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출진
<표맹의 구성 인원
개 방: 장로 취선개 건곤신개 정예 이백
중원표국: 국주 왕유정. 역동립외 대표두 다섯 표사 이백오십
장안표국: 화산사검. 대표두 셋 표사 백이십
언 가: 가주 언정일. 언정연외 정예 팔십.
청 룡 장: 총호법 소천. 하연적. 천일정. 진명외 낭인 일백
경계사항: - 소림사의 십팔나한 출동준비 완료.
- 화산파 정예무사 사십구명 출동준비 완료.
- 개방 각처에 흩어져 있는 장로들 호출.
- 공동파 세력 결집 중.
- 쌍수곤룡 오익상과 절명도 풍파 북상중.
총 계:고수급 이십여명. 무사 칠백 오십명.>
벽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창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실내에는 벽을 따라
서 유등이 놓여져 있었다. 불꽃들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어서 그림자들이
무수히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좌우로는 길게 탁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탁자들 위에는 서류들이 여러개 놓여졌다. 중인들은 그 내용을 ㅎ어 보
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는 반월형 장도를 집고 앉아 있
는 녹의인이 있었다. 약간 검은듯한 얼굴에 광대뼈가 살짝 튀어 나온 자였
다. 그의 입가에는 한줄기 미소가 어려 있었다.
"모든 것은 우리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소."
그는 중인들을 한번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백도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리라는 것은 예상을 하지 못했었소.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들은 봄이 되어야 쳐들어 올 것이오. 우리는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할 것이오."
좌측에 있는 중년인이 웃으며 말을 하였다.
"총채주님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무림사에 길이
남을 전사를 쓰게 될 것입니다."
"하하하 하하하"
중인들은 모두 웃어대었다. 반월 도를 든 녹의인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모두들 웃음을 멈추었다. 그는 고개와 몸을 약간 숙이는 듯하면서 오른 손
을 쥐어 가슴 앞에 내밀며 말을 하였다.
"우리의 적은 이들이 아니오. 전 중원인 것이오. 모두 이점을 잊지 말기
바라오."
"존명"
"각 영채로 돌아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오."
중인들은 모두 일어나 읍을 하며 소리쳤다.
"월인천강(月印千江)"
"신영만리(神影萬里)"
"사해정중(四海正中)"
"일양조천(一陽照天)"
그 소리가 끝이나자 모두들 자리에서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나고 한명의
중년인이 들어왔다. 평범한 얼굴의 중년인이다. 특징을 따지자면 전혀 특
징을 읽어 낼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읍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장안쪽의 일은 어떻게 되어가는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형제들은 모두 복수를 다짐하고 있습니
다. 삼혈맹쪽은 어떻습니까."
총채주는 도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우리의 존재를 눈치를 챘다. 넷째가 당했다."
그말에 중년인은 얼굴을 굳혔다. 총채주는 도를 살짝 뽑아서 날을 확인하
였다. 날은 새파랗게 서 있었다. 탁 그는 다시 닫으며 말을 하였다.
"그러나 꼬리를 확실히 잘랐으니 단기간 내에 찾아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면 우리 손으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금의위
쪽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공작대로 청룡장과 삼혈맹에 대해서 계속적인 감시활동을 하고 있
을 뿐입니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녹의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모든 것이 무르익어 간다. 일년만 지나면, 내년 봄이 오면 세상은
뒤바뀔 것이다. 그동안 잘 참아 주었다."
"대형의 고생이 심하셧지 저희들이야 뭐 한일이 있습니다."
녹의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을 할 때는 아니다. 지금 부터는 더욱 은밀히 행동을 해
야 한다. 나는 이곳에서 백도 무림의 주력을 퇴치할 것이다. 그들이 정신
을 차리고 전력을 집중시킬때면 모든 상황이 종료가 되어 있을 것이다. 셋
째로부터 온 소식은 없는가."
"아직 없습니다. 아마 이번에 백도를 움직인자를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흠. 큰일을 하는데 그 정도 변수가 없을 수 있겠나. 어쨌든 모든 일은 예
정대로 진행을 한다. 둘째는 계속해서 삼혈맹을 교란하고 금의위의 시선을
청룡장과 삼혈맹에 묵어두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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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환히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탁자를 두고 여덞명이 서 있었
다. 탁자위에는 지도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작은 지휘봉이 지도의 한곳
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황하의 바로 밑에 있는 개봉성이었다. 중인들
은 모두 그곳에 시선이 같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오. 이곳에서 태원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이오. 하나는 황하를 거슬러서 올라가는 길이고, 하나는 하북으로 북
상해서 태행산맥을 넘는 길이오. 각기 장단점이 있소. 이대주가 한번 말해
보시오."
