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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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인들은 소천의 뒤에서 넝쿨 들을 잘라서 모으기 시작했다.  소천과 육정

산은 각기 도와 검을 날려서 아름드리 거목들을 베어나갔다.  둘은 순식간

에 수십구루의 거목들을 베었지만 전혀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소

천과 육정산이 나무를 베면 한조가 달려들어 잔가지들을 쳐내었다. 도끼를 

들고 있는 백호대원들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장검으로 내리치고 있

었다. 뻑뻑뻑 도끼질소리와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도 빗소리에 막혀  금새 

사라졌다. 쾅쾅 천일정은 단양수를 펼쳐서 잔가지로 원목을 꾀뚤어 못질을 

하였다. 십여개의 나무를 밖고는 호흡을 조절하며 소천과 육정산을 바라보

았다. 스윽 스윽 소천과 육정산은 풀잎을 베듯이 나무들을  베어가고 있었

다. 

'저거다. 나와 저들의 차이는...'

천일정은 소천의 검의 흐름을 바라보았다. 소천이 공력만으로 이런 거목들

을 벤다면 십여구르가 한계일 것이다. 아니 좀더 무리를  한다면 이삼십여

구르까지는 가능할지 몰랐다. 그러나 저렇게 별다른 표정의 변화없이 나무

들을 벤다는 것은 공력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나무의 결

을 베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장자에 나오는 칼을 갈지  않는 도수부 

처럼 소천과 육정산은 나무의 결을 베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상승의 경지

와 일류의 차이임을 천일정은 느끼고 있었다. 

취선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빗물뿐이었다. 슥슥  얼굴을 문

디겼다. 그러자 얼굴에 서 때가 밀렸다. 캬악 퇘 가래침을  내뱃고는 거칠

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빌어먹을"

정말이지 빌어먹을 이었다. 밀림에 들어온지 사흘. 보이는  거라고는 어두

운 숲과 나무들 뿐이었다. 후두둑 후두둑 나뭇잎을 때리며  쏱아지는 빗줄

기. 취선개는 옷사이로 손을 밀어넣어 한웅큼의 때를 밀어서  빗물에 앁었

다. 개방도들은 그의 주위를 몰려들어왔다.

"장로님 더 이상의 전진이 불가능합니다."

"제기랄 돌아가는 도중에 비가 그칠꺼다. 어디 비를 피할 곳을 구해봐. 우

리가 풍찬노숙을 하루이틀하냐"

"네"

개방도들은 그렇게 말을 하고 옷을 벗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옷을 얽기섥

이 역어서 막을 만들었다. 벗은 상체에는 땟국물들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막을 하나만들어 나무와 나무사이에 넝쿨로 그물망을  짜고 그위에 

막을 둘렀다. 그러자 비를 덜 맞을 정도가 되었다. 옷 사이 사이로 주르륵 

물줄기가 떨어져내렸다. 취선개는 얼굴에 흐르는 빗물을 딲고 전방을 주시

했다. 보이는 것은 빗물뿐이었다. 취선개는 발가락이 찝찝해지고 가려워졌

다.

"빌어먹을 정말 빌어먹을이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우지끈 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취

선개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그때였다. 물살이 그의 발목아지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물살이 순

식간에 무릅으로 차오르더니 허리까지 올라왔다. 

"나무위로 올라가"

취선개의 명이 떨어지기도 전에 개방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무위로 오르

기 시작했다. 우지끈 개방도들이 오른나무중에 하나가  부러지면서 물살에 

떠내려갔다. 그위에 올라간 개방도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취선개는 그 소

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나무는 이미 꺽여서 저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우지끈 우지끈 몇구르의 나무들이  연달아 부러지면서 개방도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떠내려 가는 그들을 보면서 남아 있는 이들도 고함을 내질렀다. 

취선개가 소리를 쳤다.

"걱정마라. 나무를 꼭잡고 있어 얼마를 떠내려가도 가다보면  물길이 멈출

꺼다."

그 소리가 끝나자 핑 하는 소리와 함께 한명의 개방도가  나무에서 떨어지

면서 첨벙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붉은 물결이 잠시  일다가 황토물결

에 흡수가 되었다. 촤라라 우막을 찢는 소리와 슈슈슉 슈슈슉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적이다."

