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산서대혈전 1
소천은 산봉우리에 올라서 산세를 바라보았다. 능선을 이루고 길게 이어진
줄기가 있는가하면, 산들이 첩첩이 늘어서 있어서 사이사이 깊은 계곡들이
보였다. 한쪽 봉우리에서 붉은 깃발이 올라갔다. 그러자 다른 양쪽 봉우리
에서 흰색 깃발이 올라갔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분열합벽진세가 맞군. 저 깃발들은 지대를 연결해 주는 연락망이고."
그때 한명이 급히 올라오며 말을 하였다. 그는 진명이었다.
"총호법님 지금 일대의 녹림도들이 좌측에서 달려 오고 있습니다. 이준대
주가 방어진을 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곳은 무하고 저 능선을 공격목표로 삼아 진격해 나가야 합니다. 저 능
선을 탈취해야 우리가 살수 있습니다."
소천은 그렇게 말을 하고 봉우리에서 빠르게 내려갔다. 산봉우리 중턱에
백호대와 개방도들이 잔뜩 긴장을 한채 모여 있었다. 그들이 있는 맞은편
에서 수십명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매우 가까이 보였
지만 계곡이 깊어서 저들이 이곳까지 올려면 한식경정도 걸릴 것이었다.
소천이 내려서자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이대주"
"옛"
"저기 보이는 능선으로 전속력으로 진군한다. 앞에 걸리적거리는 것은 모
두 죽여라. 그리고 말은 여기서 버린다."
"존명"
이준은 즉각 각조에 진군명령을 하달했다. 삼십여 기마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병장기를 들어 말들의 목을 처버렸다. 말들의 울음소리와 피가 사
방으로 튀어 올랐다. 중인들은 모두 말의 목에서 피어 오르는 혈막을 바라
보았다. 말들이 쓰러지자 기마병들도 보군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일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소천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
"풍호법 진호법"
"넷"
둘은 동시에 소리치며 허리를 숙였다.
"선봉에 서도록"
"존명"
풍파와 진명은 보군을 앞질러 내달렸다.
"하권사님과 천호법께서는 후방을 맞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둘은 예를 취하고 뒤로 물러섯다. 소천은 오익상과 건곤신개를 보며 말을
하였다.
"두분은 좌우 백여장씩 갈라져서 좌우 경계를 맞으십시오. 적이 나타나면
싸우지 마시고 신호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존명"
건곤신개는 산정상으로 올라갔고 오익상은 산 아래로 내려갔다. 소천은 양
대호를 보며 말을 하였다.
"양형은 나와 같이 갑시다."
"예"
소천은 저멀리 보이는 능선을 바라보았다. 저 능선이야 말로 이일대 산봉
우리에 있는 연락망의 허리였다. 저 허리를 끊어야 분열합벽진세가 그 효
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분열합벽진세를 깨기 위해서는 세가지 방
법이 있었다.
첫째는 애초에 속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속아 넘어간 상태
였다. 다른 하나는 정예고수들을 이끌고 적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
며 적들이 흩어져 있을 때 각개 격파를 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지금의 백
호대로는 무리인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연락망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연락망이 차단되면 흩어진 지대들이 모이기가 힘이 드는 것이었다. 그럼
틈이 생기고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이곳이 평원이었다면 적들의 연락망을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
다. 그러나 산악지대 였기 때문에 적들이 연락망을 구축하는데 지형적 한
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소천이 가는 곳은 바로 그 연락망의 중추로 직
접 처들어 가는 전법을 택한 것이었다. 연락망의 중추에는 적의 정예가 있
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만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양산월은 수하의 보고를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지도에 푸른 기가 꼿혔다.
그 옆에 서 있던 주진우가 낮빛을 바꾸었다.
"청룡장이 중심부로 바로 치고 들어오는군요. 그들이 분열합벽진세를 알고
있는 것일까요."
양산월은 고개를 끄떡였다.
"틀림없이 그들 중에 분열합벽진세를 아는 자가 있다. 그것도 아주 정확
히"
양산월은 주진우를 보며 말을 하였다.
"지금 가동할 수 있는 병력은"
"삼백입니다."
"전원 이끌고 이 능선을 사수하라."
"삼백을 다 말입니까. 그들은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능선이 함락되면 야간에 아군끼리 격돌이 일어 날 수 있다. 어서가라."
"존명"
주진우는 휘장밖으로 나갔다. 양산월은 휘장에서 각 산봉우리에서 올라오
는 깃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도에 꼼꼼히 표시를 해 나갔다. 휘리릭
한쪽 산봉우리에서 검은 깃발이 올라왔다. 양산월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
다.
"거물 한명을 또 잡았군"
마등선은 거친 숨을 토해 내었다. 마등선은 옆에 서 있는 곡현과 영호일풍
을 바라보았다. 둘다 피로 흠뻑 목욕을 한 상태였다. 둘의 호흡도 거칠어
져 있었다. 곡현은 건량을 하나 뜻어서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리고 한
쪽에 있는 눈을 덩어리로 만들어서 입에 넣었다. 흙이 묻어서 들어갔으나
개의치 않았다. 그것은 주위에서 숨을 할딱이고 있는 장안표국의 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표사들의 숫자는 이제 오십여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전
투의 와중에서 죽거나 흩어지고 남은 숫자였다. 영호일풍이 저쪽 능선을
보며 말을 하였다.
"사형 이곳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야간에 빠져 나가도록 합시다."
"야간에"
"예"
"야간이 되면 저들은 사방에 매복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낮처럼 이동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길을 재촉하면 매복진에는 한번 걸리겠지만
그것만 돌파하면 적들의 연환공격에는 빠지지 않을 껍니다."
