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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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의 줄기는 남령산맥에서 출발을 하여 비옥한 호남평원을  가로 질러간

다. 그 상강은 형양과 조주 장사를 지나 동정호에 진입하여 장강과 합류를 

한다. 상강의 좌우에는 남령산맥이 따라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는 강줄기를 따라 비옥한 토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 상강의 상류는 이

렇다할 거부도 없었지만 가난한 이들도 없는 곳이었다. 익어가는  벼 사이

로 갈라진 논이 보였다. 그러나 농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을

마다 향병들이 곤과 창을 들고 마을 어귀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의 얼

굴은 뜨거운 햇살에 붉게 달구어져 있었다. 

손은 붉었다. 언제 보아도 붉은 색이었다. 그사이 몇 개의 손금이 보였다. 

손이 뒤집어 지면서 거칠은 손등이 보였다. 약간 퉁퉁해 보이는  손등. 손

등도 역시 붉었다. 혈마는 몇번이고 손을 뒤집었다. 그의 뒤에는 적천마군

과 적혈마군이 시립해 있었다. 적천마군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들이 왔습니다."

적천마군의 말에도 혈마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맹주님. 명령을"

적천마군은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하였다. 그말에 혈마는 한쪽  손을 들었

다. 둘은 조용히 읍을 하고 뒷걸음질치면서 물러섯다. 혈마는 몇번이고 손

등을 뒤집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혈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

다. 그리고 성큼 한발을 떼었다. 그가 있는 곳은 나즈막한 구릉 위였기 때

문에 상강의 줄기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지금 그의 눈에는 상강을 따라 

올라오는 수십척의 미곡선들이 보였다. 동정호에서 상강 상류로 쌀을 싣기 

위해 오는 배들이었다. 평상시라면 이 배에 장사에서 사들여  온 물건들이 

가득차 있어야 했다. 그러나 여기서 보이는 것들은 단단한  근육질에 병장

기들을 휴대한 무림인들이었다. 선두에 펄럭거리는 깃발에는 반혈맹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수놓아져 있었다. 혈마는 뒷짐을 진채 그들이  상륙하고 있

는 모습을 보았다. 수십척의 배에서 그들은 개미떼처럼  쏱아지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도 모두 이곳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수백개의 깃발들이 관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각 깃발들에 작게는 십여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무

사들이 도열했다. 그들은 구릉위에 펼쳐진 수십개의 깃발들을 묵묵히 바라

보았다. 파란 하늘을 붉게 수놓으며 흐르고 있는 붉은 깃발.  지난 오십여 

성상동안 무림의 공포로 존재했던 삼혈기였다. 

무당파의 일검자는 말 위에 올라타고 전방을 주시했다. 낮은  구릉위에 펄

럭거리는 깃발들과 그 사이 사이에 진을 치고 있는 삼혈맹도들이 보였다. 

"의외로군. 유격전을 펼칠 줄 알았는데"

일검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옆에 서 있는 혜명대사를 바라보았다. 

"어떻소이까 대사?"

"아미타불. 이대로 중군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소이다. 저들은 분명히 혈마

를 앞세울 것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중군이  오기를 기

다렸다가 일거에 토벌을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일검자는 혜명대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이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 둘

은 반혈맹의 선봉을 이끌고 남령산맥의 초입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이렇

게 대병을 이끌고 온 것은 자신들의 정벌이 광명정대한 것이고, 또한 회의

적인 무림제파에 위용을 과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할려고  한 

것이었다. 반혈맹의 이런 행동에 고무를 받은 무림의 많은  문파들과 협객

들이 적극적으로 가담을 하여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삼혈

맹과 백도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암중모색을하던 정사중간의  문파들이 투

항하다시피 반혈맹에 가담하여이들의 사기를 더욱 높여 주었다. 

"중군을 기다릴 모양입니다."

