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 산서 대회전1 (31/95)

14. 산서 대회전1

<문서번호: 9-542호.

 형    식: 보    고

 수    신: 제 이맹주 혈유.

 안    건: 신비조직.

 내    용: 발견 실패.

 비    고: 무림과 무관한 세력으로 추정 됨.

           황실에 대한 조사를 허락 바람. 

 작 성 자: 밀은영주.(密隱營主)>

<문서번호: 9-543호.

 형    식: 보    고

 수    신: 제 이맹주 혈유.

 안    건: 비 밀 결 사.

 내    용: 장안성에서 종교 비밀결사 발견.

 비    고: 무림과 무관한 조직임.  

           세력이 날로 급증하고 있음.

 작 성 자: 밀은영주.(密隱營主)>

"믿을 수가 없군. 작전 실패야  시혈마군의 입을 제대로 열지 못했으니 그

렇다고 쳐도 어떻게 밀은영이 그들을 존재를 ㅉ지 못하는 것인가."

"시혈마군을 포섭했을 정도면 이미 수십년부터 암약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그런 조직이 우리 밀은영의  눈을 벗어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기존의 조

직중에 있다. 그러나 기존의 조직들 중에 시혈마군을 끌어 들일 만한 조직

은 없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 가지가 안된다면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

그림자가 갑자기 줄어들어서 탁자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등잔이 마구 흔

들렸다. 그리고 그림자가 이리  저리 흔들리고 한 장의 양피지가 탁자위에 

펼쳐졌다. 그것은 협서와  산서 하남의 지도였다. 그는  그 지도의 곳곳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반혈맹은 낙양과 종남지단을 쳤다. 그리고  우리가 포위 한 것을 알아 내

었다.이 모든  것은 시혈마군이 정보를 흐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비조직은 반혈맹을 통해서 백도와 우리의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려 한 것

이었다. 반혈맹을 배후 조종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 왜 낙양과 종

남을 노린 것인가. 시혈마군이 알고 있는 정보 중에는 그 두곳보다 중요한 

곳도 많은데. 게다가 시혈마군이 반혈맹에 포위 공격 정보를 흘린 것은 위

험을 무릅 쓴 행동이었다. 그리고 매복지에서 이탈해서 적혈마군을 노린것

도.......... 무언가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무리수를 두더

라도 우리와 반혈맹과의 싸움을 가속화 시키려고 한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또한 우리 지단이 낙양과 종남에 있으면 안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곳의 수하들이 무언가 알아 냈거나."

등잔불이 크게  일어서고 주위에 흐릿하게 서가가  보였다. 유생의를 입은 

이가 등을 보인채 서가의 책자들을 뒤지고 있었다. 불꽃은 잦아 들고 주위

는 다시 어둠속으로 파묻혔다. 

두권의 책자가 탁자위에  올려졌다. 그것은 종남지단과 낙양지단에서 올라 

온 보고서 들이었다.  

"여기에 내가 노친 것이 있을 것이다."

///////////////////////////

계절은 삼월 초에 접어 들었지만  산의 눈은 녹을 줄 모르고 있었다. 관도

에는 군데군데 빙판이 남아 있었다. 관도 주위에는 낮게 펼쳐진 평지가 있

었다. 평지 뒤에는 계단식으로 산을 깍아 만든 밭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

에는 올려다 보기도 힘든 거산  준령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산위는 모

두 새하얀 눈으로 덥혀  있었다. 삼십여필의 말들은 그러한 경치를 감상하

지도 않고 조금 바른 속도로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표사 복장을 하고 있

었다. 선두에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 깃발은 장안 표국의  깃발이었다. 표사들 주위에는 표물은 보이지 않았

다. 그도 그럴것이  이들은 표행을 하러 나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북령채가 이끄는  산서 녹림도들과 대전을 하기  위해서 나온 이들이었다. 

장안 표국에서 선봉을 맏기로 하고 이한생이 이들을 지휘하기로 한 것이었

다. 이한생이 선봉을 자처  한 것은 이철룡의 일에 대해서 왕유정으로부터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왕유정이  그 사건이 소문이 나지 않게 입단속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때 동행한 표사의 숫자가 이십여명에 달한다는 것을 듣

고 고개를 저었다. 강호에서는 둘만 알아도 이미 비밀이 아닌 것이었다. 

그런데 사방으로 떠돌아 다니는  표사 이십명이 아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런 이야기는 재미가  있어서 해도 해도 물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

다. 아직까지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중원표국의 규율이 강하다는 것

을 반증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모래로는  물을 막을 수 없는 법이었다. 그

래서 이한생은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고 선봉을 자처 함으로써 그 사건을 

만회하고자 한 것이었다.이한생은 말을 멈추었다. 

관도는 길게 뻣어 있었다. 그러나  그 주위의 평지는 급격히 줄어 들고 잇

었고 산은 관도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게다가 경사면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이한생은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저런 지형은  매복을 하기 좋았

다. 북령채에 바보들만 모이지 않은 이상 이상 자신들 세력을 모아 쳐들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이한생은 경험이 많은  표사 둘을 먼저 보냈다.  그리고 표사 둘을 본대로 

보내어 이 사실을 알렸다. 두명의 표사는 말을 몰아가서 협곡의 좌우를 살

펴보았다. 별 이상이 없었다. 두  표사는 손을 흔들어 아무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이한생은 고개를 끄떡이며  전진을 명령했다. 대오는 다시 출발을 

하였다. 그들이 협곡을 빠져 나온 것은 반시진 쯤 뒤였다. 

얼마를 더가자 나즈막한 구릉을  넘어가는 길에 접어 들었다. 산은 낮았고 

잡목들도 많치 않았다. 이한생은 표사들을 보내지 않았다. 이런 구릉을 다 

조사를 하면서 넘으면 일년이  가도 태원에 도착하기 불가능했기 때문이었

다. 표사들이 구릉 중턱에 올랐을 때였다. 갑자기 사방에서 북소리와 징소

리가 울려펴졌다. 말들이 놀라서  요동을 쳐대었다. 그리고 고삐를 꽉쥐지 

않고 있던 표사 몇 명이 나뒹굴었다. 

슈슈슉 수십대의 화살이 날아왔다. 이한생은 장검을 빼들고 날아드는 화살

들을 막았다. 

"말에서 내려라."