마등선은 입술을 깨물었다. 대사형이 없는 지금 자신이 이들을 지휘해야
했다. 마등선은 영호일풍의 말이 일이가 있다고 여겨져서 고개를 끄떡였
다. 자신은 물론 표사들도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곡현이 고개
를 저었다.
"저들이 우리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네. 어쩌면 지금 이순간에도 저들은
우리를 포위 하고 있을 지 모르네 빠르게 이동을 하여 저들의 포위망을 돌
파하는 것만이 살길이네."
곡현의 말에 영호일풍은 마등선을 바라보았다. 마등선은 난감한 표정을 지
었다. 둘의 말 모두 일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하는 것
이었다. 마등선은 표사들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은신을 하도록 하세"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산능선과 계곡에
서 녹림도들이 밀려들어왔다. 마등선은 등을 돌렸다. 그러다가 무엇을 보
았는지 고개를 돌렸다. 계곡에서 밀려오는 녹림도들의 선두에 선자를 뚤어
저라 바라보았다. 아니 그가 들고 있는 긴 장대에 꼿힌 수급을 바라보았
다. 핏기 하나 없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수급이었
다. 마등선은 눈을 부릅떴다.
"사형"
마등선은 그렇게 외치며 달려 나갔다. 영호일평이 그런 마등선을 부여 잡
았다.
"지금 저들과 싸우면 개죽음을 당할 뿐입니다. 본산으로 가서 제자들을 이
끌고 하산을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사형 정신을 차리십시
오."
마등선은 영호일평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울부짓으며 사형만 외쳤
다. 영호일평은 마등선의 수혈을 집었다. 마등선의 신영이 축 늘어졌다.
"삼사형 이사형을 부탁합니다.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영호일평의 말에 곡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영호일평은 표사들을 보고 외쳤
다.
"내뒤를 노치지 마라."
"예"
영호일평은 장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정면에서도 일대가 함성을 지르
며 몰려오고 있었다.
'정면돌파 그길 밖에는 없다.'
반나절동안 ㅉ기면서 터득한 진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디로 도망을 쳐도
적은 항상 그곳에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싸우면서 길을 트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었다. 다행이라면 적들중에는 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야합"
영호일평은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녹림도 하나를 단칼에 베었다. 피가
얼굴에 튀었다. 그러나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주위에 밀려오는 녹림도들
을 베어나갔다. 표사들고 영호일평의 뒤를 따르며 녹림도들을 공격해 갔
다. 푸른 물결이 좌우로 갈라지듯이 녹림도들은 붉은 피를 뿌리며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 후방을 포위 공격해 들어갔다. 그래서 표사들의 행렬은
붕어모양이 되어 버렸다.
영호일평은 삼면에서 공격해오는 녹림도들을 베며 전진해 갔다. 그의 눈에
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검을 배운 것은 활인이 목적이었지 이렇게 살
귀가 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영호일평이 흘리는 눈물은 죽어가는 녹림도들
을 위해서 그리고 살귀가 되어가는 자신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
러나 그 눈물은 끝내 눈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밖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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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이제는 술 빌어먹기도 힘들게 ㄷ네."
그는 화살이 밖힌 술호로를 내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박으로 만든
호로병이 산산조각이 났다. 취선개는 타구봉을 집고 일어섯다. 보이는 것
은 눈덥힌 산뿐이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눈만 반짝이고 있는
제자 사십여명이었다. 취선개는 한숨을 푹쉬었다. 떠나 올 때 방주가 신신
당부를 하던 소리가 들렸다.
'장로님 우리는 녹림도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빌미로 반혈맹에 힘을 실어주어서 삼혈맹과 맛서기 위해서 가는 것입니다.
장로님의 무위는 잘 알지만 일개 녹림도를 상대로 너무 위용을 떨치지는
마십시오.'
개방이 이번 녹림토벌전에 참가를 한 것은 순전히 반혈맹 때문이었다. 녹
림을 토벌한 열기를 반혈맹에 실어 주어서 삼혈맹을 견제 하기 위한 것이
었다. 그러나 견제는커녕 여기서 몰살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취선
개는 흙뭇은 손으로 코를 문질렀다.
"건곤개는 잘 빠져 나갔을까. 그 자식이라도 살아 돌아가야지. 흐흐흐 혼
자 살아가면 방주님께 혼이 날꺼야 흐흐흐 쌤통이다."
취선개는 그렇게 말을 하고 발로 작은 바윗돌을 내찼다. 그리고는 얼굴을
찌뿌리고 발을 움켜 쥐었다.
"빌어먹을"
그때였다. 저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취선개는 타구봉을
힘껏 쥐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개방도들도 모두들 몸을 일으켰다. 사사삭
옷이 스치는 소리가 경쾨하게 들렸다. 취선개는 얼굴을 굳혔다.
'제법 하는 놈들이다.'
취선개는 그들의 옷스치는 소리에서 그들이 제법 무예를 닦은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휙 산능선을 돌아서 몇 명의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내
었다. 취선개는 눈을 크게 떴다.
"백리소저"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는 이는 백리소연이었다. 그 뒤에는 삼십여 남궁세가
검수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백리소연은 봄꽃이 피듯웃으며 말을 하
였다.
"취장로님 무사하셧군요."
"흐흐흐 그럼 내가 어디 다치기라도 했을 것 같으냐."
백리소연은 입술을 삐쭉내밀었다. 옆에 서 있던 무사가 말을 하였다.
"장로님 저희 이공자님을 뵙지 못했습니까."
