늘한 바람 같은 청량한
기운이 그의 몸 안에 차 올랐다. 그리고 다시 한쪽으로 흘러갔다.
사인은 서로의 공력을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호흡
의 간격이 같아지고 맥박의 박동수가 동일해 짐을 느꼈다. 그 순간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에 구분이 사라졌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른
사형제의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 의식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
서 서로간의 의지마저 하나로 혼연일체가 되었다.
서왕은 그 순간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가졌다. 붕 떠
버린 몸은 허공 속에서 산산이 사라지고 의식만이 움직였다. 주위의
경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흐름만이 존재했다.
산서와 하북을 가르는 태행산맥. 이 줄기는 남북으로 천리에 걸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산맥에는 중원오악 중 하나인 항산(恒山),
불교의 사대 명산중 하나인 오대산(五臺山)이 자리했다. 이 중 오대
산은 손자락을 펼 수 있는 정도의 평지만 있으면 암벽 위나 절벽가를
가리지 않고 사찰과 암자가 들어서 있었다. 이 오대산에는 중원의 각
종파는 물론 원대에 들어온 라마사원도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극락사(極樂寺)는 오대산 북태정(北台頂) 산기슭을 차지하고 있는
사찰로 열반종(涅槃宗)에서의 위치는 남종선의 시조인 조계 보림사와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열반종은 팔만사천불경 가운데 열반경을 최고
의 경전으로 삼고 경전연구에 중심을 두는 교종의 일맥이었다.
열반종은 화엄종과 더불어 남북조시대에 가장 널리 퍼진 종파였지
만 선종에 밀려 현재와 와서는 그 명맥이 많이 퇴색해 있었다. 하지
만 아직 열반종의 종주라는 위치 때문인지 극락사는 열반경을 연구하
는 학승들이 많은 찾아왔다.
살랑이는 미풍에도 산을 가득 메운 노랗고 붉은 단풍과 마른 잎사
귀들이 눈꽃처럼 흩날렸다. 산사로 향하는 관도 위에도 낙옆이 쌓여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숲 위를 걷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달가닥.
이륜거의 바퀴가 작은 돌을 넘어갔다. 의자에 앉아 있는 혈종 악구
패는 몸이 살짝 기울어 졌다가 다시 자리를 바로 잡았다.
이륜거를 밀고 있는 독왕 역상은 남쪽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대덕이 급히 달려오고 있겠
군."
"이일대로(以逸待勞)라고 하지 않는가."
"전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곳으로 질주해 올까?"
"아직 내게 양대 교령이 있는지는 모를 거야. 그리고 그들이 태행
산맥에 들어서기 전까지 존덕문은 별 문제가 없을 걸세. 대덕도 자신
의 존덕문이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지. 게다가 뒤에서
는 청룡장의 백오라는 자가 목숨을 걸고 추적하고 있으니 한시 바삐
자기 굴로 돌아가고 싶겠지. 또 오지 않는다면 어떤가?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뿐이지 대덕이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
"자네 자신만만하군."
"내겐 훌륭한 아들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둘씩이나."
"그 잘난 아들이 조금 늦는 것 같군."
"먼길을 오느라 그렇겠지."
"기다려지는가?"
혈종 악구패의 입이 살짝 비틀렸다.
"조금은."
"자네도 늙어 가는 군."
독왕 역상의 고개가 천천히 돌려지며 얼굴에 핀 검버섯이 주름에
잡혀 작아졌다.
"자네의 잘난 아들이 저기 오는 군."
양팔을 자연스럽게 흘려 흐르는 물과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살짝
살짝 가뿐이 움직이는 발걸음을 따라 몸이 점점 커져 가는 듯이 다가
오는 그는 새하얀 백의에 검은머리를 단정히 묵고 시리도록 맑은 눈
동자는 창천에 걸린 얇은 잎새 구름까지 담아냈다. 눈가에 담긴 연륜
만 아니라면 이십대 후반의 나이로 느껴지는 외모였다. 점으로 나타
나 눈이 몇 번 깜짝이기 전에 이 둘 앞에 도착한 그는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
"혈마입니다."
독왕 역상은 웃음을 지었다.
