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촌설살인 (23/95)

6. 촌설살인(寸舌殺人 세치 혓바닥으로 사람을 죽인다.).

소천 일행은 무창성에서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길

을 떠났다. 원래는 장강줄기를  따라서 선창까지 배로 가고, 그곳에서 육로

로 무당산까지 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일이 늦어 지는 것 같아서 무

창에서 호북을 가로 질러 흐르는 장강지류를 타고 올라는 것으로 행로를 바

꾸었다. 

이 장강지류는 한강(漢江)이라고 불렀다.  그 물줄기는 협서의 남부에 있는 

진령산맥과 사천의  경계를 이루는 민산산맥의 가운데서  발원을 하고 있었

다. 그곳에서 시작이  되어 수천리를 굽이쳐 흐르며  무창에 이르러 장강과 

만나는 것이었다. 말이  지류지 그 자체로 큰  강이라고 불리울 수 있었다. 

이 강은 호북성의 토지를 비옥하게 해주고 있었고 운송에도 많은 편리를 주

고 있었다. 너른  평야를 흐르기 때문에 유속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 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데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배는 사오십여명이 탈수 있는 중형 민선이었다. 이배는 무창을 왕복하며 호

북성내의 물자와 사람을 운송하는 배였다.  강폭은 양안이 서로 잘 보일 정

도였다. 그러나 그 거리는  족히 이십리는 되는 넒이였다. 강가에는 제방이 

있었고 그 뒤로는 너른 하늘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방뒤에는 평야가 있었

지만 이곳에서는 제방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주위의 시야를 생각

하면 제법 묵직한 산이 보일법도  한데 보이는 것은 제방과 맛다은 하늘 뿐

이었다. 

배위에는 소천 일행이  타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이십여명의 인원들이 타고 

있어서 배안은 시끄러웠다. 한쪽에는 투전을 하는 이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

에는 몇 명의 사내들이 모여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소천은 강을 따라 내

려가는 배에 시선이 멈추어 졌다. 배위에는 짐이 바리바리 실려져 있었는데

도 배는 빠르게 나가고 있었다.  소천의 상식으로는 저렇게 짐을 많이 싫으

면 배가 가라앉아야 정상이었다. 소천은 진명을 보고 물었다. 

"저렇게 짐을 많이 실었는데도 배가 가라 앉지 않다니 이상한 일이오."

그말에 용권노사 하연적이 웃으며 말을 했다. 

"소공자께서는 이곳 호북에 처음 와 보시는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하권사께서는 저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저건 목화입니다. 호북에는  목화밭이 널려 있지요. 이  강 일대에가 모두 

목화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목화는 황하 일대에서 심는 것인줄 알았는데 이곳 호북에서도 심는 구료."

"그렇습니다. 이곳은 토질이 좋고  온난하여 일년에 두 번이나 수확을 할수 

있지요. 값도 쌀보다 비싸니  모두들 나서서 목화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중

원에서 나는 목화의 반이 바로  이 호북에서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목

화는 강남으로는 잘오지 않습니다.  따뜻하니까 솜을 쓸 곳이 없지요. 이불

을 만드는데 쓰기도 하지만 그런거야 극소량이고, 대부분이 강북에 뿌려 집

니다. 이곳 목화밭은 대부분  남궁세가의 소유거나 남궁세가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남궁세가의 주력 사업이 바로이 목화와 쌀입니다."

"흐흠 쌀은  누구라도 먹어야 하는 것이고,  목화는 강북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니 남궁세가는 그야말로 땅집고 헤엄치기 장사를 하는군요." 

소천이 그런 말을 하자 배위에  있던 몇 명의 사내들이 고개를 돌려서 소천 

일행을 째려보았다. 하연적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 목화밭은 사천방이라는 흑도문파가 장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은 천하의  뿌려질 목화물량을 주름잡으며 값을  폭등시켜서 폭리를 취하여 

왔었습니다. 남궁세가는 그것을 보다  못해서 사천방과의 싸움에서 이긴 뒤

에 이곳을 접수한 것이지요. 지금은 적정선에서 각처로 공급을 하고 있습니

다."

소천은 피식 웃었다. 남궁세가가 사천방을 친 이유는 그들이 목화값을 폭등

시켜서 서민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지 못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들

이 목화밭을 차지하고 싶어서 친 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그러나 백도문파의 

무력사용에는 대의명분이 따라야 하는  법이었다. 소천은 뒷짐을 지고 제방

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의 하늘이 보였다. 

'진정으로 정의만 아는 백도문파라는 것은 아마 없는 거겠지'

소천은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그때였다. 배에 타고 있던 한 청년이 한곳을 

가리키며 고함을 쳤다. 

"시체다."

일순 중인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소천도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배

의 왼쪽에서 하나의 물체가 둥둥 떠가고 있었다. 

"사람이 떠내려가 가고 있소이다. 어서 배를 가까이 대시오."

시체를 발견한 청년이 외쳤지만 수부들은 시큰둥 할 뿐이었다. 자신들이 시

체를 건지면 묻어  줘야 하고 또한 관아에 알려야  했다. 거기서 끝이 나면 

다행이었다. 잘못하다간 관아에 끌려가서  여러 가지 곤욕을 치루어야 할지

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곤욕은 치루지 않더라도 며칠동안 관아에 불려간

다는 것은 하루벌어  하루사는 수부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그런 것을 이 

청년은 아닌지 모르르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보다못한 소천이 

턱짓을 하자 한상귀가 성큼 나섯다. 그는 선장에게 다가가 한냥짜리 은자를 

내밀며 말을 했다. 

"시체는 우리가 처리할테니 배를 저쪽으로 대게"

그러면서 한상귀는 허리춤을 슬쩍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장검의 손잡이가 

보였다. 허리에 차고 있는  연검의 손잡이었다. 선장은 은자와 장검을 보더

니 소리를 쳤다. 

"배를 시체 가까이 대라"

선장의 말에 한상귀는  은자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자리에 와서 섯다. 소리를 치던 청년은 머쓱해졌는지 입을 다물고 한상귀를 

바라보았다. 배가 시체 가까이 가자  한명의 한상귀 옆에 있던 무사가 밧줄

을 던졌다. 오륙장이나 되는 거리였고  또한 물이라서 줄을 걸기가 쉽지 않

았을 텐데 그는 어렵지 않게 줄을 걸더니 슥슥 잡아 다니는 것이었다. 그리

고 배 가까이오자 줄을 한번  튕겼다. 그러자 수십근이 나가는 사람이 물위

로 튀어 오르며 갑판위로 떨어져  내렸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들

어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 시체는 청의인의 손에 안착이 되었다. 