소천의 말에 이준은 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하였다.
"우선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곳으로 가면 낙양에서 이
번 표맹의 주력인 언가와 중원표국 장안표국의 주력과 힘을 합칠 수가 있
습니다. 때문에 힘을 덜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준이 머뭇거리자 소천은 웃으며 말을 하였다.
"단점을 말해보시오."
"단점은 이들의 전력과 우리의 전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시간
이 흐르면 이들이 우리를 가볍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낭인대의 사기
를 크게 떨어 뜨리는 것입니다. 또한 서로의 마음이 맞지 않는 데서 오는
불협화음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실전에서 큰 내부 복병으로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황하의 지류를 따라 북상을 해야 합니다.
이길은 산이 많고 길이 험해서 적들이 매복을 하기 쉬운 곳이 많습니다.
자연적으로 진행이 더딜 것입니다. 그리고 녹림도들이 방해를 한다면 물자
의 보급도 쉽지 많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태원에 도착을 했을 때면 전
력의 일정 부분이 손실이 되어 있을 껍니다."
"좋은 지적이오. 그럼 이 하북로를 설명해 보시오."
"하북로의 장점은 우선 길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하북은 평야 지대라서 길
도 넒고 쭈욱 뻣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길에는 매복을 할 만한 곳도 없기
때문에 적들의 출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행군중에 독자적으로
훈련을 병행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태행산맥을 넘을 때 적들이 매복을 하
기 쉬운 곳이 있지만 ㅉ은 거리이기 때문에 정찰조를 잘 활용한다면 쉽게
넘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단점은"
"단점은 우리가 따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방이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지만"
소천은 이준의 말을 짜르며 이야기를 했다.
"개방은 낙양으로 갈 것이오."
그말에 이준은 침을 삼키겨 말을 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면 이들 사개 세력의 비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낭인대원들이 불안해 할 수도 있습니다."
"득실을 따저 보았을 때 어느 쪽 길이 유리하다고 보시오."
이준은 호법들을 한번 보고 말을 하였다.
"저라면 사개 세력의 비판을 받더라도 하북행을 택하겠습니다."
"그것은 어째서 그렇소."
"그건..........."
이준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소천은 웃으며 고개를 끄
떡였다.
"이대주의 말에 대해서 모두들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하연적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하였다.
"우리가 개방에 설명을 잘한다면 비판을 희석시키고 하북행을 할 수가 있
을 것입니다. 저도 하북행이 옳다고 봅니다."
천일정도 고개를 끄떡였다.
"저도 하북행을 찬성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하북행으로 하겠소. 이대주와 두 부대주는 물러가서 하북행에 대한
점검을 서둘러 주시오. 출진은 이틀 뒤 묘시로 하겠소."
"존명"
이준과 두 부대주는 읍을 하고 물러났다. 양대호는 식은 찻잔을 비우더니
소천을 보며 말을 했다.
"길을 하나 잡는데도 이런 일이 필요한 것입니까.?"
"물론 무림 고수들에 소수의 인원이라면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없소. 그
러나 무사 일백이라면 반드시 따져야 하오. 조조의 백만대군도 동남풍이라
는 천시(天時)를 얻지 못해서 화공에 패했소. 천시보다 지리가 더 중요함
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오. 우리가 거느리고 있는 자들은 무림인이라
고 하기에는 좀 흠이 있는 부류들이오. 따라서 움직임도 그들의 수준에 맞
추어야 하는 것이오. 우리의 수준에 맞추다가는 몰살 뿐이오."
소천은 지도를 덮어서 진명에게 주었다. 진명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소천
은 하연적을 보며 말을 했다.
"하권사 께서 개방에 가서 우리의 하북행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십
시오."
"알겠습니다."
"진호법님께서는 병참물자를 다시 한번 확인을 해주시고 행군에 아무런 이
상이 없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천호법께서는 이곳에서 남아 계시다가 오호법님과 풍호법님이 오시면 같
이 북상을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천은 양대호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양형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시오."
