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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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척 청룡장의 사대와 오대의 무사 일백이 일열로 도열했다.  그리고 활을 

쏠줄 아는 무림인들은 그들 좌우에 도열했다. 모두 개방과  무당파를 후원

하기 위한 궁수대로 착출된  자들이었다. 그들은 사람의 키만한  강궁들을 

들고 있었다. 군웅들은 그들이 시위를  당기는 것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단지 전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방도들의 부목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볼 

뿐이었다. 피피핑 화살이 날아서 성벽에 부딧쳤다. 쌍방이 화살을 쏘아 대

는 가운데 개방도들에 의해서 나무들이 호성하에 던져졌다. 첨벙하는 소리

와 함께 물보라가 튀고 나무가 사라져서 몸을 숨길 대가  없는 개방도들은 

삼혈맹도들이 쏘아대는 화살에 맞아 나뒹굴었다. 그렇게  나뒹굴면서도 그

들은 물러설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나무를 호성하에 던졌다.  청송자는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피는 빠르게뛰고 있었다. 그리고 검을 뽑아들고 외

쳤다.

"전진" 

파파파 무당파의 검수들은 그의  뒤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청송자는 

날아드는 화살들을 검으로 쳐내며 개방도들이 피로 던져넣은  나무들을 밟

으며 호성하를 건넜다. 무당파가 호성하를 건너자 화산파의 제자들도 뒤따

랐다. 성벽위에서는 커다란 돌덩이와 끓인 물이 부어졌다.  무당파의 제자

들이 갈구리가 달린 줄을 성벽에 걸었다. 그러는 사이  군웅들이 대대적으

로 진격해 들어갔다. 수천여명의 군웅들이 무질서하게 달려가는 것 같았지

만 자세히 보면 각 문파별로 맏은 구역이 있어서 그리로 공격해 들어갔다. 

삼혈맹도들은 성벽위에서 성벽을 기어오르는 군웅들을 향해서 창으로 내리 

찌르고 돌을 던졌다. 그들도 성벽에 의지해 결사항전을  하였다. 군웅들은 

성벽아래에서 암기를 날리며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혈맹도들의 

저항이 거세서 성벽위로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성벽의 전황이  고착되자 

백리무군은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수십여명이 각기 병장기를 뽑아 들

고 신법을 펼쳤다. 이들은 순식간에 수백장을 달려가 호성하  앞에서 도약

을 하기 시작했다. 적천마군은 이들을 보고 혈륜을 움켜쥐었다. 백도의 고

수들이 공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에게는 지금 자신들이 펼치고 

있는 성벽의 방어는 큰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었다. 피피핑 무수히 쏘아

지는 화살은 이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다. 그러나 몇 명은 그런 화살공

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성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벽천제의 수법으로 

성벽을 세 번의 발돗음으로 차고 올랐다. 

성벽위의 허공으로 올라선 이들 중 몇 명이 암기를 뿌렸다. 성벽의 한쪽에

서 화살을 쏘고 돌을 던지던  삼혈맹도 몇 명이 암기에  맞아 나뒹굴었다. 

이들이 나뒹굴자 백리무군을 비롯한 백도 고수들이 그곳에 내려섯다. 이들

은 성벽에 교두부를 확보한 뒤  좌우의 길을 따라 삼혈맹도들을  공격해갔

다. 이들 앞에 적혈마군이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적이 고수를 내보내

면 이쪽에서도 고수가 나가야 하는 법이었다. 몇 명의  백도고수들이 적혈

마군을 막고 있는 사이 나머지는 성안쪽으로 날아 내렸다.  성안쪽에 포진

해 있던 삼혈맹도들이 장도를 휘두르며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백도 고수들

은 두패로 나뉘어 한패는 삼혈맹도들의 집중공격을 방어하였다. 그리고 다

른 한패는 성문을 지키고 있는 십여명의 삼혈맹도들을 공격하여 주살한 뒤 

문을 열기 시작했다. 파라랑 두 개의 륜이 문을 여는  백도 고수들에게 휘

몰아쳐갔다. 

