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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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결제자가 타구봉을 움켜쥐고 말을 하자 취선개는 고개를 저었다.

"빌어먹을 가봤자 우리가 할게 없을 것이다. 계속 전진한다."

처척. 십여구의 시체가 반듯이 눞혀졌다. 그리고 몇 명이 그  시체 주위에 

도열했다. 척 소천과 오대호법이 도착을 하자 동방후는 예를  취하며 말을 

하였다.

"적 열명 살상. 아군 피해는 없습니다."

"흠 매복조인가?"

소천의 말에 동방후는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그럼 정찰조인가?"

"아직 파악을 하지 못했습니다."

소천은 눈살을 살짝 찌뿌렸다. 자신들이 맛선 자들이  매복조이냐, 정찰조

이냐에 따라서 그 대응이 달라야 하는 것이었다. 정찰조라면 적이 아직 멀

리 있다는 소리였고 매복조라면 적이 가까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매

복조라면 그 사용 병장기와 암기에  따라서 적의 수준을 가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방후는 하나도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천이 알

고 있는 동방후의 능력이라면 금새  파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적의 상태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었다. 이것은 적의 지휘명령체계가 붕괴가 되었거나 함정이 있다는 말이었

다. 

"흠 삼혈맹이 벌써 지휘명령체계가 붕괴가 되었을 이가  없는데... 함정인

가?"

소천은 앞을 바라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숲. 함정이 있기에  충분한 곳

이었다. 그러나 이런 곳의 함정은 자신들도 대비를 하기 때문에 큰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였다. 소천은 안색을 어둡게 가졌다. 

"정말이지 싸우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는군"

육정산과 하연적도 고개를 끄떡였다. 

"이상합니다. 벌써 칠십여리인데 이런 삼류무사들만 걸린다는게..."

"혹시 총타를 버린게 아닐까요?"

천일정의 말에 육정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소. 총타는 그  문파의 상징이오. 그 상징이  회손되면 돌이 

킬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오. 그리고 이정도 지형 조건이라면 충분

히 의지해서 싸울만도 하오. 게다가 그들에게는 혈마가 있지 않소."

혈마라는 말에 중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있는 한 삼혈맹은 건

재한 것이었다. 그때 오익상이 큰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비다."

그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불끈  달아오른 몸을 적시는 빗물이  쏱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처음부터 폭우가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를 피

해 이리저리 움치고 뛰어보지만  어디를 가나 물천지였다. 빗물은  그들의 

발밑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소천은 비를 맞으며 천일정을 바라보았다.

"지금이 우기입니까? 며칠전에도 이런 비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며칠에 한번씩은 이런  폭우가 쏱아집니

다."

소천은 그말에 공력을 돋구어 앞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숲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숲의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며 사방을 가

려가기 시작했다. 금새 십여장 앞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이런 상황이라

면 일반 무사들은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보아야 마땅했다. 

"개방은 어디에 있습니까?"

"깊숙히 들어간 모양입니다. 아까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본대는"

"본대는 능선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모양입니다. 삼혈맹의 주력이 그곳

에 집결해 있는 모양입니다."

"언제 보내진 상황입니까?"

"반 나절전입니다."

소천은 눈살을 찌뿌렸다. 보고대로라면 자신들은 지금 고립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위를 분간 할 수 없는  비. 적들은 이 비에 익숙해  있을 것이었

다. 그리고 지형도. 지형. 소천은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무릅을 쳤다. 

"산 산이 어디있지. 협곡, 강 강은."

소천의 말에 중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얼

른 나무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 숲 위로는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사라져가는 빗물 뿐. 소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동방후"

"네"

"나무를 베서 뗏목을 만들어라.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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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입니다."

맹주가 있는 군막을 열고  무당파의 청송자가 급히 들어섯다.  백리무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전회의중이던  다른문파의 수뇌부

들도 그를 바라보았다. 모두들 약간 겸연쩍은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청송

자는 그런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을 하였다. 

"이십여리 앞에서 저수지를 발견했습니다."

"저수지요?"

"네"

백리무군이 벌떡일어났다. 그리고 기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저수지가 있다면 곧 삼혈맹이 가까워졌다는 말이 아니오. 하하하 이제 삼

혈맹의 총타를 볼수 있게 되었구료. 수고했소이다."

백리무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청송자의 손을 잡아갔다. 중인들도  얼굴을 

활짝폈다. 그러나 청송자는 다급하게 말을 하였다.

