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 (59/95)

그말에 건곤신개가 취선개의 옷자락을 잡아다녔다. 취선개는 그 신호에 벌

떡 일어나 말을 하였다. 

"선봉은 누가 서도 상관은 없을 것이오. 문제는 혈마요. 과연 혈마가 다시 

우리와 맛선다면 누가 그 앞에서 검을 들고 서 있을 수 있겟소."

그말에 중인들은 모두들 고개를 반쯤 숙였다. 믿었던 혜명대사와  무당 일

검자가 일패도지해 자파로 후송되고, 청성와 아미의 장로 둘은  불귀의 객

이 되었다. 게다가 창왕 언무외마저 혈마를 죽이러 가겠다며 나간 뒤 종적

이 없었다. 단지 부러진 장창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포위망을 

풀고 전력을 집중해 다수로 밀 어 붙이기식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백도

군웅들중에는 일류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혈마와 단신으로 맛설 만한 고

수는 이제 없었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소림과 무당에서 은거 중인 분들을 모셔와야 하는 것 아니오?"

그말에 일각대사와 청송자는 불호성과 도호성을 나직히  읇조렸다. 일각대

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사실 본사에서 혈마를 상대 하기 위해서  소림사천왕이 하산을 

했었습니다."

그말에 중인들은 눈을 크게 떳다. 소림사천왕. 소림의 보이지 않는 수호신

이라는 그들. 그러나 이내 절망적인 표정이 되었다. 그들이 내려왔다면 지

금쯤 결과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혈마는 아직 멀쩡했다. 일각대사는 다시 

불호성을 외우고 합장한채 눈을 내리감았다. 중인들의  시선이 청송자에게 

모아졌다. 청송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본파에서는 사숙님이 가장 강하신 분이십니다. 다른 분이  하산을 하신다

고 해도..."

청송자는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중인들의 시선이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조조가 백만대군을 거느리고도 장판파에서 장비의 고함성에 놀라서 도망

친 꼴이군."

중인들은 그말이 나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건곤신개가  있었

다. 건곤신개가 일어서서 말을 하였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사실을 인정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으음"

"단신으로 혈마를 상대해서 이길  고수는 당금 무림에는 전무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말에 중인들은 약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었지만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

다. 

"혈마 그는 천하제일 고수입니다. 우리가 그를 꺽는 방법은 오직 하나."

건곤신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몇 명이 나직한  한숨을 토해 내었

다. 그들 모두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해전술에 의한 공

격. 인해전술이라고 해서 일반 무사들이 나가서 싸우는 것은  아무런 효과

가 없을 것이었다.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의  연수합격뿐이었다. 백리무군은 

고개를 끄떡였다.

"혈마. 그는 천하제일 고수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를 합공한대고  해서 

큰 누가 되는 것은 아닐껍니다. 그리고 다음 공격의 선봉은 개방과 청룡장

이 맏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말에 협개 나정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도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

"혈마를 죽일 수 있을까요?"

"죽여서는 안돼지."

"그럼 직접 나서실 껍니까?"

"대맹주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혈마가 군웅들의 합공을 견뎌 낼까요?"

"못한다면 우리가 조금 도와야겠지."

////////////////////////

사사삭 사사삭 방패를 든 청룡단원들이 십여장앞으로 달려가서  벽을 형성

했다. 그렇게 형선된 벽을 지나쳐다 다른 조가 앞으로 나아가며 하나의 방

패벽을 다시 만들었다. 청룡단 제 일대의 오개조는 그렇게  교차방벽을 쌓

으며 앞으로 전진해 나아갔다. 다섯 개의 교차방벽이 쌓이자 제 이대가 각 

조별로 방패벽을 옮겨가며 전진해  나아갓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다시 

교두보를 만들며 전진해 나아갔다. 작은 협곡 저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처척 강궁이 다을만한 거리까지 전진한 청룡단의 제  삼대가 멈추

어섯다. 동방후는 고개를 돌려서 소천을 바라보았다. 이제  공격명령을 소

천이 내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은 삼대가  교차방벽진을 타고 

바로 협곡안으로 난입해 들어갈 것이었다. 

물론 그 지휘는 자신이 맏게 될 것이었다. 소천은 팔장을  낀채 협곡을 바

라보았다. 협곡에는 어느새 목책이 둘러쳐져 있었다. 목책은  이장정도 높

이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급조한 티가 여기저기서 묻어나 있었다. 누가보

아도 일반 무사들의 움직임을 잠시 둔화 시킬 정도의 조잡한 것이었다. 그

래서 여기에 설치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장애물이었다. 소천은 지금 그 장

애물을 보고 있었다. 차라리 금성철벽이나 무서운 기관매복이 있는 거라면 

속편하게 공격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겨우 목책이라니. 소

천은 옆에 서 있는 나정호를 바라보았다. 