"이제 피의 탈을 벗었으니 새로운 외호를 지어야 하지 않겠나."
"이름에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독왕 역상은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그런가. 허허허 벌써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니 정말로 축하하
네. 자 이제는 자네가 밀게 나는 이거 원 형 힘에 붙여서 말이야."
독왕 역상은 이륜거의 손잡이를 혈마에게 내밀었다. 혈마는 아버지
혈종 악구패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이륜거를 살짝 밀었다.
독왕 역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 셋 뿐인가?"
"왜 더 필요한가?"
독왕 역상은 고개를 이리저리 휘휘 돌려 오대산을 올려다봤다.
"조금은 삼 십 년만의 귀환인데 세 명으로 환영인사나 제대로 받을
수 있겠나?"
"비밀이라는 것은 적게 알 수록 좋은 거지. 성수환독은 가져 왔
나?"
"후후후. 어느새 내 성명절기가 되어있는 물건인데 안 가져 올 수
가 있나. 녀석들이 내 모습은 못 알아 봐도 이 독은 알아보겠지."
악구패는 하나 뿐인 오른 손을 들어 어깨 위에서 이륜거를 밀고 있
는 혈마의 손을 잡았다.
"나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았느냐?"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녀석 두."
혈종 악구패는 오른 손으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잡아 올렸
다.
"나는 백련교 사대교령 중 남천교령이다. 남천교령은 호남북과 강
서, 안휘를 비롯해 광동광서의 교도를 가르치는 자리다. 위로는 교주
한 분만 있고, 같은 서열로는 다른 삼대 교령과 좌우사자 정도다. 우
리 백련교의 시작은 태평도에 그 정신적 근원을 두고 있다. 미륵을
모시는 본 교가 도가의 태평도에 근원을 두고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
지만 태상노군(노자)과 석가불의 가르침은 원래 다르지 않는 것이다.
황로와 부도의 도는 '청허(淸虛)하여 무위(無爲)를 귀히 여기며, 생
(生)을 좋아하고 살(殺)을 미워하며, 욕(慾)을 줄이고 사치를 버린
다'({후한서} [양해전])고 하지 않았느냐"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겠지. 본교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정신적 근원이 태평도에 있다면 본래적 근원은 북위시대로
시작된다. 세상에 알려진 바로 대승의 난(515)이라고 하지. 이때가
본 교도가 처음으로 성전을 일으켰단다. 당시 불교는 황제와 야합을
해서 역사에 다시없는 타락한 모습을 보였단다. 북위의 법과(法果)는
북위 황제인 도무제를 이 시대의 부처라고 하여 전 중생들에게 예불
할 것을 명했지."
"황제를 부처로 여길 수 있었다. 법과의 공력이 보통이 아니었나
보군요."
독왕 역상은 냉소를 지었다.
"나는 그가 개, 돼지로 보이는데 자네는 아닌 모양이군."
"아귀보다 더한 황제가 부처로 보였으니 그 경지를 어찌 세인들이
평하겠습니까. 법과에게는 아귀와 황제와 부처의 차별이 없었겠지
요."
독왕 역상은 핏발을 세웠다.
"그런 작자가 일반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는가?"
혈종 악구패는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저었다.
"이에 북위의 황제는 절을 수도 없이 짖고 사원전을 내려 중들을
우대했단다. 이때 북위에 세워진 사원의 숫자는 삼만이 넘었고 승려
는 이백 만을 헤아렸다고 하니 그 위세를 미루어 짐작 할 만 하겠지.
이때 중들은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자신들을 위해 사원전
을 일구는 소작농들을 착취하는데 열을 올렸단다."
독왕 역상은 혀를 찼다.
"중이 아니라 마군이었지. 부처의 탈을 쓴 마군들."
"이에 법경대사께서 구마를 제거 하자며 크게 떨쳐 일어나셨단다.
이때 일어난 군세를 평마군이라고 부르고 이 평마군을 지휘한 법경대
사님을 평마군사라고 높였지. 이때에 일어난 평마대군은 병사가 오만
에 대사가 일백에 달했다. 그때 세인들은 우리를 불교비(佛敎匪)라
불렀지만 누가 비적인지는 자명한 사실이었단다. 그때 평마군사께서
내세우신 교리가 칼에서 법을 찾으라는 말씀 이셨어. 악한 비구 즉
'구마'(舊魔)를 죽이면 죽일수록 수행의 단계가 올라간다고 하셨지."