누군가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연달아 터지는 비명성. 개방도들은  거친 탁

류에 한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한손으로는 타구봉을 휘두르며  허리까지 

차오른 물위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내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라도 힘이

빠지면 화살밥이 되거나 탁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취선개는 고함을 지르

며 마구 욕을 해대었다. 주위는 이미 물에 잠겨서 물위로 작은 나뭇가지와 

푸른 잎사귀만 너울대었다. 그리고 그위를 빠른 속도로 떠내려  오는 뗏목

들. 그 뗏목에 타고 있는 혈영들은 도를 낮게 휘둘러 풀을 베는 것처럼 물

위에 나온 나뭇가지와 사람의 목을 쳤다. 

파팍 몇 명의 개방도들이 죽기  살기로 뗏목위에 올라서 혈영들과  맛서갔

다. 그러나 뗏목에 오르기도전에 삼혈맹도들의 도에 전신이 난자당한채 물

위로 떠밀려졌다. 취선개도 타구봉을 집어 나뭇가지를 쳤다.  그 탄력으로 

삼장여를 날아가 뗏목위로 날아내려섯다. 파파파 타구봉으로  전신을 보호

하면서 뗏목위로 내려섯다. 타타탕 뗏못에서 휘갈리는 도세에 취선개의 몸

이 주춤거렸다. 그사이 뗏목은 그를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있었고 취선개는 

물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취선개도 그것을 예상했는지  몸을 

뒤로 뒤집어서 그 반동으로 뗏목의 한가운데 내려섯다. 그리고 사방난타의 

수법으로 삼혈맹도들을 공격해갔다. 

좁은 뗏목안에서 십여명의 삼혈맹도들은 고함성을 내지르며 취선개를 공격

했다. 취선개는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마구 휘몰아 치는  타법으로 삼혈

맹도를 하나둘씩 물속에 처밖았다. 잠시뒤에 뗏목위는 취선개 홀로  서 있

었다. 아니 언제 달라 붙었는지 모를 개방도 두명이 뗏목의 가장자를 집고 

힘겹게 서 있었다. 촤아아 물살이 그들의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희석

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때가 사라져서인지 창백해  보였다. 그러나 

취선개는 그들에게 손을 내뻣지 못했다. 어느새 좌측에 달라  붙은 뗏목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에는 장도를 들고 서 있는 자가 있었다. 적

혈마군 바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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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라" 

피피핑 무수한 화살이 폭우를 뚤고 날아갔다. 크아악 으아악  우막 저멀리

서 비명성이 들려왔다. 적천마군은 이번 수공으로 개방과 청룡장의 주력을 

격파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예상대로 개방은  물속에서 허우

적대고 있었다. 그러나 청룡장은 그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적천마군

은 이런 의외에 사태에 소수의  정예를 이끌고 빠르게 진격해와  청룡장의 

꼬리를 잡은 것이었다. 

동방후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청룡단원들이 탄 뗏목은 급류에  휩쓸려 사

방 팔방으로 흩어저 버렸다. 게다가 폭우와 물안개 때문에 근처에 있는 뗏

목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적들은 끝물을 타고 온 

것이라 어느 정도 서로 떨어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동방후는 입술을 

깨물고 물러났다. 뗏목에 탄 이들이 스르로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 몇 명

이 단궁으로 화살을 날리는 사이에도  네명은 긴 장대로 나무들을  밀면서 

빠르게 퇴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과 맛서 싸운다는  것은 자살행

위였다. 최대한 빠르게 멀리 그리고 본대와 합류할 만한곳으로  퇴각을 해

야 했다. 

진정한 강병과 정예는 퇴각할 때 그 본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 면

에서 적천마군은 청룡장의 퇴각에 저으기 놀라고 있었다. 대오는  그의 예

상대로 형편없이 무너져 있었다. 뗏목들끼리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

지 못해서 각개격파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 하나 하나가 방어진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로 연락이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진세를 펼치고 

있었다. 그 진세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쪽도 급류 때문에 진세를 바

꾸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할때에는 감탄해 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

금은 감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용이 못에 갇혔을  때 목줄을 따야 

하는 것이었다. 더 늦기전에. 창 적천마군은 두 개의 혈륜을 들었다. 지옥

마군이 그것을 신호로 청룡장의 뗏목 중 한 곳으로 다가갔다. 

