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낙양행 (19/95)

2. 낙양행

관도는 눈으로 덥혀 있었고, 그늘진 곳은 눈이 얼어서 빙판을 이루고 있었

다. 그 눈위에는 말발굽 자국과 마차가 지나간 자국들이 널려 있었다. 바람

이라도 한번 크게 불면 땅에 있던 눈발이 날려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말들을 

덥쳤다. 

이철룡은 마차가 지나간 자국을 따라서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귀밑까지 내

려오는 털 모자를 쓰고 은 오전을 주고산 솜외투를 걸치고 있었지만 싸늘히 

파고 드는 추위의 칼날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손은 소매 속에 넣

고 팔장을 끼고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걸었다. 고개는 저절로 숙여지고 눈

은 바로 앞의길만 보게 되었다. 

"후아 그 사람들이 말릴 때 들었어야 하는건데."

이철룡은 그렇게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늦은 일이었다. 이철룡은 집에는 사

람을 시켜서 서찰  한 장만 달랑 보내 놓고  강호로 뛰어든 것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가고자 한 곳은 낙양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집이 

있는 장안쪽에서 반대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화산을 떠나 통현에 도

착한 것은 오늘  점심때였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정주로 떠나기 위해서 

출발을 했는데, 그곳 점소이들이  모두들 말리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길도 

어둡고 요근래 들어서 녹림도들의 활개를 치고 있으니, 하룻밤을 자고 떠나

라는 것이었다. 이철룡은 그것이  그곳 점소이들이 자기네 객점에서 하룻밤

을 보내게 하기 위한 술책으로 알고 코웃음을 치며 떠나 왔던 것이었다. 헌

데 불행이도 그들의 말이 맞았다. 

넒은 관도에는 지나  가는 사람 하나 없고 보이는 것은  온통 눈 밭 뿐이었

다. 오다가 몇 개의 마을을 지나치기는 했지만 객점이 없었다. 이철룡은 마

을 사람들에게 하룻밤을 신세  지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평생토록 누구에게 신세를  한번도 저 본적이 없기 때문에 누

구에게 무엇을 부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었다. 이철룡은 객점이 있는 마을

까지 가자면서 자신을 독촉하며 계속 길을 걸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햐얀  관도 뿐이었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지고 있

었고 통관에서 칠십리  떨어져 있다는 정주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

다. 

두두두 두두두 전방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일진 광풍을 몰아오며 십여기

의 인마가 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철룡은 얼른 바람이 부는 쪽을 알아

보고 한쪽으로 가서 섯다. 십여기의 인마는 눈안개를 만들어 내며 질주하고 

있었다. 말 위에는 각양  각색의 인물들이 있었다. 얼굴 생김생김과 옷입은 

형태도 제 각각이었다. 게다가  머리를 하고 있는 형식들도 모두들 달랐다. 

그것은 이들이 각 지역에서  모인 인물들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

는 것이었다. 이철룡이  그들을 자세히 볼사이도 없이  그들을 철룡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 중 아무도 이철룡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고 눈 

안개를 흠뻑맞은 이철룡은 정면에서 등을돌려서 저멀리 사라져 가는 기마들

을 바라보았다. 말들 위에는 짐들이 가득 실려 있는 것이 먼길을 떠나는 사

람들 같아 보였다. 그들은 어느새 저만치 멀리 가 있었다. 

"말이라도 한 마리 있엇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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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님 고맙습니다. 엉엉엉.

청룡장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양질의 청룡장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녀상열지사는 일부에 비해서 확실히 나옵니다.

그렇다고 마구 벗기는 것을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어쨌든 일부보다는 진전된 남녀관계를 보실 수 있을 껍니다.

너무 많이 알려 드리면 재미 없지만 격려 메일을 받은 이상

약간의 비밀 공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더욱 청룡장을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룡장주 유재용 배상

이철룡은 혼자 중얼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없는 관도에서 말

이 그냥 떨어질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말생각에 더욱 추워진 이철룡은 옷

깃을 여미고 팔장을  더욱 꼭긴채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다음에 

마을이 나오면 그곳에서는 반드시 자고 가야 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철룡은 저멀리 성벽이 보이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저멀리 보이

는 성은 정주성이 분명했다. 해는  지고 있었고 조금 있으면 성문이 닫히게 

될 것이었다. 이철룡은  수문 병사들의 눈총을 받으며  성문 안으로 들어섯

다. 

"호패 신분증 여행증명서."

병사 한명이 이철룡 앞에 와서  그렇게 말을 했다. 이철룡에게 호패와 신분

증 여행증명서가 있을 까닭이 없었다. 어릴 때 화산에 입문을 해서 가끔 집

에 가는 것 외에는 화산을 벗어 나 보지 않았다. 그래서 관청에서 발급해준 

호패가 집에 있기는 있겠지만 자신의 몸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이

렇다할 신분증도  없었고, 여행증명서는 더군다나 있을  턱이 없었다. 그가 

여행 관록이 있다면 몇푼 찔러주고 넘길 것이지만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이철룡이  우물쭈멀 거리자 옆에 있던  관병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철룡은 얼른 포권을 취했다. 

"화산파의 이철룡이오. 여기 계시는 사숙 어르신을 찾아 뵈러 온 것이오."

화산파라는 이름에 관병들은 움찔했다.  화산파의 이름은 천하를 울리고 있

었다. 그리고 이곳 정주는 화산에서 이백여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 때

문에 그 이름을 더 잘알고  있었다. 또한 성내외에 화산파 출신의 고수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얼른 포위를 풀었다. 그때 무관이 와서 이철

룡을 쓸어 보며 말을 했다. 

"어떻게 화산파라는 것을 믿소."

