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산서 대회전 2 (32/95)

15. 산서 대회전 2

이한생과 표사들의 시신은 다음날 화장을 해서 유골함에 담아 화산과 장안

으로 보내졌다. 마등선이 수급을 찾지 못한 시신을 화장할 수 없다고 했지

만 영호일평의 권유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 다음날 남궁현이 이끄는 남궁

세가의 검수  오십명이 선봉에 서서 양호산으로  출진을 하였다. 남궁현과 

백리소소는 선두에 나란히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있었다. 

오십여명의 검수도 마치 유람을 나온 듯이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 뒤에는 

개방의 두 장로가  이백여 제자들을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다시 

몇리뒤에 왕유정이 표사 이백오십을 이끌고 중군을 이루었다. 그뒤에는 마

등선과 화산 이검이 표사 백이십을  이끌고 뒤 따랐다. 그 뒤가 소천 일행

이었다. 마지막에 언가주의 형제와 무사 팔십이 후방을 경계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유차현에서 양호산까지는 팔십여리의 길이었다. 

말을 탄 단신이라면  하루낮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이런 

대부대가 하루낮에 이동하기에는 먼 거리였다. 그러나 남궁현은 한번도 쉬

지 않고 계속 길을 갈  뿐이었다. 그 뒤를 따르는 개방과 중원표국 장안표

국도 그 보조에 맞추어서  나아갔다. 그러자 백호대에서 불만의 말들이 터

저 나왔지만 뒤쳐질 수 없어서 묵묵히 따랐다. 한밤중이 되어서 양호산 아

래에 도착한  중인들은 요란스럽게 군막을 쳐대었다.  어둠속에 묻혀 있는 

양호산의 중턱에는 두 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소천은 짐을 푸는 백

호대원을 보고 이준을 불럿다.  이준이 오자 소천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하였다. 

"오늘 적의 기습이 있을 것이다.  병법을 아는자라면 이런 좋은 기회를 노

치지 않을 걸세. 군막은 칠  필요가 없고 모두 배불리 먹이고 화톳불을 사

방에 지피게 오늘은 밤을 새야 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이준이 가자  백호대원들은 주위에서 마른 나무를  구했다. 그리고 곳곳에 

화톳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양대호는 소천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오늘밤 기습을 해올까요."

"저쪽에서 기습을 안해오면 우리가 할것이네."

"예?"

양대호는 눈을 크게 떳다. 소천은 웃으며 양대호의 어깨를 쳤다.

"지금 군막을 치는 사람들을 보게."

양대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흩어진채 군막을 치는 이들은 이리저

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군막을 치는 이들은 이백이 채 안되네. 우리를 빼도 지금 오백이 휴

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일세. 우리 백호대야  낭인들이니 팔십리길이 힘이 

들었을 것이네. 그러나 저들은 피곤하기는 해도 힘은 들지 않았을 것이네. 

게다가 매화검군의  죽음으로 모두 복수심에 불타고  있네. 그래서 모두들 

속전속결을 바라고 있지. 적이  밤에 야습을 해온다면 저들은 적의 본거지

로 바로 쳐들어 갈것이네."

"그렇군요.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된 일이군요. 그럼 남아 있는 이들은 어

떻게 합니까. 적이 대거 쳐  내려 온다면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텐데

요."

소천은 빙그래 웃었다.

"그래서 저들은 우리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네."

"그럼"

양대호가 눈을 크게 뜨며 소천을 보자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양

대호의 어깨를 쳐주었다. 

"강호란 그런곳이네."

소천은 밤 하늘을 바라 보았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

눈위를 조용히 이동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을 허리

에 차고 있었다. 수십명이 움직이는데도 발자국 소리한번 나지 않았다. 척 

선두의 인영이 손을 들자  모두들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말을 하였다.

"공격신호가 있을때까지 기다린다."

그는 남궁현이었다. 그 옆에는 백리소연이 바싹 붙어 있었다. 남궁현은 그

녀의 체향을 한껏 맞을 수 있었다. 남궁현은 그녀의 목덜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취선개는 뒤를 돌아 보았다. 일백여 제자가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저멀리에는 건곤신개가 역시 일백여 제자를 이끌고 포진해 있었다.  

'아무 이상 없을까.'

그는 남아 있는 이들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적을 기만하기 위한 것이라

지만 알리지도 않고 왔다는 것이 불안했다. 그는 호흡을 멈추었다. 저멀리 

목책이 보였다. 목책의 앞의  십여장내에는 나무들은 모두 베어져 있었다. 

그리고 목책위에 서  있는 망루들이 보였다. 취선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피유융 파아란 불꽃이 지상에서  수십장 높이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퍼

엉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그 소리가 터지고 양호산

의 좌우에 자리잡고 있는 산채에 수백여명이 병장기를 빼들고 달려 올라갔

다. 산채쪽에서도 함성이 터저 나오고 화살들이 어둠속으로 쏘아져 갔다. 