척 하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을 사방으로 튕겼다. 금방 물에 빠진 듯이 몸은 

불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 청의인이 무엇을 느꼈는지 손을 뒤로 쑥 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상귀가 발로 그 인영을 걸쳤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한상귀의 발에 걸린 시체는 축 늘어졌다. 한상귀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

는 왜 이준이 그 시체를  노친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체는 여인

이었다.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축  늘어진 몸의 일부가 움직이고 

있었고 아래로향한 가슴은 사내의 그것과는 달리 앞으로 튀어져 나와 있었

던 것이었다. 

아마도 이준은 만지지 말아야 할곳을 만진 것 같았다. 턱 한상귀의 발이 돌

려지고 여인의 얼굴이 드러나자 소천일행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녀는 장

강의 민선위에서 본  바로 그 여인이었다. 창백한  안색이기는 했지만 곧은 

콧날과 작고 예쁜 입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하였다. 쿨럭 하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입에서 물이  약간 토해져 나왔다. 소천은 눈살을 찌뿌

렸다. 그리고 여인의 가슴에  꽃힌 부러진 화살을 바라보았다. 보통 화살보

다 굵었고 날렵한 유선형이었다.  바로 물속에서 쓰는 작살 모양이었다. 물

속에서 쓸수 있게 고안된 소형  쇠노의 살이었다. 이런 종류의 화살은 장강

수로맹에서 쓰는 것밖에 없었다.  

"기어코 일을 벌렸군."

그때 청년이 다가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형산파의 양대호라고 합니다."

그말에 진명이 나서서 포권을 취했다. 

"청룡장의 진명이라고 하오. 이분은 용권노사 하연적 하대협이시고, 이분은 

단양수 천일정.  이분은 소천공자님이시오.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갑소이

다."

진명의 소개에 양대호는 눈을 크게  떴다. 진명이나 하연적 천일정 같은 이

들은 강호에서도 알아주는 고수들이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며 뭐라고 할 

때 소천이 먼저 말을 했다.

"장강수로맹의 수상객들이 추적해 오지 않나 살펴 보시오."

양대호는 그말에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말을 했다. 

"이 여인이 수로맹과 싸우다 이렇게 된 것입니까."

"그렇소. 이 쇠노가 그것을 증명하오. 이건 물속에서 쓰는 것이오."

소천의 말에 배위에 타고 있던  수부들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들도 장강

위에서 사는  인물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강수로맹의 그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적을 도와 주었다면 자신들에게도  해가 올 것 만 

같았다. 소천은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형산파에서 이 아가씨를 데려 간다고 하면 저들은 모두 무사할 것이오."

그말에 양대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상귀는 여인의 어깨를 잡아 끌어

서 난간에 기대게 하였다. 소천은 고개를 돌렸다. 저멀리 부두가 보였다. 

"일단 배에서 내립시다. 그리고"

소천은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사내를 보고 말했다. 

"이 소저는 청룡장에서 데려 간다고 장강수로맹의 인물들에게 급히 가서 고

하시오. 어쨌든 당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바라오."

소천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배가 선착장에 닿기를 기다렸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소천이 먼저 올갔다. 턱 하니 한상귀가 여인을 어깨에 걸쳤다. 머리카

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개의치않는 모양이었다. 선착장에 있던 

이들중 한명이 급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소천은 쓰게 웃었다. 

'장강수로맹이군'

양대호는 소천일행의 뒤에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배위에 있던 인

물들은 모두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고 선착장에 있던 이들까지 사방팔방으로 

짐들을 가지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배의 선장만 울상을  짖고 배위에 남아 

있었다. 그는 배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패가촌은 한강(漢江)에 있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다. 농업이 주인 이 마을

은 삼십여호 남짓 한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객점이 있을 턱

이 없었다. 평상시라면 몇냥의  은자를 쥐어주고 방을 빌리면 되었다. 그러

나 장강수로맹과 싸운 여인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소천 일행은 바로 마을

을 빠져 나왔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너른 평야였고 목화밭이었다. 

"갑시다. 어쨌든 장강수로맹과 드잡이 질을 할 수는 없으니까."

소천은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양대호도 전력

을 다해서 신법을 펼쳤다.  그러나 점점 뒤쳐지기 시작했다. 양대호의 얼굴

이 벌개져 있었다. 

'저들이야 강호의 고수들이니 내가 뒤져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그 뒤를 따

르는 이들은 일개  무사들 같은데 대 형산파의  제자가 뒤쳐져야 말이 되는

가.'

양대호는 그렇게 스스로  다짐을 하고 더욱 공력을  높혔다. 그러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양대호는 얼마  안가서 그들의 종적을 

노쳐 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종적을 노치자 숨이  가빠오고 다리에도 힘이 

빠졌다. 털썩 양대호는 길 한가운데 주저 앉았다. 무리하게 공력을 끌어 올

리느라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져  있었기 때문에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지

경에 처한  것이었다. 양대호는 길에 앉아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공력의 손실이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한상귀가 화살이 밖힌 자리를 칼로  그어내자 붉은 피가 가슴을 적셨다. 화

살촉이 양갈래로 뻣어 있어서 잘못 뽑았다가는 크게 다치는 수가 있었기 때

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뽑아 내었다.  화살촉을 뽑자 그 위에 금창약을 바르

고 몇번 접은 천조각으로 압박한  다음 상의를 찢어 만든 붕대로 감아 주었

다. 그 일이 끝나자 몸 여기저기에 나 있는 작은 상처들에 금창약을 발라주

었다. 

"일이 곤란해졌군요."

진명은 눈살을 찌뿌렸다. 장강수로맹의 일에 관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

도 없었지만 일이 꼬이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만 것이었다. 죽어가는 여인을 

버려둔다는 것은 백도문파로서는  할짓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는 했지만 씁쓸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허허 장강수로맹과 직접  칼부림을 한것도 아닌데 무얼  그리 걱정을 하시

오. 그들이 호랑이 간을 삶아  먹었다고 해도 본장의 위엄을 거스리지는 못

할 것이오."