표사들은 말에서 급히 내려 날뛰는 말들을 진정을 시켰다. 그 사이에 날아

오는 화살들에 맞아 나뒹구는 말들이 늘어났다. 이한생은 검으로 화살들을 

쳐내다가 그 화살들이 날아 오는 곳을 알아내고 몸을 날렸다. 단번에 십여

장을 날아가 숲으로 뛰어들었다.  원래 강호에는 숲으로 들어간 적은 ㅉ지 

말라는 격언이 있엇다. 이한생도 물론 그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

에는 저들의 화살의 위력에  표사들이 지지부진 하고 있었다. 이한생이 숲

으로 뛰어들자 십여개의 장창이 날아왔다. 팟 이한생의 검이 빛을 뿌렷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속에 수십여송이의 검화가 피어났

다. 십여개의 장창은 그 검화에 튕겨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공력이 담겨있지 않았다.'

이한생은 그 장창이 공력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내었다. 이한생

은 나무둥치를 차고 궁수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신영을 날렸다. 활을 들

고 있던 이십여 녹림도들은 이한생이 날아 오자 병장기를 빼들고 달려들어

왔다. 파악 선두에서 날려오던  이가 이한생의 검에 잘려지면서 피를 뿜어 

내었다. 이한생은 나무와 나무를 차고 날으며 달려드는 녹의인들을 하나씩 

베어갔다. 십여명이 제대로 병장기를 한번도 써보지 못하고 쓰러지자 나머

지는 등을 보이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한생은  땅에 내려선 뒤 길을 

바라보았다. 표사들은 어느새 사태를 수습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상하군. 중원 표국주나  사제의 말에 의하면 적들  중에는 고수가 여럿 

있다고 했는데'

이한생은 싸움이 너무 싱겁게  끝나자 오히려 의야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기습을 한 녹림도들의 실력은  엄포나 놓고 힘없는 양민들을 터는 수

준이었다. 중원 표국은 커녕 일반  표국의 표물도 털 실력이 안 된 것이었

다. 이한생은 시체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우리를 방심시키려는 것인가."  

/////////////

소천 일행이 정일현에 도달한 것은 개봉을 떠난 지 보름만의 일이었다. 겨

울 끄트머리라서 해가  ㅉ고 추웠지만 그들이 지나온  길을 대부분이 평야 

지대였기 때문에 속도가 빨랐다. 소천일행은 정일현에서 며칠 휴식을 취하

기로 하였다. 이곳에서 며칠  쉬면서 뒤따라오는 세 호법들과 함께 태행산

맥을 넘기 위함이었다. 작은 객점을 통째로 하나 빌렸다. 그리고 백호대에

게 특별 수당이 지급되었고  이틀간 성내에서 휴식을 허락 받았다. 백호대

원들은 은자들을 짤랑이며 성내의  유흥가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 큰 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내는 온통 백호 대원들로 넘쳐 나는 것 같았다. 이철룡

은 연락 조장이라는 직책을 핑계로 소천이 머무는 객점에 남아 있었다. 

이철룡은 동경을 보고 눈섭을  헤아렸다. 전에는 몰랐는데 한번 눈섭이 왕

창 빠지자 그 귀중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왼쪽에 새로 작은 녀석이 

삐집고 나오는 것을 대견하게  여기고 있었다. 눈섭을 만지던 이철룡은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문이 열리고 하연적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그는 문을 열 때는 굳은 얼굴이었으나 발을 내딧을때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연적은 이철룡을 보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입가에

는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등은 허전해 보였다. 이철룡은 다시 자리에 앉고 

하연적을바라보았다. 그는 길게 하품을 했다.

'대주와 부대주들이 안보이네. 어디 같나'

이철룡은 동경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다시 저멀

리 날아갔다. 좀전에는 잘  보이던 눈섭 하나가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

었다. 

하연적은 자리에 앉은  뒤 소천을 보며 말을  하였다. 소천 옆에는 진명이 

앉아 있었다. 

"팽가에서는 한명도 지원을 해 줄 수가 없답니다."

소천은 빙그래 웃었다.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하권사께 못할 짓을 시킨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하연적은 수염을 쓰다듬으며말을 했다.

"총호법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더욱  송구합니다. 이건 팽가에서 

군자금으로 쓰라고 준 돈입니다."

하연적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어  소천 앞에 내밀었다. 소천은 그것을 열

었다. 안에는 은자 십여냥이 들어있었다. 소천은 피식 웃었다. 

"좀 쩨쩨하군요. 그래도 삼십냥은 보내 줄줄 알았는데"

그말에 하연적은 눈을 약간 크게 떴다. 

"그럼 그 돈을 받으실 껍니까."

"하하하 거저 주는건데 왜 안받습니까."

하연적은 고개를  갸웃했다. 팽가에서  요동낭인대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북령채 토벌에 무사를 내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갔다. 그러나 군자금으로 

쓰라면서 은자 열냥을 보낸  것은 지독한 모욕이었다. 차라리 보내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면 서로간에 예의를 차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러나 팽가 같은 대 문파가 다른 문파에 군자금을 쓰라며 은자 열냥을 보낸 

것은 거지들에게 동냥을 주듯이 내 던져 주는 곰팡이 나는 밥보다 더한 모

욕이었다. 하연적 자신도 몇 년만 젊었으면 북령채를 치기 전에 팽가와 사

생결단을 낼 정도로 화가 나는 모욕인 것이었다. 그러나 소천은 그 열냥도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진명이 투걸거리며 말을 하였다.

"정말 팽가에는 좀생이들만 모인 것 같군. 겨우 열냥이 뭐야 열냥이"

소천은 주머리를 보며 더 큰 소리로 말을 하였다. 

"보낼려면 백냥은 되야 욕을 먹지 않을꺼 아니야."

마치 누구 들으라는 것 같은  소리였다. 소천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입을 다

물었다. 그리고 잠시 목을 좌우로 까딱이고는 말을 했다.

"같군"

그말에 하연적과 진명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소천은 싱긋 웃었다. 

"하북은 팽가의  안 마당 아니오.  여기도 그들의 눈과  귀가 있는 법이지

요."

소천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제법 큰 나무가 있었다. 나무 등걸에

는 눈이 녹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눈은 다른 눈과 달리 많이 녹아 있었

다. 바로 사람 체온이 닿은 흔적이었다. 

새벽이 되자 술에 취한 인영들이 하나 둘 기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예 

들어오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노름에  돈을 몽땅 날려서 일찍 온 이는 객

점 술창고에 가서 술을 한독가져다가 퍼 먹었다. 이철룡은 그런 그들을 보

며 의자를 흔들거리며 연신 하품을 해대었다. 