"예 세이 경청하겠습니다."
"양형. 다른 사람들은 이번 녹림대전을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나는 매우 험난한 싸움이 되리라고 생각을 하오."
소천은 말을 멈추었다가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양대호는 소천의 눈을 피하
지 않았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진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양형과 함께 있
어 줄 수가 없소."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저도 무림인입니다. 대 형산파의 제자입니다. 제 한몸은 제가 지킬 수 있
습니다. 짐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양형께서도 따로 준비를 해 두시오."
"무슨 준비를 해야 합니까."
"비상식량과 구급약 해독제 등이오. 우리가 충분히 준비를 하지만 유사시
에 혼자 떨어질 때를 대비해야하지 않겠소."
천일정이 대신 대답을 하자 양대호도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그때 문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백리세가의 백리소소 소저가 와 계십니다."
"알았다. 내방으로 모셔라. 곧 가겠다."
"존명."
백리 소소라는 말에 양대호는 동공을 크게 했다. 소천이 그를 스쳐 지나간
뒤에야 고개를 돌려 소천을 바라 보았다. 소천이 아무말 없이 문을 열고
나가자 양대호의 어깨는 축처졌다. 천일정은 그런 양대호의 어깨를 쳤다.
"너무 걱정 말게. 총호법님께서 저리 말씀을 하셧지만 별 큰일이야 있겠는
가. 개방과 언가 중원표국과 장안표국은 결코 녹녹한 곳들이 아니네. 그들
이 몸을 일으킨 것은 녹림도를 치기 위함이 아니네. 바로 삼혈맹을 상대
하기 위함이네. 총호법님께서는 그때를 걱정 하신것이네."
양대호는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예"
작고 햐안 손이 옷자락을 이리 저리 잡아 끌었다. 작고 분홍빛 나는 손톱
이 실밥을 뜯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실밥을 다시 묵고 있었다. 덜컹 문이
열리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개를 숙
였다. 소천은 빙긋이 웃었다.
"며칠 뵙지 못하는 사이 얼굴이 많이 좋아 지신 것 같습니다."
백리소소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말을 하였다.
"예"
"앉으시지요."
백리소소가 앉았다. 소천은 자리에 앉으며 탁자위에 있는 보자기를 보았
다. 소천이 고개를 들어 백리소소를 바라보았다. 백리소소도 소천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눈이 마주쳤다. 백리소소는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그
래서 소천은 백리소소의 가늘고 긴 속 눈섭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리
고 동그란 코 끗이 더욱 선명히 보였고 붉은 입술은 한껏 다물려져 있었
다. 백리소소는 그것을 들어 소천앞에 내려놓았다. 소천이 보자기를 받으
려 손을 뻣었다. 그런데 소천의 손이 백리소소의 작은 손에 살짝 닿았다.
순간 소천의 손이 뒤로 튕겨지듯이 들려졌다. 백리소소는 얼굴을 사르르
붉혔다. 소천은 헛기침을 몇번 터트리고 말을 하였다.
"이게 뭡니까?"
"풀어 보세요."
소천은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자 안에서 예쁘게 접힌 장삼이 나왔다. 소천
은 그 장삼위에 손을 가져갔다. 따뜻한 온기가 손을 통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소천의 얼굴이 바알가게 익어 올랐다. 백리소소는 계속 고개를 숙
이고 있었고 소천은 장삼 만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백리소소는 아까 묵었던 실밥들을 뜯어 내기 시작했다. 소
천은 자신의 숨소리를 느끼고 있었고 귓속에서는 벌래가 윙윙거리는 소리
가 들리고 있었다. 침묵을 깬 것은 소천이었다.
"고맙소."
"소공자님께서 해 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그리고"
백리소소는 목까지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을 하였다. 소천은 그녀의 말을
듣기 위해서 몸을 가까이 했다. 그러자 백리소소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
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가 소천의 코끝을 간지럽게 했다. 그리고 바람
결에 흔들리는 한 두개의 머리카락이 소천의 얼굴을 어지럽혔다.
"저 묻고 싶은 말이"
"뭐든지 물어 보십시오."
소천은 몸을 살짝 뒤로 하면서 말을 하였다. 그러자 소천은 갑자기 추워진
것 같이 몸이 떨렸다.
