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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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관제묘 안에서 의자에 걸터앉은 협개 나정호

는 곤란한 표정으로 눈썹을 긁적였다. 

  

  "뭐가 어떻게 되가는 겁니까?"

  

  방주의 시선을 받은 건곤신개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의  손에는 

몇 장의 비합전서가 구겨져 있었다.

  

  "쉽게 말씀드려서 존덕문과 청룡장의 패권다툼이 시작됬습니다."

  

  "청룡장이 혈천마궁의 후예라는 것과 삼혈맹과 한통속이라는  소문

은 어떻게 된 겁니까?"

  

  "사실 일 수도 있고 악의에  의한 낭설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그 

첫 발언자가……."

  

  협개 나정호는 눈을 부볐다. 

  

  "사부님이라는 게 문제다 이거군. 천하 동도들이 진위여부를  가리

기 위해 본 방을 찾아오겠군. 장로님께서는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생

각하십니까?"

  

  "제 생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증거가 필요할 뿐입니다. 확증  없

이 섯 불리 움직였다간 천하대란이 벌어지게 될 껍니다."

  

  취선개가 관제묘 안으로 들어왔다.

  

  "방주님. 백리세가주님과 남궁세가의 남궁천기 남궁대인께서  오셨

습니다."

  

  나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오는 둘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들 오십시요."

  

  금릉 관사에서 사무를 보던 금의위  부 지휘사 서진명은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어서 오십시요. 도 지휘사님. 가셨던 일은 잘 되셨습니까?"

  

  금의위 지휘사 도중걸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있는 것 같아."

  

  도중걸은 의자에 앉으며 한 쪽 줄을 잡아 다녔다. 잠시 후 시녀 한 

명이 용정차를 놓고 물러갔다. 도중걸은 차를 술 마시듯 몇 모금  들

이키고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오군도독부에서 사천 쪽 공작을 걸고 들어왔어."

  

  서진명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마장군이 우리 작전이라는 걸 눈치 챘습니까?"

  

  "넘겨 집은 거겠지. 그리고 말이야 티무르 왕국에서 온 특별한  보

고는 없는 건가?"

  

  서진명은 약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군대의 집결이 거의 막바지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도중걸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눈빛이 깊이 가라앉았다. 지금 전쟁이 

발발해서는 안되었다. 삼년간의 정난지변(靖難지변)이 끝 난지  이년 

밖에 안된 상황이라 피폐해진 국력도 국력이려니와 아직 황제의 지배

권이 제대로 서지 않아 내부 곳곳에서는 반도들이 눈을 빛내고  있었

다. 이런 때에 대규모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긴다 하여도 제국의 앞날

은 보장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객들에게서 온 소식은 없는가?"

  

  "티무르 왕국에서 이곳으로 지급 서신이 오는 데만도 반년이  걸리

는지라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도중걸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밖에서는 강적이 국경을 넘보고 있는데 조정대신들은 세력 다툼이

나하고, 아참 건문회의 소탕은 어찌 되가고 있나?"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도중걸은 눈을 빛냈다.

  

  "우산 때문인가?"

  

  서진명은 약간 어눌한 답변을 했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걸리적거리고 있기는 합니다."

  

  도중걸이 목 언저리를 손으로 두들겼다.

  

  "우산을 치워 버리게."

  

  서진명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명이 내려졌습니까?"

  

  "안에 종기를 안고 적과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자네가 그걸 짜내

게."

  

  서진명은 약간 상기된 얼굴을 했다.

  

  "병력은 얼마나 동원 할 수 있습니까?"

  

  "금의위 무사 이 백이네."

  

  서진명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 가지고는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필요가 없지만 자네는 적들을 쓸어 담기만 하면 

되네. 곧 백도와 청룡장이 정면대결을 벌일 테니까 말이야."

  

  서진명은 읍을 했다.

  

  "그래도 이 백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도중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사람아 자네가 공을 세우기  바라기 때문에 이번 일을  맏기는 

거야. 오군도독부에서 그 일을 맏겠다고  난리를 치는 걸 내가  가져 

온 거야."

  

  "그래도 이 백 가지고는 안됩니다. 정병 오 천을 주실 요량이 아니

면 이번 일을 맏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오군도독부에 이번 일을  일

임하시기 바랍니다."

  

  도중걸은 입을 닫으며 굳은 얼굴로 서진명을 바라보았다. 

  

  "명령이라면?"

  

  "명령이라면 따르겠지만 작전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치 패배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한 모습이군? 전에 당한걸 복수

하고 싶지 않은 건가? 자네의 이런 행동은 다르게 비추어 질 수도 있

네."

  

  "정병 오천을 주신다면 제 진심을 알 수 있을 껍니다."

