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 전략도 (戰略圖 집단전법 1) (29/95)

12. 전략도 (戰略圖 집단전법 1)

후원에는 흙을 쌓아 만든 사람 키  높이의 산들이 수십개가 있었다. 그리

고 산 주위에는 작은 목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목책에 걸 맞는 엄지 손

가락만한 크기의 목각 인형들이 서 있었는데 목각인형들은 모두 병장기를 

들고 있었다. 그 목각 인형들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산 밑에

는 청색 인형들이 각기 병장기를 들고  도열해 있었다. 소천은 청색 인형

들을 전진시키고 다시 목책위의 녹색 인형들을 방어진에 투입을 시켰다. 

소천은 번갈아 녹색인형들과 청색  인형들을 이리저리 이동을 시켰다. 그

리고 어떤 인형들을  그곳에서 빼내어 옆의 공터에  놓기도 하였다. 문득 

소천의 고개가 돌려졌다. 눈부신 햇살이 그의 눈으로 직접 들어오고 있었

다. 그리고 한 여인의 갸냘픈 허리가  그 햇살을 가리는 것을 보았다. 소

천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활짝웃으며 말을 했다. 

"백리소저이셧군요. 잠시 정신이 딴데 팔려 있었습니다."

백리소소는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호호호 그 진지한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헌데 이게 뭐에요."

"전략도(戰略圖)라는 겁니다. 병력을 움직이기 전에 그 지형 지물과 적의 

인원 장비. 아군의 인원 장비를 종합  검토한 뒤에 실제로 양측의 병력을 

움직여 보는 겁니다."

"병법인가요.?"

"그렇게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들은 집단전법이라고 부르지요. 병

법에는 수만대군과 물자 이동이  자유롭지만 무림은 어디 그렇습니까. 여

러 가지 제한이 따르다 보니 병법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백리소소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하였다.

"이렇게 해보면 도움이 되나요. 그리고 어떻게 하는거죠."

"비밀입니다."

그말에 백리 소소는 양볼을 붉혔다. 

"죄송해요."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예"

소천은 찻잔을 내려 놓으며  백리소소를 바라보았다. 백리소소는 잔을 양

손으로 잡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턱아래까지 가져

가서 향을 음미를 하고는 살짝 웃었다.

"양주에서는 정말 고마웠어요."

"별 말씀을"

"이제야 제가 그동안 헛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백리소소는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고 창살 사이로

는 겨울 해의 그림자가 져 있었다.  백리소소의 초점은 창살 너머의 밖에 

머물러 있는듯했다. 그녀는 살짝 잔에  입을 대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

고 고개를 돌려서 소천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출전을 하신다죠."

"예"

"소연이도 개방과 함께 출전을 할꺼에요."

"소연 소저도 말입니까."

"예"

백리 소소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저"

백리소소는 잔을 내려놓고 양손을  무릅위에 올려 놓았다. 소천은 백리소

소를 보며 말을 하였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저"

백리소소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녀의 양볼은 새빨개져 있었다. 

#5283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5                           01/31 06:57   356 line

소천은 그녀의 볼을 보고 잔을 내려놓았다. 향기로운 차의 향기만 둘의 공

간을 떠돌고 있었다. 소천은  손으로 탁자를 잡고 잠시 백리소소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을 하십시오."

백리소소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돈을 좀............"

백리소소는 고개를 떨군채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소천은 잔을 들어 

차를 입안에 넣었다. 찻물이 흘러 입가와 옷에 떨어졌지만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창문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덜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소리

에 백리소소는 소매로 눈가를 살짝 찍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은 약

간 창백해져 있었다. 

"동생 약값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지금은 현찰을 가진 것이 없습니다.  수 삼일내로 수하를 시켜서 돈을 보

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갚으셔도 됩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

오."

"고마워요. 흑"

소소는 고개를  숙인채 어깨를 들썩였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은  틈새없이 잘막았기 때문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

다. 탁 소천이 지풍을 날려 작은 구멍을 내었다. 그러자 매서운 바람이 몰

아쳐 들어왔다. 소천은 얼굴이 점점 차가워 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청룡장도 세력이 기울면  백리세가 처럼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

단 말인가. 세상을 헛 산건 나 일지도 모르겠다.'

백리소소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소천을 보며 말을 하였다. 

"제가 추태를 보여 드렸군요."

소천은 백리소소의 그말에 고개를 돌렸다. 백리소소의 눈가는 약간 붉어져 

있었고 눈물 자죽이  나 있었다. 그녀는 눈가를  말끔이 닥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공자님과 있으면 왼지 마음이 편해져요. 동생들한테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물이거든요."

