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 산서 대혈전 2 (34/95)

17. 산서 대혈전 2

어둠 속 보이는  것은 없었다. 계곡아래로  내려오고 서부터는 모든 것이 

암흑천지였다.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았다. 앞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따

뜻한 공기의 흐름과 움직임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 만이 자신이 길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었다. 양대호는 선두의 인영이 이런 

어둠속에서 어떻게 한번도 쉬거나 멈추지 않고 길을 찾아가는지 이상했다. 

자신이라면 몇번이고 서서 이길이 맞는지 주위를 살폈을 것이었다.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어슴프레 보이는 검은 산의 능선이었다. 

그것도 나무가 많은 지대에들어서면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하늘에 떠 있

는 작은 달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달도 능선위로 올라가

야나 볼수가 있었다. 이렇게 산 그늘이진 계곡 아래로 내려오면 보이지 않

았다. 턱 양대호는 자신이 어떤 물체와 부딧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턱에 부딧친 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그머리에서는 향기가 나고 있었

다. 그러나 그 향기를 느낄사이도  없이 뒤에서도 부딧쳐 왔다. 그래서 양

대호는 중심을 잃고 앞으로 무너졌다.  그래서 앞 사람을 잡았다. 쫙 양대

호는 자신의 뺨이 얼얼한 것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앞에서 가던 

이는 백리소연이었다. 양대호는 얼른 몸을 세웠다. 등을 떠밀던 뒷 사람의 

머리도 세워지는 것을 느꼈다. 양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백리소저는 앞으로 넘어가지 않았지'

양대호는 화섭자를 키고 싶었지만 꾸욱 눌러 참았다. 그는 온갓 상상을 하

기 시작했다. 

백리소연은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둠속이라 그

녀는 자신의 코끝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

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바람같이 날라온 손은 자신이 피하

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머리를 덥쳤다. 백리소연은 그순간 가슴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앞에 있는 사내 소천은 백리소연의 

머리를 집고 가많이 있었다. 그 이유를 백리소연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뒤에서 양대호가 자신에게 부딧쳐 온 것이었다. 소천은 자신과 부딧칠까봐 

미리 손을 뻣어 머리를  잡은 것이었다. 백리소연은 욕이라도 실컷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

다. 백리소연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발짝 다가가

서 물었다. 

"저 왜 멈추었어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총호법님은 앞에 가셧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랍니다."

백리소연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이가  소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얼굴을 다

시 구겼다. 그러나 앞의 사람이 보지 못할것이기 때문에 상관없이 마구 구

겼다. 아마 환한 낮이었다면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서 앞 사람의 혼백을 반

쯤은 빼 놓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정을 일부러 지어 보일 

필요가 없었다. 

하나의 산봉우리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 아래는 수

십명의 인영들이 결박이 지어져서  장대에 묵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둥둥둥 거리는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북소리는 어둠을 타고 골

골마다 메아리쳤다. 

"함정이다."

소천은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그랬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함정이었다. 

어두운 밤 인질들을 매달아 놓고  불을 피우며 북을 치는 것은 있을 수 없

는 일이었다. 적들에게  자신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꼴이 었다. 

오대호법과 건곤신개 취선개가 그 옆에 내려섯다. 그들도 정면에서 벌어지

는 일을 바라보았다. 

"함정이군요."

건곤신개가 말을 하자 누군가 고개를 끄떡였다. 어둠속이라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소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하늘의 별자리를 보기 위

해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별자리를 보고 시간과 방향을 읽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소천이 하늘을 보며 말을 하였다.

"어떤가."

"저 산이나 좌우를  넘지 않으면 수십리를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날이 샐 것입니다."

이준의 말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적들은 목을 지키고 있으면서 허허실

실(虛虛實實)의 심리전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소천은 이준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이지만 소천은 정확이 이준을 집어 내고 있었다. 

"이대주 백호대는 지금부터 내가 지휘하겠다."

이준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리고 읍을 하였다.  그리고 어둠속으로 먼저 

몸을 날렸다. 그를 따라서 두명의  부대주도 함께 먼저 나갔다. 소천은 묵

묵히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일조장"

"옛"

작은 소리가 들렸다.

"두식경동안 휴식을 취한다."

몇 명의 인영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그들의 옆에 있는 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미

동도 없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들의 옆으로  손이 삐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텁 세 개의 손이 동시에 그들의 입을 막았고 작은 소

도가 그들의 목을 그었다. 촤아악 무언가가 목에서 뿜어져 나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앞에  있던 두명이 등에 무언가 튀기자 놀라며 

몸을 틀었다. 퍽퍽 두 개의  비수가 그들의 목을 찔렀다. 컥 하는 ㅉ을 단

발마를 내었다. 다섯구의 시신이 뉘어지고 그곳에는 아무일도 없었다.

"조별 전투준비"

"조별 전투준비"

일조조장의 복명이 계속 전달이 되었다. 백호대원들은 휴식을 멈추고 병장

기를 들고 각 조별로 집결했다.  원래 조별로 줄을 서서 같기 때문에 조장

만 맨 앞으로 나가면 조원들은  그 뒤를 따라서 나아갔다. 소천은 그 형체

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백호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일조장"

"옛"

"일조는 좌측 능선을  타고 진격해 들어간다. 적이  약하면 바로 돌파해서 

돌격을 하라.적의 방어막이 강하면  함성만 질러라. 저들은 어둠속에서 섯

불리 뛰쳐 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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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일본어에 대해서  좀 아시는 분 계세요?  청룡장 사부 끄트머리와 

오부쯤에서 왜구들이 대거 등장을 하는데 일본말을 몰라서리. 글구 일본애

들 이름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일본어를 조금 하시고 저를 조금만 

도와 주실 분 계심 멜을 좀 보내 주십시오. 도와 주실일은 별거 아니고 일

본 사람 이름 한  이십여개(창작하실 필요 없고 인명사전에 나오는 이름으

로 한자와 원어(일본 발음의 한글 표기)를 좀 보내 주십시오. 

