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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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무군을 비롯한 중인들은 멀리서 혈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있

던 나정호가 말을 하였다.

"왜 그러십니까?"

"포위된 자 치고는 너무나도 평온한 것 같소이다."

백리무군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때였다. 한명의 전령이 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삼혈맹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문  봉쇄를 담당

하고 있던 청성파와 아미파가 삼혈맹의 공격으로 전멸지경에  처했다고 합

니다."

"뭐야 그럴 리가. 삼혈맹의  전력이 동원되기 전에는... 삼혈맹에서  그런 

최악의 수를..."

백리무군은 벌떡일어나 그렇게 말을 하다가 말을 멈추었다. 

'도주'

나정호가 황급히 말을 하였다.

"적들이 도주를 택한 모양이요."

"그럴 리가. 그럴 리가"

백리무군은 멍한 얼굴로 말을 하였다. 삼혈맹은 총타를 버리고  도망을 쳐

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천하의 삼혈맹이 등을 보이고 도주를 하다니. 

"어서 병력을 그쪽으로 증강해야 하지 않겠소."

백리무군은 손으로 이마를 집었다. 혈마는 고요한 신색으로  앉아 있었다. 

중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맹주. 지금 혈마를 잡을 때가 아니오. 청성과 아미가 무너지는데..."

"삼혈맹도들은 언제든지 잡아 죽일 수 있소. 그러나 문제는  혈마요. 삼혈

맹의 다른 고수라면 각파의 일류고수들로 상대를 할 수가 있소. 그러나 혈

마는 혈마는 아니오. 그는 지금 반드시 죽여야 하오. 아마  지금의 도발도 

우리가 혈마를 포위한데에 대한 유인작전일 것이오."

백리무군의 말에 나정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협곡에서 본 혈마의 신위. 혈

마가 지금 이 포위망을 뚤고 간다면 백도인들은 아무도 두다리 뻣고 잘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청성과 아미는 어쩌란 말인가.

공격은 시작되었다. 청성파와 아미파가 삼혈맹의 공격으로 피해를 보고 있

다는 것을 알자 군웅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혈마에게 달려들었

다. 하지만 그의 앞에 오래  서 있지 못했다. 무사들은 물론  소위 일파의 

지존이라는 사람들. 한 지역의 패주라는  인물들, 아무도 그의 앞을  막지 

못했다. 보이는 것은 오직 붉은 혈막. 그리고 그의 앞을  막아섯던 이들의 

주검뿐이었다. 피빛 동공이 번쩍이고 그의 옷소매가 막을 그리면 병장기와 

함께 사람이 쓰러져갔다. 혈포안의 두 다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 같

았다. 단지 보이는 것은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그의 모습과  혈막을 만드는  

소매뿐. 그리고 그사이 잠시 잠깐 번뜩이는 그의 혈수를 볼  수 있는 이들

은 그래도 수측에 끼었다. 그에게는 각 문파들이 자랑하는  검진이나 합벽

술이 통하지 않았다. 단지 인해전술로 막아선 중인들의 피로 그를 막고 있

을 뿐이었다.

"사흘째입니다. 그도 지쳤을 껍니다. 지금이 아니면 혈마를 죽일  수 없습

니다."

백리무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채운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중인들의 얼굴에

는 은은한 공포가 어려 있었다. 사흘. 혈마는 포위된 채  죽음을 기다리는 

사냥감이 아니었다. 도망을 치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백도의 군웅

들을 그의 손에서 도살이 되어갔다. 단지 각파의 최고  고수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저버리고 연수합격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연수합격이 틈새가 벌어지면 혈마의 손속에 군웅들은  무방비로 쓰러졌

다. 그렇게 지난 사흘동안 쓰러져간  무사의 수는 근 이백여명.  어지간한 

문파 하나를 구성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그렇게 사라진 것이었다. 중인들

을 모두침을 삼켰다. 이제 각파에서 고수라고 불리울 만한 인물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부분 혈마의 손아래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

었다. 그래도 백도의 군웅들은 혈마에  대한 포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청성과 아미의 피해가  너무나 억울했다. 그리고 지금  혈마를 

죽이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당할 차례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엇기 때

문이었다. 

사대마군이 이미 남령산맥을 빠져나갔고, 그들이 백도의  추적대와 혈전을 

벌여서 몇 명의 사상자를 냈던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

은 혈마를 확실하게 죽이는 것이었다. 포위망은 혈마의 이동과  함께 계속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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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적기가 아니겠습니까?"

