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파를 도우러 왔냐는군요?"
두명의 인영은 눈보다 흰 백의를 입고 있엇다. 그리고 머리에는 천을 두르
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환도였다. 둘은 한상귀 일행이 답변이
없자 더 묻지 않고 공격해 들어왔다. 한상귀는 뒤로 물러나며 연검을 뽑아
들었다. 둘의 도는 빨랐다. 일체의 수비식이 없는 공격이었다. 그래서 자
신보다 강한 자들도 몰아 칠 수 있었다. 그러나 쾌검의 특성상 더 빠른 쾌
검수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다행이 쾌검수였
다. 픽픽 이 둘의 미간에는 붉은 혈선이 나더니 눈을 부릅뜨고 쓰러졌다.
안내인은 그것을 보고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숨어"
한상귀의 말에 둘은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피피핑 십여대의 화살이 그들
이 있던 자리에 쏘아졌다. 한 대는 야크에 맞아서 날 뛰었다. 그러자 다른
두 마리도 날뛰었다. 한상귀는 야크의 몸을 타고 넘으며 그 위에 달려 있
는 철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연달아 세발을 쏘
았다. 으아악 하는 비명성과 함께 두명이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한상귀는
벽에 찰짝 달라 붙었다.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바위에 떨어졌다. 두구의
시신은 몇장정도 튀어 오른뒤에 붉은 막을 형성하며 다시 떨어졌다. 그들
이 떨어진 바위는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피피핑 몇대의 화살이 한상귀
의 몸을 타고 땅으로 튕겨졌다.
한상귀는 고개를 들어서 위를 바라보았다. 위에서 십여명의 궁수들이 활을
쏘아 대고 있었다. 한상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디를 가도 위에있는
궁수들의 좋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곧 산을 내려와 좌우의
입구를 포위할 것이다. 그럼 이곳에서 꼼짝없이 죽거나 고사를 당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한상귀는 겉옷을 벗었다.
"내가 저쪽으로 적들의 시선을 유인할 동안 전국주는 저 바위뒤로 가서 놈
들을 잡으시오."
한상귀가 철궁을 전목진에게 건네 주었다. 전목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한
상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앞으로 뛰어 나갔다. 예상대로 화살이 쏘아졌
다. 한상귀는 옷을 휘둘렀다. 핑핑핑 화살들은 한상귀의 휘두르는 옷에 밖
혀들거나 감겨 들었다. 화살에 막강한 내공을 실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상귀의 옷을 관통하지는 못했다. 전목진은 앞으로 달려나가며 화
살을 당겼다. 그리고 몸을 드러낸 몇 명의 궁수를 향해서 화살을 쏘았다.
피피핑 틱 한 대의 화살은 바위에 맞아 튕겨지고 두 대의 화살은 궁수들의
어깨와 다리에 맞았다. 한명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떨어졌고 한명은 뒤
로 넘어졌다. 남은 궁수들은 전목진을 노렸다. 전목진은 얼른 바위뒤로 몸
을 숨겼다. 피피핑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 근처에 화살들이 맞아 튀었다.
전목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한쪽 바위에서 몸을 숨기고 위를 바라
보는 한상귀를 바라보았다. 한상귀의 두 눈은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전
목진은 벽에 붙어서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는 안내인을 바라보았다. 전목진
은 그에게 그곳에서 꼼짝말라는 시늉을 하고 다시 숨을 고르었다. 무사에
게 있어서는 호흡보다 중요한 것이 없었다. 호흡이 일정치 않으면 검도 일
정치 않게 되는 법이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전목진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는 산위에 있는 궁수들을 겨누었다. 그러나 궁수들은 없었다. 전목진은
순간적으로 협곡 좌우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각기 이십여명의 인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환도를 들고 있는 자들도 있었고 장검을 들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전목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상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나아갔다. 전목진도 도를 뽑아 들고 나갔다. 그쪽에서 말을 해왔
다. 전목진은 그 말을 듣고 놀라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바로 한어였
기 때문이었다.
"중원에서 왓느냐?"
"그렇다."
한상귀는 차갑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검을 든 사내는 자신이 받은 명령을
생각해 내었다.
'하산해 있는 곤륜파의 제자들은 모조리 죽여라. 그리고 중원에서 온자들
은 모두 죽여라. 곤륜파가 멸망했다는 소식은 최대한 늦게 중원에 도착해
야 한다.'
