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 월인천강(月印千江 달 그림자 천 강을 비추고) (28/95)

11. 월인천강(月印千江 달 그림자 천 강을 비추고)

밤이 깊어지가 소림사의 각방들에는  불이 밝혀졌다. 몇몇의 사람들은 일찍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환담을 나누며 밤을 

지새고 있었다. 이경을  알리는 목탁 소리가 산사에  조용히 울려퍼지고 긴 

그림자가 대웅전 자락에 드리워졌다. 대웅전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

지만 문을 닫은채로  있었다. 대웅전 앞 불탑에는  탑돌이를 하는 부인들과 

여인들이 추운줄도 모르고 불경을 외우며 맴을 돌고 있었다. 

'무엇을 기원들 하는 걸까.  저렇게 기원을 하면 부처님이 들어주시기는 들

어 주시는 걸까.'

소천은 탑을 도는 여인들을 보며  그런 생각에 잠기었다. 그의 고개가 돌려

지고 대웅전으로 들어오는 문가에 서 있는 노승에게 시선이 맞추어 지었다. 

소천은 자신의 고개가 왜 돌아갔는지는 몰랐다. 그냥 그렇게 고개가 돌려졌

다. 소천은 대웅전을 가로질러 노승의 뒤를 따랐다. 노승은 매우 천천히 걷

고 있었지만 소천은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공력을 운용해서 

신법을 펼쳤다. 그래도 노승과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소천의 신

법이라면 매우 빠른 속도인데도 느린 듯이 것는 노승의 발을 따라가지 못하

고 있는 것이었다. 노승의 모습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그 모습이 사라ㅈ다. 순간 소천은 자신이 매우 어두운 

곳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의 

사물들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소천은 얼른 몸을 숙이고  바닦에 있는 돌을 

몇 개 주워들었다. 소천은  지형을 찬찬히 살폈다.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산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소천은 그 경사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것이었다. 소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상대가 저 능선 

아래에 매복을 깔아 놓았다면 오늘 자신이 무사히 이곳을 빠져 나가기란 요

원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천은 돌을 더 주웠다. 병장기가  없는 지금 이 돌이 유일한 무기였다. 소

천은 귀를 땅에 대고 지청술을  펼쳤다. 그러나 주위에 누가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소천은  조심스럽게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적과의 싸

움에서는 유리한 지형을 장악하고 있어야 했다. 소천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능선위에 오를수 있었다. 그의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소천

은 주위를 살펴 보았다.  그때였다. 후악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소천은 양손에 공력을 집중시킨 뒤 돌을 날릴려고 하였다. 그

러다가 날아오는 것에 살기가 없음을 느끼고 몸을 뒤로 뒤집었다. 

휘익 그것은 어둠을 뚤고  저멀리 날아갔다. 소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

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꿀꺽 침을 삼켰다. 태에나서이렇게 긴장을 해

보기는 혈마를 만난 뒤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소천은 고개를 갸

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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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큰절 꾸벅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여기는 소림사인데 내가  왜 이렇게 두려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왜 

여기에서 적들이 매복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

그런 생각이 들자 소천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공연히 두려워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조금전에 공포에 떨었던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위는 사물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으로 휩싸여 있었고 차가운 바

람이 소천이 흘린  땀을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소천의 손에 쥐어졌던 

돌들은 땅에 하나둘씩 떨어졌다. 

"생사일여 여여 화라"

소천의 입에서 그 소리가 터저  나왔다. 순간 구름속에서 달이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매우 작은 달빛이  주위에 내려 앉았다. 그 빛은 매우 약

했다. 그러나 어둠은 그  빛에의해서 사방으로 물러났다. 소천의 눈에는 주

위의 경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가 나무와 매복조라고 여겼던 것은 무수한 

탑들이었다. 탑들은 서기가 내려 앉은 듯이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소림사에 조사들의 사리를 모셔 놓은  탑림이 있다고 하던데 내가 그 탑림

으로 온 모양이다. 헌데 그분께서는 어디에 계시지'

소천은 몸을 돌리다가 자신의 앞에서 있는 노승을 바라 볼 수 있었다. 소

천은 얼른 노승앞에  오체투지를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소천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노승은 나직한 불호성을 터뜨렸다. 