"아직은 좀더 기다려 보도록 하지. 재미있지 않나?"

"네. 혈마도 지친 것 같군요."

"그럴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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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가 극망봉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화산파가 그뒤를 추격하고  있습니

다."

백리무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사흘간의 걸친 희생으로 혈마를 우리가 원하는 지형으로  몰아 넣

는데 성공을 했소. 이제야 말로 무림정의를 위해서 우리의  피를 바칠때가 

되었소이다."

그말에 화산파의 장로 무량자와 죽검서생 곡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밖

으로 나갔다. 그들이 일어서자 개방방주 나정호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육

정산이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천도 몸을 세웠다. 백리무군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섯다.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지 끝날 때가 온 것

이었다. 

소천은 혈마를 바라보았다. 혈마는 고요히 서 있었다. 바람에 간간히 나부

끼는 붉은 머리카락만이 그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

다. 봉우리의 삼면은 백도의 군웅들이 포진을 마친  상태였다. 수백수천이 

넘는 백도무사들이 집결해 있었지만 혈마의 몸은 추호의 미동도 없었다. 

백도군웅들 중에서는 아무도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먼저 

나서는 이가 없었다. 혈마와 단신으로 겨룰 만한 고수들은 없었다. 소림사

의 혜명대사. 무당파의 일검도장을 비롯해서 청성과 아미의 수뇌부도 혈마

의 손에 모두 일패도지를 한  뒤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

다. 혈마는 절대로 살려둘 수 없는 존재였다. 수십년동안 백도군웅들의 마

음을 짖눌렀던 이름의 무게만큼 그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도  강렬했다. 백

도군웅들은 여기서 일대 일의 싸움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뿐이었다. 수십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혈마를 

공격해야 했다. 합공의 묵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그리고 재

삼재사 확인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명성은 물론 그 문파의 체신

이 크게 깍이는 일이었다. 군웅들은 서로 누가 먼저  나서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 나선다면, 그리고 그가 선동을 한다면 마지  못해서 참

가하는 척 나설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먼저 나서는 이가 없었다.  소천은 

고개를 돌려서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발을 뒤로 물리고 있었다. 반혈맹주 백리무군이나 개방주  협개 나

정호도 감히 먼저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문파의 수장

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천은 다시 등뒤를 바라보았다. 소천의 등 뒤에는 청룡장에서  온 고수들

과 청룡단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도 반보쯤 물러나  있었다. 

그래서 중인들 중에서는 소천이 가장 앞에 나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

인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모아지며 소천에게 가서 멈추었다. 소천은 고개를 

들어서 혈마를 바라보았다. 중인들의 목에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소천의 

귓가에 생생이 들려왔다. 혈마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소천은 

손에 들린 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 순간 중인들의  눈에서 불꽃이 튀

었다. 앞으로 나갔던 왼쪽 발이 뒤로 물러섯다. 

소천이 뒤로 물러서려는 기색을 보이자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검에 손이가

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리무군이 고개를 살짝 끄떡이는 것이 보였다. 소천

은 그것을 보고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물러선다면 백리무군의 명에 따

라서 일제히 쳐 올라갈 것이 뻔했다. 그것은 장에서나 혈마가 원하는 상황

이 아니었다. 척 검손잡이가 소천의 눈위까지 올라왔다.

"청룡장의 소천이 삼가 삼혈맹의 제 삼맹주 혈마에게 도전을  청하는 바이

오."

그말에 중인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십여보씩 물러났다.  그리고 일제

히 소천을 바라보았다. 백리무군은  소천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 

뒤로 물러섯다. 청룡단도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단지 육정산을 비롯한 청

룡장의 고수들은 어안 벙벙한 기색을 띄엇다. 육정산이 앞으로  나와 소천

의 옆에 섯다. 중인들이 그것을 보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아마 청

룡장의 고수들이 모두 달려든다고 해도 전혀 비웃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

로서는 다른 이가 혈마의 힘을 빼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

신들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단신으로는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노부가 돕겠소이다."

육정산은 그렇게 말을 하고 도를 힘있게 움켜쥐었다. 소천은  손을 아래로 

벌리며 소매로 육정산의 무릅 어름을 막았다. 그리고 성큼 한 걸음을 떼었

다. 육정산이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소천은 혈마앞에 섰다.  육정산도 신

법을 펼치려다가 멈추어 섯다. 