"언제든 괴로 우시거나 힘드시면  찾아오십시오. 힘닿는데 까지 도와 드리

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그만 가봐야 겠네요."

"가시게요."

"예 동생 약달여줄 시간이라서요. 그럼"

백리소소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실내를 몰아쳐 들어

왔다. 잔에서  풍겨나오던 향내와 온기를  일순에 날려버렸다. 백리소소는 

가는 어깨를 살짝  떨고 밖으로 나갔다. 소천은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는 

백리소소의 가려린 어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문 밖으로 사라지자 

소천은 고개를 들어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예전부터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 했다. 하늘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끝도 없이 높고 넒은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

었다. 

양대호는 백리소소가 웃으며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읍을 하였다. 

백리소소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를 스쳐 지나갔다. 양대호는 자신의 바

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백리소소는 치마를 양손으로 잡아 올려서 옷깃이 

스치지 않았다. 양대호는 백리소소의  뒷 모습을 보며 나직히 한숨을 쉬고 

안을 바라보았다.

"소대협 주위에는 미녀가 끊이지  않는구나. 이러다가 나도 눈만 높아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아직도 무사선발을 하고 있는 두명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다른 이

들은 개봉성 일대의 무림명숙들을 찾아가 본다며 선물들을 한 아름씩 사가

지고 밖으로 나간뒤였다. 양대호도  따라 갈려고 했지만 아무도 데리고 가

지 않으려는 눈치를 보여서 그냥 이곳에 눌러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소천

이 있는  후원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청룡장  무사들만의 비밀이 있다기에 

이곳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양대호는 마지막으로 시험을 보는 이

를 바라보았다. 왜소한 체구의 인영이었는데 장검을 들고 있었다. 그는 삼

재검법을 매우 신중히 펼쳤다. 양대호는 고개를 저었다. 

'파락호보다 못하는 수준이군. 저 친구는 아무래도 불합격이겠어.'

"합격"

양대호는 합격 판정을 내리는 두 조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떨어진 친구는 한명도 없쟎아.'

후원에는 횟불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바람은 잔잔했지만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리는 오한이 일정도였다. 횟불은 전략도를 상세히 비

추고 있었다. 전략도의 전면과 후면에는 두명의 조장이 서 있었다. 그리고 

좌우에는 소천과 이준이  앉아 있었다. 또한 세  호법도 주위에 앉아 있었

다. 일조의 조장은 청색 인형을  들어 공격을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서 이

조 조장의 수성전이 시작이 되었다. 이준은 그 둘의 배치에 따라서 목각인

형들을 골라 내었다. 골라낸 인형들은 사망을 뜻하는 것이었다. 

청영들은 산채의 이차  저지선에서 막혀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

다. 이차 저지선은 고지를이용하여 나무를 굴리는 진지였다. 청영들의 대

오는 그 나무에 흐트러지고 더 이상의 전진은 없었다. 그러자 일조의 조장

은 청영들을 퇴각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천을 보고 읍을 하며 말을 했

다. 

"실패를 했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실패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조직원들의 경공술이 저희 청룡단만 했어도 실패하지 않았을 껍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이조의 조장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부터 무리한 공격이었습니다. 양쪽의 숫자와 능력이 동일한 상태에서 

지형이 잇점을 크게 안고 있는  적을 무리하게 공격을 감행한 것이 패인이

라고 봅니다."

소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이준을 바라보았다.

"이대주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저는 두 조장의 말에 다 일이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전투에 나

선 지휘관이 수하들의 실력이 뛰어나기만을 바란다면 되는 일은 하나도 없

을 껍니다."

그말에 일조 조장은 얼굴을 굳혔다. 

"저라면 이 능선 아래에 진채를 쌓고 장기전에 대비를 했을 껍니다. 이 산

봉우리는 고립이 되어  있으니 산 둘래에 함정을  파고 기다란다면 저들은 

저절로 손에 떨어질 껍니다. 물론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가 문제입니다. 장

기전을 대비하고 응원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소천은 활짝 웃었다. 

"자네의 말은  대주나 부당주급의 지휘체계에서는  가장 명확한 정답이네. 

적과 아군의 능력이  비등하고 적이 지리를 취하고  있다면 섯불리 공격을 

해서는 안돼네.  그러나 무림 문파의 싸움은  지역전에서 결코 장기전으로 

이끌어서는 안되네. 그게 병법과 집단전법의 차이이지. 무림문파의 전쟁은 

영토를 확장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네. 세력을 넒히는데 목적이 있

는 것이네. 언 듯 이 두가지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실로 큰 차

이가 있네."