  

  도중걸은 서진명을 물끄러미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아직 폐하께 보고를 드린 것이 아니니 내 사마장군을 한 번 

만나보지. 자네에게는 감군(監軍) 정도가 적당하겠지."

  

  단우백은 우측에 무상 서왕을 대동하고 자리에 앉아 육대당주를 비

롯한 주요 수뇌부들을 내려다보았다.  대전에 가득 모인  수뇌부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현무당주 비산영마 가구통이 꾀죄죄한 얼굴을 가장 먼저 들어 올렸

다. 

  

  "장주님께서는 천하에 떠도는 소문을 들으셨습니까?"

  

  단우백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떡였다.

  

  "본 인도 귀가 있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했겠소."

  

  "허면 어떤 대책이 있으십니까? 예로부터 성인삼호(성인삼호) 증삼

살인(증삼살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세간의 소문이  낭설이기는 

하지만 이대로 두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적극적인 대처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쌍덕을 대령하여 사실의  진위여부를 캐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울러 이런 헛소문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자들을 엄히 다스려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가구통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룡장이 그 동안 해온 일들을 백도가 몰라준다는 원성

이었다. 예당주 이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전 안은 금새  조용해졌

다. 

  

  "장주님. 문상께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번 일과 관련이  있

습니까?"

  

  단우백은 수염을 내리 쓸었다.

  

  "문상은 비밀 작업중입니다. 한동안 모습을 보지 못할 껍니다."

  

  육정산은 하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일이 단순히 소문만은 아니지요?"

  

  단우백은 고개를 무겁게 끄떡였다.

  

  "쌍덕이 전 백도를 등에 업고 강동을 차지하기 위해서 진격해 오고 

있소."

  

  "무엇이."

  

  여기저기서 경악성과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단우백이 손을 들자 대전안은 고요해졌고 오기령주 한충이  탁자를 

들고 대전 가운데로 나왔다. 탁자 위에는 강동의 지도가 있었고  청, 

백, 자색의 작은 깃발이 꽃혀 있었다. 

  

  청색 깃발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청룡장의 지단과 분타임을 한  눈

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백색깃발은 양주북부와 강서 구강 입구에  집

중적으로 몰려 있었고, 자색 깃발은  금릉과 항주 남서부에 모였다. 

한충은 지휘봉으로 항주 남서부를 찍었다. 

  

  "서천목산과 동천목산, 간막산에 중무장한 무사들이 집결하고 있다

는 보고입니다. 정보원을 세 곳에 급파했지만 자세한 내막을  밝혀내

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색을 보았던 민단원들의 말을  종합

해 보면 적들의 숫자는 각 산마다  이, 삼 백 정도로 추산되며  무공 

수위는 본 장 청룡단이나 육당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장주 저들이 쌍덕의 졸개들이라는 겁니까?"

  

  "쌍덕은 오래 전에 존덕문이라는 문파를 세워 백도를 암중  지배해 

왔소. 이제 그 마수를 본 장에게 까지 뻗히려고 하는 것이오."

  

  중인들은 나직한 침음성을 흘렸다. 

  

  한충은 다시 금릉의 자색깃발을 가리켰다.

  

  "금릉에 집결한 적들의 숫자는 약 칠백 정도로 추산됩니다. 고수들

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적의 주력이 집결

해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본 장의 세력권 내에 집결해 있는 존덕문의 무사는 일  천으

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삼  사 백 정도의 비밀부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전력만으로는 본 장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는 없습니다."

  

  중인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백색깃발에 시선을 두었다. 

  

  "문제는 백도의 향방이라는 건데……."

  

  인의당주 반월도 반승이 갑자기 말문을 돌렸다.

  

  "아참. 귀환하고 있는 청룡단과 소공자님, 호법단은 어찌 되었소?"

  

  서왕은 사제를 생각하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무호지단에서 맞이하러 나갔소. 저들은 감히 장강에서 우리와  맞

서려고 하지 못할 것이오."

  

  구겸창 홍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백도와 시시비비를 잘 가린다면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겠습

니까? 그 소문이 낭설인것으로 확인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전화위복

의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단우백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나도 그러게 되기를 바라고 있소. 하지만 저들이 바라는 것은  시

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강동을 장악하는데 있으니 문제요.  존

덕문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한다면 왜 이런 포진으로 본 장을  압박

해 들어오겠소."

  

  서왕이 바로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존덕문이 그런 낭설을 퍼트려 백도를 자극하지  않았다

면 어찌 감히 강동에 그만한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가 손을 써도 벌써 썼을 껍니다. 존덕문은 우리와 정면대결을 하기가 

꺼려지니 백도를 충돌질 한 겁니다."

  

  청룡당주 예리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주님. 지금 즉시 출병하여 남쪽 세 산에 있는 자들을  토벌하여 

일벌백계의 위엄을 보이는 것은  어떻습니까? 시시비비는 그  연후에 

가려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백도의 군웅 중 일부는 이미 양주를 통해서 강동에 들어와  있네. 

