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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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쾌는 이들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 

  

  "백주 대로에 양민을 상대로 칼질을 해대다니 국법이 두렵지도  않

느냐?"

  

  석태랑이 벌컥 화를 냈다.

  

  "개소리마라. 먼저 시비를 걸은  건 저자들이다. 그리고  언제부터 

관이 강호 일에 끼어 들었느냐?"

  

  포쾌는 포승을 앞으로 내밀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석태랑을  노

려보았다. 

  

  "강호도 천하의 일부, 지엄한  황법이 미치는 곳이다.  시시비비는 

판관께서 가려 주실 것이니 너희들은 얌전히 포승을 받아라."

  

  석태랑은 입술을 씰룩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를 가득  메운 

자들의 숫자는 족히 이 삼 백은 되어 보였는데 모두들 살기 띈 눈으

로 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석태랑은 이들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포응검

객은 포쾌를 보며 눈살을 찡그렸다. 자신들을 포위한 이들은 일반 양

민들이었지만 저 포쾌가 있음으로 해서  관군과 같은 효력을 발휘했

다. 즉 자신들이 이들을 뚫고 나가는 것은 관을 상대로 싸우는  것과 

같은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 일에 흔들릴 화산파가 아

니지만 앞을 생각하지 않고 돌파하기 쉽지도 않은 일이었다. 

  

  포응검객은 포쾌를 보며 손을 모았다.

  

  "이들의 부상은 그리 깊지 않으니 여기서 이만 일을 접읍시다.  이

들도 더 이상 소주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오."

  

  포쾌는 뭐라고 하려다 뒤에서 당기는 손에 고개를 잠시 돌려  사람 

사이에 숨은 자의 말을  경청했다. 포응검객이 누구인지  살펴보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신색을 고친 포쾌는 

부상자들과 석태랑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치료비하고 생활비를 내 놓는다면 고려해 보겠소."

  

  석태랑은 주위에 둘러쌓은 이들을 보고 품에서 금낭을 꺼내 포쾌에

게 던졌다. 

  

  "은 삼십 냥은 족히 들었을 것이오." 

  

  포쾌는 금낭을 살짝 열어보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그 신호에  주위

에 있던 청장년들이 부상자들을 들쳐 없고 골목사이로 순식간에 사라

졌고 거리는 이내 한산함을 되찾았다. 포쾌는 이들을 보며 냉소를 지

었다.

  

  "소주에서 당신들을 받아줄 곳은 신응표국 밖에 없을 것이오. 신응

표국은 이 길을 따라 주욱 가다 보면 왼쪽에 있으니 그리  가보시오. 

그리고 밤을 조심하시오."

  

  포쾌가 등을 돌리자 석태랑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관추 

앞으로 얼른 달려왔다.

  

  "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동  오검

보의 석태랑 입니다."

  

  나관추는 석태랑을 일견하고 등을 돌렸다. 

  

  "나관추네. 동도들이 포응검객이라고 불러주지. 그나저나 오늘밤은 

신응표국의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네. 자네도 갈 곳이 없으면 나와 같

이 가세나."

  

  "영광입니다."

  

  신응표국의 대청에는 군웅들이 넘치도록 찼고 이들이 주고 받는 대

화로 전각이 떠내려 갈 것 같았다. 나관추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 소주에 들어오기 전부터 신응표국으로와  달라는 

배첩을 받고 온 것이다. 물론 신응표국에서 배첩을 돌린 것이 아니었

기 때문에 군웅들은 청룡장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한 곳으로 모은  것

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량자는 청룡장과 연관이 있는 화산삼검과 제자들은 화산파로  돌

려보내고 남령산맥에 있는 군웅들 보다 먼저 이곳 소주로 와서  나관

추와 합류했다. 이철룡은 무량자 뒤에 서서 오고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오검보의 석태랑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오검보의 석태랑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곳에 오는 도중에 아주 불

쾌한 일을 당했습니다."

  

  오검보의 석태랑이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이야기하자  여기저기서 

거친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신응  오응원은 주인 된 위치로  상석에 

앉았는데 어깨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이 계속 자리를  바꾸었

다. 

  

  석태랑의 말이 끝나자 화산파의 무량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산파의 무량이라고 하오. 오국주께서는 오랫동안 소주에 있었으

니 청룡장의 행보에 대해서 잘  아시리라고 믿소. 눈과 귀가  어두운 

우리를 위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무량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신응 오응원에게 모였다.  오응원은 

난처한 얼굴을 했지만 이내 굳은 입을 열었다. 

