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나는 잠을 잘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꼬마가 나타났다. 그
리고 악마가 모습을 드러 내었다. 나는 악마를 죽이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했다. 그러나 악마는 죽지 않았다. 아니 죽었다. 그러나 죽어 있는 것
은 악마가 아니었다. 얼굴도 모르는 내 아비와 어미. 그리고 나를 믿고 따
라 주었던 수하들 그들이었다. 그리고 내게 낙인쩌럼 찍힌 한마디.
'너는 악마야.'
악마는 그들이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들을 죽인 것은 바로 나
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래서 내 이름을 한상귀
(限傷鬼)라고 스스로 지었다. 한과 상처로 이루어진 귀신. 그게 바로 나였
다. 그러나 나는 귀신도 인간도 되지 못했다. 죽는 다는 것은 산다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늘에는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한상귀는 침낭을 덥고 그 반짝
이는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별들은 중원에서 보는 것 보다 더
크고 많고 밝아보였다. 그 옆에는 전목진이 같이 침낭을 덥고 누워 있었
다. 한상귀는 하늘을 별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곤륜산에 가본적이 있나?"
"저도 말로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놈들 쾌도를 쓰던데 어느 문파인지 아는게 있나?"
"아마 천산파일껍니다."
"천산파?"
"예 이 일대에서 그런 쾌검수를 키워 낼 만한 곳은 곤륜파와 천산파밖에
없습니다."
"두곳이 전쟁중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천산파는 곤륜산을 넘어 신강을 지나서 있는 천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은 곤륜파
의 퇴로를 막고 배후를 치겠다는 속셈입니다. 차라리 서쪽으로 계속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곤륜산맥이 안전해."
한상귀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곳은 고산지대라 마을과 길이 한정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지나가야 할 곳이 많았다. 따라서 적들이 그 길목
만 지키고 있으면 이들을 일망 타진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마을이 적
고 그 수가 한정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추적을 하기도 쉬웠다. 게다가 양식
없이 고산지대를 가로 지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에 비해서 곤
륜산은 조건이 좋았다. 숲이 있고 동물이 있었다. 또한 길도 없었다. 그래
서 적이 어디를 지키야 할지 몰랐다. 산은 숨을 곳도 많았기 때문에 소수
의 인원으로 은신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곤륜파나 천산파의 유래에 대해서 아나"
전목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몇가지 떠도는 전설이 있기는 합니다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곤륜파와 천산파. 천산파의 이름이 중원에 알려진 것은 송말원초의 시대였
다. 징기스칸의 서벌중에 천산남로를 따라 행군을 하던 때가 있었다. 이들
의 일대가 천산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한 마을에 들어섰다. 천산내에 있
는 마을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일대는
그 마을을 약탈하기 위해서 달려들었었다. 그런데 그 마을의 수십명의 장
정들이 장검을 들고 나오더니 수백이 넘는 몽고강병들을 폭풍노도처럼 쓸
어 갔다. 그때까지 패배라고는 몰랐던 몽고의 강병들은 대부분 도륙이 되
었고 살아 남은 몇 명의 병사들만 간신히 본대에 합류를 할 수 있었다.
징기스칸은 서역정벌을 마치고 천산남북로에 사람을 보내어 그 마을을 확
인케 하였다. 수백명의 밀사들이 떠났지만 아무도 그 마을을 발견한 사람
은 없었다. 그뒤로 이들은 역사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징기스칸
의 사후 원의 대제국이 세워졌을 때 천산에서 몇 명의 검수들이 하산을 해
서 중원의 강자들과 비무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 천산파의 검수들은 그 빠
른 쾌검으로 중원의 뭇 고수들을 꺽고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뒤로 천산파의 검법을 배우기 위해서 천산으로 향하는 무사들이 늘어났
고 천산파도 그들을 받아들여 문호를 크게 열었었다. 그래서 무림에서는
구대문파의 수위에 천산파를 놓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원이 패망하고 난
뒤에 국경이 단절이 되어서 천산파의 고수들이 중원을 찾지 않았다. 그래
서 천산파의 이름이 중원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곤륜파는 진시황제때 신선술을 딱은 곤륜쌍선이라는 두명의 신선이 시조라
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설로 전해진 이야기 였다. 설득적인
이야기는 오호십육국시대에 중원쟁패에 나섯던 세외인들이 수의 성립으로
중원에서 ㅉ겨나게 되었다. 그중 일부의 무사들이 곤륜산으로 숨어들어와
살면서 서로 교류를 하고 무예를 발전시키면서 선도와 접목이 되어서 오늘
날의 곤륜파를 이루었다는 설이 널리 인정되고 있었다. 주)
이 천산파와 곤륜파가 서로 원한을 하게 된 것은 원이 가장 융성할때였다.
