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38/95)

후르륵 한상귀는 뜨거운 고기국을  들이켰다. 뱃속이 확 풀리고 얼굴이 벌

거게 달아 올랐다. 탁 그릇을  내려놓고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만두는 강

남에서 보는 하얀 만두가  아니었다. 황토색만두였다. 한상귀는 그것을 한

입베어 물어 보았다. 마치 나무껍질로 빚어 놓은 듯하였다. 한상귀는 입을 

우물거리며 꼭꼭 ㅆ기 시작했다.  전에는 이것보다 더 심한것도 맛있게 먹

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에 거칠었다. 한상귀는 그것을 느끼고 더욱 힘주

어 먹었다. 그때 한명이 그 앞에 와서 말을 건네었다.

"앉아도 되겠나."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  앞에 앉은 이는 사십대 초반의 중년인이었

다. 각이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눈섭이 짙은  팔자로 아래를 향하고 있었

다. 눈섭이 그러면 사람이 약해  보이고 조금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통

례였다. 그러나 이 중년인은 오랜 풍파에 시달린 고목과 같은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그 짙은 눈섭이  얼굴 윤곽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는 것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이 중년인이 바로 세영

표국주인 전목진이었다. 한상귀는 주위를 보고 말을 하였다. 

"무슨 일있소. 모두들 들떠 있던데?"

"자네 판단이 옳았네. 그들은 월랑대 소속이었어."

"그랬구료."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전목진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한동안 여기서 기다려야 하지."

한상귀는 다시 고개를 끄떡였다.  전목진의 판단은 정확했다. 월랑대는 요

근래애 무수한 표물을 털면서 한번도  자신이 점찍은 것을 노쳐 본적이 없

었다. 그런데 이번에 실패를 한  것이었다. 따라서 전례를 남기지 ㅇ기 위

해서라도 전목진이 이끄는 상단을 다시 노릴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호락호락한 이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헌데 상인들은 계속 가지고 하네."

"훗 저승 문턱을 넘고 싶어서 안달이군."

"나도 들은 이야기 인데 지금 상계는 대 전쟁을 준비중이라고 하네"

한상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훗 자네같은  무사들은 잘모르겠지만 나는 상인들의  표물을 운송해 주며 

이리저리 듣는 것이  많다네. 지금 천하의 상권은  셋으로 삼등분 되어 있

네. 물론 세분을  하면 수백 수천개로 갈라지겠지만  크게 따져서 셋이네. 

그중 하나는 황하  일대의 전통적인 상인조직인 중주상인연합회일세. 이들

은 강북의 상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지. 사실 장악이라는 게 좀 뭣하지

만 아무튼 강북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치고 이들  상인연합회에 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네. 그리고 강남의  동정상회가 있네. 강남의 동정호일대를 무

대로 호남북의 미곡상과 목화상인들  그리고 사천의 약재상들이 중심이 되

어서 뭉친것이네. 무림 오대세가  중 두곳인 남궁세가와 당가가 그 주축이

지. 그리고 소주와 항주일대의 상인들이 연합한 소항상련. 이렇게 세 개의 

큰 상권으로 나누어져 있네. 그런데 얼마전에 장안표국과 중원표국의 거액

표물들이 털린 사건이 있었네. 그것 때문에 이 두곳은 표국을 담보로 잡히

고 돈을 융통을 했네.  중주상인연합회에서는 담보물보다 더 큰 금액을 요

구 했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했지. 그런데 남궁세가에서 이 두곳을 담보로 

잡고 즉시 거액을 대출해 준것이네. 물론 손해보는 장사지. 그러나 이것은 

남궁세가로 대변되는 동정상회가  황하일대로 상권확장에 나섯다는 선전포

고였네. 이 두곳 남궁세가에 넘어 간다는 것은 중주상인연합회로서는 매우 

심각한 타격이 되는 것이지.  몇몇 세가들만 모인 동정상회와 달리 중주상

인연합회는 무수한 상인들의  조합체이네. 따라서 동정상회가 낙양과 장안

에 거점을 확보하고 자금력을 동원해서 각개격파에 들어간다면 중주상인연

합회는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네.이 소식을 듣고 중주상인연합회에서 다

시 교섭을 했지만 일이 잘 되지 못했네. 한번 계약한 것을 다른 쪽에서 파

기 시킨다는 것은 상도의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지."

