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 소림사. (27/95)

10. 소림사.

무성한 대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빽빽한 숨을  이루고 있어서 위에 

있는 대 이파리들은 햇빛을 반사하여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안으

로 들어가면 빛한점 들어오지 않은 어둠에 잠겨들었다. 바람이 불자 대나무

들이 흔들리면서 소리를 내었다. 휘이잉 휘이이잉. 바람이 귀밑머리를 스치

고 지나갔다.  탐스러운 수염이 바람에 휘날렸다.  일보일보가 마치 태산이 

움직이는 듯한  걸음걸이였다. 그의 걸음에 어둠도  물러나는 듯이 보였다. 

그는 청룡장주 단우백이었다. 단우백은 죽림의 한가운데 서서 읍을 하였다. 

"단우백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말이 끝나자 안쪽에서 모기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네인가. 또 왔군 그래. 자네 아우님은 요즘 통 안뵈는 것 같애"

"소사제는 지금 쯤 소림사에 같을 껍니다."

"키킥 그 까까중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왜"

"너무 이곳에만 있으니 갑갑했던 모양이지요."

"키키 그런가  나는 이곳에서 이십년을 지내지만  갑갑한 것을 모르겠는데. 

ㄷ으니 이제 들어오게"

"예"

단우백은 읍을 하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반을 통과하자 너

른 초지와 돌로 지은 집이 보였다. 돌은 놀랍게도 운남 대리석이었다. 그리

고 문이 없었다. 또한 창문도  보이지 않았다. 그 집 주위에는 작은 도랑이 

파져 있었고 그 도랑에는 검은 물이 고여 있었다. 단우백은 그 도랑 밖에서 

멈추어 섰다. 집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칼한 목소리였다. 

"그래 오늘은 뭘 가질러 왔니?"

단우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제가 늘 가지러 오기만 했습니까?"

"그럼. 나에게 뭘 주러 온 녀석은 자네 사제였쟎아."

"죄송합니다."

"히히 그렇다고 너무 그럴꺼  없어. 자네 사제가 얼마전에 가져온 녀석들이 

마음에 드니까."

"그렇습니까."

"그보다 본론부터 말해 자네 바쁠텐데"

"사람을 자연사 처럼 보이게 죽이는 독이 있습니까."

"없어."

안에서는 간략한 대답이 나왔다. 단우백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형지독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무형지독은 죽기전까지 모르는거지. 죽은  다음에는 흔적이 남아. 물론 독

공의 고수가 아니면 못알아 보지"

단우백은 얼굴을 살짝 굳혔다. 

"왜 쥐도새도 모르게 죽일놈이 생겼나. 그런데 쓸 만한 걸로 몇 개 줄까?"

"아닙니다. 시체를 온전히 남겨야 합니다."

"ㅉ. 음 나이가 몇살인데?"

"육십구세입니다."

"캬악 퇘 더럽게 오래 살았군 그래. 무공수위는"

"외공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서역의 밀교무공을 익혔다고 합니다."

"계집은"

"한 사십명정도"

"왕족인가.?"

"그렇습니다."

"키키킥 황제라도 될 생각인가. 왕족을 죽이게"

"명의 왕족이 아닙니다. 몽고족입니다."

//////////////// 

이 앞 부분은 사실 서진명이 왜 사해방으로 잠입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꽉차 있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다 짤라놓고 나서  보니까 서진명의 입을 

빌어 설명을 하는 것은 흥미를  반감 시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래서 이야기 중간중간에 힌트를 숨겨 두었습니다. 이 부분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을 보내 주시면 파일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단 지금 저는 개인에게 편

지를 보내는 것도  버벅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파일을 보낼 

수 있는지 상세한 설명도 함께 해주셧으면 합니다. 

#5273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1                           01/27 06:24   367 line

"키키킥 몽고라. 그럼 겨울에 춥겠군"

"예"

"싸움도 많이 했을테고"

"그렇습니다."

"그럼 좋은 약이 있지"

딸깍 대리석벽의 한쪽이 열리고 작은 옥병이 굴러 내려왔다. 단우백은 손을 

저었다. 그러자 옥병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키키킥 격공섭물이 경지에 도달했구나. 축하한다."

"별 말씀을 어디 노선배님만 하겠습니까."

단우백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옥병을 바라보았다. 

"헌데 이건 어떻게 쓰는 겁니까."

"그거 서왕이 그렇게 달라고 조르던 정력제다."

그말에단우백은 눈을 크게 떴다. 

"노 선배님?"

"왜?"

"이걸로 어떻게"

"머리가 그 정도이니까 아직  강동패주밖에 못ㄷ지. 네 사부가 있었다면 무

림 지존이라도 이미 되었을 꺼다."

단우백은 머쓱해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석실안에서는 다시 카랑카랑한 목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건 사내의 양기를 북돋아 주는 최고의 정력제다. 아직 이름도 안붙였다. 