소천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강동의 패주를 자처 할  수 있는 것은 강동의 땅을 지배하기 때문

이 아니네. 강동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 할수 있기 때문이네. 

즉 무림 문파의 싸움은 사람 싸움인 것이네. 사천의 패주는 당가라고 말들

을 하지. 그러나 사천에는 당가  말고도 무수한 무림문파가 있네. 그 중에

는 구대 문파 중 두곳이  끼어 있네. 아미와 청성파가 그것이지. 그런데도 

우리는 사천의 패주를 당가로 인정하고  있네. 왜 그런가? 그것은 두 파는 

산속에서 청규를 지키는 불가와 도가의 성지이고 당가는 실 생활에서 사람

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네. 만약 당가의  사람들이 사천을 모두 

떠난다면 사천은 어떻게 될것같나."

이준은 소천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텅빈 무주 공산이 되겠지요. 그리고 곧 새로운 주인이 생길껍니다."

"바로 그것이네. 무림인들의 전쟁은  영토 전쟁이 아니라 사람 전쟁이라는 

말일세. 사천을 지배하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곳에 새로운 사람들이 주인

으로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이치지. 삼혈맹의 영역이 어디라고 보는가?"

중인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바로 중원의 어둠이네. 삼혈맹은  천하의 어두운 곳에 있네. 그렇기 때문

에 천하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네. 말이 조금 빗나갔군. 자 그럼 다

시 이곳으로 와보세"

소천은 청의인들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이곳에 묵인 병력이 무려 삼백이네. 삼백이라면 우리 장원의 전력 도표로 

따질 때 일개지단과 사개분타에 해당하는 병력이네. 그렇다면 이들이 담당

해야할 우리의 구역에 구멍이  생겼다는 말이 되는 것일세. 본장의 영역에

는 무수한 문파들이 있네. 그들이 이 황금같은 기회를 버리겠는가."

그의 질문에 모두 침묵을 했다. 

"물론 본장의  영역내에 있는 문파들이 이정도  병력이 빠졌다고 자신들의 

영역을 넒힐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러나 이것이 장기전을 간다고 생

각을 해보게."

중인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소천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적과  아가 분명하기 않은 상황이네.  주력을 이런 오지에 

다수배치를 한다면 다른 강적들이 본장의 배후를 칠 수 있는 것이네. 무림

의 전투와 국가의 전쟁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네. 국가간의 전쟁은 전선

이 있지만 무림 문파간의 전쟁은 전선이 없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 

전선이고 전쟁터지. 이런 상황에서  거리가 먼 이곳에 병력을 증원을 한다

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지. 이것이 전략과 전술의 차이이네. 지금 자네들이

야 전술만 생각을 하면 되지만 언제까지 전술만 붙잡고 있을 것인가. 자신

의 전술력을 연마하면서 전략과 결부시키는 훈련도 필요한 것이네."

이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철군을 해야 겠군요."

"하하하 그건 아닐세."

소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무슨 비방이라도"

"비방은 무슨. 일조 조장, 만약 자네가 이 병력을 거느리고 산채를 공격하

기 두달전으로 돌아 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말에 일조 조장은 눈이  커지며 큰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제서야 중인들

도 소천의 말ㄸ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경공을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키겠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렇게 집단끼리의 싸움은 전투를  하기전에 결정이 나는 법이네. 이들이 

두달간 확실한 훈련을  받았다면 단기간 내에 충분히  승리를 할수 있엇을 

것이네. 자네들은 실전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바라네."

"존명"

"이대주 오늘까지 들어온 무사들의 숫자는 모두 몇인가."

"팔십구명입니다."

"백을 채우게. 그리고 곧 훈련에 들어가도록 하게."

"존명"

"삼혈맹도 바다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네. 그것은 그들이 바다를 몰

랐기 때문이네. 그것은 우리  청룡장도 마찬가지이네. 우리는 강북의 산야

의 험준함을 알지 못하네. 산악전을  연습해 보게. 그럼한달뒤에 일차 점

검을 하겠네. 그때는 자네들이 병력을 자신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기 바

라네."

"존명"

"가보게 필요한 모든 지원은 여기 이 진명 호법님께서 해주실 것이네"

삼인은 읍을 하고 물러났다. 소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

이 물러가자 삼인을 바라보았다.

"추우신데 고생들이 많으셧습니다."

하연적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껄걸 웃었다. 

"허허허 정말이지 재미가 있었습니다. 장기나 바둑보다 재미가 있군요."

천일정도 고개를 끄떡였다.