"지금 폭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도 이런 폭우가  사흘동안 내렸었

습니다. 그래서 저수지에 물이 가득찬 상태입니다. 멀리서  보아도 그것은 

그냥 작은 저수지가 아닙니다. 동정호같이 너른 호수  같았습니다. 그들이 

그 저수지를 붕괴시킨다면 산맥 아래로간 동도들의 안위가 위험합니다."

그말에 백리무군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중인들도 

저으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청송자는 급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희 무당파의 제자들로 하여금 저수지를 확보하라는 명을 내렸습

니다. 그러나 저들은 대대적인 방어진을 치고 우리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

습니다. 맹주님. 어서 대군을 동원해서 그 저수지를 장악해야 합니다."

그말에 백리무군은 잠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무당파를 회군시키시오."

그말에 청송자는 눈을 부릅떴다.

"무슨 말씀을..."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대군을 보내서 될일이 아니오.  자칮 잘못하다가

는 우리들이 전멸을 할수도 있는 것이오."

"그럼 숲으로 간 이들은..."

"우리가 갑시다. 그리고 빨리  전서를 날려 대피하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전군에 알려 고지로 모든 진지와 물자를 이송시키고 대기하라고 하십시오. 

어서요."

백리무군의 말에 중인들을 바삐움직이기 시작했다. 백리무군이  검을 차고 

나가자 수십명의 고수들이 따랐다. 그리고 그중에는 개방주 협개 나정호도 

있엇다. 그의 안색은 반쪽이 되어 있었다. 저지대의 숲으로 들어간 군웅들

의 삼분지 일이 개방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삼분지  일이 청룡

장이었고, 군소문파의 무사들이었다.

백리무군을 비롯한 백도의 고수들 수십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진해 나아

갔다. 그들이 전진해 가면서 뒤로 물러서는 백도의 군웅들을  계속해서 만

났다. 그러나 서로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능선을 타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 얼마를 가자 장검을 뽑아든채 전방을 주시하며 물러서는 무당파의 

제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옷은 흠뻑 젖어 있었으며 곳곳에 피가 배어져 나

오고 있었다. 청송자는 그들에게 퇴각명령을 내리고  앞서가는 백리무군일

행을 따라갔다. 다시 하나의 능선을 넘자 몇대의 화살이 날아왔다. 중인들

은 가볍게 화살을 피했다.  

파파파 파파파 무수한 혈영들이 치솟아 오르며 이들을 공격해갔다. 촤라락 

병장기들이 부딧치고 피와 살이 튀어 올랐다. 백리무군은 달려드는 혈영들

을 피해서 앞으로 계속 달렸다. 몇 명의 고수들이 남아서 혈영들을 상대했

다. 협개 나정호의 얼굴이 벌개졌다.  자신들을 막아선 이들은 전에  없던 

정예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정호는 저 아래  숲을 주시했다. 

보이는 것은 점점 검게 변해가는 운해뿐이었다. 비는 더욱  거세게 휘몰아

쳤고 앞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번쩍 한줄기 뇌전이 그들의 머리를 타고 날

아갔다. 순간 사방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 그 광휘 아래 한명이  비를 맞

으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중인들은 신법을 멈추며 앞을  주시했다. 콰르

릉 뇌성이 울려퍼지며 한명이 우막을 뚤고 날아들었다. 파아악 두 개의 혈

륜이 빗방울을 사방으로 뿌리며 중인들을 헤집었다.

"적천마군"

백리무군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집으며 검을 뽑았다. 까까강. 적

천마군의 륜과 백리무군의 검이 부딧치면서 격한 소리를 내었다. 중인들은 

일제히 병장기를 빼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와아아 와아아"

하는 함성과 함께 수십명의  삼혈맹도들이 나와서 그들을 막아갔다.  협개 

나정호는 타구봉을 휘두르며 삼혈맹도들을 주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앞

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삼혈맹도들은 그를 노치지 않으려고 발악적으로 대

들었다. 청송자도 삼혈맹도들의 극렬한 저항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있

었다. 