적혈마군은 적천마군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그렇겠지. 압도적인 전력으로 밀어 붙일 생각일테니까"

적천마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혈마를 바라보았다. 혈마는 조용히 발걸음을 

떼었다. 그뒤를 따라 적천마군과 적혈마군이 삼백여  삼혈맹도들을 이끌고 

뒤따랐다. 붉은 물결이 넘실대면서 도광이 하늘을 뒤덥기 시작했다. 

"온다."

누구의 소리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모두들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중인들

의 선두에서 있던 소림사 십팔나한이 나직한 불호성을 외웠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불문사자후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서 중인들의 가슴을  진정시켰다. 중인들

은 대부분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러나 소림사의 불호성에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주시했다. 그들의 앞에는 소림사와 무당파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 빨리 안정이 되었다. 그러나 몇 명은  뒤로 몸을 자연스

럽게 빼고 있었다. 소림사 십팔나한이 그 자리에서 소나한진을  편채 봉을 

들어 정면을 향해내려 뜨렸다. 그러자 무당파의 칠십여  검수들이 청송자

의 지휘 아래 좌우로 날개를 폈다.중인들은 그 날개 안에 자리를 잡았다. 

넘실대는 붉은 물결이 그들 이백여장 앞에서 멈추어 섯다. 이 거리는 화살

이 미치지 못하는 거리였다. 붉은 물결은 멈추어 섯지만 하나의 점은 태산

이 되어 그들 앞으로 오고 있었다. 십팔나한의 선두에 선 일우대사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두 눈은 혈마의 모습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가 들

고 있는 봉은 땅을 파고 들어가서 작은 분진을 일으켰다.  그것은 다른 나

한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우대사는 속으로 불호성을 외웠다. 

'아미타불'

혈마는 점점 가까이오고 있었다. 중인들은 병장기에 손을 언고  마른 침을 

삼켰다. 혈마와 중인들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몇 명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줄기를 형성해 서로간의 간격이  너르게 퍼졌다. 

혈마는 일우대사의 십장 앞에 멈추어 서서 뒷짐을 지었다.  일우대사는 강

가로 달려가서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혈마

의 시선이 자신의 머리위로 고정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혜명대사와 일검자는 혈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삼백여 삼

혈맹도들을 바라보았다. 일검자는 혜명대사를 바라보며 전음을 보냈다.

'혼전이 벌어지면 우리 둘이 혈마를 견제합시다. 이기지는  못해도 오랬동

안 잡아 둘수는 있을 것이오. 그사이에 본파와 귀사의 정예들을 앞세워 삼

혈맹의 본진을 친다면 승산이 있소이다.'

'하지만 저들뒤에 어떤 응원군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 아니오? 게다가 이렇

게 현성가까이 까지 대병을 동원 한 것을 보면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오.'

둘이 그렇게 전음을 주고 받는 사이 혈마는 빙그래 웃었다.  그 웃음을 신

호로 삼백여 삼혈맹도들이 적천마군과 적혈마군의 지휘아래 달려오기 시작

했다. 

"와아아 와아아"

함성과 함께 밀려드는 삼백여 삼혈맹도들을 보자 일검자가 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와아아"

청송자는 무당파의 검수들을 이끌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소림사의 십팔나

한도 각기 봉을 휘두르며 달려나갔다. 그러나 그 거대한 줄기는 혈마가 있

는 곳에서 좌우로 갈라졌다.  아무도 혈마의 근처 십여장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혈마도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대사 아무래도 느낌이 심상치 않소."

일검자의 말에 혜명대사는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여기에 있는 무림군웅의 

수만도 천이 넘었다. 삼혈맹도들은 혈마가 있다지만 겨우  삼백이었다. 숫

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수로 지리의 잇점도 포기를  하고 너른 

벌판에서 야전을 벌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혈맹의 수뇌

부도 삼혈맹에서 이런 야전을 택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남궁

세가에 집결한 무림인들과 근처에서 가담한 이들로 선발대를  꾸려서 먼저 

이곳으로 보낸 것이었다. 이곳에 임시 주둔지를 만들어 두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그사이 반혈맹은 무림제파에서 응원을 받은 이들로 중군을 꾸려 

온다는 것이었다. 토벌은 중군이 도착하면 시작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미타불 그렇습니다."