"아미타불 화(華)가 무엇이냐"

"모릅니다."

"그럼 방금 네가 외친 그 소리는 무엇이냐?"

"사부님이 저의 미거한 제자들에게 남기신 말씀이셧습니다."

"아미타불 너는 아침에 무엇을 보았는고?"

"노스님의 모습에서 사부님의 잔영을 보았습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노승은 나직한 불호를 외웠다. 

"화(華)라 오직 화(華)라"

노승은 그렇게 말을 하며 합장을  하였다. 노승은 고개를 돌려 한곳을 바라

보았다.

"장문인께서는 이 뜻을 아시겠소."

노승이 그렇게 말을 하자 탑림의 탑들 사이에서 한명의 청수한 승려가 걸어 

나왔다. 햐얀 백미에 백염을  드리운 승려였다. 바로 소림사 장문인인 혜원

대사였다. 

"아미타불 화엄(華嚴)의 화(華)자가 아닐런지요."

노승은 혜원대사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혜원대사의 수염이 바람에 흔들리

고 달빛은 탑림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일고 달이 밝을 뿐이오."

노승은 혜원대사를 보고 다시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시주의 가슴에는 아직 적이 많이 남아 있구료."

소천은 고개를 떨구어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노스님께서 탑림으로 나를 시험하신거구나.'

소천은 어떻게 탑림이 그런 조화를  부렸는지 몰랐다. 아마도 이 노승이 신

통력을 쓴  모양이었다. 아니 조화는 자신의  마음이 부린것인지도 몰랐다. 

탑림은 거울처럼 그것을  비추었을 뿐일 것이었다. 노승은  달을 보며 말을 

하였다. 

"아미타불 부처님께서 아직 나를 속세에 두려 하시는 모양이오."

노승은 달을 보며  합장 배례를 하였다. 아니 달이  비추고 있는 모든 것에 

합장 배례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서천에 계신 부처님께 직접 올

리는 것인지도 몰랐다. 

"소시주"

"예"

"그 구절을 한시도 노치지 마시오."

노승은 몸을 돌렸다. 그순간 노승이 있던 자리에는 작은 탑만이 보였다. 소

천은 노승이 어떻게 몸을 이동시켰는지  보지 못했다. 흡사 그 자리에 없엇

던 사람같았다. 소천은  고개를 돌려서 혜원대사를 바라보았다. 혜원대사는 

소천을 보고  합장반배를 하였다. 소천도 합장  반배를 하였다. 혜원대사는 

아무말을 하지 않고 길을 따라  걸어갔다. 아마도 소림 본산으로 가는 길인 

모양이었다. 달은 그 길을 자세히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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뚤어진 지붕 위로 달빛이 실내 마룻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마룻바닥에는 먼

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부서진 가재 도구 몇 개가 아무렇게 뒹굴고 있었

다. 달빛으로 흐릿한  곳에 구석에 하나의 물체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조용히 서 있었다. 덜컹 문이 열리고 먼지가 휘날렸다. 한명의 인영이 전각

안으로 들어오면서 나직히 말을 하였다.

"월인천강(月印千江 달 그림자 천강을 비추고)"

그러자 안쪽에서도 소리가 들려왔다. 

"신영만리(神影萬里 신의 그림자는 만리를 뒤덥는다.)"

그러자 들어온 사람이 다시 화답을 하듯이 말을 하였다. 

"사해정중(四海正中 -사해라는 말은  다른 의미로 천하로 씌인다. 여기서는 

천하라고 뜻풀이를 해야 함.- 천하가 중심을 바로잡고)"

"일양조천(一陽照天 하나의 태양이 하늘을 비춘다.)"

안에 들어선 자가 말을 하였다.  그도 어둠속에 서 있었기 때문에 본모습이 

보지이 않았다. 