혈마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처도 살생을 좋아한 모양이군요."
"허허허 그렇기야 하겠느냐? 그분께서는 생과 사의 경계가 없으셨
겠지. 죽여도 죽인 바가 없고 살려도 살린 바가 없으니 이야말로 원
융무애한 법일지니."
혈마는 흠칫 하며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얼마 전에 깨우
친 바를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혈
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생사경에 도달한 고수의 모습을 찾을 수 없
었기에 어디선가 그 구절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들으신 이야기입니까?"
"예전에 교리공부를 하면서 본 한 불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때
너무 많은 책을 보아서 확실히 어디에 나오는 건지는 지금 당장 기억
이 나지 않는구나."
'후일 불경을 한 번 살펴봐야 겠구나.'
혈마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혈종 악구패는 설법을 계속 이어갔
다.
"정법 보호하라. 마(魔)의 소굴인 사사(寺舍)를 파괴하고 악한 비
구를 살해하고 사악한 경전 불상을 불사르고 마의 앞잡이가 되어 부
패타락한 악한 '이인'(吏人:관리)을 세상에서 제거하라. 이 마의 탈
을 쓴 한 사람을 죽인 자는 일주보살이 되리라.(殺一人者爲一住菩薩)
그래야 용화세계가 우리에게 올 것이니. 이분께서는 악한 비구와 관
리들을 쳐죽여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지.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
는지 결국 패해 지하로 잠적하게 되었단다. 이때 법경대사께서 주 경
전으로 사용하신 것이 열반경과 화엄경, 미륵경이다. 이 분께서는 최
후가 다가오자 이 세 경전을 네 제자에게 나누어주고 사방으로 나가
법을 설하라 하신 후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셨다. 이 사방이 우리 사
대교령이 되었단다. 사대 교령 임무는 경전을 보호하여 그 등불이 꺼
지지 않게 하는 것이지. 그후 이 분의 뜻을 받드는 사람들이 곳곳에
서 일어났고 그들은 세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름을 사용했지만 결
국 주 맥은 여기서 시작한다."
혈마는 아버지가 택한 그 깊은 맛을 알지 못하겠지만 마음속에 이
는 질문을 멈추지는 않았다.
"사람을 하나 죽이면 보살이 된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좌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정법이 멸(滅)하는 중대한 위기를 맞은 중생은 도인(刀刃)을 들고
오계조차 타파하여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네."
혈종 악구패는 예전 교도들을 향해 설법을 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세인들의 눈을 피해 허물어져 가는 폐가와 지하 교당에서 서로 뜨거
운 신심을 북돋아 주며 내일을 기다렸던 그 날들을. 혈종 악구패는
그날을 생각하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백련교 아니 미륵을 모시는 분들은 용화세계를 기다리며 공
덕을 쌓고 있지. 이 공덕을 쌓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륵귀의고 다른 하나는 열반 호법이야.
미륵귀의파는 과거칠불과 미륵불께 귀의하는 것만으로도 용화세계
가 온다고 믿고 있지. 중생의 전륜성왕에 대한 일편단심의 예배귀의.
이 예배귀의가 극에 달하면 대 자연은 대 변동을 일으키지 이때 홀연
히 장엄한 국토가 출하고, 이 땅에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나 위
엄을 사용하지 않고 전세계(四天下)와 물질계, 속계를 통합하시지.
이 분은 전에 없고 후에 없을 치세(治世)를 이루는 데 이때 미륵이
탄생하시지. 이분께서는 인간의 삶을 살며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으시
지. 이 분께서 깨달음을 얻는 즉시 전륜성왕과 8만 4천 명의 대신들
그리고 모든 중생도 출가하여 귀의하게 되네. 미륵께서는 세 번의 설
법을 하시는데 제1회 설법에서 96억 명, 제2회에서 94억 명, 제3회에
서 92억 명이 성자의 경지에 도달하지. 이 세 번의 설법을 용화삼회
라고 하네. 이때에 이르면 모든 중생이 미륵의 3차에 걸친 설법에서
구제되네. 이때에는 단선근(斷善根:惡人)도 성불을 할 수 있네.
