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매우 좁고 지저분했다. 골목 곳곳에는 거적들을 뒤집어 쓴 이들이
눈만 반짝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몰골은 형편이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이런 골목
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한상귀는 두 번째 이 골목을 찾지만
매번 그 눈빛에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놀라는 표정을 짖지는 않았다. 한
상귀가 한 벽에 가서 그 벽을 두 번 두들겼다. 그러자 작은 창이 열리고
두 개의 눈이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창이 닫히고 밑에서 쪽문이 나왔다.
사람이 기어서 들어갈 정도로 낮고 좁은 문이었다. 한상귀는 그곳을 기어
들어갔다. 머리부터 디밀어야 했기 때문에 문 반대편에서 살심을 먹는다면
단칼에 목을 벨수도 있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문을 통과하고 소매와 무릅
에 묻은 흙을 털어 내었다. 그곳에서 칼을 들고 있던 이는 턱짓을 했다.
한상귀는 그의 턱짓에 따라 난 석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 석굴에서 한명의
중년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매우 평범하게 생긴 인물이었다. 한상귀는
살짝 몸을 돌려서 그가 지나 갈수 있게 비켜주었다. 그러자 그 중년인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가 지나가고 한상귀는 고개를
돌려서 그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 그의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림인들은 사람의 얼굴과 특징을 잘 기억했다. 강호에서는 사람을 잘 알
아 보지 못하면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실수는
자신은 물론 조직에 큰 타격을 줄수도 있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그런 방면
에서 특수훈련을 받았었다. 그래서 강호명숙들의 특징을 대부분 알고 있었
다. 그리고 처음 본 사람이라도 어느정도의 얼굴 특징은 잡아 낼수 있었
다. 그러나 방금 그를 스쳐 지나간 중년인의 특징은 아무리 해도 잡히지
않았다. 한상귀는 걸음을 떼며 생각을 했다.
'인피면구를 뒤집어 썼나'
그러나 한상귀는 고개를 저었다. 인피면구를 뒤집어 ㅆ다면 인피면구라는
특징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곳 장안은 조사해 볼게 많아.'
그러나 한상귀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임무를 수행할 시간이었다. 의문
을 가지고 처음 본 자를 추적할 시간은 없는 것이었다. 여기는 소주나 항
주가 아니라 장안인 것이었다.
실내에는 작은 유등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탁자를 마주하고 두명이 앉아
있었다. 한명은 한상귀였다. 그 앞에 앉은 이는 유생차림의 중년인이었다.
그는 전에 아삼이라고 이름을 밝혔었다. 물론 그것은 가명이었다. 아삼은
염소수염을 잡아 뽑을 듯이 쓰다듬으면서 말을 했다.
"곤란한 일이 발생했소."
한상귀는 눈을 빛냈다.
"무슨 일이오. 이야기는 이미 끝난거 아니오."
아삼은 고개를 끄떡였다. 한상귀는 며칠전에 장안의 흑도거파를 찾아서 월
경에 대한 일을 놓고 협상을 했었다. 그때 아삼은 은자이십냥을 받고 한
상귀를 월경시켜 주기로 한 것이었다. 한상귀는 단신으로도 월경을 할수
있었지만 시일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가장 빠르고 안전한 흑도 조직을 이
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중원밖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한상귀로서는
중원 밖과 연결된 흑도조직이 가지고 있는 정보도 필요했다. 그리고 최악
의 경우 자신은 흑도조직과 연관된 인물로 낙인 찍히기 위해서 이런 방법
을 택한 것이었다. 한상귀는 아삼을 뚤어저라 바라보았다. 아삼은 한상귀
의 눈빛에 고개를 살짝 돌렷다.
"하서사군 주)에병력이 증강이 되었소. 그래서 지휘체계에 조금 변화가
있엇소. 우리의 뒤를 봐주던 고관들이 잘려져 나갔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
물들이 대치가 되었소."
"그래서 못하겠다는 것이오."