이철룡은 그의 말에서 자신의 한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철룡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무관을 보고 말을 했다. 

"검을 좀 빌려 주시겟소."

보퉁이에 자신의 검이  있기는 했지만 꺼내고 싶지  않았다. 무관은 선선히 

자신의 검을 내주었다. 이철룡은  그 장검을 들었다. 군도라서 그런지 평소 

쓰던 검보다  묵직했다. 그는 장검을 뽑아서  화산파의 매화검법을 펼쳤다. 

이 검법은  화산파의 상징적인 검법으로  속가제자들이 익히는 검법이었다. 

검이 매화를 그려 내는 수준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극성에 이르면 수천송이의 매화가  허공에서 난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

지만 아무도 그런 것을 펼친적도  본적도 없었다. 이철룡은 몇 개의 매화무

늬를 허공에서 만들어 내었다.  무관과 병사들은 그것을 보자 손뼉을 쳤다. 

이철룡은 검을 무관에게 다시 돌려  주었다. 무관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

웠다. 

"대단하오."

"별 말씀을 그럼 이만"

이철룡은 읍소를 하고 물러났다. 무관과 관병들을 잘가라고 손은 흔들어 주

었다. 이철룡은 객점을 잡고 빨리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

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추위 때문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그래서 이철

룡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인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철룡은 한 

객점을 보자 상호도 확인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고 한명의 

인영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철룡은 객점안에 들어서자  몸이 훈끈 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가운데 

있는 난로 쪽으로 가려다가 점소이가 소매를 잡아 끄는 바람에 가지 못하고 

한쪽의 탁자에 가서 앉았다. 이철룡은 점소이를 바라보았다.점소이는 고개

를 숙이고 있었다. 

"저들 무서운 자들입니다요. 시비를 거시지 않는게 좋을 껍니다요."

점소이의 말에 이철룡은  울컥하는 것을 느꼈지만 화를  눌러 참았다. 여긴 

화산파와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사고를 치면 곧장 화산파까지 알려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자신의 강호행은 더욱  어려워 질것이 분명했

다. 이철룡은 만두 한 접시와  차를 한잔 시켰다. 점소이는 얼른 가서 만두

와 차를 가져왓다. 

이철룡은 만두를 먹으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난로 가에는 십여명의 흑의

장한들이고기와 술을 먹으면서 떠들고 있었다. 그 주위 탁자에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이들이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때 한명이 와서 읍소

를 했다.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합석을 해도 되겠소이까."

이철룡은 고개를 들어 인영을 바라보았다. 삼십 전후의 사내로 사각의 얼굴

에 굵은 입술을 하고  눈이 매서운 중년인이었다. 이철룡은 자리를 권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 포권을 취하며 말을 하였다. 

"소생은 주진우라고 합니다."

소생이라는 말에 만두를 먹고 있던 이철룡은 컥하는 소리와 함께 만두를 반

쯤 토해 내었다. 그것을 보고 주진우는 놀라서 물었다. 

"체하셧소이까."

"아 아닙니다."

이철룡은 뱉어낸 음식을 다시 주워먹고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화산파에 있

을 때 익힌 습관으로 밥알  하나 남기지 않는 식습관 때문에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는 것이었다. 꿀꺽  삼키고 나서 포권을 취하며 말을 했

다.

"이철룡이라고 합니다."

"아. 이 형은 명가의 제자 인 것 같은데 어느 문파의 사람이시오."

그말에 이철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이 무공을 익혔다

는 것에 약간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아셧습니까."

그말은 자신이 명가의 제자라고 인정하는 꼴이었다. 자신 스스로 명가의 제

자라고 자부를 하고 있어도 남이  추켜주면 겸손을 떠는 것이 예의였다. 이

철룡은 이 한마디에서 자신이 강호초출임을 밝히고 있는것이었다. 주진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역시 애송이군'

주진우는 이철룡이 성문에서 펼친  검법을 보고 그가 화산파의 제자임을 알

아 보았고, 그가 성문을 통과하는 요령을 보고 강호에 처음 발을 딛은 애송

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주진우는  한결 부드러운 미소를 띄었다. 그것이 위

험신호임을 이철룡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혹시 화산파의 제자가 아닙니까."

그말을 듣자 이철룡은 눈을 크게 뜨고 주진우를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주진우는 정색을 하며 읍을 하며 말을 했다.  

"예로부터 화산파가 무림에서 우뚝  서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천하 무학

의 본산이며 오대검파중에서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당금 장문인이신 화

산검성께서는 검도제일고수이자 무림제일고수라고 들었습니다."

이철룡은 주진우가 정면에서 화산파를 치켜 올리자 얼굴이 새빨개지며 안절

부절하지 못하였다. 주진우는 그런 이철룡을 보며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지

으며 말을 이었다. 

"화산파의 검법이야말로 천하무적의 검법이니  다른 문파는 상대도 되지 않

을 껍니다."

"어찌......."

이철룡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하였다. 그는 주진우밖에 보지이 않았다. 

그래서 주위 탁자에 앉은 인영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아지는 것을 알지 못

했다. 주진우는 술을 한잔 따라서 주었다. 

"자 드시지요. 오늘 이렇게 대 화산파의 영웅을 뵙게 되니 삼생의 영광인가 

합니다."

이철룡은 엉겹결에 술잔을 받아 들었다. 주진우는 술잔을 부딧치며 외쳤다. 

"건배"

주진우는 이철룡을 바라보며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이철룡도 엉겹결에 받

은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주진우는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이철룡도 눈을 

딱 감고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목이 화끈하고 뱃속이 뜨끈하더니 몸이 확 

달아 올랐다. 눈앞이  핑도는 것 같더니 주위의  사물들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주진우의 손이 이철룡의 어깨를 집었다. 이철룡은 어깨가 아파오

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뭐라고 입을 놀리는 것 같았는데 무슨 소리

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주진우가 주는 술을 몇잔 더 먹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얼굴이 탁자에 처밖히자 주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

를 부축했다. 

