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을 오래 보고 있으면 그 빛의 반사에 의해서 눈(目)이 실명을 한
다. 설맹(雪盲)이라고 하지. 잠깐 보는 거야 아무런 상관이 없네. 그러나
반나절 정도 보면 눈이 머는데 이 정도면 일주일 정도면 돌아 오지. 하지
만 우리는 난주까지 가야 하네. 이런 눈이라면 보름정도 걸릴꺼야. 보름동
안 이렇게 간다면 필시 실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선두에서 한시진마다 사
람을 바꾸어서 인도를 하게 될걸세. 자네는 이걸로 눈을 가리고 계속 따라
오게. 그리고 한시진 마다 한번씩은 눈을 떠서 주위의 경물을 익혀두게.
이 일대에는 마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까 언제 손을 써야 할지 모르거
든. 갑자기 눈을 떠서 이 설경을 보아도 잠시 눈이 머니까. 후후후 그 잠
시의 의미는 잘 알겠지"
그는 천을 쥐어주고 뒤의 사람에게 다가갔다. 한상귀는 다른 이들을 바라
보았다. 그들은 말에서 썰매를 꺼내서 짐을 썰매에 다 실었다. 그리고 말
들이 그것을 끌게 했다. 그 썰매에는 뒷말의 고삐에서 연결한 줄을 묵었
다. 그 줄이야 말로 생명 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잠시
주위를 둘러 보고 검은 천으로 눈을 가렸다. 이런 경치는 두 번다시 보기
힘든 것이지만 자신은 지금 임무수행을 위해서 길을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한눈을 팔 사이가 없는 것이었다.
"출발"
그런 소리가 들리고 수백명의 상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서 나아가
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을 막고 있는 것은 이 눈만이 아니었다. 이 일대는
마적단들이 활개를 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들중에서 아무도 주저하는 자
는 없었다. 눈 때문에 길이 막힌 난주와 그 너머의 서북지방에서는 지금
이들이 가져 가는 물건들이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일
찍 도착을 해서 물건을 팔면 몇십배의 이문을 남길 수 있었다. 상인들은
단 일전의 이문이라도 있다면 지옥이라도 뛰어 드는 인간들이었다. 한상귀
는 그런 상인들을 보며 조금씩 감탄을 해가고 있었다.
해가 뜨자 한상귀는 설맹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햐얀 눈밭에서 반사
되는 빛은 매우 부셨다.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하늘에
는 구름이 떠가도 땅에는 그림자 하나 생기기 않았다. 말들은 아예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한상귀는 가끔 눈을 떠서 앞과 대오가 일치한
가 확인을 했다. 앞 썰매와 말 고삐를 연결했기 때문에 떨어질 이유는 없
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있을 지 모를 일을 대비해야 했다.
한상귀는 앞서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아삼이 자신을 보표
로 삼아서 돈을 더 챙기긴 했지만 길안내자는 확실이 붙여 준 것 같았다.
아마 자신 혼자서 왔다면 많은 어려움이있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제법 지체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
다. 그것은 한상귀가 가장 바라는 일이었다. 이곳에는 그럴싸한 이정표나
강남처럼 관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드넒은 평원에 사람들이
라고는 오직 이 상단의 단원들 뿐이었다. 이렇게 눈밖에 보이지 않는 평원
에서 세영표국의 길잡이들은 신통하게 마을들을 찾아 내었다. 밤이라면 별
이라도 보고 위치를 선정한다지만 이런 대낮에 찾아 내는 것을 보면 참으
로 용했다. 하기사 이런 일로 밥을 먹고 사는 이들이니 그런 실력은 있어
야겠지만 말이다.