'그냥 빨리가지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지체할건 뭐 람'

이철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밖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고 세명의 인영

이 들어섯다. 그들은 청의를 입고 있었고 밤에도 확연히 눈에 띄는 백색피

풍의를 걸치고 있었다. 

"대주님"

이철룡이 일어서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탁자에 자리잡

고 있던  십여명이 일어섯다. 이준은 고개만  까딱이고 안으로 걸어들어갔

다. 이철룡은 그들 세명이 바싹 붙어 있는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바라보았

다. 그런데 한명의 가슴앞에 무언가기  삐죽 튀져 나온 것이 보였다. 그것

도 잠시 세명은 후원으로 바삐 사라져갔다. 다른 이들은 자리에 앉아서 술

을 다시 마셧다. 이철룡은  의야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다가 바닦에 시선

이 같다. 바닥에는  점점이 붉은 선혈이 뿌려져  있었다. 이철룡은 고개를 

획 돌려서 안을 바라보았다. 안은 어둠속에 잠겨 있었다.

세명은 소천의 처소에 들자 가볍게 읍을 하였다. 그리고 힘없이 무릅을 구

부렸다. 이준은 그런 둘의 양팔을  잡았다. 두 대주는 일어 서려고 바둥거

렸지만 두 다리가 지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소천은 침소에서 일어나 둘

을 ㄴ혔다. 그리고 옷을 ㅉ었다.  한 부대주의 가슴에는 부러진 화살이 밖

혀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는 어깨에 몇 개의 철환이 밖혀 있었다. 소천은 

얼굴을 찌뿌렸다. 

"이런 상처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왔나. 그냥 올것이지"

"밖에 수하들이 있었습니다."

한명이 그렇게 말을 하자 소천은 그의 이마를 집어 주었다. 

"이대주는 괜찮은가."

"가벼운 경상입니다."

"벗어보게"

이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옷을 벗었다. 그의 가슴에는 긴 도상이 나 있

었다. 응급조치를 했는지 피는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상체에 온통 피가 묻

어 있었다.

#5331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30                           02/09 05:37   375 line

"누군가."

"일월쌍도객이라는 자였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가서 상처를 치료하게 보고는 내일 받도록 하지"

이준은 읍을 하고 물러났다. 소천은 둘의 상처를 지혈을 하고 밖으로 나갔

다. 화살과 철련자는 정밀한 집도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른 보조요원이 필

요했다. 객점에 있는 이들중에서 술에 취하지 않은 이는 오직 한명 뿐이었

다. 소천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벌컥 벌컥 독한  화주가 입을 타고 들어갔다.  술병이 떨어지고 누워 있는 

부대주는 고개를  끄떡였다. 이철룡은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이 고개를 

끄떡이자 이철룡은 잘  접은 천 뭉치를 입에  넣었다. 소천은 화살이 밖힌 

자리를 바라보았다. 왼쪽 옆구리에 밖혀 있엇다. 

'가슴이 꾀뚤리지 않은게 다행이군'

소천은 소도를 들었다. 스윽 왼손 엄지와 검지로 한번 닥듯이 밀어내자 도

가 붉게 달아 올랐다. 이철룡은 그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무서운 열양강기다.'

소천은 달아 오른 소도로 그의 배를 갈랐다. 이철룡은 부대주의 어깨를 꾹 

눌러 잡았다. 부대주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무리 술을 먹었고 소천이 혈을 

피해 칼을 댈수 있는 고수기는 했지만 생살을 칼로 자르는 것은 매우 고통

스러운 일이었다. 소천은  화살을 뽑고 안의 내장을  살펴 보았다. 내장은 

상한 것 같지 않았다. 소천은 바늘과 실로 복개한 부분을 꾀메었다. 그 부

대주의 눈은 거의 돌아간 상태였다.  그 위에 금창약을 발랐다. 소천은 옆

에 누워 있는 다른 부대주를 바라보았다. 그의 어깨에는 철련자가 밖혀 있

었다. 어깨에 밖힌 것은 뼈만  다치지 않았다면 크게 위험이 될 것은 없었

다. 소천이 고개를 끄떡이자 이철룡은 술병을 그의 입에다 가져갔다. 

수술이 끝나고 이철룡은 피뭇은 옷가지와 천조각들을 정리했다. 어느새 날

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 태워버리게.  그리고 이번 일은 잠시 비밀로 간직

하고 있게"

"알겠습니다."

이철룡이 나가자 소천은 두 부대주를 바라보았다. 그둘은 혼절해 있었다. 

'이들이 부상을 당해서 ㅉ겨올 정도였나.'

소천은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이 둘과 이준은 대주와 조장에서 승진을 눈

앞에 둔 자들이었다. 그들의  이번 동행은 승진을 위한 간단한 통과의례였

다. 때문에 그 또래에서도 제법  한수 하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어제 이

곳에 도착을 한 즉시 태행산맥으로 보내졌다. 자신들이 가는 길을 알아 보

기 위한 사전 정찰이엇다.  북령채에 머리를 쓰는 자가 있다면 태행산맥의 

험준한 지형을 노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천의 예상대로 그곳에는 매복조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들  셋은 일류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염

탐과 정찰에는  일류고수보다 몇배 낳은 이들이었다.  이런 이들이 부상을 

당해서 도망쳐 왔다는 것은 저들의 전력이 막강하다는 반증이었다. 그것은 

소천이 계획을 대대적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일월쌍도객은 어깨를 묵은 흰  천을 바라보았다. 흰천에는 붉은 선혈이 배

어져 있었다. 그 앞에는 중년인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칼같은 눈매

를 하고 있었고 턱은 매우  각이 져 있었다. 그는 일월쌍도객을 보며 말을 

하였다.

"정말 청룡장의 고수급 인물이 아니었단 말이오.?"

"그렇소. 용권노사 하연적이나 진명등은 모두 특성이 있는 자들이오. 내가 

모를 이가 있겠소."

"믿을 수가 없군. 우리 감시망  다섯 개를 돌파하고 매복진 세군데를 정찰

할 동안 아무것도 몰랐었다니."

"무엇보다도 그들의 전력을 우리가  과소평가했다는 것이 큰 문제요. 하연

적이나 진명만해도 우리들과  자웅을 겨룰만한 고수들이오. 게다가 그둘을 

이끌고 있는 총호법이라는 자는 어리기는 하지만 고수라는 소리를 듣고 있

소이다. 무언가 한수를 감추고 있을 것이오."