"그럼 죽어라"
한상귀는 히죽웃으며 품에서 몇 개의 물건을 던졌다. 피피핑 그 물건들은
앞에 있는 자들을 노리고 날아갔다. 퍼퍼펑 거대한 폭음과 함께 돌가루가
사방으로 비산을 하였다. 크아악 으아악. 한상귀는 폭음과 돌가루가 난무
하는 곳으로 뛰어들어갔다. 전목진도 한상귀를 도와 달려들어갔다. 반대편
에 포진을 하고 있던 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개중에는 경공을 써
서 몇장씩 날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한상귀는 닥치는데로 베었다. 폭발에 부상을 입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
들을 수수깡처럼 베어 버렸다. 순식간에 십여명을 벤 한상귀는 그 자리에
우뚝섯다. 그리고 한 명의 가슴을 갈랐다. 푸욱 피가 얼굴과 옷에 튀어 올
랐다. 한상귀는 그의 내장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악마는 사람이 잠들면 다가와 내장을 파먹는단다. 특히 어린아이의 내장
을 좋아 한다.'
한상귀의 등뒤로 따뜻한 감촉이 전해져 왔다. 전목진이 한상귀의 등을 맞
대고 선 것이었다. 그들 주위에는 이십여명의 인물들이 포위를 했다. 그러
나 섯불리 공격을 해오지는 않았다. 그들의 눈은 모두 부릅떠져 있었다.
전목진은 도를 들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을 꽉 다물려져 있었다.
어차피 난주에서 죽었을 몸이었다.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없
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도를 든 자들이 덜덜덜 떨고 있었다. 대부분 뭐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은 고개를 꺽고 먹은 것을 토해내고
있었다. 전목진은 고개를 돌렸다.
꼬마는 악마를 보고 있었다. 악마도 꼬마를 보고 있었다. 둘은 서로를 바
라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악마의 얼굴은 꼬마가 앞으로 커서 될 얼굴이었
다. 그리고 꼬마의 얼굴은 악마가 어릴 때 가지고 있던 모습을 하고 있었
다. 둘은 멍하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악마가 먼저 말을 했다.
'너의 이름은 뭐지?'
'내 이름. 몰라. 넌 이름이 뭐야?'
'나. 크크크 이름이 없어. 그래서 하나 지었지'
'내가 맞추어 볼까'
'그래. 어차피 네가 지을 이름이니까'
'한(限)과 상(傷)처로 이루어진 귀신(鬼). 한상귀 맞지'
'크크크 그래 내 이름은 한상귀(限傷鬼). 너의 이름도 한상귀. 우리는 모
두 한상귀'
우왝 전목진도 입을 부여잡고 구역질을 해대고 있었다. 한상귀의 손에는
팔짝팔짝뛰는 사람의 생간이 있었다. 한상귀는 그것을 한점 베어내어 입
에 넣고 ㅆ고 있었다. 줄줄줄 창백한 턱에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한상귀
는 미소를 짖고 있었다. 따다닥 따다닥 도객들은 이빨을 부딧치며 떨고 있
었다. 파아악 한상귀의 손에 들려졌던 생간이 검을 든 자에게 날아갔다.
검을 든 자는 엉겹결에 그것을 받았다. 그러나 화들짝 놀라며 그것을 떨어
뜨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생간 때문에
정신을 판 것은 잠깐이었다. 그러나 한상귀가 손을 쓰기에는 충분한 시간
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날카로운 검기가 몰아쳐 오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검을 뽑아 막았다. 그러나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차이는 확실히 났
다. 그의 목에서 붉은 샘물이 치솟아 올랐다. 한상귀는 입을 벌리고 그것
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가슴을 갈랐다.
그것을 보자 도객들은 일제히 몸을 돌려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한상귀는
도주하는 그들을 ㅉ아가며 마구 주살을 했다. 이미 등을 보이고 도주를 하
는 적들은 저항력을 상실한 자들이었다. 아무리 강한 자들이라도 등을 보
이고 도주를 할 때는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이 되기 때문에 실력이 반감하
게 되어 있었다. 도객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더욱 큰 비명을 지르며 내 달
았다. 한상귀는 그들을 노치지 않고 달려가서 모두들 죽여 버렸다. 그리고
시체에서 생간을 떼어 내기 시작했다. 전목진은 그런 한상귀의 모습을 보
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악마 그래 나는 악마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던거야.'