"그것은 아니오. 단지 금액이 조금 올랐다는 것이오. 이번에 온자들은 전
에 온자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소."
"그것은 내 사정이 아니지 않소."
한상귀는 그렇게 말을 하고 아삼을 바라보았다. 한상귀의 눈 때문인지 불
꽃의 심지가 순간적으로 타올랐다가 줄어들었다.
"아형 나도 이바닥에서 굴러먹을 만큼 굴러 먹은 인물이오. 이런식으로 값
을 올려 받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서로같은 길을 걷는 이들끼리 얼굴
을 붉히지 맙시다."
"나도 한번 이루어진 거래를 파기하고 다시 거래를 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
소. 그러나 이번만은 어쩔수 없소. 거래를 원하지 않겠다면 이미 지불한
금액은 돌려 주겠소. 그 금액으로는 도저히 월경을 시켜 드릴수가 없소."
한상귀는 아삼을 바라보았다. 아삼도지지 않고 한상귀를 바라보았다. 한상
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얼마면 되겠소."
"열냥 더"
한상귀는 품에서 은원보 열냥짜리 한 개를 꺼내서 그 앞에 밀었다.
"아형 나는 거래를 확실하게 하는 놈이오. 내 말뜻을 알겠지요."
아삼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말을 하였다.
"무위에 가서 상씨형제를 찾으시오. 이것은 그곳까지 가는데 필요한 여행
증명서와 신분증이오. 모두 진본이오. 동행도 구해 놓았소."
한상귀는 아삼이 내민 서류들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것을 품안에 너
으며 말을 하였다.
"다시 보지 맙시다."
"동감이오."
아삼은 씨익 웃었다. 한상귀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그렇지만 아삼은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한상귀의 어색한 미소
는 아무나 지을 수 있는 미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미소는 살인자의
미소였다. 포두나 백도고수들은 그런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
삼은 이번에도 거래를 잘 성공을 시켰다고 생각을 했다.
길거리로 나온 한상귀는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추운지 모
두들 바삐 걸어다니고 있었다. 한상귀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이제 무위
까지 가면 되는 것이었다. 우선은 난주까지가서 다시 그곳에서 무위로 길
을 떠나야 했다. 그전에 한상귀는 할 일없이 걷고 싶었다. 철이 들고서부
터, 아니 철이 들기도 전에 검이 무언지 알아야 했다. 그때부터 한상귀는
단 한순간도 쉬어 본적이 없었다. 늘 그날의 공포가 자신의 삶을 지배했
다. 그가 무공에 미치도록 매달린 것도 검을 뽑으면 피를 보는 것도 그날
의 공포를 잊기 위해서였다.
한상귀가 이렇게 마른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상귀는
잠을 거의 자지 않았다. 잠은 그에게 있어서 숙면이 아니라 공포의 산실이
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살 확률이 희박한 일을 하러 떠나야 했다.
그것이 한상귀의 팽팽했던 긴장을 약간 느슨하게 만들었다. 한상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훗하는 실소를 터뜨렸다.
'겁나나. 나는 언제나 죽음을 옆에 끼고 살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툭 한상귀는 누가 자신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한상귀의 손
이 뒤로 뻣어가며 자신의 어깨를 치고간 사내의 손목을 잡았다. 그 사내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한상귀의 눈과 마주ㅊ다. 사내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상귀의 눈은 광기로 번득이고 있었다. 새하얀 눈자위에 검
은 동공 그리고 그 동공의 심연에서 뿜어저 나오는 살기. 순간 사내는 학
질이 걸린 사람처럼 벌벌 떨기 시작했다. 한상귀의 손에 잡힌 손은 시커멓
게 죽어가고 있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한상귀는 손
을 놓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상귀 옆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 사내는 계속해서 몸을 떨고 있었다.
장포두는 책자를 넘겨 보았다. 알수 없는 글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들의 말로는 코란(성전<聖典>)이라고 하는 책이었다. 포쾨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을 하였다.