중년인은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길목에 매복을 해서 저들을 괴멸시킨다는 전략을 바꾸어

야 겠소. 그렇지만 우리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오. 적들의 주력이 곧 태원부로 들이 닥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퇴

각로를 끊기게 되는 것이오."

"장기전을 합시다. 이곳 태행산맥은  남북으로 수천리를 뻣어 있으니 우리

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여지는 충분히 있소."

중년인은 눈살을 찌뿌렸다.

"총채주님의 엄명이  있었소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장기전을 할만한 

여건이 못되오.  무엇보다도 은밀히 먼길을 오느라  군량을 넉넉하게 가져 

오지 못햇소."

"하지만 마군. 저들은 우리의 매복을 확인했기 때문에 섯불리 산맥을 넘으

려 하지 않을 것이오. 또한 만반의 대비도 하고 있을 것이오. 그렇다면 우

리가 하산을 해서 기습하는 것이 어떻겠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산을  해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

가지요. 또한 정보에 의하면  단양수 천일정이 오익상과 풍파와 함께 하북

땅에 들어섯다고 하오. 그런데 그들의 행적은 탐문이 되지 않고있소. 만약 

그들이 이미 정현에 도달했다면 우리는  섬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 될

뿐이오."

마군이라는 중년인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일월 쌍도객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며칠 상황을 보기로 합시다."

이틀간의 휴가가 끝난뒤에  백호대에 내려진 명령은 간단했다. 태행산맥을 

가로 지르는 길 초입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에 진채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백호대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이 될꺼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진

채를 세우라는 말이 이상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명령은 명령이었다. 

그리고 싸움터에 가면 하루살이  목숨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백호대원들도 진채를 세우는 것을 싫어 하지 많은 않았다. 

소천이 진채를 세우라고 한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두 부대주가 

부상을 당한 것을 알면 백호대의 사기가 저하 될것이 분명했다. 또한 적의 

실력이 예상외로 강한 이때에  무리하게 산맥을 넘는다는 것도 위험부담이 

컸다. 소천은 진채를 세우고  생색내기 싸움이나 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백여명이나 되는 장정들이 

움직이자 진채는 하루가 다르게  그 골격을 만들어갔다. 이들이 진채를 만

들자 곤욕스러워 한 것은 북령채의 무리들이었다. 

일월쌍도객은 먼발치에서 백호대가 진채를세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옆

에는 마군이라는 중년인이 있었다.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저들은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오."

"그런 것 같소."

"그렇다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선제공격을 해야 겠소."

일월 쌍도객은 그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나직한 소리만 내었다. 북령채의 

계획은 이랬다. 우선 약하고  혼자서 독립되어 오는 백호대를 먼저 섬멸을 

한뒤에 표맹를 상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 태행산맥쪽에는 북령채

의 정예 중 일부 떼어서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약하다고 생각했던

자들은 의외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가 좋겠소."

"오늘밤이 마침 그믐이오."

둘은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이철룡은 길게 하품을 했다. 졸린 눈을 부비며 앞을 바라 보았다. 옆에 있

는 대원 한명이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조장 한잔 받으슈"

그는 술병을 내밀었다. 이철룡은 웃으며 술병을 받아 들었다. 그는 순찰조

를 이끌고 매복을 나와  있었다. 삼월이기는 했지만 산속의 밤은 한겨울이

나 다름이 없었다. 두툼히  옷을 차려입기는 했지만 몇시진씩 어둠속에 숨

어 있다는것은 할짓이 못  되었다. 매복이라야 가지고 온 거적을 깔고 덥

고 바람이 안부는 곳에 웅크리고 있는게 다였다. 

"조장은 어디서 굴러 먹다 오셧수?"

"왜"

"낭인 같지 않아서."

"내가 어디 낭인 갖지 않나."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조장에게는 동료의식이 안생기니 하는 말이오. 

고수는 고수를 알아 보고 낭인은 낭인을 알아보는 법이오."

"푸훗 재미 있는 이야기군. 헌데 이런 짖을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그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조장은 낭인 같지 않다는 거요. 사실 우리야 돈만 많이 주면 아무

렇게 쓸 수  있다고 남들이 생각오. 그러나 우리도  목숨은 아낄 줄 아오. 

그래서 싸움이 생기면 돈 보다는 한 목숨 건질 곳을 좋아 하지요."

"그런가"

"나는 수십여 문파를 전전해  보았지만 청룡장처럼 사람을 잘 부리는 곳을 

본적은 없었소이다.  그리고 전투에도 이렇게 꼼꼼히  따지는 문파는 처음 

보외다. 이술 말이오."

그는 술병을 들었다. 

"야간 매복설 때 술과 안주를 보내주는 곳은 청룡장밖에 없을 꺼요."

"그거 보내 주는게 잘못 된거 아닌가."

"그래서 조장은 낭인같지 않다는 거요. 보내주지 않는다고 안먹는 줄 아시

오. 그리고 우리가 최소한 술먹을  동안은 자지 않을꺼 아니오. 우리가 지

금 하고 있는 것은 경계이기  때문에 적을 발견만 하면 되는거요. 적이 우

리를 발견하지 못하게 꼭꼭 숨어 있다가 기습을 하는 매복과는 또 다른 거

요. 지금 같이 말이오."

그는 몸을 납작히  업드렸다. 이철룡도 얼른 몸을  숙였다. 그리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전방에는 무수한 인영들이 소리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철룡

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중앙과 연결된 밧줄을 힘있게 잡아 다

녔다. 

군막에서 잠을 자던 소천은 방울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기습이군'

소천은 눈살을 찌뿌렷다. 병력을  지휘할 기초 지휘관들이 부상을 입은 상

태였기 때문에 조직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런 기습때는 병력 

통제가 더 어려웠다. 이런때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낭인들에게 용기

를 심어주어 적들과 적극적인 싸움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방법은 이쪽

에서 고수가 나서서 적들을 몰아쳐 가는 것이었다. 그말은 결국 자신과 하

연적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바라지 않는 사항이었다. 

백호대를 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주와 조장의 훈련이었다. 자신의 무

공을 자랑할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였다. 소천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둥둥둥 북소리가 반쯤  지어진 진채에 울리자 군막에서  잠을 자던 이들이 

눈을 부비며 병장기를 들고  ㅆ아져 나오고 있었다. 차차창 진채 곳곳에서

는 북령채의  무사들과 백호대와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천은 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준이 병력을 통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

황은 한명이 통제를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천은 긴 휘파람을 불며 

군막위로 올라갔다. 휘파람 소리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서 곳곳에서 싸움을 

하는 이들이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막 싸우러 가던 백호대들은 소천을 볼

수 있었다. 소천은 군막위에서 신영을 날려 단숨에 십수장을 날아갔다. 