이름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배역에 맞는 이름을 골래야 하니까요. 글구 몇

마디 짤은  명구들 이를테면 빠가야로 같은  욕설(음 욕설쓰다가 짤리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님 일본 무사들이 신사에서 기도를 할 때 쓰는 말이나 

(할복시 써먹을 대사임) 아무튼 일본  애들 왕창깨지는 거 보고 싶으심 좀 

도와 주세요. 일본애들이 잘쓰는  속담이나 명구. 말(이 부분은 여력이 되

심 보내 주심 고맙구요.  안되심 다만 이름과 기도문정도라도 다 귀찮으시

더라도 이름은 꼭 좀). 원래는 이 자료도 찾을려고 했는데 일이 끝나면 도

서관 대출실 문을 닫아서리 그리고 저희 강화 도서관은 장서가 몇천권밖에 

안되서리. 도와주심 은혜는 있지 않겠습니다.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일본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면서 왜구씬을 과감히 쓸 구상을 하고 있는 청룡장주 

유재용이었습니다. 

글구 결혼식 첫날밤은 자료  부족으로 대충 넘어가야 겠습니다. 언제 나오

나면 아마 삼부 중반부에 나올 껍니다. 지금 그 부분 쓰고 있는데 

쩝쩝 음 침 흘리는 분들땜에 컴이 마비 되겠다. 음 어쨌든 외술 아니 외설

을 예술의 차원으로 한번 끌어  올려 보기 위해서 과감한 도전을 해보겠습

니다. 저는 성에 대해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흐르는 강

물처럼 막으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놔두어야 한다는 노장사상에 푹 빠져

서. 성이라는  것도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놔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걸 억지고 막고 눌르고 억압을 해서 변태와 동성연애로 흐른 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음 이부분은 어디선가 내가 읽은  구절인데 기억이 안남. 전 이런 식으로 

늘 위기를 모면하죠 ^-^ -청문회 출석 인사들 일동- ) 

글구 한 번쯤은 예술의 차원에서 외설을 다루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외

설로 끝이 나는 한이 있어두요. 그거 올렷다가 다른 작품처럼 몰매 맞아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오늘이 98년 2월 22일이당.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이조와 삼조는 능선에서 이부 아래로 진격해 들어가라. 역시 일조와 행동

요령은 갖다."

"예"

"사조와 오조는............."

"육조와 칠조는............."

"팔조와 구조는............"

"십조는 이곳에 남아서  매복진을 펼쳐라. 우리 뒤에  오는 자들은 무조건 

죽여라. 그리고 위에서 함성이 들리면 바로 본대와 합류한다."

"옛"

"오대 호법께서는 격전이 벌어지면 바로 능선으로 진격해 들어가십시오."

"알겠습니다."

"개방에서는 오대호법이 들어가고 삼각뒤에 진격해 오십시오."

"예"

"남궁세가"

"예"

"남궁세가는 힘들겠지만  능선을 우회해서 적의  배후를 노리십시오. 적이 

강성하면 함성을 질러서 알려주시고 바로 능선을 넘어 서쪽으로 가십시오. 

적들이 이곳에 대대적인 매복을  깔아 두었다면 격전후 흩어저서 서쪽으로 

가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회를 한다 해도 저들의 포위망

을 돌파하지는 못할 껍니다."

"알겠습니다."

"백호대"

"옛"

"각조 공격앞으로"

"각조 공격앞으로"

각조장들은 작게 복창을 하고 조원들을 이끌고 자신들이 부여 받은 지역으

로 이동하기시작했다.  그들이 이동하자 나머지들도 어둠속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양대호와 백리소연이 소천의  옆으로 바싹 붙었다. 양대호는 백

리소연이 이런 어둠속에서 어떻게 소천을 찾아 내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차마 묻지  못하고 있었다. 백리소연은 소천의  뒤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백리소연은 이런 혼전의  와중에는 고수 등뒤에서 몸을 사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천은 단봉을 연결해 장창을 만들었다. 이런 혼전에서 이기어검을 쓴다는 

것은 쓰잘데  없는 일이었다. 적들은 자기  눈앞에서 병장기를 휘두르는데 

자신은 검을 날려서 십수장밖의 적을 격살하는 것은 불필요한 동작이었다. 

게다가 잘못 날아가는 검은 아군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히

려 가까이 있는 적들에게 당하기 쉬운 것이 이기어검술이었다. 이기어검술

은 고수끼리 그 숫자가 적을  때 사용하는 것이 좋앗다. 그리고 너른 광야

에서나 어울리는 기술이었다. 

이기어검술은 그 자체의 위용보다는 하나의 경지로서 높이 평가를 받는 것

이었다. 멀리 있는 적을 무리한 공력을 써가며 검으로 격살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활을 쏘면 되는 것이었다. 이기어검술을 쓸 정도의 고수가 활을 

쓴다면 그 위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화살을 피할 정도면 

이기어검술로 날린 검도 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소천이 주진우에게 이기어검술을 펼친  것은 위용을 과시해서 적의 사기를 

꺽고 아군의 사기를 올리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천의 책략은 

성공을 했다. 잔살마군 주진우는  이기어검술을 피했다. 그러나 소천의 주

진우가 죽었다고 소리를 치자 녹림도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도주를 한 것이

었다. 이런 면에서 소천은 그때와 장소를 가려서 병기를 쓸 줄 알았다. 지

금은 장창이  가장 좋은 무기가 되었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이들에게는 

장창을 크게 휘둘러서 거리를 두어  격살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이

었다. 

소리없이 밀려가던 백호대의 한조에서  함성과 함께 앞으로 달려나가는 소

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병장기가 부딧치는 소리 또한 이어졌다. 소천은 장

창을 집고 앞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원들이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여 주고 있다는 것을 소리를 듣고 알 수 있

었다. 

'함성이 들리면 안된다.'

소천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뒤에서 함성을 내지른다

면 적들은 여기에 대대적인  매복을 깔아 두었다는 이야기였다. 소천은 정

면의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비명성과 함성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없었다. 휙휙휙  일단의 인영들이 불을 피워 놓은 곳까지 

올라와서 그곳에 있는 이들과  격전을 벌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남궁세

가의 무사들이었다. 소천은 창대를 잡고 신영을 날렸다. 더 이상의 매복은 

없었다. 그렇다면 속전속결로 해치우고이곳을 떠나야 했다. 이산에 매복

이 없어도 이근처에는 적의 대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준은 저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백호대를 볼수 있었다. 그것은 이곳에 매

복진을 피고 있는 녹림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껏 경계를 하고 있

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경계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은 밖이었다. 