"무슨 일이오. 지급을  요하는 일이 아니면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

소."

"삼혈맹이 우리를 추적하기 시작햇소."

"그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  아니오. 그래서 마군께 반혈맹을 더 이상 돕

지말고, 혈전을 조장하라고 한 것이 아니오."

"문제는 내 정체를 저들이 눈치를 챘다는 것이오. 더 이상은 삼혈맹에 머무

를 수 없게 되었소."

"그게 무슨 말이오."

"아무래도 총단으로 돌아가야 겠소이다."

"어디로 간다고요?"

"귀환해야 겠소이다. 더 이상 머무르다가는 내가 위태로워 질 것이오."

"후후후 그렇군요."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달빛 아래 그의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그는 갈포를 

입고 있었다. 

"시혈마군 안색이 창백한 것 같소."

"원래 그렇지 않소. 그보다 빨리 가도록 합시다. 곧 저들의 추적이 있을 것

이오."

"그렇소"

그는 더 가까이 왔다. 그리고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늘에 서 있던 

시혈마군은 그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순간 그의 허리에서 도

광이 폭사하였다. 시혈마군은 뒤로 물러섯다. 그러나 도기에 옆구리가 스치

면서 피가 뿜어져나왔다. 시혈마군은 지혈을 하면서 외쳤다. 

"무슨 짖이오 이게"

그러자 그 갈포인은  다시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웃었다. 파

앗. 그 사내는 지붕을 뚤고 날아 올랐다. 시혈마군은 품에서 폭죽을 꺼내서 

위로 ㅆ았다. 피유융 퍼엉. 불꽃이 튀어 올랐다. 

사사삭 어디서 ㅆ아져 나왔는지 모를 혈의인들이 사내의 앞길을 막았다. 갈

포인의 손에서 도가 움직이고  삼혈맹도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차차차 

나무와 나무를 밞으며 몇 명의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들은 혈영들의 맨 뒤에서 오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가장 앞에 나와 있었다. 

갈포인은 그들의 신법을보고 도를 위로 치켜들었다.  

"월인천강"

촤촤촤 그의 도에서는  달무리 같은 도기가 뿜어져  나갔다. 갈포인의 앞을 

막아섯던 삼혈맹도 십  수명은 그 도기에 병장기와  몸이 갈라졌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십여구르의 나무들도  베어졌다. 그러자 포위망에도 헛점이 생

겼다. 파악 갈포인은 베어진  나무들을 밟고 어둠속으로 몸을 날렸다. 사사

삭 삼혈맹도들은 그의 뒤를 ㅉ기 시작했다. 

<문서번호: 9-512호.

 형    식: 보   고

 수    신: 제 이맹주 혈유.

 안    건: 신비조직.

 내    용: 별    첨.

 비    고: 작전실패.

 작 성 자: 밀은영주.(密隱營主)>

탁 탁자 위로 서류들이 거칠게 내던져졌다. 하얀손은 창백한 턱을 쓰다듬었

다. 

"실패를 했다. 내가  작전 계획을 짜고 밀은영이  직접 나섯는데 실패를 했

다."

장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인정하기 싫치만 본맹은 사상 최대의 강적과 마주한 것 같군. 우리가 그들

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을테니 그에 대한 대비를 하겠지. 내

가 지금 적의  상황이라면 우리와 백도를 이간질하여  싸움을 붙일 것이다. 

백도는 아직 그들의 존재를 모르니까  의외로 일이 쉽게 진행이 되겠지. 아

마 거의 완벽한 방법일텐데. 우리가 빠져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그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어둠속으로 몸을 뉘었다. 보이는 것은 탁자위에 널

려 있는 서류들 뿐이었다. 

탁 탁자 위에 하얀 배첩에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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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소천은 서찰을 접어서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쪽에 있는 비단에 

쌓인 상자를 바라보았다. 이 서찰과  상자는 장에서 지급으로 보내 온 것이

었다. 주위에 있던 이들은 소천을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소천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한대주를 불러오고 모두 나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모두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소천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소천은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소천의 몸을 싸늘하게 하였다. 

