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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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상귀(산서 대회전 3개월전)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있었다. 새하얀 광선은 

탁자위 한 부분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 잔영으로 탁자의 주위가 흐릿하

게 보였다. 탁자의 한쪽에는 한명의 인영이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햇

살은 탁자위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그래서 탁자주위는 점점 어둠속으

로 묻혀가기 시작했다.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마리 새가 창가에 

내려 앉았다. 창가에 앉아 있던 이는 그 새에 다가갔다. 그새는 사람이 다

가오는데도 놀라지 않고 가많히  앉아 있었다. 새하얀 섬섬옥수가 그 새를 

잡고 새의  다리에 있는 전통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돌돌말린 종이조각이 

나왔다. 섬섬옥수는 새에 먹이를 주고 다시 날려보냈다. 새는 푸드득 거리

며 하늘 위로 날아갔다. 스윽 손은 종이 조각을 펼쳤다. 

<명령취소 즉시 귀환할것.> 

섬섬옥수는 종이 조각을 구겨서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우물우물 씹기 시

작했다. 

"맛이 쓰군."

그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일순 햇살이 방안에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어둠

은 언제 자리잡았는지 어디로  같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여 마셧다. 그리고  긴 숨을 토해 내었다. 창백한 안색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끝없이  이어진 지붕들이 보였다. 그  지붕들 위에는 눈들이 

녹지 않은채 쌓여  있는 것도 보였다. 그는  허리춤에서 작은 소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톡하고 머리카락을 잘랐다.  수십가닥의 머리카락을 잡은 

손이 창밖으로 내밀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펴졌다. 그의 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하나둘씩 날려갔다. 마지막에 한가닥의 머리카

락이 남자 손은  그것을 움켜 쥐었다. 그  머리카락은 끝이잡힌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 떨림에 손도 어깨도 떨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자

신이 받은 명령을 생각했다. 

<명령취소 즉시 귀환할 것.>

그것은 본뜻이 아니었다. 그것의 본뜻은 이러했다. 

<명령맞음 실패시 자결할 것.>

적이 전서구를 교란할 가능성을 생각하고 만든 역어법이었다. 이 역어법은 

그 서찰의 첫 서두에 특징이 나와 있었다. 명(命)자의 한일자의 길이에 따

라 명령을 정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서호에 묻히고 싶었는데........ 세외를 떠돌게 될 수도 있겠구나." 

그는 마지막 머리카락을 놓았다.  바람은 그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날려 보

냈다. 

"이렇게 머리카락이나마  중원에 남겨 혼백이나마 찾아  올수 있는 증표로 

삼고자 하니 천지신명께서는 굽어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웃음을  흘렷다. 태어나서 천지신명을 찾은 것은 이번

이 두 번째  일 것이었다. 무공을 배우고서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자신이 

천지신명이라고 해도 이렇게 무심한 자의  소원은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았

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그의 안색이 드러났다. 마치 병자와도 같

은 안색이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매서운 살기를 가득담고 있었다. 

그는 눈을 내리감았다. 그리고 머리를 살짝 좌우로 흔들고 다시 눈을 껌뻑

였다. 그러자 살기는 ㅆ은 듯이  사라지고 온순한 눈빛만 남았다. 그는 한

상귀였다. 한상귀는 벽에 기대어 있는  검을 들었다. 그는 검을 허리에 둘

렀다. 그리고 비수를 신발에 깁숙히  꽃고 비도와 암기를 품에 넣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물건도 주머니에 넣어서 품속에  넣었다. 이 모든 것들은 

장안에서 사들인 것이었다. 그는  확인 연락이 올때까지 자신의 새로운 신

분과 명령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제반사항을 준비해 둔 것이었다. 그리고 오

늘 확인서가  날아왔고 그는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약속시간은 내일이었

다. 오늘 하루는 쉴 시간이 있는 것이었다. 

장안은 천년의 고도 답게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았다. 당현종과 양귀비의 

정염이 서려 있는 화청지. 현장이 머무르면서 불경을 한역했다는 대자은사

(大慈恩寺). 그리고 대  자은사에 있는 대안탑(大雁塔)외에도 많은 볼거리

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화청지로  대변되는 온천욕이 일품이었다. 이 온천

욕은 그냥 목욕만 하는 곳이아니었다. 