"방주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들어가 보면 알겠지요. 우리가 선봉에 서겠소."

나정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 성큼 발걸음을 떼었다. 그가  움직이자 수백여 

개방도들이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소천은 그것을 보고 깃발을  들었다. 

그러자 교차해 있던 방패조가 좌우로 착 붙더니 긴 길을 만들었다. 나정호

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협곡 부분이 가까워지자 급히 몸을 날렸다. 제

일 앞에 있는 방패진을 지나치자  저쪽 목책에서 수십대의 화살이  날아왔

다. 나정호는 그것을 보며 대갈일성을 내지르며 타구봉을  휘둘렀다. 파파

팍 무수한 봉영이 허공을 뒤덥으며 정면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이 타구봉에 

맞아 튕겨져 나갔다. 그러나 잠시뒤에는 하늘과 땅을 뒤접을정도루 무수한 

화살들이 날아왔다. 그것은 사람이 쏘아 대는 것이아니라 기관이  쏘아 대

는 듯했다. 그래서 전면에 있던 있던 개방도들 십수명이 화살에 맞아 나뒹

굴었다. 그러자 좌우에 있던 청룡장의 삼대방패조가 정면을 막았다. 

퍼퍼퍽 그들이 들고 있는 피풍의 막에 화살들이 꽃혔다. 그러나 뚤고 들어

오지는 못했다. 청룡단의 삼대는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방도

들까지 한꺼번에 물러나야만 했다. 그들이 물러서자 뒤쪽에서 야유의 목소

리가 터져 나왔다. 소천은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고 말을 하였다.

"그렇게 자신 있으신 분들이 앞으로 나서시지요."

소천의 목소리는 매우 낮게 깔렸다. 그러나 중인들은 모두들  그 목소리를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 주위가 일순 조용해지자 소천이 고개를 끄떡였다. 

동방후는 그것을 보고 백색기를  들어 올렸다. 한쪽에서 전투준비를  하고 

있던 사, 오, 륙대가 반으로 갈라서서 좌우의 협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들이 이십여장 정도 오르자 서로  벽에 기대어 줄을 던졌다.  촤아악 줄이 

풀어지며 땅에 떨어지자 좌우에 있던 궁수들이 그 줄을 잡아서  옆으로 건

네었다. 그렇게 스물다섯개의 가닥이 허공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자 하나의 그물처럼 짜여지기 시작했다. 처처

척 삼대의 궁수들이 단궁을 준비하자 그앞에 있던 이대원들이 방패진을 풀

고 장검을 뽑아 들었다. 

"백호대"

소천의 명령에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백호대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일대의 방패진이 앞으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이대의 검진과 삼대의  단궁수들이 거리를 두고 조금씩  나아갔다. 

사오륙대원들은 그물망 위에서 단궁으로 허공을 겨누었다.  그러자 저쪽에

서 그물망으로 화살들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개의  화살만 날아 

올 뿐이었다. 그물망에 있는 이들중 몇이 피풍의를 휘둘러  방패를 만들어 

화살을 방어하였다. 몇 명의 삼혈맹도들이 목책위로 모습을 보였다.   

"공격하라"

동방후의 명령을 신호로 방패진을 구축했던 일대가 방패를  들고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순간 사오륙대가 허공을 향해서 단궁들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파파파 무수한 단궁이 호선을 그리며 목책안으로 날아들어갔다. 와아아 하

는 함성과 함께 일대의 방패진이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그러자 목책에서 

무수한 화살들이 쏘아져왔다. 피피핑 천으로 된 방패에 화살들이 밖히면서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때였다. 그물망위에 올라가있던 사오륙 대원들이 일

제히 허공을 날아 목책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중인들은 그  모습에 경악성

을 터뜨렸다. 그물망과 목책사이의 거리는 무려 백이삼십장이  넘었다. 그

거리를 날아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일개 무사들이... 

나정호도 놀라서 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천의 담담한 얼굴에 안력을 

돋구어 무사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무사들의 어깨부근이 부풀어 있

었다. 아래를 방어하던 삼혈맹도들은  위에서 날아내리는 이들을 보고  몇 

명이 몸을 목책위로 드러내었다. 퍼퍽. 단궁이 그들을 여지없이 꾀뚤었다. 

으아악 하는 비명성과 함께 몇구의 시신이 목책아래로 떨어졌다. 