소천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물뿐이었다. 하늘과  이미 

바다가 되어 버린 듯한 땅. 수하들과 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

행인 것은 뗏목을 완성한뒤에 물벼락을 맞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수들

을 분산 배치할 수 있었다는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몇구의 시체들이 물살

에 떠내려오고 있었다. 화살에 꾀뚤리고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긁혀서 알아

보기도 힘든 시체들이었다. 그러나 그 곳은 개방도들의 것이 분명했다. 그

리고 같이 들어갔던 군소문파의 무사들. 뗏목은 물살을 타고  계속해서 떠

내려가고 있었다. 소천은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럴때는  그저 흐르는 

대로 놔두어야 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퓨류륭. 두 개의 혈륜이 날아갔다. 핑핑핑 뗏목위에서는  피풍위가 펼쳐졌

다. 그리고 수십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왔다. 이쪽에서도  집중적인 화살 

공격을 하였다. 촤아악 두 개의 혈륜은 하나의 피풍의 방패를  갈랐다. 그

리고 한명이 이마에서 피를 뿌리며 물속으로 쓰러졌다. 뗏목위에서는 발악

적인 화살공격을 계속해 대었다. 그들이 쏘아 대는 것은  일반적인 화살이 

아니었다. 바로 천살망이라고 불리우는 수백 수천개의 창날이었다.  그 때

문에 삼혈맹도들도 여럿 화살밥이 되어 물속에 처밖혔다. 그러나 천살망도 

한계가 있었다. 약간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적천마군이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적천마군은 뗏목을 차고 날아올라 십여장을 격하여 청룡장의 뗏목

위에 내려섯다. 촤라라 두 개의 혈륜이 먼저 두명의 목을 잘라올려버렸다. 

이야합 청룡문도들은 장검을 빼들고 허공으로 찔러대었다.  그러나 상대는 

적천마군이었다. 그들의 저항도 잠시 하나 둘씩 쓰러지자 나머지는 뗏목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적천마군은 서너구의 시신이 남은 뗏목을 보

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그의 다리가 벌어지면서 밑에서 창날이 튀어 올

라왔다. 파악 적천마군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면서 밑에서 날아오른 창을 

베어버렸다. 파아악 창의 중간부분과 함께 창수의 손이 잘려져 나갔다. 푸

아악 한명이 물을 내뿜으며 물위로 치솟아 올랐다. 그가 치솟아 오르자 뗏

목은 사방으로 갈라져갔다. 적천마군은 그를 베려다가 전일이 떠올려졌다. 

동해에서 수장당할뻔 했던 그일이. 파아악 적천마군은 뗏목을 이루었던 한 

나무위에 내려서면서 그 나무를 쥐고 있던 자를 베어버렸다. 크악 그는 비

명성을 토하며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때였다. 

좌우측에서 연달아 비명성이 터저 나왔다. 적천마군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

의 수하들이 타고 있는 뗏목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삼혈맹의 

뗏목은 십여척이었다. 그에 반해서  청룡장의 무사들이 타고 있는  뗏목은 

세척이었고 인원도 삼십여명 안팍이었다. 청룡장의 무사들은  삼혈맹의 뗏

목중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 화살이  아니라 하

늘을 가득 메우는 창날을 날리고 있었다. 파파파 파파파 창날이 사람을 관

통하여 뗏목에 밖혀들면 그것은  도산검림이 되어 쓰러지는  삼혈맹도들의 

몸을 다시 한번 관통했다. 그렇게 두 개의 뗏목이 전멸을  하자 다른 곳들

은 겁에 질려서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적천마군은 두 개의 륜을 

잡고 그 뗏목의 선두에 서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하얀 백발을 하고 

있었고 주름진 얼굴에 손에는 장도를  쥐고 있었다. 그의 몸은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다. 적천마군도 그를 바라보았다. 

쏱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땟목과 적천마군이 타고 있는 통나무 사이의 거리

가 멀어져갔다. 둘은 서로 다른 물줄기를 타고 있었다. 적천마군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도 육정산은 움직일 수 없었다. 멍한 얼굴로 희뿌연 공간

을 바라볼 뿐이었다. 우막사이로  보이는 것은 적천마군의 얼굴이  아니었

다. 그것은 먼저간 아들의 얼굴이었다. 아비보다 먼저 죽을 수  없어서 고

통속에서 살고 있었던 아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비 모르게  죽겠다고 

집을 나가다가 문턱도 넘지 못하고 쓰러져서 생을 마감했다.  육정산은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있었다. 주르르 육정산의 두눈에서 빗방울과  함께 눈물

이 떨어져 내렸다. 덜덜덜 그의 두다리가 떨리며 뗏목을 좌우로 흔들었다. 