"병법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맛이 있군요. 이게 집단전법이라는 겁니

까?"

"엄밀한 의미의 집단전법은 아닙니다. 전술 훈련의 일종이죠. 저의 사부님

께서는 문파의 힘은  고수 한두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인재들 속에서 나오나다고 믿고 있으셧습니다. 그래서 부조장만 되어도 전

술 훈련을 시키게 된겁니다.  그래야 수뇌부가 괴멸을 하더라도 자신들 독

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천일정은 고개를 끄떡였다. 진명은 소천을 보며 말을 하였다.

"그럼 집단전법이라는 것이 뭡니까.  저도 각당의 대주들에게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전훈련을 본적이 없어서요."

"그것은 아직 공개가 불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 녹림 전투 때 조금은 볼 

수 있으실 껍니다. 자  안으로들 들어가시지요. 그리고 진호법님께서는 내

일 전장에서 돈을 찾아 백리세가에 전달을 해주십시요."

"얼마나 찾을까요."

"얼마 정도가 있으면 그쪽에서 숨통이 조금 트이겠습니까."

"약값으로 들어가는 돈만 하루에  은자 넉냥이라고 합니다. 그외에도 무사

들이 근 일백에  달하니 한달에 줄잡아도 삼백냥의  은자는 있어야 할껍니

다. 성내  부호들의 자제들을 가르친다고  하던데 일이  잘 안된 모양입니

다."

"은자 이천냥을 보내  주십시오. 반년정도 여유가 생기면  스스로 일어 설 

수 있겠지요."

"알겠습니다."

"하권사님과 천대협께서는 보급물자  준비에 소홀함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전투는 사람이 하지만 그  사람을 유지 시켜주는 것은 보급입니다. 제갈량

도 보급에 실패를 해서 천하를 도모하는데 실패를 하지 않았습니까."

"알겠습니다. 보급쪽은 아무런 염려를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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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번호: 9-528호.

 형    식: 특 급 보 고

 수    신: 제 이맹주 혈유.

 안    건: 소림 화산 개방.

 내    용: 세력 집결 중.

 비    고: 신속한 명령바람.

 작 성 자: 밀은영주.(密隱營主)>

어둠은 탁자위를 누르고 있었다.  한쪽에 있는 등잔의 심지는 아무런 요동

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 그림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순간 불꽃이 마구 흔들렸다. 그에 따라서 그림자도 마구 흔들려

서 탁자를 어지럽혔다. 

"처음부터 백도는 우리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녹림은 친다

는 명분으로 일어섯지만 그 목표는 바로 우리다."

"소림과 화산 개방이 움직인데는 분명히 배후가 있다. 그들은 북령채를 토

벌하고 그 전력을  유지한채 천하 백도무림에 무림첩을  보내 백도의 힘을 

결집시킬 것이다. 그리고 우리와 일전을 벌일 것이다."

"누군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천하를 상대로. 그들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가  ㅉ고 있는 그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조직은 백도 내부의 조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 뿐."

"설사 녹림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백도 결속을 더욱 빠르게 하는 촉

매제가 될 뿐이다."

"백도를 움직이는 세력. 그 세력을 움직이는자. 그자를 찾아야 한다. 그자

가 반혈맹의 배후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자를 찾아서 죽여야 한다. 녹림이 무너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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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성 교외에 있는 한 야산에는 아침부터 무수한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

다. 각기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병장기를 휴대하고 있어서 산중턱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있었다. 그러다가 산에서 함성소리가 

터저 나오자 모두들 이불속으로 들어가 꼭꼭 숨었다. 그러기를 하루종일을 

계속하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눈치를 살폈다. 

다음날은 마을 사람들이 밥을  짖고 돼지를 잡았다. 산에 오르는 사내들은 

밥도 많이 먹고 고기도 많이 먹었지만 항상 쌀밥과 고기가 남아서 마을 사

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쌀과 고기는 이들이 사서 가지고 왔

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로 품삯을 내주었다. 마을 노인들은 마을 뒷

산에으로 나있는 소로가에 있는 나무등걸에 앉아서 산을 타는 사람들을 보

고 있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산 아래서부터  조를 짜서 올라오면 위에 있던 이

들이 눈덩이를 내 던졌다. 그리고 언제 만들었는지 산 중턱에는 나무로 만

든 목책이 띄엄띄엄  서 있었다. 사내들은 그  목책을 돌아가지 않고 타서 

넘었다. 그리고 줄을 타고 나무  위를 오르기도 하였다. 나무와 나무 사이

에 연결된 줄을 타고 건너기도 하였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세명은 청의를  입고 있었고 백색 