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매복진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온 이준이 안에서부터 

적들을 죽이기가 더 쉬워졌다.  그가 있는 곳은 화톳불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 봉우리 바로 아래였다. 이준이 고개를 끄떡이자 두 조장은 다시 아래

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매복진의 약점은  그 고리를 끊으면 위력이  반감된다는데 있었다. 소천이 

백호대를 지휘 하겠다는 말은 자신더러 이 매복진의 고리를 끊으라는 소리

였다. 이준은 소리없이 앞서 가면서 조장훈련을 받던 때를 생각했다. 그때 

자신은 이 암습에 가장  회의적인 인물중 한명이었다. 대 청룡장의 문도가 

이런 암습이나 배워야 하냐고  교관에서 몇번이고 대든 적이 있었다. 그때 

마다 교관은 웃으며 '암습에  당하지 않기위해서라도 배워야 한다'며 자신

들을 질책했다.이준은  그때 교관에게 대든 것이  미안했다. 그때 억지로 

배운 것을 지금 이렇게 유용하게 써먹을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살아 돌아간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려야  겠군. 살아서 돌아간다면 

말이야'

이준은 소매에 감춘 비수를  최대한 움켜쥐었다. 이런 암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자신을 드러 내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소리 발광물질등은 

최대한 감추어야 했다. 그것은 비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인 것은 지금 매

복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정예무사들이 아니라 녹림도들이라는 것이었다. 또

한 이곳이  산속이라는 점이었다. 산속은 어두웠고  나무들이 많아서 그냥 

서 있으면 나무 처럼 보였다.  이동은 기밀성을 유지해야 했다. 그리고 최

대한 빠르게. 

이 상반되는 두가지를  적절히 조화를 시켜 적에게  근접하는 것이 암격의 

최대 조건이었다. 그리고 죽는자가 내는 소음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들

만 죽이면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앞에 매복하고 있는 다섯명이 

눈에 들어왔다. 이준은 고개를  끄떡였다. 세명은 희생자를 노리고 소리없

이 다가갔다. 그들도 조용히 소리없이  처결 되었다. 세명은 다시 다른 희

생자들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백호대는 소천의 진두지휘에 조별로  진격을 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오

대 호법이  녹림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소천은  그들의 인원을 어림잡아 

보았다. 약 백오십명 가량이었다. 적은 허장성세로 이곳에 이런 진을 만들

어 둔 것이었다.  소천의 고개가 끄떡이자 백호대의  뒤에 진을 치고 있던 

개방도들이 백호대의 조 사이 사이로 진격해 들어갔다. 양대호와 백리소연

도 개방도들과 함께 공격해  들어갔다. 이들의 파상공세에 적의 대오는 점

점 흐트러 지기 시작했다. 

양산월은 저멀리서 불길이 오르고  있는 산봉우리를 바라보았다. 꾀 먼 거

리였지만 그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왔다.  주진우는 그 옆에 

서 있었다. 

"적이 속지 않는 군요. 응원군을 보낼까요."

"어둠속에서는 아군끼리 싸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늦

었다. 어둠속에서 추적을 하느니 먼저 가서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것이 효과

적이다. 때로는 사석이 필요할때도 있는 법이다."

"그들이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쪽으로 올까요."

양산월은 달빛을 받고 있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나라도 서쪽을 택했을 것이다. 동쪽으로 가면 태행산맥을 보기도 전에 모

두 죽고 말 것이다."

양산월은 그렇게 말을 하고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경탄성을 터뜨렸다. 

"적이긴 하지만  뛰어난 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기어검술을  ㅆ다고 했

나."

"그렇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죽일 수 없는 자군. 장안표국은."

"명령대로 길을 터주었습니다. 헌데 중원표국은 섬멸하면서 장안표국은 왜 

길을 터주는 것입니까."

"중원표국이 무너져도 소림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화산사검이 다 죽으

면 화산파는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사람을 죽일때도 경중을 따지고 선후

를 따져야 하는 법이다."

"죄송합니다."

주진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양산월의 그의 어깨를 쳐주었다.

"사람을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법이다. 중원표국이 전멸했는데 장안표국은 

별 피해가 없었다면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을 할 것이다. 장안표국이 우리

와 묵언의 공조를 했다고  소문을 퍼트려라. 믿지는 않더라도 의심하는 마

음은 일 것이다. 그럼 한동안은 힘을 모아 우리를 토벌하지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언가는 어떻게 할까요."

"지금 어디 있나."

"정수봉(頂秀峰)을 지나고 있습니다."

"무사들은 죽이고 둘은 생포하도록. 이용가치가 큰 자들이다."

"존명"

잔살마군 주진우는  읍을 하고 물러났다. 양산월은  저쪽 봉우리의 불길이 

잦아드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저 봉우리에 매복을 시켜 

두었던 병력이 전멸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천은 창대를 한번  크게 휘둘렀다. ㅊ 창대에  묻어 있던 피들이 바닥에 

뿌려졌다. 봉우리위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고 서 있기 불편할 정도로 거셌다.  그 바람에 실린 냉기가 뼈속

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소천은 기둥에 매달려 있던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는 몇 명의 무사들이 칼로 줄을 끊고 있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사람들

을 살펴보고 고개를 저었다. 

"중원표국 표사들의 시체입니다."

누가 외치자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각개 섬멸에 들어갔군. 다음은 우리겠지'

딱딱 소천은 창대를 분리해서 봉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창날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준이 와서 검례를 취하자 소천의 고개를 끄떡였다. 

"산봉우리 아래로 내려가 인원 점검을 하고 한식경 동안 휴식을 취하도록. 

그때 건량과 물을 먹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이준이 저쪽으로 가서  백호대원들을 거느리고 내려갔다. 그들이 내려가자 

모두 따라 내려갔다. 두텁고 큰 외투를 입은 백리소연이 소천 옆으로 몇걸

음 뛰어 왔다. 

"춥지 않으세요. 저 때문에....."

"이정도는 ㄱ챦소이다. 봉우리 아래로 내려가 잠시 휴식을 취하십시오. 곧 

이동을 해야 하니까요."