"으음"

일검자는 나직한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그러나 이미 업질러진  물이었다. 

삼혈맹도들과 중인들은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혈마는 고요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둘 다 각 파에서  최고 고수로 손

꼽히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혈마의 적수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둘은 혈마를 이긴다기 보다는 그를 오랬동안 붙잡고 있을 생각

이었다. 혈마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네 손가락을 부비고 있었다. 

"혈--------------  마"

일검자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장검이 검집에서 흘러 나왔다. 혜명대사는

사는 선장을 비틀어서 장도를 뽑아들었다. 장도는 검은 묵빛을  띄고 있었

다. 혜명대사가 선장속에서 장도를 뽑아들자 일검자는 약간 놀라는 기색을 

하였다. 그리고 혈마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소림사에 정검법과 마도법이 하나씩 비밀리에 전승되어 내려 온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검법은 달마삼검이고 마도법은 멸겁도. 오늘 그 멸겁도를 

볼 수 있게 되다니 내가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니구나."

그말에 혜명대사의 도가 파르르 떨었다. 그 순간 혈마의 신영이 빙그르 돌

려지면서 양팔을 학의 날개처럼 나래를 치며 날아왔다. 일검자는  작은 동

심원을 그렸다. 면면부절이어지는 원의 힘. 바로  태극혜검이었다. 그러나 

혜명대사는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소림사에서 소천을 상대 

할 때 잠깐 드러나 보였던 멸겁도. 혜명대사는 그것으로  혈마와 단신으로 

맛서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을 알았는지 일검자는 옆으로 미끄러지듯이 물

러났다. 그 순간 혜명대사의 일기가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이햐합"

해명대사의 몸이 혈마를 향해서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

린 도도 함께 움직였다. 도는 한줄기 묵빛을 띄며 혈마의  몸을 반으로 갈

랐다. 아니 혜명대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순간 일검자의  기합성과 함께 

무수한 원이 혜명대사에게 휘몰아쳐졌다. 혜명대사는 순간적으로 일검자의 

검을 튕겨내려다가 그대로 멈추어 섯다. 합장을 하고 선  혜명대사는 거대

한 충격이 옆구리를 강타하는것을 느꼈다. 금강부동신공으로 전신을 보호

하고 있던 자신의 내장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혜명대사는  자신 충

격이 느껴진 곳으로 도를 찔렀다. 찌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찢어

지는 소리가 들렸다. 혜명대사는 일검자가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보고 옆

으로 물러서면서 일검자의 검끝이 향한 곳에 도를 찔러 넣었다. 

파파파 잘익은 벼들이 하늘로 비산을 하면서 수십명의 혈영들이 솟구쳐 나

왔다. 그들은 일제히 중인들의 대오의 중간을 공격해 들어갔다. 선두에 선 

이는 두 개의 단창을 잡고 있었다. 파악 그는 단창으로 앞을 가로 막은 이

를 치워버렸다. 삼혈맹도들은 장도를 휘두르며 반혈맹의 대오의 중앙을 갈

랐다. 뒤에 있던 이들은 삼혈맹도들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놀라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주)

그곳에는 혈마가 서 있었다. 파파파 혈마의 소매가 흔들리며  하나의 붉은 

막을 형성했다. 혜명대사의 도와 일검자의 검이 그 혈막에 막혀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혜명대사는 순간적으로 혈마의 수법을 전에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생각을 이을 수가 없었다.  혈마의 공격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붉은 막 사이로 두 개의 붉은 손이 언뜻 보였다. 붉

은 손은 검과 도를 헤집고 밀려들어왔다. 둘은 자신들의 안위는 생각을 하

지 않고 혈막의 상단부와 하단부를  베었다. 그 둘의 가슴은  혈마의 손에 

완전히 노출이 되었다. 그러나 혈마는  그 둘을 가격하지 않았다.  이들의 

도기와 검기가 혈마의 목과  허리를 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귀어진의 

초식이었다. 