피풍의를 두르고 있었다. 그들의 고함소리에 갈포인들은 무리를 지어 움직

이고 있었다. 멀리서 본다면  이 장면들은 소천앞에서 펼친 전략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수 잇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 움직이는 것은 목각

인형이었고 지금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청의 목간인형들

이 뜻대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고함을 쳐도 사람들이 수족같이 움직이지 않

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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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첫출근을 해야 하는게 꼭 군대 끌려가는 것 같다. 그동안의 백수생활이 

몸에 젖어서 그런가 보다. 청룡장의  연재가 늦어 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

구나. 석달만 더 놀았으면 완결을 지을텐데 크 백수생활은 정말로 오래 할

게 못된다. 좀 있으면  연재가 늦어집니다. 늦어진다고 초코파이 외계인님 

처럼 암살단을 만들겠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군대에 끌려가기 전날밤처럼 악몽에 시달리는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5286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6                           02/01 04:54   366 line

이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백명의 인원을 채우고 훈련에 들어간

지 벌써 보름째였다.  그러나 아직 이들은 조직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

다. 하기사 혼자 떠돌던 낭인들에게 갑자기 조직생활을 강요하는것도 무리

가 있는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전략도에서 지적당한 사항을 실전에서 당

하고 싶지 않았다. 실전에서는 단순한 지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생

명과 직결이 된 사항인 것이었다. 이준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휴식 점심먹고 오후에 한번 더하쟈."

"와아아"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산을  내려왔다. 그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마을 

노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마을사람들이 바삐 움직여야 할 때였

다. 

이준은 밥을 먹으면서 두  조장이 가져온 서류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들

이 자기  대원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찰사항을  적은 글들이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이준은  인원을 재 배치해야 하는  것이었다. 적재적소에 인원을 

재 배치 하는  것이야 말로 지휘관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었다. 그러다가 한 

장의 서류를 빼들었다. 

"이룡이라. 경공이 뛰어나다고."

이준은 그렇게 서류들을 몇장 빼들었다.    

열명이 한조를 이루어 열 개의  조로 나뉘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을 사

람들이 그들에게 밥과  고기와 반찬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이준은 그 중 

칠조로 걸음을 옮겼다.  칠조의 사내들은 마악 밥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이준이 다가오자  모두들 일이서서 예를 취했다.  이준은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하였다.

"누가 이룡인가."

이준의 말에 한명의 청년이 한걸음 나섯다.

"제가 이룡입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청년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검었다. 그리고 눈섭이  띄엄띄엄 나 있었는데 

모두 ㅉ았다. 키도 크고 어깨도  딱 벌어진 것을 보고 이준은 고개를 끄떡

였다.

"자네 나랑 시합한번 하지 않겠나."

"시합이라니요?"

"저기 정상까지 같다가 오는 것일세. 자네가 이기면 은자 한냥을 주지"

은자 한냥이라는 말에 다른 이들은 귀가 번뜩 띄였다. 이룡은 고개를 저었

다.

"대주님의 무공은  저보다 뛰어 날텐데 제가  어떻게 대주님을 이기겟습니

까."

"자네가 정상을 같다가 올동안  나는 산을 한바퀴 돌아서 반대편으로 올라

오겠네 어떤가.?"

그말에 주위에 있던 이들도 침을 삼켰다. 

"저희들도 나가도 되겠습니까."

"좋네. 누구라도 나를 이긴다면 은자 한냥을 내리겠네"

그러자 여기저기서 삼십여명의 사내들이 나왔다. 이준은 그들을 보며 고개

를 끄떡였다. 그러자 모두들  함성을 내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산을 오르는 것은 경공이라기에는  흠이 있었다. 이준은 그들이 달리는 것

을 보고 산의 옆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룡은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산을 반바퀴 돌아서 정상까지 올라오는 것은 산위로 바로 올라가는 것보다 

다섯배는 느린 길이었다. 이룡은 좀더 속력을 내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

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룡의 입가에 미소가 어려있었다. 이룡이 정

상에 올랐을 때 다른 이들은  삼분의 이정도 오른 뒤였다. 이룡은 산 반대

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준이 웃으며 서 있었다. 이룡은 그것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산 정상으로 오르는 사이 이준은 반대편으로 돌아

서 정상밑에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그곳

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룡은 몸을 돌렸다. 이준은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 산정상

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이준도 정상에 몸을 드러내었다. 모두들 이준을 보

고 악착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준도 그들의 보조에 맞추어 내달렸다. 