"제가 검을 연마하는데 여러 가지 부족한게 많아요. 그래서"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백리소소는 실밥을 뜯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소공자님 이정제동(以靜制動)이라는게 뭐에요."
소천은 등받이에 몸을 실었다. 이정제동이라는 것은 무학상의 상승법문 중
하나였다. 상승의 무학법문중에서 이 이정제동만큼 잘 알려진 것이없었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였다. 따라서 밝은 스승의 지도가 없다
면 주화입마에 들기 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소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
였다. 그 숨에 가슴은 가벼워 지고 몸은 무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무언가가 그 숨을 따라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정제동이라는 것은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압한다는 뜻이오."
#5320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8 02/05 07:03 319 line
백리소소는 고개를 끄떡였다. 소천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손을 펼치며
이야기를 했다.
"이 손을 보시오."
백리소소는 소천의 손을 바라보았다. 소천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
다. 그러다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천의 손가락이 여러개
인 것 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헌데 소천의 손이 두 개
로 늘어난 것이었다. 약간 손이 커진 것을 제외하고는 한 팔목에 두 개의
손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백리소소는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그녀는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빙긋 웃으며 손을 털었다. 그러
자 원래 하나의 손으로 돌아왔다.
"아시겠소.?"
백리소소는 작은 손을 가슴에 대고 가쁘게 숨을 몰아 쉬었다. 그녀의 눈빛
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죠?"
"소저가 본 손이 모두 몇 개였소."
"두 두 개요."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나 그 손은 원래 하나였소. 보이기로만 두 개로 보였을 뿐이오. 내가
손을 매우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두 개로 보이게 된 것이
오."
"그 그런건가요."
"그렇소. 그러니 그만 앉으시오."
그말에 백리소소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소천은 벽쪽에 있는 작은 농에서
나무 젓가락 하나를 꺼냈다. 그 막대를 흔들자 이번에는 세 개로 보였다.
"빠름이 극에 다다르면 이와 같이 멈추어 있는 것 처럼 보이오. 이것이 이
정제동에서 말하는 정의 진정한 의미요."
"그럼 그 정이라는 것은 고요함에 이를 정도의 빠름을 의미하는 건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오."
백리소소는 눈을 반짝였다.
"상승의 경지가 어려운 것은 그 모습이 초식처럼 고정 되어 있지 않기 때
문이오."
소천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백리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매우 투명
하고 반짝이고 있었다. 아까 붉혔던 얼굴은 어디로 같는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얼굴에서 빛이 나는 듯이 밝아 보였다.
"노자에 물극필반(物極必反 물이 극에 도달하면 반드시 되돌아 간다는 말
임.)이라는 말이있소. 빠름이 극에 다다르면 고요함이 되듯이, 고요함이
극에 다다르면 빠름이 되는 것이오. 상대의 빠름은 고요함에 이르지 못한
빠름이오. 그래서 보기에만 빠른 것이오. 그러나 정에 이른 빠름은 보기에
는 움직임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빠른 것이오. 그러니 더 빠른 고
요함이 보기에만 빠른 것을 제업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요. 이것이 이정제
동의 가장 낮은 의미요."
"그럼 높은 의미가 따로 있나요."
소천은 나무젓가락으로 백리소소를 가리켰다. 순간 백리소소의 눈앞에서
소천의 몸이 점점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무 젓가락만 점점
커 보였다. 그리고 나무 젓가락의 모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수한 떨림
이 일면서 그 형체가 사라지고 그곳에는 오직 떨림만 남았다. 백리소소는
가슴이 가빠오고 숨을 쉬지 못해서 얼굴이 붉어져왔다. 슥 나무젓가락이
사라지자 백리소소는 고개를 돌리고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보셧소."
"예"
"무엇을 보셧소."
"나무젓가락이 마구 떨렸어요."
"나무젓가락은 움직이지 않았소. 움직인 것은 소저였소."
백리소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소천은 빙그래 웃었다.
"소저 세상은 기로 이루어져 있소. 내공이라는 것은 바로 그 기의 집합으
로 이루어 지는 것이오. 이 기는 단 한시도 멈추어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오. 끊임 없이 움직이고 변화를 하게 되어 있소.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
요. 소저는 잠시의 움직임도 없다고 하지만 소저의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오."
"그런 건가요. 그럼 어떻게 고요히 머물러 있을 수 있는건가요."