밖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곳곳에 보였고 길가는 빙판이 져 있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날씨가 더 추워져서 

인지 눈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소천일행은 소림사를 나와

서 바로 낙양으로  가지 않고 개봉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중원표국과 산서 

녹림도와의 대전은 봄이나  되야 본격적인 시작이 될  것이었다. 한 겨울에 

대단위의 병력을 산속으로 밀어  넣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천 일행은 일정을 바꾸어서 개봉에 있는 개방을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그들이 소림에서 나온  며칠 뒤에 이 서찰과 함이 전달이 

된 것이었다. 

소천은 시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림사를  떠나올 때 보았던 노승의 뒷 모

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노승은 탑림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하

나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노승은 언제나  변함없는 평상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은 언제쯤 그런 평상심에 도달을 할것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한상귀입니다."

"들어오게"

소천은 창문을 닫고 고개를 돌렸다.  한상귀는 문을 열고 들어와 읍을 하였

다.

"앉게"

"예"

한상귀가 자리에 앉자 소천은 비단으로 쌓인 함을 내밀었다. 

"풀어보게"

한상귀는 비단천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예상대로 안에는 함이 있었다. 한상

귀는 함을 열었다. 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소천의 눈이 흔들렸다. 함안

에는 눈보다 하얀 백의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위에는 검은 첩지와 작

은 옥병이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엇다. 한상귀는 검은  첩지와 작은 옥병을 

탁자위에 놓고 백의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한벌의 백의경장이었다. 경장에

는 청색띠가 둘려져 있었다.  

"아"

한상귀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 백의경장은 옷자체에는 아

무런 의미가 없었다.  단지 청룡장의 무사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옷이었

다. 청룡장의 무사들은 밖으로 나갈때는 청의를 기본적으로 입게 되어 있었

다. 비밀임무를 띄고 행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 무사는 청의를 입어야 

했다. 그러나 부당주급 이상의 인물들은 백의를 입을 수 있었다. 대신 허리

에 청색띠를 둘러야했다. 그러나 인의당의 고수들을 영입하면서 그들에게도 

백의를 하사했다. 대신 청색띠는  두루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 청색띄

가 인의당 고수들과 청룡당의  인물들과 차별을 두는 것이라고 해서 청색띠

를 두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단지 대주에서 갓 승진한 인물들이 전통을 

살려서 청색 띄를 두르고 있었다.  한상귀에게 이 옷이 내려졌다는 것은 한

상귀를 부당주급으로 승진을 시킨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소천의 마음은 편하지를  않았다. 한상귀의 무공과 능력이라면 오래

전에 한자리를 차지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살기가 너무 짖어서 부하들을 

통솔할 재목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아직까지 대주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었

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대주에서  부당주급으로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의례

적으로 한가지 임무를 맏게 되어  있었다. 즉 능력은 검증받는 임무가 주어

지는 것이었다. 그 임무에서 실패를 한 대주들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임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승진복부터 보내는 전례는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임무가 막중하다는 뜻이었고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검은 배

첩은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검은배첩은 일종의 살인 명령이었다. 

그래서 이 검은 배첩은 거부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소천은 한상귀가 그 

명령을 거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검은 배첩에 담긴 명령은 자신이라

고 해도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소천이 나가자 한상귀는 주위를 둘러 보았

다. 벽에도 귀를 대보고 주위를  최대한 살핀 뒤 검은 배첩을 열었다. 안에

서는 금표가 다섯장이나 나왔다.  각 장은 백냥짜리였다. 한상귀는 그 액수

에 저으기 놀라고 있었다. 황금 오백냥이면 청룡장의 지단이 일년동안 충분

히 쓸 액수였다. 배첩과 함께  오는 돈은 일종의 포상금이었기 때문에 귀환

시 잔액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었다. 그래서 대주들은 이 돈을 최대

한 아껴서 자신들의 승진식을 할 때 한턱 크게 내는게 유행이었다. 많은 돈

을 남길수록 유능한 인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대주들은 최대한 경비를 

아꼈다. 한상귀는 배첩을 펼쳤다.  하얀 종이였다. 한상귀는 자신의 품에서 

가루약을 꺼내서 그위에 뿌린 뒤 천으로 살짝 닦아 내었다. 그러자 깨알 같

은 비표(암호문)가 나왔다. 한상귀의 창백한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져갔다. 