"공격"

남궁현은 그렇게  외치고 가장 먼저 달려나갔다.  백리소연도 뒤지지 않고 

달려 나갔다. 핑핑핑  무수한 화살들이 그 둘을  향해 날아왔다. 남궁현은 

검으로 화살들을 쳐내면서 몸을 날리는데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검수들도 용감하게 달려 나갔다. 다른 곳에서도 수십여명씩 무

리를 지어 튀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남궁현은 목책앞에서 땅을 박차고 날

아올랐다. 수십개의 화살이  쏘아졌지만 남궁현의 검세에 화살들이 튕겨져 

나갔다. 목책위에 내려선 남궁현은 주위에서 달려드는 녹림도 두세명을 베

고 안으로 뛰어 내렸다. 

목책위에는 나무로만든 길이 나 있었다. 그 길어서 좌우에 있는 궁수 둘을 

베고 다시 밑으로 뛰어 내렸다.  밑에 있던 몇 명의 녹림도들이 장병을 휘

두르며 달려들었다. 남궁현은 검을 휘둘러 그들과 맛서 싸웠다. 그때 그의 

옆으로 타구봉을 든 거지가  내려섯다. 그는 취선개였다. 취선개는 타구봉

을 휘둘러 녹림도들의 공세를 막으며 외쳤다. 

"어서 문을 열게"

"예"

남궁현은 공세를 빠르게  해서 녹림도들을 밀쳐낸 뒤에  문을 가로 지르고 

있는 나무를  단칼에 내려쳤다. 쩌억 나무가  갈라지자 남궁현은 공중으로 

뛰어 올라 양발로  문을 찼다.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이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목책에서 

쏘는 화살에  맞아 몇 명이 나뒹굴었다.  개방도들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목책안으로 들어오자 녹림도들은 목책에 불을 지르고 사방팔방으로 도망치

기 시작했다. 

"추적하라"

남궁현은 그렇게 외치며 도주하는 이들을 ㅉ아가 하나둘씩 베었다. 백리소

연도 뒤지지 않고 도주하는  이들을 ㅉ아갔다. 취선개도 그들을 따라 외쳤

다. 

"한놈도 남기지 마라."

"와아아 와아아"

손쉽게 목책을  함락시킨 남궁세가의 검수들과  개방도들이 일제히 그들을 

ㅉ아갔다. 산채는 모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5363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34                           02/17 06:47   373 line

왕유정은 공격신호를 올리고 가장 먼저 산채로 달려갔다. 이쪽 산채에서도 

화살을 날리며 달려오는 이들을 저지하고 있엇다. 왕유정이 화살공세에 멈

칫하는 사이 저쪽에서는 세명의  인영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들은 하나의 검진을 형성하고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고 있었다. 

'화산삼검'

왕유정은 그들을 알수 있었다. 화산 삼검은 땅을 박차고 날아 올라 목책을 

넘어섯다. 그들이 넘어서자 숲속에 매복을 하고 있던 중원표국과 장안표국

의 표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었다. 잠시뒤에 문이 열리자 표사들은 함

성을 지르며 내달려갔다. 왕유정도 신영을 날려서 목책을 뛰어 넘었다. 산

채는 이미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하늘높이 치솟는 불길속에서 적들이 사

방팔방으로 도주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왕유정은 도를 빼들고 외쳤다.

"한놈도 노치지 마라."

왕유정은 그렇게 외치고 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언정일은 양쪽 산채에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보고 함성을 내질렀다. 

"성공했구나."

"예 형님"

언가는 후방에 남아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적의 응원군을 차단하고 아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맏았다. 그러나 저  불길로 볼 때 이쪽의 대승리 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한명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엿다. 

"누구냐"

언가의 무사 몇 명이 그의  앞을 가로 막으며 외쳤다. 그러자 그가 멈추어 

서서 말을 하였다. 

"저는 남궁세가의 무사입니다.  적들은 산뒤로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

금 모두 추적에 나섯습니다.  언가에서도 추적에 나서 달라는 부탁이 계셧

습니다."

"알겠다. 우리는 산을 돌아서 가겠다. 산 건너 편에서 만나자."

"알겠습니다."

무사는 읍을 하고 급히 몸을 돌렸다. 언정일은 팔십여 무사들을 보며 외쳤

다.

"출발"

양 산채가 불타는  것은 군막이 있는 곳에서도  잘 보였다. 산채가 불타는 

것이 보이자 군막을 짖고 있던 이들이 손질을 멈추었다. 그리고 무리를 지

어 산채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불을 쬐고  있던 백호대원들도 덩달아 

출발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준이 급히 소천옆으로 와서 말을 하였다. 

