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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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주위에는 수십여개의 군막들이 부서지고 불탄 채 나뒹굴고  있었

다. 그 주위에는 수백여구의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체들에서

는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있어서 새나 짐승들도 가까이 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저기 부러진 깃발에는 남자와 해자가 불에 그을린채  흉

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체들을 바라보던 동방후가 말을 

하였다.

"남해검파의 검수들입니다. 귀왕곡에 당한 모양입니다."

"이상하군. 남해검파 쾌검수들의 실력도 보통이 아닌데 이렇게  전멸

을 하다니"

천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천은 말머리를 돌렸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요. 동방단주"

"넷"

"청성파에 이 사실을 지급으로 알리고,  일대는 남아서 이들은 모두 

묻어주어라. 본진은 이곳에서 삼십리 떨어진 곳에 야영을 한다."

"존명"

동방후가 읍을 하고 물러나서  각대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육정산은 

소천의 곁에 다가와서 말을 하였다.

"어떻게 보셧습니까?"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허허허"

육정산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소공자는 보면 볼 수록 노강호 같소이다. 아무래도 남해검파에 무슨 

일이 있는가 봅니다. 삼혈맹을 치는데 저런 삼류들만 보내어  전멸하

게 놔둔걸 보면..."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도 남해검파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거경

방이 남해의 제국들과 교역을 하면서 일정량의 이익을 상납하고 오는 

곳이 남해검파였다. 남해의 패주로 중원에까지 그들의 쾌검이 알려져 

있는 문파였다. 남해검파는 중원의 각파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자  했

지만 중원의 대문파들은 그들을 세외의 무지렁이 이상으로 보지 않았

다. 그나마 동해의 패주라는 거경방을 통해서 청룡장과 작은 끈을 연

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남해검파와의 의를 돈독히  하고 

그들의 실력을 알려고 하였다. 그런데 남해검파는 삼혈맹과의 대전에 

참가하겠다는 통보를 보내놓고 삼류들을 보내어 전멸하게 놔둔  것이

었다. 이것은 남해검파의 명예가 크게 깍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일

이 이렇게 되게 수수방관했다는 것은 무슨 속내가 있다는  말이었다. 

소천은 남쪽을 바라보았다. 남쪽 하늘은 바다가 거꾸로 매달린  것처

럼 푸르렀다. 저 바다 넘어에 남해 검파가 있는 것이었다. 

남령산맥. 광동과 광서의 북부를 가로지르며 호남과의 경계를 만드는 

거대한 산맥군이었다. 이 산맥의 줄기가 중원과 남해를 가르는  분수

령이 되는 곳이었다. 이 산맥에는 묘족들의 자치령이 즐비하게  있었

고 전인미답의 오지가 많았다. 대명의  법이 미치는 곳은 현성  인근 

십여리였고 산맥 안은 묘족들의 천지였다. 그래서 어지간한 일이  아

니면 관부에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는  예로부터 

죄를 짖고 도망쳐온 죄수들이 숨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또한 

십만개의 산이 모여 있다고 해서 십만대산이라고도 한다. 산맥은  빽

빽한 원시림이 가득한  곳부터천하제일경이라는 계림까지  포용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않는 산맥군을 바라보는 중인들은 입을 딱  벌렸

다. 저 산맥 어디엔가 전 무림의 공포라는 삼혈맹이 있었다.  지금부

터는 삼혈맹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었다. 육정산은  장

도의 손잡이를 메만졌다. 지금부터 자신이 의지할 것이라고는 이  한

자루의 장도가 다인 것이었다. 천일정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

을 하였다.

"총호법님. 이 산맥은 동서로 수천리에 걸쳐서 뻣혀 있습니다. 이 산

맥 어디에 삼혈맹이 있다는 겁니까? 이곳은 우리가 다 뒤지는 데만도 

수백년이 걸릴 껍니다."

"반혈맹에서 확실한 위치를 알아  내었다니까. 곧 연락이  오겠지요. 

청성파와는 연락이 되었습니까."