"아니 못 보았는데"
그말에 무사들의 안색이 딱딱히 굳어졌다. 이공자를 모시고 와서 자신들만
살아서 돌아 갈수는 없는 일이었다. 따로 무사히 귀환을 하신다면 모르지
만 이곳에서 어떤 변이라도 당하면 자신들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이
었다.
"남궁 공자님은 무공이 뛰어나시고 지략이 출중하시니 이런 녹림도들이 범
접하지 못할 꺼에요. 이미 포위망을 돌파 하셧을 수도 있지요."
취선개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들 말게. 남궁공자가 어디 보통 사람인가."
취선개는 그렇게 말을 하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하였
다.
"이자식들은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서 말이야"
취선개가 겸연쩍게 웃자 백리소연도 고개를 끄떡였다.
"취장로님 이렇게 도망만 칠게 아니라 적의 수뇌부를 역습하는 것이 어떻
겠습니까. 이들은 숫자만 많았지 고수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우리가 적의
수뇌부를 친다면 적들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때 다른 분들을 구할수
있쟎아요. 그럼 자연스럽게 강호에 우리의 이름을 떨칠 수 있지 않겠어
요.?"
백리소연의 말에 취선개는 눈을 껌뻑였다. 그때였다. 저쪽 산 능선에 돌연
함성이 들려왔다. 중인들은 병장기를 꼭 쥐고 사방을 경계했다. 함성소리
는 계속해서 터저 나오고 있었고 비명성이 연달아 들리고 있었다. 취선개
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옆에 백리소연이 뒤따랐다. 비명성이 있다
면 아군이 적들과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몇 개의 계곡을 건너뛰고 일
행은 일대 혈전이 벌어지는 곳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한 산중턱에 수백
여명의 녹림도들이 두텁게 진을 치고 일백여 군웅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일백여명은 십여명의 조로 나뉘어서 녹림도들을 공격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 선두에서는 한명의 인영이 장창을 휘두르며 녹림도들을 찔러나갔다.
장창이 휘둘릴 때마다 녹림도들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십여구의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의 좌우로 몇 명의 고수들이
조와 조사이에 서서 녹림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도를 휘두르는 이와 맨
손으로 녹림도들을 상대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타구봉을 휘
두르며 녹림도들을 몰아쳐 가는 이도 보였다.
"건곤개"
취선개는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고함을 쳤다.
"적들을 공격하라."
"와아아"
개방도들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백리소연은 소천의
휘두르는 장창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창은 봉까
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파아란 하늘에 선연한 피빛이 수 놓아 지고 녹림
도들의 단발마가 산을 울렸다.개방도들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앞에 달려
가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소천의 창날만 보일 뿐이었다.
///////////////
조민아님께서 그런 극찬을 해주시니 정말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데 감기가 드셧다니 흐흑흑. 하루 빨리 완쾌가 되시기를 바라며
-- 기도중 --
그외에 청룡장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분 들게 대한 보답은 오직 한가지 청
룡장의 빠른 완결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음 갑자기 심각해 지는 것 같네. 지금 하루에 한줄도 못쓰고 있습니다. 그
나마 써 논게 있어서이렇게 이틀에 한번 꼴로 올리는데............
살벌하군.
어쨌든 잘 하겠습니다.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5381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37 02/21 06:48 375 line
"이ㅎ"
소천은 기합성과 함께 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이를 찔렀다. 퍼억 그의 가
슴에 붉은 선혈이 튀어 올랐다. 소천은 장창을 들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각조는 이준의 지휘하에 능동적으로 녹림도들을 몰아쳐 가고 있었다. 용권
노사 하연적은 소천의 삼장 옆에서 맨손으로 녹림도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일권 일권에 녹림도들이 병장기가 날아가고 턱이 돌아가고 배를 부여 잡고
쓰러졌다. 쌍수곤룡 오익상은 두 개의 곤을 폭풍처럼 휘두르며 녹림도들의
근접을 아예 차단하고 있었다. 절명도 풍파와 천일정도 녹림도들의 예기를
꺽고 있었다. 소천의 주위로는 녹림도들이 달려들지 않았다. 소천은 뒤에
서 녹림도들의 진세를 조정하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뛰어난 전술가다. 사기가 꺽인 이들을 이끌고 이렇게 버티다니'
소천은 이곳에 적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예상을 한일
이었다. 분열합벽진세를 펼칠정도의 인물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간과할 이
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쪽에서 고수를 내세워 적들의 사기를 죽
인다면 쉽게 능선을 장악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
판이었다. 적 지휘관은 한치도 내줄수 없다는 각오로 싸움에 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녹림도들도 등을 보이지 않고 악착같이 달려들고 있었
다.
'어쩔수 없군'
소천은 뒤로 몇발짝 물러났다. 그러자 두명의 인물이 그 앞에 나와서 가죽
방패로 소천을 보호했다. 척 장창이 땅에 꽃히고 소천의 손에 검집이 들려
졌다.
"출"
소천의 입에서 낭낭한 목소리가 터저 나왔다. 척 그의 손이 하늘을 가리켰
다. 챙 하는 경쾨한 소리와 함께 장검이 십여장 높이로 치솟아 올랐다. 그
순간 중인들은 싸움을 멈추고 그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 경악성을
터뜨렸다.
"이 이기어검이닷."
달려가던 취선개와 멍하니 보고 있던 백리소연도 그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
다. 이기어검. 말로는 이보다 더 많이 강호를 떠도는 말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기어검을 펼칠 수 있는 이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
래서 강호인들이 평생가도 한번 이 이기어검을 볼까 말까한 절기였다. 녹
림도들은 물론 백호대도 얼어붙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등룡"
소천의 신영이 허공으로 떠올려졌다. 검은 소천의 앞으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탁 소천의 손바닦이 검의 손잡이를 쳤다.