혈마와 나란히 선 소천의 머리위로 한조각 구름이 지나가며 그림자를 드리

웠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혈마의 모습을 잠시 묻었다가 저멀리 떠나갔다. 

육정산은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뒤로 물러섯다. 그가 뒤로 물러서자 중

인들도 따라서 물러섯다. 그들은 모두 둘을 바라보았다. 

혈마는 중인들을 내려다 보았다. 산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인물들. 펄럭

이는 각 문파의 깃발들과옷자락들. 그들이 빼들은 병장기에  반사되는 햇

빛들이 빛을 반사하였다. 그것은 마치 산에서 보광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

았다. 혈마의 옷자락은 바람에 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붉은 머리카락

은 아무런 움직임없었다. 혈마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단지 그것  뿐이었

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중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몇발짝씩 물러섯다. 

혈마는 왼손을 가슴으로 끌어 당겼다. 그것은 소림사에서 동자배불의 예를 

취하는 모습과 같았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소림사의  동자배불은 허리

가 숙여 지지만 혈마의기수식은 그렇지 않았다. 혈마는 오른손도 끌어 올

렸다. 양 손바닥은 서로 만날 듯이 가슴에 모아졌다. 왼손이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왼손이 나가자 오른손도 따라 나갔다. 그러나 왼

손은 날을 보이며 앞으로 나가면서 약간 아래로 내려 지는  반면 오른손은 

임맥의 줄기를 따라 손바닥이 믿을 보고 내려가고 있었다. 앞으로 내 뻣는 

왼손동작에 소천은 자신도 모르게 몇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지

는 오른손에 의해서 산이 믿으로 가라 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천은 혈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 가까이서 혈마의  얼굴을 

본 것은 양주의 협상건 이후 처음이었다. 그때는 혈마의  얼굴을 보았지만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혈마의 붉은 기운만이  느껴졌을 뿐이

었다. 그러나 지금은 혈마의 얼굴이  하나하나 자세히 보였다. 붉은  얼굴 

가운데도 검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눈섭 부위였다. 그리고 살짝  벌려진 

입안에 하얀 이가 보였다가 닫혀졌다. 소천은 그것이 미소라고 느껴졌다. 

소천은 검을 한쪽에 꽃았다. 검집 채 반쯤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

고 양손을 들어 앞으로 천천히 밀었다. 혈마의 눈가에 웃음기가 감돌았다.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는 중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휘이잉 바람이 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가면서 작은 소리를 토해 내었다. 탓. 소천의  몸이 먼

저 움직였다. 촤라락 소천의 손이 혈마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혈마의 

붉은 혈수가 소천의 일수를 막아내면서 뒤로 물러섯다. 수십개의  손이 일

제히 난타를 하는 듯이 보였다. 소천의 손이 너무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

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빠르게 움직은 손과 달리 그의 몸과 다리

는 태산이 움직이는 듯이 안정감이 있었다. 그것은  혈마도 마찬가지였다. 

혈마도 하체로 중심을 잡고 땅에 족적을 남기고 퇴각하고 있었다. 그가 움

직이는 곳마다 선명한 발자국이 생겨났다. 혈마가 십여보나 물러나자 중인

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 와아아"

중인들의 함성소리에 산천이 떠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몇  명의 고수

들은 눈살을 찌뿌리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쌍수곤룡 오익상은 천일정을 바라보았다. 천일정은 고개를  돌려 육정산을 

보았다. 육정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소천은 필생의 공력으로 혈마를 몰

아쳐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혈마는 그런 소천의 일수 일수를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고 막고 있었다.  자신의 힘은 칠푼정도 축적을  한 상태로 

막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공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혈마의 반

격에 그대로 무너질 것이었다. 육정산은 도를 반쯤 뽑았다가 다시 집어 넣

었다. 그리고 하연적과 천일정을 보며 말을 하였다.

"두분께서도 준비를 하십시오."

하연적과 천일정은 고개를 끄떡이고 공력을 끌어 올렸다.