"그 녀석들 모두 실토를 했습니다. 회교에서는 손을 뗀지 오래고 지금은
흑도의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희의 생각이 기우 였던 모
양입니다. 회교의 옥(회교의 옥이라는 것은 건문 원년<1399년> 혹세무민의
죄목으로 회교도 10만명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이 있은 이후로 회교도
들은 개종을 했거나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더 이상의 수색은 의미가
없습니다."
포쾨의 말에 장포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책자가 폐가에서 무더기로 발견이 되었는데도 이상하지 않단 말이냐."
포쾨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 말로는 그 중원회교도들이 쓰던 성전은 세외에서 고가에 팔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순례자의 영혼이 깃든 증표라나 어쨌다나 하면서요. 게다
가 지금은 위에서 장안전장을 턴 자들을 잡으라고 난리가 아니지 않습니
까. 더 이상 여기에 빼 쓸 포쾨들이 없습니다."
장포두는 고개를 끄떡였다. 포쾨는 장포두를 보며 말을 했다.
"그 녀석을 한번 족쳐 볼까요. 뭔가 큰게 나올 것 같은데"
포쾨의 말에 장포두는 피식 웃었다. 그 녀석이라는 것은 오늘 초저녁에 본
그 냉막한 인상의 청년을 말하는 것이었다. 장포두는 고개를 저었다.
"그자가 내일 떠난다고 했으니 그냥 놔두는게 좋아. 그럼 이건은 잠시 보
류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
지하동굴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 동굴을 따라 들어가면 너른 지하 광
장이 나왔다. 그 지하광장에는 수십개의 횟불들이 타오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장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서
서 되풀이 하며 무릎을 ㄲ고 경배를 하고 있었다 .똑바로 섰다가 무릎을
ㄱ혀서 앞머리를 숙여서 바닥에 밀착을 시켰다. 그리고 끊임없이 알 수 없
는 말을 중얼거렸다. 이들은 시를 낭송하듯이 운율을 가지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선두에서 절을 하는 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한어로 말을 하고 있
었다. 그러나 그 운율은 다른 이들과 같았다.
"무한이 자비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 만물의 창조주이신 알라를 경배하
라. 자비롭고 풍성하신 그 분은 마지막 심판의 구주이시다. 그에게 경배하
고 간구하라. 그가 올바른 길로 이끄시고 이 길을 따르는 자에게 한 없는
은총을 주시리라. 이를 거스르는 자에게는 진노와 패망이 있으리라."주1)
회교도들이 아랍어만으로는 포교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었을 것이었다.
따라서 이렇게 암송을 하게 하고 다른 이가 뜻을 풀어 주었을 가능성이 다
분히 있었다. 암송과 절이 끝나자 모두들 자세를 바로하고 앉았다. 선두에
서 절을 하던 이가 몸을 돌려 단상에 올랐다. 그는 얼굴에 아무런 특징도
드러나지 않는 그 중년인이었다. 그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하였다.
"환한 대낮이나 어두운 밤에도 그 분은 결코 우리를 저버리시거나 외면하
지 않으신다. 이후로는 분명 과거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은총이 있는 것이
며, 결국 충만하심으로 인하여 만족을 얻게 될 것이다. 고아와 같은 자에
게 집을 주시지 않겠는가? 그릇된 자를 인도 하시고 빈궁한 자를 풍요케
하시지 않겠는가?"(93:1-8)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중인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죄를 범한 사람은 스스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잘못을 범한
사람은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4:111 10:103) 태양이 힘을
잃고 별들이 사라지며 산들이 요동하여 흔들리게 될 때 또한 바다가 끓어
오를 때 그데서야 모든 영혼들이 그날의 이름을 깨달은 것이다.(81장) 우
리는 그 사람의 목에 모든 행실을 걸어 놓고소 마지막 날이 이르면 그 앞
에서 모든 결과를 열어 보게 될 것이다.(17:13)"
그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형제들이어 이제 때가 가까워 오고 있노라. 서쪽에서 알라신의 성군들이
무지에 잠들어 있는 중원을 깨우기 위해서 올 것이다. 우리는 그때를 준비
해야 한다. 이제 지하드가 시작될 때가 되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들 일제히 외ㅊ다.
