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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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장의 신속하고 강력한 행동 덕분에 동남해와 남해  일대에서는 활개를 

치는 해적들과 왜구들도 동해로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동해의 

해상권의 중요 거점인 남서군도에 왜구들이 준동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

고도 정찰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싹이 자라기 전에  뽑는 것이 

후일 수고를 더는 것임을 대사형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소천은 

더더욱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소천은 동방후를 보면서 고개를 끄

떡였다. 

"알겠네. 아무래도 대사형께서는 삼혈맹과의 대전을 염두에 두신 듯 한 것 

같네. 대사형이나 문상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정사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여기는 모양일세."

"그렇다고 정찰조를 안보내를 수는 없습니다. 거경방 단독으로  보내는 것

은 위험합니다."

"정찰조는 내가 대사형께 건의를 해보지. 돌아가서 언제든지  출진을 할수 

있게 준비를 해두게."

"알겠습니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동방후의 어깨를 쳐주었다.  그리고 청룡대전으

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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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소소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꽃을 바라보았다.봄에는 백목련이라는 이

름으로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그러나 여름으로 접어든 지금은  그냥 시든 

가지일 뿐이엇다. 자신이 아무리 가꾸어 주고 사랑을 해주어도 꽃은 졌다. 

백리소소는 그 꽃을 바라보다가 화분을 들어 올렸다. 화분의  흙을 버리도 

다시 가을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로 갈기 위해서였다. 백리소소는  그 화분

을 들어 올리다가 다시 내려 놓았다. 그 밑에 있는 빈 화분이 눈에 들어왔

기 때문이었다. 백리소소는 가지만 남은 화분을 밑에다 놓고 빈 화분을 들

고 전각 밖으로 나갔다. 그때  저쪽에서 백리웅풍이 걸어 오는  것이 보였

다. 그옆에는 약간 창백한 얼굴을 하고 걸어 오는 청년이  있었다. 백리소

소는 그 청년을 보고 눈을 놀라며 말을 하였다.

"영풍아"

"누나"

백리소소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살짝 딱았다. 그녀는 빈화분을 내려놓고 

영풍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언제 보아도 어린 동생이었지만 지금은 

올려다 보아야 했다. 백리영풍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좀 있으면 무공도 다시 익힐  수 있을꺼야. 그럼 혈마를 내  손으로 잡아 

죽일꺼야"

백리영풍의 말에 백리소소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너는 할 수 있을꺼야"

"고마워 누나."

"소연이는 어디 갔어?"

"아마 개방에 갔을 꺼야. 요즘 거기서 살아."

"영풍이도 다 낳았으니 이제 네 결혼문제를 매듭지어야 겠다. 그리고 남궁

세가에서 매파가 왔다. 그쪽에서 혼인을 서두르는 모양이더구나.  올 가을

에 식을 올리자고 하니 지금부터 바빠지겠구나. 남궁현은 좋은 사내다. 네 

짝으로도 잘 어울릴 것이다."

"그래 누나 그형 참 좋아"

그말에 백리소소는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입술을 오물거

렸다. 백리웅풍은 그것을 보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하하하 걱정되는가보구나. 하지만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라. 너의 결혼식 

만큼은 이 오빠가 책임을 치고 성대하게 치루어 주마."

백리웅풍은 소소의 어깨를 토닥이며 대전으로 향했다. 소소의 얼굴에 나무

의 그늘이 살짝 가렸다. 그래서인지 한쪽에 놓은 빈 화분을 두고 갔다.

척. 작은 섬섬옥수가 붓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지에 조용히  글을 써내

려 가기 시작했다. 몇자를 적어가더니 다시 종이를 찢어 버리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장을 찢어 버린뒤에 짦은 글을 완성한 손은 먹이 마

를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먹이 마르자 붉은 홍첩에 잘 접어서 넣고 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문이 덜컹 열리며 한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섬섬옥수는 

홍첩을 얼른 화장대 뒤에 숨겼다. 