마을은 초토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체들은 없었다. 둘은 자신들이 공격
을 당했던 봉우리로 올라갔다. 안내인은 어디로 도망을 쳤는지 보이지 않
았다.봉우리 위에는 십여구의 시신이 뒹굴고 있었고 근 백여명의 사람들
이 묵여져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한명의 인영이 목이 잘린채 쓰러져 있었
다. 한상귀는 그것을 보고 사태를 짐작했다. 이곳에서 이들을 감시하던 자
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심문을 하던 자를 죽이고 도망을 친 것이었다.
한상귀는 마을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그들보고 한동안 마을을 떠나
있으라고 말햇다. 전목진이 통역을 하고 둘은 바로 길을 떠났다.
"인육을 뭐라고 하는줄 아나"
한상귀는 불속에서 잘 익고 있는 고기를 보며 말을 하였다. 그 옆에는 전
목진이 마른 나뭇가지들을 불속에 던지고 있었다.
"모르겠소."
"양각양(兩脚羊)이라고 하지. 두다리로 된 양고기라는 뜻이야. 나이먹고
마른 남자를 소파화(소把火)라고 하지. 횟불보다는 낫다라는 말이야. 젊은
여자를 불미갱(不美羹)이라고 하는데 맞이 없는 탕이라는 말이야. 그렇지
만 맞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 그리고 어린이를 화골수(和骨
爛)라고 하지. 뼈째로 잘 삶아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야."
전목진은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는 한상귀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상귀는 뭐라고 더 중얼거린뒤에
아무말없이 누웠다. 전목진은 야크가죽으로 만든 침낭을 덮어 주었다.
청의무복을 입고 백색피풍의를 들고 있던 청년은 작은 동굴에 웅크리고 앉
아 있는 꼬마를 바라보았다. 그 꼬마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한상귀야. 한과 상처로 이루어진 귀신이라는 뜻이지. 그래서
한상귀야'
그때 그의 얼굴로 붉은 피가 묻어났다. 청년은 얼굴에 흐르는 피를 만졌
다. 얼굴 얼굴. 자신의 얼굴은 상처가 나서는 안되는얼굴이었다. 청년은
장검을 들고 그 곳에 있는 꼬마를 베어 버렸다. 파악 파파파팍 돌이 튀어
올랐다. 그러나 꼬마는 베어지지 않았다. 아니 꼬마의 얼굴이 커지면서 청
년의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청년이 꼬마가 되어 버렸다. 둘은 하나가 되
었다. 청년은 장검을 들고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악마들이 서 있었다. 잠
들면 사람의 내장을 꺼내서 먹는 악마들이었다. 청의에 백색 피풍의를 걸
친 악마들. 으아아 꼬마는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러갔다.
"한조장 미쳤어."
옆에 있던 몇 명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청년을 막아섯다. 꼬마는 마구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악마들은 더욱 강해서 꼬마의 내장을 빼먹기 위해서 달
려들고 있었다. 꼬마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다가 악마의 일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지는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조장이 인육방 출신이라더니 피는 속이지 못하는 것인가."
한상귀는 눈을 뜨고 전목진을 바라보았다. 전목진은 야크 침낭을 뒤집어
쓰고 앉아 있었다.
"가지 않았나."
"약속하지 않았소. 내가 당신을 도와 주면 당신이 나를 돕기로. 나는 악마
와도 기꺼이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소."
한상귀는 메마른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말을 하였다.
"살아서 돌아 간다면 자네를 돕지. 그럼 우선 사는게 중요하겠지."
한상귀는 가죽으로 싼 물건들을 꺼내서 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덩이를
불구덩이에 내던졌다. 전목진은 그것을 보고 말을 하였다.
"꼭 그래야만 하오?"
"살아야 하니까"
전목진은 불구덩이에 던져진 것이 사람의 생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
다.
///////////////
스윽 한명이 재를 헤집었다. 그뒤에는 수십명의 터번인들이 서 있었다.
"오를 아침에 떠났군. 흔적을 남겨둔 것은 우리더러 따라 오라는 이야기인
가."