그리고 진채를 넘어서 달려오던 북령채의 녹림도들에게 달려갔다. 몇 명의 

녹림도들이 소천을 보고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사사삭 소천의 검이 

스치고 그들의  목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소천이 고의적으로 

튀어 오르게 한 것이었다. 그것을 보자 싸움을 하러 나온 백호대원들이 일

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소천은 어느새 옆에 내려선 하연적을 바라보았다. 

"저들쪽에서도 고수가 나올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허 체면치례나 해야 할텐데요."

하연적은 그렇게 말을 하고 싸움터로 뛰어 들었다. 소천은 주위를 둘러 보

았다. 어둠속이라서 정확한 숫자  계산은 되지 않았지만 북령채 쪽이 배는 

많아 보였다. 

'어쩔수가 없군'

소천은 북령채의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들도 소

천을 보았는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바람이 스친다는 생각이 들정도

로 소천은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소천은 그들을 스쳐 지나가 계속 달려 나

갔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몸은 더 이상 산자의 것

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양대호는 장검을 들고 나와서 사방을 둘러 보았다. 사방에 피어 놓은 화톳

불들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 불길 사이로  녹의인들과 백호대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긴 휘파람소리가 들렸다. 양대호가 고개를 돌렸

을 때 한명의 인영이 그의 몸을 타고 넘어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

다. 그는 소천이었다. 양대호는 그것을 보고 장검을 빼들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몇 명의 녹림도들이  달려들어왔다. 그들은 각종 병장기를 휴대

하고 있었다. 양대호는 형산파의 검법을 펼치며 그들과 맛서 싸웠다. 차차

창 병장기가 부딧치고 불꽃이  튀어 올랐다. 양대호는 검결과 보법을 생각

할 여유도  없었다. 이들은 다수로 마구잡이로  찔러오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양대호는 검을 휘둘러 그 병장기들을 막고 되받아치고 있었다. 

휘파람 소리는 이철룡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에 반응을 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조가 매복을 나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포위가 된 상태나 마

찬가지였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병장기를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휘두르는  병장기의 끝을 볼 수는  있었다. 그것은 전에 없던 

능력이었다. 이철룡은  잠깐 백오노인에 대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사라졌

다. 지금은 잡념이 끼어들 시간이 없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병장기를 막

고 있기 빠빴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화산파

의 검법이 별 소용이 없었다. 아니 현 이철룡의 수준에서는 화산파의 상승 

검법을 펼쳐서  물리칠수가 없었다. 단지 빠른  쾌검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급급했다. 

소천의 휘파람 소리는 백호대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적들도 들은 것이었

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일월쌍도객은 쌍도를 뽑아 들었다. 그는 휘파

람 소리로 저자가 고수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상대편 고수가 나오면 이쪽

편 고수가 상대를 해주어야  했다. 일월쌍도객은 주저없이 땅을 박차고 날

아올랐다. 

소천의 앞으로 한명이 내려섯다.  그는 두자루 장도를 들고 있는 인영이었

다. 바로 일월쌍도객이었다. 소천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소천

의 검이 일월쌍도객을  노리고 날아들어갔다. 일월쌍도객은 월도를 휘두르

며 소천의 검을 막았다.  따다당 무수한 섬광이 튀어 오르며 일월쌍도객은 

강한 충격에  밀려났다. 일월쌍도객은 몇보를 물러서서  자세를 잡으려 했

다. 그러나 소천의 공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일월쌍도객은 다시 십여보

를 물러섯다. 그의 몸에서는 피가  배여 나오고 있었다. 그는 정신이 하나

도 없었다. 자신의 월도의  환식으로도 소천의 검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일월쌍도객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자신이 예

상한 이상의 고수였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목숨을 돌보지 않는 공격

밖에 통하는 것이 없었다. 일월쌍도객은 일도에 힘을 주어 반격해 나갔다. 

일도와 소천의 검이 부딧쳤다. 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일도가 잘려져 나갔

다. 월도가 부드러움이라면 일도는 힘이었다. 소천의 힘과 일도의 힘이 부

딧치자 힘이 약한 일도가  이겨내지 못하고 잘려진 것이었다. 그리고 일월

쌍도객의 머리카락도  잘려져서 부스스 휘날렸다. 그  순간 소천의 검세에 

약간의 공백이 생겼다. 소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작아지자 일

월쌍도객은 몸을  얼른 뒤집어서 저멀리 어둠속으로  내달았다. 소천은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다. 잠시뒤에 허공에  몇 개의 폭죽이 터저 올랐다. 그 

폭죽이 터저  오르자 북령채의 녹림도들이 썰물같이  빠져 나갔다. 소천은 

검을 집어 넣었다. 그가 일월쌍도객을 살려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이준은 백호대를 소집했다. 그리고 사망자와 부상자들

을 검사했다. 

"적 사망자 28명  부상자 7명 생포. 백호대  사망 팔명 경상자 다섯명입니

다."

소천은 이준의 보고에 고개를  끄떡엿다. 그리고 도열해 있는 백호대를 바

라보며 말을 하였다. 

"능력이 뛰어나오. 적을 이십팔명이나 주살했다니. 오늘 큰 공을 세웠으니 

크게 상을 내리겠소."

"와아아"

백호대는 함성을 내질렀다. 소천은 빙그래  웃었다. 적 사망자 중 반 이상

이 자신과 하연적이  죽인 숫자였다. 그러나 그  공을 모두 백호대로 돌린 

것이었다. 소천은 이준의 어깨를  쳐주고 부상자들이 있는 군막 안으로 들

어갔다. 

턱 고약한 냄새가 나는 환약이 팔에 붙여졌다. 이철룡은 얼굴을 찌뿌렸다. 

그것은 부상당한 곳이 아팟기 때문이 아니라 냄새가 고약했기 때문이었다. 

이철룡은 군막을  열고 들어오는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미소를 띄며 

이철룡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적들을 가장 먼저 발견을 했다고."

"그렇습니다."

"수고했네."

소천은 그의 어깨를 쳐주었다.  그리고 일일이 부상자들을 돌아보았다. 이

철룡은 부상자들과  몇마디 말을 나누고 나가는  소천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서 천을 감아 주던 이가 물었다.