천산파는 친원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에 반해서 곤륜파는 중원에서 원의
추적에 ㅉ겨온 무림고수들을 받아 들여서 반원적인 성격이 강했다. 천산파
는 천산남북로를 관리하면서 생기는 막대한 수입으로 세력을 급증 시켜나
갔다. 그리고 그 세력권을 신강까지 뻣혔다. 그다음으로 신강을 넘어 서장
까지 세력을 뻣히려고 할 때 걸리적 거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곤륜파였
다. 수천리에 걸쳐 있는 곤륜산맥의 험준함은 천산에 못지 않았다. 그리고
곤륜파의 역사나 내력도 천산파에 뒤지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천산파는
원 성조 13년에 대대적인 전쟁을 곤륜파와 벌였다.
수백의 정예제자와 원 황실에서 지원을 받은 수천의 병사를 동원한 제 일
차 곤륜정벌이 시작된 것이었다. 결과는 천산파의 패배였다. 곤륜파는 곤
륜산의 지형에 의지해서 원의 병사를 협곡으로 유인해서 몰살 시켰다. 그
리고 천산파의 정예들을 곤륜산 탁망봉에서 일패 도지 시켰었다. 이때 곤
륜파의 전설적인 고수인 옥허자와 옥진자의 두 고수가 천산파의 정예를 거
의 몰살시켰다. 천산파는 혈루를 뿌리며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가야 했
다. 곤륜파도 그때 정기를 많이손상을 했고 원의 천하라서 산을 내려가는
제자들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근 백여년이 지난 지금 양파의 해묵은 싸움
이 재현 되고 있는 것이었다.
거대한 산줄기가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산줄기마다 무수
한 봉우리와 협곡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산줄기의 아래에는 빽빽한 침
엽수림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산위로 올라갈수록 나무들이 줄어들고
작아 들었다. 그리고 산의 육부능선을 지나면 수목들이 자라나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부터는 키작은 풀과 자생초들이 바람을 이기며서 있
었다. 그 위에는 불모지대로 바위 밑에 이끼가 다 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새햐얀 눈들을 이고 있었다. 그 눈들은 바람에 휘날리면서 파아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어 갔다. 구름마져 산허리를 돌아서 가는 이곳은 바로 곤륜산
맥이었다. 전목진은 앞을 보고 저으기 탄성을 내질렀다.
"기련산맥의 웅장함은 이 곤륜산의 웅혼함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가자"
한상귀의 그말에 전목진은 묵묵히 따랐다. 반나절 정도 걸어 올라가자 한
상귀가 얼른 몸을 숨겼다. 전목진도 그를 따라 몸을 숨겼다.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와 함께 두런대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십여명의 터번인들
이 환도를 들고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몽고어로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더니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한상귀는 전목
진을 바라보았다. 전목진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빨리 찾아야 한답니다. 그리고 곤륜파의 점령이 곧 다가온 모양
입니다."
한상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곤륜파의 점령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
러나 지금은 그런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중원에
서 왔다는 것 하나로 자신들을 죽이려는 이들의 마수를 피해서 목적지까지
안전히 가야 하는 것이었다. 한상귀에 있어서 곤륜파의 멸망은 청룡장 문
앞에 개미 몇 마리가 죽은 것 보다 더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서걱서걱 한상귀는 칼로 작은 나무들을 잘라서 칡덩쿨로 이었다. 그리고
그걸 동굴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마른 풀들을 끼웠다. 그
러자 밖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흙벽처럼 되었다. 전목진은 한상귀의 옆에
서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는 자기의 반밖에 안된 것 같은데
하는 것은 노강호보다 뛰어나 보였다. 이렇게 위장을 하는 위장술은 자신
도 들은적이 있고 어느정도 할줄도 알았다. 그러나 한상귀처럼 완벽하게는
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ㅉ은 시간에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는 것은 매
우 어려운 일이었다. 한상귀는 땅을 파고 나뭇잎을 깔았다. 그리고 그 위
에 좀전에 잡은 토끼의 살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다시 나뭇잎으로 덥고
그위에 흙을 살짝 덥었다. 그리고 그 위에 잔가지를 놓고 불을 당겼다. 전
목진은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불빛이 새나가지 않을까요?"