  

  "소주는 좀 특별합니다." 

  

  여기저기서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특별하다."

  

  "청룡장이 내륙과 동해에 침입한 왜구들을 쳐부수며 세력을 키워왔

다는 것은 모두들 다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소주는 그런 청룡장이 처

음 발호한 곳으로 소주인들은 자신들의 터전에 청룡장이  생겨났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황실의 노골적인 탄압은  소주

의 문인이나 부호에만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일반 평민들까지  황실

의 미움을 받아 왔습니다. 여기에 유일한 바람막이가 바로  청룡장이

었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 없는 이들도 청룡장에서는 받아주

었고, 그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를 주저하지 않았

습니다. 황실의 탄압이 강한 만큼 청룡장에 대한 의지와 자부심은 더

욱 깊어갔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소주와 청룡장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을 제외하고  소주에서 

보는 모든 사람은 청룡장의 식솔이거나 청룡장을 정신적 지주로 받들

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군웅들이 여기저기서 웅성대었다. 오응원의 말대로라면 소주는  청

룡장의 핵심세력지역이었다. 이들의 의견을 대변이라도 하듯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왜 모두 소주로 오라고 한 거요? 청룡장은 태호 건너편인 우

석산에 있는데……. 이곳에 일단 모였다가 갈 게 아니라 차라리 그곳

으로 바로 가는 게 더 낳지 않겠소."

  

  "그렇소. 청룡장이 소주지단으로 와달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오. 세

상에 어느 문파가 이런 중대사를 해명하는데 본산에서 하지 않고  지

단에서 일을 벌인단 말이오? 이는 필시 무슨 음모가 내재되어 있음이 

틀림없소."

  

  중인들이 웅성대자 신응 오응원이 다시 나섰다.

  

  "청룡장은 장내 거의 모든 대소사를 소주지단에서 행했습니다.  이

번 소문에 대한 시비도 소주지단에서 가릴 것으로 보여집니다."

  

  무량자는 군웅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보며 수염을 쓸어 내리며 미소

를 지었다. 

  

  "혹시 청룡장이 안마당까지 우리를 유인한 뒤 손을 쓰려는 게 아니

겠소?"

  

  "소주는 운하가 사방에 깔려 있으니 수공에 능한 자들을  이용한다

면 고수들도 쉽게 상대 할 수 있지 않겠소?"

  

  한 명이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여기 모인 우리가 몇 인데  청룡장이 어찌 감히 위세를  자랑하겠

소. 정 수 틀리면 우리가 합심해서 손을 쓰면 될 거 아니오."

  

  그의 말에 한 명이 맞장구 쳤다.

  

  "옳은 말이오.  삼혈맹도 우리  손으로 제거했고,  천하의  혈마도

……."

  

  혈마라는 말에 대청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혈마의  최

후를 장식한 고수가 청룡장의 소천이었기 때문이다. 무당파의 일송자

가 헛기침을 터트렸다.

  

  "소천은 내상을 입었지 않소."

  

  신응 오응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소천에게 사형은 모두 세 명입니다."

  

  중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화산파의 무량자가 너털웃음을 터트렸

다.  

  

  "곧 남령산맥에 있던 백도의 여러 제위들께서 오실 것이고, 우리에

게는 풍개 견로자 노 선배님께서 계시지 않소."

  

  신응 오응원은 청룡장에 한 명의 고수가 더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밖에 내뱉지는 않았다. 지난 오 년 동안 장 내외에서 그 분을 뵈었

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었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태에

서 섣불리 백도 군웅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몇 척의 여객선이 무림인을 가득 싣고 장강을 따라 흘러 내려갔다. 

한 여객선의 난간에기대어 앉은 협개 나정호는 장강의 물결을 바라보

며 수심에 잠겼다. 그가 보기에 이번 사건에 확실한 것은 오직  하나 

구육두개 장로가 성수환독에 당해 죽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정

황증거와 쌍덕존자의 말, 아니 사부 풍개 견로자의 말을 믿고 청룡장

에 이번 일을 따지러 가고 있었다. 물론 백도가 이렇게 움직이게  된 

대에는 백리세가와 남궁세가의 선동이 크게 한 몫을 했다.  

  

  갑판의 한 쪽에는 취선개가 오그리고 앉아 술을 홀짝였고,  건곤신

개는 개방의 각 분타에서 날아오는 급서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카약 퇘! 