"사람이 막혀 있는 이상 고요히 머물러 있을 수가 없소."
그말에 백리소소는 눈을 반짝였다. 소천은 나무젓가락을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이것을 밀어 보시오."
백리소소는 그것을 밀었다. 그것은 아주 쉽게 밀렸다. 너무 쉬워서 백리소
소는 긴장이 풀어졌는지 호호호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하얀 이가
살짝 드러나면서 붉은 입술을 더욱 붉게 만들어 주었다. 소천은 그녀의 입
술을 보고나서 나무젓가락을 들었다.
"이제 그 나무 젓가락이 있던 공간을 밀어 보시오."
백리소소는 난색을 저으며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나무젓가락을 가루
로 만들어 버린다음 백리소소를 바라보았다.
"진정한 고요함이란 이와 같은 것이오. 무학에서는 이를 천추부동의 경지
라고하오. 나무 젓가락이 있던 빈 공간과 같이 비어 있음을 뜻하는 것이
오. 무엇이든지 채울 수 있고 떠날 수 있는 그러한 경지. 그것을 선천지경
이라 부르는 것이오. 내외공이 이 나무젓가락과 같다면 선천지경은 그 것
이 자리잡았던 빈 공간과도 같은 것이오."
백리소소는 눈살을 찌뿌렸다.
"어렵네요. 그럼 이기어선(以氣御線)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죠.?"
소천은 입을 벌렸다. 그러나 다시 입을 다물고 백리소소를 바라보았다. 백
리소소는 눈을 반짝이며 소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저 소저는 지금 내가 한말들을 이해 하시오?"
백리소소는 배시시 웃었다.
"쪼금은요."
소천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였다.
"무학에서 가장 금기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과불급(過不及: 넘는 것은 모자란 것 만 못하다. 즉 너무 열심히 하면 조
금 느긋하게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이 아니던가요?"
"아니오. 그것은 미리 아는 것이오."
백리소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소림사에서는 무승들에게 무공의 요체부터 가르치지 않소. 요체부터 가르
치면 쉽게 고수가 될텐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소. 그 이유를 아시오."
"그거야 우선 마음을 바로 세워서 사람부터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그것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요체부터 가리키면백이면 백 모두 폐인
이 되기 때문이오."
소천은 잔을 앞에 놓고 백리소소를 바라보았다. 소천은 잔에 찻물을 부었
다. 찻물이 가득차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찻물이 잔을 넘쳐 탁자위
에 흘렀다. 백리소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이 고
요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시겠소.?"
"선 문답 하시는건가요."
"선사들은 채우기 위해서는 잔을 비우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을 하지
않소."
소천은 주먹을 잔속에 넣었다. 그의 주먹은 잔보다 컷기 때문에 잔이 산산
조각이 났다.
"아시겠소.?"
백리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이 잔은 사람이고 내 주먹은 무학의 요체요. 이래도 모르시겠소."
백리소소는 고개를 살짝 끄떡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
었다.
"잔을 비우는 것도 좋소. 무학의 요체를 얻는 것도 좋소. 그러나 그전에
그것을 담을 만한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오. 작은 그릇은 비워도 작은
물 밖에는 담지 못하는 것이오. 물은 작게 담는 것에서 끝나오. 그러나 무
학의 요체는 잔이 작으면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셔 버리오. 세인들
은 이것을 주화입마의 일종이라고 부르오. 그러나 이것은 주화입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오. 그래서 무학의 요체는 뛰어난 스승이 제자의 실력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오. 그래서 십년이 가도 단 한수의 가르침도 받지 못하는 경
우가 생기는 것이오. 그것은 사부님이 제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오. 내가 소저에게 말해 준 것은 상승의 요체 중에서도 요체요."
소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섯불리 해주엇는지 모르겟소. 그 말들을 잘못 오해를
한다면 큰 폐를 당하게 될 것이오. 영약일수록 잘못 쓰면 큰 해가 되는 법
이오."
백리소소는 고개를 살짝 몸안으로 숙이며 말을 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 지셧군요."
"아니오."
"며칠내로 출진하신다구요."
"그렇소."
"제 동생도 가요. 말렸는데......."
"혼자 가시오."
"아니에요. 개방과 함께 간다고 했어요. 취 장로님이 고생을 좀 하실 것
같아서요."