바닥과 온천탕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었고 주위에는 소주의 비단으로 휘

장을 쳐놓고 있었다. 한쪽에는 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두명의 여인

이 시중을 들었다. 즉 온천도 하고 그일도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뜨거운 김이 얼굴을  붉게 달아 오르게 하였다.  가는 손가락과 작은 손이 

한상귀의 몸을 닦아갔다. 물에 젖은  옷은 몸에 착 달라 붙어서 몸의 굴곡

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다. 팽팽한 젓가슴과 그 끝에서 떨고 있는 유두

가 눈앞에서 흔들렸다. 스르르 눈을 내감고 몸을 그녀들에게 내맞겼다. 뒤

에서 어깨를 안마를 하는 여인이 말을 하엿다. 

"공자님은 무림인이세요."

"왜 그렇게 생각을 하지"

"몸에 군살이 하나도 없으시쟎아요. 그리고 근육도 모두 단단하구요."

그녀는 목을 안마를 하다 말고 양팔을 어깨위로 쭈욱 밀었다. 그녀의 가늘

과 흰 팔이 한상귀의  얼굴을 간지럽히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여인의 

가슴이 한상귀의 등에 밀착이 되었다. 탄련이 있는 가슴이엇다. 여인의 몸

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한상귀의 몸이 앞으로 밀려나갔다. 그래서 한상

귀의 몸은 여인의 몸 위에  기댄 꼴이 되었다. 여인은 한상귀에게 업혀 있

는 모습이 되었다. 여인은 팔을 구부려 손을 한상귀의 눈앞에 가져가며 투

정 어린 목소리로 사내의 귀를 간지럽혔다.

"다른 분은 아무리 안마를 해도  손이 이렇게 붓지는 않아요. 하지만 공자

님은 이각도 되지 못했는데 손이 이렇게 부었쟎아요."

그녀는 바알갛게 부어진 손을 내밀려 혀를 셀쭉 내밀었다. 그녀의 혀는 한

상귀의 귓볼을 간지럽혔다. 앞에서  몸을 닦아 주던 여인이 호호하는 웃음

을 터뜨리며 옆에 앉았다. 그리고 얼굴을 목에 묻었다. 한손으로는 가슴을 

닦으며 말을 했다. 

"공자님은 다른 분과 다르신 것 같아요."

"뭐가"

"다른 분들은 이런데 오시면 목욕은 거의 안하시거든요."

"그럼 뭐부터 하지"

그말에 여인이 손으로 사내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다 아시면서 능글맞게 호호호"

한상귀는 팔을 돌려 뒤에 있던 여인을 옆으로 앉혔다. 그리고 양팔로 두여

인의 가는 허리를 잡고 몸을  욕조에 기대었다. 두 여인도 사내를 끌어 앉

았다. 가슴이  밀착이 되었다. 한상귀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붉은 비단이 이슬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핏방울처럼 보였다. 

'여자를 옆에 놓고도 보이는 것은 피밖에 없구나. 나는 살인귀 밖에 될 수

가 없는 것인가.'

한상귀는 눈을  내리감았다. 화령궁도들이 그의 검에  쓰러져갈 때 외쳤던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두 여인은 한상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의 몸

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창백한  얼굴과 달리 탄탄한 근육과 군살하나 없는 

몸매가 그녀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한상귀는 눈을 번쩍떴다. 옆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나고 고함소리와 비

명성이 터저 나왔다.  두여인도 깜짝 놀라 몸을 추스렸다. 한상귀는 얼른 

침상위로 날아 내렸다. 그리고 장검부터 집었다. 휘릭 한바퀴 몸이 돌려지

고 축축한 몸위에 옷이 둘러쳐 져졌다. 여인들은 옷이 다젖어 몸매가 완전

히 드러나는 몰골을 하고 한상귀 뒤에 달라 붙었다. 

"공자님 살려 주세요"

그녀들은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한상귀는 그녀들을 한쪽으로 밀치며 말을 

했다. 

"침대밑에 숨어 있거라. 무슨 일인지 내가 나가 보겠다."

"공자님 무서워요 같이 있어요."

한상귀는 고개를 돌려서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순간 두 여인은 찬 물벼락

을 맞은 것  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상귀의 눈빛에서 살광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 있어."