"청룡단수"
파아악 검은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대해를 가르는 청룡
의 위용과도 같았다. 한줄기 빛살은 그 앞을 가로 막은 모든 것을 관통하
며 날아갔다. 사람과 나무가 그 빛살에 관통이 되었다. 퍽퍽 몇 명의 인영
들이 가만히 서 있다가 가슴과 등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
빛살은 그대로 잔살마군 주진우 앞으로 날아갔다. 주진우도 그 빛살을 보
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능력으로는 그 빛살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을 잘 알고 있었다. 주진우는 앞으로 떼굴떼굴 굴렀다. 빛살은 그의 등줄
기를 ㅎ고 지나갔다. 휘리릭 검은 빙그르 돌아서 소천의 손으로 되돌아갔
다. 소천은 그때까지 허공에서 떠있다가 소리를 쳤다.
"적장이 죽엇다."
"와아아 와아아"
백호대원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녹림도들은 자신들의 대
장이 죽었다는 말에 몸을 돌려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함성에 정신을 차
린 취선개도 함성을 지르며 내달아갔다. 주진우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등
에 부상만 입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녹림도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
고 몸을 돌렸다. 지금 이들을 다시 통제해서 저들과 싸우게 하는 것이 불
가능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번 기세가 꺽여 도주를 하는 병력을 되돌리는 것은 제방이 무너져 노도
처럼 밀어 닥치는 물살을 되돌리는 것보다 어려웠다. 주진우는 오랜 경험
으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백호대원들은 그들을 ㅉ아가서 주살을 하
기 시작했다. 그들은 능선을 넘어 반대편으로 도주를 하였다. 주진우는 능
선 위에 있는 깃대를 보고 환도를 휘둘러 베어버렷다. 붉은 깃발이 매달린
깃대가 앞으로 떨어지며 눈밭위에 파묻혔다. 주진우는 다른 녹림도와 섞여
서 도주를 하기 시작했다.
양산월은 저멀리서 능선의 깃발이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그자의 능력이 내 예상외로구나."
양산월은 수하를 보고 외쳤다.
"삼색기를 올려라."
삼색기는 깃발 신호를 무시하라는 명령이었다. 적에게 중추를 잡힌 신호는
쓰지 않는 것이 합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산악지형에서 깃발신호
가 사라지면 명령하달과 상황보고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분열합벽
진세에 큰 금이 가는 일이었다. 양산월은 지도를 내려 보았다. 이제는 승
부수를 던질때가 된 것이었다. 녹색 깃발들이 여섯군데에 집중이 되어 있
었다. 그리고 백색깃발 들이 네곳에 분산이 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능선에
가장 많이 집중이 되어 있었다.
양산월은 턱을 메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우선 세곳을 섬멸한다. 그리고 광역포위망을 구성하여 이들을 일망 타진
한다. 그때까지는 깃발신호가 살아 있는 것 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이
들이 능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양산월은 그렇게 결정을 짖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는 고수들을 풀때가 된
것이었다. 표맹의 고수들은 단신이라면 이곳을 빠져 나갈 능력들이 충분히
있었다. 그들은 숫자로 잡을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이쪽에서도 고수들
을 내서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역동립은 고개를 돌리고 나무막대를 입에 꽉 깨물었다. 몇 명의 표사들이
그의 몸을 붓잡아 누르고 있었다. 순간 역동립의 눈이 커지며 표사들을 밀
치며 몸을 일으켰다. 표사들은 잠시 밀렸지만 더욱 거세게 내리찍었다. 역
동립은 고개가 빠져라 위로 머리를 치켜 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힘줄이 툭
툭붉어져 나왔고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맷혔다. 그의 양볼은 팽
팽히 당겨진 줄처럼 되어서 푸들 푸들 떨고 있었다.
"커억"
하는 소리와 함께 역동립의 몸이 축 늘어ㅈ다. 그리고 표사들도 손을 떼고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역동립은 숨을 몰아 쉬었다. 고개를 들어서 자신
의 왼쪽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왼쪽 다리는 지금 왕유정이 옷을 ㅉ은 천
으로 칭칭 감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반토막난 도가 피뭇은채 뒹굴고 있었
다. 역동립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왕유정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죄송합니다. 국주님"
왕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이런 곳으로 끌고 온 내가 미안하지"
왕유정은 역동립의 이마에 있는 소매로 닦아 주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었을 까요."
왕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역동립은 몸을 일으켜 주위에 있는 표사들을 바
라보았다. 온전한 표사들이 한명도 없었다.
"저들의 공격이 조금 느슨해 진 것 같군요."
"아마 최후의 일격을 위한 준비를 하는 모양이네"
"제가 그 표물만 받지 않았어도 이렇게 까지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게 아닐세. 이들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네. 우리를 처음부터 노리
고 있었다는 것이지."
"그렇지만 이상합니다. 녹림도들이 이렇게 대담하게 백도에 정면으로 도전
장을 낸적은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여기서 몰살 당한다면 화산이나 소림
에서 가많이 있지 않을껍니다. 저들도 그것을 알텐데 이렇게 악착같이 달
려든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정도 선에서 표물건을 타협한다면
우리가 백기를 들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왕유정은 고개를 끄떡였다. 녹림이나 표국이 싸울때 서로 완전히 몰살시키
는 경우는 드물었다. 철천지 원수가 아닌 이상에서 그렇게까지 피를 볼
이유가 없었다. 녹림이 표국 전체를 몰살 시키면 그 표국의 배후문파들이
가많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표국과 친분이 있는 강호 고수들도 복수를
한다며 녹림산채를 찾기 때문에 그 녹림산채는 얼마 안가서 망하게 되었
다. 그것은 표국도 마찬가지였다. 표국이 녹림과 싸울때에도 녹림 산채의
씨를 말린다면 다른 녹림도들이 그 표국의 표물만 집중적으로 노렸기 때문
에 상인들은 처음부터 그 표국에 표물을 맏기지 않았다. 그래서 표행 자체
가 성립되지 않았다.