'이런곳이 지상에 또 있을 수 있을까'
한상귀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가 이곳보다 더 심한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다. 밤이 되면 일행은 어김없이 마을로
들어갔다. 밤에 눈으로 뒤덥힌 벌판에서 야영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였
다. 그렇기 때문에 그날 하루의 이동거리도 마을간의 간격에 따라서 달라
졌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가면 우선 동상 검사부터 했다. 백랑 진목생은
자기가 데려온 표사는 물론 개별적으로 고용한 보표와 상인들까지 동상유
무를 검사했다. 춥다고 난리를 치는 상인들을 잡아서 발을 벗긴 뒤 물기
하나 없이 천으로 닦게 하였다. 한상귀는 그들이 그렇게 닦는 것을 보고
자신은 스스로 신발을 벗어 발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었다. 눈이 녹으면서
스며든 것이었다. 진목생이 한상귀 옆으로 와서 말을 하였다.
"신발은 잘 말려야하네. 동상은 아무런 감각없이 찾아 오기 때문에 발견하
기 어렵지. 일단 동상에 걸리면 약이 없네. 무림 명가의 열양단이라면 효
과가 있겠지. 그러나 우리 재주로 그런 것을 어떻게 구하겠나."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한상귀는 품안에 있는 옥병을 잠시 만지작 거
렸다. 천하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양기를 극대화 시켜주는 약이었다. 장에
서 나온 확실한 물건이었다. 이거라면 동사직전의 사람도 구할 수 있을 것
이었다. 그러나 그런데 쓸게 아니었다. 진목생은 한상귀가 스스로 닦는 것
을 보고 다른 이들에게 갔다.
사람을 닦으며 말도 관찰을 하였다. 삶은 콩을 주식으로 가득 차려 주었
다. 한상귀는 그것을 보고 방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객점이 없어서 민가를
수십채 빌렸다. 그래서 한방에 십여명씩 끼워서 자야 했다. 모두들 잘 닦
지 않아서 그런지 냄새가 심했다. 사실 이들이 닦을려면 수십동이의 물을
끓여야 했는데 그 물이 다 끓을려면 두시진정도가 걸렸다. 그 시간이면 밀
린 잠을 자두는 것이 낳을 것이었다. 한상귀는 문을 닫고 나왔다. 지금 눈
을 감아 보았자 잠도 오지 않을 것이 뻔했다. 밤바람은 매서웠다. 한상귀
가 몸을 움츠리고 집마당에서 서 있자 진목생이 다가왔다.
"이야기 좀 할까"
진목생을 본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였다.
"뭐요"
진목생은 헛기침을 했다.
"다른게 아니고"
ㅊ 진목생의 손이 벌려지며 한상귀를 찍어갔다. 한상귀는 눈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양 발을 차올렷다. 타타탁 한상귀의 발이 진목생 양손을 쳐
내었다. 그리고 한상귀의 몸이 뒤집히면서 상체가 밑으로 내려갔다. 한상
귀는 검집으로 진목생의 양다리를 쳐갔다. 진목생은 깜짝놀라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런 수법은 격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상귀는 저멀리
서서 진목생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나를 마적단의 일원으로 생각한고 공격한거라면 용서해 주겠소. 표국주는
그 정도는 생각을 해야 하니까. 나는 마적단의 일원이 아니니 더 귀찮게
하지 마시오."
"음"
진목생은 나직한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한상귀는 그런 진목생을 보며 말을
하였다.
"내가 마적단주였다면 나같이 살기가 짙은 녀석을 정탐꾼으로 보내지는 않
았을 것이오."
"알겠네"
진목생은 포권을 취하고 몸을 돌렸다. 한상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몸을 한번 털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이미 발디딜 틈도 없었다.