"스스로의 길을 가는 것이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백리소소는 고개를 푹수그리고 물었다.
"저 지금 가시면 다시 개봉으로 오실건가요."
"모르겠소."
"다시 뵐 수 있을까요."
"검 한자루에 모든 것을 의지해서 사는 우리들에게 내일의 약속 같이 공허
한 것은 없는 법이오."
소천은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가를 비추던 햇살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둠만
이 둘을 방해 하지 않으려는 듯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방안에 있는 사물
들이 점점 어둠속에 묻혀져 갔다. 둘의 얼굴에도 어둠이 묻어 점점 작아지
고 있었다. 백리소소는 어둠을 떨처 버리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네요. 그만 가봐야 겠어요."
"조심해서 가시오. 무사를 붙여 드리겠소."
백리소소는 활짝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 있는 문이 갑자기 환해 보였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백리소소가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
쳐왔다. 백리소소의 작은 동체가 그 바람에 흔들렸다. 그녀의 옷자락은 거
세게 몸을 떨었다. 백리소소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눈
인사를 하고 총총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발자국은 어둠속에서도 선
명히 남아 있어서 그녀가 떠난 뒤에도 지워지지 않고 있엇다. 소천은 멍하
니 있다가 문을 닫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소천의 손에는 백
의 장삼이 잡혔다. 소천은 그 장삼이 매우 따뜻하다고 느꼈다.
작은 붓이 종위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종이 위에는 검은 먹이 글자
를 만들어 내었다.
< 이정제동이라는 것은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압한다는 뜻이오. 빠름이
극에 다다르면 이와 같이 멈추어 있는 것 처럼 보이오. 이것이 이정제동에
서 말하는 정의 진정한 의미요............내외공이 이 나무젓가락과 같다
면 선천지경은 그 것이 자리잡았던 빈 공간과도 같은 것이오. >
붓은 쓰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붓을 쥐었던 작고 하얀 손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녀가 서찰을 다시 돌아볼 사이도 없이 하나의 손이 그 서
찰을 잡았다.
"흠 그동안 막혔던 것들이 쉽게 풀리는구나."
그는 고개를 들어서 약간 창백한 안색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백리
소소였다. 그리고 그녀가 쓴 서찰을 들고 있는 사내는 백리웅풍이었다. 백
리웅풍은 굳은 얼굴로 소소를 바라보았다.
"미안하구나 오빠가 못나서 너에게 이런 짓까지 시키다니."
"아니에요. 그보다 이기어선에 대해서 알아 오지 못해서 죄송해요."
백리소소가 고개를 떨구자 백리웅풍은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의 말이 맞다. 미리 아는 것 만큼 무학에서 경계를 해야 할 것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너무 괴로워 하지 마라. 언젠가는 이 빚은 꼭 값을 날이
올 것이다. 백리세가가 다시 세워지는 날 이빚은 내가 값을 것이다. 그러
니 너는 마음에 두지 마라."
"예"
백리웅풍은 소소가 쓴 글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 보았다. 소소는 손이 아픈
지 서로 번갈아 주물렀다.
관도에는 겨우내 언 얼음이 녹지 않아서 곳곳에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이
른 아침 개봉성의 성문이 열리자 많은 사람들이 성문을 빠져 나가고 들어
왔다. 그들 중에는 오늘따라 회의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모두
허리에 청색 띠를 메고 있었다. 병장기를 든 이들도 있었고, 약재상처럼
꾸민 이들도 있었다. 등짐장수처럼 한 이들도 있었다. 수문 무사 아칠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주머니에 있는 은자를 만지작 거리며 긴 하품을 해대었
다.
'오늘은 고기 몇근은 사가지고 집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아칠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호패와 통행증을 대충 ㅎ어 보았다. 성내에는
특별한 일도 없었고 이런 검사야 늘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위
깊게 보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문을 나서는 몇몇 인물들 한테 고기나
사먹으라는 은자 몇전을 받아 챙긴 뒤였다. 아칠은 오늘 수문장이 나와서
자신이 챙긴 돈을 뜯어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신에게
몇전이 떨어지는 날이면 그 윗분들에게는 몇냥의 은자가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문장은 아침 일찍 십여대의 수레를 통과시킬 때 잠깐 나왔다가 어디로
같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군기 위반이었다. 그래도 아칠은 아
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수문장이 어디 술집에서 뒹굴고 있때는 감시 감
독할 고관들은 기생집에서 계집들 궁등이를 두들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
었다. 그래서 아칠은 오늘 대장이 된 기분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늘어진
하품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양대호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수레의 행렬
을 바라보았다. 두 마리 소가 끄는 수레들에는 각종 병장기들이 가득 실려
져 있었다. 그리고 야전용 군막과 강궁과 화살들이 가득 실려져 있었다.