"두 산채를 괴멸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적에 나섯다고 합니다. 모두들 

추적을 하러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두 산채가 괴멸 되었다고?"

소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적들도 자신들이 오는 것을 안 이상 충분한 대비

를 해두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손쉽게 무너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러나 이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예 그렇습니다."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멍청한 녀석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을 하엿다. 순간 양대호는 소천의 얼

굴을 보았다. 소천이  그렇게 험한 말을 한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

다. 

"그렇게 쉽게 당할  놈들이엇다면 대담하게 중원표구과 장안표국을 건드리

지도 않았다. 그리고 표맹이  이곳까지 진군하기 전에 백기를 들었을 것이

다. 그리고 이한생도 주저 없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소천은 말을 마치고 불타고 있는 두 개의 산채를 바라보았다. 지금 저곳으

로 가보았자 같이 함정으로 빠지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날이 밝으면 출진한다. 그리고 건량과 식수는 모두 최대한 가져가

라고 명령해라. 여기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것이다."

"존명"

소천은 텅빈 군막을 바라보았다. 

"그때까지 모두 저 안에 들어가서 쉬도록"

남궁현은 앞서 달리는 녹림도들 둘을 베고 잠시 자리에 섯다. 그의 신법이 

빨랐기 때문에 오십여 검수들은  저멀리서 ㅉ아 오고 있었다. 개방은 다른 

곳으로 도주한  이들을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남궁현은 

옆에 서 있는 백리소연을 바라보았다. 

"소저 우리끼리만 가는게 어떻겠소."

"호호호 그러다가 저들이 길이라도 잃어 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처제

한테 소저가 뭐에요."

백리소연이 눈을 흘기자 남궁현은 미소를 지었다. 남궁현은 백리소소와 태

중혼약을 한 사이였다. 백리소연은  이곳에서 그를 만나자 약간 서먹해 했

다. 그러나 남궁현이 먼저  혼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백리소연에게 밝

혔다. 그러자 백리소연은 기뻐서 남궁현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었

다. 

남궁현은 저 멀리 도주를 하고 있는 녹림도들을 바라보았다. 산길을 잘 알

아서인지 빠르게 도주를 하고 있었다. 

"자 갑시다."

남궁현은 백리소연의 손을 잡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맛"

백리소연는 비명을 지르며  같이 내달렸다. 바람이 백리소소의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였다. 백리소연는 자신의  손을 강하게 잡고 앞을 보고 달리는 

남궁현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니는 좋겠어'

건곤신개는 달리는  걸음을 조금 늦추었다. 그가  늦춤에 따라서 뒤따르던 

개방도들도 속도를 줄였다. 

'이상해'

건곤신개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수가 없어'

그랬다. 양호산의 두 산채에서  싸운 녹림도들은 제법 규율이 갖추어져 있

었다. 그러나 고수들은 없었다.  적들을 추적하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이 생각이 났다. 

'적들에게는 병법에 뛰어난 이가 있소이다.'

소천이 어제 한말이 생각이  났다. 건곤신개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사방을 보아도  오직 산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가는 곳에는 

너른 분지가 있었다. 건곤신개는 눈을 부릅떴다. 

'함정이다.'

"퇴각하라"

건곤신개는 뒤를 보고 소리쳤다. 개방도들은 눈을 꿈뻑이더니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나아가지는 못했다. 산 능

선과 능선 사이로 어느새 밝은 기운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그 붉은 햇살은 

눈에 반사되어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산이 온

통 적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산능선을 따라 밀려오는 적녹색의 띠. 그

것은 사람이었다. 아침노을 받아서 붉게 반짝이는창검들. 그리고 눈을 밞

을 때 나는 소리들이 건곤신개의 가슴을 진탕 시켰다. 하늘은 아름다운 새

벽 노을이 잠시 지더니 곧 사라졌다. 개방도들은 주춤 주춤 물러서기 시작

했다. 

취선개는 한참이나 내달렸다. 차차 하늘을 밝아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저

쪽에서 달려오는  일단의 인영들이 보엿다. 취선개는  걸음을 멈추고 말을 

하였다.

"정지 전투준비"

취선개는 그런 명령을 내리고  타구봉을 움켜 쥐었다. 개방도들이 널게 포

진한 뒤 타구봉을  움켜 쥐었다. 저쪽에서도 이쪽을  보고 넒게 포진을 했

다. 어둠이 밀려나면서 사방에서 반사되는 빛들이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혔

다. 그래서 저쪽에서 오는 이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쪽에서 한명

이 소리쳤다. 

"나는 진주 언가의 가주 언정일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아 나요. 취선개요."

햇살이 산너머로  비추면서 앞을 환히 밝혔다.  그러자 언정일과 언정연이 

이끄는 팔십여 무사들이 보였다. 취선개는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하하 여기서 만났습니다."