그말에 오익상이 대답을 하였다.

"예. 청성파는 묘강의 천독문의 공격을 받아서 큰 손실을 입고  운귀

고원과 남령산맥이 교차하는 곳에 집결해 있다고 합니다. 그곳은  우

리와 서로 응원을 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입니다."

"흠 남해검파가 빠졌으니 우리의 포위망에도 공백이 생기는 건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구환도 진명의 말에 소천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별수 있습니까. 우리가 맡은 곳만 철저히 방비를 하는 수밖에... 백

호대는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소천의 말에 절명도 풍파가 대답을 하였다. 

"이관(爾關)에 머무르고 있답니다. 배를 타고 와서 우리보다  한달이

나 일찍 도착을 했답니다. 그래서 그곳에 진채를 세워 두었다고 합니

다."

"잘 되었군요. 그동안 삼혈맹에서의 공격은 없었답니까?"

"네"

"그럼 빨리 이관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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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전법 보급편>

전투의 승패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전투에는 운도 강하게 작

용을 한다. 일 예로 제갈량이 사마의를 호로곡에 가두어 불태워 죽이

려다 실패한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

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운은 그야말로 천행이다.  지휘

관이 이런 운을 기다려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백전백

패의 지름길이다. 지휘관의 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소홀이 

다루어 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보급이다.

무림에는 며칠간 먹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자도 있다. 병장기가  없이 

두주먹으로도 능히 수십명을 때려 죽일  수 있는 자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류는 극소수의 고수들에 한한다. 대부분의 무림인도 매일  먹

어야 하며 무사들은 병장기가 있어야 제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법

이다. 실전에서는 천하제일의 보검이 아닌 이상에야 병장기도 부러지

고 못쓰게 되는 것이다. 그때 적에게 자신이 병장기를 구하고 배불리 

먹은 뒤에 싸우자고 할 것인가?. 원소가 조조에게 대패를 당하고  조

조가 한중에서 혈루를 뿌리며 퇴각을 한 것은 그 힘이 모자랐기 때문

이 아니다. 적에게 군량기지를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건량이나 비상식량으로는 대군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것도 장거리 원

정이라면 더욱 보급에 신경을 써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싸움이 

장기전이 된다면 그것은 보급전으로  승패가 갈리게 된다는  말이다. 

보급의 의미는 식량과 병장기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인적자원도 

해당된다. 보급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장수야 말로 진정한 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루가 벌리지고 하나의 손이 밑까지 깁숙히 들어갔다가 꺼내져 올려

졌다. 그의 손에는 통통하고 기름기가 흐르는 쌀알이 잡혀져 있었다. 

탁 그중에 하나가 튀어 올라 입으로 들어갔다. 

"흠 좋은 쌀이군. 강남의 미곡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아."

수천가마니의 쌀이 쌓여 있는 곳을 지나 옆으로 갔다. 그곳에는 수백

개의 상자가 늘어져 있었고 그  뚜껑이 열려져 있었다. 상자  안에는 

장검과 활과 화살들이 빽빽히 들어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작은  상

자 십여개가 늘어져 있었는데 모두 각종 약재들이었다. 소천은  고개

를 끄떡였다. 그의 옆에서는 동방후가 서류책자를 뒤지면서 각  물건

들의 수량을 파악했다. 그 좌우에는 각 조장들과 호법들이 따르고 있

었다.

"싸움이 얼마나 길어질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날지 심지어  우리가 

이길지 질지도 모르는 싸움입니다. 거기다가 여기는 적진의  한복판. 

장과는 만여리가 떨어진 곳입니다. 모두들 이 보급품들이 마지막  보

급물자라고 생각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천은 보급물자들을 점검하고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에는  수십마

리의 돼지들이 꿀꿀거리고 있었다. 또한 수백마리의 닭들이 회를  쳐

대고 있었다.

"여기서는 고기들이 쉬 상합니다. 그래서  저런 식으로 밖에 비축해 

둘수가 없습니다."