백리소연의 얼굴은  불빛에 반사되어 바알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불빛은 

그녀의 눈에서반사되어 소천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소천은 고개를 돌리

고 어두운 저쪽 능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성큼 걸음을 떼었다. 백리소연

은 고개를 갸웃하고 그 뒤를 따랐다.  

"적들은 여기서 오십여리쯤 되는 곳에  진을 치고 있을 껍니다. 우리가 날

이 샐때까지 이동을 할 수 있는 거리가 그 안이니까요."

"음"

중인들은 소천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해가 뜰때까지는 두세 시진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시간이면 이런 산악지역에서 오십리를 주파하는것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물론 여기  있는 고수급들은 그 시간내에 칠팔십리 이

상의 주파가 가능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들만의 이야기 였다.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날이 샐때까지 백리를 

주파하던가. 아니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혈로를 뚤고 탈출을 하는 것 

입니다."

"둘다 쉽지 않은 문제구료."

건곤신개의 말에  중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취선개가 소천을 보며 

말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모두  흐릿한 모습들 뿐이었다. 

취선개는 침을 꿀꺽 삼키고 중앙의 빈 공터를 보며 말을 했다. 

"소공자. 공자의 생각은 어떻소."

"삼십리를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한 뒤 날이 샐때까지 휴식을 취하는 것입

니다. 그리고 그뒤에 적의  포위망을 돌파하고 무조껀 서쪽으로 달려야 합

니다. 황하를 만날 때 까지는"

취선개가 다시 물었다.

"황하를 건널 배도 없지 않은가.?"

"이맘때면 북방에서 베어 놓은 원목들이 황하를 타고 내려옵니다. 그 뗏목

선에 타면 됩니다."

하연적의 말에 중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떡엿다. 

"그럼 지금 즉시 출발을 하겠습니다."

소천이 마지막으로 말을 하고  일어섯다. 중인들도 분분히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몸을 일으키자 사방에서 흩어저서 휴식을 취하던 이들도 일어섯다. 

행군대오는 변함이 없었다. 단지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천천히 걷던 것을 

빠르게 바꾼 것 밖에는 없었다. 

나뭇가지가 옷을 걸고 넘어졌다. 그리고 얼굴을 긁고 눈을 찔러대었다. 휙 

ㅊ 앞에가던 이의 몸에서 휘어진 나뭇가지가 뒷사람의 얼굴과 몸을 사정없

이 후려쳤다. 뚝뚝 한명이 하나씩 가지를 꺽으며 나아갔지만 꺽지 못한 가

지가 몸을 찔러대는 것을 다 막지는 목했다. 그러나 그런 나뭇가지를 꺽거

나 후려쳐 맞는 것을 괴로워 하는 것도 잠시였다. 속도는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고, 모두들 앞사람을 노치지 않기위해서 전력을 다했다. 

앞사람들은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황에서 앞 사람을 

노치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죽음을 생각하자 후려쳐오는 나뭇가지들은 자

신들이 앞 사람을 노치지  않았다는 증표로 생각이 되었다. 백리소연은 그

런면에서 나뭇가지를 거의 맞지 않았다. 소천이 대부분 꺽거나 나뭇가지가 

걸리면 손으로 잡아서 백리소연이 제지를 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그래서 

뒤에 있는 양대호만 그  나뭇가지에맞게 되었다. 백리소연은 앞으로 가기

에 바빠서 소천과 같이 뒷 사람을 배려를 해줄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에는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단지 앞서 가는 

이의 거친  호흡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발자국  소리만 유일한 위안이었다. 

백리소연은 발을 몇번 접질렀지만  소리를 내어 구원을 청하지 않았다. 묵

묵히 소천의 뒤를 노치지 않으려고 발을 빨리 놀릴 뿐이었다. 이제는 앞으

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처음에는 내려가는 길이 더 쉬웠는데 지금은 더 어

려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 발을 디딜때마다 발목이 꺽일 것을 걱정을 해야 

했다. 

"정지"

앞에서 그소리가 들려오자 중인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섯다. 

"이곳에서 두시진동안 각자 휴식을 취하십시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

으면 자도 됩니다."

일렬로 늘어선  줄이 모여들고 각 문파별로  갈라졌다. 소천도 오대호법과 

양대호와 함께 백호대의 중앙에서 휴식을 취했다. 양대호는 땅을 만져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여긴 마른땅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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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님 감사드립니다. 상우님께서  글을 올려주셔서 이부의 마지막을 다

시 고쳤습니다. 청룡장을 애독해  주시는 분들의 격려 메일을 받으면 흥분

해서 피가 머리속으로 잘 돌기 땜에 글이 잘써집니다. 덖분에 늘 찜찜하게 

남아 있던 이부의 마지막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며 끝낸 것 같습니다. 

(음 자화자찬이 시작된걸 보니까 애가 맛이 가기 시작했군) 

글구 전에 몇차에걸쳐서 말씀을 드렸드시 하루에 한편은 무리입니다.  

저도 그렇게 쓰고 싶은데. 

울먹울먹 

어쨌든 이틀에 한편은 올릴려구 노력중입니다. 요 며칠 연재주기가 이상해 

진 것은  부득이한 사정땜입니다. 이틀에 한번씩  아침에 글을 올리겠습니

다. 많이 사랑해 주이소. 

글구 드디어 중국의 결혼에  대한 멜이 왔습니다. 성호달님께서 보내 주셧

는데 엉엉엉 정말 고맙습니다. 덖분에 그 부분을 싹 지우고 다시 쓸 수 있

게 되었습니다. 싹  지우고 다시 쓰게 ㄷ지만  저로서는 더 없이 즐겁습니

다. 좀더 사실적인  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식장의 모습은 

많은 개찬이 있을 껍니다. 성호달님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글구 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드리면 청룡장에는 금은보화가 넘치지만 저희 집은 그렇

지 않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청룡장의 소천이 제 이야기라고 하니까 집

안도 그렇게 부자인줄 아시는 몇몇 분들이 있는데 

쩝쩝 그건  제 희망사항이겠죠. 저희집은 한달에  사만원이 넘는 전화요금

(그중 반이 제가 통신하면서 쓰는  겁니다.)이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사

실 통신하면서 제가 공부를  하는지 아시기 땜에 집에 가많이 있는거지요. 