한상귀는 나직히 말을 하였다.  두 여인은 쪼르르 침상밑으로 기어 들어갔

다. 그리고 고개를  내밀지도 않았다. 옆방에서 우당탕  콰당 하는 소리가 

들리고 복도에서는 함성 소리가  터저 나오고 있었다. 한상귀는 벽에 가까

이갔다. 그러다가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부서

지고 한명의 인영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철퍼덕. 대리석바닥에 핏물

을 퍼트리며 그 인영이  널브러졌다.피가 금새 번져가며 욕탕까지 흘러들

어갔다. 한상귀는 부서진 벽 안쪽을 바라보았다. 벽은 ㅇ은 나무판자를 두

세겹으로 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도 이쪽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

었다. 한명의  중년인이 십여명의 포쾌들의 합공을  받으며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상귀는 그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그는 십

여초를 더 저항을  하다가 포쾌들이 던진 포승줄에  목이 걸렸다. 그는 그 

포승줄을 벗길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한번  포승줄이 걸려서 동작이 

둔해지자 순식간에 다른 포승줄이 그를 옮아 매었다. 그리고 콰당 하는 소

리와 함께 그의 신영이  쓰러졌다. 그의 몸이 쓰러지자 포쾌들의 발길질이 

마구 가해졌다. 쓰러진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두명의 포쾌가 

한상귀가 있는 쪽으로 와서 죽은 자를 살폈다. 고개를 한번 돌려보고 품을 

뒤졌다. 품에서는 작은 책자가 나왔다. 포쾌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들렸

다. 

"틀림없군."

그는 고개를  들어서 한상귀를 바라보았다. 포쾌는  무미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호패 여행증 신원증명서"

한상귀는 그를 위 아래로 쓸어 보며 말을 하였다. 

"자네 어디에 있나"

"이자식이 그건 알아서 뭣하게"

옆에 있던 이가 성큼 나서며 손을 뻣혀왔다. 금새라도 포승줄로 옭아맬 기

세였다. 한상귀는  피식 웃으며 십여냥짜리 은원보를  앞에 나선 포쾌에게 

던졌다. 포쾌는 엉겹결에 그것을 잡았다. 

"난 일을 해야 하니까 나가주게. 자네들 때문에 기분이 많이 잡쳤거든. 이 

쓰레기들도 치워주고"

한상귀가 침대 밑에 있는  두 계집을 끌어내었다. 저쪽에서 저항하던 사내

를 흠씬 패주던 이들도 고개를 돌려서 넋을 읽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

은 물에 젓은 얇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속살이 모두 훤히 드려다 보

였다. 그러나 옷이 살짝 뜬  부분은 흐릿하게 윤곽만 보였다. 포쾌들의 침

넘어 가는 소리가 천정을 울렸다. 한상귀는 한쪽을 보고 소리쳤다. 

"야 여기 총관 어디 있어. 너희들 장사 이렇게 할꺼야. 엉 오늘 여기 문닫

는 꼴 보고 싶나"

한상귀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자 양볼이 통통히 오른 중년인이 얼른 나와

서 포쾌들에게 연신 굽신대고  있었다. 포두인 듯한 중년인이 한상귀를 바

라보며 말을 하였다.

"자네 장안에서 사고 치지 않는게 좋아."

"그렇지 않아도 내일 떠나"

한상귀는 중년인을 보며 씨익  웃었다. 중년인의 옆에 있던 포쾌는 한상귀

와 눈이 마주치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상귀의 두 눈에는 검은 동공 밖

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흰자위도  분명히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

은 동공에서 뿜어저  나오는 살기로 인해서 눈동자의  다른 부분은 볼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중년 포쾌는 그의 어깨를 쳤다.

"시체를 끌고 가고 그건 주인이 없는 것이니 일단 너어두게"

그말에 포쾌는 한상귀의 눈동자에서  눈을 떼고 얼른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열냥의 은원보를 얼른 품에 갈무리를 했다. 그러는 사이 저쪽에 있던 포쾌

들에게 총관이 무언가 넣어 주는 것이 보였다. 중년인은 헛기침을 하고 밖

으로 나갔다. 포쾌들은  시체와 포승줄에 묵인 사내를  질질 끌고 나갔다. 

한상귀는 한쪽에서 땀을 닦고 있는 총관을 바라보았다. 