"일부는 소금에 절여서 두고 건량도 충분히 만들어 두도록."

"알겠습니다."

"남해제파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모두들 껄끄러워 하는 분위기였소이다."

육정산과 천일정이 서로 얼굴을 한번 보고 말을 하였다. 소천은 눈살

을 찌뿌렸다. 이렇게 되면 원래의 작전계획은 대대적은 수정이  불가

피했다. 남해검파가 남해일대의 제문파들을 독려해서 삼혈맹의  배후

를 차단하면 청룡장과 청성파가 그 좌우익을 담당한다는 작전이었다. 

그런데 주장이 되어야할 남해검파는 전멸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소

천은 육정산과 천일정을보내 그들에게 출병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

러나 남해의 문파들은 지레 겁을 집어 먹고 발을 뺀 것이었다.  현재 

청룡장의 전력으로는 남령산맥의 한 줄기에 진을 치기도 벅찬 상태였

다. 게다가 백도의 본진과는 수백리의  산길이 가로 막혀 있어서  반 

고립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소천의 굳은 입이 열렸다.

"그렇겠지. 남해의 전설적인 문파인 남해검파가 그렇게 허무하게  당

했으니 그들이 나서지 못하는건  당연하오. 그래도 그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점은 염려 마십시오."

천일정이 말을 하였다. 

"청성파와 반혈맹에서 온 연락은 없었습니까?"

"청성파는 여전히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백도무림인들은 

수백개의 노선으로 남령산맥으로 밀려드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곳곳에서 삼혈맹도들과 혈전이 벌이지고 있답니다. 이미 쌍방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합니다."

"그럼 곳 이곳으로도 쳐들어 오겠군. 뒤가 껄끄러울테니까 말이야."

소천은 나무로 만든 정문쪽으로 나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가파른  산

비탈을 따라 사방으로 뻣어 나가 있는 능선들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거대한 산맥군이  보였다. 

바로 남령산맥이었다. 이곳은 남령산맥으로 들어가는 수천개의 길 중 

하나인 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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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해?"

"뭘 말이니?"

"우리 둘이서 청룡장을 공격하라는 거 말이야"

나무가지에 몸을 가리고 있는 두명의  소녀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

다. 한명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는 소수마후였다. 그 옆에 있는 여

인은 녹의를 입고 있었다. 꽉끼는 옷이 아닌데도 가슴이 도드라져 보

였다. 그리고 흘러내린 치마폭이 바람에 나부끼지 않게 발목부군에서 

접질러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엉덩이의 선이 매우 풍만해 보였다. 

이 여인은 삼혈맹의 사후중 일인인 염화마후였다. 약간 살이 오른 볼

에는 보조개가 살짝 피었다. 소수마후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염

화마후는 말을 돌렸다.

"어때?"

"뭐가?"

소수마후는 입술을 셀쭉 내밀며 말을 하였다. 

"청룡장의 소천이라는 자?"

"피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너는 그자와 몇번 싸워 보기도 했쟎아."

소수마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속눈썹이 서로 닿을 정도였다. 

"고수야."

"그거 말구. 사내로서 매력말이야"

"난 그런거 모르쟎아"

"아참 그렇지"

염화마후는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 목책을 바라보았다. 목책의  곳곳

에는 경비무사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때 소수마후의 눈이  커

졌다.

"피해"

////////////////

소수마후는 그렇게 말을 하고  몸을 뒤로 빼었다. 염화마후는  소수마후의 

고함성에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으로는 하나의 검이 날아오고  있었

다. 

"이기어검"

염화마후도 그제서야 사태를 짐작하고 뒤로 몸을 날렸다. 파파파  둘이 나

뭇가지를 차며 날아갔다. 몇 개의 나무가지를 건너 뛰자 검은 되돌아 가고 

있었다. 턱 검은 한 청년의 손에 잡혔다. 그 옆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둘의 움직임에도 나무가지들이 흔들리지 않고 있었

다. 바로 육정산과 소천이었다. 둘의 속력은 매우 빨라서 앞서가는  두 마

후를 따라 잡을 정도가 되었다. 염화마후는 몸을 돌려서 채대를 풀러서 달

려드는 소천을 향해 휘둘렀다. 앞서 도망을 치던 소수마후가 외쳤다.