"그렇습니다. 헌데 도주를 하던 이들이 어디로 같는지 원"

언정일이 그렇게 말을 할 때  저쪽 계곡 사이에서도 일단의 인영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장안표국의 표사들과 화산삼검이었다. 언정일은 무언

가 이상함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다른 협곡에서는 남궁현과 백리

소연이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쪽에서

는 왕유정이 장안표국의 표사들을  이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분지 

한가운데로 모여 들었다. 왕유정은 모두들 둘러 보았다. 

"무언가 이상하오."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중인들을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주위에는 십여개의 

산봉우리가 둘러 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산봉우리 사이 사이에 작은 협곡

들이 나 있었다. 그 협곡들에는  자신들이 추적해 온 길들이 있었다. 그때 

한 협곡에서 백여명의 인원이  ㅆ아져 나왔다. 그들은 본진에 두고온 이들

이었다. 왕유정은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이 여기 왠일이냐"

"저희들은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국주님께서 사람을 보내어 추적대에 합

류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난 그런명령을 내린 적 없다."

"아뿔사 함정이구나."

남궁현이 무릅을 치자 언정일이 남궁현을 바라보았다.

"남궁공자 공자가 내게 사람을 보내지 않앗소."

"아뇨 보내지 않았습니다. 후방은  왕국주님이 연락을 하기로 되어 있지않

았습니까"

그말에 언정일은 이마를 쳤다. 

"어서 여기를 빠져 나갑시다."

취선개가 소리를 치자 중인들은 정신을 차렸다. 그때였다. 둥둥둥 하는 북

소리와 함께 십여개의 산봉우리에서 무수한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내엇다. 

그리고 한쪽  협곡에서 백여명의 개방도들이 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건곤신개는 협곡안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고 얼굴을 딱딱히 굳혔다. 건곤

신개 일행이 합류를 하자 각 협곡에서도 녹의인들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사방에 포위한 녹림도들의 총수는  어림 잡아도 삼사천이 넘어 보였다. 왕

유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은 비단 왕유정뿐만이 아니었다. 산하를 뒤

덥는 녹색물결은 모든 이들의 가슴에 무겁게 다가왔다.

둥둥둥 북소리가 북쪽 봉우리에서 울러퍼졌다. 그리고 봉우리에 휘장이 쳐

지는 것이 보였다. 휘장위에는  한명의 인영이 의자에 앉아서 그들을 굽어 

보고 있었다. 그는 북령채주 월광도제 양산월이었다. 

양산월이 입가에는 흡족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는 옆에 서 있는 주진우

를 바라보았다. 주진우는 허리를 깁숙히 숙였다. 

"청룡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양산월은 고개를 끄떡였다.

"과를 만회하도록"

"예"

주진우는 더욱 허리를 숙였다.  주진우는 자신이 이한생을 벤 것을 총채주

가 칭찬을 할줄 알았었다. 그러나 총채주는 버럭 대노부터 하였다. 타초경

사의 우를 범했다는 것이었다.  즉 자신들의 실력을 드러 냄으로서 적들이 

경계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들은 어리석게도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져든 것이었다. 만약 저들이 함정에 빠져들지 않았다면주진우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고통을  격었을 것이었다. 주진우가 환도를 들고 천

천히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일월 쌍도객이 따랐다. 주진우

가 움직이자 협곡에 있던 녹림도들이 같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주진우는 

환도를 들고 외쳤다. 

"연환진을 펼쳐라"

주진우가 외치자 뒤 따르던 녹림도  한명이 붉은 기와 검은기를 동시에 올

렸다. 십로로 나뉘어진 녹림도들은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위에서 보면 

마치 소용돌이가 도는 듯한 모습이었다. 표맹도들은 원진을 구축한채 그들

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주진우가 소리를 쳤다.

"일진 공격준비"

둥둥둥 북소리가 세 번 울렸다.  그리고 잠시뒤에 다시 세 번울렸다. 그러

자 가장 앞에 있는 삼렬이 한발짝 앞으로 나섯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중인

들은 압박감을 느꼈다. 왕유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진 공격준비"

그러자 일진은 두발짝 다가섯다.  그리고 그뒤에 삼열은 한발짝 앞으로 전

진했다. 회전은 계속 되고 있었다. 

"공격하라"

주진우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  개의 붉은기가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

리고 둥둥둥둥둥둥둥둥둥 북소리가빠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녹림도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맛서 싸워라"

왕유정의 외침에 표맹의 인물들도  병장기를 빼들고 녹림도들과 맛서 싸우

기 시작했다. 