이준은 맨 앞에 달리는 이룡을  노치지 않고 있었다. 이준은 더욱 빨리 내

달았다. 그러자 이룡을 바싹 추적했다. 이룡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욱 빨

리 내달았다. 그런 이룡을 보면서 이준은 눈을 반짝였다. 

"축하하네"

이준은 이룡에게 약속한 은 한냥을 하사했다. 다른 이들은 부러운 듯이 이

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준은 이룡의 어깨를 쳐주었다. 

"자네는 이제부터 연락조장일세.  봉록도 일반 무사보다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네."

그말에 모두들 눈을 반짝였다. 이준은 그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앞으로 각 방면에 실력이 뛰어난  자를 조장으로 임명을 할 것이다. 조장

은 한달에 은 닷냥씩 받게 될 것이다."

닷냥이라는 말에 모두들 눈을 크게 떴다. 자신들의 한달 녹봉이 은 두냥이

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싸움을  하러 간다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은 두냥

이었다. 그리고 적을 베면 수당이  따로 붙기로 되어 있었다. 이준은 이들

을 쉬게 하고 이조 조장을 불렀다. 이조조장이 가까이 오자 나직한 소리로 

말을 하였다. 

"이룡을 조사해 보게 아무래도 낭인  같지가 않아. 내외공이 잘 발달이 되

어 있는 친구야 조심해서 관찰하게."

"알겠습니다."

이룡은 은자 한냥을 내려다 보았다. 반짝이는 광채와 촉감이 좋았다. 그의 

옆에는 다른 동료들이 가까이 와 있었다. 

"이봐 오늘 한턱 내야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이들을 보고 이룡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룡은 밥

을 먹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이게 청룡장의 집단전법인가.  본파의 검진과는 많이 다르구나. 배워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것 같구나.'

이룡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눈섭을 쓰다듬었다. 몇 개의 눈섭이 그

의 손에 잡히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바로 이철룡이었던 것이었다. 

정주의 객점에서 일을 하다가  청룡장에서 무사들을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지원해서 온 것이었다. 그는  청룡장을 가까이서 그들이 진짜 무림에서 소

문이 난대로 백도의 탈을 쓴 마도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정주에 있

으면서 장안표국이 표물도  북령채들에게 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그 토벌전에  끼고 싶었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었던 차였다. 

그래서 겸사 겸사 청룡장의 무사 모집에 온 것이었다.   

////////////////////////////////

오늘은 오전 훈련은 없었다. 단지 모두 병장기를 닦고 오랫동안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지급 받은 회의로 갈아  입었다. 허리에는 모두들 푸른 

띠를 둘렀다. 번쩍이는  병장기를 들고 그들은 강  추위에서 반 시진 동안 

서 있었다. 모두 새로 개편  된 조에 맞추어 줄을 서고 있었다. 각조는 조

장들이 임명 되어 있었다. 그  조장들은 조의 줄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래

서 이철룡도 연락조의 가장 앞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들 앞에는 두명의 부대주들이  서 있었다. 조장들이 임명이 되자 그들은 

자연 부대주로 승진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준은 아직 대주였다. 이철룡

은 추위에 몸을 떨고 움직이는 조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저들 셋

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바람에 나부끼는 백색 피풍의 

사이로 보이는 손이  파란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한손으로는 

검을 잡고 다리를 어깨 넒이로 벌린채로 서 있었다. 

'대단하군. 일개 조장들이 이 정도라면'

이철룡은 두 조장들과 이준의  능력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한달만에 낭인

들에게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낭인들

에게 벌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내가 그들이라면 이들을 그렇게 부릴 수 있을까.'

마을 입구에서 몇몇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러자 이준이 장검을 빼

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몸을 움츠리거나 발을  구르던 이들이 부동자세를 

취했다. 두명의 부대주도 검을  빼들었다. 그들은 모습이 보인다 싶었는데 

어느새 이들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이철룡은 이들의 경공에 혀를 내둘렀

다. 세명은 장검끝이 땅으로 가게 하여 검례를 취했다. 

"총호법님을 뵙습니다."

중인들은 일행중에 나이가 가장 많이 들어 보이는 노인에게 시선이 멈추었

다. 그것은 이철룡도 마찬가지였다.  그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하였다. 

"허허허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 ㅉ은 시간에  이렇게 훈련을 시키다니요. 

그렇지 않습니까. 총호법님"

그말에 중인들은  눈동자를 갸웃했다. 노인이 물어본  사내는 대주와 별반 

다름없는 행색을 하고 있었다. 똑같은 청의에 백색피풍의를 두르고 있었고 

장검과 허리에 찬 단봉까지 똑같았다. 게다가 나이까지 어려 보였다. 아무

리 잘 봐주어야 이십대 초 중반이었다. 그러나 그 청년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하였다. 