하연적은 태연히 말을 했다. 그리고 단양수도 고개를 끄떡였다. 

"개를 때릴 때도 주인을 보고 때리는 법이오. 우리가 수로맹과 직접적인 원

한을 맺지 않았으니 그들도 크게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오. 돌아가는 길

에 수로맹에 경과를 설명하도록 합시다.  그래도 안되면 내가 손을 좀 봐주

겠소."

소천은 고개를 돌려 한상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되었소. 한 대주."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소천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너른 벌판이었고 하늘에는 별들

이 초롱초롱 떠 있었다. 불을 피우지 못해서 그런지 싸늘한 한기가 밀려 들

어왔다. 소천은 상처를 입은  여인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런 

벌판에서 불을 피울 수는 없었다.  불을 피우는 것은 나 여기있소라고 외치

는 것 보다 더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화살촉을 뽑고 지혈을 

한 사람을 들고 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상처가 터져

서 더욱 위험해 질 수 있었다. 

소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인의 옆에 앉았다. 달빛이 여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햐얀 안색과  그린듯한 눈섭 그리고 이슬을  머금고 있는 속눈섭이  

눈길을 끌었다. 꼭 다물어진 작은 입술이 오물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

인지 아니면 무엇을 먹는 꿈을  꾸고 있는지 몰랐다. 소천은 가만히 여인의 

뺨에 흘러내린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었다. 

주위에는 밤 안개가 점점 깔리기  시작을 했다. 땅과 강에서 낮에 올라왔던 

수증기가 밤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생기는 안개였다.  안개는 주위를 점점 

보듬어 안기 시작했다. 저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빛이 점점 흐릿해져가고 있

었다. 소천의 머리위와 여인의  볼위에도 안개가 내려 앉기 시작했다. 소천

의 시선은 여인의  속눈썹위에 매달린 이슬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한없이 

작고 티없이 맑았다. 바르르 여인의  몸이 떨리고 이슬이 똑 떨어져 눈속으

로 들어갔다. 소천은 자신의 상의를 벗어서 여인의 몸위에 덥어 주었다. 그

러자 주위에 있던 호법들도 상의를  벗어서 여인의 몸위에 덥어 주었다. 안

개는 점점 짙어져 가고 있었다. 

양대호는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떴다. 주위에는 안개가 자욱히 깔려 있어서 

사방을 분간 할 수가 엇었다. 자신이 어디서 달려왔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양대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형산에서 하산을 할 때만 해도 강호에 나가 협명을 떨치려고 했는데, 강호

의 이류 문파의 일개 무사보다도 못한 존재라니."

양대호는 안개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리고  한 곳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가도가

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꽤 오랜 시간을 걸었다고 생각한 양대호는 

다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안개 뿐이었다. 양대호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저멀리서 요란히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개짖는 소리에 양대호는 벌떡 일어났다. 개가 짖는다는 것은 마을이 있다는 

것이었다. 양대호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안개가 짙었기 때문에 경

공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양대호는  잰걸음으로 개가 짙는 마을쪽으로 걸어

갔다. 

안개속에서 희미한 불빛들이  보이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이리저리 오고가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 고기를 굽는 듯한  냄새도 코끝을 간지럽혔

다. 양대호는 급히 불길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몇 명의 사람

들이 불을 쪼이며 앉아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양대호는 주위에 흐릿한 인

영들의 모습이 보이자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을 했다. 

"형산파의 양대호라고 합니다. 길을  잃어서 그러는데 잠시 같이 불을 쪼일

수 있겟습니까."

그말에 주위에 있던 흐릿한  인영들의 움직임이 있더니 무리중에 한명이 광

소를 터뜨렸다. 

"으하하 으하하하 으하하하"

#5230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13                           01/20 06:01   359 line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따라 웃었다. 

"으하하 으하하하 하하핫"

웃음소리는 마을을 울리고 안개를  요동치게 하였다. 그리고 저멀리 하늘까

지 치솟아 올라갔다. 양대호도  따라 웃었다. 웃음소리가 멈추고 쩔그렁 쩔

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양대호의  주위에 흐릿한 인영들이 둘러 쌓았다. 그

리고 몇 명의 인영이 불붙은  장작을 들고 가까이 다가왔다. 양대호는 두명

의 장한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는 사람을 보았다. 떡벌어진 어깨에 가슴에는 

투실한 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턱주위에는  뻣뻣한 수염이 자라있는 

자였다. 바로 장강일교 장운량이었다. 이들은 소천일행이 데려간 여인을 추

적하기 위해서 나온 장강수로맹도들이었다.  안개가 끼어서 이 마을에서 밤

을 지새기 위해서 불을 피워 둔 것인데 양대호가 멋도 모르고 온 것이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말을 했다. 

"나는 장강일교 장운량이라고 하네."

그말에 양대호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검에 손이 같다. 그러나 그가 뒤

로 물러선다고 물러선 곳에는 이미 수로맹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대

호는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호굴에 빠졌음을 알아 차렸다. 양대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그말에 장운량은 허리를 푹  꺽었다. 양대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운량

이 그의 기합성에 놀라 고개를 숙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의 그러한 기대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장운량의 입에서 웃음이 터저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양대호의 주위에 있던 자들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장운량은 웃음을 거두

고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양대호에게 가까이 갔

다. 양대호는 검집에서 검을 살짝 빼내었다. 딸깍 하는 소리가 양대호의 귀

에 무척이나 크게 들려왔다. 장운량도 그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양형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은원이 없는데 양형제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

건가."

"흥 힘없는 양민들을 괴롭히고,  이렇게 다수를 믿고 사람을 핍박하는 것은 

어떤 도리냐. 나는 대 형산파의 제자로서 무림정의를........"

양대호의 말을 더  이어지지 않았다. 주위에서 터저  나온 웃음소리에 기가 

질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운량은 웃지 않았다. 그리고 손을 옆으

로 툭 치듯이그었다. 그러자 웃음소리가 뚝 끈겼다. 

"우리는 양민들을 괴롭힌적이 없네.  흠 우리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마을 공터에 앉아서 밤을 지새는 것을 보면 모르겠나."