"안돼"

염화마후의 귓가에는 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눈부신  검광만이 

전신을 휘감아 도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리고 따앙 하는 소리가 들리

며 한 인영이 검을 튕겨내는 것이 보였다. 그 인영은  바로 소수마후였다.  

소천은 소수마후가 뛰어들자 검을 나무에 꽃고 적수공권으로 맛섰다. 파파

파 소수마후의 소수와 사내의 손이 허공에서 마구 난무를  하였다. 소수마

후의 두 손은 안의 구조가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해져  있었다. 그것은 소수

마후의 소수마공이 거의 극성에 다달았다는 증거였다. 그런데도 소천은 맨

손으로 그 소수를 쳐내고 있었다. 

"허허허"

하는 웃음에 염화마후는 정신을 차리고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육정산

이 도를 품고 서 있었다. 염화마후는 전후사정을 따져보지  않고서 육정산

을 향해 채대를 휘둘렀다. 파아악 육정산의 도가 염화마후의  채대를 막아

갔다. 채대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도를 타고 안으로 후벼쳐 들

어왔다. 육정산은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들어 올리며 회전각을 펼쳤다. 파

파파 무수한 발그림자가 염화마후의 전신으로 날아들었다.  육정산은 도에 

감긴 채대를 잡고 돌고 있었기 때문에 채대로 그 발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때 아악하는 비명성이 들렸다. 

소천과 겨루던 소수마후의 양팔이 소천의 손에 잡혀 뒤로 꺽였기 때문이었

다. 그녀의 고운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염화마후는 채대를  놓고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육정산의 두 발은 그녀의 몸을  놓치지 않고 가

격해 들어갔다. 염화마후는 쌍수를 들어 육정산의 발을 쳐내며  뒤로 몸을 

빼었다. 그때 옆에서 날아드는 권력을 느끼며 좌측으로 몸을 움직였다. 

팽이처럼 맴을 돌면서 권력을 흐트러 뜨리고 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 아니 

그녀가 날린 것은 몸이 아니라 그녀의 상의였다. 순간적으로  소천의 눈에

는 여인의 햐얗고 고운 가슴이 드러났다. 육정산도 그 모습을 보고 헛바람

을 켰다. 그 짦은 순간 둘의 주의력은 여인의 가슴에 모아졌다. 피피핑 염

화마후의 옆구리에서 수십개의 비도가 날아왔다. 비도를  날린 염화마후는 

뒤를 돌아 보지도 않고 몸을 날렸다. 평범한 고수들이라면  자신의 비도에 

당하겠지만 그 둘은 비도에 당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바로 몸

을 빼는게 상책이었다. 산 아래로 빠르게 몸을 날리던  염화마후는 그대로 

멈추어서야 했다.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진을 치고 있는  청룡단원들이 보

였기 때문이었다. 그들 앞에는 동방후가 장창을 들고 서  있었고 오대호법

들이 팔장을 낀채 염화마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염화마후는 가슴을 여미고 고개를 들어서 눈을 상큼 치켜  들었다. 그녀의 

입술은 약간 셀쭉이 나와 있었다. 소수마후는 한쪽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

었다. 그녀는 손을 이리저리 조물락거리며 앉아 있었다. 그둘 앞에는 소천

과 육정산 그리고 오대호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소천은 한 장의 서찰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육정산에게 건네 주었다. 육정산도 그걸 보더니 

허허허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다시 천일정에게 내밀자  천일정은 실

눈을 뜨고 보더니 얼굴이 쌔빨개졌다. 그리고 입을 꼭 다물고  눈을 꽉 깨

물며 웃음을 터뜨렸다. 천일정이 책상을 마구치자 다른 호법들이  그 서찰

을 가져다가 보았다. 하연적은 허허하는웃음을 흘렸다. 오익상은 코를 벌

름거렸고 절명도 풍파와 구환도 진명은 혀를 찼다. 소천은  서찰을 손가락

으로 튕겼다. 그것은 염화마후의 가슴어름께로 날아갔다. 