그는 불구덩이에서 몇 개의 고기 덩어리를 꺼내었다. 그 덩어리에는 이빨
자죽이 나 있었다. 그는 막대기로 고기덩이를 쿡쿡 찔렀다. 푹푹 잘 들어
갔다. 그리고 군침이 도는 냄새를 풍겨내었다.
"간이군. 사람의 간"
툭툭 그는 나무막대기로 옆의 돌을 쳤다.
"이런 짖을 하는 자가 곤륜파를 돕기 위해서 왔을 이유는 없지. 시기상으
로도 앉맞고. 중원에서 곤륜산까지 올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리니까 말이야.
아륜"
"옛"
한명이 와서 부복을 하였다. 검을 찬 사내가 말을 하였다.
"다른 지대와의 연락은 잘 되고 있나"
"예 모두 곤륜파의 제자들을 추적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앞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대는 누구지"
"무하마드입니다."
"전서를 날려. 이 둘을 죽이라고 해. 어쨌든 걸리적 거릴지 모르니까. 나
머지는 곤륜파 제자들을 추적한다."
"알겠습니다."
////////////////////////////////////
<집단전법 지형전술편>
산악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동력이다. 모든 전투가 그렇듯이 기동력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된다. 특히 산악전은 그런 점이 더 심하다. 왜냐하면
산악에서는 지리의 잇점을 최대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의 잇점을
얻으면 단신으로도 백명의 무사를 상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산
의 형태와 지형에 따라서 전법도 바뀐다. 산에 숲이 울창하면 매복지로서
는 적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복지로서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이 매복에
좋다고 여기는 곳은 적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숲이 너무 울창
하면 집단의 기동력이 떨어져서 유격전술에는 맞지 않는다.
다음으로 바위산이다.
바위산에서는 고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지형에서는 산꼭대기에서 굴
린 작은 돌 하나로 수십명을 살상 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바위산에서 주위
를 할점은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바위산은 십여장이 넘는 절벽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이 한정이 되어 있다. 적이
그 목을 지킨다면 고사를 당하는 수가 있다.
전목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닥고 밑을 바라보았다. 무수한 기암절봉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었다. 전목진은 등에진 짐을 내려 놓았다. 수십근이 넘어
가는 짐을 지고 자신이 이산을 올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산정상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서 그대로 있었다. 전목진은 고개를 돌려서 앞에가는
한상귀를 바라보았다. 한상귀는 한 절벽에 배를 깔고 누워서 밑을 보고 있
었다. 전목진도 한상귀 옆으로 가서 배를 깔고 밑을 보았다.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절벽 아래에는 한줄기 길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길 한쪽 바위숲에는 이끼처럼 달라 붙어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길
은 이 산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전목진은 땀이 식으며 몸이 으
슬으슬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때 한상귀가 작은 알약을 건네 주었다.
전목진을 그것을 보고 입에 넣었다. 몸이 따뜻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양단이구나'
한상귀는 밑을 다시 한번 보더니 뒤로 물러섯다. 전목진도 따라서 물러섯
다. 한상귀는 주위의 바웃돌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수십근이 넘어 갈만
한 바위들이었다. 이정도 바위는 장정들이라면 충분히 내 던질 수 있었다.
한상귀는 그것들을 끝에다 차곡차곡 쌓았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었
다. 삼십여개의 바윗돌을 쌓은 한상귀는 그것을 하나하나 밑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한동안 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뒤에
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밑에서 바위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는 것이 보였
다. 한상귀와 전목진은 계속해서 내 던졌다.
밑에서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한상귀가 바위를
넒게 던지고 바위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른 돌들과 바위들을 치면서 수십
개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정도 높이라면 엄지손가락만한 돌이라도 가속도
가 붙기 때문에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가 있었다. 수십여개의 바윗돌을 내
던진 한상귀는 다시 밑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작은 돌들이 계속해서 떨어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곳곳에 사람들이 바위밑에 깔려 있는 것이 보였
다. 그리고 몇 명은 그 격전장에서 피해서 위를 처다보고 있었다. 한상귀
는 몸을 돌렸다. 전목진은 짐을 들고 한상귀의 뒤를 따랐다. 전목진은 침
을 꿀꺽 삼키고 말을 하였다.
"어떻게 아셧습니까?"
"미끼를 던졌으니까"
그말만 하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목진은 묵묵히 그뒤를 따랐다.