남궁현은 앞에서 달려오는 녹림도  둘을 베었다. 백리소연도 그 옆에서 남

궁현을 거들었다. 저들의 병장기는 아무런 초식도 없이 찔려들어오고 베어 

들어왔다. 남궁현은 검진을 펼칠 겨를도 없었다. 단지 자기몸 하나 구하기 

급급했다. 십여명을  베던 남궁현은 녹림도들의  대오에서 틈을 발견했다. 

이들이 구축한 연환진의 틈새였다. 그곳으로는 도주가 가능할 것 같았다. 

"퇴로를 찾았다. 나를 따르라."

남궁현은 그렇게 외치고 앞서 달려나갔다. 남궁세가의 검수들이 함성을 지

르며 뒤를  받쳐주며 남궁현을 따랐다. 녹림도들은  선선히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그것은 사방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분지내에 

모여 있던 중인들은 십여갈래로  갈라지면서 자신들만의 살길을 찾아 내달

리기 시작했다. 양산월은 휘장위에서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남궁현은 몇 명의  녹림도들을베고 앞이 환히 트이자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달았다. 남궁세가의 검수들도 남궁현을  따라 힘껏 달렸다. 그들이 협곡

을 지날 때 산봉우리위에서 화살과 돌들이 날아 왔다. 남궁현은 검으로 그

것을 쳐내며 달렸다. 하지만  그의 수하들까지 무수히 날아드는 화살과 돌

들을 막아 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몇 명의 인영들이 화살과 돌에 맞아 피

를 흘리며 나뒹굴었다.  그러나 아무도 돌보아 주지  못했다. 모두들 자기 

한목숨 챙기기에 급급했다. 

왕유정은 협곡에서  쓰러지는 표사들을 보며 고개를  계속 돌렸다. 그러나 

그 옆에 있는 역동립과 대표두들이 왕유정을 잡고 내달리고 있었다. 

"국주님 어서 가야 합니다. 어서요. 살아야 복수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왕유정은 눈물을 뿌리며 내달았다. 이러한 일은 협곡전부에서 일어나고 있

었다. 

양산월은 뿔뿔이 흩어지는 표맹도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냥을 시작한다."

"와아아 와아아"

녹림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사실 표맹도들이 이곳에서 죽기를 각

오하고 싸웠다면 승부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산봉우리에 있던 

이들은 급히 긁어 모은  오합지졸들이었다. 그나마 협곡에 나온 이들이 조

금 녹림에서 굴러 먹은  이들이었다. 때문에 양산월은 이곳으로 적을 유인

해서 포위했어도 섬멸하려고 하지는 못했다. 마지막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온 표맹도들은 자신이 긁어 모

은 녹림도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분산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오합지졸이라도  사기가 오르면 백만정병의 힘을 발휘

하는 법이었다. 

표맹은 정예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병이라도 도주시는 실제 전력의 반

도 펼치지 못하는 법이었다. 어린아이도 추적을 할 때는 작은 막대가 하나

로도 호랑이를 ㅉ을 수  있는 것이었다. 대군을 움직이는데는 이 기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엇다.  지금은 녹림도들이 기세가 오를데로 올라서 산봉

우리에 있는 오합지졸로도 표사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적

은 철저히 분산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부터는 싸움이 아닌 사냥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냥이 끝나면 푸짐한 전리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산서와  협서 일대의 녹림도들의  충성과 각표국의 통행세였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는데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었다. 양

산월은 햇살을 받으며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양산월은 입가에 미소를 지

우며 다시  얼굴을 굳혔다. 전쟁은 적이  완전히 섬멸되기전까지는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날이 밝자 백호대는 출진준비를  모두 갖추었다. 기마 삼십에 보군 칠십사

명 이었다. 그들은  조별로 사열준비를 끝내 놓고  있엇다. 소천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기마는 모두 장병을 쓰는 이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

다. 소천인 이준을 보며 말을 하였다. 

"이대주는 병력을 통솔하여 전진하도록 하시오."

"존명"

소천은 말위에 올랐다. 소천이  말위에 오르자 기마병들도 모두 말위에 올

랐다. 소천은 허리춤에 매달린 단봉 세 개를 연결을 하였다. 그리고 톡 튀

어나온 곳을 꾹  누르자 창하는 경쾨한 소리와  함께 창날이 튀어 나왔다. 

마름모꼴의 긴 창날이었다. 붕붕붕 소천은 장창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말에 탄 하연적과 천일정 오익상 풍파 진명이 소천

의 옆으로 왔다. 양대호도 소천의  옆으로 와서 그 장창을 바라보았다. 창

날은 파르슴한 예기를 띄고 있었다. 

"그게 원래 장창이었군요."

소천은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소천이 손을 들었다가 내리자 이준이 소

리쳤다.

"돌격대형으로"

백호대는 오인일조로 길게  늘어섯다. 선두의 여섯줄은 기마대가 자리잡았

다. 기마대의 선두에는 부대주가  있었다. 그리고 보군의 선두에는 이준이 

서 있었다. 이준이 다시 외쳤다. 