"훈련상태가 좋아. 눈빛들이 살아 있군. 시작하게."

그말에 끝나자 이준은 몸을 돌렸다. 

"각조 위치로"

십여개 조는 산밑으로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철룡은 젊은 청

년을 한번 더보고 연락조를 이끌고 내려갔다.      

젊은 청년은 물론 소천이었다. 그는 세명의 호법과 함께 일차 검열을 위해

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심심하다며 기를 쓰고 따라온 양대호를 떨처 버리

지 못해서  같이 데려왔다. 원래 청룡장의  훈련장에는 장주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외인을 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소천은  이 훈련이 장내 무사들의 

정규 훈련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권으로 데려 온 것이었다. 십여개 조는 산 

아래서 한번 집결을 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각조는 대주의 지휘하에 일

사불란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나무 장애물을 만나면 제거를 하고 숲속의 

통로를 개척하였다. 소천이 손을 흔들자 진명이 소리를 쳤다. 

"그곳에서 돌격대오를 만들어라."

그러자 이준이 외치는 소리가 산골을 울렸다.

"돌격선을 구축하라."

그말이 떨어지자 각 조는 나무나 바위뒤에 엄폐를 하고 몇 명이 뒤로 물러

나서 전방을 주시했다. 

"돌격 앞으로." 

"와아아"

하는 함성과 함께 산봉우리를  향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소

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로 조별 행동이 몸에 익었군요."

양대호는 그것을 보며 소천에게 물었다.

"저게 실전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 합니까."

"보면 알껄세."

소천은 그렇게 말을 하였다.  봉우리에 올라간 이들의 함성이 골짜기에 메

아리쳐졌다. 

이준은 대오를  정리하고 소천에게 검례를 취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

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앞으로는 방어전법과  산악 공격 전법 중 마음에 맞

는 것으로 하나만 가르치게.  그리고 자네둘은 이제부터 부대주네. 오십명

씩 거느리는데 조장으로 머무를 수 있나."

그말에 둘은 얼른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낭인대에 이름을 지었으면 하는데 좋은 이름이 있는가?"

소천이 이준을 보자 얼른 입을 열었다.

"백호대라는 이름을 생각해 두었습니다."

소천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산에서는 용보다 호랑이가 낮지. 자네는 이제부터 백호대주일세"

"존명"

이준은 약간 상기된 얼굴을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대주라고 다 같은 대주

가 아니었다. 장주나 총호법, 무상등 최고 수뇌부가 내려주는 이름을 가진 

대주는 다른 대주보다 높게  평가가 되었다. 그래서 각 대주들은 자신들이 

이끄는 대에 이름을 하사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소천은 이준이 한달동안 

낭인들을 이 정도까지이끈 능력과 열성을 생각해서  이름을 내린 것이었

다. 소천이 그렇게  말을 하고 진명을 바라보았다.  진명은 품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제이 부대주에게 건네 주었다. 

"총호법님께서 내리시는 위로금 은  백냥일세. 오늘 훈련은 이걸로 마치고 

가서 쉬도록 하게"

와아아 와아아  중인들은 모두 함성을 내질렀다.  소천은 이대주의 어깨를 

한번 쳐주고 몸을 돌렸다.  이준은 허리를 숙인채 소천이 사라질때까지 들

지 않았다. 소천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준은 허리를 폈다. 

"개봉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재 집결을 한다. 모두 해산"

"와아아"

중인들은 다시 떠나갈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이철룡도 함성을 내질럿다. 

///////////////////////

겨울이 끝나가는 이월의 하늘에서  무수한 눈들이 날아 내리고 있었다. 겨

울이 다가는 것을 시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눈들 사이로 하나의 빗

살이 지나갔다. 툭 투투툭 눈들은 반으로 갈라져 내렸다. 툭 검을 한번 떨

구고는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 내었다. 양대호는 고개를 돌려서 소천을 바

라보았다. 소천은 검을 유연하게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 주위에는 눈이 하

나도 쌓여 있지 않았다.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고 눈발은 사정없이 몰아

치고 있었는데도 소천의 주위에는 눈이 없었다. 맨땅이었다. 

양대호는 자기 주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서 있는 발목까지 눈이 차 있었

다. 날아오는 눈을  베는 것은 어느정도 수련을  거치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 둘일 때 이야기였다.  수십수백개가 한꺼번에 몰차쳐 

오는데 당할 재간이 없는 것이었다. 눈이 내리자 소천이 검을 들고 나오길

래 따라 나와봤지만 상하는 것은 자존심 뿐이었다. 