도 그리고 하나의 다른 도.  그 두 개의 도가 어우러졌다.  그리고 하나의 

도는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적혈마군은 도로 전신을 보호하면서 연달아 

물러서고 있었다. 육정산은 그런 적혈마군을 노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

다. 사삭 하는 소리가 육정산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소리  소리. 그것은 

육정산이 잊을 수 없는 소리였다. 육정산의 몸이 돌려지면서  도가 달무리

를 만들었다. 까가강 하나의 단창이 도에 의해 튕겨졌다. 그  사이 적혈마

군은 몸을 빼었다. 삼혈맹도들은 성벽을 포기하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성

벽뒤에는 수백여평의 너른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는  급격히 좁아

지면서 작은 계단이 나 있었다. 삼혈맹도들이 그 계단으로  빠르게 물러서

자 군웅들도 그뒤를 추적했다. 소천은 그 모습을 보면서 깃발을 흔들어 청

룡단원들을 소집했다. 군웅들은 삼혈맹도들의 뒤를 바싹 쫒아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절명도 풍파는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 성벽의 한쪽에 올랐다.  그리고 도를 

뽑아서 주위를 보호했다.  성벽의 곳곳에서 삼혈맹도들과  백도고수들간의 

혈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정문이 열리자 군웅들이 꾸역꾸

역 밀려 올라왔다. 절명도 풍파는 그들 가운데로 달려갈려고 하였다. 그때 

강렬한 전음이 들려왓다.

"개별행동을 하지 말고 진형으로 오시오."

풍파는 고개를 돌려서 전음이  들려 온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소천이 

청룡단원들 뒤에 서 있었다. 다른 고수들과 호법들도 그곳에 있었다. 풍파

는 벌개진 얼굴로 앞에서 달려드는  삼혈맹도 하나를 쳐 죽이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백도군웅들은 삼혈맹도들을 추적하여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도주를 하

는 삼혈맹도 중 맨 후미의  일대가 몸을 돌려서 그들의  전진을 저지했다. 

그러나 선두에 선 이들은 고수급들이었기 때문에 삼혈맹도들은  그들의 발

을 잠시 저지할 뿐이었다. 백도 군웅들은 계속해서 밀어 올라갔다. 그때였

다. 콰르릉 좌우절벽에서 폭음이 들리더니 바윗덩이들이  무너지기 시작했

다. 바윗덩이는 중인들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크아악 으아악"

바위에 짖이겨지는 인육들. 절벽은 수십장에 걸처서 무너지고  있었다. 사

람몸통만한 바위들이 쏱아져 내렸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이들은 퇴각

하지도 전진하지도 못한채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뒤로 빠르게 물러선 이

들은 전방을 주시했다. 무너져 내린 바윗더미 여기저기에 삐죽이  나온 손

들은 떨고있었다. 그러나 그 떨림도 잠시 곧 축 늘어졌다.  군웅들중에 사

형제가 깔린 이들은 비명성을 지르며 달려가서 바위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수십명이 달려들어 바위를 치우고 시신을 꺼내었다.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다시 진격해 올라갔다. 군웅들의 두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얼굴에는 심

줄들이 붉어져 나와 있었다.

계단은 좁았다. 그래서 두명이 나란히 서면 불편할 정도였다. 그래서 중인

들은 일렬로 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앞에서 사람이  멈추자 뒤에 

있던 이들이 화를 내면서  앞으로 뭐라고 소리를 내질러댔다.  어떤이들은 

병장기로 좌의 벽을 내리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위에서부터 

터저 나오기 시작한 비명성에  중인들은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켰다.  뒤에 

있던 화산파의 장로 무량자는 벽을 발로 차고 날아 올랐다. 단번에 십여장

을 날아 올라가서 화산파 제자들의 어깨를 밟고 앞으로 나갔다. 