표물이 없는 표국은 문을 닫는 수밖에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산서대회
전은 정말로 이상한 싸움이었다. 왕유정이 대대적인 세력을 긁어 모아 온
것은 강북에 강력한 녹림맹이 세워 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를 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이렇게 까지 혈전을 벌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표국에서
세력을 모아 오면 녹림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안면을 봐주는 것이 통
례였다. 그럼 이쪽에서도 저쪽의 존재를 인정하여 공생하는 길을 찾는 것
이 정례였다. 그러나 저들은 그럴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던 모양이었다.
"저들은 도박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 삼혈맹 때문에 본산(소림)과 화산이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지. 이곳에서 우리와 장안표국을 쓸어
버린다면 그들은 강북노상의 전 표행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는 것이
지. 그리고 본산과 화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강북녹림도가 스스로 투항을
해 올걸세. 그럼 장강수로맹보다 더 강력한 녹림조직이 강북에 생기게 되
는거지."
"소림과 화산이 움직이지 않을까요?"
왕유정은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소림은 확실히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소
림이 움직일 생각이 있었다면 이번에 십팔나한을 하산 시켰을 것이었다.
여기서 자신들이 몰살당한다면 강북녹림도들은 완전한 구심점을 가지게 되
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십팔나한의 하산만 가지고는 이들을 상대 할 수 없
었다. 소림의 주력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림은 지금 발이
묵여 있는 상황이었다.
"화산파라면"
왕유정은 그렇게 되뇌이었다. 화산파라면 움직일수도 있었다. 이미 차기
장문인으로 거론되던 매화검군 이한생이 죽었지 않은가. 화산 사검이 여기
서 몰살당한다면 화산파는 명예회복을 위해서 라도 움직일 것이었다.
'화산이움직이면 소림도 빠질 수 없다. 이 둘이 움직이면 삼혈맹은 가많
이 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노칠 삼혈맹이 아니다. 그들은 반혈맹
을 섬멸 할 것이다. 결국 대혈전의 서장은 여기서 시작이 되는 것인가.'
왕유정은 질끈 눈을 감았다.
'어쨌든 이번 일을 조장한 자는 무서운 자이다. 일개 녹림도의 수장으로
만족할 자가 아니다. 아니면 이 일에 거대한 배후가 있거나.'
왕유정은 몸을 일으켰다. 저멀리 보이는 서쪽 산꼭대기에 해가 내려 앉기
시작했다. 왕유정은 주먹을 쥐었다.
'해가 다시 뜨기 전에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 해가 뜰 때까지 빠져 나
가지 못하면 몰살 뿐이다.'
그때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둥둥둥 둥둥둥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소
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내 산골짜기마다 산봉우리 마다 울리기 시작해서
천지를 뒤덥는 소리 같았다. 왕유정은 도를 움켜쥐었다. 표사들도 병장기
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사방이 모두 북소리에 잠겨 있는 듯했다. 왕유정의 얼굴이 어두워
졌다.
'사면초가(四面楚歌)구나'
북소리는 점점 크게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 처처
척 처처척 처처척 협곡아래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왕유정은 나무위로 신영
을 올려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협곡과 능선에서 산봉우리에서 녹림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산 아래로 집결하고 있었다. 끝없이 모여 드는
녹림도들. 그 선두에는 수십개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깃
발뒤에는 근 백여명에 당하는 자들이 북을 치며 오고 있었다. 그뒤에 녹림
도들이 모여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녹림도들의 모습은 산세를
휘저어 오는 한 마리 교룡같았다. 푸른 교룡. 왕유정과 표사들은 그 모습
에 기가 질려 있었다.
'우리는 일반 녹림도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병비(兵匪병사들이 녹림도적
화 한 것. 녹림도들 중에서도 치밀한 조직력과 규율을 가지고 있었다.)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역동립은 선두에서 말을 타고 오는 십여명을 바라보았다. 선두의 중년인은
녹의를 입고 있었다. 칠척의 장신에 굴강한 모습이 몸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들 좌측에는 승복을 걸친 장발인이 선장을 들고 있었다. 우측에
는 잔살마군 주진우가 따르고 있었다. 역동립은 그들을 찬찬히 바라보았
다.
"국주 저들입니다. 저들이 표물을 강탈한 자들입니다."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선두에서 말을 몰아 오던
이들은 왕유정일행이 보이는 곳에서 멈추어 섯다. 그러자 깃발대와 북대가
그 뒤에 섯다. 북은 계속 치고 있었고 뒤따르는 녹림도들은 계속 앞으로
나가면서 산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삭막한 산 아래가 일순 푸르게 뒤덥혔
다. 그것은 마치 봄이 순식간에 온 듯이 느껴질 정도였다. 해는 점점 지고
있었고 북소리는 산을 울리고 있었다. 북소리는 매우 웅장했지만 왕유정의
귀에는 장송곡 처럼 들려왔다. 한줄기 바람이 왕유정의 도를 타고 흘러 가
며 잔떨림을 일으켰다. 웅웅웅 왕유정은 자신의 도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도가 운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 소리는 자신에게 밖에 들
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둥둥둥 북소리가 힘차게 울리더니 뚝 멈추었다. 그러자 이동을 하던 녹림
도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처억 그들의 몸이 산을 향해서 구십도로 회전
을 하였다. 척 깃발들이 모두 내려지면서 사람들 머리위에서 펄럭였다. 잠
시 침묵이 흘렀다.