"점소이."

"예"

"방을 내주게나"

"예"

점소이는 얼른 이철룡을 부축했다.  주진우는 이철룡을 침대에 ㄴ히고 점소

이에게 동전을 쥐어주었다. 

"그만 나가보게"

"예예"

점소이는 연신  굽신대고 나갔다. 주진우는 이철룡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철룡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철룡은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쥐어잡고 눈을 떳다. 주위는 온통 낫설은 

풍경이었다. 이철룡은  주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자신은 침상에 뉘어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철룡은 머리를 한번 흔들고 자신의 머리맡에 있

던 물 주전자를 가져다가 벌컥  벌컥 마셧다.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들어오

는 것 같았다. 

이철룡은 자신의 옷자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자신의 

옷이 아니엇기 때문이었다. 그는  얼른 물건들을 찾아 보았다. 검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보퉁이와 은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철룡은 침상에 주저 앉

았다. 주진우의 친절과 웃음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이제는 조롱

과 비웃음으로 생각이 되었다. 이철룡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비명이라도 실

컷 내지르고 싶었다. 강호에  나가면 순식간에 일세의 영웅으로 불리우리라 

믿었던 자신이 그런 잔꾀에 넘어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주위에 있

는 침대와 문짝들이 모두 비웃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이철룡은 몸을 일으켰다. 배가  울렁거렸다. 부시시한 머리와 

끈적 끈적한 느낌이  드는 얼굴을 메만지고, 문을  열고 나섯다. 그는 우선 

배를 채우고 나서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곳 정주에 있

는 화산파 동문들에게 신세를 지면 된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

졌다. 문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천하에 동문이  있다는 것은 이래서 좋은 

건지도 몰랐다. 이철룡은 일층으로 내려갔다. 일층에는 어제 보이던 손님들

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복을  걸쳐 입고 있는 중년인과 그 옆에 있는 몇 

명의 표사 차림의 인물들만 보였다. 

'표물을 수송하는 표사들인가 보군'

이철룡은 그렇게 생각하고 빈 탁자에 가서 앉았다. 

"점소이"

이철룡은 점소이를불렀다. 헌데 목소리가 쉰듯한  소리가 났다. 이철룡은 

목을 메만졌다. 

'술을 너무 먹어서 그런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화복을  걸친 중년인이 그 앞에 와서 섯다. 이

철룡은 그를 바라보았다. 중년인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서려 있었

다. 그는 대뜸 물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이철룡의 얼굴이 찌뿌려졌다. 어제  당한 기억이 새록새록 되새겨 졌다. 그

래서 고개를 돌렸다. 중년인은 그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했다. 

"나는 낙양 중원표국의  국주인 왕유정이라고 하네. 친구들이무적철도라고 

부르지"

그말에 이철룡은 벌떡 일어났다. 그가 벌떡 일어나자 주위에 있던 표사들의 

검이 뽑혀졌다. 이철룡은 주위를  보고 두리번 거렸다. 환기를 위해서 열어 

놓은 작은 창문 사이로는  눈부신 햇살이 부셔져라 들어오고 있었고 주인과 

점소이는 어디로 같는지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객점에는 이들 

표사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철룡은 눈부신 햇살을 보고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 표사들은 해가 뜨기 전에 출발을 해서 해가 진뒤에 객점에 들었다. 그

것은 장안표국을  운용하고 있는 마사숙에게서 들은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표사들의 삶이었다. 헌데 이들 표사들이 해가 저렇게 떳는데도 움직이지 않

는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중원표국의 국주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소림사의 속가제자로 맨손으로 오늘의 천하 삼

대표국 중 하나인 중원표국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산서제일이라

는 장안표국도 중원표국에  비하면 그 위치가 많이  쳐지는 것이었다. 또한 

왕유정의 무공은 고강해서 강호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고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수하들로 보이는 표사들이 검을 

빼들고 있는 것이었다. 이철룡은 잠시 머릿속이 혼란해 지는 것 같았다. 자

신이 이들에게 죄를 범한 적은  없었다. 화산에서 떠나온 뒤로 그 누구와도 

말싸움해 본 적도 없었고 더더군다나  표사들과 싸워 본 적은 없었다. 그때 

왕유정의 손이 그의  얼굴로 날아 들었다. 이철룡은  화산파의 보법을 써서 

뒤로 물러섯다. 

"무슨 짖이오."

손을 쓰던 왕유정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저 나왔다. 

"화산파"

단숨에 그가 쓰는 보법이  화산파의 제자들이 익히는 우이보라는 것을 알아 

보았다. 마치 소걸음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름은 그러 했지만 

우이보에는 중장함과 아울러 흉내 낼 수 없는 웅혼함이 담겨 있었다.

왕유정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다시  손을 뻣혀왔다. 이철룡은 뒤로 피하다가 

탁자에 몸이 걸리자 이판  사판이라는 생각으로 쇄룡수를 펼쳤다. 화산파의 

지독한 살수로서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철룡은 상대의 

명성에 주눅이 되어서  급한 마음에 살수를 펼친  것이었다. 순간 왕유정의 

눈살이 찌뿌려지며 손을 펼쳤다. 그 손은 매우 느렸지만 이철룡의 쇄룡수를 

뚤고 들어와 이철룡의 얼굴을 잡아 뜯었다. 