어떤 것은 자신이 보지도 못하게 하였다. 그 근처에는 불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 것을 보면 화약도 있는 것 같았다. 개인이 휴대한 검이야 장식
용으로 여기기 때문에 관부에서도 통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소천
일행이 가지고 가는 것은 작은 전쟁을 할수도 있는 정도의 군수물자였다.
그런데도 성문에서는 아무런 검사도 받지 않고 통과를 하는 것이었다. 이
것은 그가 평소에 알고 있던 상식과는 많은 괴리가 있는 것이었다. 소천은
천천히 걸으며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양형 뭐 이상한 것 있소.?"
"아 아닙니다. 헌데 왜 이렇게 변장을 하고 가는 겁니까.?"
"그럼 적들에게 우리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겠소."
"그래도 조금이라도 눈설미가 있는 자들이라면 이 행렬의 이상함을 곧 발
견을 할 것입니다."
양대호는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랬다. 낭인대의 행렬은 매우 이상했다.
#5324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9 02/07 06:19 336 line
선두에는 열명의 약재상이 걷고 있었다. 그리고 백여장 뒤에는 이십여명의
등짐 장수들이 가고 있었다. 등짐장수 뒤 백오십장에는 십여대의 수레와
그것을 운송하는 자들로 변장을 한 삼십명이 있엇다. 소천 일행은 모두 이
수레 행렬과 함께 있었다. 그 뒤에는 다시 이십명의 등짐 장수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십여명의 약재상들이 따르고 있었다.
"첫날은 이동간의 거리 조정하는 법과 연락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 이런
대오를 짠 것이오. 실력들이 늘어나면 각 거리를 이삼십리까지 늘일 수 있
소. 그럼 의심하는 사람들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오. 또한 복장도 바꿀수가
있소.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상태가 좋소."
소천은 반만 이야기 했다. 사실 이런 행군대오는 백호대를 위한 것이 아니
었다. 이준과 두명의 부대주가 백여명을 통솔하여 이동하는 법을 배우기
바랬던 것이엇다. 그래서 이동간에 소천은 끊임없이 이준에게 명령을 내리
고 있었다. 소천은 옆에 있는 짐꾼을 바라보았다. 눈섭이 듬성듬성 나 있
는 그는 이철룡이었다.
"자네가 연락조장이지. 각조에 거리를 좀더 띄우라고 하게."
"예"
이철룡은 고개를 숙였다. 소천은 몇장의 서찰을 건네 주었다.
"그것을 이대주에 연락을 하게"
"알겠습니다."
이철룡은 서찰에 씌인 글자들을 보고 자신의 수하를 불렀다. 그들은 모두
조별담당이 있어서 이철룡은 명령을 받아서 그들에게 건네 주면 그들이 조
별로 전달을 했다. 이철룡은 그런 임무외에도 소천 일행과 이준 대주의 연
락 임무도 맏고 있었고 청룡장과 다른 문파간의 연락 업무도 맏고 있었다.
이철룡이 서찰을 전달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뒷짐을 지고 걷기 시작했다. 저멀리 부둣가가 보였다. 개봉성에서
십여리 떨어진 곳에 있는 부두였다. 저기서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는 것이
엇다. 황하에는 유빙들이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배는 뜨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두 번 큰 배가 다녔다. 그랬기 때문에 매번 사람들이 넘
처 났다. 그리고 오늘은 첫배를 기다렸던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 못했다.
먼저 배에 오르던 낭인대원들이 인상을 긁었기 때문에 배에 타고 있던 이
들까지 내렸던 것이었다. 소천은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철룡은 자신
들이 탄 배가 떠나가는 것을 보고 있는 양민들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마
치 수적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양대호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부두를 바라보며 얼굴을 구기고 있을 때 소천은 선두에 앉아서 차가운 강
바람을 벗삼아 따끈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