양산월은 옆에 있는 주진우를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주진우는 말에서 내
려 산을 조금 올라가서 외쳤다.
"왕국주 투항을 하면 목숨은 살려 주겠소."
왕유정은 도를 잡고 힘있게 휘둘렀다. 파아악 도가 하늘높이 날아 올랐다.
표사들과 밑에 있던 이들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도는 붉은 하늘을 가로지
르며 한없이 날아갔다. 그러나 이내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휘이익 퍼억 도는 바위에 부딧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 파편
이 주진우 앞에 까지 날아왔다. 주진우의 얼굴이굳혀졌다. 그것은 도가
아니라 도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진우는 고개를 돌려 양산월을 바라보았
다. 양산월은 고개를 끄떡였다.
역동립은 왕유정의 손에 들려 있는 철도를 바라보았다. 철도는 피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역동립은 자신의 도집을 앞으로 내던졌다. 표사들도 검집
을 내던지며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일순 하늘에는 수십개의 도집과 검
집이 수를 놓았다. 오늘 이곳에 내 몸을 묻으리라. 결코 등을 보이고 죽지
는 않으리라.
"돌격 앞으로"
주진우의 명령에 녹림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
다. 둥둥둥 북이 빠른 속도로 울리고 깃발들이 올려지며 휘둘려졌다.
"와아아 와아아"
녹림도들은 앞다투어 달려 나갔다. 헐벗은 하얀 산은 녹색으로 빠르게 물
들어갔다. 그리고 산봉우리는 노을을 받아 고운 연분홍빛을 띄었다. 나뭇
가지 위에 남아 있던 작은 눈덩이들이 바람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왕유정
은 녹림도들이 달려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산 중턱까지 올라오자
도를 치켜 들며 내달려갔다.
"이야아"
역동립과 표사들도 그 뒤를 따랐다. 왕유정은 일도에 선두의 녹림도를 베
었다. 그는 도를 들어 왕유정의 도를 막았다. 촤악 선두에서 달려오던 녹
림도는 자신의 도와 함께 몸이 양단이 되었다. 차차창 차차창 사방에서 병
장기들이 마구잡이로 찔려왔다. 왕유정은 도를 휘두르며 그들을 베어갔다.
녹림도들은 그를 제지하지 못하고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왕유정은 빠른
속도로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녹림도들은 물살이 갈라지듯이 좌우
로 갈라지면서 장병으로 왕유정을 견제하였다. 왕유정은 도를 휘두르며 그
런 장병들을 쳐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양산월은 그런 왕유정을 보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녹림도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왕유정은 정면에 보이
는 양산월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이야아"
파파팍 몇장씩 신법을 발휘해 달려가며 도를 정면에 들었다. 그리고 양산
월의 오장앞에서 튕기듯이 뛰어 올랐다. 파아악 왕유정의 신영과 양산월의
눈이 마주쳤다. 양산월은 왕유정의 뒤에 후광처럼 피어나는 노을을 볼 수
있었다. 파악 양산월의 허리에서 빛살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빗살은 반월을
그리며 왕유정의 도와 부딧쳐 갔다. 까가강 양산월과 왕유정의 도가 부딧
치며 왕유정의 몸은 뒤로 튕겨져 나갔다. 양산월이 박차를 차고 날아 올라
왕유정을 공격해 들어갔다. 검과 도가 일직선이 되어 왕유정을 바라보았
다. 양산월의 시선과 도끝과 왕유정의 눈이 일직선상에서 부딧쳤다. 왕유
정의 도가 땅에서 하늘로 치켜올라가며 양산월을 노렸다.
'동귀어진'
민아님의 글을 읽고
민아님의 글을 읽고 주저주저 하던 마음을 잡고 글을 씁니다.
사실 저는 무림동에 가입한지 이제 삼개월이 좀 못됩니다. 그 동안 대모
한번, 모꼬지 한번, 번개 한번 나간게 활동상의 다 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나갔는데 아는 사람은 삼십명 안입니다. 대화방에서 만나
는 분들도 대부분 이때 만난 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몇분 계시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은 얼굴을 한번씩은 뵌 분들입니다.
무림동의 회원수가 1500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니라면 이 부분은 운영진
에서 수정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천오백명중에 제가 아는 사람은 삼십명.
아마 다른 분들도 사정은 이와 비슷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선뜻 누구를
추천한다는 것이 힘들 껍니다.
그리고 어떤 조직의 장이라는 거.
그것이 무보수 명예직이라면 또한 일거리가 생각외로 많다면
정말로 힘든 자리입니다.
자신의 열정과 엄청난 투자가 없이는 불가능한 자리입니다.
무림동의 대표맹주를 비롯한 운영진들이 하는 일이 어느 정도일까요?
실제로 보이게 하는 일은 많지 않을 껍니다.
하지만 그것을 준비하고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그 분들에게는 엄청난 일
입니다.
그런 일을 누군가에게 맏긴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저 자
신이 그분들을 도와 줄수 있는 위치가 아닐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회칙개정에 찬성표를던졌습니다. 저 자신은 무림동의 회원들에 대해
서 잘 모르지만 일년정도 활동을 하신 분들은 다른 분들에 대해서 많이 아
시고 그에 따른 글들이 올라오리라고 생각을 햇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사정이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생각입니다.-
저도 누군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짊어저야 할 무게와 그
분의 활동영역등을 알지 못하는 저로서는 선뜻 글을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
다.