그게 사내의 양기를 활성화  시키고 하룻밤에 열계집을 거뜬히 해치우게 해

주지. 그리고 독이 아니니  절대로 뒤탈이 없지. 아무리 추운곳에서도 그거 

한방울이면 몸이 후끈해진다. 그리고  동사 직전이 놈도 한방울이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단 몸에 양기가  충분한 자가 써야 약이 되는 거야. 네가 말

한 그 작자는 칠십이 다 되었으니 몸의 양기가 고갈될대로 되었을 꺼야. 거

기다가 수십명의  계집을 거느리고 있으니 어떤  내공을 익혔더라도 양기가 

고일 턱이 없지. 게다가 북방은  매우 추운 곳이지. 그런 곳에서는 그 약은 

수십배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지.  그말은 바꾸어 말해서 수십일동안 쓸 양

기를 단 하룻밤에  쓴다는 말이야. 젊은이라면 이  약이 양기를 키워주니까 

그렇게 소모를 해도 상관은 없지.  그러나 그렇게 나이를 먹은 자라면 양기

가 크기는 커녕 급격히 고갈이 되고 말지. 그래서 이것을 많이 마시게 되면 

어느날 갑자기 양기부족으로 죽게되는  거야. 양기가 부족해서 죽은 것이니 

아무리 바라봐도 자연사가 되는거지. 사실 몸에 좋은 보약이라도 사람에 따

라서는 극독보다 더 독한 독이  될 수도 있는법이다. 늙은이가 이약을 먹으

면 키키킥 며칠  발광하다가 그냥 뻣는거야.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맛보게 

하느냐야. 그건 네녀석이 잘 알아서 할테고. 키키킥 그걸한번 맛본 사내는 

그것을 떨쳐 버릴 수 없지."

"저 그럼 이런거 또 만드실수 있습니까?"

"그것밖에 없어.  내가 수십년동안 모은 약초와  독물들을 섞어서 만든거거

든. 재료만 있다면 가능하지만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세상에 

그것 밖에 없는거야. 내말 알겠어."

"예"

"사용법은 미주 한병에 한방울씩 타서 먹으면 돼. 한꺼번에 먹으면 몸의 양

기가 폭발해서 괴상망칙하게 죽을 꺼야. 알았으면 가봐"

"번번히 고맙습니다. 노선배님"

"고마운 줄 알면 내가 부탁한 것들이나 빨리 보내"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단우백은 몸을 돌려서 대나무 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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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달도 밝은 빛을 뿌리고 있

었다. 달 주위에는 은은한 달무리가  져 있었다. 그 달빛이 온 천하에 비추

고 있었고, 그 한자락이  숭산의 소실봉에도 내리고 있었다. 데에엥 산사의 

정적을 깨는 새벽종소리가 만물을 일깨웠다. 절에서는 범종은 하루에 두 번

친다. 새벽예불전에 삼십삼천을 의미하는 서른 세번을 치고 저녁 예불때 이

십팔지옥을 의미하는 스물여덟번의 타종을  한다. 이 종소리가 들리는 시간

에는 지옥중생들이 잠시나마 고통에서 벗어나 쉴수 있다고 한다. 데에엥 범

종에 그려진 비천보살상이 떨리면서 그 손이 수천개로 늘어나는 듯하였다. 

천수천안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의 공덕인양 이 종소리는 세인들의 근심걱

정을 바람에 날려  버리고 있었다. 종소리가 잦아  들고 스님들의 예불성이 

소림사의 대웅전에서 들려왔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광명 운대 주변법계 무량시방불

법승..........."

대웅전에서 흘러나오는 향내음은 소림사  경내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대웅

전에 다 들어가지 못한 승려들과 신도들은 그 마당에서 같이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은  정초였기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소림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신도들의 중에는  소천 일행도 끼어 있었다.  소천은 며칠동안 상계에서 

머무르면서 고민에 고민을 한결과  소림사행은 도저히 포기를 할 수 없어서 

오기로 결정을 한 것이었다. 왕국주가  해올 청에 대해서는 가서 결정을 하

기로 했다. 물론 거절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예불문이 끝나고  반야심경 공덕이 이어졌다.  그리고 소림승려들의 범창이 

이어졌다. 범패소리에  맞추어서 부르는 범창은  사마(邪魔)를 소리로 날려 

버릴 것 같이 웅장했다. 