"상관없어."
한상귀의 말에 전목진은 앞에 막아 놓은 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상귀를 바라보았다.
"그럼 고기를 그냥 구우면 되지 않습니까?"
"냄새"
한상귀는 그렇게 말을 하고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전목진을 보고 고개
를 숙였다. 전목진은 잔가지와 낙옆타는 냄새는 나지 않겠느냐고 반문을
하려다 잎을 다물었다. 그의 코 앞에서 낙옆이 타고 있었지만 아무런 냄새
가 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목진은 그게 이상했지만묻지 않았다.
그렇게 한식경을 자잘한 불을 때었다. 그리고 땅을 헤집고 재를 걷어 내었
다. 그러자 잘익은 토끼 고기가 모락모락 김을 뿜어 대었다. 한상귀는 그
것을 나뭇잎에 싸서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했다. 전목진도 한상귀를 따라
서 먹기 시작했다. 맛이 고소했다. 전목진은 잘먹다가 한상귀를 바라보았
다. 한상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전목진은 조용한 어조로 물
었다.
"거기는 왜 가는겁니까?"
한상귀는 무심한 눈길로 전목진을 보며 간략한 대답을 했다.
"알면 죽어"
그말에 전목진은고개를 숙이고 토끼고기를 꾹꾹 씹어서 먹었다.
수십여개의 큰 군막들과 수백여개의 작은 군막들이 산중턱에 처져 있었다.
그 군막의 주위에는 목책들이 쳐져 있었다. 그 목책의 십여장내외에는 나
무들이 모두 베어져 있었다. 목책 주위에는 터어번을 두르고 도를 휴대한
무사들이 감시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군막주위에는 장검을 휴대한 백의인
들이 번을 돌고 있었다. 중앙의 군막위에는 삼각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 삼각기에는 한 마리 대붕이 구름속에서 천하를 내려다 보는 그림이 수
놓아져 있었다. 바로천산파의 표기였다. 군막안에는 수십여명의 인영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중앙에 놓여진 태사의에 앉은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
다. 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지도를 보던 노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곤륜파도 이제 내일이면 끝장이다. 곤륜파의 삼대도관을 이미 접수를 했
으니 나머지 두 개도 곧 접수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 내일 곤륜파를 점령
하면 내년에는 본격적인 중원진출을 시작한다. 이미 너희 사형제들이 중원
에서 터전을 마련을 해 두었다. 백년전의 선조들께서 이루지 못한 꿈을 우
리대에 와서 다시 기회가 왔다. 이번 기회를 노친다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신의 뜻이 우리에게 임햇으니 내일의 결전에서는 반
드시 승리를 할 것이다."
"인샬라"
중인들이 일제히 외쳤다. 이 노인이 바로 천산파의 당대 장문인인 세외검
선 오트랄이었다. 중원명으로는 오정이었다. 오트랄은 중인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타미슈는 어디에 와있느냐?"
한명이 지도를 집으며 말을 하였다.
"지금 이곳에 와 있습니다. 무하마드를 죽인 한인을 추적중이랍니다."
"지금은 그들을 추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타미슈에게 전서를 보
내어 추적을 중단하고 곤륜파의 배후를 맏으라고 전해라. 황제폐하께서는
지금 확실한 결과를 바라고 계신다. 제국의 정병 삼천을 우리에게 주신 의
미를 잊어서는 안된다."
오트랄을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중인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공격은 내일 동트기 직전에 시작한다. 전원 일찍 취침하도록"
"존명"
샛별이 아직 하늘에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 별이 뿌린 빛이 산을 내려
비취고 있었다. 산 중턱부터는 큰 나무들이 없었다. 보이는 것은 그자체로
동산이 될만한 바위들과 그틈 사이에 자잘하게 자란 잡목들과 풀들 뿐이
었다. 이름없는 잡초들이 바람에 뒹굴고 있었다. 턱 한 개의 손이 바위를
잡고 몸을 드러 내었다. 슈우욱 한 대의 화살이 그 손을 스쳐 지나가며 살
짝 내민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는 얼굴을 감싸쥐며 비명성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그 밑으로는 수백 수천을 헤아리는 인영들이 장도를 잡고 바위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수십개의 조로 나뉘어져서 진격해 올라가고 있었다. 산 정
상을 향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진해 나아갔다. 그들 앞에는 십여채의 전
각들이 산의 정상 아래에 모여 있었다. 그 전각들 주위에는 수십여명의 궁
수들이 활을 들고 바위틈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이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궁수들은 모두 붉은 색이 묻어 있는 옷들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옷에 묻은 붉은 색은 바로 사람의 피였다.