"언니 뭐해"

"으응 그 그냥"

불이 켜지고 실내가 드러났다.  실내에는 수십여장의 종이가 구겨져  있었

다. 그것을 한 장 집어든 백리소연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뭐야?"

"으응 그냥"

백리소소는 그렇게 말을 하고 종이들을 주웠다. 백리소연도 그것들을 줏어 

주며 화장대의 한쪽에 고개를 내민 홍첩을 바라보았다. 백리소연은 고개를 

숙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종이들을 집어 들며 말을 하였다.

"언니도 걱정되나 보구나?"

"뭐가?"

"결혼 말이야. 여자는 결혼을 눈앞에 두면 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생긴데"

"누 누가 그러던"

"개방의 건곤신개 장로님이. 그분은 아시는게 많아"

"으응 그렇지"

백리소연은 종이들을 소소의 가슴에 한아름 안겨 주었다. 그래서  아직 마

르지 않은 먹물이 그녀의 옷에 살짝 뭇었다. 소연은 그것을 보았으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웃으며 말을 했다.

"하나도 안봤으니까. 오빠들이 보기 전에 얼른 태워버려"

"으응 그래"

백리소소는 그말에 화들짝 놀라며 종이들을 가지고 갔다. 그녀가 화로가로 

가자 백리소연은 붉은 홍첩을 살짝 빼들었다. 그리고 그 안의 봉투를 열고 

편지를 바꿔치기를 하였다. 그리고 안에 있던 편지를 소매속에  넣고 고개

를 돌려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누구에게 쓴 편지야"

백리소소는 얼굴을 붉히며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몰라"

"피 청룡장의 소천공자에게 보내는거지"

백리소소는 깜짝 놀라며소연을 바라보았다.

"나는 언니 마음을 잘알지. 사실 남궁오빠보다 소천공자가 더 낳지"

"아 아니야"

"호호호 그래. 그럼 내가 잘못 생각한거겠지. 어쨌든 그분은  우리에게 몇

번 도움을 주신 분이시니까. 편지로나마 감사의 뜻을 전해야 겠지"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소연은 소소의 붉인 얼굴을 보고 웃으며 나갔다. 

"잘해 봐 언니. 난 언니 편이야"

소소는 가슴을 손으로 진정을 시켰다. 그리고 화장대에 있는  홍첩을 꺼낸 

뒤 이마에 맷힌 땀방울을 닦아 내었다. 그녀는 홍첩을  바라보더니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백리소연은 편지를 펼쳤다. 백리소연은  그것을 보며 작은 웃음을  터뜨렸

다. 

"호호호 언니 편지는 내가 잘 보내 줄게. 언니는  남궁공자님으로 만족해. 

내게서 남궁공자를 앚아 간게 언니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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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에는 한칸짜리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골목의 위에는 차

양이 쳐져 있었다. 햇볓이 들어오지 않아서 약간 어두운 듯한 골목에는 사

람들로 복작대고 있었다. 바구니를 들고 와서 물건을 사는  아낙네들과 곳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벌건 얼굴과 게슴츠레한 눈으로 지나가는 사

람들을 보는 사내들도 있었다. 그들은 상의를 입지 않고 수건만 달랑 어깨

에 걸고 있었고 바지도  무릅아래께에서 짤린듯한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축 늘어진 차양 하나를 손으로 밀며 몇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두에는 청의를 걸친 청년이 장검을 가볍게 쥐고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

뒤에는 두명의 청년과 여인은 따르고 있었다. 여인은 면사를  쓰고 있었고 

다른 소녀는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백의를 입고 있었다. 소녀는 미소

를 배시시 물고서 쫑알대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 여기가 그 유명한 도곡루로 가는데야?"

앞서가는 청의무사는 미소를 지었고 청년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들은 청룡

장을 떠나서 소주로 온 소천 일행이었다. 몇 개의 작은  골목을 지나자 청

의무사가 멈추어섯다. 그의 얼굴이 약간 찌뿌려졌다. 그가  멈추자 일행은 

모두 멈추어 청의무사를 바라보았다. 소천은 한발짝 나가서 그 옆에 섯다.