양대호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들의 말대로 마을의 공터에 사람들이 몰려 

있을 뿐 집집마다는 모두 불이  꺼진 상태였다. 장운량은 씨익 미소를 지으

며 말을 했다. 

"추울텐데 불 가까이 앉게나."

양대호는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수로맹도들은 다른 한쪽에도 나무를 

모아 놓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뭐 어떤가. 양형제가 여기 앉는다고 해서 우리가 동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자자 이리 오게"

"이리와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양대호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장운량은 

그런 양대호를 보며 말을 했다. 

"우리가 손을 쓸려고  했다면 이미 손을 ㅆ을  것이네. 대 형산파의 제자가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되겠는가."

그말에 양대호는 걸어가서 모닥불 주위에 앉았다. 그가 앉을 자리는 가죽이 

깔려져 있어서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와  습기를 막아주었다. 양대호가 

앉자 장운량이 술병을 권했다. 양대호는 술병과 장운량을 바라보았다. 장운

량은 혀를 차며 말을 했다. 

"술에 독이라도 넣었을 것 같나. 하기사 강호를 돌아 다닐려면 형제처럼 일

단 의심부터 해야 하네."

장운량은 술병을 입에  넣고 꿀꺽꿀꺽 술을 마시고  캬아 하는 소리를 내었

다. 그리고 잘구어진 개다리 한쪽을  잡고 쭈욱 뜯어서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어대었다. 그리고 술병을 양대호에게 건네 주었다. 양대호는 그것을 잡고 

자신도지지 않으려는 듯이 술병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케에엑"

양대호의 얼굴이 붉어지며 술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것이 불길에 닿

자 불길이 갑자기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화주였다. 술에 불을 대면 

그대로 불이 붙는다는 화주였다. 그리고 화주를 멋도 모르고 마셧으니 속이 

탈 법도 한 것이었다.  양대호는 컥컥거리며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자가 개다리를 건네  주엇다. 양대호는 그것을 얼른 씹었다.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그 맛에 몇번  뜯어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그러자 주위

에 사람들이 하하하  하고 웃어대었다. 양대호는 허리를  쭈욱 펴고 앉아서 

그들을 둘러 보았다. 불길에  사람들의 얼굴이 벌겋게 보였다. 장운량은 양

대호를 보고 물었다. 

"소형제는 어쩌다가 혼자가 되었는가."

양대호는 차마 자신의 경공으로  뒤쳐져서 ㅉ아가지 못했다는 말은 하지 못

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에도 뭣해서 우물쭈물거렸다. 그러자 장운량

이 웃으며 말을 했다. 

"그자들이 자네를 떨치고 간 모양이군."

그말에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자신의 경공이 못미쳐 따라가지 못한 것

이 분명했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이 전력을 다해서 양대호를 일부

러 떨쳐 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양대호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장운량은 술을 한모금 먹고 말을 했다.

"청룡장의 인물들은 영웅호걸들이 많아서 어려운 이들을 잘 돌 보아 주는데 

자네를 왜 두고 같는지 모르겠군"

"흥 그자들이  무슨 영웅호걸들이오. 삼혈맹과 야합이나  하고 계집을 보면 

침이나 흘리는 족속들이오."

그말에 장운량은 눈을 반짝였다. 

"하기사 청룡장은 항주와 소주를 장악하고 있으면서 그 일대의 미녀들을 마

음껏 주무른다네. 청룡장의 무상은 수십명의 계집을 거느리고 있고, 항주와 

소주의 기녀들중에 그자를 거쳐 가지  않은 기녀가 없다고 하네. 하기사 뭐 

기녀들이니까 그리 흠 될 것도 없지."

청룡장의 무상이 수십명의 계집을  거느리고 기녀들과 놀아 났다는 말이 머

리를 떠나지 않았다. 양대호는  그 여인에게 생각이 멈추어졌다. 그러자 온

갖 상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청룡장의 인물들의 

얼굴들이 계속교차 되어서 떠올려졌다.  그녀가 이런 호젓한 곳에서 정신을 

잃고 그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대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장운량은 그를 보고 웃으며 말을 했다. 

"어디를 가실생각인가?"

"그녀가 그녀가 위험하오."

"그들이 어디로 같는지 아나."

그말에 양대호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머리를 감쌓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장운량은 싱글벙글 미소를 띄었다.  그러나 이내 정색을 하고 말을 하

였다. 

"청룡장의 인물들은  무공이 고강해서 우리로도 상대를  하기 벅차네. 사실 

우리는 그 여인에게는 아무런 원한이없네.  그 여인이 그렇게 된 것은 모두 

청룡장의 음흉한 계략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네.  나는 처음부터 양형제가 

그들과 한패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

양대호는 장운량을 바라보았다. 장운량은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술을 한모

금 마셧다.  

"우리가 이렇게  나서기는 했지만 사실 아무런  승산이 없다네. 물위에서도 

승산이 희박한데 이런 벌판에서 싸운다는 것은"

양대호는 장운량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것 아니오."

"없네. 그런 고수들을 상대 하려면 우리쪽에서도 고수가 나가야 하는데, 본

맹의 고수분들은 여기서 수백리 떨어진 곳에 있네."

장운량은 한숨을내쉬었다. 양대호는 결연한 어조로 말을 했다.  

"독을 쓰면 어떻겠소."

그말에 장운량은 눈을 크게 뜨며  양대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은 불빛

을 반사하여 매우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양형제. 우리가 독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네. 우리는 그들에게 독을 

쓰기전에 모조리 죽고 말것이네."

"내가 쓰겠소이다."

장운량은 양대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돌리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게 쉽지가 않네. 양형제가  그들을 독살 시킨다면 형산파와 청룡장은 철

천지 원수가 될 것이네. 그렇게 되면 양파는 피에 절게 될 걸세. 하지만 이

걸 쓴다면 달라지지"

장운량은 품에서 약봉지를 꺼냈다. 그는 약봉지를 열고 술병에 부은다음 수

하에게 건네주었다.  수하는 그것을 아무런 주저함  없이 마셧다. 꿀꺽꿀꺽 

몇모금이 들어가자 수하는 술병을  건네 주었다. 장운량은 술병을 불길속에 

던져 넣었다. 술병의 주둥이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매우 파란 불꽃이

었다. 

"양형제. 이건 미혼약일세. 독이 아니니 저들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네. 