후두두둑 후두둑. 그것은 일방적은  도살이었다. 피가 좌우에  뿌려지면서 

바위들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비명성과 함께 시체들이계단위로 쓰러지

기가 바빴다. 이들은 대부분  화산파의 제자들이었다. 무량자는  고함성을 

지르며 매화검법을 펼쳤다. 파아아 무수한 매화가 흩날리며 혈영에게 모아

져갔다. 붉은 혈수가 검광과 정면으로 마주쳐 왔다. 그제서야 무량자는 상

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혈마 혈마였다. 까강 검이  반토막나면서 무

량자는 그 경력에 뒤로 날아갔다. 그래서 뒤에서 밀려올라오던  이들과 부

딧쳤다. 퍼퍼퍽 그들은 무량자와  맛부딧친뒤에 뒤로 나뒹굴었다.  혈마의 

몸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속도로 휘몰아쳐왔다. 그럼에도 걸리적 거리

는 것이 없었다. 그의 앞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도 말이

다. 퍽퍽퍽 군웅들의 혈육이 뿌려졌다. 그제서야 사태를  직감한 군웅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퇴각하기 시작햇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있는 약간 너른 공터. 그 너른  공터에 있던 수십여명

의 군웅들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있었

지만 아무도 괴성을 지르지는 않았다. 너른 공터에는 몇 명이 남아 전방을 

주시했다. 주르르 핏물이 계단을 타고 내려와 공터의 앞부분을 적셧다. 그

리고 그위에 하나의 발이 놓여졌다. 피보다 붉은 신발. 그리고 옷.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혈발. 반혈맹주 백리무군을 비롯한 협개 나정호.  소천. 청

송자. 무량자. 당악. 남궁천상등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량자는 혈마의 일

수에 중상을 입었는지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스르릉  백리무군은 검

을 뽑아 혈마에게 겨누었다. 혈마는 고요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

니 그들을 바라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서 동공은 보이

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으윽 혈마의 몸이 뒤로 끌리듯이 올라갔다. 중인

들은 혈마가 떠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도 따라 가지는 않았다.  

"희생이 너무 큽니다."

협개 나정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중인들도 고개를 

묵묵히 끄떡였다. 천연의 험지와 천하제일고수가 있는 삼혈맹은 과연 난공

불락의 요새였다. 총단의 성벽은 인해전술로 얻을 수 있었지만  그 계단은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지형에서는 혈마를 합공할  수 

없었다. 단신으로 혈마를 제압할  고수가 없기 때문에 번번히  물러서야만 

했다. 

"병력은 분산시켜서 공격을 합시다. 그렇게 되면 혈마도 일로의 병력만 막

을 수있지 않겠소이까."

형산파의 장문인 반양상인이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건곤신개가 입을 

오물거리며 말을 하였다.

"이곳의 지형을 본다면 삼혈맹의 중추로 가는 길은 한 길  뿐일껍니다. 그

렇다면 어떻게서든지 혈마를 넘지 않고서는 안됩니다."

"끄응.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소."

"혈마를 유인해 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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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그것은 욕이었다. 혈마의 조상과 삼혈맹에 대한 입에 담을수  없는 욕

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삼혈맹을 향해서 오줌을 내갈기도 하였다. 이

런 역은 군소방파의 인물들이 맏았다. 여협들은 멀리서 말똥말똥한 얼굴로 

이들을 쳐다보며 소근대다가 남들이 보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낮을 붉혔

다. 욕은 교대로 이루어 졌으며 밤에도 횟불을 켜놓고 떠벌려댔다. 

"효과가 있겠소?"

협개 나정호가 건곤신개를 보며 말을 하였다. 

"어떤 방법이든지 해봐야지요. 혈마는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니  뛰처 나올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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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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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절벽에 붙은 소천은 긴 줄을 내려뜨렸다. 잠시뒤에 팽팽한  느낌이 전

해져 왔다. 소천은 줄을 잡고 벽에 붙어서 천근추의 공력을  운용했다. 잠

시뒤에 어둠속에서 하나의 손이  소천의 발께에 올라왔다. 그리고  소천은 

타고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에  수십명이 소천의 몸을 타고  올랐다. 