"그게 이 난주행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이오."

"아직 중원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서북변경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네.상인들은 그것을  이미 느끼기 시작한 것이지.  전쟁만큼 위기가 없

네. 그리고 그때 만큼 많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도 없지. 중주상인연합회

는 이번일에 사활을 걸고 있네. 그래서 하루라도 먼저 난주에 들어가 그곳 

관계와 상계에 손을 쓰려는 것이네. 중앙정부에서도 치열한 줄대기가 있다

고 하네."

"그 정도요?"

"훗 상인들의 전쟁은  칼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우리 강호보다 더 험악한 

곳이네. 그리고 이들 상인들 간에는 한가지 묵계가 있네."

"그건 뭐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서로간에 무력은 쓰지 않는다는거지"

"훗 정말 그렇소.?"

"물론 아닐세. 그러나 무력을 ㅆ다는 것이 드러나는 곳은 생매장 당하는게 

상계이기도 하네. 그런데 이 묵계가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네."

"그럼 누가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말이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월랑대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이 동정상회라고 하

네."

"그럴 이유라도 있소."

"물론 있네. 월랑대가 노리는 표물들의 대부분이 중주상인연합회것이니까. 

동정상회에서 사천을 경유해서 난주로 흘러들어가는 표물들은 거의 털리지 

않네."

"그럼 이 화물이."

전목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한상귀는  만두가 더 맛이 없어지는 것을 느꼈

다. 

"난주야말로 서북 변경의 노른자위일세. 그곳을 통해서 장성과 하서사군으

로 물자들이 공급이 되기 때문이지. 이곳은 중주상인연합회의 터전이었네. 

그러나 몇번의 화물이 털리자 난주 상인들이 조금씩 동정상회의 물건을 쓰

기 시작햇네. 그들도 중주상인연합회 소속이긴 했지만 상인이라는 점은 변

함이 없지."

"물건이 있어야 자신들도 팔테니까 말이오."

"그렇네. 그래서 저들은 내일 일찍 길을 떠나고 하는 것일세."

"헌데 왜 중주상인연합회에서는 무력을  동원하지 않는 것이오. 그들도 동

원할 무력이 있을 텐데"

"중주상인연합회의 서북 변경의 보호막은  화산이네. 정 급하면 소림에 손

을 벌리기도 하지.  헌데 이 두곳다 지금 삼혈맹  때문에 발이 묵여 있네. 

위로 공동파가 있지만 지금 공동파는 내분중이네. 그나마 장안표국마저 산

서녹림도와의 결전  때문에 표사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실정이네. 군부는 

지금 사방에 나가 있는  병력들을 영채안으로 집결중이네. 그래서 이 서북

일대는 현성을 나서는 즉시 무법천지라고 보면 되네."

한상귀는 침음성을 터뜨리고 말을 하였다. 

"음 표사들과 보표들은 뭐라고 합니까."

"반반이네. 그들은 자네에게 희망을 걸고 있지."

"보수는?"

전목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에게는 은자 오십냥을 추가로 우리들에게는 계약 금액의 배를 주겠다

고 했네. 이렇게 주면 사실  저들의 이문이 많이 줄어드네. 하지만 저들은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그곳까지 가겠다고 하네."

"좋소. 대신 선두 다음에 내가 서겠소."

"알겠네. 그럼 내일 일찍 출발을 하도록 하지"

난주가 가까워 오자 눈의  깊이도 점점 낮아졌다. 그것은 상단의 전진속도

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적단이 활동하기 좋아졌

다는 말이기도 했다. 마적단이 말위에서 싸울때의 전력을 십이라고 한다면 

말에서 내려서 싸우는 전력은  이나 삼정도였다. 때문에 눈이 줄어 든다는 

것은 마적들이  전력을 최대한도로 높일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난주가 가까워 올수록 모두들 점점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날은 

아무런 이상 없이 다음 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촤악 탁자위에 지도가 펼쳐졌다. 