'베었다.'

파아아 붉은 기운은 세갈래로 갈라지면서 그둘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둘

은 몸을 돌려서 전신을 보호하며  세갈래로 갈라진 붉은 기운을  바라보았

다. 그 세갈래 기운은 이미 하나로 뭉쳐져 있었다. 그둘이  갈랐다고 생각

한 것은 혈마의 잔상이었던 것이었다. 일검자는 혜명대사를 슬쩍 곁눈질을 

하였다. 

순간 그의 가슴이 철렁해지는것이 느껴졌다. 혜명대사의 얼굴에는  다섯 

개의 선명한 손자죽이 나 있었다. 그 손자죽은 점점 검붉게 변해가면서 튀

어 오르고 있었다. 일검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미간 사이에도 무언가 

육중한게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얼굴을 슬쩍 보고 놀라는 혜명대사

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얼굴도 혜명대사의 모습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짐

작했다. 혈마는 뒷짐을 진채 등을 보이고 섯다.

"나의 일수를 피했으니 이번에는 보내주겠다."

일검자는 입술을 깨물고 혈마를 바라보았다. 혜명대사는 도를 선장에 넣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얼굴에 묻었다고 생각했던 핏덩이는  얼굴에 난

검붉은 손자죽이었던 것이었다.  혜명대사는 불호성을 외웠다.  주르륵 그의

코사이로 검은 피가 흘러 내렸다. 일검자도 축축함을 

느끼고 소매로 코를 훔치자 검은 핏덩이가 묻어났다. 

선두에서 삼혈맹도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무당파의 검수들과  소림사 

십팔나한은 애가 탔다. 그들의  후방이 흔들리면서 좌우에서 응원을  하던 

각파의 군웅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삼혈맹

도들은 좌우로 파고들면서 이들을 포위해 갔다. 청송자는 검진을 주재하면

서 힐끗 뒤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눈에는 일검자와 혜명대사가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청송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십팔나한의 수장

인 일각대사를 보며 소리를 쳤다.

"물러섭시다."

일각대사도 봉으로 삼혈맹도들을 밀치며 뒷 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무당파

의 검수들과 소림십팔나한은 중인들을 보호하면서 조용히 물러서기 시작했

다. 삼혈맹도들은 그들의 방어진을 부수기 위해서 달려들었지만 쉽사리 무

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적천마군이나 적혈마군같은 고수들이  선봉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전선이 고착된 상태로 반혈맹도들은 물러 날 수 있었다. 후

방에 서 있던 군웅들은 배로 마구 달려갔다. 어떤 이들은 벌판을 가로질러 

도주하기도 하였다. 수백개의 깃발이 관도위와 논에 뿌려졌다.  그러나 수

십개의 깃발들은 아직도 바람에 저항을 하며 달리고 있었다. 

촤아아 상강의 줄기를 따라 수십개의  소형 쾌속정들이 모습을 드러  내었

다. 그 배들 위에는 서너명의  삼혈맹도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이  강가로 

다가서자 일제히 화살들을 날렸다. 배로 도주를 하던 이들은 그 화살에 맞

아 나뒹굴었고 일부는 병장기로 화살을 쳐내며 논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

다. 

일검자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는 혈마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손을 쓴

다면 자신들 둘의 목숨을  거두기는 여반장이었다. 그러나 혈마는  철저한 

구경꾼의 입장으로 전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둘은 아무런  관심이 없

다는 모습이었다. 일검자는 검을 혈마를 향해 내던졌다.  그리고 중인들과 

함께 물러나기 시작했다. 혜명대사는 혈마에게 합장을 한  뒤에 물러났다. 