"돌격"

이준의 명에 백호대원들이 방패진을 뚤고 앞으로 달려갔다. 사오륙대는 백

호대보다 먼저 목책위로 내려섯다. 목책에서 활을 쏘아대던  이들은 그들

의 공세에 쓰러져갔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오대호법이 몸을 

날려서 그물망 위에 내려섯다. 그리고 줄을 타고 목책으로  달려가기 시작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개방도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무림문파간의 

싸움이나 전쟁에서도 보지 못한 전투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와아아 도끼

를 든 백호대원들이 목책을 부수고 갈구리를 든 이들이 목책에  걸고 잡아 

다니자 한쪽이 허물어졌다. 그곳을 집중적으로 벌리자 순식간에 그부분 목

책이 허물어졌다. 

소천은 나정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정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정호와 개방이 무너진 목책을  넘어가자 후방에서 

경계를 하던 청룡단원들도 달려가기 시작했다. 각파의 고수들은 각기 병장

기를 움켜쥐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들은 혈마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

었다. 아니 심적으로는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

다. 소천은 그들을 일견하고 다시 전방의 상황을 주시했다. 개방도들이 목

책의 여기저기를 점령한채 삼혈맹도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소천은 깃

발을 들어 조용한 철군을 명했다. 청룡장의 집단전법은 저런  혼전의 와중

에서 개방도들을 상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목책 너머의 협곡은 평온했다.  입구에는 도주를 하다가 죽은  삼혈맹도의 

시신 오십여구만 널브러져 있었다. 단지 며칠전의 혈전으로 생긴 혈흔들이 

여기저기 묻어 있을 뿐이었다. 나정호는 개방이 피해 있던  절벽가를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넒어진 협곡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은 점점 위로올라가 있었다. 그

래서 협곡의 좌우를 넘어서서  하나의 거봉을 형성하고 있었다.  나정호는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그뒤를 개방도들이 묵묵히 따랐다.  소천과 청룡장

은 그뒤를 따랐다. 그리고 군웅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포위섬

멸을 포기한 중인들은 대군을 한점으로 몰아쳐 쳐들어가는  돌파작전을 쓰

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작전은 오로지 혈마를 상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

다. 

"우리도 병력을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혈마군은 적천마군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적천마군은 나직한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병력을 모아서 어쩌겠다는거냐"

"그래도...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옥마군과 악인마군은 어디에 있느냐?"

"전방에 시찰나갔습니다."

"앞산의 기관매복을 모두 가동해"

"모두 말입니까? 대맹주님의 허락없이..."

"어차피 여긴 버려진 땅이다. 우리는 버려진 자들이고."

적천마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흐

릿한게 비라도 올 것 같았다. 

///////////////

가파른 산에는 수백개의 길이 나 있었다. 군웅들은 그길앞에서 멈추어 서 

있었다. 길의 여기저기에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시체들 가까이 가지 않았다. 산  전체를 휘감아 돌고 있는  이 소롯길에는 

각종 기관매복이 설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대가 올라가다가  전멸을 

당한 것이었다. 소천은 뒤에서 뒷짐을  지고 앞을 바라보았다. 제  일관은 

자신들이 뚤었기 때문에 지금은 남궁세가와 당가의 무사들이 길을 트고 있

었다.

"이상합니다."

육정산이 그렇게 말을하며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도 고개를 끄떡였다.

"사람이 많이 부족한것 같소."

"이들이 지난 수십년간 전 무림의 공포로 존재했던 삼혈맹이라는게 믿기지 

않소이다."

하연적의 말에 천일정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십여리를 진격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상대

하는 것은 대부분이 기관이나 소수의 삼혈맹도들 뿐이었소이다. 처음 우리

를 막아섯던 그 전력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 같소이다."

그런 말을 주고 받는 사이 한곳에서 콰앙 하는 폭음과 함께  하늘 높이 치

솟는 붉은 흙먼지가 보였다. 그리고  사람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 자리에는 몇 개의 살점과 혈흔만이 남아 죽은 자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

고 있을 뿐이었다. 

"피해가 너무커. 우리는 아직 삼혈맹의 성벽도 구경하지 못했는데..."

그때 무당파의 청성자가와서 소천에게 읍을 하며 말을 하였다.

"개방에서 우회로를 타기로 했습니다. 맹주님께서는 귀장에서 개방을 지원

해 주셧으면 한다는 전언을 보내셧습니다."

소천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개방과 우리만 우회로를 타는겁니까?"

"아닙니다. 능선점령을 맏은 남궁세가와 당가는 계속 정면공격을  맏고 소

림과 본파가 그 뒤를 받쳐주기로 했습니다. 그외에는 각기  좌우측 협곡을 

통해서 밀림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하였다.