예불은 근 한시진가까이 끌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한시진가까이 밖에서 

떨고 있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대웅전 앞에 모인 수천여신

도들은 전혀 괴로운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에는 달빛들이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대여섯살난 어린아이까지 

떨리는 손을 맞잡고 합장을 한채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였다. 차가

운 바닦에 오체투지 하기를 아무도  꺼려하지 않고 있었다. 소천 일행도 묵

묵히 다른 이들과 더불어  움직이면서 아침예불을 마쳤다. 아침예불이 끝나

자 신도들의 공양(식사)를 알리는 목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삼삼오오 가족친지끼리 모여서 식당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소림사

에서는 찾아온 신도들을 위해서  기존의 식당에 옆에다 간이 천막을 설치해

서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누구하나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사람들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양보를 해주고 있었고 나이든 이

들을 먼저 자리에 앉히고 있었다. 소천은 그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소림의 진정한 힘은 소림이 가지고  있는 무력이 아니라 이런 불심들일 것

이다. 무력으로는 잠깐 천하를 제패할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

하는 법이다. 소림의 뛰어난 무학이 천년동안 무림의 대종사 위치를 차지하

게 했다고 말을 하지만 이러한 불심이 없을진대 어찌 백년이나 가겠는가.'

소천은 잠시  사람들의 틈에서 빠져나왔다. 그  주위에는 양대호가 있었다. 

다른 이들은  소림사의 장로급과 소천과 자리를  주선하기 위해서 지객당에 

머무르고 있었다. 소림사의 장문인을 만나서 그간의 사정 이야기를 하고 싶

었다. 그러나 무당에서도 만나주지  않았는데 소림에서 장문인이 직접 시간

을 내어 만나주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신년이라

서 장문인을 만나러 온 이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었다. 그래서 장로급의 스

님이나마 잠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지객당주와 이야기를 하러 간 

것이었다. 

청룡장에 대한 명문 백도의 시선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곱지 않

다는 것을 모두들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소천은 대웅전을 가로질러서 사람

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향했다. 양대호는 소림사의 웅장함과 고풍스러움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하늘의 별들은 지고 

있었다. 한줄기  붉은 서기가 대웅전을 관통해  지나갔다. 양대호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시뻘건  불덩이가 낮게 깔린 구름위로 조금 고

개를 내미는가 싶더니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양대호는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리고 매우 가늘게 떴다. 햇살은 대웅

전을 비추고 소림사를 비추며 천하를 붉은 서기로 가득채워나갔다. 그도 잠

시 붉은 서기가 점점 사라지면서 눈부신 빛 그자체가 모든 것을 함몰시키는 

것 같았다. 양대호는 더 이상 보지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망막에는 떠

오르는 햇살의 잔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햇살은 소천의 얼굴위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천이 바라보는 한 노승

의 머리위에도 비추어 지고 있었다.  노승은 여러번 기운 승복을 입고 있었

고 싸리비를 들고 있었다. 주위의 석탑 그림자가 노승의 발 끝에 머물러 있

었고 흔들리는 손을 따라 비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노승의 그림자는 길게 

이어져서 대웅전 안까지 들어갔다. 노승의 손이 흔들리고 비가 따라 움직이

며 그림자도 함께 움직였다. 소천의 시선은 그 비에 멈추었다. 

비는 모든 것을 쓸어 내고  있었다. 그 비는 작은 먼지와 석탑의 그림자 햇

살과 노승 자신의 그림자를 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의 그림자는 대웅전

을 쓸고 있었다. 그순간 소천의 신영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양대호는 햇

살의 잔영 때문에 고개를 돌린채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소천이 오체투지

한 것을 알아  보지 못했다. 대웅전에 있던  승려들은 좌선중이었기 때문에 

소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 신도들은 거의가다 식당으

로 가거나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몸을 녹이고 있었기 때문에 대웅전의 앞에

는 사람이라고는 이들 뿐이었다. 대웅전의 쪽문으로 한명의 승려가 나왔다. 

그 승려는 오늘 아침에  산문을 교대하기로 한 일우(一愚)대사였다. 소림사 

십팔나한 중 한명으로 불법이나  좌선보다는 무공에 심취해 있는 승려였다. 

그래서 좌선시간에 산문을 지키며  봉법을 연마하거나 권법을 더 연마를 했

다. 그래서 지금 대웅전을  나오는 길이었다. 일우대사는 소천이 대웅전 앞 

마당에서 오체투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저런다고 장문인께서 사마외도를 걷는 너희들을 만나 주실 것 같으냐?'

그리고 고개를 돌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오체투지하고 있는 방향은 

대웅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우대사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는 지난 이십여년간 봐온 노승이  비질을 멈추는 것을 볼수 있었다. 일우대

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노승은 자신이 알기로 그리고 자신의 선배들로부

터 듣기은 바로도 대웅전 앞마당을  쓰는 것을 멈춘적이 없었다. 그런데 멈

춘 것이었다. 일우대사는 정문교대를  기다리고 있을 사형을 생각했지만 발

걸음을 멈출수 없었다. 저 노승이  비질을 멈춘 것은 아무일 없는 소림사에

서 좋은 화제거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승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소천의 앞에  서서 소천의 어깨를 비로 

두 번쳤다. 그리고  비를 들고 다시 마당을  쓸기 시작했다. 노승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고 소천은 잠시  더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양대호는 눈

을 뜨고 바닦에 업드려 있는  소천을 보았다. 양대호는 얼른 주위를 둘러보

았다. 그는 대웅전의 한쪽에서서 냉소를  짖고 있는 승려를 보고는 얼른 소

천을 부축했다. 