그의 눈은 십여번도 더 변화하였다. 

소천이 다시 방으로 올라왔을 때 창문은 활짝 열려져 있어서 찬바람이 사정

없이 몰아쳐 오고 있었다. 탁자위에는 가지런히 정돈된 옷가지와 검과 단봉 

세개 몇 개의 주머니와 상비약등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옷위에는 청룡장의 

대주를 상징하는 옥패도 놓여져 있었다. 모두 한상귀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

이었다. 소천은 함을 열었다. 함안에는  재만 남아 있었다. 바람에 그 재들

이 날려서 소천의 얼굴과  옷가지에 묻어났다. 소천은 창가로 다가갔다. 아

직 어두워 지지 않았는데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소천은 얼굴과 옷에 묻

은 재들을 털어내지 않았다. 

양대호는 양팔을 뻣어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하암 여기서는 며칠동안 머무를 껍니까."

진명도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말을 했다. 

"낸들 아나."

"요즘들어 총호법님께서 매우 심리적인 격동을 격는 것 같소이다."

하연적의 말에 천일정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습니다. 평소의 총호법님은 늘 쾌활하시고 활동적이신데, 이번 순행을 

나서면서부터 조금 이상해 지신 것 같습니다."

진명은 얼굴을 부비다가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말을 하였다. 

"혹시 여자 때문이 아닐까요?"

그말에 모두들 진명을 바라보았다.  진명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모두들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진명은 누가 들을까봐 나직한 

소리로 말을 하였다. 

"총호법님께서 행동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장강에서 부터가 아니었

습니다."

그말에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단지 양대호의 얼굴

만 약간 어두워 졌다. 하연적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이다. 장강에서부터 조금 이상해 지셧습니다."

"그럼 이소저를?"

천일정은 그렇게 말해놓고 입을 다시 꾹다물었다. 중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

떡였다. 진명이 눈을 빛내며 말을 하였다.  

"총호법님은 안면이 있는 분들에게는  참 다정하신 분이지만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면 말씀하기를 꺼려 하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게다가 여자 관계라면 거의 백치나 다름이 없는 총호법님이시

니 속으로만 끙끙 알으실 수도 있는 겁니다."

천일정이 눈을 굴리며 말을 하였다. 

"우리가 나서서 연결을 시켜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하연적은 몸을 일으키면서 고개를 저었다. 

"남녀관계에는 외인이 함부로 뛰어 들어서는 안되는 법이지요. 게다가 장주

님과 대부인께서는  총호법님을 끔찍히  아끼시는데 우리가  함부로 나섯다

가......."

하연적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그 말의 이미는 모두 알아 들을 수 있었

다. 진명도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장에는 알릴 필요

가 있지 않을까요."

하연적은 고개를 저었다. 

"좀더 두고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한 대주는 어디로 간겁니까."

진명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어찌 알겠소. 총호법님이  아시겠지요. 아무래도 비밀 임무가 떨어진 

것 같았소이다."

#5280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4                           01/30 06:55   347 line

그는 가득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짙은 눈섭 아래 자리한 큰 눈은 매우 

반짝이고 있었다. 코밑아래 자리잡은 수염은 다듬지 않아도 멋이 있었다. 

그 아래 잎에서 호탕하게 터트리는 웃음은 듣는 이의 기분을 상쾨하게 하

였다. 그 옆에는  두명의 거지가 서 있었다. 그  한명은 취선개였고 다른 

한명은 건곤신개였다. 개방 장로 두명을 거느리고 이렇게 웃을수 있는 인

물은 개방 방주밖에 없었다. 이 중년인은  현 개방의 방주인 협개 나정호

였다. 중원천하의  영웅호걸들이 협의 대명사로 손꼽는  인물중의 한명이 

바로 이 협개 나정호였다. 