글구 다른 집에서는 통신을 하면  십만원 돈이 전화비로 나간다는 말에 그

냥 있으시는 겁니다. 

저희 집 재산 사항은  이렇습니다. 글구 특공대 출신이라서 험악하구 쌈잘

하구 하시는줄 아는데 저는  섬세한 남자랍니다. 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

만 살포시 피어난 꽃송이를 보고 감상에 젖어 하루를 보내기도 한답니다. 

  으악 닭살 

넘했나 내가.

어쨌든 그래요. 청룡장의 소천이 제 분위기긴 하지만 재산과 무공은 제 희

망사항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이소.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그말에 모두들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양대호는 얼굴이  화끈해 지는 것을 

느꼈지만 다시 말을 하였다.

"산봉우리의 눈이 다 녹지를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곳을 찾으셧습니까."

그말에 소천이 대답을 했다.

"산세를 보면 눈이 먼저 녹는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린 양지 바른 곳에 

와 있는 겁니다. 산을 오래  타다보면 그 큰 줄기만 보아도 이런곳을 찾을 

수가 있지요.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소천의 말에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나 이준 대주가 이렇게 양지

를 찾기까지는 혹독한 수련이있었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다. 소천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소천은 품에서 건량을 꺼내서 씹기 시작했다. 최대

한 배를 채워 둬야 했다.  내일 날이 밝으면 결전이 시작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들도 내일은 

전력을 다해서 막을 것이 분명했다. 

촤아악 어둠을 찢고 무언가  길쭉한 것이 찔러들어왔다. 언정일의 손이 그 

길쭉한 것을 밀치며  몸을 한바퀴 굴렸다. 언정일의  몸이 그 장병을 타고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일권으로  상대의 턱 어름을 가격했다. 빠악. 턱

이라고 생각한 곳은 이마였다. 그러나 어쨌든 상관이 없었다. 적은 병기를 

노치며 뒤로 날아갔다. 어두운 저편에서 어이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것은 자신에게 맞아서 날아간 이가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고 있었다. 

자신의 일권에 맞은 이는 죽었기 때문이었다. 촤촤ㅊ 병장기들은 사방에서 

찔려왔다. 적들의 공격은 분초의  쉴틈도 없었다. 언정일은 침착하게 몸을 

움직여 병장기들을 피하며 밑에 떨어진 장병을 주웠다. 권법으로는 다수가 

무차별적으로 찔러대는 수법에 대항하는것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병을 들고 권로에 따라  휘둘렀다. 붕붕붕 거친 소리를 토해내며 주위에

서 비명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흐릿한 

그림자들이 쓰러지고  다시 그 자리에 다른  그림자가 채워지는 정도였다. 

수하들과 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지는 오래 되었다. 언정일은 점점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적은 얼마인지 알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때였다. 

"형---."

어디선가 잔가지들을 흐트러 뜨리며 언정일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

정일은 그 소리를 듣고  장병을 휘두르며 녹림도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

때 반대편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미약해져가고 있었다. 그

에 반해서 언정일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녹림도들도 그앞을 막

아서지는 않았다. 언정일은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나뭇가지에 가려져서 작은 틈만 보이는 하늘이었다. 그나마 하늘이라는 것

을 알 수 있는 것은 간간히  보이는 별 빛 때문이었다. 그리고 순간 그 별

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함정"

언정일은 그렇게  외치며 장병을 들어 하늘을  찢었다. 까가강 별빛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은 칼날이었다. 촤아악 비단폭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후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정일의 주위에는  칼날들이 땅에 밖히거나 

나뒹굴었다. 언정일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섯다. 적이 자신을 이곳으로 유인

을 했다면 함정이 이것 하나밖일  이가 없었다. 이 주위는 모두 함정인 것

이었다. 언정일은 잠시 더 멈추었다. 그러나 저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

지 않고 있었다. 

언정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보이는 것은 모

두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나무들 언정일은 도를 움켜 쥐었다. 권법을 익힌 

그였기 때문에 도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십팔반 병기를 다루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이 평색  익힌 권법을 이런 위험한 

시기에 쓰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권법보다는 도가  더 낳았다. 언정일은 호흡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팽 언정일은 발에 줄이  걸리는 것을 느끼고 얼른 몸을 뒤로 빼

었다. 언정일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움직임은 없었다. 

언정일은 앞으로 나가서 발에 걸렸던 줄을 살펴 보았다. 칡 덩쿨로 나무의 

좌우에 묵은 것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언정일인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앞으로 성큼 내딧었다.  와삭하는 소리와 함께 언정일의 신영이 함

정으로 빠져들어갔다. 언정일은 같이 떨어지는 나뭇조각을 차고 위로 치솟

아 올랐다. 그러나 그때 위에서  허공을 가리는 그물이 내려 꽃혔다. 언정

일은 도를 휘둘렀다. 파파파  그물들이 산산 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언정일은 몸을 뒤로 뒤집어 자신이섯던 곳으로 내려섯다. 앞쪽에

는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언정일의 신영이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내려서자 앞에 있던 줄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나무와 나

무에 묵였다고 생각했던 칡덩쿨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언정일은 놀란 눈을 하며 다시 몸을 뒤집었다. 그러나 촤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서 그물이 치솟아 올라 그를 낚아 채었다. 언정일은 도를 휘둘러 

그물을 베었다. 파아악  도가 그물의 한쪽을 찢었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언정일의 몸 일부를 휘감으며  올라가고 있었다. 언정일은 몸에 반동을 주

어서 상체를 올리며 도로 자신의  다리 윗 부분을 베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언정일의 신영이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언정일이 땅에 내려서려

는데 언제 달려왔는지 주위에는 장병을 든 이들이 몰려와 있었다. 

언정일은 기합성을 터뜨리며 도를 밑으로 해서 휘둘렀다. 차차창 십여개의 

병장기가 언정일의  도에 튕겨져 올라갔다. 그리고  언정일은 땅에 무사히 

내려 설수가 있었다. 그러나 주위에는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인영들이 완

전히 포위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한명의 인영이 축 늘어진채 끌려오고 있

었다. 

"언가주 이만 끝냅시다." 

잔살마군 주진우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언정일을 바라보았다.