  취선개는 굵은 가래침을 강물로 뱉아 냈다. 

  

  "모두들 앞으로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뒤로는  청룡장을 

치면 엄청난 금은보화를 얻게 된다며 들떠 있던데……. 덩치가  커서 

소화가 제대로 될려나 몰라."

  

  협개 나정호는 취선개의 말을 흘려듣지 못했다. 표맹과 북령채간의 

산서대혈전에 참가했던 개방도들은 이번에 진행되는 사태를 탐탁치않

게 여겼다. 이들은 산서에서 소천의 위용을 직접 피부로 확인했었고, 

혈마를 죽이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때문에 삼혈맹과 청룡장이 한

통속이라는 말을 믿지 못했고 아울러 다른 여러가지 증거들도 조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단지 그 일을 주장한 사람이 개방주의 사부인 

풍개 견로자였고, 죽은 사람이 방의 장로였기 때문에 개방은  적극적

으로 움직여야 했다. 

  

  다른 건 둘째 치고라도 의문스러운  장로의 죽음은 반드시 파헤쳐 

져야 할 것이었다. 이 일을 위해서라도 개방은 강동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서류를 정리하던 건곤신개는 한 장을 뽑아 협개 나정호에게 다가갔

다.

  

  "청룡장에서 남령산맥에 출정했던 문파들을 구구 중양절 날 소주로 

초청하여 강호상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답니다."

  

  협개 나정호는 어두운 얼굴을 했다.

  

  "진상? 그들에게 밝힐 진상이 있을 까? 소문이 난지 채 열흘도  되

지 않았는데 뭘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건지."

  

  "이번 역 소문이 청룡장의 작전이라면 가능합니다."

  

  "쌍덕 존자님이 백련교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 말인가?"

  

  "네."

  

  취선개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군. 정말 일이  너무 급히 돌아가고  있

어."

  

  협개 나정호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주에서 태상장로님을 뵙게 되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알게 

되겠지요."

  

  건곤신개가 전서를 펼쳐 보고 대답했다.

  

  "태상장로님께서는 무석에서 기다리고 있으시답니다."

  

  개방 무석분타에서 방주를 맞이한 풍개 견로자는 두터운 손으로 협

개 나정호의 손을 꾸욱 움켜쥐었다. 협개 나정호가 뭐라고 말할 시간

도 주지 않고 풍개 견로자는 번쩍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방주. 내 말을 믿으셔야 하오. 시간이 촉박하여 자세한 사정과 증

거들을 모두 보여 줄수는 없소. 하지만 청룡장은 혈천마궁의  후예로 

백련교와 손을 잡고 작게는 강호영패(江湖永覇)를 크게는 대명의  전

복을 획책하고 있소. 황실에서도 이 사실을 알아채고 금의위를  출정

시킨 상황이오. 이 싸움이 강호와 황실간의 내전으로 번지기 전에 우

리가 나서서 해결을 해야 하오. 그래야  더 큰 피를 미연에 방지  할 

수가 있는 것이오."

  

  협개 나정호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증거가……."

  

  "방주께서는 이 사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요? 다른 건  몰라

도 구육두개 구장로의 죽음은 해명되어야 하지 않겠소."

  

  "청룡장에서 손을 쓴 것이 확실합니까?"

  

  풍개 견로자는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이오."

  

  "헌데 왜 그 동안 제게도 알리지 않으셨습니까?"

  

  "증거가 많이 부족했소. 구육두개 구 장로가 청룡장을 감시하다 실

종한 연후 태호의 갈대 숲에서  시체로 발견되기까지 아무런 종적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오."

  

  가많히 듣던 건곤신개가 끼어 들었다. 

  

  "그럼 청룡장에서 직접 손을 썼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셈이군

요?"   

  

  "그랬었소. 하지만 보시다 시피 구  장로는 성수환독에 중독 되었

고, 당금 천하에 성수환독을 쓸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명. 독왕 역상

뿐이오. 그자의 흔적은 청룡장에서 발견되었소. 더 무슨 증거가 필요

하오?"

  

  "청룡장이 사람을 감추고 발뺌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람은 감출 수 있지만 성수환독의 흔적은 지울 수 없을  것이오. 