현 상황에서 우리가 존덕문을 선제 공격한다면 일이 자칫 커질  수도 

있네."

  

  육정산은 눈을 반쯤 내리 깔고 수염을 메만졌다. 그 옆에 앉은  단

양수 천일정과 다른 호법들의  얼굴에는 노기가 감돌았다.  오익상이 

뻐드렁이를 내밀며 씩씩거렸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가 삼혈맹과 어떻게  싸웠는지 

눈깔있는 자들은 다 봤을 꺼 아닙니까. 근데도 그딴 소문에 부화뇌동

을 해대다니."

  

  절명도 풍파는 허공에 삿대질을 해댔다.

  

  "도데체 쌍덕이라는 자들이 누굽니까? 뭐 그리 대단한  작자들이라

고 모함을 해도 유분수지." 

  

  장사에서 배를 타고 장강을 타고 내려오던 소천 일행은 무창성에서 

잠시 물자를 실을 때 청룡장에 관한 소문을 접했다. 그 소문에  무창

에서 하루를 쉬고 갈 여정을 당겨 바로 청룡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다. 

  

  구환도 진명이 벌개진 얼굴로  육정산을 바라보았다. 그도  단단히 

열이 받은 모양이었다.

  

  "듣기로는 쌍덕이 백도에서 존경받는  자들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선실 창가에 기대서 반짝이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소천의 두 눈가가 

물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옆 선실에서 호법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선명히 들려왔지만 소천은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시하면 무시 할 수록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과 격정은 겉잡

을 수 없이 커져 갔다. 

  

  '본 장은 그냥 이대로 있어야 한다. 싸워야 한다면 쌍덕과  사부님

으로 한정 지어져야 한다. 좀더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나와  사형들까

지다. 그 이상이 격전에 휘말리면…….'

  

  소천은 창백한 얼굴을 털어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

었다. 혈마와의 격전이 비록 계획된 것이긴 했지만 일검을 찔러 넣기 

전까지는 서로 한치의 양보도하지 않은 비무였다. 소천은 자신의  검

세를 파고들어 가슴을 살짝 건드리고 유유히 빠져나간 혈마의 일수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졌다. 일순 심장이 격동하고 호흡이  가빠져왔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텅빈 공터에 소천과 혈마 그리고 둘을 지켜보는 자만 남고 모든 것

이 사라졌다. 혈마와 소천은 각기 재주를 다 펼치며 격렬히 부딪쳤고 

지켜보는 자는 어느 한 쪽을 응원하지 않고 무심히 바라만 보았다. 

  

  배는 강물을 타고 계속 강동으로 향했고 갑판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청룡단 무사들은 두 주먹을 꾸욱 움켜쥐고 풀 줄을 몰랐다.

  

  소주 신응표국(神鷹驃局)의 국주 신응 오응원은 넓은 얼굴이  반으

로 접힌 상태에서 웃으려 하니  웃음이 잘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앞에 있는 사람은 사문의 존장으로 무당파의 장로인 일송자였다. 

  

  "어서오십시요. 사백님."

  

  일송자는 고개를 끄떡이며 표국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넓은 

연무장과 긴 행랑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송자를 따라 들어온 몇 명의 

강호명숙들은 오응원에게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오응원이 웃으며 답

례를 하는 사이 일송자는 안으로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넓어서 좋군."

  

  신응 오응원은 재빠르게 앞으로 인도하며 얼굴을 구겼다. 원래  연

무장의 반 정도는 표물과 마차들로 넘쳐났었다. 청룡장에 관한  이상

한 소문이 떠돌기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실이야 어찌 되었던지 간에, 쌍덕과 그 압잽이들이 청룡장을  몰

아내고 강동을 차지하기 위해서 대거 몰려온다고 소문이 났다. 그 압

잽이들과 상관이 있다고 소문이 난 곳은 사람들의 내왕이 뚝 끊겼고, 

신응표국의 국주도 무당파의 속가제자라 현재 화물은 물론 예약된 화

물의 대부분이 취소 또는 보류가 되었다. 일이 며칠만에 이렇게 진행

이 되자 표사들 중 반이 종적을 감추었다. 반이 남기는 했지만  이들

을 전적으로 믿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일송자는 오응원에게 나직히 말을 건넸다. 

  

  "손님이 더 올지 모르니 실례를 하지 않게 잘 준비를 하게나. 무당

파의 위명이 자네 어깨에 달려 있네."

  

  "네 잘 알겠습니다." 