혈마는 소천의 공세에 절벽가로 밀려났다. 혈마는 절벽가에서 양발로 땅을 

디디고 혈수로 소천의 공세를 막고 있었다. 소천의 공세는 더욱 거세져 조

금만 더 몰아치면 혈마를 절벽 아래로 떨어 뜰일 것  같았다. 중인들은 그

러한 모습에 조바심을 내며 침을 꿀꺽 꿀꺽 삼켜대었다.  한쪽에서 묵묵히 

바라보던 백리무군도 이채로운 눈빛으로 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번

이고 고개를 돌려서 곁눈질을 했다. 건곤신개는 협개 나정호  뒤에서 그런 

백리무군을 바라보았다. 

파아악 소천의 두 다리가 땅에서 살짝 떨어졌다. 그리고 가슴을 비운채 양

손을 모아가면서 장작을 뽀개듯이 혈마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상대에게 

가슴을 완전히 내주는 격이었다.  그러나 혈마가 소천의 가슴을  가격하는 

순간 머리를 비워 줘야 하기 때문에 동귀어진의 초식이라고도 할  수 있었

다. 혈마는 양손을 들어 소천의 양팔을 막았다. 혈마가 소천의  공격을 막

아서 소천은 반발력을 얻어서 조금더  몸을 위로 띄울 수  있었다. 퍼어억 

혈마의 손에 제지된 소천은 혈마의 두눈을 바라보았다. 혈마의 붉은 두 눈

동자가 검은 묵광을 띄기 시작했다. 소천은 두 다리를 무릅까지 끌어 올려 

그대로 혈마의 목을 향해 내쳤다.  퍼어억 소천의 두 다리가  혈마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모습은 중인들이  모두 바라보았다. 파아악 소천의  공격에 

혈마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소천은 십여장을 날아가  땅에 반듯이 

섯다. 그가 선 자리에는 잠시전에 꼽아둔 검이 있었다. 소천은  혈마를 바

라보았다. 혈마는 두 개의 손을 겹쳐서 목앞에 놓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흙먼지가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혈마는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소천이 혈마의 미소를 느낀 순간 검을 들었다. 파아악  무언가가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중인들은 모두들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것을 바라보았다. 

"이기어검"

중인들의 외침에도 혈마는 묵묵히  소천의 눈만을 보고 있었다.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것은 다시  땅으로 떨어지더니 한곳으로 날아갓다.  중인들은 

모두들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이제 혈마를 향해서 날아가리라고 생각

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의외로  육정산을 향해 날아갔다. 육정산을  손을 

들어 날아오는 것을 가볍게 받았다. 그것은 소천의  검집이었다. 육정산은 

검집을 한번 보고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검을 한쪽으로  늘어 뜨린채 

서 있었다. 마치 모든 전의를 상실한 인물처럼. 중인들은 침을  꿀꺽 삼키

며 소천을 바라보았다. 

씨익 혈마는 햐얀 이를 보이며  다시 웃었다. 소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우뚱 하였다. 만약 가까이서 이 둘을 본  사람이 있다면 둘

이 매우 친한 사람들 같이 느껴졌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혈마의 

옷자락이 펄럭거렷다. 중인들이 본 것은 그것 뿐이었다. 거의 무방비로 있

던 소천의 전신이 혈마의 옷자락 사이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혈마의 모습

은 불같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혈마는 너무도 빨리  움직여서 마치 

수십명이 한꺼번에 초식을 펼치는 것 같았다. 붉은 장막속에서  간간히 검

광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한쪽의 장막을 뚤고 검신합일이  되어 허공으

로 치솟아 올랐다. 

혈마는 소천을 따라 올랐다. 둘이서 허공에서 자리를 몇번씩  바꾸며 공격

을 했다. 소천이 검이 혈마의  옷자락에 부딧쳤다. 그리고 소매에서  흘러 

나오는 손에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도 소리는 매우 둔탁하게 들렸다. 혈마

가 강기를 운용해서 소천의 검을 튕겨 낸다면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야 했

다. 그러나 소천의 검과 혈마의 손이 부딧치면 몽둥이로 흙더미를 치는 듯

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것은 혈마가 강기를 운용하지 않고 자신의 맨살

로 소천의 검을 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최소한 혈마의 손은 금강불괴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었다. 