"으악"

이철룡은 얼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느끼고 얼굴을 부여 잡았

다. 왕유정의 손에는 얼굴 가죽이 들려져 있었다. 이철룡은 두 눈을 감은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무릅을 ㄲ고 앉아서 엉엉울기 시작했다. 그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얼굴이 완전히 뜯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강호에 나오자 

마자 아무런  은원도 없이 사람들에게 희롱당하고  고통을 당해서 일어나는 

서러움이 함께 터저 나오는 것이었다. 

왕유정은 얼굴가죽을 내려다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표사를 보고 말

을 하였다. 

"각 지국에 사발통문을  날려서 여러 문파들에게 내  이름으로 협조를 구해

라. 그리고 각  처에 나가 있는 대표두들에게  조속히 본국으로 귀환하라는 

명을 내려라. 또한 잔살마군 주진우에 대해서 모든 것을 파헤쳐라. 이상"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표사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 이철룡은 얼

굴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왕유정은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 떼었다. 

그리고 얼굴가죽을 그의눈앞에서 흔들었다.  이철룡은 그 것을 보자 두 눈

이 커지며 핑 돌았다. 그리고 신영이 무너 지면서 쿠웅 하는 소리를 냈다. 

#5159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04                           01/09 07:40   124 line

정주에서 낙양으로 향하는 관도에는  함박눈이 ㅆ아지고 있었다. 온 세상천

지를 뒤덥을 것 같은 눈발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 관도 위를 힘겹게 

나가는 몇 명의 인영들이 있었다. 다섯명의 기마가 마차를 호위하듯이 둘러

쌓고 나가고 있었다. 기마위에는 표사들이 두터운 솜옷을 입고 말위에 타고 

있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허리를 쭉 펴고 어깨를 활짝 벌이

고 있었다. 선두의 인영은 하나의  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 깃발에는 중원이

라는 글자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들 은 중원 표국의 사람들이었다.

왕유정은 마차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은 길과 논밭을 구분하

지 못게 만들어 버렸다. 그의 눈가에 잡힌 잔주름은 움푹 들어가 잇었고 흰 

머리가 몇가닥 이마에 내려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앞에 누워 있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원래  있던 의자를 조금 개조해서  사람이 눕기 편하게 

만든 자리였다. 그 인영의 얼굴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눈 자위와 입과 

코만 구멍이 뚤려 있었다. 그  인영은 혼절한채 깨어나지 않고 있는 이철룡

이었다. 

왕유정은 주머니에 있는 인피면구를  꺼내 들었다. 그 인피면구는 정말이지 

정교하게 만들어 진것이라서  그도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서야 인피면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자들에게 속앗음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왕유정은 인피면구를 집어 넣었다.  이철룡이 가는 신음성을 

토하며 몸을 꿈틀 대엇기 때문이었다. 

이철룡은 눈을 떴다.  몸이 덜컹 거리는 것을  느끼고 눈을 껌뻑였다. 순간 

무수한 혼란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얼굴에 정신이 멈추었다. 

이철룡은 얼굴을 양손으로 더듬었다. 감촉이 이상했다. 까칠까칠한 이 감촉

은 사람 살의  감촉이 아니었다. 이철룡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괴성이 

터저 나왔다. 

"으아악 으아악"

그 괴성은 이내 울부짖음으로 변했다. 자신이 왜 괴성을 토하고 울부짖는지

는 알지 못했다. 단지 얼굴을 잃어 버렸다는 상실감 때문인지 이렇게 된 자

신의 무능을 한탄하는  것인지는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단지 벅차오르는 

설움과 슬픔을 주체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마차는 계속 덜컹 거리고 있었고 이철룡은 몸을 쪼그리고 얼굴을 한쪽 구석

에 처밖은채 소리  없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마저 메말랐을 때 

조용한 음성이 들려왔다. 

"자네 얼굴은 무사하네. 인피면구에  아교를 너무 진하게 발라 놓아서 눈섭

하고 잔수염이 모조리 뽑히고 살같 허물이 조금 벗겨 졌지만 그정도는 사나

흘이면 낳을 걸세. 눈섭도 몇 달이면 자랄 것이고.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그말에 이철룡은 눈물을 훔치고 의자에 앉았다. 순간 뱃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이철룡이 내고 싶어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왕유

정은 웃으며 식은 죽 한사발을 내주었다. 아마 자신을 위해서 준비한 것 같

았다. 이철룡은 왕유정이 자신의 얼굴을 뜯어 내었다는 감정과 자신이 멍청

해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자괴감으로 까닭 모를  반발심이 일어 나서 죽을 

받지 않았다. 이철룡은 죽사발을  외면하자 왕유정은 피식 웃으며 죽사발을 

창밖으로 내던졌다. 그 죽사발은 창밖으로 날아가서 눈속에 파묻혔다. 

그리고 왕유정은 고개를 돌려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지금은 뭐라고 

해도 자신의 말이 이철룡에게 들어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철룡 스스로

가 마음을 열고 누군가의 말에  귀를 귀울일 자세가 되지 않으면 자신이 뭐

라고 하는 것이  오이려 역효과만 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왕유정이 

창밖을 바라보자 이철룡은 고픈 배를 움켜쥐었다. 배가 고프자 머리는 이상

하게도 더욱 영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된건지는 하나

도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는 결론을 낼수가 있었다. 눈앞에 있는 왕

유정이 자신을 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왕유정 정도

되는 고수라면 자신을 죽이는 것은 정말이지 쉬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직접 손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마차 밖을 보고알 수 있었

다. 마차 밖에는 표사들이 말을  타고 있었는데 긴 시간의 여행에도 불구하

고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철룡은 그들의 그런 모습에

서 경외감같은 것이 일었다.  이철룡은 왕유정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어

느정도 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왕유정은 고개를 돌려서 이철룡을 바라

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철룡은 화산파에서 하산한 일과 포응검객 나관추를 만나서 강호의 사정을 