혈마는 묵묵히 뒷짐을 진채 서 있었다. 무당파와 소림사의  무승들이 혈마

의 좌우로 갈라지면서 물러서고 혈마의 주위에는 어느덧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그도 잠시였다. 물결은 군웅들을 따라 빠져나갔고 혈마는 다시 홀로 

섯다.  

"소림 사천왕보다 혜명이 더 강하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군."

그렇게 말을 한 혈마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그랬군. 혜명이 소림 최고의 비밀이라는 밀법승이었어."

혈마는 스스로 답을 구한뒤에 허공을 보고 소리를 쳤다.

"청룡장은 지금 어디쯤 와 있지?"

그러자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곧 귀왕곡의 영역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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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낮게 깔리고 산 그림자가 관도를 뒤덥었다. 해가  지자 나무숲속에

서 헐떡이던 말들과 사람들이 나와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벽돌로 된 관

도는 아직까지 이글거리고 있어서 맨살을 대면  바로 익을 것  같았다. 일

대의 대오가 갖추어 지자 동방후의 전진 명령소리와 함께 말발굽소리가 규

칙적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낮게 별들이 뜨기 시작했고 서천

은  붉은 노을을 거두며 어둡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끼야야아 끼야야아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저왔다. 말들이 

그 소리에 놀라 말발굽들을 높이 치켜 올렸다. 그러나 말에서 떨어지는 이

들은 없었다. 동방후는 말을 진정시키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소리는 사방

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동방후는 큰 소리를 질렀다. 

"오주방진(五柱方陣)"

동방후의 명령에 각 대가 자리를 잡아갔다. 오주방진은 다섯  개의 기둥이 

서 있는 듯한 모습의 진법이었다. 마방진과 원형진에서 장점만  추려낸 것

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이  진을 구성하는 무사들이 체계적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다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점이었다. 동방후의 명령에 방진을 친채 

청룡단의 기병들은 숨을 죽였다. 육정산과 오대호법은 소천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방진밖에 서 있었다. 청룡장의 집단전법의 취약점 중에  하나가 적

에게 강한 고수가 있다면 전법의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저격조였다. 적의 고수를 죽이거나 최소한 적의 본대를 섬

멸할 때까지 붙잡고 있을 고수나 조를 만들어 둔 것이었다. 그래서 청룡장

에서 출병을 할 때는 일대에 한 두명의 고수를 딸려서  보냈다. 그들은 집

단전과는 별개로 움직이며 상대 측 고수를 제압하는 임무가  있었다. 청룡

장의 무사들이 오주방진을 치는 사이 사방에서 희미한  물체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소천은 말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너른 포진이 엉성하지 않다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경공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소천은 천일정을 바라보았다. 천일정은 양볼을 부풀리며 말을 하였다.

"무이산맥에 귀왕곡이 있습니다."

"귀왕곡? 무림삼왕 중 한명인 귀왕 허약무가 이끄는 귀왕곡말이오?"

"예. 저도 그곳에 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귀왕곡이 우리를 왜?"

"삼혈맹의 사주를 받았겠지"

하연적의 말에 중인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괴성은 점점 크게  들려오고 여

기저기서 하얀 선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일순 수백개의  등롱이 사

방에서 동시에 켜지며 희미한 그림자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  등롱들은 사

방으로 움직이며 중인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육정산은 허리에 찬  도를 뽑

을려고 하였다. 그러자 소천이 육정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동방

후를 바라보았다. 소천이 고개를 끄떡이자 동방후가 큰소리로 외쳤다.