"새방을 준비해 그리고 저 애들은 바꾸지 말고"

한상귀는 한냥의 은자를 던저  주었다. 총관은 그것을 받아들고 얼른 허리

를 숙였다. 

두계집은 한상귀의 몸을 닥으며 말을 했다. 

"한공자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장안의  명물인 장포두님을 그렇게 

몰아 붙이신 것은 한공자님밖에 없을 꺼에요."

"그 친구 포두인가."

"예 이 장안성에서는 최고가는  명물이에요. 헌데 한공자님의 신분이 어떻

게 되길래 협서안찰사의 아들까지 잡아다 팬 포두를 그냥 물러나게 만드셧

어요."

한상귀는 피식 웃었다. 전문가는 전문가를 알아 보는 법이었다. 그 장포두

라는 친구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피 내음을 맏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관청

따위는 우습게 아는 무림인이라는  것도 한눈에 알아 보았던 것이었다. 그

래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차라리 장안성을 빨리  떠나 주기를 바랬던 

것이었다. 

"현명한 친군데 안찰사의 아들은  왜 팼지. 그렇게까지 고지식하지는 않을 

것 같던데"

"그 아들이 유명한 개망나니였거든요.  일설에는 안찰사가 아들 버릇을 고

치기 위해서 장포두에게 부탁을  했다는 말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은 그아

이가 포두 친구분의 딸을 노렸나 봐요. 장포두는 목숨걸고 한번 손을 쓴거

죠. 그 다음날 자수를 했는데 안찰사가 아들의 죄를 알고서 장포두님을 어

쩌지 못한 거죠."

"그리고 그 친구들은 누구지. 죽은 자와 잡혀간자 말이야"

"아이 그런건 왜 물으세요."

한 여자가 찰싹 달라붙어 왔다. 

"강호에서 살아 남으려면 최대한 많이 알고 있어야 하거든"

"호홋 그치들은 강호랑은 상관이 없어요. 회교도들 이거든요."

"회교도?"

한상귀가 되물었다. 그러자 여인은 한상귀의 입술을 덥어 왔다. 그리고 한

상귀의 탄탄한 가슴을 작은 손으로 쓸었다. 다른 여인은 살짝 몸을 일으켜

서 한상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한상귀는 눈을 내리감았다. 여

기가 만약 청룡장의 영역권이었다면  한상귀는 철저한 조사를 했을 것이었

다. 그러나 여기는 강동에서 수만리 떨어진 곳이고 또한 자신은 큰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다시 돌아 오기  힘든 임무를. 그렇기 때문에 한상귀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쉬고 싶을 뿐이었다.  

"하아"

앞에 있는 여인이 뜨거운  숨결을 한상귀의 얼굴과 목덜미에 ㅆ아 부었다. 

그녀는 한상귀의 이마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 혀로 얼굴을 ㅎ으

며 몸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애무해갔다. 한상귀는  스르를 눈을 내리감았

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한 생각 뿐이었다.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검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두번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파아란 

하늘과 호수를 볼수 있었었다.  그러나 요 며칠동안은 오직 시커먼 동굴안

에서 기거를 해야했다. 꼬마는 왜  그래야 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모든 사

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서 꼬마도 그렇게 했다. 꼬마는 하늘과 호수를 보

고 싶었다. 특히 호수의 노을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매일 보고 싶었다. 그

래서 며칠동안 밖을 보지 못하자 미쳐 버릴것만 같았다. 

어른들은 자기보다 더 미쳐  있는 것같앗다. 힘쎄기로 소문난 장팔은 밤새 

헛소리를 했다. 그리고 하늘같아  보이던 이들의 얼굴도 초조함에 젖어 있

었다. 아줌마들은 매일 두들겨 맞았다. 전에도 맞았지만 요즘들어서 그 횟

수나 구타 정도가 심해진 것 같았다.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였다. 꼬마는 문이 열

리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꼬마는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서 광장쪽으로 나갔다. 광장에  있던 어른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덜

덜 떨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뭐라고 외치자 모두들 날이 선 도와 쇠

도리깨들을 들고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광장  곳곳에 매달린 횟불들 

때문에 사람들의  그림자는 사방으로 요동을 쳐대었다.  꼬마는 그 소리와 

그림자들이 무서워 한쪽 구석에  가서 쭈그리고 앉았다. 콰아앙 광장을 울

리는 강렬한 소리에 꼬마는 귀를 움켜 잡았다. 