염화마후는 손을 벌려 그 서찰을 잡았다. 찌르르 염화마후는 손끝과 몸 전

체가 동시에 떨리는 것을 느끼며 서찰을 펼쳐 들었다. 조금 읽어 내려가던 

그녀는 고개를 팩 돌려서 소수마후를 바라보았다.

"너 알고 있었지?"

"알았어도 마챦가지쟎아"

그말에 염화마후의 어깨가 쳐졌다. 그러나 이내 눈을 살짝  치켜 떠올리며 

소천의 안색을 살폈다.그리고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소천은 의자에 등을 

묻으며 말을 하였다.

"삼혈맹의 방어진이 어떠게 구성되어 있소?  그걸 알려 준다면 풀어  주겠

소."

그말에 모두들 소천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풀어줄꺼냐고 소리없이 묻고 있

었다. 소천은 중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둘을 바라보았다. 고요히 가

라앉은 소천의 눈을 보며 염화마후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말씀 드릴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

"조건?"

소천은 눈을 빛내며 몸을 약간 앞으로 숙였다. 염화마후는 고른 치열을 보

이며 미소를 지었다. 

"서찰대로 해주세요."

그말에 소천은 약간 어벙한 기색이 되었고 육정산과 하연적은 헛기침을 터

뜨렸다. 천일정은 목까지 붉어져버렸고 나머지 삼인은 각기 멍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염화마후는 중인들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소천의  눈을 

직시하며 말을 하였다.

"어차피 받은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고 돌아가면 중벌을 받을 뿐이에요. 그

리고 소공자님께서는 아무런 부담을 가지실 필요가 없어요. 애는 소수마공

을 익혀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저는 한 남자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니까

요. 그외에는 어떤 고문을 하더라도 입을 열 수 없을 꺼에요."

염화마후는 고개를 팩 돌렸다. 그녀의 양볼은 바알가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리고 곁 눈질로 소천의 얼굴을 한번 더 보고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녀

의 손에 구겨진 서찰에는 간단한 글귀가 씌여 있었다. 

<이곳 오지까느라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회포나 푸시라고 두 아이를 보내

니 살살 다루어 주기 바라오. 혈 유.>

소천은 이마를 집었다. 

"동방후"

소천의 말에 밖에서 동방후가 들어왔다.

"데려가"

"어디로 말입니까?"

"그에게"

////////////

염화마후는 차를 홀짝 홀짝 마시며 소수마후를 바라보았다.

"기지배"

"왜?"

"혼자만 재미 보고 있었구나 너"

소수마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소리야 그게"

"안 그럼 우리를 이런데 놔두겠어. 그리고 너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심

상치 않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무일 없었어."

염화마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 휘장이 열리며 한명의  사내가 들어섯

다. 그리고 그 사내 옆으로 두명의 무사가 들어섯다. 두명의  무사는 소수

마후에게 다가갔다. 소수마후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둘을 따라 나갔다. 염화마후는  침상위에 걸터 

앉으며 미소를 사내에게 보냈다. 그러다가 서서히 얼굴을 굳혔다. 그의 키

는 작았고 몸집도 가늘었다. 단지 후광사이에 보이는 수염이  그가 나이가 

제법 든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줄 뿐이었다. 탁 그는  한쪽에 있는 의자

를 가져다가 자리에 않고 둘을 바라보았다. 탁 그는 금빛이 나는 호로병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말을 하였다.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구도인이라고 하네... 이미 잊혀진 이름이기는 하

지만 내 이름을 기억해 주는 친구들이 더러 있지. 아마 삼혈맹에도 한두명

은 있을텐데. 잔심귀라고"

잔심귀라는 말에 염화마후는 들고  있던 찾잔을 떨구었다. 그녀의  두눈은 

회색빛으로 급격히 물들기 시작했다. 소수마후도 전신을 가늘게 떨기 시작

했다. 잔심귀. 삼혈맹의 고문술사들이 고개를 흔들어 대는  강골들이 최후

로 가는 곳. 사후도 그를  본적은 없었지만 그 이름은 듣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고문술사. 씨익 두 개의 콧수염이 하늘로 말려  올라갔다. 그는 

호로병을 만지작 거렸다. 그러면서 말을 하였다.