"청룡만파"

소천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지며 검세가 변화되었다. 무수한 파도가 한점으

로 밀려가듯이 소천의 검세가 혈마를 향해서 휘몰아쳐져 갔다.  혈마의 입

가에는 가득히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그의 양손이 혈마의 전신 앞으로 모

아졌다. 양손을 왼손이 앞에 가게 교차가 되었다. 그리고 교차된  손은 좌

우로 살짝씩 벌어지며 소천의 검세를 튕겨 내었다. 투투툭 투투툭 하는 소

리와 함께 소천의 검세는 바위를 만난 파도처럼 좌우로  밀려났다. 그리고 

혈마의 양손이 소천의 가슴을 가격해 들어갔다. 파악 둘의  신영이 하나가 

되었다. 소천의 전신은 혈마의 붉은 혈포에 가려졌다. 그리고 한명이 수십

장을 뒤로 날아가면서 입가에서는 붉은 선혈을 내 뿜고 있었다. 

육정산은 뒤로 날아가는 사람을 보고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양

손을 번갈아가며 장력을 내뿜었다. 그가 내뿜는 장력은 매우  음유한 것으

로 뒤로 날오는 이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뒤로  날아 오는 사람

은 바로 소천이었다. 허공에서 두어번 멈칫 하던 소천은 다시 가속도가 붙

어서 육정산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육정산은 양손으로 소천을 안  듯이 받

았다. 그리고 뒤로 튕겨지듯이 몸이 날아갔다. 육정산이 앞으로 뛰어 오른 

힘과 소천이 뒤로 튕겨진 힘이 충돌하면서 소천의 몸이  잠시 멈추었었다. 

그러나 육정산이 소천을 막아선 힘이 혈마에게서 밀려난  힘에 못미치면서 

뒤로 같이 물러나는 것이엇다.  청룡장의 오대호법이 연달아 날아  오르며 

육정산의 등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뒤로 날아가던 힘이 줄어들엇다. 그들

은 청룡단의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청룡단은 즉시 외형삼각진을 펼쳐서 안

에 떨어진 인물들을 보호했다. 

중인들은 소천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 혈마에게 시선이  향해졌다. 혈

마는 파아란 하늘을 보며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모습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혈포. 그리고 붉은 얼굴. 달라진 것이 있다

면 그의 머리카락이 지금은  바람과 함께 나부낀다는 것이었다.  중인들은 

다시 침을 삼켰다. 그리고 백리무군의 신호에 몇 명이 천천히 앞으로 나서

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병장기는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짱 그것은 변화였다. 중인들은 혈마의  가슴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혈마의 가슴 한가운데 아니 정확히 심장이 있는 부분에서 빛이  나고 있었

다. 중인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빛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몇몇 고수들은 그것이 검에서 반사되는 빛임을 알수 있었다.  혈마의 손이 

뒤로가 뒷짐을 짖자 혈마의 가슴이 선명히 드러나 보였다. 혈마의 심장 부

위에는 반쯤 들어가다만 검이  매달린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 깊이라면 사람의 몸을 관통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을 고수들은 알

고 있었다. 꿀꺽 고수들을 침을 삼켰다. 몇몇은 뛰어 올라가기  위해서 공

력은 운용했다. 그러나 혈마는 허허로운 모습으로 파아란 하늘만  보고 있

었다. 그래서 고수들의 눈에도 혈마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앗다.  그리고 

눈동자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혈마의 눈동자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물이 둥근 박을  타고 내려오듯이 

혈마의 눈동자에서 붉은 기운이 밑으로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

은 동공과 흰 자위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혈마는 파아란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이게 하늘의 색깔인가."

혈마는 눈을 감았다. 눈이 너무 부셧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색깔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탓 혈마의 신영이  허공으로 떠올라

졌다. 중인들은 혈마의 모습을 바라보앗다. 혈마의 신영은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끝없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십장 이십장이나 솟구친 그의 몸은 밑으

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날개처럼 

펼쳐진 팔 사이로 붉은 혈포가  펄럭이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미친 

듯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혈마의 입에서는 광소가 터져  나오고 있었

다. 

"으하하 으하하하 으하하하 으하하하 으하하하"

중인들은 그 광소에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불문사자

후처럼 들렸다. 혈마의 몸은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끝없이 

끝없이 밑으로 내려갔다. 중인들중 몇 명이 봉우리로 오르자  일순간 모두

들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봉우리에는 십여명이 올라설  자리도 

없었다. 그래서 먼저 오른 이들 중 몇 명이 다른 이들에 밀려서 밑으로 떨

어졌다. 그들은 날카로운 비명성을 터뜨렸다. 그들의 비명성을  듣고도 사

람들이 계속해서 밀려 올라왔다. 그들은 모두들 밑을 바라보았다. 밑은 운

무에 짖게 가려져 있었고 혈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큰 

소리가 터저 나왔다.