들은 이야기, 그리고 길가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인물들 또한 정주성에서의 

일을 모두 이야기 했다. 단 집으로 가라는 사부의 명을 어기고 강호로 나섯

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왕유정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이 절로 터저  나왔다. 강호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금기시 하는 것을 ㄱ도  없이 어긴데 놀랐다. 또한 그러고도 이

렇게 멀쩡한 것을 보면 운이  억세게 좋은 것 같았다. 성문을 통과할 때 자

파의 이름을 팔고 무공을 팔아 통과 한다는 것은 정말 멍청한 일이었다. 그

곳이 화산파와 가까운 곳이었기에 망정이지 화산파에서 멀고 화산파와 원한 

관계가 있는 문파가 세력을 뻣히고 있는 곳이었다면 살아 남기 힘들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거기다가 더욱 기가  찬것은 세상에 낮 모르는 이가 와서 

자파를 추켜 세웠다고 그가 주는 술을 넙죽 넙죽 받아먹은데 있었다. 

왕유정은 이철룡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철룡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했다. 그전에 표사들을 풀

어서 이철룡의 행적을 탐문했었고 그 탐문 결과 이철룡은 이번 사건과는 아

무런 연관이 없다는 해답을 었었다.  그는 이번 일은 정말로 극비리에 처리 

했는데 그것은 화산파와 소림파의  관계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철룡의 건을 

화산파에는 알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가 무림에 흘러 들어 간다면 화산파의 위명은 땅에 떨어지게 되

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되도록 일조를 한 자신도 화산파의 미움

을 벗어 나기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지

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명명백백하게 처리  되는 것이 아님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왕유정은 말문을 열었다. 

"먼저 화산파에는 이 일을 알리지 않았네"

그말을 듣자 이철룡은 뛸 듯이  기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 고개

를 들고 화산의 사형제들을 볼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철룡

은 근심 한가지가 덜어지자 의문이  뭉게 뭉게 일기 시작했다. 그 주진우라

는 인물이 누구며 왕유정이 왜  그를 찾아 정주까지 왔는지에 관해서 였다. 

왕유정은 그런 이철룡의 마음을 알았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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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성. 북송시대에는 중원의 중심으로 존재 했던 곳이다. 그래서 북송시대

의 유적들과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또한 황하 수운과 사방팔방으로 

관도가 발달하여 물자의 운송이  원할하였다. 그래서 이 개봉성에는 수십여

개의 표국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삼십여명의 표사와 표두 한두명으로 구

성된 작은 표국부터 수백여명의 표사와 표두 대표두 등이 모여서 이룬 대표

국도 있었다. 개봉에서 제일 큰  표국은 개봉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개봉표

국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원표국의 분국을 더 쳐주는 형편이었다. 

그 이유는 중원표국에는 왕유정이라는  고수가 있었고, 그 배후에는 소림사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봉표국의  국주가 왕유정만한 고수라고 알려져 있

지만 그의 뒤에는 소림사와 같은 막강한 배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표국이라는 곳은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

래서 이왕이면 막강한 배후가 있는 표국을 선호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

다. 그러나 개봉에는 표물들이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에 표국끼리 경쟁적으

로 싸울 필요는 없었다. 

중원표국의 분국은 개봉성의 동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추위가 조금씩 찾

아드는 저녁무렵 한  대의 마차가 관도에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마차는 

평범한 마차였는데 그  주위에는 몇 명의 보표들이  따르고 있었다. 표국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표사들은 바싹  긴장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에 

낙양에서 삼혈맹의 지단이 반혈맹에  의해서 초토화 되었고, 강소에서는 삼

혈맹과 청룡장이 대치중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불똥이 이곳에 튀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마차  앞에서 오던 보표가 말을 빨리해서  표국 정문 앞에 섯

다. 

"연가장에서 왔습니다. 국주님과 약속이 되어 있을껍니다."

그말을 듣자 한표사는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다른 표사는 정문을 활

짝 열고 읍소를 했다. 보표들과 마차는 정문안으로 들어갔다. 

개봉분국주 일도경천 역동립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마차에서 내리는 초로

의 인영을 반갑게 맞이했다.

"하하하 연장주님께서 이렇게 몸소 찾아 주시니 정말 삼생의 영광인가 합니

다. 저에게 인편을 보내시면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텐데요."

노인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일개 상인이 강호의 영웅호한께 폐를 끼치는 것도 과분한데, 어찌 그런 대

접을 받기를 바라겠습니까."

노인은 그렇게 말을 했지만 몸은 전혀 그렇게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역

동립의 허리가 조금 깊이 숙여진데 반해서 노인은 허리를 살짝 숙이지도 않

고 포권만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역동립은 조금도 불쾨하지 않았다. 이 노

인은 개봉성내에서도 손꼽히는 거상으로 개봉일대 표국들의 젓줄이었다. 그

런 그가 직접 왔다는 것은 이번 건이 매우 큰 건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건이 자신의 개봉분국으로 왔다는 것은 더없는 기쁨

이었다. 