"왜 그러슈 조장"

"아니야"

이철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듣기로 청룡장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위선

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소천의 이러한 행동도 다분히 위선적인 것

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가  건네는 말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진

심에서 우러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철룡은 간이침대에 벌러덩 드러 

누웠다.

'좀 더 있다 보면 알게  되겠지. 아무튼 여기서는 화산파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잘 배우는군.'

이철룡은 스르르 눈을 내리 감았다. 밤새 잠도 못자고 매복을 하다가 한바

탕 싸우고 난뒤라 잠이 금새 달려들었다. 

지휘군막에는 진명이 와 있었다. 진명은 정현성에 머무르면서 개방과의 연

락 ㅁ 후방지원을 담당하고 있었다. 

"총호법님 고생하셧습니다."

"하하하 고생이랄게 뭐 있겠소이까.  헌데 무슨 않좋은 소식이라도 있습니

까."

진명은 정색을 하며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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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 중국의 결혼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나 그런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아

시는 분은 글을 좀 올려  주십시오. 지금 결혼식 장면을 써야 하는데 하나

도 아는게 없어서요. 그냥  우리나라 전통 혼례식으로 할까 했는데 아무래

도 사실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림백과란에 있는지 살펴 보았는데 저

는 찾지 못햇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자료를 가지고 계신 분은 꼭좀 올

려 주십시오. 그리고 중국의  도박에 대해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결혼식

이 끝나면 초야를 치루어야죠? 

히히히 

아 침 딱어. 

자 피가 튀는 초야 과연 누구의 피일까? 

언제나오느냐구요? 

쉿 비밀이에요. 

누구냐구요? 

그것도 비밀 

여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신비감에서 나온다고 믿는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모두들 아무런 문제 없이 태원부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개방을 통해서 온 

연락은 저희들의 행진이 느리다고........."

진명은 말끝을 흐렸다. 소천은 활짝 웃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이들은  강적들이오. 일월쌍도객을 비롯한 고수가 무

려 열명이나 있소이다."

그말에 진명은 해연이 놀라며 말을 하였다.

"그렇게 많이 있습니까.?"

소천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두셋정도요. 그러나 열명정도 있다고 서신을 보내시오."

"그렇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닙니까."

"그래도 그들이 알겠소. 이리와서 확인을 하겠소."

그말에 진명은 빠르게 대답했다. 

"개방에서 온 연락인데 화산파의 매화검군 이한생이 표사들을 이끌고 이쪽

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소천은 눈을 크게 떴다. 

"언제 말이오"

"이틀전에 보내 온 소식입니다. 지금쯤 산맥을 넘고 있을 껍니다."

"이틀전이라구"

소천은 날짜를 계산하고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외쳤다.

"진호법 가서 연락조와 경공이 되는 백호대원 열명을 집결시켜 놓으시오."

"예"

이철룡은 호출을  받고 조원들을 이끌고 지휘군막앞에  섯다. 그들옆에는 

경공이 조금 되는 무사들이 십여명이 서 있었다. 소천이 군막을 열고 나왔

다. 

"지금 화산파의 매화검군  이대협께서 태행산맥을 넘어오고 계시다는 정보

를 입수했다. 녹림도들은 이 기회를  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늦게 가

면 그분들이 위험하다. 지금 즉시 출동을 한다. 모두 말에 타라."

"옛"

이철룡은 매화검군이라는 말에 약간  얼이 빠져 있었다. 조원 한명이 소매

를 잡아 끌지 않았다면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을 것이었다. 소천은 호출을 

받고 달려온 하연적과 진명과 양대호를 보며 말을 하였다. 

"적들이 다시 기습을 해올지 모르니 방비를 철저히 하고 절대로 나가 싸우

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천호법께 전서구를 띄워 빠른 시일내에 당도를 하라고 전하시오."

소천은 그렇게 말을 하고  말위에 올랐다. 이십여기는 진채를 빠르게 빠져

나갔다. 산길은 험했고 급경사가  곳곳에 있었기 때문에 말도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한생이 분명하냐"

"그렇습니다."

일월쌍도객은 수하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주채주 우리에게 다시 없는  기회요. 매화검군이 고수이기는 하지만 표사 

십여명만 대동을 하고 태행산맥으로  접어 들었다고 하오. 우리 둘이 수하 

오십만 이끌고 가면 충분한 승산이 있소이다. 매화검군을 베면 총채주께서

도 우리를 크게 벌하시지는 않을 것이오."

일월쌍도객은 잘려진 머리 카락을 만졌다. 주채주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제자가 내게  당하고 다시 그 사부가  호굴로 걸어 들어오다니 하하

하."

"매화검군의 제자가 주 채주에게 당한적이 있소이까."

"전에 정현에서 내가 인피면구를 씌워 놓은 적이 있소이다. 덕분에 왕유정

의 추적을 유유자적히 빠져 나왔소이다."

주채주는 잔살마군 주진우였던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료.  하하하 그런 제자를 키우는  사부이니 안보아도 그 

실력을 알겠소."

"어쨌든 매화검군은 강호에 이름 높은 자이니 섯불리 상대를 하지 맙시다. 

정병 일백을 엄선해서 확실히 쳐야 할 것이오."

"알겠소이다. 그럼 준비를 하겠소."

둘은 수하들을 점고한 뒤 일백을 엄선해서 그 즉시 산채를 떠났다. 매화검

군 이한생 같은  고수 하나를 죽이는 것은 무사  일백을 죽이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 할수 있는 것이었다. 

이한생은 산세를 살펴보고 있엇다.  가도 가도 첩첩산중이었다. 보이는 것

은 오직 눈덥힌 산과 앙상한 가지를 가진 나무들 뿐이었다. 이한생은 산세

를 살펴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이런곳에 무사들을 배치 시켜  놓으면 이동하기가 힘들기는 하겠지. 하지

만 청룡장에서 아직까지 태행산맥을 넘어 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이한생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이한생만의 생각이 아

니었다. 그들이 태원까지 오는데는  십여차례의 암습이 있었다. 그러나 그 

수준이라는게 민가나 털러  내려오는 산적들 수준이었다. 그래서 긴장들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이한생은  천천히 말을 몰아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의 밤은 일찍 찾아 들었다. 길위에 산 그늘이라도 지면 기온은 급하강하

고 시야도 급격히 좁아 지는 것이었다. 그는 표사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어디 쉬어 갈 곳을 찾아 보거라."