뿌연 물안개가 자욱이 차오르며 육정산의 다리를 휘감아 올라왔다. 육정산

의 몸이 점점 그 물안개속으로 묻혀가기 시작했다. 

적천마군의 뺨위에 자리한 상처가 바르르 떨었다. 둘의 사이는  점점 흐릿

해져갔다. 잠시뒤에는 서로가 서로를 볼 수가 없었지만 아무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아비귀한의 비명성도 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것

은 서로를 가리고 있는 우막 뿐.  그리고 그 둘 사이를 갈라  놓은 격류였

다. 

도. 그리고 봉. 그리고 두사람. 하나의 뗏목위에 서면 너른 공간이 남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나 둘사이는 서로의 속옷을 잡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아니 그렇다고 느껴졌다. 취선개의 타구봉과 적혈마군의 도는 우막을 뚤고 

서로에게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서  귀곡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서로가  볼 

수 있는 것은 도와 봉의  흐릿한 잔영뿐이었다. 그 잔영을  보고 판단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본능이 둘을 움직이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악 적혈마군의 도기가 뗏목의 줄기를 타고 뿜어져나갔다. 투투

툭 뗏목을 묵고 있던 줄들이 잘려지면서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파아아 취선개의 타구봉이 비로 땅을 쓸 듯이 휘돌려지고 물줄기는 폭음을 

내면서 사방으로 튀었다. 파아악 그리고 뿌려지는 잔영. 파악 취선개는 봉

으로 전신을 방비하며 우뚝섯다. 미끈. 돌연 한쪽 다리가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뗏목이 잘려지면서 물뭍은 둥근부분에 발이 밀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밀려드는 도기. 취선개는 미끄러지는 발에 반동을 주지  않고 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몸은 빠르게 물속으로 빨려들어갔고 도기가 휘몰아쳐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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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적은 손을 탁탁 털었다. 그러자 손과 소매에 뭇어 있던  빗 물이 떨어

져 나갔다. 그것을 본 천일정이 키들거리며 물었다.

"하권사. 이렇게 폭우가 내리고 있는데 소매를 털어서 무얼하오 내가 짜줄

까요?"

"허허허 나이가 들다 보니 이런  비에도 손이 떨리는구료. 이렇게  떨리는 

손으로는 개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겠소이다."

"개는 잡아서 무얼 할려고 그러시오.? 아참 개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참에 

개나 한 마리 잡아 먹읍시다."

그말에 주위에 있던 청룡단원들이 푹하고 웃었다. 하연적은 젓은  소매 사

이로 손을 넣으며 몸을 살짝 떨었다.

"춥군"

그때 한무사가 외쳤다.

"물살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말에 청룡단원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천일정은 붉은 이마를 훔치며 말

을 하였다.

"다른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잘 있겠지. 산위에 있는 친구들 보다야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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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인들은 정신을 수습하고 빗물에 가려지는 눈을 부비며  전방을 바라보았

다. 쏱아지는 빗물은 물안개를 이루고 있었다. 그 물안개 속에  고요히 서 

있는 혈마. 그는 탑이었고 산이었다.  거센 폭풍우조차 그의 옷자락  하나 

흔들리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중인들은 아무도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

었다. 나설 만한 고수들은 저수지에 고립이 되어 있거나  사방에 쓰러진채 

빗물에 피를 빨리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빨릴 피도 없는지 물을 흡수하고 

있었다. 혈마는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전신에서는 모락모락 수증기

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가쁘게 헐덕거리는 숨결이  느껴졌다. 그들

은 정말로 힘껏 싸워서 이제는 한오라기의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혈마는 살아 남은 백도의  군웅들을 바라보았

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주춤 군웅들은 한발짝씩  물러섯다. 그러

나 맨뒤에 있는 이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 군웅들을 밀었다.  그의 뒤에는 

거센 탁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웅들은 계속해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다. 