"지하드 지하드(聖戰)"
척 중년인이 손을 들자 모든 함성이 일제히 멈추었다.
"알라시여 당신 같은 분은 없습니다. 당신의 선지자는 모하메드(마호메드
라고도 함)입니다."
그러자 모두들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알라시여 당신 같은 분은 없습니다. 당신의 선지자는 모하메드입니다."
중년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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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가 많지 않은 황토지대에 눈이 내렸다. 모두들 몇 년 만의 폭설이라고
도 하고 몇십년 만의 폭설이라고도 했다. 산간 마을은 길이 끊겨 고립이
되었다. 그리고 관도까지 눈에 파묻혀서 길을 갈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
다. 이렇게 내린 눈을 치우기 위해서 성민들은 아침부터 동원이 되었다.
눈을 치워야 물자의 유통이 원활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 각 성민들이 필요
로 하는 식량과 땔감과 옷가지들이 들어올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방으로 보내지는 군수품과 군량로의 확보를 위해서도 눈은 빨리 치워져
야 했다. 요즘들어 심심치 않게 전방으로 병력들이 이동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몇백단위였다. 그러나 그것이 누적이 되어서 지금 전방에 증원된
병력은 근 일만에 달했다. 일만명이 증원이 되었으면 그들이 먹을 군량과
마초 병기 향은(월급)등이 추가로 지원이 되어야 했다.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도가 끊겨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북변경으로 향
하는 관도가 지나가는 현에서는 현령들이 백성들과 관병등을 동원해서 눈
을 치우고 있었다.
그것은 천수지역의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역 관민 수천명도
아침부터 불려나와 눈을 치우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눈을
치운 결과 칠십여리 정도의 길을 치울 수 있었다. 수천명이 치운 것 치고
는 ㅉ은 거리였다. 그러나 그만큼 눈이 많이 내렸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들이 눈을 거의 치우고 집으로 모두 돌아갈때쯤 아직 눈을 치우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눈만 빼꼼히 내놓은채 두터운 옷으로 껴입
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물푸레 나무로 만든 설피화를 주2) 신고 있
었다. 그리고 옆구리에는 말고삐를 팔에 끼어서 끌고 있었다. 수백여필의
말에는 짐들이 바리 바리 실려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긴 보퉁이를 차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것이 병장기라는 것은 누가보아도 알 수 있을 정
도였다. 툭툭 눈을 대충 치운 관도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발에 묻어 있는
눈을 털었다. 그리고 옷에 묻어 있는 눈도 털어 내었다. 등에 긴 보퉁이를
맨 이들 가운데 한명이 눈을 털며 앞서 가는 상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무림인이 아니라 상인들 일 것이다.'
눈만 내 놓고 있는 사내는 한상귀였다. 그는 난주까지 가는 상인들의 보표
로 동행을 하게 아삼이 주선을 해 놓았다. 이 상인들은 검문 검색이 거의
없었다. 이들이 아니라면 서북변방에서 물자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보표도 아무런 검색없이 성을 오갈 수 있었다. 문제는 아삼
이 한상귀를 이곳에 소개 시켜 주면서 소개비와 보표비로 이미 은자 열냥
을 뜯어 갔다는데 있었다. 그것을 안 것은 출발한 다음날이었다. 한상귀는
자신이 철저하게 당했다는 것을 알자 쓴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삼은 한상귀를 월경시켜 주는 대가로 이미 은자 삼십냥을 받아 챙겼다.