파아악 륜은 백리무군의 하단과  상단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파라라  검은 

막을 형성하며 빗물을 튕겨 내었다.  그리고 날아든 두 개의  륜도 차례로 

튕겨내었다. 하지만 그 여력으로  백리무군은 몇걸음 뒤로 물러서야만  했

다. 후두둑 후두둑. 주위에있는 수십구르의 나무가 이들의  경력에 흔들리

면서 돌맹이 많한 빗물을 뿌렸다. 퍼퍼퍽 그 빗물에 맞은  이들은 돌로 얻

어 맞은 듯한 통증이 밀려올 정도였다. 백리무군은 나무를 차고 날아 올라 

연환검을 펼치며 적천마군을 공격해갔다. 적천마군은 두 개의 혈륜으로 전

신을 보호하며 뒤로 빠르게 물러섯다. 까가가강 까가강 허공에  떠서 공격

을 하는 백리무군과 땅위를 스치듯 날으며 두 개의 륜으로  전신을 보호하

는 적천마군은 숲을 헤치며 계속 나아갔다. 촤촤촤 적천마군의  발에 끌리

는 물들이 돌연 높이 치솟아 오르며 백리무군의 배부분으로  쳐 올라갔다. 

백리무군은 한손으로 올라오는 물줄기를  쳐내었다. 웃 하는 소리와  함께 

백리무군의 신영이 허공으로 튕겨져 올랐다. 적천마군이 차올린 물에 막강

한 경력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리무군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져 

오르자 적천마군이 두 개의 륜을 연달아 날렸다. 파파파  후발선도의 수법

으로 던진 륜은 정확히 백리무군의목과 다리를 노렸다.  백리무군은 목부

근으로 날아오는 혈륜을 쳐내며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뒤에  날아오던 륜

이 그 것을 보기라도 한 듯이 꺽여지면서 백리무군의 어깨를 갈라갔다. 처

음부터 노린 것이 백리무군의 어깨인듯했다. 백리무군은 두 눈을 부릅뜨며 

적천마군의 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소매를 펄럭였다. 파파파 백리무군

의 양소매에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것은 만천화우의 암기

수법같았다. 터터턱 백리무군의 양소매가 무수한 떨림을  일으키면서 적천

마군의 륜을 막아내었다. 적천먬군의 륜을 점점 힘을 잃고  물속으로 떨어

졌다. 그러자 적천마군은 회수된 륜을 다시 날렸다. 탕 떨어지던  륜과 다

시 날아간 륜이 부딧치면서  서로 사이좋게 적천마군의 손으로  돌아왔다. 

백리무군의 양소매는 걸래처럼 찢어젔다. 그리고 그의  드러난 팔목사이로 

붉은 혈흔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적천마군은 잠시 말이  없이 백리무군을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 멍한 기색이었다. 백리무군이 자신의  륜을 피해서

가 아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알 수 없는 듯한 것이 머리를 친 듯한 느

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적천마군이 멍해있는 사이 백리무군은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십여장을 날아왔다. 그때 대군이라는 외침과 함께 콰콰콰하는 소

리가 들려왔다. 백리무군은 고개를 돌려서 우측을 바라보았다.  우측에 있

던 봉우리가 무너지면서 작은 물줄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흙더미가 천천히 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백리무군은 멍해 있는 적천마

군을 보면서 뒤로 몸을 빼었다. 

"대군"

파아악 딱 적천마군은 한곳에서 날아든 나뭇가지에 머리통을  맞고 정신을 

수습한뒤에 빠르게 몸을 날렸다. 콰르르 거대한 흙더미가 둘이  있던 자리

를 가로 지르면서 나무들을 넘어 뜨리며 밀려가기 시작했다. 

파아악 한명의 삼혈맹도들을 벤  나정호의 몸은 십여장 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땅을 밞았다. 그러나 땅은 그의 발을 한없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헉 물"

나정호를 비롯한 중인들은 자신들이 밟은 곳이 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러나 이미 그들의 몸은 깊숙히 빠져들고 있었다. 촤아악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중인들의 몸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공력

을 운용해서 물위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전면에서 무수한 화살들이 날아왔

다. 나정호는 타구봉을 휘둘러 화살들을 막았다. 그리고 이차 공격을 대비

해서 몸을 뒤로 빼었다. 저들의 공격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백리무

군이 저쪽에서 소리를 쳤다.

"어서 피하시오. 곧 저수지가 무너질 것이오."