혈마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빗방울이 그의 붉은 눈위를 가볍게 때렸다. 

스윽 혈마가 소매를 떨치며 몸을 돌리자 삼혈맹도들이 일제히 등을 보이고 

병장기를 거두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혈마는 앞서 같는지 그  모습이 보이

지 않았다. 군웅들은 일백밖에  안되는 삼혈맹도들의 등을 보면서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넋이 나간이들 처럼 그냥 그대로  서 있을 뿐

이었다. 삼혈맹도들의 모습이 물안개 사이로 사라지자 누군가가 나직한 소

리를 내었다.

"부상자들을 한데 모으고 군막을 다시 세웁시다. 이번에는  각파별로 세우

지 말고 공동의 방어진을 칩시다."

중인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모아졌다. 그 목소리는 좀전에 자신들에게 최후

의 용기를 불어 넣어준 소리였다. 그곳에는 몇 명의  개방도들이 타구봉을 

힘있게 움켜쥔채 한사람을 호위하면서 서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건곤신

개가 창백한 안색으로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옷 여기저기에는 혈흔이 

흐르고 있었다.

/////////////////////

동방후는 소천을 바라보며 말을하였다.

"무사들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에 와있습니다."

"으음"

소천은 이마를 집었다. 동방후는 선체로 계속 말을 하였다.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차라리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는 것 어떻겠

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이번 우회공격은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장을 

위해서는 죽을 수 있어도 반혈맹을 위해서 죽고싶지는 않습니다."

"알겠네. 병력을 최후방으로 빼고  당분간 정비에 시간을 두도록.  훈련은 

몸을 푸는 정도로 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급도 점검을 하게.  술과 고기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하게

나."

"존명"

동방후가 나가자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안을 서성였다. 군막안은 그

늘이 져 있었고 사방이 터저 있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소

천이 군막안을 서성이자 주위에 있던 무사들은 자리를 떴다.  잠시뒤에 육

정산이 올라와서 소천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소공자 반혈맹주가 왔네. 볼텐가?"

소천은 육정산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어쨌든 지금은 그가 지휘를 하고 있으니 만나봐야겠지요."

육정산이 고개를 끄떡이고 손을 들자  저쪽에서 몇 명이 올라오기  시작했

다. 선두에는 반혈맹주 백리무군이 서 잇었고 그 왼쪽에는  협개 나정호가 

오른쪽에는 무당파의 청송자가 따르고 있었다. 그외에서  십여명의 수행인

원이 따르고 있었다. 백리무군은 군막의 그늘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깁숙히 

숙이며 예를 취했다. 

"이것은 백리세가의 가주로서 드리는 예이오. 그동안 음양으로  본가를 도

와준점 절대로 잊지 않고 있소이다."

백리무군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소천도 마주포권을 취하며 

말을 하였다.

"별 말씀을 무림도의를 저버릴 수  없어서 미력을보태드린 것  뿐입니다. 

자 앉으시지요."

소천은 상석을 내주었다. 처음에는 그가 백리가주의 신분으로 예를 취했지

만 지금은 반혈맹주였기 때문이었다. 백리무군이 자리에 앉자 나머지도 자

리에 앉았다. 

"내가 이렇게 온 것은 오해가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오. 그날  중군도 막대

한 피해를 입었소이다."

"이해 합니다. 여러문파를 이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소천이 그렇게 말을 하자 백리무군은 안색을 활짝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소공자께서 그렇게 말을해주시니 이 백리모는  몸둘바를 모르겠소

이다. 여기 개방주님께서도 계시지만, 그쪽은 누가 갔어도 갔어야 할 곳이

었소이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자신이라도 고지우회를 한다면 그렇게 병력을 이

동시켰을 것이었다. 

"너무 염두에 두지마십시오. 헌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후. 현재로서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소이다. 수천의 대군을 이끌고 왔지만 

지금까지 거둔게 없소이다. 피해만 늘었을 뿐." 

"음"

"게다가 이번 적의 수공으로 인명피해도 컷지만, 무엇보다도 보급물자들이 

거의 대부분 손실되었소이다. 지금 식량은 이틀치밖에 없소이다.  물론 개

인적으로 약간의 건량들은 있겠지만..."

백리무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을 하였

다.

"내 여러분들은 믿을 수 있어서 하는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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