잠시뒤에 소천은 줄을 확인하고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저멀리  절벽 아래

에서는 산하를 뒤덥고 있는 횟불이 보였다. 그리고 욕지거리가  바람에 실

려 들려오고 있었다. 후욱 소천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올라섯다. 절벽위에

는 강풍이 불어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였다. 절벽에서 조금 내려오

자 하나의 경계초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초소의 좌우에 널브러져 있는 십

여구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백리무군은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올라온 이들은 이번 대전에 참가

한 이들 중 고수중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빠른속도로 

어둠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절벽위에는 너른 평야와 산지가  함께 자리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전각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한명이  품에서 폭죽을 

꺼내 저멀리 앞으로 던졌다. 그것은 한참을 날아가 땅에  떨어지면서 거대

한 폭발음과 함께 붉은 불꽃이 피어 올랐다. 

/         /          /

"와아아 와아아"

십여명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선발대를 주축으로 백도의 군웅들이 계단위로 

휘몰아쳐 올라갔다. 계단을 지키던 삼혈맹의 무사들은 장도를 휘두르며 결

사적인 저항을 벌였다. 창창창 병장기가 부딧치고 피가 튀어 올랐다. 백도

의 군웅들도 마지막 여력을 짜내어 삼혈맹도들을 공격했다. 타타탁  몇 명

의 고수들은 절벽의 좌우를 차고  날아 오르며 삼혈맹도들의 방어진  뒤에 

내려섯다. 그리고 그곳에서 삼혈맹도들을 공격해갔다. 

함성과 비명성이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그러나 절벽위 공터에  집결한 수

십여명의 고수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명을 상대해야 했

기 때문이었다. 바로 혈마였다. 모두들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

이 주시 하고 있는 곳은 이곳으로 오르는 통로였다. 그곳으로 백도 군웅들

이 몰아쳐 올 것이기 때문에  혈마도 그곳을 막기 위해서 올  것이 분명했

다. 파아악. 붉은 혈영이 치솟아  오르며 계단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

다.

"혈마다."

백리무군의나직한 말에 모두들 침을 꿀꺽 삼켰다. 중인들은 급급히 그 뒤

를 따랐다. 그러나 혈마는 어느새 계단아래로 사라진 뒤였다. 중인들은 급

급히 허공에서 떨어 지듯이 계단아래로 쫒아 내려갔다. 파아악  그것은 붉

은 피빛이었다. 혈광이 난무하고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던  백도군웅들이 

비명성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그들의 피로 칠한 벽을 보면서  군웅들은 더

욱 빨리 속도를 가했다. 그때 뒤쪽에서 함성과 함께  사대마군이 수하들을 

이끌고 쳐내려오고 있었다. 백리무군을  비롯한 고수들은 그 함성을  듣고 

있었지만 몸을 돌려 반격을 하지 않고 밑으로만 달리고 있었다. 혈마를 잡

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혈마는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엇다. 백도 군웅들은 저항력을 상실한

채 도주에 급급해 있었다. 순식간에 성벽까지 밀린 군웅들은  가교를 타고 

밖으로 밖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혈마는 그들을 추적하였다.  그는 미친 

듯이 살수를 펼쳤다. 그것은 한  마리 맹호가 양떼를 누비며  학살을 하는 

것고 같았다. 아무도 몸을 돌려서  혈마와 싸울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은 구릉에 진을 치고있던 백도 군웅들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명.  단 한

명에 의해서 수천의 군웅들은 진채를 버리고 도주를 하였다. 막 성벽을 나

서려던 백리무군일행을 제지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건곤신개였다. 백리무

군이 성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무슨 일이오."

"지금 우리는 잠시동안 여기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혈마와 삼혈맹도들

을 갈라 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혈마를 쫒아 간다면 삼혈맹도들

이 군세를 몰아 흩어진 백도군웅들을 공격할 껍니다. 그럼  우리는 속수무

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중인들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섯다.  그러나 그대로 있을 많은  없었다. 