"이제 난주까지는 오십여리 정도 남았네. 이정도 속도면 반나절이면 갈 수 

있네."

전목진의 말에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마적단이 우리를 노린다면 어디쯤이 될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이  현성이나 난주성에서 십리안에서는 일을  벌리지 않을 것이

네. 그렇다면 여기서 난주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우리를 노리겠지. 이 일

대 백여리 안에는  이 두성을 빼 놓고는 변변한  마을 하나 없으니 그들이 

활개 치기에 딱 좋네."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전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현재 우리가 움직 일 수 있는무사는 몇 명이오."

"팔십명일세."

"상인들은"

"백칠십사명이네."

"그들 전부가 가야 하는 것이오."

"얼마까지 줄이면 좋겠나."

"전부다."

"그들하고 애기를 해보겠네."

"그리고 나는 잠시 밖을 둘러  보고 오겠소.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밖으로 

나갔다는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오."

"알겠네."

"그리고 마적단이 이곳에 매복하기  위해서 오를 밤을 지샌다면 어디가 가

장 좋겠소."

전목진은 지도상의 세군데를 찍었다. 

"이곳들이 추위를 피하고 밤을 날 수 있는 곳이네. 다른 곳은 강추위때문

에 반쯤은 얼어 죽고 말걸세.  그중에서도 이곳에 폐성이 하나 있네. 아마 

여기들 모여 있을 것이네. 혼자 가려는가."

"물론이오."

한상귀는 그렇게 말을 하고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별들이 빛

나고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한상귀는 성에서 나온지 한  시진쯤 지나서 소양단을 한알 먹었다. 뼈속까

지 밀려드는 냉기를 견디다 못해서 먹은 것이었다. 소양단을 먹자 몸이 훈

훈해 지고 눈이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법을 펼쳐서 빠르게 나아갔다. 

눈이 발목정도밖에 쌓여 있지않아서 신법을 펼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다시 반시진을  달리자 어디선가 말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한상귀는 

주위를 살폈다. 주위는 새햐안 눈들이 달빛에 반사가 되어 빛을 뿌리고 있

었다. 게다가 풀한포기 나있지 않은 상태였다. 한상귀는 자신의 옷을 바라

보았다. 백의였다. 한상귀는 백색두건을 꺼내서 뒤집어 썼다. 그리고 천천

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가자 작은 구릉이 보였다. 

'저곳에 경비병이 있겠군'

한상귀는 몸을 눈위에 뉘었다. 햐안 옷을 입고 백색두건을 뒤집어 ㅆ기 때

문에 멀리서 보아서는 눈과 구별이 가지 않았다. 한상귀는 눈위를 손과 발

을 이용해 기는 듯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상귀는 구릉을 옆으로 끼고 돌

아서 한참을 같다. 그러자 황토로된 벽이 나왔다. 성벽이라고 하기에는 뭣

한 흙더미가 둑을 이루며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곳은 돌이 없었기 때문에 

황토로 벽돌을 만들어 성벽을  쌓았다. 그것이 오랜세월 풍화가 되면서 하

나의 흙더미로 남은 것이었다. 그  흙더미도 군데 군데 무너져 있었다. 한

상귀는 흙더미에 찰싹 붙어서 안을 살펴 보았다. 안에는 벽돌로 만든 집이 

수십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 불빛들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한상

귀는 벽돌집을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한집에 열명씩만쳐도 삼백은 족히  되는 병력이다. 현재 우리의 전력으로

는 뚤고 지나 갈 수 없다.'

그때였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상귀는 구석

에 있는 눈더미 속으로  몸을 날렸다. 두두두 두두두 흙더미성벽이 진동에 

떨리면서 흙가루들을 눈위에 뿌렸다.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 한상귀는 말발

굽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

가 햐얀 눈가루를 하늘에  가득 채우며 밀려들어왔다. 두두두 두두두 한상

귀의 눈앞으로 틀에 짜여진  듯이 질서정연히 움직이는 기마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말들은 한겨울인데도 몸에서 땀방울이 솟구치고 있었다. 한상귀는 

그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이들은 마적이 아니다.  정예기마병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기마

대오를 완벽히 갖추면서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겠는가.'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었다. 한상귀도 수십명을 지휘해 본 인물이었