소천은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소천을 따라온 일행도 모두 허리를 

숙였다. 

"방주님께서 이렇게 환대를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별 말씀을 오히려 이렇게 누추한 곳에 모시게 되어서 죄송스럽소

이다."

양대호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개방방주의 집무실이라고  해서 어느정도 

품위는 유지하리라고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생

각은 초입부터 깨지고 있었다. 개방방주의 집무실은 낡은 전각의 틀을 가

지고 있다는 것을 빼면 다른 거지들의  움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전각의 

틀은 유지하고 있으되  담벽과 지붕은 거적을 몇겹으로  두른게 다 였다. 

그리고 바닥은 흙바닥 위에 거적 몇장을  깔아 놓은 것이 전부였다. 앉으

라고 내놓은 자리는 때 꾹물이 줄줄 흐르는 낡은 방석이 다였다. 

그것도 두 장로는 아깝다는 표정을 짖고 있었다. 양대호는 나정호의 앉으

라는 말에 잠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천 일행은 주저 없이 앉았다. 

양대호는 혼자 머쓱히 서 있다가 씨익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손으로 방

석 끄트머리를 잡았다. 무언가 미끌미끌한게 잡혔다. 그게 사람의 기름때

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양대호는 자신이 맨 끝자리에 앉은

걸 다행으로 생각을 했다. 그는 옷위에  손을 슥슥 문지르고 구겨진 얼굴

을 펴야 했는데 끝자리에 앉아서 다른 이들의 시선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

었다. 나정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강남의 영웅호걸들을 뵙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강호에 협명이  높으신 방주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게 되니 저희들의 광영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적천마군을 잡은 것은 청룡장 뿐만 아니라 백도의 쾌거였

습니다."

그말에 소천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하였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번 교환 때문에 귀방에 폐를 끼치게 된

점을 장주님께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으십니다."

나정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청룡장의 행동에 이 나모는 크게 감탄을 햇습니다. 일

부의 비난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의를 위한 행동을 조금도 굽히

시지 않으신 점은 이 이모가 다시 태어나도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말에 중인들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소천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까지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로 고맙습니다."

"다른 백도문파에서 오해가 심하다는 것을  압니다. 특히 협서와 하남 일

대의 무림동도들이 오해가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희 개방에서 조사를 해보니  누군가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모양입

니다."

그말에 중인들은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한 사실은 이미 청룡장

에서도 간파를 하고  있는 것이엇다. 문제는 누가  그런 소문을 내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백도인지 아니면 청룡장의 부상을  꺼려하는 삼혈맹이나 

반혈맹인지 확실한 소문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누가 그러한 소문을 냈느냐에 따라서 그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리로 청룡장의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문제였다. 삼혈맹이 퍼트린 거라면 

백도와 청룡장의 이간질이 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소천의 해명

이나, 청룡장의 삼혈맹과의 적대적  행동으로 시간이 지나면 소문이 잠잠 

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백도문파나 반혈맹이 퍼트린 것이라면 이

야기는 달라지는 것이었다. 

백도문파가 퍼트린 것이라면 백도의 노골적인 청룡장 견제가 시작이 되었

다는 말이었다. 반혈맹이라면 백도무림의 중심추 역할을 자신들이 하겠다

는 속셈이었다.  청룡장으로서는 삼혈맹이 퍼트린 것으로  믿고 싶었지만 

소천이 느끼기에는 반혈맹일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백도가 부화뇌동하

면서 청룡장에 대한 차별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개방은 소림이나 무당에 결코 뒤지는  문파가 아니었기 때문에 장로만 나

와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서 개방의  방주가 직접 소천 

일행을 위로하자 중인들은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모두들 무당파와 

소림에서의 차가운  대접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천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때 나정호는 말을 이었다. 

"청룡장에서 이번 북령채의 토벌에 나선다지요."