그들 뒤에서 사대마군과 삼혈맹도들이 쏱아져나왔기 때문이었다. 건곤신개

가 외쳤다.

"곧 아미파와 청성파가 올껍니다. 그때까지는 우리가 여기를  확보해야 합

니다."

백리무군은 검을 뽑았다. 그리고 달려드는 사대마군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

다. 다른 고수들도 사대마군과 삼혈맹도들을 공격해갔다. 성벽  아래의 공

터는 순식간에 일대 혈전장으로 변해 버렸다.

적천마군은 륜을 미친 듯이 뿌려대었다. 적혈마군은 도를  휘둘렀다. 그래

도 안되었다. 저들은 이들 정도의 고수가 여럿 있었다. 사대마군은 이들과 

어느정도 손속을 겨루고 있었지만 다른 삼혈맹도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쓰러져 가고 있었다. 적천마군은 입술을 깨물었다.

"퇴각하라"

적천마군이 그렇게 소리를 치자  삼혈맹도들이 빠르게 계단쪽으로  물러났

다. 사대마군이 그들을 호위하며 천천히 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나기 시작

하자 청성파와 아미파의 고수들이 성안으로 속속히  들어왔다. 백리무군은 

물러나는 삼혈맹도들을 보면서 몸을 돌렸다. 지금은 저들을 잡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혈마. 혈마가  도주를 하게 놔두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삼혈맹을 수십개 부순다고 해도 혈마를 노치면 그것은 진 싸움이기 때문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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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는 저 멀리 보이는 삼혈맹의  총단을 바라보았다. 낮은 구릉.  그리고 

그 주위에 포진해 있는 백도 군웅들. 그들은 마구잡이로 도주를 하던 이들

이 아니었다. 혈마는 계단을  치고 내려감으로써 성벽을 확보하려고  했었

다. 그리고 이들이 밀리는 것을  보고 일거에 몰아칠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들의 유인책인 것이었다. 무엇보다도사대마군이  지휘하는 삼혈

맹도들이 혈마의 뒤를 받쳐주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혈마는  씁쓸한 미

소를 지었다. 

"너무 똑똑해."

혈마는 등뒤에 보이는 절벽을 한번  보고는 피식 실소를 자아내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백도의 군웅들은 멀리서 포진한채 한발짝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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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혈마군은 적천마군을 바라보았다. 적천마군의 전신은 굳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옷이 검붉은 피빛을 띄었다.  자신의 옷도 

잠시전까지는 저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회의 때문에 옷을  갈아입고 왔다. 

그것은 지옥마군이나 악인마군도 마찬가지였다. 적혈마군은 조심스럽게 입

을 열었다.

"대군. 옷을 갈아 입고 오심이..."

적천마군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적혈마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

았다. 척. 사대마군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섯다. 한쪽에서 백의문사가 나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혈유가 자리에 앉자 사대마군이  동시에 앉았다. 

혈유는 사대마군을 한번 바라보았다. 적혈마군은 적천마군의  옷과 혈유의 

안색을 잠깐 살펴 보았다. 혈유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나와 있지 않았

다.

"적천"

"네"

"전 수하를 이끌고 동쪽으로 길을터라" 

"존명"

적천이 그렇게 대답을 하자 다른 삼대마군이 놀라며 말을 하였다.

"이맹주님 그럼 총타는"

"버린다."

그말에 적혈마군이 입을 열었다.

"그럼 왜"

적혈마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혈유가 말을 하였다.

"작전상 필요에 의해서다."

"그럼 삼맹주님께서는..."

삼대마군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지금 총타 주위는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

다. 게다가 주위에는 자신들을 응원해줄 아무런 병력도 없었다. 그래서 지

금 포위망을 뚤고 동쪽으로 간다고 해도 백도의 추적에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삼맹주님의 소식은  없었다. 아마 다른 쪽에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들은 사석으로 내던져 

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죽느니 차라리 여기서 적들과 싸우다가  죽고 싶은

게 삼대마군의 마음이었다. 혈유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렸다. 