그리고 그 아가씨를 안전한 곳에다 데려다 주고, 자네는 자네 길을 가게나. 

그럼 나중에 그들이  정신을 차려도 자네에게 뭐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네. 

물론 속으로야 자신들의 욕심  채우는 것을 방해 했다고 하겠지만 겉으로야 

그럴수 있겠나. 영웅이란 작은 비난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때 약을  탄 술을 마셧던 수하가 그대로 뻣어 

누웠다. 그리고 코를 요란히 골며 자기 시작했다. 양대호는 그것을 보며 미

혼약을 품안에 넣었다. 장운량은 양대호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양형제. 그리고 그 약은 우리에게서 받았다는 말은 하지 말게나. 혹시라도 

자네가 우리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강호에 알려지면 안되지 않겠나. 우리야 

어떻게 되어도 상관은  없지만 우리 때문에 자네의  영명에 흠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네."

그말에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소이다. 장형의 도움은 가슴깊이 새겨두겠소이다. 헌데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소이까."

"지금은 곤란해도 해가  뜨면 곧 소식이 올것이네.  그럼 늦어도 오늘 저녁 

안으로는 그들이 있는곳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네. 그러니 지금 한숨 푹

자두게."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불길 옆에 모로 누웠다. 양대호는 장운량의 웃는 

얼굴을 보며 스르르 눈을 내리감았다. 

//////////////////////////////

<문서번호: 9-493호.

 형    식: 특 급 사 항.

 수    신: 제 이맹주 혈유.

 안    건: 방계조직에 대한 광범위한 역검열 중 신비조직 발견.

 내    용: 별 첨.

 비    고: 즉각적인 명령바람.

 작 성 자: 밀은영주.(密隱營主)>

햐안 손은 보고서를  넘기기 시작했다. 어둠은 점점  짙어져갔고 손은 점점 

빛나고 있었다. 그의 손위에 들려 있던 몇장의보고서가 탁자위에 흘러내렸

다. 손이 사라지고 보고서만 남았다. 

"믿을 수가 없군. 본맹의 이목을  숨기고 강호에서 암약을 할 수 있는 조직

들이 있었다니"

목소리의 울림이 사라지고 다시 손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그 손은 보고서

들을 탁자위에 순서대로 펼쳐 놓았다.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던 손이기에 두

세번 종이의 자리를 바꾸어야 했다. 그는 탁자위에 펼쳐진 십여장의 보고서

를 다시 ㅎ어 보기 시작했다. 

"최소한 두 개의 조직이 있다. 하나는 오래전부터 암약을 하던 곳이고 하나

는 새로이 본맹에 파고든 조직이다.  이 정도의 방대한 조직을 단시간 내에 

무림에 만들 수 있는 곳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스윽 손이 탁자위에 있던 보고서들을 한곳으로 밀쳐내

었다. 그리고 붉은 첩지를 올려 놓았다. 

<문서번호: 2-398호.

 형    식: 일급 지휘서신

 수    신: 강소지단주

 안    건: 사 해 방

 내    용: 무조건적 철 수.

 비    고: 즉각 시행할 것.

 작 성 자: 제 이맹주 혈유>

스윽 그는 붉은 첩지를 전통속에 넣었다. 

"한쪽은 청룡장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밥을 던져주었는데도 먹지 못할 친구

들은 아니니까. 어차피 사해방의 고수들이 청룡장과 선이 다아 있어서 그들

을 정리하고 장악하기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

소천 일행이 서명현(徐明縣)에 도착은  한 것은 다음날 오후때였다. 서명현

은 호북성에 있는 작은 현이었다.  옆에는 한강을 끼고 있었고 주위의 너른 

평야는 대부분이 목화밭이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목화밭은 지금 그 맨

살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성안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목화를 집단 가공하는 

공장들이었다. 이시대의 공장들은 가내수공업에서 조금 발달한 것으로 사람

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목화를 운송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객점들이 몇 개 들어서 있었다. 

스윽 객점의 문이 열리고 몇 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네명의 청년 모두 청의

를 입고 있었고 백색 피풍의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 허리에는 장검

을 차고 있었다.  또한 오른쪽 허리에는 무릅아래  정강이까지 오는 단봉을 

세 개씩이나 매달고  있었다. 신발은 검은 가죽신을  신고 있었고 머리에는 

검은 건을 쓰고 있었다. 바로 청룡장의 무사들이었다. 탁 일전의 은자가 점

소이의 손앞에 떨어졌다. 

"수로맹에 가서 우리가 여기 있다고 전하도록."

점소이는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고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장한들이 눈을 빛냈다. 한상귀는 계산대에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물건이 부서지거나 없어지면 우리가 모두 책임을 질테니 아무런 걱

정을 하지 마시오."

한상귀는 열냥의 문은을  그 앞에 내놓았다. 열냥의  문은이면 이 객점에서 

보름동안 벌어들이는 총수입과 맞먹는  액수였다. 중년인은 얼른 고개를 숙

였다. 

"음식은 우리가 해먹을 것이오."

한상귀는 몸을 돌리며 그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 객점 이곳저곳을 돌아 보

았다. 잠시뒤에 소천일행이 들어오자 한상귀가 읍소를 했다. 

"방을 치워 두었습니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수로맹에서 먼저 손을 쓰기전에  우리쪽에서 먼저 쓰지 말도록. 어쨌든 대

화로 일을 풀어 나가보세."

"존명"

한상귀는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소천이 이층으로 올라가자 진명과 천일정

이 들 것을 들고 따라 올라갔다. 그 들것위에는 사람이 누워 있었는데 옷으

로 모두 가려져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 볼수  없었다. 그뒤에는 하연적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따랏다. 네명이  모두 이층으로 올라가자 세명의 청의

인들이 한상귀 앞에 섯다.

"이준 대주는 성안팍을 살펴보시오."

이준은 가볍게 읍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한상귀는 둘을 보고 말을 했다. 

"자네는 정문을 지키고 자네는 지붕위에 올라가 있게. 나는 이곳에 위치 할

테니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연락을 하게."

둘은 읍을 하고  각기 위치로 향했다. 한상귀는  빈 탁자위에 앉았다. 그는 

검은 건을 한번 만지고 주위를 둘러 보앗다. 여기서 싸움이 일 것을 생각했

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났지만 몇 명의 인물들은 구석에 그냥 앉아 있었

다. 한상귀는 개의치 않고 눈을 내리감았다. 