"예"

두명의 표사가 말을 빨리 달려 먼저 앞으로 나갔다. 이런 산골에도 사람들

이 사는 마을이 있기 마련이었다.  두 표사는 그런 마을을 찾아 나간 것이

엇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주위는 어둠속에 묻혀가기 시작했다. 이한생은 고

개를 갸웃했다. 표사들이 마을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돌아올 시간이 너무 

지난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들도 길을 따라 가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일찌감

치 서로 만나야 했던 것이었다. 그때 저쪽에서 두필의 말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둠속에서 그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표사 복장을 하

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이한생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다 무언이 

이상해서 자세히 살폈다. 그사이  표사들은 말의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

오고 있었다. 

"적이다."

이한생이 그렇게 외치며 검을  빼들고 말잔등을 차고 날아 올랐다. 그러자 

저쪽에서도 두명이 말 잔등을 차고 날아 올랐다. 그것을 보자 표사들이 일

제히 병장기를 빼들었다. 이한생은 앞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둘인데 그들이 

빼든 도는 세 개였다. 두 개는 긴 장도였고 하나는 반월형 환도였다. 이한

생은 두 개의 도를 보자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었다. 

'일월쌍도객'

그의 생각은 빨랐고 검은 더욱  빨리 움직였다. 하나의 검과 세 개의 도가 

허공에서 어우러졌다.  허공에서는 불꽃이 피어  올랐다. 표사들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는 능선에서 희미하게나마 눈이 빛을 발

했다. 그리고 그 회색의 산줄기가 검게 물들여 가는 것이 보였다. 그 검은 

선이 넒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떠나갈듯한 함성이 들려왔다. 함

성은 사방에서 메아리쳐서 들려왔다. 마치 사방이 포위된듯한 느낌이 들었

다. 말들은 그소리에 놀라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표사들은 지금 쳐내려  오는 이들이야 말로 자신들이  상대야 할 북령채의 

정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둠속에서 밀려오던 이들의 흐릿한 모습이 

산 그늘에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어둠과 함성뿐이었다. 그리

고 갑자기 커진 점들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

았다. 단지 흐릿한 모습만  보일 뿐이엇다. 표사들은 검을 휘둘렀다. 얼굴

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표사들은  소수였고 녹림도들은 일백에 

달하는 숫자였다. 쓰러지는 녹림도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아니 어둠속에 묻혀 얼굴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집단처럼 허수아비처럼 

쓰러져갔다.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성은 동료들의 함성속에 뭇혀갔고 표사

들의 입에서도 비명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숫적인 열세였다. 십배가 

넘는 적을 상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등을 돌리고 도주를 하던 

표사의 넒은 등짝에 각종 병장기가 경쟁하듯이 내려 찍히면서 산을 울리던 

비명성이 잦아  들었다. 피맛을 본 일단의  녹림도들은 한쪽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삼인을 바라보았다. 

이한생은 표사들의 비명성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도울 여력이 없었다. 일

월쌍도객과 잔살마군 주진우는 자신이  몸을 빼게 놔둘 위인들이 아니엇기 

때문이었다. 쌍도가 이한생의 검을  잡고 있는 사이 잔살마군의 환도가 틈

을 비집고 몰아쳐 왔다. 이한생은 입술을 깨물었다. 

'둘중 하나는 데리고간다.'

그는 도주라는 것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죽기를 각오하고 검을 휘두르

자 둘의 파상적인 공세도  잠시 틈을 보였다. 이한생은 일월쌍도객을 중점

적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그것은 작지만 일월쌍도객의 도에서 파탄이 드러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월쌍도객이 일도를 바꿨기 때문이었다. 

일월쌍도객은 이한생의 검세에 월도로 막으면서 뒤로 연신 물러났다. 이한

생이 워낙 결사적이었기 때문에  주진우도 섯불리 달려 들지 못했다. 주진

우는 일월쌍도객을 보며 소리쳤다.

"잠시 물러나시오."

일월쌍도객은 일도를 후려갈겨쳤다.  그가 후려갈겨치는 것은 자신의 옆구

리를 내주는 수였다. 일종의  동귀어진의 초식이었다. 그러나 적이 피하지 

않으면 적도 크게 당하기 때문에 십중십 적이 피했다. 그러나 이한생은 죽

음을 각오했다. 그래서 일월쌍도객의  옆구리가 비자 바로 검을 찔러 넣었

다. 그러자 일월쌍도객이 내려치던 도를 손에서 뿌리고 뒤로 굴렀다. 옆구

리가 화끈해져왔다. 이한생의 입에서 윽하는 비명성이 흘러나왔다. 일월쌍

도객이 내던진 도가 어깨에 맞은 것이었다. 

그순간 잔살마군의 환도가 이한생의 목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이한생의 몸

이 뒤로 젖혀지며 검이 크게 휘둘려졌다. 차창 환도와 검이 부딧치고 이한

생은 그 여력을 이용해서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때 사방에서 녹림도들이 

장병을 들고 달려오고 있엇다. 이한생은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검을 휘둘렀

다. 그러나 그의 왼쪽 어깨에 밖혀 있는 도가 걸리적 거렸다. 그리고 녹림

도들은 이한생의 왼쪽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이한생의 왼쪽에 점점 상

처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도 시체가 늘어나 있었다. 

주진우는 이한생의 상태를 보고 환도를 움켜 쥐었다. 녹림도들이 달려드는 

틈을 파고 주진우가 날아 들었다. 이한생은 강력한 도기를 느끼고 몸을 돌

려서 검으로 막았다. 까가강  도와 검이 부딧치면서 주진우의 신영이 뒤로 

몇발짝 물러났다. 그때 이한생의 몸도 뒤로 몇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이한

생은 포위가 된 상태였다. 그의 등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녹림도의 장병

이었다. 그의 등을 찌른 녹림도는 함성을 지르며 힘껏 밀었다. 

이한생의 몸이 고통으로 잠시 굳어지고 무수한 병장기가 그의 몸을 난자했

다. 그순간 이한생은 검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몇 명의 녹림도들이 비명

을 내지르며 쓰러져갔다. 일월쌍도객의 월도가 앞에서 휘몰아쳐왔다. 이한

생은 검을 들어서 그것을  막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파악 하는 소리와 함께 이한생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 올라갔다. 

주진우는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을 했다.