백리소연은 몸을 일으켜서 소천을 찾아 보았다. 이곳은 능선바로 아래였고 

달빛이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얼굴을 어느정도는 알아 볼 수 있었

다. 모두들 몸을 기대어 체온으로 서로를 녹여주고 있었다. 백리소연은 그

들 중에서 소천을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백리소연은 한쪽에 무리를 지어  앉아 있는 이들에게 다갔다. 그들은 오대 

호법과 개방의 두 장로와 남궁세가의 무사대장이었다. 그들은 무언가 열심

히 숙의를  하고 있었다. 백리소연이 그곳으로  다가가자 양대호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백리소연이 고개를 쳐들어 그를  바라보자 양대호는 고개를 

젖고 한쪽으로 가리켰다. 그곳은 다른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소천공자는 어디있죠"

"내일 아침에 볼수 있을 것이오."

"먼저 갔나요.? 우리는 놔두고 그런거죠?"

양대호는 피식 웃으며 백리소연을 바라보았다. 

"혼가 갈 것 같으면 오지도  않았소. 아직은 비밀이니 그냥 그곳에 앉아서 

기다리시오."

백리소연은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그쪽에 가서 앉았다. 백리소연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남궁공자님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사삭 사사삭 바람이 옷자락을 스치며 최소한의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

다. 사인은 매우 빠르게 산을 타고 있었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속도에 별

로 변함이 없었다. 척 선두의 인영이 멈추자 그 뒤를 따르던 삼인도 그 자

리에 멈추었다. 그것도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 나무나 바위 뒤에 

몸을 은신했다. 사인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는 거대한 

산이 병풍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산의 거대한 줄기가 좌우로 길게 뻣어 있

었다. 앞으로도 작은 줄기들이 뻣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불덩이 들

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적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었다.

"저곳이다. 적들이 막고 있는 곳이"

그렇게 말을 하는 이는  소천이었다. 소천뒤에 있던 이준이 고개를 끄떡였

다. 

"적의 이동을 차단하고 아군의 병력을 동원하여 지휘 통제하기 더 없이 좋

은 곳입니다."

"음"

소천은 나즈막한 신음성을 흘렸다. 

"남은 식량은"

"사흘치 건량입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정도 식량으로는 반대편으로 도주도 불가능했

다. 적들이 반대편에도 어느정도  매복을 깔아 놓았을 테고 이들이 추적을 

해온다면 얼마 못가서 도륙이 날 것이 뻔했다. 태원부까지 도주를 하면 며

칠 숨통이 트이기는 하것이다. 그러나 적들이 성 주위에 매복을 하고 있다

가 고수를 보내와 상대를 할 것이 뻔했다. 

현성으로 들어 가는 것은 며칠 생명을 연장한다는 의미 밖에 없었다. 자기 

혼자라면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혼자서 이곳을 빠

져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근 이백명의 생명을 책임져

야 했다. 결국 의지할 만한  문파가 있는 곳까지 도주를 할려면 황하나 태

행산맥을 넘어야 했다. 그리고 황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저 산맥만 

넘으면 되는 것이었다. 

"횟불의 대형으로 보아 적은  사형진(蛇形陣)을 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나는 먼저 잠입을 해서 내일 날이 밝는데로 적의 중군을 흐트러 뜨려 놓겠

다. 너희들은 능선아래까지 이동을 한 뒤 산 정상에서 벽력탄이 터지는 것

을 보면 돌격대형으로 공격해  들어와라. 그리고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물

러서는 순간 여기서 모두 뼈를 묻어야 한다."

"존명"

"가라. 내일 동틀때까지는 공격선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척 삼인은 읍을 하고 어둠속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소천은 잠시 안스러운 

얼굴을 했다. 저들은 돌아가면 바로  이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었다. 즉 단 

한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기초 지휘관의 

책임이었다. 기초 지휘관은 일반  무사보다 몇배의 일을 해야 하는 자리였

다. 

소천은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나아기기 시작했다. 얼마를 가자 횟

불을 든 녹림도들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소천은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

려 산맥의 줄기로  몸을 날렸다. 소천은 산맥의  줄기를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의 계곡과 줄기마다  쳐진 군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뭇가지

로 위장을 했지만 급히 한  모양이어서 소천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소

천은 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앞으로 나갔다. 

'허리를 허리를 잘라야 한다.'

사형진은 진세가 뱀과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었다. 실제로 그 운

용도 뱀과 같았다.  머리를 치면 꼬리가 되받아  치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공격을 해왔다. 그리고 가운데를  공격하면 좌우에서 협공을 해왔다. 또한 

이런 진세는 지금의 적  이동을 차단하는데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지금 소천일행으로는 이 진세를  상대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머리나 

꼬리부터 공격을 하면서 길다란 진을 모두 하나 하나 격파해 나가야 했다.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그것도 다수로 힘이 우세일때나 가능

한 일이었다. 지금과 같이 힘이 약할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중군

을 칠 계책을  낸 것이었다. 사형진의 허리를  적이 반격하기 전에 잘라야 

했다. 그것은 현재 소천이  거느린 인원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소천이 

미리 적의 중군에 침입해서 적의 중군을 흐트러트린다는 계책을 세운 것이

었다. 이것은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만약 소천의 계책대로 

백호대와 개방  남궁세가의 잔류병들이 중군을  부수고 올라오지 못한다면 

자신은 대군에 포위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죽어야 했다. 

소천은 침을 삼켰다. 혼자라면 충분히  이곳에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소

천은 잠시 혼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

었다. 수하들을 이곳까지 끌어 들인 이상 그들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었다. 소천은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몸을 숨겼다. 그가 

몸을 숨김과 동시에 앞에서 몇 명의 녹림도들이 두런거리며 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중군에 적 수뇌부가 있다면 더바랄 것이 없다.'

소천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중군에 적 수뇌부가 있다면 기습으로 적 대장

을 인질로 잡아  빠져 나갈 궁리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적 

수뇌부를 휘 저어 놓으면  그만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었다. 그러나 

적 수뇌부가 중군에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천은 능선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얼마를 올라가자  잡목지대가 나왔다. 그 잡목지대에는 눈

이 아직 녹지 않고 그냥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달빛에 눈이 반사되에 사람

들의 형체가 뚜렸이 보였다. 또한 나무도 거의 없어서 몸을 숨기고 이동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소천은 그곳에서 잠시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일대의 녹림인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주

위가 어두웠고 이들은 잠에서  금방깼는지 하품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소

천은 이들 대오의 맨 마지막에  끼어 들었다. 아무도 뒤돌아 보는 이가 없

었다. 소천은  이곳에 올때부터 죽은자들에게서 벗긴  녹의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월광"

그러자 뒤따라 가던 이중 선두에 선이가 말을 하였다.