오트랄은 다른 산봉우리에서 천산파의 정예들의 진군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산파의 정예들은 장검를 들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환도를 든 무사들이
길을 트고 있었다. 환도를 든 무사들은 황제가 보내준 병사들이었다. 중원
정복에 앞서서 길목을 청소하는 의미로 보내준 병력이었다. 또한 그동안
천산파의 쾌검식을 쾌도식으로 변형시켜서 황제의 병사들을 훈련 시켜 준
데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둥둥둥 북소리가 산들을 울리었다. 와아아 와아아 하는 함성과 함께 환도
를 든 터번무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이 일제히 환도를 들
어 올리자 산은 일순 밝은 빛으로 뒤덥혔다. 그리고 산정상을 압박하듯이
일제히 휘몰아쳐갔다. 처척 곤륜파의 무사들일대가 앞으로 나서며 활을 쐈
다. 피피핑 화살들이 날아가고 선두에서 달려오던 수십여명의 도객들이 앞
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뒤에서 밀려오는 이들은 개의치 않고 달려나갔
다. 그들은 일제히 인샬라를 외치고 있있었다.
"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리라"
일사를 쏜 궁수들이 뒤로 물러나고 다시 일대의 궁수대가 나와서 활을 쏘
았다. 다시 수십명의 인영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터번무사들은 물
러설 줄 몰랐다. 어느새 궁수대와 터번무사들사이의 간격이 사오장으로 가
까워졌다.
"검진을 펼쳐라"
챠챠챵 궁수들도 활을 버리고 검진을 펼쳤다. 수십명이 검진을 운용하자
사람들이 수백 수천으로 늘어난 듯이 보였다. 곤륜파의 자랑인 운학대검진
이었다. 한 마리 학이 구름을 차고 날아 오르는 듯한 검진이었다. 빠른 경
공과 쾌검이 장기인 검진이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 할 때 가장 유용한 검
진이기도 했다. 터번무사들은 일제히 곤륜파의 검진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차차챵 검과 도들이 서로 얽혀들어갔다. 피차간에 일격필살의 쾌검식으로
승부를 가렸다. 그래서 단발마와 비명성이 계속 이어졌다.
핑핑핑 검이 튕겨지듯이 쏘아지고 터번인들의 가슴과 목에서 핏물이 ㅆ아
져 나왔다. 턱 한명의 가슴을 꾀뚤은 검은 그 뼈 사이에 끼어서 빠져나오
지 않았다. 그는 검을 잡아 뽑기 위해서 공력을 더했다. 그때 그의 눈이
화끈해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
고 그대로 쓰러졌다. 단 한순간이라도 검의 움직임이 멈추면 그 틈을 상대
편이 노치지 않았다.
둥둥둥 두두둥 둥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터번 무사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
다. 그리고 곤륜파의 검진이 다시 대오를 갖추기 전에 장검을 든 이들이
일제히 쳐들어 갔다. 파파파 그들의 쾌검은 환도를 휘두르던 자들과는 속
도가 달랐다. 곤륜파의 문도들과도 비슷한 속도의 쾌검을 구사하고 있었
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천산파의 정예였다. 곤륜파의 제자들은 천산파
의 정예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곤륜파의 장문인인 운학자는
검진을 주재하며 소리를 쳤다.
"물러서지 마라. 이제는 더 물러설 곳도 없다. 곤륜의 제자들이여 욕되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라"
운학자는 검진에서 빠져나와 천산파의 제자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을 본
곤륜파의 문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천산파의 정예들에게 달려갔
다. 운학자의 검이 튕겨질때마다 천산파의 정예들은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
다. 곤륜파의 문도들은 그 뒤를 따라서 천산파의 정예들을 공격해 갔다.