"가자"

혈전장에 가장 먼저 도착을 한 것은 소천이었다. 그는 말을 버리고 경공을 

이용해서 먼저 달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난자당한 시신 

아홉구 뿐이었다. 시신들은 마치  맹수들이 살집을 헤져 놓은 것처럼 되어 

있었다. 주위에는  무수한 발자국들과 잘려진  나뭇가지들 있었다. 바람에 

얼은 땅에 달라 붙어 있던 한 피뭇은 옷조각이 날아갔다. 

숲속에서 한  마리 말의 울음소리가 처량히  들려왔다. 그말은 절룩거리며 

소천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말의  잔등에는 병장기가 하나밖혀 있었다. 그 

주위에는 피가 얼어 있었다. 소천은  그 말의 눈을 바라보았다. 말의 눈은 

매우 컸다. 그리고 눈물이 가득고여  있었다. 히히힝 말은 다시 한번 울부

짓으며 한쪽 발을 ㄲ었다. 소천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허리춤

에서 빛이 번쩍였다. 

비명을 토하려던 말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말의 

미간에는 작은 혈선만 나 있었다. 소천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시체

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수급이  없는 시체에 눈길이 멈추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병장기가  ㅎ고 간 흔적들이 남아  있는 시신이었다. 그리고 옷도 

백의였다. 그의 주위에는 얼어 붙은  피로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목이 잘

릴 때 뿜어저  나온 피일 것이었다. 소천은  그 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

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이라도 

감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감겨 줄 눈이 없었다.  바람만이 한때 살아있던 

자의 통곡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철룡이 사부이자 숙부인 이한생의  시신을 본 것은 정오 무렵이었다. 이

철룡은 그 시신의 목위가  없었지만 단번에 알아 볼수 있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처럼 자신을 대했던  사부이자 숙부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분의 

손에 들려진 검이 화산파의 검이라는  것을 알아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

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죽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것도 이

렇게 난자당해서 죽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백호대원들은 나무와 덩굴을 잘라서 들것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철룡

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수급없는 시체만 보일 뿐이

었다. 낭인들은 이철룡이 조장이  되자 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투

덜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한생의 옆으로 조원 

한명이 와서 소매를  잡아 다녔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움직일줄 몰랐다. 

이철룡은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잘 죽었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었다. 이철룡이  그러한 생각을 부정하면 부정 할수록 잘 

죽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철룡은 머리를 부여 잡았다. 자

신이 저주스러워졌다. 어떻게 사부가 숙부가 죽었는데 잘 죽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가. 

그러한 생각을 왜  마음대로 지울 수가 없는  것인가. 어떻게 어떻게 내가 

이럴 수 있는 것인가.  그순간 하늘이 노래지면서 하나의 구름이 이한생의 

얼굴을 만들었다. 이한생은 웃고  있었다. 이철룡도 따라 웃었다. 그의 입

이 반쯤 벌어지고 침이 흘러나왔다. 

"헤"

이철룡은 이한생을 따라 헤 벌  쭉 웃었다. 조원이 그것을 보고 뒷 걸음질 

쳤다. 이철룡의 눈동자는 정상인의 그것이 아니었기 대문이었다.  

"초 총대주님 총대주님"

조원의 비명성에  백호대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같다가 이철룡에게 멈추었

다. 

소천은 협곡  봉우리에서 묵묵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발자국은 능선을 

따라 길게 서쪽으로 나  있었다. 이 발자국은 적들이 이곳에서 물러났다는 

표시였다. 바람과 산정상에 있던  눈들이 발자국들을 많이 가렸다. 그러나 

소천의 눈에는  수십여명이 여러 부상자들을 운송해  갔다는 것이 보였다. 

소천은 인근 눈속에서 시체  삼십여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천은 고개를 

들어 창천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구름한 점 없이 푸르렀다. 

"적은 병법을 아는자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구나."

소천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렸다.  적들은 기습의 실패를 만회 하기 위

해서 태행산맥의 통로에 배치된  정예를 이끌고 이한생을 친 것이었다. 그

들의 계획대로 이한생을 죽이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피해도 커서 소천 일행

을 막기에는 벅차진 것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북령채가 있는 산서 서부의 

산악군과 수백리가 떨어진 곳이었다. 게다가 태원에는 표맹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들이 퇴로를 끊으면 태행산맥이  있는 녹림도들은 고립무원의 신세가 되

는 것이었다. 여름이라면 남북으로 길게 뻣혀있는 태행산맥을 이용해서 얼

마든지 숨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었다. 이동이 불편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에게는  겨울을 날 식량이 없었다. 아니 

그런 식량을 본채로부터 운송해  오지 못했다. 왜냐하면 소천 일행이 태행

산맥으로 온다는 것을 간파하고  병력을 이동시켜서 매복진을 깔기 까지는 

시간이 촉박했다. 

따라서 이들은 매복진을  깔고 소천일행을 저지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기간내에  소천 일행을 섬멸하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휴대한 식량도  이십여일 분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태행산

맥에서 고립이 된다면 전멸은 기정사실이었다. 그것을 아는 잔살마군 주진

우는 수하를 보내 본진에 남이 있는 무사들에게 퇴각명령을 내리고 자신들

은 바로 퇴각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시체도 묻지 않은 것이었다. 겨울이

라 땅이 얼어서 그랬던 것도 있었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부분이 컸다. 

그러나 시신을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감추는 계책도 잊지 않은 것

이었다. 소천은 남겨진 시신과 발자국의 방향만으로 북령채를 지휘하고 있

는 자의 능력을 집어낸 것이었다. 상대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아군

에게는 매우 불리한 일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은 이곳의 지리에 어두운 반

면 그들은 지리에 밝았다.  게다가 적지 않은 고수와 무사들까지 거느리고 

있는 것이었다. 밑에서  고함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소천은 땅을 박차고 

날아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천은 이철룡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반쯤 풀려져 있었다. 그리고 입가

에 흘러내리는  침은 끈끈한 타액에서 거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소천은 주저없이 이철룡의  뇌호혈을 강하게 때렸다. 정상인 사람의 뇌

호혈 치면 바보나 미치광이가 되는 수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미쳐

가는 사람에게는 정상으로 되돌리는 효과가 있었다. 이철룡의 웃음이 멈추

었다. 그리고 화난 얼굴을  하더니 갑자기 일장을 소천의 가슴에 내리꽃았

다. 퍼억. 소천의 가슴에 내려 꽃혀진 장력은 강맹한 바람을 일으켰다. 

소천의 겉옷이 그 장력에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그러나 소천은 개의

치 않고 이철룡의 뇌호혈을 다시  한 번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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