"소대협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리 소림에서 박대를 한다고 그래도"

소천은 고개를 들어 노승을 바라보았다. 노승은 등을 보이고 있었다. 그 등

은 평범한 노인의  등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주 

잠깐 소천은 그 노승의 비질에서 사부의 향기를 맞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소천도 몰랐다. 그러나 그의 몸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움직였다. 아

니 그 ㅉ은 순간 소천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

다. 그냥 텅 비어 있었다. 소천은 잠깐전의 일을 기억해 보았다. 그러나 아

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그냥 무언가 잃어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

을 뿐이었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승은 변함없이 마당을 쓸고 있

었고 해는 어느새 온누리를 비추고 있었다. 

"뭐라구 다시 한 번 말해보거라."

일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혜명대사의  미륵같던 양뺨은 시퍼렇게 되어 있었

다. 인자한 두눈에 흐르던 서기는사천왕상에 나타나는 신광으로 변해 있었

다. 일우는 무릅ㄲ은 몸을 움츠렸다. 소림사 칠십이종절예중 두가지를 대성

하고 소림사 십팔나한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인 일우였지만 나한전주인 혜

명대사의 신광앞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일이었습니다."

일우는 사형인 일각을 바라보았다. 산문을 교대하면서 자신이 본 사실을 잠

시 떠벌렸다고 그것을 바로 고해바쳤냐는 원망의 눈길이었다. 

"어서 본대로 고하지 않고 뭣하느냐"

"예 예"

일우는 고개를 땅에 대며 자신이  새벽에 본 것을 말하였다. 혜명대사의 얼

굴이 몇번이고 급변을 하더니 두 눈을 내리감았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을 연달아 십여번을 외우던 혜명대사는 눈을 번쩍 떴다. 

"어깨를 몇번 쳤다고"

"두 두 번입니다."

"확실하냐?"

"예 노승이 그자에게 다가가는 것부터 보았습니다. 두 번이 맞습니다."

혜명대사는 한쪽에 서 있는 일각을 바라보았다. 

"장문사형은 어디에 계시느냐?"

"지금 황실에서 온 칙사와 환담을 나누고 계십니다."

"일각 너는 청룡장에서 오신 분들에게  오늘 저녁 나와 차나 같이 하잔다고 

전해라."

"오늘은 언가의 가주님하고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음 그럼 내일 뵙자고 전해라."

"예"

혜명대사는 일우를 보며 말을 하였다. 

"일우"

"예 사숙님"

"너는 그 노승의 일거수 일투족을 노치지 마라. 너에게 맏기는게 안심이 안

되기는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활짝 웃는 일우를 보면서 혜명대사는 쓴 얼굴을 하고 문을 나섯다. 그는 방

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지객당의 한 객실에서는 웃음이  터저 나오고 있었다. 구들방에는 소천일행

과 두명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한명은 희끗한 머리와 이마에 깊이 패인 

주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중년인은  검은머리와 주름이 조금 

적다는 것을 빼면 옆의 사내와  얼굴이 닮았다. 이둘은 언가의 삼형제중 첫

째와 셋째였다. 둘째 언정문이 녹림도적의 괴수에게 패해서 부상을 입자 복

수를 하겠다고 중원표국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저들의 세력이 깊은 

산속에 숨어 있어서 초봄이나 되어야 찾아 나설수 있다는 말에 시간을 내어 

소림사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둘은 십수년동안 강북제일권의 자리를 놓고 용권노사 하연적과 몇차례 비

무를 가진적이 있었다. 용호상박의 싸움인 지라 이들의 비무는 한동안 강북

무림계의 화제가 되었었다. 그러나  언가에는 전통이 있엇고 이들에 못미치

지만 강호에서 일류로 손꼽히는 권법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에 비해서 용권

노사 하연적은 홀홀 단신이었기  때문에 세력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언가가 무림오대세가로 불리울 때 하연적은 섬서의 기반마저 버리고 

강남으로 낙향을 해야 했었다. 그로부터  몇 년뒤에 다시 만나는 것이니 모

두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예전의 살벌했던 비무가지금은 서로 웃을 수 있

는 추억담이 되어 있었다. 웃음을 멈춘 언정일은 수염을 한손으로 메만지며 

말을 했다. 