"산마 외형삼각진"

두두두 두두두 삼백여마리의 말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청룡단원들은 일제히 말에서 뛰어  올라 피풍의를 벗어 올렸다.  수백개의 

하얀 피풍의가 허공을 뒤덥었다. 팡팡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며 피

풍의들이 확 펴지며 몇장씩 겹쳐졌다. 그리고 그 겹쳐진  피풍의들은 가장 

밖에 있는 이들이 휘어 잡았다. 그러자 그것은 하나의 큰 사각방패가 되는 

것이었다. 처처척 차차창 단봉들이 이어지고 창날이 튀어나오는 경쾨한 소

리가 귀곡성에 맞추어 울려퍼졌다. 

파파파 청룡단원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서며 서로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등

과 등을 맞대었다. 그들이 구축한  진은 삼각형의 방어진이었다. 그  진이 

구축되어가자 삐익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수십개의  등롱들이 날

아왔다. 등롱이 날아오자 맨뒤에 있던  이들이 몸을 세웠다. 그들은  작은 

단궁들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단궁을 들고 날아오는 등을  겨냥하지 않았

다. 단지 자신이 쏘아야 될 방위만 점하고 일제히 화살을 연사하기 시작했

다. 각기 다섯발씩의 단궁을 자신들이  맏은 방위에 쏘아 대었다.  그들이 

쏘아댄 화살은 그물처럼 하나의 망을 구성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조준

을 하지 않고 쏜 화살들이기에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이들이  잠시 주춤

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피한다고 피하는 곳에는  다른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 화살에 맞아 몇 개의 등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등뒤에 있던 백영들도 옷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졌다. 

투투툭 하는 소리와 함게 땅에 떨어진 등들은 모두 꺼지고  그들의 모습도 

어둠속에 바로 묻혀버렸다. 백의를 입고 있어서 어둠속이라도 티가  날 것 

같았지만 등이 꺼진 뒤에는 그뒤에 있던 존재의 모습도  사라져버렸다. 그

것을 본 중인들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방후는  주위를 바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들의 경공이 우리보다 뛰어나다. 이상태로는 불승붕패의 국면밖에 유지

할 수 없다. 기마전을 택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청룡장의 주 공격법은 빠른  기동력을 이용한 전법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적의 경공이 더 뛰어날때는 이렇게 방어진을 펼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마냥 이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남령산맥까지  기한내에 

도착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동방후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도중에도 등

불들은 계속해서 사방을 떠돌고 있었다. 청룡단원들은 그 등불들이 떠돌건 

말건 자신이 맏은 방위만 바라보았다. 촤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개의 

등불들이 일제히 날아왔다. 그 등불들이 날아오자 단궁수들이 몸을 세우며 

일제히 쏘아대었다. 피피핑 등불들이 허공에서 터저오르며 산화해갔다. 동

방후는 그것을 보고 함성을 질렀다.

"성동격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을 타고 수백개의 인영이 솟구처 올랐다. 그들은 

피풍의를 타고 올라서 중인들을  공격해갔다. 그들의 쥐어졌던 손이  펴졌

다. 그리고 그 손 끝에서 날카로운 협봉검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청룡

단원들을 그것을 보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다. 파파파  수십개의 창

날들이 피풍의 위로 솟구쳐졌다. 그것은 흡사 고슴도치가 침을  세우는 것 

같았다. 귀왕곡도들이 창날에 부딧쳐가자 일제히 협봉검으로  창날을 튕겨

내었다. 그리고 한번 튕겨진  협봉검들은 그들의 손끝으로 말려져  들어갔

다. 그것은 협봉검이 아니라 길게 길러진 손톱들이었다.  평상시에는 돌돌

말려져서 손톱및에 자리잡고 있다가 공력을 가하면 창날처럼  일어서는 것

이었다. 몇 명의 청룡단원이 그들이 손톱에 얼굴과 어깨를  스치자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손톱이 스친 곳이  불에데인 것 처럼  화끈거렸기 때문이었

다. 그들이 비명을 지르자 뒤에  있던 이들이 바로 피풍의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등덜미가 잡힌채  안으로 빨리듯이 들어갓다. 그것은  매우 

빠른 순간에 이루어져서 귀왕곡도들이 그 틈새를 파고 들지 못했다. 