"일출"

그러자 주위에서 몇 명의 녹림도들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자네는 어디서 왔나"

"형가채네 자네들은"

"응 우리는 오말채야. 수고들 하게."

이들은 임무를 교대하였다.  오말채원들은 매복지를 이들에게 넘겨주고 하

산을 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급하게 긁어 모으느라 서로 얼굴을 모르는군. 잘ㄷ어.'

소천은 어수선한 틈을 타  정상에 보이는 군막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군막

주위에 수십여명의 녹의의인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내려왔다. 그들의 보초 서는 모습 하나에서도 그들의 군기를 읽

을 수 있었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긁어 모은 이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것은 역으로 말해서 저  군막안에 중요인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소천은 한 

매복지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던 이들이 그를 보고고개를 갸웃했다. 

"넌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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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수님 고맙습니다. 장상수님께서  지적해주신 부분들이 모두 제 가슴에 

와 다았습니다.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청룡장을 쓰면서 지금은 객관적인 시각을  모두 잃어 버렸기 때문에 제 글

이 어떤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장사수님의 한수 가르침에 작은 실눈

이나마 뜨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천이 일행이 아니

라는 것은 한번에도 알 수 있었다. 소천은 태연스럽게 말을 하였다. 

"응 오말채 소속이야. 제기랄 아까  여기서 몰래 술을 먹다가 걸려서 오늘 

종일 서야되. 아까 전달 못받았어."

"아니"

"퇴 위에서 하는게 늘 그렇잖아.  지들은 계집들끼고 놀면서 으휴 내가 술

한잔 먹었다고......."

"크 우리도 그래"

"쉿 순찰사자다."

누군가 그렇게 말을 하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앞을 바라보았다. 순찰사자

는 그들을 한번 보고  저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소천이 

말을 하였다. 

"여기 육포 숨겨 둔게 있었는데"

그말에 모두들 침을 꿀꺽 삼켰다.  소천은 한쪽 바닥을 긁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잘 말린  쇠고기 육포를 꺼내 들었다.  다섯이서 남은 밤동안 먹기 

좋은 양이었다. 이것은 순찰사자에게  모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소천이 

흙에 살짝 묻어 둔 것이었다. 소천은 육포를 털면서 말을 했다.  

"제기랄 내가 이거 먹는걸 당주님이 아시면 난 내일 모가지야."

"우리만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지."

소천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하였다. 

"그렇지 키키킥 그리고 여기 누가 온다고 이렇게 지키라는 거야. 안그래."

소천은 육포를 나누어 모두에게 주었다. 한명이 한입 씹으며 말을 했다.

"캬 술 한잔이 그립구나."

"미안하네. 내가 그 술만 빼앗기지 않았어도......"

"괜찮아 이것도 어딘데. 이렇게 맛좋은 육포는 처음 먹어 보네. 어디서 슬

쩍 한거야."

"거기 있쟎아. 왜"

소천이 그렇게 말을 하자 한명이 빠르게 받았다. 

"조리당(條理堂)에서 슬쩍 했구나. 간도 크게 흑저에게 걸리면 끝장인데."

"쉿 극비야"

"야 조리당은 저기 능선 너머에  있는데 어떻게 슬쩍했어. 저 친구들 채주

님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데"

누군가 그렇게 묻자 소천은 고개를 살래 살래 저었다. 

"그게 능력 차이라는 거야. 쉽게 말해서 나와 자네들 차이지"

소천은 그렇게 말하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육포는 어느새 바닥이 나고 없

었다. 소천은 씨근덕 거리며 말을 했다. 

"야 치사하게 나 말시키고 너희들이 돌아가면서 먹었구나."

"크크크 그게 능력 차이라는 거지. 우리 형가채와 오말채의 차이지"

"제기랄 빌어먹을 좋다 좋아. 나야 또 가서 얻으면 되니까."

소천이 몸을 일으키자 모두들 그를 잡았다. 

"위험해"

"괜찮아. 저쪽 조리 담당애 하나 구슬려 논게 있어. 잘못돼도 나는 오말채 

소속이니까 자네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을꺼야. 기다려보라구"

"조심해"

"응 알았어."

"총채주님이 지금 출타중이니까 감시가 소홀할꺼야."

소천은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어둠속을 천천히 기어 가기 시

작했다. 정상에는 화톳불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군막 주위

였다. 그래서 멀리서 돌아가는 소천의 모습을 볼수가 없었다. 군막에서 보

이지 않는 곳에 오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양손을 얼굴에 부볐다. 흙이 

얼굴에 묻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능선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한 군

막으로 향했다. 십여장이나  떨어졌는데도 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

다. 그래서 눈이 녹아 바닥도  질퍽했다. 소천이 태연히 걸어가자 문을 지

키고 있던 이가 창을 앞으로 하며 외쳤다.

"정지 월광"

슉 소천은 단숨에 삼장여를 격해서 그를 후려쳤다. 쫙 그의 뺨에서 불꽃이 

튀며 나뒹굴었다. 옆에  있던 이는 바싹 쫄아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소천은 휘장을 걷었다. 

"아무도 못들어오게 해"

소천은 그렇게 말을 하고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수십개의 가마가 있었

다. 그리고 한곳에는 물에 불린  쌀과 각종 고기 양념들이 산더미 처럼 쌓

여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십여명의 인원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먹

고 있었다. 그들이 먹는 것은 모두 양념이 잘된 고기류들이었다. 털복숭이 

거한이 일어서며 말을 하였다. 

"뭐야 너"

"네가 흑저냐"

거한은 넒적한 칼을 들어서 도마를 내리 찍으며 말을 했다. 

"그렇다. 내가 흑저다."