고 집단전을 배우고 직접 하며 가르치면서 그 운용의 묘를 어느 정도 아는 

인물이었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기마대가 전진을 할  때 그 전후 좌우의 

폭을 맞추며 전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각 말과 기수의 실력과 

능력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가 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조화롭게 배치를 해서 전후좌우의 거리를 맞추는 것이 뛰어

난 명장이 할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명장의 지도하에 거리를 맞출 수 있

는 병사들은 정예 병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상귀의 앞

을 지나가는 기마대는 뛰어난명장이 지휘하는 정예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수는 어림잡아 오백에 달하였다.  기마대가 지나가자 한상귀는 

몸을 일으켰다. 벽돌집 한쪽에 깃발이 꽃혀 있었다. 그 깃발에는 초승달과 

한 마리 혈랑이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월랑회의 독문표기였다. 한상귀는 

하늘을 보고 시간을 어림잡아 보았다. 지금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한상

귀는 더 조사를 해보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하늘위에 떠 

있는 초승달빛이 한상귀의 어깨위에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전목진은 난처한 표정을 하였다. 

"오십리네. 게다가 이곳 현에서 관병 일백을 지원해 주겠다고 대답을 받아 

내었네. 그래도 못가겠다는거요."

한상귀가 도착을 했을 때  이들은 모든 출발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한상귀

는 전목진을 불러서  설득을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전목진이 설득을 해왔

다. 그래서 한상귀는 단호이 고개를 저었다. 

"가든 가지 않든 그것은 당신네들  입장이오. 이것은 내가 받은 표행비 전

액이오. 나는 가지 않겠소. 그리고  이제 나는 자유의 몸이니 이래라 저래

라 간섭하지 마시오."

"그들이 아무리 간이 커졌다고 하지만 관병을 공격하기야 하겠나."

"나는 내 눈을 믿소. 전국주 오래 살고 싶으면 가지 마시오."

한상귀는 전목진을 보며 말을  하였다. 그리고 한상귀는 한쪽에 있는 철궁

과 철시를 전목진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객점 문밖으로 나

갔다. 객점안에 있던 표사와 보표중  몇 명도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탁자 

앞에는 주머니가 하나씩 놓여져  있었다. 문밖에는 눈만 빼꼼히 내놓은 상

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모든  출발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한상귀는 그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들은 당신들을 노리고 있소. 관병 일백이 아

니라 일천을 이끌고 가도 결과는 마찬가지 일것이오. 지금 길을 떠나면 당

신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오. 이게 보표로서 마지막으로 하는 충언이오."

한상귀는 그렇게 말을 하고 골목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쪽에서는 중무장

한 관병 일백명이 말에 탄채 오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 현령에게 상인들이 

거금을 안겨주고 빼내 온 관병들이었다. 예로부터 무림인이나 마적단도 관

부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뒷탈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관병이 공격을 

받으면 그 즉시 군부의  토벌이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무림이나 녹림도 

관부와의 마찰은 될 수  있는데로 피할려고 하였다. 상인들은 한상귀가 떠

나가자 잠시 술렁였다. 그러나 이내 출발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었다. 

그들에게 난주시장은 잠시라도 노칠수 없는 꿀단지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몸이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속으로 떨어지면서도 노칠수 없는 그런 보물단

지였던 것이었다. 한상귀는  성문을 보무당당히 나서는 관병들을 바라보았

다. 그들은 대명의 정예군들도 아니었다. 현성을 지키는 수비대 성격의 관

병들이었다. 숫자를 맞추느라 일반 포쾌들도 차출이 되었다는 말이 들려왔

다. 그런 이들 치고는 제법 틀이 잡혀져 있었다. 그들 뒤를 따라서 팔십여 

표사와 일백칠십여 상인들이 수백마리의 말에 짐을 싣고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선두가  떠나가자 한상귀는 사람들 사이로  숨어 들어갔다. 그리고 

은밀한 곳을 찾아  갔다. 마적단은 자신을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처결 되면 그 다음은  자신이 목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과 싸우면서 시간을 지체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성벽을 넘어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곳은  폐성이었다. 이 일대에서 그들이  눈여겨 보지 않을 곳은 

바로 그 폐성이었다. 그리고  한상귀는 그 월랑단에 강한 호기심이 일렁이

고 있었다. 그런 기마병력을  가진 마적단이라는게 우선 믿기지 않았고 동

정상회와 연결이 되어 있는지도 궁금했다. 