"무슨 일인가."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청의무사는 벽면에 시선을 두었다. 소천도 그곳을 바라보았다.  급히 휘갈

린 듯한 낙서가 몇 개 되어 있었다. 가로로길게 그어진 선아래 둥근 원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그 선과 원을 가로지르는 세로선이 있었다. 그 세로

선은 원의 중앙에 멈추어져 있었다. 소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청룡장의 비

문이 있기는 했지만 이것은 도저히 자신이 알수 없는  표식이었다. 아마도 

무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암호표일 것이었다. 청의무사는  소천의 얼굴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깔고 말을 했다.

"회(會)입니다...."

소천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가 다시 펴졌다. 그리고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몸을 돌리며 활짝웃으며 단소혜를 바라보았다. 단소혜는  초롱한 눈망으로 

소천을 올려다보았다. 

"도곡루는 다음에 가도록 하자."

"피. 도곡루의 설춘매를 맛보게 해준다고 해놓고선. 소오빠는 맨날 그래"

단소혜가 토라진 얼굴로 고개를반쯤돌리자 소천은 약간  머쓱해진 얼굴로 

청의무사를 쳤다.

"하하하 자자 자네가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해보게"

청의무사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찍고서 골목을  돌았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사람들이 마구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러저리 가게로 뛰어

들기도 했고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도망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때

문에 소천 일행도 사람들 사이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소천은  눈살을 찌뿌

리고 소매를 떨쳤다. 잔 바람과 함께 양대호와 이설군  단소혜가 벽쪽으로 

붙었다. 청의무사도 얼른 벽쪽으로 붙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들을 지나

쳐갔다. 떼거지로 도망을 치는 이들 가운데는 병장기를 꼬나쥔  이들도 있

었다. 그들은 청의무사를 보고  흠칫했지만 청의무사가 손을 들어  양손의 

검지와 엄지를 서로 맛대자 뒤를 한번 보고 사람들 틈사이에  뭍혀 나아갔

다. 그때 단소혜가 발을 구르며 위를 가리고 있던 휘장을  뚤고 날아 올랐

다.

"이러면 편한데"

단소혜가 위로 올라가자 소천은 눈을 부릅뜨고 휘장을 뚤고 날아 올랐다. 

"악"

하는 소리가 위에서 터저나왔다.  이설군과 양대호는 고개를 들어서  위를 

바라보앗다. 무언가 하얀 빛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설군과 양대호

도 발을 굴러 몸을 날렸다. 청의무사도 검을 빼들고 위로  날아올랐다. 이

설군과 양대호가 판자로 만든 건물들 지붕위에 올라가서 본 것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암기들이었다. 그리고 그 암기를 뚤고 소천이  단소혜를 한쪽 

허리에 찬채 장검을 휘두르며 앞에서 암기를 던지는  십여명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무언가 번쩍이고 윽하는 비명성과 함

께 십여명을 소천이 스쳐 지나갔다. 촤라락 소천의 검은 어느새 그의 허리

로 빨리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소천이 몸을 돌리자 단소혜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그 옆에 섯다. 양대호와 이설군은 소천과 십여명의  인물들을 바라

보았다. 청의무사는 창백한 얼굴로 마름 침을 꿀꺽삼켰다.  

"이들은 소주일대의 무림인들이 아닙니다. 관부무사들도 아닙니다."

"확실한가?"

소천은 청의무사를 향해 그렇게 말을 하였다. 

"소주 포두들 얼굴은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새로 온 포쾌들  같지도 않

고..."

청의무사는 자신이 죄라도 지은 듯이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소

천은 고개만 까딱였다. 양대호가 성큼 다가와서 말을 하였다. 

"이 근처에 이들의 일행이 있지 않겠소?"

"맞아요. 소주에서 이렇게 일을 벌이는데 이들만 왔을이가 없죠."