"전진 앞으로"

기마대와 보군이 당당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소천과 호법들 양대호는 한

쪽에 비켜서서  그들이 나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양대호는 그것을 보며 

주먹을 움켜 쥐었다.  피가 끌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소천은 양대호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하였다.

"양형. 이제부터 양형은 혼자요."

양대호는 소천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소

천의 손을 굳세게 잡았다. 

남궁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디를 보아도 온통 눈덥힌 산뿐이

었다. 어디를 보아도 그곳이  그곳 같았다. 그는 옷자락을 내려다 보였다. 

그의 담비 가죽 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피는 자신의 피가 아니엇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선 녹림도들의 피였다. 그는 뒤를 돌아 보았다. 바위 

밑에 백리소연이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는 팔을  지혈하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이십명이 약간 넘는 검수들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은채 경계를 하

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산을 타고 적과 싸우며 와서 이들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남궁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중원표국과 장안표국이 표물을 찾지 못하게 공작을 하러와서 이렇게 ㅉ기

게 되다니 정말 꼴 좋구나. 형이 나를 보면 비웃겠지'

남궁현은 형 생각을 하자  이를 악물었다. 남궁현이 이곳에 오십여명의 검

수를 이끌고 온 이유는  한가지였다. 중원표국과 장안표국은 표물 값을 변

상하기 위해서  남궁세가에 손을 벌렸다. 남궁세가에서는  이 양대 표국을 

담보로 잡고 시세보다 더 후한 값으로 돈을 빌려 주엇다. 남궁세가가 이렇

게 한데는 다른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하 일대에 상권을 진출시키

는 것이 남궁세가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황하 일대에는 전통적인 상

계조직인 중주상인연합회가 있었다. 황하일대와 북경의 상인 연합회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상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

다. 그래서 남궁세가가 몇번이고 세력을 확장하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만 

하였다. 그러던 기회에  중원표국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중원표국과 장안표국을  사들이면 강북표물의 반  이상을 운송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었다.  그말은 중주상인연합회가 싫든 좋든 남궁세가가 

운용하는 표국에 표물을 맏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궁세가는 

자연스럽게 중주상인연합회에 끼어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랜 숙원

인 황하유역에까지 세력을 넒히고  상권을 장악해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표물을 되찻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궁

현은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무사를 이끌고 가담을 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남궁현의 임무는 너무 쉽게 완수가 된 셈이었다. 이제는 살아

서 적들의 포위망을 뚤고본가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쉬어 보이지는 않았다.  적들은 예상외로 강했던 것이었다. 남궁현은 

고개를 돌려서 백리소연을 바라보았다.그녀의 하얀 피부와 쭈욱 빠진 다리

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엿다. 남궁현은 어깨가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비명성이 터저 나왔다.

"윽"

남궁현이 비명을 내지름과 동시에 백리소연이 벌떡일어났다. 아니 다른 이

들도 일어서서 은폐를 하였다.

"적이다."

슈슈슉 수십개의 화살이  날아왔다. 남궁세가의 검수들은 나무와 바위뒤에 

숨어서 검으로  화살들을 쳐내었다. 남궁현은 어깨에  밖힌 화살을 검으로 

자르고 고함을 내지르며  궁수들에게 달려갔다. 수십개의 화살이 한꺼번에 

날아왔다. 턱턱 남궁현은  나무들을 박차며 좌우로 종횡무진하여 화살들을 

피했다. 그렇게 이십여장을 날아가 바위 뒤에 잇는 궁수들을 주살해 갔다. 

"개자식들 내몸에 감히 감히 내몸에 상처를 내다니"

남궁현의 검이 번뜩일때마다  궁수들을 베어갔다. 궁수들은 병장기를 빼들

고 저항을 하였다. 그러나  성난 남궁현의 검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궁수

들은사방으로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남궁현은 고함을 치며 내달렸다. 

백리소연은 사방에서 조여오는  포위망을 보며 남궁현을 찾았다. 남궁현은 

궁수대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여기에도 적이 있어요."

백리소연은 그렇게 외쳤으나 남궁현은  바위너머로 가서 모습이 보이지 않

았다. 

"퇴각해요."

백리소연이 그렇게 외치자 검수들도 몸을 빼기 시작했다. 백리소연은 잽싸

게 몸을 날려서 바위위에 섯다. 그러나 남궁현이 어디로 같는지 보이지 않

았다. 그때 저쪽 산능선에 사람이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쪽이에요."

백리소연은 그렇게  소리를 치고 내달렸다. 검수들도  그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는 반대편에 난 발자국을 그녀는 미처 보지 못하고 있

었다.  