"소공자 귀왕곡도들은 손톱에 각기 독을 바르고 있다고  하오. 지금이라고 

슬슬 우리가 나서는게 어떻겠소?"

육정산의 말에 소천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저쪽의 고수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귀왕말이오?"

"그 혼자는 아닐껍니다."

"천살망을준비해라"

동방후의 말에 몇 명이 단궁을  놓고 뒤로 물러서서 손바닥만한  창날들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창날들을 단궁에 메었다. 삐익삐익 하는 소리와 함

께 귀왕곡도들이 다시 몰아쳐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늘과 땅을 뒤덥으

며 밀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새벽이 다시 오는 듯한 기세였다. 

"쏴라"

동방후의 외침에 수십여명의 단궁수들이 일제히 단궁을 쏘았다. 피피핑 수

십개의 단궁이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귀왕곡도들도 준비를 하고 있었

다. 그들은 빠른 경공으로 몸을 옆으로 날리거나 등을 던져  방어를 했다. 

그러나 피풍의 막을 통과하던 단궁들이 일제히 수백개로  갈라지며 하늘을 

뒤덥었다. 그것은 단궁에 묵어둔 창날들이 퍼저 나가는  것이었다. 이것은 

화살에 끈을 매어두어서 화살이 일정 거리를 날아가면 땅에 떨어지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화살이 멈추어도 관성의 법칭에 의해서 창날들이 순식간

에 퍼져나가게 만든 것이었다. 수백수천개의 창날들이 허공을 뒤덥자 선두

에 서 있던 귀왕곡도들이 미쳐 피하지 못하고 창날에 전신이  꽃힌채 비명

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것을 본  육정산과 오대호법은 눈을 크게  떳다. 

그들도 말로만 집단전법, 진단전법이라는 소리를 들었지 실제로 싸우는 것

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무림의 전설적인 문파인 귀왕곡을  상대로 이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처처척 단궁수들은 다시 천살망을 준

비했다. 그것을 멀리서본 귀왕곡도들은 썰물같이 물러나며 다시 대오를 정

비했다. 

"일자진"

동방후의 명령과 함께 오주방진을 구축하던 이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

은 성벽처럼 피풍의를 겹치며 긴 둑을 만들며 한 일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좌우의 끝에는 직각으로 꺽여져서 일조가 방비를 하였다. 소천  일행은 그

들 뒤에 서 있는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피풍의의 방패에  가려저 소천 일

행이 타고 있는 말 머리위만 보일 뿐이었다. 육정산과 오대호법은 마치 자

신들이 성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며 일자진 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이십

여명이 십여명의 청룡단원들을 들고 왔다. 

"중독이 심각합니다."

소천은 그말에 청룡단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과  어깨에서는 어느

새 고름이 나오고 있었다. 소천은 그것을 보고 품에서 몇  개의 옥병을 꺼

내었다. 그중에서 하나를 꺼내어 건네 주었다. 

"시독에 당한 것이다.그것이면 상처가 아물 것이다."

한명이 옥병을 열어 그 안에 있는 환약을 이십여알 꺼내서 각기 나누어 주

었다. 환약을 으깨어 상처부위에 바르자 고름이 줄어들고 상처  부위의 검

은 색이 점점 엶어져갔다. 소천은 다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귀

왕곡도들도 등불을 든채 일자진을 치고 있었다. 소천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촤악 일자진이 잠시거두어 지고 소천이 밖으로 나가자  바로 닫

혀졌다. 소천이 앞으로 나서자 귀왕곡쪽의 등불들도 좌우로  갈라섯다. 그

리고 그 안에서 한명의 백의인이  땅을 스치며 나오고 있었다.  그는 마치 

다리가 없는 듯이 옷자락만 나풀거리고 있었다. 달보다 하얗고  시린 피부

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눈은 검은 자위만 보이고 적검색 잎술은 하얗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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