"떠나라. 이곳은 반시진 뒤에 붕괴 될 것이다. 성전은  적에게 더럽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적천마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읍을하고 몸을 돌렸다. 삼대마군이 그의 그런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상

황이었다. 그러나 혈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혈유는 적천마군의 등

에 대고 나직히 말을 하였다.

"동쪽으로 가다보면 귀왕곡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그분의 명

을 받들도록"

"맹주님"

삼대마군이 일제히 소리를 터뜨렸다. 적천마군은 어깨를 움찔하였다. 그러

나 전각을 바로 나섯다. 삼대마군은 일제히 부복하며 외쳤다.

"이맹주님. 저희들을 버리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삼맹주님과  생사를 같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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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성벽위에는 개미같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시체들을 치우고  성벽을 

보수하고 있었다. 적천마군은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성벽에는 백

도의 군웅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저너머 산의 능선을 따라 펼쳐진 

인의 장막. 그들은 등을 보이고 있었다. 즉 주 공격목표가  이곳이 아니라

는 소리였다. 아마도 그 장막뒤에는 혈마가 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접은 적천마군은 지금 성벽을 돌파하여 가장 뚤기  쉬운 곳을 

찾고 있었다. 그 뒤에는  수백명의 삼혈맹도들이 병장기를 든채  대기하고 

있었다. 적혈마군은 적천마군을 바라보았다. 적천마군은 아무런 말이 없었

다. 그는 피뭇은 옷 그대로였다. 지옥마군과 악인마군이  적혈마군을 바라

보았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지옥마군의 말에 적천마군은 고개를 끄떡였다. 아니 끄떡였다는 느낌이 들

었을 뿐이었다. 적천마군의 턱선을 스치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었기 

때문에 보인 착각일지도 몰랐다. 

"곧 총타사 붕괴 될 것입니다."

적혈마군은 적천마군에게 다시 말을 하였다.

"대군. 아직 오백의 정예가 대군의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무하지 않나?"

"네?"

"장기판의 졸로 스러져 간다는게"

그말에 셋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장기판의 졸은 자신들이 늘 써오던 

자리였다. 그래서 그 자리의 느낌을 알지 못했다. 사석으로 던져도  별 아

쉬움이 없는 자리.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도 그런 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군. 저희의 전력이라면 포위망을 충분히 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삼

맹주님께서도 무사하실 껍니다. 당금 천하에 누가  삼맹주님의 옷자락이라

도 건드리겠습니까."

적천마군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단지 륜을 어깨에 걸치듯이  올려놓고 걸

음을 떼었다. 적혈마군이 고개를 끄떡이자 지옥마군과 악인마군은 각기 병

령을 통솔하기 위해서 갔다. 적천마군은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기 시

작했다. 적혈마군은 그 뒤를 바싹 따랐다. 

콰르릉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늘의 벽이라고 여겨졌던 천벽. 그 절벽

의 한쪽이 갈라지면서 내려 앉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무서웠다. 산악만한 

바윗덩이가 성벽위로 떨어지면서 망루를 강타했다. 콰콰쾅  수백 수천근이 

나가는 성벽의 바위들이 콩가루 부서지듯이 부서지면서 파편을 튀었다. 그

래서 주위에 있던 청성파와 아미파의 제자들이 피곤죽이 되어 비명도 없이 

쓰러졌다. 남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무너져 내리는 바위덩이를 피하기 위

해서 호성하 밖으로 몸을 내  빼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호성하 밖으로 

날리던 몸들도 위에서 떨어지는 바위에 압살이 되어 그대로 곤두박질 쳐댔

다. 퍼퍼퍽 호성하를 메우고 있던 나무들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주위를 붉

게 물들였다. 

까까머리 중과 도사들. 아미와 청성파의 제자라고 했다.  적천마군이 아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걸리적 거리는 

모든 것을 베었다. 그 옆에서 적혈마군은 적천마군을 보호하며  싸우고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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