척 선두에 가는 부대주의 손이 들려졌다. 그러자 백호대가 모두 멈추어 섯

다. 소천일행은 맨뒤에서 가장  앞으로 달려나왔다. 소천은 앞을 바라보았

다. 앞에는 십여명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뒤에는 근 백

여명의 녹림도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ㅉ아오고 있었다. 녹림도들은 일제

히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 함성은 산골과 산골을 메아리쳐

서 백호대원들의 귀에도 생생히 들려왔다. 소천은 장창을 치켜 들었다. 

"이야합"

소천이 내공을 모아 대갈일성을  터뜨리자 백호대원들은 귀가 멍멍한 것을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을  짖눌렀던 함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소천은 장창을 비껴쥐고 내달렸다. 그러자 오호법도 뒤를 따랐고 양대호도 

장검을 빼들고 따랐다. 이준이 그것을 보고 외쳤다. 

"돌격 앞으로"

"와아아 와아아"

두두두 두두두  삼십여기의 기마가 말에 박차를  가하며 내달렸다. 그들도 

장병을 비스듬이 ㄴ혔다. 보군들도 함성을 지르며 내달려갔다. 피투성이가 

된 십여명은 앞에서 달려오는  이들을 보고 병장기를 움켜 쥐었다. 두두두 

두두두 소천 일행은 좌우로  갈라지며 그들을 비껴 지나갔다. 십여명은 어

리둥절해서 백호대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 뒤에 오는 기마대도 좌우로 갈

라지면서 그들을  비껴 지나갔다. 그제서야 이들이  아군임을 안 십여명은 

몸을 밀착시켰다. 

보군들도 그들을 비껴서 달려갓다.  소천은 비껴쥔 장창을 들고 말의 박차

를 차고 날아  올랐다. 적의 사기는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이런 적은 그 

기선을 확실히 제압을 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아군의 피해는 막심할 것

이었다. 십여장을 소천이 솟구치자 달려오던 녹림도들이 일제히 허공을 바

라보았다. 그순간 허공에서는 무수한 창영이 내려꽃히는 것이 보였다. 

"팔방풍우"

소천의 입에서 대갈일성이 터저 나오면서 선두에 있던 십여명이 장창에 꾀

뚤려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뒤에 밀려오는 오대호법의 병장기에 

다시 십여명이 피를 뿌렸다.  양대호도 검을 휘둘러 한명의 녹림도를 베었

다. 동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자 녹림도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

러나 그 함성은 많이 작아져 있었다. 소천은 말위에 다시 내려서서 장창을 

휘둘러 녹림도들을 찍어갔다. 기마대가  도착을 하여 가세를 하였다. 그리

고 보군이 달려들자 녹림도들도 버티지  못하고 몸을 돌려 도망을 치기 시

작했다. 소천은 그들이 도주를 하는  것을 보고 장창을 들었다. 그러자 이

준이 크게 소리쳤다. 

"정지 정지"

이준이 소리를 치자 조장들이 따라서 외쳤다. 

"정지 정지 정지"

그소리를 다시 모든 백호대원들이 따라 외쳤다. 

"정지 정지 정지"

백호대원들은 각 조별로 다시  정렬을 하기 시작했다. 이준은 그들의 인원

과 부상상태를 파악했다. 

소천과 오대호법  양대호는 십여명의 인영들이 있는  곳으로 같다. 그들은 

여기저기 주저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소천이 오자 그들 중 한명

이 일어섯다. 그는 건곤신개였다. 

"목숨을 구해 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건곤신개가 허리를 숙이자 소천이 얼른 말에서 내려 그를 부축했다. 

"무슨 말씀을........그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건곤신개는 마른 입술에 침을  살짝 발랐다. 그러자 양대호가 얼른 말안장

에서 물주머니를 떼어 주었다.  건곤신개는 그 물주머니를 받아서 주저 앉

아 있는 수하들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백호대원들이 앞다투

어 물주머니를 건네 주엇다. 건곤신개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시

작했다. 소천은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분지에서 사

방으로 분산했다는  말을 듣고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곳곳에서 백명단위 

이상의 녹림도들과 계속 싸우면서  도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천의 얼굴

은 하애졌다. 

"나는 진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소. 그래서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렸소. 

적이 가로 막으면 피하지  않고 베면서 앞으로만 내달렸소. 여기서 소공자

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전멸했을 것이오. 나도 많은 진법을 알고 있다

고 자부를 하지만 이렇게 무서운 진법은 정말 처음이었소."

건곤신개는 그말을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소천은 창백한 얼굴로 건곤신개

를 보며 말을 하였다. 

"저들이 패주할때는 짝을 지어 여러 갈래로 후퇴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

고 모습을 드러낼때는 사방에서 모여 들었구요."

건곤신개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것을 어떻게 아셧소."

소천은 장창을 집고 힘없게 섯다. 그리고 중얼거리듯이 말을 하였다. 