  

  나관추와 이철룡은 가벼운  맞바람을 맞으며 소주북문으로  들어섰

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생각해 제남에 모였던 군웅들은 각기 삼삼

오오 짝을 이루어 남하했다. 소주는 운하의 도시답게 성벽 외각에 파

여진 호성하를 따라 작은 소선들이 삿대질을 했고 거리 곳곳에서  다

리와 운하가 교차했다. 넓게  뚤린 대로좌우로는 시원스럽게  처마가 

올라간 건물들이 많은 교태를  부렸다. 이철룡은 이리저리  건물들을 

돌아보다가 살기가 뒷머리에 따라 붙는 것을 느끼고 몸을 돌려 일 검

을 휘둘렀다. 

  

  사각. 

  썩은 진물이 흐르는 만두 조각이 반으로 갈라지며 이철룡의 얼굴을 

덮어왔다. 이철룡은 가볍게 한 발을 옆으로 빼 만두조각을 피하며 자

신에게 만두를 던진자를 노려보았다. 순간 이철룡은 힘이 쭈욱  빠졌

다. 이제 예닐곱 살 정도는 됐을 까 한 어린 꼬마 계집아이가 새파란 

독기를 띄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꼬마  계집아이는 

어느새 사람들 틈바구니에 뭍혀 보습이 보이지 않았고, 주위를  걷는 

이들은 둘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이철룡은 검을 거두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보보마다 크고 작은  살

기가 넘쳐 났고 사람들의 얼굴은 굳은 돌처럼 보였다. 이철룡은 처음 

와보는 강동의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이런 강렬한 적의를 들어내자 어

쩔 줄 몰라했다. 

  

  "사숙."

  

  포응검객 나관추는 성큼 성큼 걸음을 떼었다. 

  

  "일단 객점을 하나 잡자."

  

  "네."

  

  포응검객 나관추는 앞에 보이는 큰 객점으로 걸음을 떼었다.  순간 

객점 안에서 고개가 서너 개 나오더니 곧 안으로 몰려들어갔다. 잠시 

후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객점의 창문은 물론 정문마저 거친  먼지

를 날리며 닫혔다.  

  

  포응검객 나관추는 닫힌 문과 창문을 보며 어의 없다는 듯이  고개

를 살짝 저었다. 창문 틈 사이로 몇 개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게 느껴

졌지만 대 화산파의 제자가 무공도 모르는 이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포응검객은 소매를 털고 걸음을 떼었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사숙님. 제 생각에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의연함을 보이거라. 저들은 청룡장의 위명에 눌려 있는 것이니 우

리의 당당함을 본 다면 마음이 달라 질 것이다."

  

  포응검객 나관추가 앞장서자 이철룡은 그 뒤를 바싹 따라갔다.  아

직 해가 많이 남았으니 못할  것도 없었다. 이들이 객점에서  십여장 

쯤 물러나자 창문과 문이 활짝 열렸다. 점소이 한 명이 바가지를  들

고 나오더니 문 앞에 물을 뿌리며 축사(逐邪)를 해댔다. 

  

  이철룡은 뒤를 보며 인상을 쓰자 점소이는 약간 주춤한 듯한  모습

을 보였지만 곧 허리와 어깨를  쭈욱 펴고 당당한 모습으로 물을  더 

신나게 뿌려댔다. 몇 개의 객점을 찾아보았지만 이들이 시선을  주기

만 하면 문을 닫아걸거나 문 앞에 가로대를 놓아 거부의 의사를 분명

히 했다. 

  

  어떤 곳은 거리 전체가 문을 닫아걸기까지 했다. 물건을 사던 사람

이 많은 거리였는데도 문을 닫는 주인이나 손님들 사이에 아무런  잡

음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텅빈 거리를 지켜보던 나관추가  고개를 

획 돌리더니 땅을 차고 날아올랐다.

  

  "따르거라."

  

  이철룡은 나관추의 뒤를 바싹 따라 건물 지붕위로 올라섰다.  건물

의 지붕을 타고 얼마를 달리자 좁은 골목에 박도와 각목을 든 청장년

들이 가득 차 있는 게 보였고  그 앞 넓은 대로에는 세 명의  검수가 

새빨개진 얼굴로 피를 흘리며 나뒹구는 십여 명을 노려보았다. 

  

  나관추와 이철룡은 가볍게 땅에 내려서며 부상자들을 확인했다. 검

수 한 명이 나관추를 보며 호통을 쳤다. 

  

  "청룡장의 잡졸들이냐?"

  

  나관추는 부상자를 지혈하며 검수를 쳐다보았다.

  

  "화산파의 나관추요. 귀하들은?"

  

  화산파라는 말에 세 검수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오검보의 소보주 석태랑입니다."

  

  그가 더 뭐라고 말하려는 사이 포승을 든 포쾌 한 명이 이들 앞에 

내려섰다. 포쾌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석

태랑과 두 무사는 삼재진을 짜고 주위에 몰려든 자들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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