이설군의 말에 청의무사는 더욱  얼굴을 굳혔다. 그는 청룡장  소주지단의 

조장중 한명으로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였다. 그러나 장의 최고위층에게 청

룡장의 안방이라는 소주에 이름모를 자들이 설치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큰 오점이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이 더 창백해진 것이었다. 게다가 이둘이 

그런 말을 하니 그는 속이 타오를 지경이었다. 소천은 조장을 바라보았다. 

소천의 눈길을 받은 조장은고개를 끄떡이고 포권을 취하며 말을 하였다. 

"황실에서 나오신 것이면 저희 잘못이 큽니다. 아무쪼록  용서를 해주십시

오."

십여명은 아혈마져 집혔는지 아무말을 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청

의무사는 허리를 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싸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관부쪽이 아니면..."

소천은 서쪽을 보고 눈살을 찌뿌리고 십여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청의무

사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양곡혈을 풀어주어서 보내주도록"

"네 아네"

청의무사는 얼른 이들의 양곡혈을 눌러 막힌 혈도를 풀어주었다. 십여명은 

묵묵히 일어나 소천을 노려보고  자리를 떠났다. 양대호는 그들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자신은 손님이고 이곳의 주인은  소천이었

다. 그들이 지붕을 타고 가자 양대호가 소천 옆에 붙었다.

"왜 그들을 풀어 주신겁니까?"

"그들은 금의위에서 고용한 사냥꾼들이었소."

"금의위?"

양대호는 그말에 저으기 놀랐다. 금의위라면 황제직속의  정보기관으로 지

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곳이었다.주) 게다가 금의위에는 제국의 

정예고수들이 모여 있어서 제기주) 한명 한명이 강호의 일류고수에  맞 먹

는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금의위에서 이용하는 사냥꾼들도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다. 이들 십여명을 소천은 눈깜빡할 사이 아무런 상처

도 없이 제압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옆구리에는 단소혜를 낀채. 양대호는 

다시 한번 경이로운 눈길로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의 능력이야 산서에서 

본 바가 있었기 때문에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모습을 다시 

보니 그때 평가한 것이 매우 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로에는 사람들이 좌우로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로를 행군하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고 있었다. 백여명의 관병들이 십여대의 옥거에 사람들

을 싣고 이동하고 있었다. 앞에는 유생인듯한 이들이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으나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었다. 그뒤

에는 전신을 피칠을 한 이들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무창살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은  각혈까지하고 있었다. 소천은 그들이  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보았다. 그리고 그뒤에는  반듯이 눞혀

져 포개진 시신들이 쌓여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눈물을 짖기도 

하고 외면한채 골목으로 어깨를  축늘어뜰이고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몇 

명은 소리내어 울기도 했지만 병사들의  시선에 곳 사람들 사이로  몸들을 

숨겼다. 저들은 건문회의 열사들이었다. 건문회. 선대황제의  복귀를 위해

서 만든 비밀결사였다. 정난지변이 성공한지 이제 겨우 이년. 강남의 많은 

유생들은 정통론에 입각하여 영락제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연왕도 아닌 연적일 뿐이었다. 황제의 자리를 강탈한 역적. 그리고 무엇보

다도 황제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연

적을 치기만 하면 이땅  어디에선가 건문황제폐하가 모습을  드러내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 건문회는 강남의 유지들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거대

한 지하조직으로 급성장했다. 그에 따라서 금의위의 사찰과 탄압도 가일층 

높아졌다. 그래서 지난 이년동안 황도 응천부 주위의 건문회  조직은 거의 

모두 일망 타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의위는 이제  그 독아를 

소주에 내민 것이었다. 그 첫 성과가 바로 이들인 것이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대로는 예전처럼 사람들로 복작대었다. 그러나 활기는 전

과 같지 않았다. 단소혜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양대호도 

더 이상 소주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래서 소천을 보고 말을 

꺼냈다.

"태호에 배나 띄어놓고 달이나 구경을 합시다."

"그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배를 준비하게. 그리고 소주지단주님께 내가 뵙

자고 청한다고 하게. 아니  내가가지 자네는 이분들에게 태호를  구경시케 

드리게."

"네"

청의무사가 대답을 하자 소천은 단소혜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말썽부리면 안된다."