광장의 한쪽에 있는 거대한 철문이  끄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

다. 쿠우웅 다시 동굴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무너진 철문뒤에

서는 수십여명이 장검을 들고  달려나오고 있었다. 꼬마가 알고 있던 무시

무시한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꼬마는 곧 문에서 나

오는 이들이 죽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자신이 아는 아저씨들은 사람을 죽

이는 것을 예사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횟불을 따라 무수한 그림자들이 늘어 났다가 줄어들고 다시 늘어났다가 줄

어 들었다. 그러나 그림자의  숫자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비명성이 

들리고 그 무서운 아저씨들이  쓰러져갔다. 안으로 뛰어든 이들은 채 이십

명이 안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기에도 선명한 옷을  입고 있었다. 푸른 

청의에 백색피풍의. 꼬마가 그  옷이 청의였고 백색피풍의라는 것을 안 것

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꼬마는 지금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참뒤에야 저들의 옷이 청의였고 백색피풍의를 둘

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몰랐다. 아니 생

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무서운 아저씨들은 그들이 질러대는  함성과 고함성 만큼이나 빠르게 쓰러

졌다. 누군가의 입에서 악마들이라는 소리가 터저 나왔다. 꼬마는 더욱 겁

에 질려서 오들 오들 떨어 대었다. 힘쎈 아저씨들이 꼬마를 놀려 댈 때 밤

에 잘 때 악마가 와서  너의 내장을 꺼내 먹을거라며 킬킬 대던 말들이 생

각이 났다. 꼬마는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나는 잠들지 않을 꺼야'

꼬마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악마들은 안으로 계속해서 밀려들어왔다. 

힘쎈 아저씨들은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계속 해서 쓰러졌다. 꼬마는 한 호

리호리한 악마가 자신을  돌아 보는 것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그 악마의 

고개가 들려졌다. 검은 건을 쓰고  있는 그 악마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꼬마의 눈과 그 악마의 눈이  마주쳤다. 악마는 웃고 있었다. 창백한얼굴

에 피를 머금은 붉은 입술을 하고 웃고 있었다. 꼬마는 벌벌 떨었다. 이제 

자기가 잠들면 저 악마가 와서 자신의 내장을 꺼내 먹을 것이었다. 

꼬마는 다시 다짐을  했다. 이제는 정말로 잠들지  않을 것이라고. 악마는 

찬찬하 꼬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꼬마는 덜덜덜 떨고 있었다. 악마의 손

이 꼬마의 머리를 잡아갔다. 꼬마는 비명을 지르며 악마의 손을 쳐내었다. 

꼬마는 더욱 웅크리고 악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악마는 웃고 있었다. 창

백한 얼굴에 피보다 붉은 입술을 벌리고 새하얀 독아를 꺼내 놓고 웃고 있

었다. 그리고 두눈에는 무서운 살광이 흐르고 있었다. 꼬마는 그제서야 그 

악마가  누구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얼굴은  바

로................  

"허억"

한상귀는 식은 땀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한상귀는 창을 바라보았다. 창

은 아직 어둠에 젖어  있었다. 한상귀는 좌우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느끼고 급격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 그것은 

매우 소중한 느낌이었다.  한상귀는 뛰는 가슴을 진정  시켰다. 옆에 누워 

있는 두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두 여인은  한상귀의 몸에 찰싹 달라 

붙었다. 매끄러운 피무와 따뜻한  감촉이 한상귀의 전신으로 전해졌다. 한

상귀는 스르르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나 잠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눈을 감음으로써 두 여인의 온기를 더욱 크게 느끼기 위한 것이었다. 누군

가 옆에 있다는 것.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공포는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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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룡장 삼부  써 놓은게 십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일 쓰는 

분량은 일주일에 한편분량도 안되구요. 그래서 삼부는일주일에 한편을 올

릴 생각입니다. 우선 이번주  토요일 아침에 한편을 더 올리구 다음부터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올리겠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씩만 만나야 하다니 저

도 무척 슬픕니다. 엉엉엉. 그러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군요. 흑흑흑 청

룡장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 매주 토요일날 만날 수 있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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