제가 생각하는 무림맹주의 자리에 올라도 될 분들의 자격을 나름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림에 대한 열정이겠죠.
그 다음은 시간에 여유가 있는 분이셔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대학 초년생
이나 백수가 가장 적격입니다. 그런데 백수는 시간의 여유는 있지만 마음
의 여유는 없는 법입니다.
이 글은 원래 녹류에 올려야 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시기를 바라며 여기
어 적었습니다. 글구 두편을 한꺼번에 올린 죄로 잠시 연재가 중단 되겠습
니다. 그동안 다른 작품들도 많이 감상 하시고 무림동의 새로운 대표를 뽑
는데도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운영진 여러분들께는 민아님의
말씀대로 무림고수들의 신상명세서를 그분들의 동의를 얻어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그런 명세서를 보고 추천을
해야 하니까요.
연재란의 글들은 무림동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연재란에
연재되는 글들을 사랑하시는 만큼 무림동의 맹주님을 뽑는 열의를 보여주
셨으면 합니다.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5406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38 02/25 06:47 369 line
양산월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몸을 옆으로 뒤집었다. 핑그르르 양산월의
신영이 빙글빙글 돌았다. 따앙 양산월의 회전력에 걸려든 왕유정은 도는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왕유정은 주먹을 쥐고 백보신권을 펼ㅊ다. 강맹
한 권풍이 양산월의 정면을 노리고 몰아쳐갔다. 파앗. 양산월의 도가 흔들
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뿜어 내었다. 왕유정의 눈이 커졌다.
"이것은 천(天)"
파악 왕유정의 양손사이로 도가 깊숙이 꽃혀들어갔다. 왕유정의 양손은 양
산월의 어깨를 스치고 있었다. 왕유정과 양산월의 코끝이 서로 맏다았다.
왕유정은 자신의 배에 밖힌 도를 보고 눈을 들어 양산월을 바라보았다. 파
앗 양산월의 장력이 왕유정을 밀쳐 내었다. 왕유정의 몸은 산을 거꾸로 올
라가더니 그대로 바닥에 뉘어졌다. 털썩 쓰러진 뒤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부릅떠진 눈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어느새 달이 고개를 내
밀고 있었다. 아직 해가지지 않은 하늘이었는데도 말이다.
역동립은 왕유정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함성을 내지르며 내달려갔다. 그러
나 주위에 포위하고 있던 녹림도들이 그를 보내주지 않고 있었다. 역동립
이 흥분해서 도를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그의 몸에서는 헛점이 많이 생겼
다. 그 헛점을 파고 드는 녹림도들의 장병에 역동립은 순식간에 혈인이 되
었다. 퍼억 역동립의 다리를 후려치는 창대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
다. 역동립의 몸이 휘청이고 그의 몸에 병장기가 난무했다. 역동립의 신영
이 쓰러지자 녹림도들은 그대로 달려들어 계속해서 창으로 찔러대고 병장
기로 후려갈겼다. 그의 손에 죽어간 동료들의 분풀이와 함께 잠시나마 자
신들에게 공포를 주었던 대에 대한 혹독한 대가였다. 역동립을 난자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녹림도들은 한쪽에서 격렬히 항전하는 몇몇 표사들에게
달려갔다.
//////////////////////////
"아우 무사한가."
"예"
언정일은 언정연의 씩씩한 대답에 고개를 끄떡였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
갔지만 둘은 십대의 장난끼가 아직 남아 있었다. 언정일은 빙긋 웃으며 말
을 하였다.
"이제곳 적들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 내겠군. 우리의 힘을 충분히 뺐으니
말이야"
"고수 서넛은 문제 없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그래야지. 그래야 내 동생답지"
언정일은 그렇게 웃으며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가자. 서쪽으로"
언정일은 그렇게 외치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뒤에 언가의 무사들이
뒤따랐다.
"형님 언제까지 서쪽으로 가실 껍니까."
"황하가 나올때까지. 집에가서 정예들을 대거 이끌고 다시 오자구."
"예. 그럼 오랜만에 황하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겠군요."
"아마 그럴걸세. 하하하 하하하"
언정일은 크게 웃었다.
해가 지는 것은 능선에서 가장 잘보였다. 산봉우리에 잠시 걸린 해는 빠른
속도로 산 너머로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햐얀 모자를 쓰고 있던 봉우리
들을 피빛으로 물들이고 하늘마져 피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
가 북소리가 들려왔다. 소천은 그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소천은 주위
를 둘러 보았다. 주위의 봉우리에서는 여전히 깃발 신호들이 오가고 있었
다. 소천은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어렵게 능선을 차지 했지만 녹림도들
은 새로운 연락망을 가동한 것이었다.
그러나 녹림도들의 깃발신호를 멈추게 한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과는 거기까지였다. 녹림도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들은 움직일 것이었다. 이곳에 계속 머무르
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천은 서
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기전 최대한 서쪽으로 가야 한다. 황하를 타야 한다. 황하를 타면
화산밑까지는 직행이다. 적들도 그것을 알고 서쪽을 차단할 것이다. 그래
도 가야 한다. 동쪽으로 가면 태행산맥을 넘어 하북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러기에는 우리는 너무 지쳐있다. 그리고 그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적들의
추적을 뿌리칠 여력도 없다.'
그때 그 옆으로 백리소연이 쪼르르 달려왔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양손
을 잡고 무릅을 살짝 구부리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에 한번 뵈었죠."
"예. 그럼 모두 모여 주십시오."
소천의 말에 오대호법과 양대호 그리고 취선개 건곤신개와 남궁세가의 무
사들의 대장이 왔다. 소천은 무리들의 숫자를 헤아려 보았다. 자신의 백호
대가 팔십삼명이었다. 남궁세가의 무사가 이십구명 개방이 오십이명이었
다. 총 백육십사명이었다. 거기에 자신들까지 합치면 백칠십오명이었다.