한상귀는 맨구석에 난 자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쭈그려 앉아서 몸을 오그
리고 팔로 무릅을 감쌓안았다. 그리고 얼굴을 양 무릅 사이에 파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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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이 자식아"
작은 몽둥이가 꼬마의 몸을 사정 없이 내려쳤다. 꼬마는 구석으로 몸을 물
렸다. 꼬마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꼬마는 구석진
곳에서 몸을 오그리고 앉아서 팔로 무릅을 감싸고 얼굴을 양 무릅 사이에
파 묻었다. 이렇게 하면 등과 얼굴과 배는 맞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얼굴
은 필사적으로 맞지 않으려고 했다. 얼굴에 상처가 나면 자기 아버지와 어
머니가 자신을 몰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몽둥
이를 들고 꼬마를 때리는 것은 이십대의 아줌마였다. 아줌마가 자기를 때
리는 이유는 없었다. 아니 언제인가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난 여기 있는 사내들에게 맞는 만큼 널 때릴꺼야. 너도 사내니까. 여기
있는 사내놈들중 한놈의 자식이니까 맞아도 싸"
그게 이유였다. 그러나 꼬마는 그녀가 한 말에서 한가지 희망을 발견했다.
최소한 자기 아버지는 여기 있는 사내 놈들 중 한명이었다. 지금은 자신을
몰라 보겠지만 자신이 커서 얼굴이 제대로 갖추어 지면 자신과 닮은 아비
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굴을 다쳐서는 안 되었다.
꼬마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몸안으로 파묻었다. 그위에 내려쳐지는 몽둥이
는 그 속도와 강도를 더해갔다. 여인은 꼬마를 때리면서 두눈을 점점 벌겋
게 물들였고 입가에는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툭. 한명이 한상귀의 어깨를 쳤다. 한상귀는 고개를 들어서 그를 바라보았
다. 그는 한상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한상귀의 눈가에 어려 있던
새파란 광망을 보지 못했다.
"빨리 나와 출발할 시간이야"
한상귀는 눈을 감고 머리를 한번 털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눈가에 어렸던 살기가 깊숙히 가라앉았다. 한상귀는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서 우드득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한상귀는 쭈구린 모습으로 밤
새 잠을 잔 것이었다.
오늘도 전날과 같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눈 뿐이었다. 한상귀도 이제는
눈을 보는 것이 지쳐 있었다. 아주 오랜시간을 걸은 것 같은데도 늘 제자
리 같았다. 그곳이 그곳 같았고 간데를 또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도 앞 사람은 꾸준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상귀도 그들을 뒤따라 갈뿐
이었다.
"정지"
앞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말들과 사람들이 모두 천천히 멈추었다. 그리고
앞에서 붉은 깃발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보표들을 부르는 신호
였다. 한상귀는 눈위를성큼 성큼 걸어서 나아갔다. 설피화를 신고 있었는
데도 눈은 정강이까지 빠지고 있었다. 설피화를 신지 않았다면 눈은 무릅
위까지 빠졌을 것이었다. 한상귀가 일행의 선두까지 간 것은 꽤 오랜 시간
이 걸려서 였다. 아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을 했다. 표행이 멈춘
선두에는 눈이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눈아래 얼어 죽어 있는 사람들의
시신이 있었다.
빳빳하게 언 몸과 파랗게 뜬 얼굴이 이미 죽은 자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표사들은 눈을 더 치웠다. 시체들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척 전목
진은 시체들의 상처를 살폈다. 목언저리에 검이나 도로 베인 상처들이 보
였다. 전목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전목진은 저쪽에 서 있는 이들에게
갔다. 그들은 이 상단의 대표들이었다. 한상귀는 그 도흔을 바라보았다.
상처가 난 부위가 많이 일어나 있었다. 이것은 일류고수의 솜씨는 분명 아
니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위가 그어져 있었다. 이는 도검을 많이 만져보
고 많은 사람을 죽여본 자의 솜씨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한상귀는 시신
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서북변경에는 마적단이 들끌는 다더니 사실이었군. 이정도 솜씨를 가진자
들이 졸개들이라면 흠 힘들겠군'
한상귀는 고개를 들어서 전목진을 바라보았다. 전목진은 홀로 서 있었고
상인들은 다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뒤에 한 상인이
전목진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전목진은 표사들과 보표들을 보며 소리쳤
다.
"모두 정위치 출발한다."