성수환독은 인세에 다시없는 기독이지만 비천설상서(飛天雪霜鼠:  날

다람쥐의 일종.)에게는 다시 없는 영약이오. 이 비천설상서는 십  년 

전에 뿌려진 성수환독의 냄새도 맡을 수 있소."

  

  "그럼?"

  

  "비천설상서가 청룡장에서 성수환독의 향기를 맡았소. 그것도 아주 

진한 내음으로……."

  

  협개 나정호는 어눌한 얼굴을 했다. 

  

  "그런 일이?"

  

  "청룡장도 이 사실은 알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방주께서 이  사실

을 무림동도들에게 공표하고 이끌어  주기 바라오. 노구가  나섰으면 

좋겠으나 방 전체의 영광과 십 년 앞을 생각한다면 방주께서  나서시

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건곤신개가 다시 끼어 들었다.

  

  "비천설상서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만 내일 방주께 전달이 될 것이오. 본 방의 영광

이 방주의 두 어깨에 걸려 있음을 잊지 마시오."

  

  협개 나정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청룡장의 주요 고수들과 무사들이 모두 소주 지단으로 향하고  있

습니다. 본 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지금 급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

까?"

  

  상관덕조는 선우대덕을 보며 생긋 미소를 지었다. 선우대덕은 새하

얀 백발이 흩날리는 것을 즐기며 뒷짐을 지었다. 

  

  "우석산에 있는 장원이 본 장이라고 생각되느냐?"

  

  "그럼?"

  

  "백오가 있는 곳이 본 장이다."

  

  "개를 때리면 주인이 나오겠지요. 허나 정면대결을 벌인다면 본 전

력으로는 피해가 크리라 예상됩니다."

  

  "너는 내가 주 전력을 산서에 남겨두고 온 지금 청룡장과 정면  승

부를 하리라고 보느냐?"

  

  상관덕조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습니까?"

  

  선우대덕은 시선을 들어 창천을 바라보았다. 여인네처럼 붉은 뺨에 

가득 홍조가 담겼다.

  

  "백오와 나의 결전은 천하를 놓고 최후에 벌어지는 격돌 장에서 이

루어 질 것이다. 지금 내가 청룡장을 압박하는 것은 그들을 제거하기 

위함이 아니라 천하를 향해 포효하게끔 만들기 위해서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이제는 너도 알 때가 된 것 같구나."

  

  상관덕조는 묵묵히 선우대덕을 바라보았다. 선우대덕은 뒷짐을  풀

고 수염을 가볍게 쓸어 내렸다.

  

  "내가 광명안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알고 있을 테니 더 말하지 않

겠다. 당금 황제가 반역에 성공 한 지 겨우 이년. 황제로서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지만 반역을 성공시킬 정도의 패왕인 것도 사실이다.  섬

서에서 우리가 거병하고, 티무르의 대군이 옥문관을 넘는다면 강북은 

우리의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현 황제라면  강남을 

기반으로 한 왕조를 이끌어 갈 만한 위인이다. 우리와 티무르 제국과

의 관계 또한 그들이 옥문관을 넘는 순간 오월동주의 처지가 되어 결

국 천하는 삼분되고 만다. 그래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 "

  

  "그럼?"

  

  "그전에 청룡장과 황실을 격돌시켜 양쪽의  힘을 빼 놓는다. 어느 

쪽이 이기든지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청룡장이 황실과 격돌할 힘이 있을 까요?"

  

  "천하를 놓고 본다면 싸움이 되지 않으나 황실의 주 전력은 장성과 

옥문관에 집결해 있고 청룡장은 강동에 집결해 있다. 게다가  청룡장

과 건문회가 손을 잡는다면 영락제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강남의  군벌

과 관료, 향신계층이 일어 설 것이다. 그 힘이라면 제국을 반으로 쪼

개기에 충분하다.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다면 우리의 일은 반쯤  성공

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청룡장의 크게 득세를 하면 어떻게 됩니까?"

  

  "당금 황제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물론 백오 또한  일세의 

명장이었으니 둘의 대결은 아마 볼만할 것이다. 또한 강남의  군벌과 

관료계층이 청룡장을 좋게만 여기는 것도 아니니 그들을  이간질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아, 이미 그쪽에 사람을 심어 두셨군요."

  

  "이 일을 계획하고 준비한지 삼 십 년이 지났다. 어디에 내 사람이 

없겠느냐. 그간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호

기는 있지 않았다. 백오.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홍위군 백만을 질타

하던 네 모습을 보고 싶구나 하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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