"그럼 다시 포위섬멸전으로 나가는건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청송자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을 하였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병가

에 있어서 포석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것이었다. 그래서  당사자가 아

니면 그 깊은 뜿을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소천이나 동방후라면  각파의 배

치도를 보고서 대강의 뜿을 헤아릴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전언으로 

명령을 내리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지금에서 각파의 

배치도를 보겠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는 병

력을 분산해서 공격시키는 것이  타당했다. 정면이 막혔으면 우회를  해서 

뚤른 방법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물론 혈마라는 변수를  제외한 상태에

서 말이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곧 개방을 지원하도록 하지요. 허면 보급은 어찌 됩니까?"

"그것도 잘..."

청송자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말을 하였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까

지 생겨났다. 

'백리무군이 사람하나는 잘 보냈군.'

소천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동방후를 바라보았다. 동방후는 예를  취하며 

말을 하였다.

"자체보급으로 할까요?"

소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청송자를 보며 말을 하였다.

"맹주님께 명대로 하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본대는  어디에 위치합

니까?"

"저 능선위에 맹주님의 지휘군막이 있습니다."

소천은 반대편 봉우리위에 펄럭이는 깃발들을 바라보았다. 그 깃발들을 타

고 있는 하늘은 매우 우중충했다.

///////////////////////////

쿨럭쿨럭 취선개는 가래석인 기침을 해대었다. 캬약 퇘 하는  소리와 함께 

굵은 가래가 땅바닦에 토해졌다. 슥슥  취선개는 발로 그 가래를  비볐다. 

스윽 취선개는 코에 맻힌 땀방울을 닦아 내었다. 숲전체는 찜통안 같았다. 

벌써 나흘째였다. 능선만 우회하면 삼혈맹이 있을꺼라는 기대는 완전히 허

물어진 뒤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밀림. 과연 이 끝에  삼혈맹이 있는것인

지도 의문시 되고 있었다. 다만 간혹가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삼혈맹도들만

이 길이 맞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삼혈맹은 철저히  유격전술로 백도

군웅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소수의 고수들과 정예무사들이 밤만 되면 백도

군웅들의 야영지로 쳐들어와 휘저어 놓고는 순식간에 빠져 나갔다. 

고수나 무사들이 추격하여 나가면 어김없이 혈마가 모습을  드러내어 군웅

들을 도살하고 사라졌다. 백도의 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파를 지휘하고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혈마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능동적으로 한꺼번에 모

이지 못했다. 게다가 고수들이 모여 있으면 혈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

다. 덕분에 각파의 군웅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야 했다. 군웅들은  지금에 

와서야이곳에서의 싸움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허공에 떠 있는 찐한 습기는 짭잘한 소금기까지 머금고 있는 듯했다. 내륙

지방에 소금이 있을 이가 만무했다. 그러나 소금냄새가 나는 것은 땀이 나

오면서 몸안의 소금까지 내밀기 때문일 것이었다. 취선개는 고개를 돌려서 

한쪽을 바라보았다. 이 숲으로 들어온 백도무사는 근 일천에 달했다.   이

번 삼혈맹토벌전에 참가한 군웅들의 오분지 일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리고 

삼천여명은 기관진식으로 뒤덥힌 봉우리를 장악한 뒤 능선을  따라 진격하

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일천여명도 반대편에서 진격하고  있었다. 이런 

파상공격은 사상자가 필연적으로 많아졌다. 이것은 협곡에서의 일패도지를 

보상 받기 위해서 백도의 수뇌부들이 무리수를 둔 셈이었다.  그러나 어쨌

든 결정은 결정이고, 방주의 공격명령이 내려진 이상 자신은  그것에 따를 

뿐이었다. 취선개는 코를 킁킁 거렸다. 그리고 한쪽을  바라보았다. 냄새. 

이것은 바로 술 냄새였다. 취선개는 앞으로 나가다 말고 옆으로 몸을 이동

시켰다. 개방도들은 취선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장로님그쪽 방향은 청룡장의 영역입니다."

그말에 취선개는 입맛을 다셨다. 

'빌어먹을'

취선개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갔다. 개방의 보급은  지지부진이었다. 그래

서 밥도 제때 도착하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식수도 문제였다.  수백명이 

먹을 양의 물을 가져 온다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저런 생각

을 하다가 일순 멈추어 섯다. 

피피핑 피피핑.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취선개는 이 소리가 화살소리임을  잘 

알고 있었다. 취선개는 얼른 몸을 숨겼다. 그와 함께 개방도들도  몸을 숨

겼다. 그러나 화살을 날아 오지 않고 있었다. 

"와아아 와아아"

하는 함성소리가 울러펴지고 병장기부딧치는 소리와 기합성 고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어디냐?"

"청룡장쪽입니다. 삼혈맹도들과 싸움이 붙은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