"사실 하남과 협서  일대에는 청룡장에 대한 온갖  악의적인 소문이 떠돌고 

있소이다. 나도 처음에는  반신반의를 하였소이다. 그러나 이렇게 청룡장의 

영웅호걸들을 뵙게 되니 모두가 낭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소. 강호의 소

문이라는 것은 정말로 믿을게 못되는 구료 허허허."

소천이 환한 얼굴로 말을 하였다. 

"그렇게 봐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허허허 별 말씀을, 그보다 하노영웅께 이 언무가 한가지 청이 있소이다."

하연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허허허 언가의 가주께서 이 늙은 필부에게 무슨 청이 있다고 그러시오."

"꼭들어 주셔야 합니다."

"어디 들어나 봅시다."

"올봄에 중원표국 화산파 장안표국 우리 언가가 힘을 합하여 산서일대의 녹

림도들을 토벌할 것이오."

언정일의 말에 소천은 얼굴을 살짝  굳혔다. 그가 예상했던 것이 너무도 빨

리다가오자 약간 심적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언가의 가주가 직접적

으로 요청을 해올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언정일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네곳이 힘을 합친 이상  산서일대의 녹림도들은 독안에 든 쥐나 마찬가

지요. 하권사께서는 우리와  함께 산천유람이나 같이 즐기십시다. 여기계신 

이분들도 함께 가시지요. 그곳에서  강북의 여러 영웅호걸들과 만나서 허심

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청룡장에 대한 오해도 자연적으로 풀리게 될 

것입니다."

하연적은 껄걸 웃으며 소천을  바라보았다. 이번일의 결정은 소천이 내려야 

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했다. 

"언가주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저희들은 기쁘기 한량이 없군요. 하권

사님께서 응낙만 하신다면 저희들도 따라가겠습니다."

소천의 말에 하연적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말을 하였다. 

"좋소이다. 언가주와  함께 가는데 무엇이  두렵겠소. 언가주님과 동생분만 

믿소이다."

하연적의 말에 둘은 껄걸 웃었다. 

"우리가 하노영웅님의 그늘에 의지를 해야 할껍니다. 하하하 하하하"

혜명대사는 장문사형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황실에서온 칙사를 대

접하고 잠시 시간을 내어 만난 것이었다. 소림사 장문인은 혜원대사는 눈보

다 더 하얀 눈섭을 하고  있었고 단전까지 내려온 흰 수염은 불광의 잔영인 

듯 빛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혜원대사의 손에 잡힌 염주는 쉬임없이 돌

아가고 있었고 감긴 두눈은 떠질줄 몰랐다. 입술은 불경을 ㅇ조리는지 달싹

이고 있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혜명대사는 눈에서 신광을 뿜어

대며 말을 하였다. 

"장문사형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미타불 모두 부처님의 ㄸ이로다."

혜원대사는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맑고 맑고 깨끗했

다. 혜명대사가  뿜어대는 신광을 정면에서  마주하고도 혜원대사의 눈길은 

흔들림이 없었다. 

"너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것이냐?"

"법보가 외인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사형께서는 걱정이 되시지 않습

니까?"

혜원대사는 합장을 하고 불호를 나직히 외웠다. 

"아미타불"

그리고 혜명대사를 보며 말을 하였다. 

"외인이 어디 있는고?"

"장문사형 저는 선문답을 하러  온게 아닙니다. 저는 법보를 소림사 밖으로 

유출시킬수 없습니다."

"소림사는 어디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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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제로 사람을 죽인다. 좀 색다른 설정이죠. 

음 이러다가 자화자찬으로 끝나겠다. 핵심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정력제를 남용하지 맙시다. 

#5274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22                           01/28 06:36   324 line

혜명대사는 그 푸덕한 볼을 떨며 말을 했다. 

"장문사형 그것은 저희 소림만의  보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전 불자의 보물

입니다. 우리 소림은 그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미타불 오조께서 육조께 법(法)을  전하되 보(寶)를 전하지 말라는 ㄸ을 

사제는 아직 깨닫지 못했느냐."

"장문사형 저 같은 무식쟁이가  뭘 알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소림사 밖으

로 유출이 되어서는 안되는 겁니다."

혜원대사는 눈을 감으며 나직히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모든 것이 부처님 ㄸ대로 될 것이다. 그만 물러가거라."

"장문사형"

혜명 대사가 다시 한번 불러  보았지만 혜원 대사는 두 눈을 감은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혜명대사는 합장  배례하고 방장실을 나왔다. 그의 주먹은 불

끈 쥐어져 있었다. 

"너무 쉽게 결정을 하신 것 아니십니까?"

진명은 소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천도 고개를 끄떡였다. 

"나도 언가에서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소. 우리가 거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소."

"그렇습니다. 무림 오대세가 중  한곳인 언가의 가주가 직접 청을 해오는데 

거절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연적의 말에 천일정은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소천은 중인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일단 결정이 된 이상 모두 따라주기 바라오. 그리고 우리가 전면에 나서서 

싸울 일은 별로 없을 것이오. 또한 그래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불호성이 들려왔다.