단소혜는 싱긍벙글거리며 말을 했다.

"네. 걱정마세요."

"양형. 이 친구가 태호를 잘 안내해줄것이오. 저녁때 다시 봅시다."

"예"

작은 골목을 따라가던 소천은 몇 개의 골목을 지나갔다. 좁은 골목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상점안으로 들어갔다가 뒷문으로 나와서 하나의 긴 담장을 

넘었다. 그리고 잠시 담장에 붙은채 청력을 기울였다. 사사삭 옷자락 스치

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천의 눈살이 더욱 찌뿌려졌다. 그의 손이  검에 갔

지만 다시 풀어지고 담장을 찰싹 붙어서 담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소천은 가많이 있는데 담장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촥 긴 두루마리 서찰이 펼쳐졌다. 서찰에는 수백개의 이름이  빽빽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먹물이 채 마르지 않은 선들 수십개가 이름위에 그어져 있

었다. 서찰을 탁자위에 놓고 차를  들어 한모금 마시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정면에는 약간 작은 키에 통

통한 얼굴에 다부진 몸을 하고  있는 백의인이 앉아 있었다.  그의 입가는 

씰룩이고 있었다. 

"꼭 이런 식으로 일을 벌어야 하오?"

"어쩔수가 없었소. 이건 내 소관이 아니오. 게다가 이번일은  폐하의 명을 

받들어 도지휘사께서 직접 지휘하시는 것이오."

"그건 그렇다 치고 사냥꾼들은 왜  들여 온 것이오? 우리가  그들에게까지 

관대하게 대해달라는건 무리요. 그들이 업무이외의 일을 벌인다면 일이 커

질 수 있소. 방금전만해도 내가 없었으면 그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오."

"그건 위험한 발상이오. 자칮 일이 비화 될 수도 있소. 그리고 사냥꾼들을 

우리가 제어할 수는 없소.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움직이는 자들이오."

둘 사이에는 작은 침묵이 흘렀다. 이 둘은 금의위 부지휘사 서진명과 서왕

이었다. 청룡장은 금의위가 소주에  들어온다는 첩보를 입수 그들에  대한 

경계망을 가동한 것이었다. 그 가동과 거의 동시에 금의위의  작전이 시작

되어 건문회의 거점 몇군데가 괴멸된 것이었다. 소천 일행이 가던 곳 근처

에도 건문회의 거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몇 명의 회도들을  노쳐서 추적하

다가 지붕위로 올라선 단소혜를  암기로 공격하게 된 것이었다.  날아오는 

암기를 소천이 느껴서 지붕위로 올라가 암기들을 쳐내고 그들을 제압한 것

이었다. 그러나 서왕의 전음을 듣고 그들을 보내준 것이었다. 서왕은 입술

을 씰룩이며 말을 했다.

"그래요. 흐흐흐 허면 왜 우리들에게 꼬리를 달았소?"

서진명은 마른 침을 삼키며 말을 했다.

"그것은 그쪽에서 더 잘 알지  않소. 그렇다고 그쪽에서 역도들을  잡아서 

바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쨋든 그쪽과의 마찰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

겠소"

"어쨌든 더 이상은 묵과하지 않겠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오?"

"당신들 방식대로."

서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씨익  웃었다. 서진명은 묵묵히 그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조심하시오."

"우리 청룡장의 하부조직중에 건문회와  친분이 있는 자들이 있기는  있을 

것이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황권이나 관부와의 마찰을 원하지 않소. 그

러나 귀측에서 우리를 꺼려 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소."

서왕이 자리를 뜨자 서진명은 남은 차를 단숨에 마셧다.그리고 다시 서찰

을 들었다. 그 서찰은 이 기회에 처단 해야할 강남의  유지들이 이름이 기

록되어 있었다. 서진명은 잔을 내려놓다가 눈을 부릅뜬채 끄트머리에 있는 

글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청룡장주 단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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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동창은 영락1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아직 동창은 

없었습니다. 제기- 금의위 무사의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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