진명은 들 것 위의 여인을 침상에 내려놓고 말을 했다. 

"어쩌실 껍니까."

"우선 대화를 해봐야지. 수로맹에서 급히 고수들을 대거 이끌고 올 수도 없

는 노릇이고, 이 근처의 분타  병력만으로는 우리를 상대 할수 없을테니 대

화를 하러 올걸세. 하루만 여기서 기다리고 떠난다면 우리대로 명분이 서는 

일이고."

소천의 말에 하연적이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런일에 우리가  황급히 도망을 치는 듯한 모습을 보

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단양수는 여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했다.

"깨어날때가 된  것 같은데 깨어나지 않는걸  보면 이상합니다. 의원이라도 

데려 올까요."

"그럴 필요는 없을  껍니다. 곧 깨어나겠지요. 어쨌든  이제 수로로 가기는 

틀렸으니 마차나 말을 몇마리 구해야 겠습니다."

"여기 마차나 말이 있을까요."

"목화를 실어 나르는 것들이  있을 껍니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입을 해야

지요. 진호법께서 고생을 좀 해주셔야 겠습니다."

진명은 가볍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소천은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의 얼

굴을 한 번보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작은 지붕들이 연달아 이어 있었다. 

그리고 골목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이 보였다. 저멀리 낮게 깔

린 구름이 바람에  조금씩 밀려오고 있었다. 구름이  지나가는 곳에 그늘이 

지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들판이 구름에 점점 가려지더니 성안까지 밀려들

어와서 집들을 가렸다. 그리고  소천이 있는 전각도 가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눈부신 햇살이 창문틀에 부서지며 실내를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으음"

여인의 입에서 신음성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연적과 천일정은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속눈썹이  벌어지고 약간 충혈된듯한 눈이 떠졌

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리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고 뒤로 물러섯다. 그러나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오그렸다. 그리고 얼굴을  찌뿌렸다. 그러한 모습에 

천일정은 약간 넋이  나간 듯이 바라보았다. 하연적이  천일정의 발을 살짝 

밞았다. 천일정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저으며 말을 했다. 

#5244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 #14                            01/21 06:54   353 line

"아아 아직 상처가 다낳지 않았소."

그녀는 가슴을 메만졌다. 그리고 둘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두분께서 소녀를 구해 주셧군요. 소녀 이설군이 인사드립니다."

이설군은 눈을 내리깔았다. 하연적과 천일정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설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호북 이가의 소저가 아니시오."

이설군은 얼굴을 사르르 붉히며  고개를 끄떡였다. 천일정은 그녀가 고개를 

끄떡이자 엄지손가락을 꼽아 올렸다. 

"호북 이가의 정일검  이기 이대협은 강호에 협명이  울려퍼진 분이라 평소 

앙모해 왔는데 이렇게 그 영애를 뵙게 되니 참으로 영광이오."

이설군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연적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하였다. 

"수로맹과는 어떻게 해서 싸우게 된 것이오,"

"그건"

이설군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하연적은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은 우선 휴식이 필요하니  잠시 더 쉬도록 하시오. 수로맹도들이 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있는이상 안심을 해도 좋소."

이설군은 손을 모아 예를 취했다.

"고맙습니다."

"허허 같은 백도를 걷는 이들끼리 구차하게 예를 따지지 맙시다."

그때 문이 두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보고 있던 소천이 나직히 말을 

했다.

"한대주인가?"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예. 장운량이 수하 오십명을 이끌고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형산파의 

양대호 공자가 포로로 잡혔다고 합니다."

소천은 눈살을 찌뿌렷다. 

"알았다. 일층에 자리를 만들어 놓게."

"존명"

양대호는 팔과 다리가  묵인채 한필의 말안장에 배를  깔고 올려져 있었다. 

그 옆에는 장운량이 말을 타고 가고 있었다. 그뒤에는 오십여명의 수로맹도

들이 박도와 장도 장검 수중 아미자등 각양각색의 병장기를 들고 걸어 오고 

있었다. 양대호의 옷은 여기저기  찢겨져 있었고 혈흔도 보이고 있었다. 머

리카락은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장운량은 양대호에게 몸을 숙였다. 

"양형제 조금만 참게나 지금부터는 실감나게 할테니까."

양대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장운량은 몸을 일으켜서  앞을 바라보았다. 한 

객점앞에 청의무사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바람에 피풍의가 살랑이고 있었

으나 청의무사는 미동도  하지않고 있었다. 장운량은 그것을  보고 혀를 찼

다. 

'청룡장이 강남의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요행이 아니었구나. 일개 

무사에게서도 저런 기도가 나타나다니. 내게 저런 수하 오십명만 있다면'

장운량은 주먹을  쥐었다. 일행이 가까이다가가자  청의무사가 가볍게 읍을 

했다. 

"들어가시지요."

"고맙소."

장운량은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한명의 수로맹도들이 다른 말에 다가와서 

양대호를 잡아 끌어 내렸다. 어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양대호의 신영이 볼

성 사납게 땅을 뒹굴었다.  그것을 보자 수로맹도들이 일제히 웃었다. 장운

량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한상귀가 서 있었다. 그리고 이층

에서 소천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두명의 수로맹도들이 양대호를 끌고 들

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내팽겨 쳤다. 

양대호는 다시  엎어지면서 한상귀의 발치에  쓰러졌다. 한상귀는 양대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장운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검위

에 얹혀져 있었다. 소천이 양대호  가까이 가서 묵인 줄을 손가락으로 끊어 

주었다. 양대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소천이 일으켜 세워주자 말없

이 일어서서 장운량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장운량을 보며 가볍게 포권을 취

했다. 

"이렇게 먼길을 오게 해서 죄송하외다."

장운량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별 말씀을, 이번일은  청룡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 

계집만 넘겨 준다면 우리는 조용히 물러가겠소이다." 

"그것이 조금 곤란하게 되었소이다.  이 소저는 호북이가 정일검 이기 대협

의 따님이십니다. 이기대협은 우리 청룡장의 천호법과 막역한 사이외다."

장운량은 한발을 내딧으며 말을 했다. 

"흥 그게 어쨌다는 것이오. 그  계집과 본맹은 혈원이 있소이다. 그 혈원을 

청룡장이 함께 지겠다는 것이오."