시체들은 그냥 그 자리에 놔두어졌다. 일행은 눈으로도 다시 덥어주지 않
아서 그냥 차가운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들 있었다. 상단은 이들을 눈으로
나마 덥어줄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었다. 자신들도 언제 저런 꼴이 되어서
눈위에서 뒹굴지 모르는 일이었다. 스스스 눈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것
은 눈이 땅에서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것 같았다. 바닦에 있던 눈이 바람에
휩쓸여 십여장씩 올라가며 이들의 앞을 가렸다. 이들은 다시 눈에 검은 천
을 뒤집어 쓰고 길을 나아갔다. 그덕분에 시체들이 조금씩 덥혀 가기 시작
했다.
한참을 걸어가자 한상귀 옆으로 전목진이 다가왔다. 그는 천에 걸리는 탁
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자네 몫으로 은자 열냥을 더 받았네."
"후 마적단을 핑계로 값을올렸구료."
"핑계가 아니야. 그녀석들은 요즘 극성인 월랑대야. 이놈들은 말이 안통
해. 그리고 자네 같은 고수에게 은자 열냥은 너무 싼거지. 그 녀석들이 나
타나면 자네가 힘좀 써주게. 여기 표사와 보표가 칠십명이지만 믿을 만한
친구는 서넛밖에 없어. 부탁이네. 나도 난주에 가면 먹여 살려야될 가족들
많네."
한상귀는 전목진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목진의 눈은 매우 빛나고 있었다.
한상귀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했다.
"혹시 활 있소?"
"물론 있네 철궁인데 쓸 수 있겠나?"
"물론이오."
전목진이 가져다준 궁은 철궁이었다. 한상귀가 쓰던 단궁보다 배는 커 보
이는 활이었다. 화살도 배는 길어 보였다. 활의 크기가 사람 무릅에서 머
리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화살의 크기도 그랬다. 화살은 철로 된 철시였
다. 이런 변방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철시였다. 한상귀는 길을 가면서 빈활
로 몇번 당겨보았다. 당겨지는 힘이 느껴졌다.
'연사하기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먼거리를 쏘는데는 본장의 단궁보다 낳겠
구나. 하기사 본장의 단궁은 처음부터 단병접전에 능한 외구들을 상대로
개발된것이고 장거리는 쇠노를 사용하니 철궁을 쓰지 않았지. 그러나 이런
벌판이라면 철궁을 써야 할 것이다. 단궁은 거리가 ㅉ아서 안되고 쇠노는
움직이기 힘드니 큰 도움이 안되겠지.'
한상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몇번 튕겨보고 등에 찼다. 그날은 쉬지않고 행
군을 했기 때문에 일찍 다음 마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힘이 들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자 모두들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도 변함없은 하루였다. 보이는 것은 오직 눈뿐이었다. 그리고 파아
란 하늘. 한상귀는 걸으며 생각에 잠기었다.
'이렇게 며칠만 더지나면 정상인 사람도 미치고 말 것이다. 보이는 것은
오직 하얀 눈뿐. 나라면 다시는 이런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한상귀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약간 높은 구
릉이 좌우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강북의 산악지대에 비하면 구릉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이 황토지대에서는 산이라고 불리울만한 곳이었다.
한상귀는 그 구릉을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매복해 있기 딱 좋은 곳이군. 오랜만에 피맛을 좀 볼 수 있겠군'
한상귀는 전신의 피가 빠르게 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몸이 훈훈해 지는
것도 느꼈다. 장갑을 낀 손을 주물럭 거렸다. 활을 잘쏘기 위해서는 맨손
으로 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추위에 살갖을 노출한다는 것은 동상에 걸리
겠다는 말이었다. 한상귀는 품에서 작은 옥병을 꺼내 들었다. 그 옥병에서
작은 환약을 꺼냈다. 양기를 키워주는 소양단으로 장안에서 거금을 주고
구입한 것이었다. 한상귀는 환약을 입에 넣었다. 입안이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해져 왔다.