소천은 자리에 앉아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백리소연은 그의 옆에 바싹
앉았다. 그녀의 몸에서 풋풋한 땀 냄새가 나와서 소천의 코끝을 간지럽혔
다.
"우리는 서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 가서 황하를 타서 화산까지 직행을
해야 합니다. 그길만이 살길입니다."
"음 적들이 길을 막지 않겠소."
"막고 있을 껍니다. 곳곳에 매복이 깔려 있을 껍니다. 그러나 야간에는 저
들이 매복진밖에 펼칠 것이 없습니다. 야간에는 대병을 가진쪽이 불리하니
까요. 이동을 잘못하다간 자기들 끼리 싸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해가 뜰때까지 최대한 서쪽으로 가야 합니다."
백리소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녀는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어깨
를 소천의 팔에 살짝 기대었다.
"야간에 어떻게 서쪽인줄 알죠"
"별자리를 보고 가면 됩니다."
이준의 말에 백리소연은 입술을 뾰로통 내밀었다.
"야간에는 일렬 종대로 이동을 하겠습니다. 선두에서 이대주가 길을 틀 껍
니다. 그리고 개인 간격은 반장 많약 앞 사람을 잃어 버리면 이동하지 말
고 그 자리에 가많히 계십시오. 저희 부대주가 찾으러 갈껍니다. 그리고
가다가 매복진을 만나면 한곳에 전력을 집중해서 돌파를 하겠습니다. 다소
간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무엇보다도 대오에
서 이탈을 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조금 천천히 이동을 하더라도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야간매복을 돌파하는 법은 천천히 이동하는 것 밖에는 없
습니다."
소천은 그리고 행군대오를 정했다. 선두는 백호대가 맏았고 그뒤에는 소천
과 오대호법과 양대호가 따랐다. 그 다음에는 개방이 뒤따랐다. 그뒤에 백
리소연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배치 되었다. 소천은 그렇게 설명을 하고
모두들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질문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양대호 혼자 말을 하였다. 양대호는 머슥해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동을 하겠습니다."
백리소연은 소천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을 하였다.
"저 같이 가면 안돼나요."
"우리는 유사시에 가장 선봉에 서야 합니다. 소저께서는 남궁세가의 무사
들과 함께 오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럼"
소천이 걸어 가자 백리소연은 피하는 소리를 내고 뒤따랐다.
산정상은 아직 밝았지만 내려가는 길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산을 내려
갈수록 어둠은 점점 깊어갔다.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 뿐이었다. 아직 하
늘에는 별이 떠 잊지 않았다. 백리소연은 기어코 소천의 뒤에 섯다. 그래
서 양대호가 백리소연의 뒤를 졸래졸래 따르는 꼴이 되었다.
이준의 바로 뒤에는 두명의 부대주가 따랐다. 이준은 콧잔등에 매달려 있
는 땀을 닦았다.
'자 전에 미친 듯이 해댔던 매복 돌파 훈련이다. 이준 너는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이번에 장으로 돌아가면 청룡단의 부단주가 될지도 모르는 것
이다. 어쩌면 지단의 요직으로 나갈 수도 있고 분타주로 나갈 수도 있다.
이것만 이것만 돌파하면 된다. 한 대주님이 없는 것도 내게는 복이다. 이
번에 인정을 받지 못하면 언제 총호법님의 눈에 다시 띄이겠는가.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잡자 잡어. 이번에 잡아야 한다.'
이준은 그렇게 끊임없이 되뇌이었다. 조금씩 나무와 바위의 그림자들이 보
이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들이 당장이라고 공격해 들어올 것 같았다. 이준
은 귀를 한껏 열어 두었다. 이렇게 어두울 때에 눈은 전혀 의지할 것이 못
되었다. 눈은 최소한의 방향감각만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소
리였다. 적의 소리는 노치지 말아야 했고 아군의 소리는 줄여야 했다.
야간의 이동은 엄청난 피로감을 동반했다. 그것도 매복을 걱정해서 조심스
럽게 이동하는 것이라면 몇배 더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했다.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쉴 때 소천은 앉지 않았다. 백리소연은 그런
소천의 등을 보고 바싹 다가왔다. 모든 것이 어둠속이라 보이는 것은 사람
들의 흐릿한 굴곡뿐이었다. 하늘에는 하나둘씩 별이 뜨기 시작했다. 백리
소연은 뒷짐을 지고 있는 소천의 팔짱을 살짝끼고 얼굴을 그의 팔에 묻었
다.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싸구려 여자 취급
받기 딱 알맞았다. 그녀는 살짝 몸을 떨며 말을 하였다.
"추워요."
그랬다. 계절상 초봄이라고 하지만 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그리고 해가 지
면서 기온은 급강하 하고 있었다. 그래서 땀이 식으면서 몸이 으슬으슬 떨
리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소천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니 어
느새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백리소연에게 건네 주었다. 소연은 팔짱이 풀
려서 얼굴을 살짝 찌뿌렸지만 어둠속이라서 보이지는 않았다. 백리소연은
소천의 외투를 받아서 걸쳐 입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고마워요."
양대호는 그런 백리소연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자매가 아주 노골적이군. 지금 소공자가 입고 있는 장삼이 자기 언니가
가져다 준 것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백리소연은 다시 소천에게 다가갔다. 그때 앉아있던 이들이 일어서고 이동
이 시작되었다. 소천도 그들 뒤를 따라서 이동을 하였다. 백리소연은 발을
몇번 구르고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