"혈마가 죽었다. 혈마를 죽인 자가 천하제일 고수다. 청룡장의 소천대협이 

천하제일 고수이시다."

"맞다 혈마를 죽였으니 소천대협이 천하제일고수다."

"소천대협 만세 천하제일 고수 만세 만세 만만세"

함성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봉우리에 맨먼처 올라온  몇 명의 

인물들은 그 환호성에 눈살을  찌뿌렸다. 그들은 급히 청룡장의  무사들을 

찾기 시작했다. 청룡장의 무사들은 이미 산아래 벌판을 달리고 있었다. 그

들은 산아래로 내려가 모두들  말에 오른 뒤였다. 백리무군이  두어명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전하자 그들은 산 아래로 급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

고 몇 명은 사방에서 칡덩쿨들을 긁어 모으기 시작햇다. 혈마의 시신을 확

인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안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천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 그의  입가에는 붉은 선혈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육정산이 앉아 있었다.  소천은 눈을 떴다. 소천이  눈을 

뜨자 육정산이 그의 눈동자를 보며 말을 하였다.

"소공자 수고하셧소. 혈마가 죽었소이다."

소천은 눈을 감았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쿨럭쿨럭 소천은 바튼 

기침을 해대었다. 육정산은 소천의 가슴을 지긋이 눌렀다.  그리고 자신의 

내공으로 소천의 가슴혈도를 진정시켰다. 

"소공자의 검이 그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소이다. 지금 이 마차는 전력으

로 장으로 귀환하고 있소이다.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시오. 장에 도착할때

까지 우리가 신명을 다해 공자를 지키겠소이다."

"혈마는?"

"마지막에 스스로 절벽 아래로 투신했다고 하더이다. 나도 그 모습은 보지 

못했소이다. 그러나 들개떼들에게 물려 죽느니 차라리 깨끝한 죽음을 택한 

것이오. 혈마가 내 불공대천의  원수이긴 하지만 무도를 걷는  동도로서는 

......"

육정산은 마지막 말을 흐렸다. 그로서는 차마 자신의 식솔들을  몰살 시키

다 시피한 삼혈맹의 삼맹주를 칭찬하는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는 안색을 바꾸어 말을 하였다.

"중인들이 소공자를 천하제일 고수로  모두들 추앙하기 시작했소.  소공자 

이제 천하제일 고수의 영예는 소공자의 것이오. 천하제일인의 명예는 얻기

도 어렵지만 지키기도 어려운 법이오.  그러나 소공자라면 잘 할  것이오. 

나는 믿소이다."

육정산은 소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병장기가 부딧치는 소

리와 비명성이 들렸다. 육정산은 미소를 지었다.

"자객들이오. 아마 동정상회에서 보낸 걸 꺼요. 앞으로 있을 소항상회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는 모양이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지켜 

드리겠소이다. 허허허"

소천은 육정산의 말에 눈을 내리감고 고개를 돌렸다. 

"편히 쉬시오."

육정산은 그렇게 말을 하고 도를  도집에서 뽑아 무릅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눈을 내리감았다. 고개를 돌린 소천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

다. 마차는 몇번 덜컹 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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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장 삼부가 끝났습니다. 마음이 조금은 허탈하군요. 

좀더 잘 쓸 수 있었는데 하는 마음만 있습니다. 사부를  기대해 달라는 말

은 지금 하지 못하겠습니다. 졸작이  되어 갈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군

요. 잘 쓰고 빠르게 쓰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

능 때문인가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던데 이제서야 반을  끝냈습니다. 앞으

로 반을 더 채워야 하는데... 삼부 여기저기서 헛점들이 보이는  군요. 제 

눈에도 이렇게 많이 보이는데 독자들의 눈에야...  정말로 죄송합니다. 좀

더 손을 보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사부를 쓰지 못할 까봐 미리 다 올려 버

립니다. 원래 삼부는 두달전에 완성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걸 천천히 올리면서 사부를 쓰는 시간을 벌까도 생

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것을 들여 보게  되더군요. 그래서 

모자라지만 한꺼번에 올린 뒤 가벼운 마음으로 사부와 오부 육부에 전념하

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연재가 늦어질꺼 같습니다.  사부는 다른편과

마찬가지로 색다른 모습으로 시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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