"아미타불 소승 일각입니다. 나한각주님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소천은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승려 한명이 합장을 하고 있는 것이 보

였다. 그는 소림십팔나한의 수좌인 일각대사였다. 소천 일행은 모두 일어섯

다. 일각대사면 당금 장문의 바로  아래 항렬로 소림에서도 꾀 높은 위치였

다. 게다가 십팔나한의 수좌라는  위치는 무림에서도 녹녹한 자리가 아니었

다. 소천은 일각을 보며 이렇게 생각을 했다.

'장로급에서 면담이 나오는게 아니라 그  아래 항렬을 보내는 것을 보면 소

림이 우리 청룡장을 업수이 여기는 것이 무당보다 심하구나. 이번에 언가가

주의 청을 거절했다면 강북무림의 인심은 완전히 잃을뻔했구나.'

소천은 밖으로 나가 말을 했다. 

"들어오시지요."

"아닙니다. 사숙님께서 소대협을 잠시 뵙고자 합니다."

그말에 중인들은 나직한 탄성을  터뜨렸다. 나한각주면 소림사 장문인의 사

제로 소림 무승의 수좌였다. 소천이 원했던 장로급 인사 중에서도 최고위급

이었다. 이렇게 바쁜 시기를 생각한다면 평소 장문인이 직접 시간을 내주는

것과 같은 대우였다. 소천은 얼굴을 활짝피며 말을 했다. 

"좋습니다. 언제 찾아 뵙도록 할까요."

"바쁘시지 않으시다면 지금 와주십사 하셧습니다."

"하하하 바쁠게 뭐 있습니까. 앞장을 서시지요."

일각은 몸을 돌렸다. 일각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원래 내일 접견을 하기로 

하였는데 자신이 지객당으로 오기도  전에 사숙이 득달 같이 달려와서 지금 

즉시 모셔오라고 말을 바꾼 것이었다. 평소의 사숙으로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다. 

다른 전각과 암자가 신도들로 붐비는 것에 비하면 나한각은 매우 조용했다. 

나한각의 마당에는 십수명의 승려들이 목봉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한명

의 후덕한 몸집을  하고 있는 승려가 목인을  가지고 권법을 연마하고 있었

다. 동작은 매우 절제가 되어 있었고 그 하나 하나에 움직임에는 강맹한 힘

이 들어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매우  단순한 동작을 진중하게 

펼친다며 웃을 것이었다. 그러나  소천일행중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은 양

대호밖에 없었다. 권법으로 이름을 날린 하연적의 얼굴은 경탄의 빛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천일정이나 진명도 마찬가지였다. 소천은 그것을 보

고 얼굴을 굳혔다. 그 일초 일초에 살기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좋은 일 때문에 부른 것 같지는 않구나.'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그 승려는 몸을 돌려 다가왔다. 

"아미타불 빈승은 혜명이라고  합니다. 강남에 청룡노야께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것을 듣고  한번 뵙고 싶어했습니다. 이렇게  그분의 제자를 만나게 

되니 모두 부처님의 ㄸ인가 합니다."

그말을 듣고 소천  일행은 낮빛을 고쳤다. 혜명대사의  그 말투는 강호에서 

상대에게 도전을 하는 통속적인 말이었다. 하연적이 한발 나서며 포권을 취

했다. 

"대사님의 권술을 보니 소림의  무학이 천하대종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미타불 청룡노야의 이름도 천하에 울리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서로의 무

학을 논해 보는 것 이 어떻겠습니까."

하연적이 얼굴을 굳히며 말을 하였다. 

"대사"

소천이 팔을 들어 하연적의 말을 막았다.

"대사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작은 재주나마 펼쳐 보이겠습니다. 보고 

웃지 마시기 바랍니다. 검을 좀 빌려 주십시요."

그말에 한명의 무승이 연검을 가지고  왔다. 소천이 산문을 오를 때 맏겨두

었던 검이었다. 그것을 보고  중인들을 얼굴을 굳혔다. 혜명대사가 오늘 쉽

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ㄸ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천은 검집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검을  꺼내는 시늉을 하였다. 창 검이 뽑히면서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것을  본 혜명대사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십팔

나한이나 소천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이기어검"

척 손을 내리자 검이 검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단 한수였다. 그러나 혜명대

사를 비롯한 십팔나한과 소천 일행  중 그의 경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

람은 양대호뿐이었다. 혜명대사는  얼굴을 굳혔다. 이기어검의 경지라면 자

신이 내세우려 했던 일각이나 일견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십팔

나한진을 펼치거나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엇다. 그러나 어느것도 소

림의 위신을 깍아 내리는  것이엇다. 십팔나한진은 소림의 일류고수들이 다

수로 한명을 핍박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손

을 쓴다는 것도 강호의 배분과 위신 명성으로 볼때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혔

다는 말을 들을 것이 뻔했다. 