"그렇습니다. 개방에서도 이번 토벌에 나서십니까."

나정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하였다. 

"여기 계신 이 두분 장로께서 총타 제자 이백을 이끌고 나서실 껍니다."

그말에 소천을 비롯한 중인들은 깜짝 놀랐다. 개방 장로의 신분이 무림에

서 차지하는 위치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개방에는 지금 장

로가 여덞명이 있었다. 그중 둘은 거의  은거를 하다 시피했고 셋은 강남

에 흩어져서 개방도들을 감찰하고  있었다. 한명은 강북을 떠돌며 유유자

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개방 장로  둘은 개방이 유사시에 신속히 동

원을 할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인 것이었다. 거기다가 총타의 제자라면 개

방의 정예 중 정예였다. 그런 제자  이백을 동원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문

파 두세개가 한 꺼번에 출진하는 것보다 뛰어난 전력이었다. 순간 소천은 

머리속이 하애지는 것 같았다. 그는 떠듬거리며 말을 하였다. 

"그럼 목표가 북령채가 아니겠군요.?"

소천의 말에 나정호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백도는 삼혈맹과 일전을 벌이려는 것이었어. 북령채는 그 핑계이고..... 

그래서 왕 국주가 사람을 우리에게 보내지 않았구나.'

소천은 얼른 허리를 숙였다.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방주님"

이정호는 소천의 손을 잡았다. 

"이러지 마시오. 나도 더 이상은 말해  줄 수가 없구료. 어쨌든 청룡장에

서 대대적인 인원 파견이 있기를 나는 바라고 있소."

소천은 고개를 들어 나정호를 바라보았다. 둘의 눈이 얽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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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우백은 굳게 다문 입을 열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서왕

은 힐끔거리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상관평만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소천이 지급으로 보내 온 서신이 있었다. 

"어떻게 보시오."

"백도에서 칼을 빼든 것 같습니다."

"삼혈맹을 향해서 말이오."

"그렇습니다. 언젠가 빼들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에 움직일 줄은 

몰랐습니다."

"누가 백도를 움직이는 것 같소."

"두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는 반혈맹이 움직였거나 아니면 백도의 원

로들이 힘을 ㅆ거나입니다. 어느쪽도 우리에게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혹시 반혈맹도 백도 원로들의 작품이 아니겠소. 일종의 예정된 수순처럼 

말이오."

"그럴 가능성도 농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가와 개방이 우리에

게 호의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언가가 하호법께 같이  싸우자고 한 것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일 껍니다.  개방에서 대대적으로 인원을 

파견하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으음"

"그말을 역으로 집으면 백도내에서 우리를 제이의 척결 대상으로 삼고 있

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  기류를 눈치채고 언가와 개방에서 우

리에게 언질을 준 것입니다. 삼혈맹이 무너지면 다음은 우리 차례가 올껍

니다."

"삼혈맹이 쉽게 무너지겟소."

"단독으로라면 소림이나 무당과 싸워도  충분한 승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삼혈맹은 혼자고 백도는 다수입니다.  객관적인 전력만을 놓고 본다면 삼

혈맹은 백도의 힘에 크게 못 미칩니다.  삼혈맹에는 혈마가 있지만 그 뒤

를 받혀줄 만한 고수들이  부족합니다. 오대마군이나 사후로는 백도의 기

라성같은 고수들을 다 막아 낼 수가  없습니다. 삼혈맹도 그들 외에 고수

들이 다수 있겠지만 백도의  저력에는 못당할 것입니다. 이번일에 백도의 

원로들이 나섯다면 각파의 은거  기인들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

리로서는 삼혈맹이 최대한 버텨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단우백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그렇다고 우리가 삼혈맹을 도울 수도 없는 처지가 아니오."

"그럼 백도를 움직이는 인물들은 누구입니까?"

서왕은 상관평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순간 상관평의 얼굴이 살짝 

찌뿌려졌다. 

"아직 모릅니다."

"문상께서 모르시는 일도 있습니까.?"