"그것은 아니오. 단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한 이상 우

리가 모른척 할 수가 없다는 것이오."

"그게 그말 아니오.  우리 형제 칠십명이 그  계집의 손에 죽었고 사십명이 

부상을 당했소이다. 우리는 그 계집에게서 그 혈채를 받아내야 겠소이다."

장운량의 눈이 빛이났다. 소천은 그런 장운량을 보며 다시 말을 했다. 

"우리 청룡장은 이  소저를 이기 대협의 장원에까지만  데려다 주는 것으로 

이번 일에서 손을 떼고자 하오.  그전에 수로맹에서 손을 쓰고 싶다면 써도 

좋소."

장운량은 냉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가 못할 것 같소."

장운량은 허리에서 장도를 뽑아들었다. 그순간 소천의 신영이 폭사했다. 장

운량은 소천의 움직임을 보고 헛바람을 켰다. 소천의 모습이 엿가락 늘어지

듯이 늘어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소천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그의 

눈이 착시를 일으킨 것이었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반쯤 뽑힌 장도가 다시 

들어가고 옆구리가 화끈거렸다. 장운량의  신영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수

로맹도들이 병장기를 빼들었다. 소천의  검이 뽑히고 수로맹도들을 치고 나

가는 것은 정말이지 순식간의 일이었다. 정문에 있던 두명의 맹도들의 가슴

팍을 검끝으로 찍고 그둘을  타고 넘어서 밖에 있는 수로맹도들을 공격해갔

다. 따다당 십여개의 병장기가 허공으로 솟구처 오르고 소천의 검이 연달아 

십여명의 맹도들을 찍었다. 

척 소천의 검이 다시 검집에  들어갔다. 후두둑 허공에 떠 있던 병장기들이 

사방에 떨어져 내렸지만  다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땅에 떨어져 내렸다. 

나머지 인영들은 눈만 멀뚱 멀뚱 뜬채 멍청이 서 있었다. 이런 사태는 소천

이 적의 허를 찌르는 기습으로 장운량의 혈도를 찍고 다른 이들을 공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소천 정도되는 고수가 그렇게 기습을 해올

지 몰랐기 때문에 넋을 놓고  있다가 당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단순간

에 십여명의 병장기를 쳐내고 혈도를 집은 것은 뛰어난 수법이었다. 소천은 

몸을 돌려서 객점안으로 들어갔다. 

"한대주 혈도들을 풀어주도록"

소천의 말에 한상귀는  바닦에 쓰러져 있는 장운량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문가의 인영들과 밖의 인영들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양대호는 입을 

딱 벌린채 서 있었다.  장운량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일어섯다. 그는 얼굴을 

찌뿌리며 말을 했다. 

"좋소이다. 우리의 실력으로는 귀공의 옷자락하나 건드리지 못하는구료. 아

까한 약속 지킬수는 있는 것이오."

"우리는 어차피 무당을 들렀다가 북상을 할 것이오. 더 이상은 개입하고 싶

은 마음이 없소이다."

"알겠소."

장운량은 포권을 취하고 밖으로  나갔다. 옆구리가 걸리는지 얼굴을 찌뿌렸

지만 몸을 돌리자 이내 허리를 쭈욱 펴고 어깨에 힘을 주었다. 

"가자. 이 밥값도 못하는 녀석들아."

장운량은 말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수하들은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양대호는 소천의 옆에 와서 말을 했다. 

"소대협. 소대협같은 무공이면 저들을 모두 죽일 수 있을텐데 이 기회에 무

림의 해악을 없애지 왜 그냥 살려 보내셧습니까."

"양형. 저들을 죽이면 수로맹에서는 다른 자들을 보낼 것이오. 수로맹의 맹

도들은 만이 넘소이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그들을  다 죽일수는 없는 

것이오. 게다가 그 많은 인원들을 다 죽인다면 피에 미친 살인귀밖에 더 되

겠소. 양형 양형이라면 만명이넘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겠소이까.?"

양대호는 고개를 저었다. 소천은 말을 이었다.

"강호의 각 문파들은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옆을 하며 살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오. 사소한 분쟁으로 생사를 가르는 싸움

을 벌인다면 강호인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몇 년도 못가서 모두 죽고 말

것이오. 불구대천의 원수가 아닌 이상  피를 보는 싸움은 자제하는 것이 좋

소이다. 그것이 대문파간의 관계일  때는 더욱 심화되는 것이오. 백도와 삼

혈맹이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오. 양쪽이 싸운다면 

시체가 산처럼 싸일것이고 그 흘린  피가 중원 전역을 뒤덥을 것이오. 양쪽

에서 수천 수만의 사상자가 나서 좋은 것이 무엇이 있겠소이까."

"그럼 강호에는  힘만 있으면 모든  것을 자신의 멋대로  할수 있다는 말이

오.?"

"그런 말은 아니었소. 힘만 있다고 남을 없수이 여기거나 자신의 멋대로 모

든 일을 처리한다면 천하인의 공분을  사게 되는 법이오. 그렇게 되면 그는 

파멸을 하게 되오. 제 아무리 한명의 힘이, 일개집단의 힘이 강하다고는 하

지만 천하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오. 천하인의 공분을 사는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 자멸하게되오. 그러나 힘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과오나 잘못은 용서

가 되는 것이 사실이오. 힘이 없으면 아무리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해도 짖

밟히는 것이 강호이기도 하오. 사실  강호의 정의에 대해서 한 마디로 말하

기는 뭣하오. 하지만 강호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요."

소천의 말에 양대호는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곰곰히 생각을 하는 얼굴이었

다.

"양형. 저들에게 잡혀서 고초가  얼마나 심했소이까. 저녁이나 같이 들면서 

다른 이야기나 나누어 봅시다."

"아니 별로"

양대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양대호는 말을 잘못했다는 것

을 느끼고 다시 말을 했다. 

"생각보다 심하게 굴지는 않았소이다. 소형의 말을 듣고 나니 알 것 같소이

다. 아마도 내가 형산파의 제자여서 그랬던 것 같소."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청의무사들이 주방을 들락거리면서 음식을 장만했

다. 주방장과 점소이 주인이 모두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일

을 할 사람이 없었다. 잠시뒤에 저녁식사가 차려졌다.