그는 아침에 자신들이 모닥불을 피웠던 흔적을 지우려 할 때 한상귀가 말
린 것이 생각이 났다. 한상귀는 그 모닥불을 적이 발견하고 앞에 매복을
하리라는 것을 계산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빠른 이동으로 고지를 점령함
으로써 그것을 역으로 찌른 것이었다.
한참 길을 내려가던 전목진은 한상귀가 멈추는 것을 보고 따라 멈추었다.
한상귀는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십여명의 인영들이 환도를 들고 서 있
었다. 그들의 옷은 여기저기 핏자죽이 묻어있었다. 어느새 산그늘이 길게
늘어서며 천하를 거두기 시작했다. 한명이 성큼 나서며 말을 하였다. 그는
유창한 한어로 말을 하였다.
"네놈인가."
한상귀는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을 소매속으로 넣었다. 전목진은 한상
귀 뒤에 섯다. 한상귀의 소매가 떨처지며 십여개의 도광이 쏘아졌다. 선두
에 선 인영은 환도로 자신을 방어했다. 그러나 비도는 그를 노리고 날아가
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던 수하들을 노린 것이었다. 그들은 도를 휘둘러
한상귀가 날린 비도를 쳐내었다. 그 순간 한상귀의 신영이 폭사를 하며 선
두의 인영을 공격해 갔다. 아직 검은 뽑히지 않고 있었다. 선두의 인영은
고함을 지르며 도를 휘둘렀다. 그의 도가 움직이자 한상귀의 허리춤에서
빗살이 ㅆ아졌다. 파악 도와 그의 머리통이 양단이 되었다.
한상귀는 그의 몸을 타고 넘으며 십여명의 인영들을 공격해 갔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전목진도 함성을 지르며 도를 휘두르며 달려갔
다. 이들은 모두 쾌도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몸에 헛점이 많았다. 한상귀
는 그 헛점을 노치지 않고 찍어갔다. 한상귀의 검이 이들의 도보다 빨랐
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한상귀의 신법의 경지를 이들이
따라갈 수 없었다. 터번을 두른 자들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척 한상귀는
마지막 인영을베고 검을 거두었다. 전목진도 세명의 터번인을 베었다. 한
상귀는 머리위가 반으로 잘려진 자를 바라보았다.
"산줄기의 맥을 집을 줄 아는 친구였군. 하지만 자신과 적의 실력을 한번
가늠해 봤어야지"
한상귀는 그렇게 말을 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가
기 시작했다. 전목진도 그 뒤를 따랐다. 전목진은 그 뒤를 따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숲이 있는 산"
"그럼 곤륜산맥으로 가실껍니까. 이 일대에 숲이 울창한 곳은 그곳밖에 없
습니다."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바위에 으깨진 틈으로 삐죽 나와 있는 살점을 집어 내어서 꿀꺽 삼켰다.
탁탁 부리들이 바위틈을 파고 들어가서 살점들을 뜯어내었다. 푸드득 푸드
득 여기저기서 새들이 날아 오르는 것을 느끼고도 이 독수리는 계속해서
바위 틈새의 살점을 뜯어내고 있었다. 무언가가 억센 손이 독수리의 목에
잡혀지고 우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쿵 바윗덩이가 옆으로 굴러 떨어지고 그 밑에 어육이 되어 있는 시체가 보
였다. 터번을 두른 이들은 그 주위에 모여 있었다. 검을 든 중년인이 시신
들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서 봉우리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가 없군. 그 ㅉ은 시간에 저 봉우리까지 올라가서 밑에 매복해있
던 이들을 압살시키다니."
"무하마드의 시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명의 터번인이 말을 하자 그는 고개를 끄떡였다.
"저 산맥의 하산하는 줄기를 찾아봐라 거기에 있을 것이다."
검을 든 인영은 주위를 다시한번 둘러 보며 무거운 목소리를 토해 내었다.
"놈은 산악전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가 자신이 추적을 당
한다는 것을 알면 숲이 있는 산을 찾기 마련이다. 결국 곤륜산맥으로 가려
는 것인가. 어차피 우리도 그리로 가는 길이었다. 곤륜산에서 놈을 잡을
수 있겠군. 장문인께 전서를 날려라. 늑대 한 마리가 그곳으로 가고 있다
고"
"존명"
그는 주먹을 움켜쥐며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타미슈가 곤륜파와 함께 없애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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