'소대협은 아무리 보아도 나보다 한두살 많은 것 같은데 언제 저런 경지에 

도달했단 말인가. 어떻게 수련을 했길래'

소천의 검이 멈추었다. 그러자 눈은 소천의 주위로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소천의 몸에는  묻어나지 않고 있었다. 소천이 뻣은 검 

사이로 눈살이 갈라지면서 소천의 주위를 유선형으로 흘러 날아갔다. 양대

호는 그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양대호는 소천이 지금 펼치고 있는 경

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양대호는 그저 신기해서 넋놓고 소천을 바

라보고 있었다. 소천은 지금 검기로 눈의 흐름을 가르고 있는 것이었다. 

즉 눈보라의 결을  찾아서 그 결을 검으로  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뒤에 자신의 몸을  감춘 것이었다. 신검합일 일검장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었다. 스윽 소천은 검을 거두었다. 그러자 눈발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소천의 얼굴과 몸에 마구  달려들었다. 소천은 주위에 쌓이는 눈들을 바라

보았다. 

'사람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 눈발 만 못하는구나. 나의 공

력으로도 주위 일장을 잠시  지킬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사부님께서

는 이미 선천지경에 들어 자연과하나가 되셧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림사

의 노스님께서도'

소천은 주위에  쌓이는 눈들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사부가 보여주었던 경

지. 그리고 사부가 화두처럼 던지고  간 일곱 글자. 生死一如 如如 華. 소

천은 고개를 들었다. 눈들이 얼굴을 마구 덥어왔다. 소천은 그것들을 피하

지 않았다. 생사일여의 구절은 잠깐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잠깐이었다. 다시 장애가 끼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천은 생사를 하

나로 여기는 부동심의 경지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소천이 그런 

경지에 도달을 했다면 탑림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 뜻을 아는  것 보다 그러한 경지에 도달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부님께서는 華의 경지에 도달을  하셧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첫 

구절을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

"소대협"

소천은 양대호가 크게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양대호는 겸연쩍은 얼굴을 하며 말을 했다.

"제가 소대협의 생각을 방해한 것은 아닙니까."

"아니오."

"소대협 오늘은 어디 구경이라도  갑시다. 싸울땐 싸우더라도 먹을건 먹고 

구경할 것은 구경을 합시다."

양대호의 말에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둘이 장원의 정문으로 나갈 때 수

십여명의 일꾼들이 쌀과 포목 각종 나무상자등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 보

였다. 양대호는 그것을 보며 물었다.

"저렇게 많은  물자들이 정말로 필요하기는  한겁니까. 모두들 녹림도들을 

토벌하는데는 며칠 걸리지  않을꺼라고 하던데요. 괜히 헛고생이나 하는건

지 모르겠습니다. 거기 가서 사도 되지 않을까요."

"십여명 정도라면 많은 물자가 필요가 없지. 그러나 우리가 움직이는 병력

은 일백이네. 그리고 그곳에서  물자를 구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구하는 것

이 몇배는 싸게 먹힌다네. 여기서 그곳까지 운반을 하는 것은 무사들이 하

니까 운송비는 많이 절약이  되고...... 싸움은 비 생산적인 일이야. 그런

데도 돈은 매우  많이 들어가지. 될 수  있으면 최소한으로 경비를 줄이는 

자세가 관리자에게는 필요한 것이지."

소천은 인부들이 모두 안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문을 나섯다. 양대호는 고

개를 끄떡이며 소천의 뒤를 따랐다. 

빙당호로 두 개가 손에 들려졌다. 그리고 하나를 옆에 서 있는 양대호에게 

건네 주었다. 양대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그것을  받았다. 턱 소천은 

입에 넣고 하나를 빼먹었다. 양대호는 입맛을 다셧다. 소천은 양대호를 바

라보며 말을 하였다.

"왜 이런거 싫어 하오."

양대호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자 소천은 양대호의 등을 살짝 쳤다. 

"이건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

게 받은 첫 선물이기도 하네."

소천은 빙당호로를 하나 더 빼먹었다. 양대호도 하나 입에 물고 씹어 삼켰

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바라보아서 양대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

러나 소천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빙당호로의 맛을 음미하

는 것 같았다. 

"소대협은 참 수수하신 것 같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도 않네. 수수한 척 하는 거지. 하하하"

"하하하"

둘은 잠시 웃다가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 지자 걸음을 빨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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