상관평은 고개를 끄떡였다. 

"죄송합니다 무상."

상관평이 고개를 숙이자 서왕은 손을 저었다. 

"그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단우백은 소매를 저어 둘의 말을 끈으며 말을 했다. 

"그럼 얼마나 파견을 해야 겠소. 소사제는 청룡단을 보내라고 했는데"

"그것은 안됩니다. 저들이 우리의 전력을 알게 된다면 더욱 꺼려 할 것입

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아니 보낼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오."

"우선 상황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알아 보는 것부터 중요합니다. 곧 임

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쌍수곤룡 오익상과 절명도 풍파 두분을 파견하겠습

니다. 그리고 황금을 보내어 그곳에서 인원을 충당하라고 하겠습니다. 총

호법님이 승진 대상에 올라 있는 대주 한명과 조장 둘을 거느리고 있으니 

낭인들을 모아도 그럴듯한 구색은 갖출 수 있을 껍니다. 봄까지는 최소한 

두달의 기간이 있으니 충분할 껍니다."

"백도에서 비웃지 않겠소."

"그것은 지금 따질 겨를이 아닙니다.  상황을 본 다음에 청룡단을 보내도 

될 껍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장주

님 잠룡도를 열겠습니다."

단우백은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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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붕 큰 대산도가 바람을 일으키면서 휘둘리고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

에 곰 같은 허리를 하고 있는  사내는 한 겨울인데도 근육질의 몸매를 자

랑이라도 하듯이 상체를 벗고 있엇다.  상체 곳곳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얼굴은 눈만 부라려도 수십명은 족히 기죽일만한 상이었다. 그는 연신 비

지땀을 흘리며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청의를 걸친 두명이 앉

아 있었다. 그중 한명이 말을 하였다. 

"합격 다음"

그 뒤에 있던 자도 앞의 사내를 보더니 웃통을 벗어서 멋지게 던졌다. 그

리고 살짝 몸을  떨고는 삼지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양대호는 하품을 하였다. 

'저런 애들 데리고 뭘 하겠다는 건지 원'

양대호는 기가 차지도 않았다. 그의 눈에 보아도 저들은 무림인이라고 하

기에는 좀 떨어진 인물들이었다.  변변한 지방 부호의 사병 노릇하기에는 

딱 맞았지만 무림문파의  무사라고 하기에는 실력들이 많이  쳐지고 있었

다. 개중에는 몇 명 제법 한가닥  하는 자들이 보였지만 그들도 양대호가 

보기에는 자신보다는 떨어지는 수준들  같았다. 양대호는 그들 앞에서 심

사를 하는 두명을 바라보았다. 

'대주급으로 승진할 조장들이라고 했지. 저들의 경공만 해도 나보다 뛰어

나던데 저런 이들을 뭘보고 뽑는건지, 아무튼 고생들이야.'

양대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눈을 번쩍뜨고 몸을 일으켰다. 저쪽에

서 백의를 입고 있는 여인이 걸어 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몸에 꼭 

끼는 햐얀 가죽조끼를 입고  있었다. 바닥에 스치듯이 흔들리는 백색치마 

끝에는 작은 신발이 살짝 보이다가 사라지고 다시 보였다. 조끼위의 얼굴

은 약간 창백한 안색을 빼면 다시  보기 힘든 미모였다. 양대호는 그녀를 

보자 이설군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둘다 매력적인 미녀였지만 양대호는 

어쩐지 이 여인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그녀는 양대호 앞에 와

서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 그때서야 양  대호는 그녀의 손에 장검이 들려

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백리 소소라고 합니다. 소공자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양대호는 얼른 일어나 답례를 취하며 말을 했다. 

"후원에 계십니다. 저는 형산파의 양대호라고 합니다."

"예"

그녀가 새햐얀 이빨을  살짝 보이며 웃자 양대호는 고개를 얼른 숙였다. 

백리 소소는 옷자락을 잡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옷자락이 양대

호의 바지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양대호의 얼굴은 매우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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