얼마전에 개봉표국이 한짐 바리바리 싣고서 강남으로 갈 때 얼마나 배가 아

팠는지 몰랐다. 지금 운하의 수운은 거의 막혀 있었다. 민선과 관선이 오고

가는 것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무림과 관련된 인사들은 운하타

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었다. 그것은 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명

문대파를 배경으로 둔  표국이 더했다. 그도 그럴것이  표사로 위장을 해서 

자신들의 배후를 칠지 모른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

었다.그래서 원래는 중원표국에 떨어졌어야 할 표물이 사해방과 작은 친분

을 가지고 있는 개봉표국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개봉표국은 뒷배경이 딸리다 보니 군소방파나 흑도의 문파들과도 친분을 어

느정도 유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해방으로부터도 운하 이용에서 안전

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원표국은 달랏다. 소림이라는 막강한 배

경이 있었기 때문에 군소문파나 흑도문파는 거들 떠 보지도 않았엇다. 그래

서 사해방에서운하이용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지만 안전은 보장 할수 없

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었다. 이런 경우 상인들은  안전을 보장받는 표국을 

선호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중원표국의 개봉분국은 표물이 반감되고 말았

다. 그래서 이렇게 연가장주가 직접  찾오는 것을 매우 기뻐하는 것은 당연

한 일이었다. 

연가장주 연운생은 차향을 맞으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호오 용정차군요. 이렇게 귀한 것을"

"강남에 있는 친구들이 조금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실 역동립은 용정차가 다른 차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

는 차보다는 술을 좋아하였다. 그러나 사업을 하다보면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는 일도 태연히 할줄 알아야  했다. 그런면에서 역동립은 제법 재질이 있

었다. 역동립은 잔을 내려놓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연장주님께서 무슨 하명하실 일이 있기에 이렇게 왕림을 해주셧습니까."

"허허허 상인이 표국을 찾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지 않소이까."

역동립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지금 운송할만한 물건들을 생각해 보았

다. 지금은 비단정도가 운송이  될 때였다. 쌀이나 석탄같은 물품들은 이미 

운송이 거의 끝났고 그런 것을 운송하기 위해서 표국을 이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연가장주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이번에 장안으로 사업을 넒히기 위해서 장안의 건물을 몇채 사들일 생각이

오. 그래서 황금을 운송해겠소이다."

황금이라는 말에 역동립은 군침이 당겼다. 황금은 부피도 작았기 때문에 운

송이 쉬웠다. 그리고 고가품이기  때문에 많은 이문이 남기 마련이었다. 물

론 중간에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그랬다. 하지만 역동립은 자

신들이 녹림도들에게 털린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황금을요. 얼마나요."

"삼천냥정도"

"사 삼천냥이나"

역동립은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 연장주가 왜 직접  찾아 왔는지 알 것 

같았다. 황금이  자그만치 삼천냥이면 강호의  녹림도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거액이었다. 중원표국이 천하 삼대표국  중 하나이고 또한 소림이라는 막강

한 뒷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볼만큼 큰 거액

이었다. 그리고 그런 돈은  중원표국에서도 자주 취급하지 못하는 거액이었

고 또한 막대한 은자가 따라 붙는 특급호송이었다. 

그러나 개봉에서 장안까지라면  중원표국의 안마당이나 마찬가지였다. 개봉

에서 낙양 사이에는 소림사가 있었다. 그리고 낙양에는 중원표국의 본산이 

있었고, 낙양에서 장안 사이에는  화산파가 있었다. 이 길은 녹림도들이 날

뛰고 싶어도 날뛸 수가 없는  길이었다. 역동립은 이번 건이야 말로 거저먹

기 식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거액이라면  자신이 혼자서 결정을 

할 문제가 아니었다. 

"연장주님 내일오후 까지는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연장주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을 했다. 

"그럼 바빠서 이만 가봐야 겠소이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겠소이다."

"예. 염려 마십시오."

연가장주가 나가자 역동립은 낙양본국으로 얼른 전서구를 날렸다. 전서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역동립은 몸이 짜릿해져 옴을 느꼈다. 

"황금 삼천냥이라."

낙양본국에서 대표두 한명과 표두 둘을 보내 온 것은 그로부터 사흘뒤였다. 

표행이 꾸려지고 역동립이 직접 표행에 나섯다. 물건이 물건인 만큼 자신이 

직접 나서야 겠다는 판단에서 였다.  역동립과 대표두 한명 표두 넷과 표사 

이십명이 표행을 나서는 인원이었다.  표은에 비해서는 많은 수가 아니었지

만 모두 정예로 가려 뽑았기  때문에 어지간한 표사 백명을 이끌고 가는 것 

보다 낳았다. 

개봉을 출발한 표행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겨울철이라 황하의 물

이 마르고 군데군데  얼음이 얼어서 큰 배들이  뜨지 못해서 이들은 육로를 

택했다. 육로도 관도가 잘 닦여져 있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렇게 표행 닷새만에  일행은 낙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이라서 

해가 ㅉ고 길이  빙판이 진곳이 많아 마차가  빨리 달리지 못해서 계획보다 

하루가 늦어진 것이었다.  일행은 여기서 표두 한명을  충원받아 다시 길을 

떠났다. 

역동립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절벽 사이에 관도가 이

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절벽과  절벽사이에 하나의 관문이 설치가 되어 있

었고 그 관문앞에는 십여명의 관병들이 늘어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검문검

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새도  관문을 넘어가지 못할 만큼 험준한 지형이었

다. 이곳이 바로  낙양에서 장안으로 가는 길목에  반드시 거쳐야할 요새인 

함곡관이었다. 한때 이  함곡관을 차지 하는 자가  중원을 제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험한 요지였다. 함곡관은 관문이 설치가 된 곳만 있는 것이 아

니라 수십리의 길이 좌우 절벽에  둘러 쌓여 있었다. 그 사이로 난 작은 협

도하나. 겨울이라 그래서 인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역동립 일행이 함곡관의 관문을 지나서 그 끄트머리에 닿은 것은 해가 중천

에 떠 있을 무렵이었다. 협도가  끝이 나는 곳이기는 했지만 길이 험하기는 

먼저 온 곳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십여리만 더 가면 평

평한 길이 나오기 때문에 역동립은 오늘하루도 별 어려움 없이 표행을 마친

다고 생각을 했다.  일행이 한 구비를 돌자 앞에  하나의 눈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역동립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험로 한가운데 눈사람을 

세워둘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역동립이 멈추어 서자 표사들도 모두 멈

추었다. 그리고 표사 한명이 말을 달려 나가서 눈사람을 바라보았다. 