"사내를 강간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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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술서를 훓어본 소천은 육정산과 오대호법을 바라보았다.  호법들도 자술

서를 읽고서 고개를 끄떡였다. 천일정이 먼저 말을 하였다.

"둘의 진술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이 것은 모두 사실일껍니다."

하연적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사실일껍니다. 단지 이것은 그녀들이 아는  한계라는 것이지

요. 그리고 혈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빼면요."

"으음"

소천은 머리를 집었다. 혈유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

이 허허실실의 전술이라는데는 아무런 이의를 달수 없었다. 문제는  그 전

술의 희생물이 사후 중 둘이라는데  있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그런 고수 

둘을 이렇게 희생시킬 필요가 있는지 모두들 의문이었다. 

순간 육정산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호법들은 어리

둥절해 하며 육정산을 따라나갔다. 군막은 매우 멀쩡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네명의 무사들도 멀쩡했다. 그러나 육정산과 호법들을  보고도 예

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육정산은 그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안은 텅비어 있었다. 주위의 기물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한쪽에 피로 쓴듯한 글씨가 있을 뿐이었다.

<섭섭하군 그런대로 신경을 써주었는데 말이야.>

육정산은 그 글씨를 보고 나직한 신음성을 터뜨렸다.

"혈          마"

그랬다. 청룡단이 물샐틈 없이  지키고 있는 이곳에 무인지경으로  들어와 

둘을 데려 갈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한명 뿐이었다. 혈마. 호법들은 그것을 

보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우리가 지키고 있었을걸 그랬나 봅니다. 너무 허술했었소."

풍파의 말에 동방후는 얼굴을 붉혔다.소천은 네명의 혈도를  쳐주며 말을 

하였다.

"혈마가 직접 왔다면 이들이 지키고 있었던게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일대 도살극이 벌어졌겠죠."

소천의 말에 풍파는 얼굴을 붉혔으나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곳에

서 혈마와 손속을 겨룰 수 있는 인물은 소천과 육정산 정도였다. 천일정이

나 하연적은 아무래도 그 둘보다는 조금 수가 밀리는게 사실이었다. 

전략도상 몇군데에 붉은 깃발들이 추가되었다. 그 깃발들은 소수마후와 염

화마후가 말한 삼혈맹의 거점들이었다.  그 거점들은 소천 일행이  반드시 

지나가야할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다. 육정산을 비롯한 호법들은 묵묵히 그 

깃발들을 바라보았다.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참으로 곤란하외다."

하연적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떡였다.  그때 동

방후가 말을 하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투를 하면서 희생이 없

기를 바랄수는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이걸 모두 무시하고  원래의 계획대

로 정찰을 나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동방후의 말에 소천은 그를 바라보고 다시 전략도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

것은 소천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쌍방간에 무

수한 사상자를 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의미없는 싸움에 굳이 피를 흘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

정으로 삼혈맹을 칠려고 했다면 청룡단이 아닌 오기령을 이끌고 왔을 것이

었다. 

"백도쪽의 연락은?"

"삼혈맹의 저지를 뚤고 들어오는 조들이 지금 소양으로 속속  집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삼일 내로 소양에 집결한 무사들만으로도 일차 공격대가 

출전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소천은 손을 깍지를 끼고 턱을 받혔다. 그리고 동방후를 바라보며 말을 하

였다.