물론 혜명대사는 소천이 자신보다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강

호에 알려진 바는 청룡장은  구대문파에 한참 못미치는 이류문파였다. 그런 

이류문파의 고수를 대소림의 최고고수라고  손꼽을 수 있는 자신이 직접 상

대한다는 것은 분명히소림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혜명대

사는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했다. 혜명대사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고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일각대사가 봉을  건네 주었다. 혜명대사는 합장을 하며 말

을 하였다. 

"아미타불 한수 가르침을 바라오."

소천도 검을 빼들었다. 아무리 소림이라지만  이런 대접에 참고 있을 수 많

은 없는 것이었다. 

"물러서십시오."

소천의 말에 소천 일행은 뒤로 물러섯다. 척 봉이 소천의 미간을 가리켰다. 

소천의 검도 혜명대사의 미간에 멈추었다. 봉도 검도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

다. 혜명대사는 소천을 보고 저으기 놀라고 있었다. 검날 사이로 자신의 몸

을 완벽히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신검합일의 경지였다. 물론 혜명대

사도 봉 하나로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이러한 고수들이 싸움

을 벌인다면 백일을 가도 승부를 가르지 못하거나 단 일초에도 승부를 가를

수 있었다. 상대가 실수하지 않는한  어느 한쪽이 쉽게 이긴다는 것은 불가

능햇다. 상대가 실수나  헛점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을  유도해 내어야 했

다. 상대의 헛점과  실수를 유도해 낼수 있는  자야말로 고수중의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소림이다.'

소천은 혜명대사의 봉이 소실봉만한 크기로 보이고 있었다. 탓 소천의 신영

이 먼저 움직였다. 상대가 헛점을 보일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소천에

게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붕붕붕 혜명대사의 봉이 천변만화하면서 

수백개로 보였다.  파파파 소천의 검도 잔떨림을  일으켰다. 소천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저 나왔다. 

"청룡만파"

청룡의 꿈틀거림에 무수한 파도가  친다는 의미의 검초였다. 청룡검법의 가

장 화려한 변식을 가지고 있고 한명이 사방에 있는 다수의 적을 상대 할 때 

쓰는 검초였다. 그러나 이 것은 검세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고수를 상대하기

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천은 그런 제약을 뛰어 넘고 있었다. 사방

으로 뻣어 나가는 검세를 단 한명에게 몰아서 내려칠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파파파 검과 봉이  어우러지고 둘의 신영은 십여장씩 물러섯다. 그

러나 그렇게 물러섯다고 보는 순간 둘은 어느새 서로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봉과 검영이 중인들의 눈을 어지럽게 하였다. 

나한전에 모여 있는 자들중에 둘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양대호는 눈이  어지러웠으나 꾹참고 보고 있었다. 이런 비무는 

평생가야 한번 볼까 말까한 일이었다. 척 둘의 신영이 다시 떨어졌다. 이번

에는 전처럼 달려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소천의 왼손은 혜명대사를 

향하고 있었고 검을 쥔 오른손은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었다. 혜명대사도 왼

손을 가슴에 내놓고 있었고 봉은  뒤에 감추고 있었다. 단지 왼쪽어깨로 봉

끝이 나와 보이고 있었다. 

하연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둘은  지금 최후의 일초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었다. 소천은 소천대로 오래 끌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혜명대사는 혜명대사 

대로 일찍 끝내야 했다. 오래  끌다가 이 사실이 장문사형에게 들어가는 날

이면 자신의 징계는 물론 자신의 이러한 노력이 아무런 결실도 없게 끝날수

가 있었다. 이번에 먼저  움직인 쪽은 혜명대사였다. 혜명대사의 신영이 땅

위를 스치듯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발은 땅에 닿지 않고 있었고 장포

만 살짝 끌리고 있었다. 봉은 여전히 혜명대사의 뒤에 있었다. 

소천의 신영도 떠올려졌다. 소천은  검을 앞으로 내밀며 양손으로 움켜쥐었

다. 소천은 높게 떠올랐기  때문에 혜명대사의 머리위부분으로 날아가고 있

었다. 소천의 검이 혜명대사를  양단할 듯이날아들자 혜명대사의 봉이 등뒤

에서 치솟아 올랐다. 그 봉은 마치 살아 있는 용처럼 소천을 휘몰아쳐갔다. 