동정상회와 중주상인단은 소항상회와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자들이었다. 

한상귀가 속한 청룡장은 소항상회의 대부격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이 간접

적으로는 청룡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청룡장

에 영향이 가는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노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난주에 갈려면 어디선가 하루정도는 은신을 해야 했다. 

백여명의 관병들은 오와 열을  맞추어서 깃발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나아가

고 있었다. 그뒤에는 전목진이 따르고 있었다. 모두들 눈만 내놓고 있어서 

얼굴 표정을 알아 볼 수는  없었다. 단지 전목진의 고개가 자주 아래를 향

한다는 것은 알아 볼 수 있었다. 

전목진은 목 언저리가 가려운  것을 느꼈다. 목언저리를 긁기위해서 몇 번

이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두꺼운  천으로 감싸다 시피 목을 둘러 쌓서 가

려움을 증폭시키기만  했다. 목을 이리저리 돌려  보아도 가려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목  언저리를 긁기 위해서 옷을  벗을 수도 없는 일이었

다. 상단은 쉬지  않고 이동을 하였다. 전목진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직 눈이  바닦에 조금 깔려 있는 지대였다. 곳곳에 

눈이 얼어 빙판을 이루고도 있었다. 전목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주위의 풍

물이 자신이 아는 것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이 황토지대는 너른 황토벌판으로 되어 있어서 어디서나 그곳이 그곳 같아 

보았다. 그러나 수백 수천번도  넘게 길을 가본 전목진으로서는 약간 이상

함을 느꼈던 것이었다. 전목진은 말을 달려 앞으로 나아갔다. 두두두 두두

두 눈이 조금씩 바람에 날리었다. 전목진은 선두에 가는 무관을 보고 말을 

하였다. 

"이길은 난주로 가는 길이 아니지 않소.?"

무관은 고개를 돌려서 전목진을 보며 씨익 웃었다. 

"내가 길도 모르는 사람 같소.?"

"그게 아니라 길이 이상해서 그런 것이오."

"이 길은 지름길이오."

그말에 전목진은 말고삐를 잡았다. 그리고 입을 꽉 다물고 눈에서 빛을 토

해내었다. 황토지대에서는 지름길이 없었다. 성과 성사이는 거의 직선으로 

연결이 되다 시피해 있었다.  따라서 중원의 다른 지역처럼 가로 지른다거

나 험로를 넘어서 길을 단축해 간다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이 되지 않았다. 

전목진이 말머리를 돌리자 무관의  손이 장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전목

진을 향해 내려쳤다. 그것을  신호로 관병들이 일제히 말머리를 돌려서 상

단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전목진은 도를 뽑아 들고 무관의 공격을 막았

다. 차차창 불꽃이 튀었다. 전목진이 놀라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이게 무슨 짖이오?"

"하하하 아직도 우리를 관병으로 생각하나?"

무관은 통쾌하게 웃으며 말을  뒤로 빼었다. 그러자 십여명의 관병들이 전

목진을 공격해 들어갔다. 상단에 있던 표사들과 보표들도 병장기를 빼들고 

관병으로 위장한 마적단과 싸우기 시작했다. 두두두 두두두 사방에서 말발

굽 소리가 요란히 울려오기 시작했다. 

/////////////////////////

일주일에 한편씩  올리니까 참 썰렁하네요. 그러나  지금은 글을 순서대로 

쓰지 못하고 거꾸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자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 청

룡장의 마지막장면 다음 프롤로그라고  하나 에필로그라고 하나 아무튼 후

기를 끝내 놓았습니다. 글구 하루에 한 두줄쓰는게 다라우. 

주말에는 여기저기 모임가구 산에 가구 으와 정말 시간없다. 

연애두 해야 되는디... 

혹시 나 구해줄 여협 업슈?  

             청룡장주 석공 유재용 배상.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