"백호대주 이준을 불러 오도록"

배를 타고 와서 이관에 목책을 세우고 보급물자를 정돈한 뒤에  며칠 쉬는 

날이 천국이었다. 처음에는 삼혈맹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잠도 못잤지만 지

금은 산 이곳 저곳을 마음데로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먼거

리까지 나오지는 않았었다. 백호대원들은 굳은 얼굴로 큰 도로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가지들을 치며 나아갔다. 이준은 지도를 보면서  산세와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걸어온 길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능선위로 올라가서 주위가 어느정도  보일 

뿐이었다. 게다가 이 산세도라는 것은  숲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었다.  이 

산세도도 자신들이 인근을 돌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정확도가 떨어졌

다. 능선의 곳곳에는 각 조별로  흩어져서 모두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상의를 벗고 수건으로 몸에 흐르는 땀을 닦는 이들과 물을 마시는 이들 그

리고 옷을 마구 흔드는 이들등 가지각색이었다. 이준도 이마에  흐르는 땀

을 닦고 주위를 살폈다. 사방에 보이는 것은 모두다 산 줄기 뿐이었다. 그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이런곳에도 묘족들은 살고 있을텐데..."

이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지도를 접었다. 그러다가 한곳에서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바지가 땀에  젖어서 허벅지

와 종아리에 늘어 붙었다. 상의도 마찬가지였다. 이준이 간 곳은  작은 샘

물이 나오는 곳이었다. 

"어떤가?"

"독이 없는 깨끗한 샘입니다. 몇 명이 마셔 보았는데 아무런  탈이 없습니

다. 만성독약을 탄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인적이  없었습니

다."

그말에 이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눈을 부릅떴다.

"인적이 없었다고?"

"네"

"빌어먹을"

이준은 약간 황당해 하는 수하들을 뒤로 하고 급히  산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폭죽을 하나 꺼내서 땅바닦에 쳤다. 그러자 피유융 하는 소리와 함

께 하나의 불덩이가 수십장을 치솟아 오르더니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잠

시 타올랐다가 사라졌다. 이준이 그렇게 하자 각 조장들이  고함성을 쳐댔

다.

"방어진을 펼쳐라"

조원들은 투덜거리며 각기 자리를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서에서 일전을 

해본 이들이 조장으로 있었고, 몇 달간의 훈련으로 어느정도  조직전에 익

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곧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준은 그런 백호대원들

을 보며 혀를 찼다.

소천은 샘물을 손으로 떠서 살짝 맛을 보았다. 

"이상없군."

"그런데 왜 신호를 보낸건가?"

절명도 풍파가 이준을 보며 말을 하자 한쪽에 서 있던  동방후가 헛기침을 

했다. 소천은 동방후를 보며 말을 하였다.

"각 대에서 수색에 능한 자들을  추려서 사방 오십리를 뒤지도록.  절대로 

전투는 벌이지 말것이며, 본대는 이곳 정상에 위치하도록."

"존명"

동방후가 물러가자 사방에서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스치는 소리들이  잠시 

들려왔다가 멀어져갔다. 그리고 이름모를 새소리와 동물들의 울음소리, 나

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천은 풍파에게 샘물을 떠주며 

말을 하였다.

"이런 산에서 이렇게 깨끗한 샘물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법입니다."

"저 밑에 작은 내가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여기까지 이십리가 넘죠. 우리도 이 근처에 샘물이 있기에 머무

르는게 아닙니까? 수백년 수천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묘족들이 여기에  이 

샘물이 있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그말에 풍파는 험험 헛기침을 터뜨렸다. 

"띄엄띄엄 있는 샘물에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한 법입니다. 

그러나 여긴 없습니다. 묘족이 이곳을 모를 이는 없을 테고...  결론은 그

들이 이곳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왜 그렇게 되엇을까?"

"삼혈맹 때문이겠지요."

풍파가 말을 하자 소천이 고개를 끄떡였다. 

"잘 알고 계셧군요."

소천은 그렇게 말을 하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전략도상의 붉은 깃

발을 생각해 보았다. 

'첫번째 관문이 이 근처군. 혈유 그가 노리는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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