눈사람은 두 개의 눈덩이를 올려 놓고 위에 잔가지로 눈코귀입을 만들어 놓

은 것이었다. 그리고 눈사람의  목에는 하나의 목패가 걸려 있었다. 표사는 

그 목패를 보고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 목패를 떼가지고 가져왔다. 역동립

은 표사가 가져온 목패를 바라보았다. 

<황금 삼천냥을 놓고 몸만가라. 그럼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역동립은 말고삐를  움켜 쥐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함곡관의 험하기야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 협곡의 위에  매복을 해 있다면 자신들은 큰 위험

에 처한 것이었다. 역동립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길은 구불 구불 이어져 있

었고 곳곳에 눈이 쌓여 만들어낸 빙판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빨리 달릴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도주하기도 쉽지가 않은 상태였다. 

그는 포권을 하며 내공을 싫어 외쳤다. 

"우리 중원표국이 이곳을 지키는 산대왕을 몰라 뵈어서 죄송하외다. 이번에 

작은 예물을 바칠터이니 그것을 받고 노여움을 풀기 바라오."

역동립은 적의 실력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들을 노릴 정도라면 어느정

도 실력이 있을 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역동립의 

외침에도 주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역동립은 눈짖을 했다. 표사

들도 그 눈짖을 받자 말고삐들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휘리릭 몇 명의 인영이  계곡위에서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 내었

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또한 가지각색의 병장기를 움

켜쥐고 있었다. 역동립은 그들을 보고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계곡 위에서 내려오는  신법은 강호의 일류고수들이나 보여 줄수 있

는 수준이었다. 역동립은 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열명정도였다. 

'아마 서너명은 망을 보거나 배후에 있을 터 족히 열다섯은 되겠구나'

역동립은 도를 움켜 쥐었다.  숫자는 자신들이 많았지만 저들은 표사들보다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일단은 싸움을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원표국의 역동립이라고 하외다. 길을 열어 주시면 이 은혜는 백골난망이

겠소이다."

인영들중 한명이 성큼 나섯다. 그는  갈포를 입고 있었고 장도를 허리에 차

고 있었다. 빳빳한 수염과 고리눈이 자신은 산적이라고 써 붙인 것 같았다. 

그는 굵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중원표국의 이름으로  우리를 겁주려고 하지 마라.  표물을 내놓기 싫으면 

실력으로 지키면 될것이 아니냐."

역동립은 눈살을  찌뿌렸다. 저들은 단단히 벼르고  온 모양이었다. 게다가 

산적들의 특유의 암격이나 매복공격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충분한 승산을 

생각하고 온 모양이었다. 이렇게  소수로 정면에 정정당당히 나타나는 이들

은그많한 실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이었다. 

'어렵다.'

그는 대표두와 표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한껏 긴장해 있었다. 단지 숫

적인 우세만 믿고 있는 표사들은  약간 흥분이 된 모양이었다. 역동립은 그

들 눈에서 한바탕 혈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이 과거

에 그랬던 것 처럼. 역동립은 대표두를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처음부터 대장이 나가서 싸운다는  것은 만용이었다. 대장이 처음에 나가서 

싸우다 다치거나 패하면 그것은 볼장  다 본 것이었다. 우선은 적의 실력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대표두가 말에서 내려서 장검을 빼들자 선두에 나섯

던 인영이 귀두도를 빼들었다. 그  도는 폭이 넒고 도끝이 두갈래로 갈라진 

도였다. 역동립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런 귀두도는  힘은 좋았지만 빠르지 

못해서 고수들이 쓰기에는 적합하지가 않았다. 

'어쩌면 승산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

그는 대표두가 이기면  바로 치고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대표두는 장검을 

들고 귀두도의 인영을 노려 보았다.  귀두도의 인영은 도를 치켜 들고 일도 

양단의 자세로 달려들어왔다. 대표두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저렇게 하체

의 헛점을 드러 내는 일도  양단식의 공격은 상대가 일격을 막아 내기만 하

면 자신이 큰 손해를 보는  수법이었다. 대표두는 장검을 상단으로 치며 들

어 귀두도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돌리며 상대의 허리를 베

려고 하였다. 따앙 대표두는 검이 잘라지며 그 충격으로 몇걸음이나 밀려났

다. 

그덕분에 귀두도는 그의 머리를 스쳐 가슴을 베었다. 투투툭 대표두의 옷자

락이 잘려지고 붉은  선혈이 내비취어졌다. 귀두도를 든  인영은 더 공격을 

하지 않고 도를 집어 넣고 미소만 띄었다. 대표두는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머리를 묵은 끊은 잘려져 있었고  가슴에는 혈선이 그려져 있었다. 표사 두

명이 얼른 달려와서 그의 상처를 지혈을 하고 금창약을 발랐다.