'크 본장의 소양단에 비하면 형편없군'
그러나 한상귀는 그것을 꿀꺽 삼켰다. 지금은 그 한알의 소양단이 자신의
손이 동상에 걸리는 것을 막아 줄 것이었다. 한상귀의 예측대로 구릉 좌우
에서 햐안 눈이 거두어 지고 그 밑에서 수십명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리
고 정면에서도 말을 탄 오십여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두들 눈만 내놓
고 푸대자루로 뒤집어 쓴 듯한 복장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종 병장기
를 휴대하고 있었다. 말다리의 삼분지 일이 눈에 잠겨져 있어서 말위에 탄
사람들의 발 바로 밑에 눈이 있을 정도였다. 한상귀는 앞에서 한명이 나서
는 것을 보았다. 협상을 위해서 가는 전목진이었다.
한상귀는 고개를 저었다. 장갑을 벗고 화살에 시위를 메겼다. 한상귀는 적
의 포진에서 이 상대를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읽어 내었던 것이었다. 피잉
화살은 사십여장을 날아가 말위에 있는 한 명의 목을 꾀뚤었다. 컥하는 소
리와 함께 그는 목을 부여잡고 옆으로 쓰러졌다. 풀썩 눈속에 파뭇혀서 그
의 손목만 눈위로 나타났다. 마적단은 함성을 지르며 말을 달려왔다. 그러
자 좌우 능선에서 마적단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내려왔다. 이쪽에서도
표사들과 보표들이 병장기를 빼들었다. 한상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어
렸다.
'이런 눈밭에서 말을 타고 공격을 해오다니 미쳤군'
그랬다. 말이 움직이는 속도는 사람이 눈위를 걸어 다니는 속도보다 낳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하북의 마적단은 일생의 대부분을 말위에서 살았다.
그래서 많은 인원들이 다리가 휘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육지에서 뛰어 다니는 것이 불편하였다. 한상귀는 천천히 달려오는 아니
기어오는 듯한 마적단을 향해서 화살을 연달아 날렸다. 한 대의 화살에 한
명이 목을 움켜쥐고 나뒹굴었다. 정면에서 달려오는 십여명의 마적단을 말
위에서 떨어 뜨리자 한상귀의 활시위는 좌측 능선을 향했다.
피피핑 화살이 연달아 쏘아지고 그들도 화살에 맞아 굴러내려왔다. 데굴데
굴 그들은 굴러오면서 둥근 눈덩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날아오는 화살
을 본 그들은 병장기를 휘두르며 화살을 막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느린
도검으로는 화살을 막을 수 없었다. 몸을 이리저리 굴려서 피하려고 해도
무릅안까지 차오르는 눈이 걸리적 거려서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공격하라"
전목진의 말에 표사들과 보표들도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들도 눈위
에서 바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에는 답설무흔이라는 경공을 쓸 만
한 고수가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릅까지 푹푹빠지는 눈밭위로 표사
들과 보표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달려가는 모습은 꼭 오리들이 뒤뚱거리
며 몰려가는 것 같았다. 한상귀도 장검을 빼들었다. 혼전이 벌어지면서 활
을 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탓 한상귀는 말등을 차고 날아 올랐다. 줄
줄이 이어진 말안장을 차면서 순식간에 맨 앞 격전장으로 날아갔다. 상인
들은 뒤로 뒤뚱이며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몇 명의 보표들이 병
장기를 빼들고 호위를 하고 있었다.
"이야합"
한상귀는 기합성을 터뜨리며 몇장을 새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격전장까지
는 이십여장이 넘었다. 그곳까지는 날아 갈 수는 없었다. 푸욱 한쪽발이
눈밭위로 떨어졌다. 좌우에서 마적단원들이 한상귀를 보고 이를 갈면서 달
려오고 있었다. 한상귀의 몸이 움츠려들면서 눈속으로 목까지 파뭇혔다.
마적단원들은 한상귀의 삼장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파아악 한상귀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단숨에 삼장을 격하여 날아가 마적단원들
을 베었다. 촤촤촤 눈발과 함께 검광이 허공에 수를 놓았다.