그들의 발악적인 공격에 천산파의 정예들은 급급히 물러났다. 그러나 그것
도 잠시였다. 천산파의 정예들이 물러나자 터번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
다. 곤륜파의 문도들 앞에 보이는 것은 땅을 가득 메운 환도의 반짝이는
빛이었다. 하나를 죽이면 둘이 나왔고 둘을 죽이면 넷이 보였다. 곤륜파의
제자들은 산중턱에서 포위된 채 하나씩 하나씩 죽어나갔다. 운학자는 주위
를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제자들의 시신들 뿐이었다. 함성은 멎었고
비명성은 그쳤다. 주위에는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운학자는 검을 들
어 올렸다. 그러자 주위를 포위 하고 있던 천산파의 제자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운학자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아란 하늘에 작은 조각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파아악 운학자의 손에
들려진 검이 자신의 목을 꾀뚤었다. 푹 검은 뒷골을 관통해서 그 날카로움
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빛을 내 뿜었다. 그러나 검날은 이내 붉게 물들어갔
다. 스르르 운학자의 신영이 학이 날개를 접으며 땅에 내려 앉듯이 쓰러졌
다. 그의 신영이 쓰러지고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함성이 산
악을 울리며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곤륜파가 무너졌습니다."
"그런가"
한상귀는 무심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둘은 불타오르는 곤륜파의 도관들이
보이는 한 능선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천산파의 전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제 세외는 천산파와 포탈랍궁의 양
분체제로 가겠군요."
한상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전목진은 그런 한상귀를 보며 말
을 하였다.
"곤륜파가 무너 졌으니 우리를 더 이상 추적하지는 않겠지요."
역시 말이 없었다. 전목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천산파의 장문인인 오트랄은 타미슈를 보고 있었다. 오트랄은 수염을 쓰다
듬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자를 잡아 죽여야 속이 풀리겠느냐?"
"무하마드는 저의 가장 뛰어난 수하였습니다."
"사냥도 때로는 필요한 법이지. 본파의 정예 삼십명을 데려가라. 나는 천
산파로 돌아가서 전열을 재정비 하겠다. 중원진출을 하기 전에는 본파로
돌아오도록"
"존명"
타미슈는 예를 취하고 밖으로 나갔다. 오트랄은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는
지도의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공동파가 있는 공동산이었다.
"다음으로 공동파를 친다. 이제 삼년뒤면 천하에 천산만이 존재 하리라."
추적을 당한다는 것은 몹시 기분 나쁜 일이다. 그것도 적진에서 위험한 임
무를 수행하는 자가 추적을 당한다면 일을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그는 추적자를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추적자들은 삼십명이었
고 우리는 둘이었다. 다행한 것은 이곳이 산악이라는 점이었다. 또한 어둠
이 내리면 밤하늘의 별도 보이지 않는 숲이라는 점이었다. 어둠은 바로 나
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내 이름은 한상귀. 꼬마가 내게로 온 이후로 나
는 어둠속에서 살았다.
날카로운 비수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스윽 비수위에 하얀 가루
를 뿌리자 비수는 이내 검은색으로 변했다. 어둠과 같은. 그 비수를 쥐고
있는 인영은 어둠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경비는 두명이 서고 있었다. 둘은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상귀는 그들의 옆으로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너무도 천천히 움직여서 누가 그곳을 뚤어져라 주시를
한다고 해도 움직임을 전혀 간파하지 못할 정도였다. 또한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한상귀는 그들의 몸을 돌아서 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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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에 의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인 아무런 사실적 근거가 없습니다. 세외에 곤륜파가 있고 그 파가 중원에
이름을 떨쳤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중원과 연결이 되었다는 설정이 필요해
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글에 나오는 역사에 관한 사실들은
대부분 사서에서 인용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편한게 조금씩 수
정을 가한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글을 보고 세계사의 답안지로 삼지
는 마시기를.....
추신| 7번란 은자림에 하이텔무림춘추전기록 일명 전기록을 연재하고 있습
니다. 원래는 청룡장이 끝난뒤에 창작연재란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다른 분
들이 김빼기를 하고 있어서 대강의 스토리만 써서 올리고 있습니다. 청룡
장이 고프신 분들은 거기에 들려서 잠시 눈요기를 하고 가시지요.
저말고도 표류공주의 최후식님과 적염마군 장무웅님이 연재를 계속하고 있
습니다. 그것과 내용이 어느정도 연관이 되니까 서로 섞어 보시는 것도 재
미 있을 껍니다. 세명의 글쓰는 방법의 차이도 알 수 있을테니까요.
창작연재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거기에 최후식님이 "무협작법"이라는 글
을 올렸으니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될꺼 같습니다.
하라는거 안하고 딴짓에 눈이 팔린 석공군.
그런데 아무래도 청룡장 보다는 그게 인기를 끌거 같은 예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