중인들은 백리무군의 말에 수력답공으로 수면을 차고 날아올라  땅위에 내

려섯다. 나정호는 주저하다가 타구봉으로  물을 치며 날아올랐다.  물살이 

좌우로 갈라지며 물보라를 만들었다. 그 물보라사이에 수백개의 작은 뗏목

들이 점점 뒤로 물러서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솨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푸우욱 콰콰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정호는 자신이 선 땅이 흔들리며 급

격히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중인들은 신법을  빨리해서 그곳에

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소리도 없었다. 아니 소리가 너무 컷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단

지 묵직한 흙덩이들이 소리없이  물속에 녹아들면서 빠르게  잠식되어가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넘자 일대 격류를 일으키면서 휘

몰아쳐갔다. 콰콰쾅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제방은 것잡을 수 없었다. 산봉

우리에 올라간중인들도 그 기세에 저으기 놀라고 있었다.  거대한 바윗덩

이가 휩쓸려 내려가고 거목들도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떠내려갔다. 중인

들은 폭우에 전신이 젖어 드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눈앞이  뿌애지는 것도 

알지 못했다. 콰콰콰 거대한 물줄기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중인들

이 있는 봉우리까지 물탕이 튀어 올랐다. 어디를 보아도 물뿐이었다. 촤아

아 물은 한시진넘게 쏱아져 내려가면서도 그 수위가 전혀 줄어드는  것 같

지 않았다. 협개 나정호는 안절부절한 기색으로 물속에 잠겨버린  숲을 바

라보았다. 

촤아아 수십척의 뗏목들이 끝물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위에는 수백여

명의 혈영들이 상체를 벗은채 서 있었다. 그들은 길다란 작살과 베기 좋은 

환도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선두에는 사대마군이 서 있었다. 그들은 

봉우리에 고립되어 있는 이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모두 물살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갈 뿐이었다. 수십여개의 뗏목과 수백여명이  순식간에 빨려들

어간 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청송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고립된 우리들을 공격하지 않았을 까요?"

그말에 백리무군은 머리를 쳤다.

"아뿔싸. 중군 중군이 위험하오."

"네?"

"혈마 혈마 그자가 중군을 치고 들어갈 것이오."

백리무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발을 동동굴렀다. 

퍼퍼퍽. 선두에서 있던 무사들 십여명이 그대로 빗속에  나뒹굴었다. 빗물

은 이내 붉게 물들었다. 수백여개의 군막들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수천에 

달하는 무사들이 병장기를 꼬나쥐고 있었다. 바람에  펄럭거리는 군막처럼 

그들의 옷자락은 물론 물에 잠진 발까지 떨고 있었다. 적은 백여명 안팍이

었다. 그러나 밀리는 것은 군웅들이었다. 아니 밀리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인 도살이었다. 피핏 소매가 펄럭일때마다 쓰러져 가는  군웅들. 소림사의 

십팔나한과 무당파의 검진이 펼쳐지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아니 공간

은 충분했지만 그 곳을 군웅들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에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혈마가 그런  검진이 펼쳐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었

다. 

저항도 잠시뿐이었다. 먼처 내뺀 것은 고수들이었다. 그리고  하수들은 서

로 우왕좌왕하면서 걸리적 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일백밖에 되지 않는 삼혈맹도들은 병장기를 마구 휘둘러쳤다. 그래도 백도

의 군웅들은 제대로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 군막을 버리고  병장기를 버리

고 부상자들을 버리고 백도의 군웅들은 도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곳

곳이 물에 잠겨서 이동도 여의치 않았다. 물에 막힌 몇몇 문파의 무사들은 

등을 돌려서 반원진을 쳤다. 

"더 물러설곳이 없소. 이렇게 물에 빠져 죽나 저들의 손에 죽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요. 싸웁시다."

그리고 발악이라도 하는 듯이 일단의 무리들이 삼혈맹도들에게  공격을 가

했다. 퍽퍽퍽 도와 병장기가  원시적인 수법으로 펼쳐지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짖이겼다. 검진이니 초식이니 하는 말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죽고 죽이는 단순한 동작들. 그리고  그 와중에 피어나는 혈화.  중인들은 

그들을 보고 힘내어 괴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혈마는 전세를 살펴 보았다. 백도의 무사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막바지에 몰린  그들은 최후의 배수진을 치고  결사항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몰아치는 것이 손해일 수 있었

다. 혈마는 조용히 소매를 거두었다. 혈마가 소매를  거두자 삼혈맹도들도 

빠르게 물러섯다. 그들이 물러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백도의 군웅들은 

반격을 가하기 위해서 달려들지  않았다. 뽀얀김이 그들의 몸에서  뿜어저 

나와 물안개를 만들고 있었다. 헉헉 대는 숨소리와 작게  흘러나오는 신음

성만이 비소리 속에서 간간히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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