마적단원들은 병장기를 휘두르며 한상귀의 검을 막아갔다. 그러나 한상귀
의 검은 연검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뱀처럼 한 마적의 병장기를 타고 들
어오며 목 언저리를 그었다. 목젓의 좌우에는 대동맥이 지나갔다. 그래서
그곳이 베어지면 강한 압력에 의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다른
곳도 피가 솟구치지만 이곳은 압력이 커서 더 심하였다. 촤아아 피가 수막
을 만들며 눈위에 뿌려졌다. 한명의 마적이 눈밭에 누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붉게 물들어가며 녹아 내리는 눈 구덩이만 자리하
고 있었다. 좌우에 있던 이들이 몸을 돌렸다. 한상귀는 이미 눈위에 내려
선 뒤 다시 솟구치고 있었다. 마적들은 고함을 치면서 병장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중앙이 뚤린 뒤라 이들의 공세에는 헛점이 드러나 있었다. 촤촤ㅊ
두명의 마적이 다시 목언저리가 잘리며 피막을 형성하며 쓰러졌다. 한상귀
는 땅에 떨어지면서 검으로 눈을 ㅎ었다. 파파파 눈이 사방으로 튀면서 마
적단원들이 눈앞을 가렸다. 그 사이 한상귀는 한명의 머리위로 뛰어 올라
머리통을 발로 밞아 버렸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마적의 신영이 흐믈흐믈 무너졌다. 그 탄력으로
한상귀는 한쪽으로 몸을 날려서 두명의 머리를 칼로 수박자르듯이 베어 버
렸다. 퍽퍽 두명이 다시 쓰러졌다. 한상귀는 눈위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았
다. 자기 주위에 있는 마적들은 병장기를 집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정면에
서는 수십여명의 표사들과 마적단원들이 어우려저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두명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둘다 눈만 내놓고
있어서 얼굴은 알아 볼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명은 전목진이라는 것을 어
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한상귀는 눈을 헤치며 걸어 나갔다. 저쪽에
있는 이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뿜어져 나온 피가 눈위
에서 얼어붙어 붉은 빙판이 그들의 발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엇다.
전목진은 도를 휘두르며 상대와 맛서고 있었다. 상대도 역시 환도를 휘두
르며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이들은 혼전중에도 말 위에서 내리지 않고 있
었다. 그래서 표사들은 위를 바라보며 싸워야 했다. 그러나 눈속이라 말들
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서 기마위에 있는 이들도 큰 이득을 보지는 못
했다. 핑핑핑 몇줄기 빗살이 사람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히히힝 히
히힝 말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며 말들이 쓰러져갔다. 말들이 쓰러지자 말위
에 있던 마적들은 같이 넘어지지 ㅇ기 위해서 풀쩍 뛰었다. 마적들이 눈밭
위에 서자 그 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이동이 줄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투력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였다. 한
상귀는 비도를 계속 날려서 말들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눈에에 내려선 이
들에게 다가가 일검씩 선사했다. 그들도 병장기를 휘두르며 맛섰지만 한상
귀의 쾨검을 막아 내지는 못했다. 한상귀는눈위였지만 경신공부가 뛰어나
다른 이들보다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특히 삼장정도 거리를 두면 땅
을 박차고 눈위로 날아가 일격게 상대의 몸을 갈라 버리는 수법은 매우 뛰
어났다. 적들은 한상귀 같은 경공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눈속에서
뛰어야 일이장이었다.
또한 일장이 넘게 떨어져 있으면 이동상의 제약때문에 돕거나 호응을 하기
가 곤란하였다. 이런 점들은 한상귀에게 모두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한상
귀로서는 다른 이들의 협공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각개격파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상귀의 검에 십여명의 마적들이 다시 죽어나가자 한명이 소
리쳤다.