열반호법파는 좀 다르지. 열반경의 내용을 보면 정법이 멸(正法滅)
한 후 악(惡)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고 하는데 이때 정법을 지키기
위해 오계를 타파하여 무기를 들고 호법의 성전에 참가해야 하지.
이때 정법을 보호하는(護法)의 싸움을 벌여 세상의 악을 죽여 없애
면 없앨 수록 용화세계를 앞당기는 일을 하게 되는 거지. 마귀 하나
를 죽이면 일주보살. 열을 죽이면 십주보살로 보살이 되어 용화세계
에 미륵불을 모시게 되지. 이때 호법의 대군을 평마군이라고 하고 이
평마군을 이끄는 자를 평마군사(平魔軍司)라고 부르네.
미륵귀의파에서 기다리는 인물은 전륜성왕이고 열반호법파에서 기
다리는 이는 평마군사이지만 둘 중에 하나라도 세상에 출세하면 전
교도가 그의 명을 받들어 이 현세에 용화세계를 펼쳐야 하지."
독왕 역상은 나직한 한 숨을 내쉬었다.
"마가 다 사라질 때까지 죽여 없앤다.(殺盡) 관리나 불법을 파는
땡초들을 죽이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이들은 세상의 권력을 쥐
고 있고 백련교는 어두운 곳에 있으니 역사에 백련교가 악과 마의 집
단으로 기록되는 것이지. 참 불공평한 일이야. 위에서는 뭐하고 있는
지 모르겠단 말이야. 이 따위 세상 빨리 쓸어버리지 않고."
"좌사. 용화세계가 우리 머리 위에 있는데 말씀을 자제하시지요."
"흥."
독왕 역상은 코웃음을 쳤지만 더 독설을 내밷기 어려운지 하늘을
한 번 살짝 올려보고 고개를 숙여 헛기침을 몇 번했다.
혈마는 이륜거의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아버지께서 교를 떠난지 삼십 년이 지났는데 저들이 아버지의 말
씀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교리에 대한 설명이 아닌 물음을 하자 혈종 악구패의 말은 위엄을
갖추었다.
"지금 이들이 내세운 평마군사는 쌍덕이지. 나도 백오처럼 쌍덕이
힘을 합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했고
맹도들은 물론 너까지 귀의시키지 못하고 비밀로 간직한 것이다. 일
단 교도가 되면 평마군사의 명을 받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 하
지만 쌍덕이 서로 쟁패해 갈라섰다는 걸 안 이상 평마군사는 가짜이
고, 내게 남천교령과 동천교령이 있는 한 저들은 거역치 못할 것이
다."
"그래도……."
"내가 극락사에 모인 자들을 두려워해서 움직이지 못한 것이라고
보느냐?"
"교도로 교령을 거역할 수 없음이 첫 번째고 둘째로는 천하에 흩어
져 있는 교도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요."
"잘 아는 구나. 내가 두려워 한 것은 교도로서 교법을 어겨야 하는
사태가 오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문제가 해결 되었으니 내 앞을 막
을 수 있는 것은 없다."
///////////////////
;;;
또 줄을 긋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잠시 연재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돌 깨러 가거든요...
제 외호인 석공 그대로...
굳어버린 가치관과 유아독존적 아집을 깨러 갑니다.
그리고 말 할 수 없는 이유로...
계룡산이 될 거 같습니다.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일년이 될 수도 있고,
평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흐윽.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돌 덕에
산에 가지 않아도 다 깨지겠네요.
장기간 있지는 않을 껍니다.
도는 세상에서 구하는 것.
산사에는 가끔
한 수를 배우러 가거나
잠시 보임을 하러 가는 거면 족하다.
덕이 높으신 분에게 한 말씀 들으면
무언가 뚤리는게 있겠지요.
이제
돌을 깨는 구석기(타제석기시대)에 접어든 석공군이었습니다.
아!
돌을 가는 마제석기로 빨리 발전해야 하는데...
아마 이번주 금요일 쯤에 출발 하게 될것 같습니다.
그전에
한편 더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