거기다 다시 보표비로 은자 열냥을 받아 챙겼으니 사십냥을 남겨 먹은 장
사를 한 것이었다. 꿩먹고 알먹고하는 수를 쓴 것이었다. 어차피 월경을
하는 이들이 다시 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돌아 와서 행폐를
부리면 그들을 처리할 인원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정 안되면 돈을 물어 주
면 되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아삼의 철저함에 쓴 입맛만 다시고 다른 이들
을 따라갔다. 어쨌든 지금은 월경을 하여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중
요했다. 그 뒤의 일은 그때가서 생각을 해도 되는 것이었다.
천수에서 여행 준비로 이틀을 소비한 일행은 새벽녘에 출발 준비를했다.
난주로 가는 길은 황토지대를 가로 질러 가는 것이었다. 이 황토지대는 그
냥 너른 벌판이었다. 간혹가다가 야산이 몇 개 있었으나 대부분 산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작은 산들이었다. 천수성을 나서자 이 너른 벌판에 눈이 가
득 차 있었다. 그래서 보이는 것은 오직 햐얀 눈밖에 없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달빛의 잔영이 남아 있었다. 그 달빛을 받은 눈들이 다시 빛
을 뿜어내고 있었다. 끝이 없이 펼쳐진 설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빛은 오
로라를 만들기도 하였다. 위에서 비추어 지는 달빛과 눈위에서 반사된 빛
이 조화를 이루면서 모든 것에서 서광이 일렁이는 듯 했다.
강남에서만 지내온 한상귀로는 색다른 감흥이었다. 척 한명이 검은 천을
내밀었다. 한상귀는 그를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밖에 내놓은 눈밖에 없
었다. 그러나 그가 이번 표행의 대장이자 난주일대의 유명한 표국인 세영
표국(世英標局)의 국주인 백랑 전목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상귀가
그것을 보며 말을 했다.
"뭐요"
전목진은 두눈가에 웃음을 띄며 말을 했다. 입앞에 천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가 탁하게 들렸다.
"자네 강남에서 왓나?"
한상귀는 속이 뜨끔해졌다. 여기에 자신의종적을 남겨서는 안되는 것이었
다. 일이 잘못될 경우 장에 미칠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상귀는 품속 비도에 손이 갔다. 그는 검은 천을 쥐어 주며 말을 했다.
//////////////////////////////////
주) 하서사군은 무위->장액->주천->돈황을 뜻합니다. 이곳은 하서회랑이라
는 이름의 길이 천여리나 곧게 뻣어 있습니다.(가보지 않아서 사실여부는
모름 아무튼 책에 그렇게 나와있음) 하서회랑은 서북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기련산맥을 남쪽에 끼고 있고 북쪽으로는 고비사막을 끼고 있어서 서
역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임.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사회과
부도를 펼쳐서 동북아시아편을 펴서 난주를 찾으시고 그 옆에 보이는 기련
산맥을 찾아보십시오. 그럼 무웨이(한자로 武威)라고 나온 게보일껍니다.
거기서 돈황까지가 하서회랑이구 하서사군이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주1) 이슬람교도(회교도)들이 매일 암송하는 코란 첫장의 구절이다. 성경
의 주기도문과 같은 것으로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원래 코란은 번
역을 해서는 안되는 책입니다. 따라서 코란이 세계 각국으로 퍼저 나가면
서 그 나라의 글과 말로 바꾸는 것을 금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들 선교사들은 그 나라에 교를 전파하면서 아랍어로 된 코란을
가르치는데 열중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기도문도 아랍어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랍어를 모릅니다. 자료를 구할려고 쬐끔 노력을
했는데 구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부분에 대해서 비판을 하시면 으앙 울꺼야
잉. 말도 한할꺼야 잉. 미워 미워 죽겠어 잉.
그래서 한글로 그냥 올립니다. 그리고 당시 중국의 인구중에 문맹자가 70%
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통계치는 아닙니다. 단지 근대 중국인의 반
수가 글자를 모른 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정도의 문맹이 있지 않았을까 계
산을 해봅니다. 실례로 당시 우리 조선에서는 한글이 보급되기 전에 전 국
민중에서 한자를 아는 이들의 비율을 따져 보면 될껍니다. 당시에는 한 마
을에 양반 몇 명만이 글을 읽고 쓸수 있었습다.