"도망쳐라"
그말에 곳곳에서 싸우던 마적들은 몸을 돌려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한
상귀는 등에서 활을 꺼내들어서 도주하는 이들의 등에 화살을 쏘아대기 시
작했다. 퍽 퍽 퍽 화살들은 어김없이 그들의 등판에 꽃혀들어갔다. 그리고
눈속으로 쓰러졌다. 한번 쓰러진 인영은 눈속에 파묻혀서 그 모습이 보이
지 않았다. 눈위에 상체를 드러낸 이들이 화살 한 대를 맞고 눈속으로 사
라지는 모습은 재미있기까지도 했다. 한상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사냥
을 하듯이 화살을 놓았다. 한상귀는 옆에서 쏘아지는 살기를 느끼고 활대
를 휘두르며 막았다. 따당 철궁과 장도가 부딧치며 불꽃이 뛰었다. 장도를
들고 있는 이는 전목진이었다. 그의 두 눈은 불타 오르고 있었다. 한상귀
는 히죽 웃었다.
"왜 그러시오."
"네가 활을 쏘았기 때문에 우리 표사 열네명이 죽고 일곱명이 부상을 당했
다. 저들은 협상을 원했어."
그말에 한상귀는 냉소를 지엇다.
"흥 내가 활을 쏘지 않았다면 여기서 모두 전멸을 했을 것이오. 좌우 능선
을 제압하고 정면에서 기마를 포진하는 것은 우리를 섬멸하겠다는 의지요.
우리가 좀더 가까이 같다면 전멸을 당했을 것이오."
한상귀는 그렇게 말을 하고 고개를 돌려서 한쪽에 서 있는 상인들을 바라
보았다.
"그보다 밤이 오기전에 이동을 해야하는거 아니오. 싸움은 나중에 해도 되
지 않겠소."
한상귀의 말에 전목진은 몸을 돌렸다. 한상귀의 말대로 지금은 서로 싸움
을 할 때가 아니었다. 다음 마을까지 최대한 빨리 도착을 해야 했다. 이대
로 밤을 맞이 한다면 모두 얼어 죽을 수 밖어 없는 것이었다. 표사들의 시
체는 짐위에 실려졌다. 상인 몇명이 버리고 가자고 했다가 전목진이 표행
을 맞지 않는 한이 있어도 시체는 가지고 가겠다는 말에 물러섯다 끄떡였
다. 그날은 한밤중에 되어서야 일행은 다음 마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늦은 밤중이었지만 전목진은 표사들의 발을 검사하고서야 잠을 재웠다.
이제 난주까지는 백오십여리정도 남은 상태였다. 이런 눈길이 계속 된다면
사흘정도는 걸리는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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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대모다. 음 대모 음 대모 앗 옛날에 본 만화책 제목이 생각난다.
그때도 대모였는데 음 그거하구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
맨 처음에 대화방에서 대모한다구 그래서 무림동의 고수들이 드디어 거사
를 일으키는 줄 알았다. 그러서 완전무장을 하구(치약하구 손수건하구 라
이타 하구 담바구하구. 작은 철봉하나 하구 비상식량 사흘치하구) 갈 생각
이었다. 그런데 그런게 아니라구 하였다. 그때 참 썰렁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흠 또 새로운 분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누가
나처럼 완전무장을 하고 올 생각을 했을까.
청룡장주 석공 유재용 배상
음 이름이 길어 지니까 이상하다. 글적 글적 왜 이상할까? 나는 가끔 바보
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어떤 오리가 엄마 오리보구 엄마 나 오리맞아?
그랬다는 말이 있다.
나는 진정한 바보를 만나서 나 바보맞아? 하구 물어 보고 싶다.
어느 시대나 바보 로 사는 게 편하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알구있다. 나
는 지금 마음 편하게 살고 있으니 바보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가
끔 내가 바보인가 하고 의문을 가져본다. 쥐뿔도 없는게 바보로 살기를 거
부하니 난 참 바보인가 보다. 편한 길을 놔두고 길을 만들며 가려하니 나
는 참 바보인가 부다.
나 바보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