파앗 소천의 검이  봉의 허리를 갈랐다. 그순간  혜명대사의 왼손이 소천의 

옆구리를 가격해 들어갔다. 소천의  신영은 허공중에 떠있었고 전력을 실은 

검은 혜명대사의 봉을 가르고 있었다. 따라서 이순간에 허공에서 몸을 바꾼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봉을 자른 소천의 검이 소천의 손을 떠나 저멀리 날아가고 소천의 오른손이 

혜명대사의 왼손과 맛부딧쳤다. 파악  소천의 신영이 그대로 뒤집어 지면서 

십여장을 날아갔다. 그순간 혜명대사의 발이 땅에 닿으면서 한번 굴려졌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소천을 뒤ㅉ아 날아갔다. 혜명대사는 반으로 잘려진 봉

을 검이나 도처럼 끝부분을 잡고 있었다. 소천은 그 단봉을 보았다. 그것은 

이미 봉이 아니었다. 봉에서는  날카로운 검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검

기가 소천의 전신을 노리고 휘몰아 치고 있었다. 

'소림에 저렇게 패도적인 검법이 있었는가.'

소천은 놀랐다. 그러나 놀라고만 있을 틈이 없었다. 소천의 손에는 지금 아

무런 병장기도  없었다. 소천의 손바닥이 펼쳐졌다.  혜명대사의 봉은 지금 

어떤 보검보다 날카로운 상태였다. 바로 검기를 넘어선 검강이 실려져 있었

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손을 들어  막는 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

다. 소천의 손이 소매속으로  들어가고 소맷자락이 펄럭이며 전면을 보호했

다. 파라라 소천의 소매가 혜명대사의 봉을 내치기 시작했다. 

소매가 수도없이 떨리면서 혜명대사의 봉과 부딧쳤다. 만약 이 한수를 백리

인군이 보았다면 혈마라는 외침을 터뜨렸을 것이었다. 소천의 이 한수는 혈

마가 백리장천을 상대  할 때 쓰던 바로  그 한수와 일맥상통하는 수법이었

다. 소천은 혜명대사의 경력에 밀려 다시 뒤로 몸을 날렸다. 혈마는 백리장

천의 검을 튕겨  내었지만 소천은 그러지 못한  것이었다. 소천의 양소매는 

걸래짝같이 잘려져 있었다. 소천의  공력이 들어가 있어서 어지간한 보검으

로는 흠집도 내지 못하게되어  있었는데도 무딘 봉이 칼날처럼 자른 것이었

다. 소천의 신영이 뒤로 물러나면서 땅에 떨어진 검을 잡아 갔다. 

그순간 혜명대사의 봉이 소천의 뒤를  ㅉ았다. 소천은 그 위세에 검을 잡지 

못하고 뒤로 물러섯다. 그리고  무엇에 걸렸는지 땅바닥을 굴렀다. 그때 혜

명대사의 봉이 내리쳐졌다. 소천의  눈은 혜명대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

다. 그것은 패배자의 눈이 아니었다.  소천의 양손이 땅을 쳤다. 그 반력으

로 소천의 신영은 뒤로 더욱  빠르게 나아갔고 혜명대사는 그 뒤를 ㅉ았다. 

그순간 뒤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검기를 느낄수 있었다. 혜명대사는 몸을 돌

리며 봉을 전신을 보호했다. 파악  검은 혜명대사의 머리를 스쳐 지나서 소

천의 손으로 날아갔다. 혜명대사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소천을 바라보았다. 

만약 소천이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혜명대사는 뒤에서 날아

온 검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 챈것이었다. 이것은 

물론 암수였다. 그러나 먼저  소천을 핍박한 것은 혜명대사였다. 소천이 땅

에 굴렀을 때  봉을 멈추고 합장을 했다면  혜명대사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났을 것이었다. 소천도 그런  암수를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혜명대

사가 계속 손을 ㅆ기 때문에 소천은 그런 암수를 쓴 것이엇다. 그리고 혜명

대사를 상하게 할수 없어서 뒤로 물러서면서 그를 유인한 것이었다. 소천은 

검을 집어 넣고 포권을 취했다. 

"마지막에 손을  거두어 주셔서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역시 소림무학은 

무림일절입니다."

소천이 엄지손가락을  꼽자 십팔나한은 불호성을  외쳤다. 그들의 불호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소리에  혜명대사는 가슴을 얻어 맞은 듣한 느낌이 

들었다. 혜명대사는 축처진 어깨를 하고 눈을 내리감고 합장을 했다. 

"청룡장의 무학도 무림일절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엇소이다. 오늘 내 안계

가 확넒어진 느낌입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아미타불 소대협게 빈승히 간곡히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혜명대사가 합장을 하며 허리를 숙이자 소천도 급급히 허리를 숙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법입니다. 이점을 유념해 주십시

오."

소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혜명대사의 말을 알 것 같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

도 했다. 그러다 고개가 끄떡였다.  

'우리 청룡장더러 그냥 강동의 패주로 만족하고 있으라는 말인가.'

소천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합장 배례를하였다. 혜명대사는 보(寶)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패했으니  그것을 소천이 가져 가지 않기를 바

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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