"자 한잔 드시오."

소천은 양대호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잔은 일반 객점에서는 볼수 없는 

옥배였다. 

"이잔은 내가 여행을 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쓴다오."

소천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을 했다. 

"아 그렇군요. 무슨 이유라도 있소이까."

소천은 빙그래 웃었다. 하연적과 천일정이 옆에 앉아서 웃으며 말을 했다. 

"하하하 그래 무슨 이유라도 있소이까."

"나중에 말씀을 드리겠소이다."

소천의 말에 둘은 껄걸 웃었다. 양대호는 웃으며 술병을 잡았다. 그리고 재

채기를 하려는지 코를 벌름거렸다. 양대호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재채기

를 했다. 

"앳취"

그순간 술병이 잠시 양대호의  소매자락에 가려졌다. 그것은 매우 잠깐이었

다. 양대호는 술병을 들어 하연적과  천일정의 잔에 따라 주고 소천의 잔에

도 따라 주었다. 순간 소천의 얼굴이 눈섭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펴졌다. 

"자 건배"

양대호는 잔을 들었다. 소천과 하연적 천일정도 잔을 들었다. 

"건배"

소천이 외치자 모두들 술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양대호도 술잔을 입에가져

갔다. 그러나 소천은 도중에  잔을 내려놓았다. 하연적과 천일정도 잔을 내

려 놓았다. 양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세명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양소협"

하연적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부르자 양대호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양소협과 떨어져  간 것은 양소협이 이번  일에 관여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오."

천일정이 하연적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소이다. 양소협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소이다."

"오해라니요."

양대호는 정색을 하며 셋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자신의 잔을 들었다. 그리

고 말을 했다. 

"이 옥배는 한분 지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독이 가까이 있고 열을 가하면 

색이 변한다오."

소천은 자신의 손가락을 떼었다. 그러자  그 부분은 짙은 남청색 색깔이 났

다. 그것을 보자 양대호의 눈이 커졌다. 

"그럴 리가."

소천은 잔에 있는 술을 탁자위에  떨어뜨렸다.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나

무탁자가 녹아 들어갔다. 검은 연기와 함께 숨이 탁 막히는 듯한 냄새가 코

를 찔렀다. 양대호는 눈을  부릅뜨며 뒤로 물러났다. 그순간 천일정의 신영

이 세워지고 양대호의 뒤로 돌아가  그의 등에 있는 대추혈을 집었다. 이곳

을 사혈로 일푼의 공력만 가해도  내장이 터져 죽는 곳이었다. 소천은 양대

호를 바라보았다. 

"자 앉아서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들어 보고 싶소이다."

양대호는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양대호는 물을 한잔 마

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하였다. 소천은 

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양대호가 마을로 들어간 이야기를 하자 천일정이 

혀를 차며 말을 했다. 

"세상에 ㅉ기는 사람이 한밤중에 불이 환하게 켜진 마을로 들어간다는게 말

이나 되는것이오."

양대호는 입을 다물었다. 소천이 양대호를 보며 말을 했다. 

"걱정마시오. 우리는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으니 이일은 비밀로 해주겠소이

다."

양대호는 그말에 힘을 얻었는지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양대호가 마을안

에서의 일을 이야기 하자 하연적은 허허 너털 웃음을 터뜨렸고 천일정은 한

숨만 푹푹 내쉬었다. 소천은 몇번 고개를 끄떡였다. 

"나는 그게 미혼약인줄 알았소이다."

양대호가 고개를 떨구며 말을 마치자 소천은 양대호의 어깨를 쳐주었다. 

"양형의 강호 경험이 일천하여  장운량의 꾀에 넘어간 것이오. 그날밤 장운

량이 슬쩍 바꿔 치기를 한  것이오. 그리고 이소저는 우리가 모시고 있었지

만 아무일도 없었소이다. 그리고 수로맹에서 이일로 양형에게 여러 가지 요

구를 해올수 있소이다."

양대호는 깜짝놀란 얼굴을 하며 말을 하였다. 

"그 그들이 내게 무엇을 요구한다는 말입니까."

"양형이 그들과 호형호제했다는 것만으로도 백도의 지탄을 받을 만한일입니

다. 그리고 그들의 꾐에 빠져서  모르고 한일이지만 하독을 한것역시 큰 흠

이 되는 일입니다.  그들은 그것을 비밀에 붙여주는  것을 미끼로 처음에는 

아주 쉬운 일을  부탁을 할 것입니다. 물론 그일은  양형이 들어 줄수 있는 

정도의 것이지요. 하지만 햇수가 더해  갈수록 도가 지나친 요구를 해올 것

입니다. 나중에는 양형이 감당할 수 없는 일까지 시킬 것입니다."

"그럴 리가."

양대호의 말에 천일정은 의자에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하연적은 눈을 내

리감고 앉았다. 양대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어떻게하면 좋겠소이까?" 

"딱 잡아 떼십시오. 그때의  증인들이야 모두 수로맹도들입니다. 그리고 하

독한 사실은 우리가 없다고 하면  되는 겁니다. 그들이 아무리 자기들 끼리 

떠들어 봐도 그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양형은 그들에게 잡혀서 고

생을 하다가 풀려난 것입니다. 양형부터 그렇게 생각을 하십시오. 그들에게 

어떠한 요구조건이나 만나자는 이야기가 와도 무시를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소형께서 그렇게 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이몸은 몸둘바를 모르

겠습니다."

양대호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천의 손을 잡았다. 소천도 양대호의 손을 잡았

다. 

"별 말씀을 같은 백도인들끼리 도와가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곤하실

텐데 그만 쉬도록 하십시오."

"그럼 먼저 올라가겠소이다."

양대호는 이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가 걸어 올라가자  하연적이 눈을 떴

다. 

"수로맹에서 다시 공격을 해오지 않을까요?"

"이미 일이 틀어진 것을  아는 이상 후일을 도모할 것입니다. 장강수로맹도 

우리와 적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독은 형산파와 우리를 

싸우게 하려는 계책이었을 껍니다.  우리가 양대호의 손에 죽던, 독이 발각

되어 양대호가 우리 손에 죽던  그들은 모른다고 발뺌만 하면 되니까요. 장

운량이라는 친구 무시 못할 자입니다."

소천은 술잔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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