이 청룡장에서 이슬람교(회교)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은 어
떤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폄하하려고 쓴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시대에
동진하는 티무르가 이슬람교도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내세운 명분 중에 하
나가 이교도의 땅에 복음을 전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속셈은 복음
전파가 아니었겠지만 말입니다. 또한 실제로 건문제때 회교(이슬람교)의
옥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비밀종교결사로
탈바꿈을 시켰습니다. 만약 이슬람교를 믿으시는 분이 이부분에 대해서 이
의를 제기 하신다면 겸허히 수용을 하겠습니다.
아울러 역사를 바꾸는 한이 있어도 제 상상의 종교로 대체를 하겠습니다.
작은 변명을 하자면 저는 제가 쓰는 것이 무협지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배
경만큼은 사실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러니 너른 아랑으로 용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코란을 원어대로쓰지 못한 것은 순전히 저의 무지 때문
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로 죄송합니다. 제가 쓴 코란의 부분에 대해서 원
어와 원어의 한국발음을 보내 주시는 분이 있으면 이 부분은 바로 수정을
하겠습니다.
주2) 일종의 눈신발. 물푸레 나무를 구워서 원반모형으로 둥글게 만든 뒤
줄을 역어서 테니스 채처럼 만듬. 이 설피를 신발밑에 부착해서 걸어 다니
면 눈에 잘 빠지지 않았고 이동하기에도 편했다. 현재 눈이 많은 북방군
부대에서는 군용 설피화를 신고 있음.-월남 스키 부대-
어쩌다 보니까 본 내용보다 주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모두들 아시는 내
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나 해서 주를 올렸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저 이쁘죠?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현식님의 맹주 등극을 축하하며. 이제와서 말인데 현식님은 무림동 모꼬지
를 가기 위해서 청량리에 우리가 집결해 있을 때 배고푼 동도들을 위해서
헌혈을 해서 제크를 타온 분이십니다. 제가 전에 쓴 모꼬지 후기에 헌혈소
협으로 나오시는 분입니다.
흑흑흑 전에 이분과 동미니를 착각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으앙 이제 맹주
가 되셧으니 너그러운 아량으로 전일의 실수를 용서해 주십시오 흑흑흑.
현식맹주님이야 말로 헌혈을 해서 일용할 양식을 구할 정도로 무림동의 동
도분들을 사랑하십니다. 음 그게 아니라 피가 부족해서 고통받는 한국 의
료계를 위해서 거침없이 자신의 피를 뽑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
시는 분입니다. 우리모두 현식님의 깃발아래 일치 단결을 해서 무림의 전
세계화에 압장섭시다.
음 세계화 했다가 03님께서 쫄딱 망했지 그럼 우리는 전 국민의 무림맹도
화의 깃발아래 진군합시다.
와아아 와아아 와아아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글구 팔대 대표맹주님휘하 맹주님과 운영진 여러분 너무 수고 하셧습니다.
근데 대표맹주와 맹주와의 차이가 뭐에요?
나는 아직도 헷갈리네.
음 삼월달에 대모가 있다는데 시간이 된다면 가야지.
(확실한 사항이 아님. 대화방에서 떠도는 소문이 그러함)
이번에도 나보다 춘추가 높으신 분들이 여럿 오셧으면 좋겠네.
그래야 노땅 소리를 안듣지. 넘 구박하지 말어.
나두 사회에선 새내기라구요.
입술 쭉
인현형은 제외하구.
형은 때에 따라서 동갑이었다가 갑자기 나이 한 살 더 먹쟎아.
늘 십대 같은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글구 건문제와 혜제가 다른 분인줄 아시는데 혜제가 건문제 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중무란에 가셔서 Ln 유재용 하심 제가 전에 써놓은 것이 있습니
다. 그걸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ln 유재용 하는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