"개자식"

소천은 일권을 날렸다. 흑저를 비롯한 십여명의 장한들이 일어서서 달려들

었다. 하지만 소천의 상대는  아니었다. 퍼퍼퍽 소천과 십여명의 사내들은 

서로 몇번씩 주먹을 교환했다.  소천은 몇대를 맞았지만 안으로 파고 들어

가 십여권을 흑저에게 날렸다. 퍼퍼퍽  퍼퍽. 흑저는 몇번 두들겨 맞고 나

뒹굴었다. 소천은 얼굴을 스윽 닦고 발을 흑저의 머리위에 올려 놓고 손을 

자신의 구부러진 무릅위에 대었다. 

"개자식 너 때문에 내개 채주님께 얼마나 혼이 난줄 알아. 응 너희들은 여

기서 이렇게 배 뙤지 부르게 처먹고 우리 채주님은 배를 곪으셔야 겠어."

"무슨"

턱 소천은 흑저의 얼굴을 더욱  세게 눌렀다. 그때 휘장이 열리고 몇 명의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소천은 그들을 보고  냉소를 지으며 흑저에게 

말을 했다. 

"이봐 너도 여기서 이렇게 고급재료들을 축낸 걸 알면 위에서 가많이 있겠

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

그말에 흑저의 눈이 반짝였다. 

"원하는게 뭐냐?"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소천이 발을 떼자 흑저가 벌떡 일어나며 소천을 후려 갈겼다. 그의 일권에 

소천의 얼굴이 휙 하고 돌아갔다. 우당탕 소천의 몸이 쌀독에 나뒹굴었다. 

그순간 소천의 소매가 떨리며 하얀 가루가 ㅆ아졌다. 그러나 아무도 본 사

람은 없었다. 소천이 벌떡  일어나며 주먹을 쥐자 흑저가 한접시의 고기볶

음과 술을 한병 내주었다. 흑저는 소천이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런 일은 종종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열

상 좀 낮은 채주가 이런 방법을 써서 고급야식을 챙기곤 했기 때문이었다.  

"자 가져가 최고급들이야."

흑저는 그렇게 말을 하고 턱을 한번 만졌다. 

"자네 주먹 쎈데"

"자네도"

소천은 흑저의 주먹을 치고 고기볶음 한 접시와 술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나가면서 한쪽에 있는 질 좋은  육포를 몇 개 쥐어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흑저는 그것을 보며 씨익 웃었다. 소천이 나가자 흑저가 구경을 하고 있던 

이들에게 소리쳤다.

"뭐해 빨리 밥하지 않고 해가 뜨면 모두 먹여야 할꺼 아니야"

흑저의 말에 모두들 바삐 움직였다. 식당은 새벽부터 일을 해야 아침을 맞

출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이가 물었다. 

"어느 채 녀석일까요."

"그거 알아서 뭐하게. 부식줄 때  더 얹어 주게. 여기 한두채와 있어 젠장

할 빨리 밥들이나 해"

흑저는 그 큰 칼을 도마에 내려치며 말을 하였다. 

'말단들 하고 놀던게 이럴 때 효과를 볼 줄 몰랐군'

소천이 다시 돌아오자  그곳에 매복을 하고 있던  이들은 환호성을 내질렀

다. 소천이 술과  고기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근 한시진동안 

소천이 듣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주었다. 물론 소천이 이

리저리 돌려서 물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말들이었다. 새벽 동틀 무렵 

소천은 저멀리 보이는 깃대들을 바라보았다. 저 깃대들이 사형진을 움직이

는 신호판인 것이었다. 

'수뇌부를 부수기전에 저 깃대부터 잘라야 한다.'

소천은 그렇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뇌부 군막을 바라보았다. 근 

백여명의 인원이 군막을 지키고 있었다. 소천은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끝 없는 구름의 바다에 계곡들은 포옥 숨어 있었다. 계곡으로 구름이 밀려

오면서 능선을 타고 넘기 시작했다. 넘실넘실대는 안개의 물결. 해는 운해

를 뚤고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은 안개의 바다. 그리고 동해의 

일출처럼 떠오르는 붉은 햇살.  꿈틀대는 구름은 형형 색색으로 물들어 가

고 봉우리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은 안개에 파뭇혔다. 그것은 군막도 마찬가

지였다. 소천은  밑을 바라보았다. 밑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곳에서 벽력탄을 터뜨려도 밑에  있는 이들이 볼수가 없을 것이었다. 소

리도 그곳까지 가지 못할  것이었다. 소천은 심호흡을 하고 깃대를 바라보

았다. 

'이정도 안개와 구름이라면 저  깃대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북

을 이용할 것이다.'

소천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나 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천은 

세 개의 벽력탄을 손에 쥐었다. 매복진에 있던 이들은 모두 수혈이 집혀서 

잠들어 있었다. 이제 이 매복진도  거두어 질 것이다. 그전에 결정을 내려

야 했다. 소천은 녹의를 벗었다. 그러자 푸른 청의가 드러났다. 소천은 품

에서 검은 건을 꺼내서 머리에썼다.  등에서 세 개의 단봉을 꺼냈다. 그것

을 연결하자 길다란 장창이 되었다. 그리고 한 개의 벽력탄을 운해 한가운

데로 집어 던졌다. 공력을 가해서 던진 것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멀리 날아

갔다. 

산밑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집결한 중인들은 위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산

맥줄기는 그 허리에 구름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 아래 바위와 해

가 잘드는 공터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그 숫자는 어

림 잡아도 삼사백은 되어  보였다. 정면에 드러나 보이는 이들이 삼사백이

라면 최소한  육칠백은 집결해 있다고 보아야  타당했다. 그리고 사형진의 

특성상 저멀리 보이는 좌우 봉우리에도  그 정도의 인원은 집결해 있을 것

이었다. 

오대 호법을 비롯한 중인들은 기가 질려 있었다. 적은 최소한 이천이 넘는 

대군인데 반해서 자신들은 겨우 이백이 될까 말까한 숫자였다. 일당십이었

다. 말이 일당십이지 이천대  이백의 싸움은 일당십으로 계산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대 백정도로 계산을 해야 전력 차이가 맞는 것이었다. 

이준은 백호대를 돌격대형으로 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모든 작전은 

다 짜져 있었다.  후퇴는 없다. 멈추지 않는  전진 오직 그것밖에 없었다. 

멈추는 순간 그 자리에서 뼈를 묻어야만 했다. 

콰아앙 산 중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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