"여기서 분열합벽진세(分裂合壁陣勢)를 보게 될줄이야."

분열합벽진세. 그것은 병진의 일종이었다.  이 진세는 소수가 다수의 병력

을 사용할 때 쓰는 고도의 전법이었다. 소수의 병력이 다수의 적을 만나면 

일단 사방으로 도주를 하였다. 그렇게 해서 다수의 적들이 각기 다른 길로 

소수의 적을 추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각기 다른 길로 간 소수의 병력은 

한곳에서 뭉쳐서 분산된 적들을 각개 격파를 하는 것이었다. 이 병법을 쓰

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 세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주장과 분열된 지대를 이끄는 장수와 장병들간의 신뢰였다. 소수의 

병력이 일단 흩어지게 되면 싸우는  것보다 도망을 갈 궁리를 먼저 하는게 

인지상정이었다. 이것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신뢰와  끈끈한 정으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야 했다. 둘째는 빠른 기동력이었다. 소수의 적이 다수의 

적을 유인하고 그들을 다시 떨쳐 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빠른 기동력

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각 지대간의 연락을 위해서도 빠른 기동력은 필수

적이었다. 셋째는 지형지물이 맞아야  했다. 지형이 단순하고 작은 곳에서 

이 분열합벽진세를 펼쳤다가는 적의 대군에 오히려 각개 격파 당하는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 진법은  아주 광활한 대평원이나 이렇게 첩첩산중인 곳

에서 펼쳐야 제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소천은 첩첩이 쌓인 산들을 바

라보았다. 바로 이런 장소였다. 

"무서운 자다."

소천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분열합벽진세는 청룡장에서도 연마하는 진

세였다. 청룡장은 이 진세를  능숙하기 구사하기 위해서 잘 훈련된 무사를 

가지고 일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만큼 어려운 진세가 이 진세

였다. 그런데 이 수뇌부는 몇 달의 시간으로 조직전에 훈련되지 못한 녹림

도들로 분열합벽진세를  펼치는 것이었다. 물론 약한  다수로 강한 소수를 

분산 시켜서 싸운다는 것이 틀리긴 했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맥을 집어서 

표맹의 무사들을 각개 격파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자가 지휘하고 있는 

분열합벽진세라면 백호대를 이끌고 들어갔다가는  몰살을 면할 수 없는 것

이었다. 

'오기령 아니 청룡단이라도 이끌고 왔다면'

소천은 그런 생각을 하였지만 그것은 헛된 생각이었다. 멀리 있는 물로 가

까이 있는 불을 끌수는 없는  것이었다. 소천은 늠늠히 서 있는 백호 대원

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담담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대 호법

과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양대호는  약간 흥분된 기색이었다. 소천의 눈길

은 다시 건곤신개에 멈추었다. 개방도들은 백호대원들이 건네준 건량을 먹

고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 모양이었다. 그들은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건곤

신개는 소천 보며 말을 하였다. 

"동도들을 구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다 쉬었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돌려서 산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가면 살아서 돌아오기 힘

들었다. 그리고 가면 분열합벽진세의  약점을 공격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

은 모두가 보게 될 것이었다.  청룡장은 이 진세를 극비에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 파진법도 극비 중의 극비에 속했다. 소천이 여기서 그 파진법을 

집어 나간다면 수년간 연마를  한 분열합벽진세는 써보지도 못하고 사장시

켜야 할지도  몰랐다. 자신들이 수년간 연구해서  만든 진세와 파진법이었

다. 이것을 만들고 파회하기  위해서 무수한 집단전 전문가들이 밤을 세워

갔다. 그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표맹이 전멸한다고 해도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지

금 퇴각명령을 내리면 모두 무사할 수 있다.'

소천은 타는 입으로 중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소천의 입에서 진

군명령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눈으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

다. 건곤신개는 동도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분열합벽진

세의 무서움을 모르고 지금의  승리에 도취가 되어 있었다. 소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행산맥의 한  관도위에서 죽어간 이한생의 모습이 구름속에

서 보였다. 목이 없는채 길바닥에  누워 있는 그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부

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빙당호로를 쥐어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사부의 모습이 생생히 생각이 났다.

'사부님이라면 사부님이라면'

소천은 마른 입술로 천천이 입을 열었다. 사부님이 자신을 질책하는 것 같

았다. 소천은 입을 열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사부의 명령 인

것만 같았다.

"진군하라."

"와아아 와아아"

중인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삼십여 기마대는  피뭇은 장병을 높이

치켜들고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보군이 어깨에 힘을 쥐고 따

랐다. 그뒤를  개방도들이 함성을 지르며  따라갔다. 양대호와 오대호법은 

그들을 보고 허허허 웃으며  나아갔다. 소천은 맨뒤에서 땅을 보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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