역동립은 그것을 보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상대는 자신이 생각한 것 이

상의 고수들이었다. 저런 고수들이 이런 녹림행을 나왔다는 것이 이해가 가

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적들은  자신의 앞에 있었다. 그런 것은 나중에 따

져도 될 것이었다. 역동립은 장도를 빼들었다. 일도경천이라는 외호를 가져

다준 그의 애도였다. 그는 말에서 가볍게 내려선 뒤 앞을 바라보았다. 귀두

도의 인영이 뒤로 물러서고 한명이 성큼 나섯다. 그는 두자루 긴 장도를 들

고 있었다. 역동립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강호에서 쌍검을 쓰는 이들은 많

지가 않았다. 그것은 쌍도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쌍도나 쌍검을  쓰면 유리 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게 쌍도법이었

다. 쌍도를 쓰게되면 힘이  분산이 되었다. 그래서 패도적인 도법이나 검법

을 만나게 되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리고  쌍도를 쓴다고 해서 두 

개의 도초를 한꺼번에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의심공이나 분심신공

과 같은 전설적인  무공을 익히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각 도초마다 

도가 가는 길이 틀리고 그에  따른 보법과 운기도 틀리기 마련이었다. 그래

서 두 개의 도초를 한몸이  조화를 이루며 펼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이었다. 그래서 쌍도를 쓴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흐름을 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고수라면 그 흐름을 일을 수 가 있어서 하나의 병장기로 두 개의 병

기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두 개의 긴 병장기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가

지는 헛점을 파고 들어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강호

에는 쌍도나 쌍검을 쓰는 고수가 적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쌍도와  쌍검을 쓰는 자 치고  고수 아닌 사람도 드물었

다. 왜냐하면 하수들은  이름을 날리기도전에 죽기 십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역동립은 정면에 쌍도를  들고 있는 인영을 떠올리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상대의 외호가 떠올려 진다면 상대의 특징이나 도의 흐름이 기억이 날 것이

었다. 그것은 적을 상대  하는데 있어서 귀중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더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공을 모르는 사람처럼 바닥의 눈을 헤

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발자로 밀려난 눈자죽이 있었

다. 역동립은 그 발자국을 보자 머릿속을 때리는 강한 충격이 있었다. 

"일월쌍도객"

일월쌍도객 쌍도를 쓰는 인물중에서도 고수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역동립

은 도를 휘둘러 쌍도를 막아갔다. 따당 두 개의 도가 전후를 달리해서 그의 

도에 내려쳐졌다. 역동립은 뒤로 물러나며 신영을 바로잡았다. 그러는 사이 

일월쌍도객은 도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일도 월도 어떤것이냐'

역동립은 일월쌍도객에 대해서 생각을  해내고 그의 도를 바라보았다. 일월 

쌍도객의 도는 일도와 월도로 나뉘어진다. 일도는 강맹한 힘을 바탕으로 펼

쳐지는 강공위주였고 월도는 연검처럼  흐느적 거렸다. 그래서 변환에 중점

을 둔 공격이었다. 이 둘  중 하나가 공격을 하면 나머지 하나는 수비를 맏

았다. 역동립은 두 개의 도를  바라보았다. 오른 손에 쥔 것이 일도일 확률

이 높았다. 그가 생각을 정할 사이도 없이 둘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일월쌍도가 움직였다. 

'월도'

역동립을 그렇게 외치고 십육난세(十六蘭勢)로 전신을 방어했다. 흡사 열여

개의 난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 도세

의 약점은 후방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면에서 처오는 수십가닥의 

암기나 도세를 쳐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것이었다. 그의 선택이 맞았다는 것

은 곧 알 수 있었다. 따다당 무수한 불꽃이 튀어 오르며 일월쌍도객이 뒤로 

물러섯다. 역동립은 그 자리에 우뚝 선채로 일월쌍도객을 바라보았다. 

'상대할 수 있다.'

역동립은 도를 꾸욱 움켜 쥐었다.  상대의 수법을 파악한 이상 충분히 상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일었다.  이제 둘이 싸운다면 수백초를 다투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역동립의  바램이었다. 저쪽에서는 일월쌍도객이 

들어가고 다른 사람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그는  역동립에게 포권을 취했

다. 

"일도경천이라는 외호가 부끄럽지 않소이다."

역동립도 도세를 풀고 가볍게 예를 취했다. 

"별 말씀을 그럼 이번에는 어느 고인께서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역동립을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싶었다. 시간을 끌면 함곡관을 지키는 관군들

이 모습을 드러  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나중에 저들을  추적하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저들이 떼거지로 공격을 해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떼거지로 달려들 진세를 잡지는 않았다. 앞서 나왔던 인영이 

한명에게 손을 뻣으며 나가라는 시늉을 하자 그는 중인들 틈에서 나왔다. 

약간 뚱뚱한 몸매에 선장을 집고  가사를 두른 그는 분명히 승려였다. 하지

만 머리는 장발을 하고 있었고 눈빛은 게슴츠레 뜨고 있는 것이 꼭 약에 중

독이 된 것  같아 보였다. 그는 불가의  승려인지 동자배불의 예를 취햇다. 

역동립도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도를 들어서 그의 미간을 겨누었다. 승려

는 선장을 땅에 꽃았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하더니 합장을 한채 그대로 신

영을 날렸다. 역동립은 그 거구의 몸집으로 십여장을 단숨에 격하여 날아오

자 경악을 하며 몸을 뒤로  빼었다. 하지만 그 거구의 몸집은 더욱 빨리 날

아왔다. 그러나 일단 몸을 뒤로 뺀 상태에서 날아오는 인영과 맛서 싸울 수

는 없는 것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밀려났다. 

승려는 합장한 양손을 풀지 않고  땅을 다시 한번차고 그에게 날아들었다. 

그찰라 역동립도 정신을 가다듬고 전력을 다해서 일도를 내갈겼다. 그때 승

려의 양손이 쩍  벌어지며 손바닥에서 비도가 날아왔다.  역동립은 도로 그 

비도를 쳐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공격해갔다. 역동립의 도가 승려의 머리

위에 내려 쳐지는데도 승려는 피할생각이 없이 양손을 내 뻣었다. 

'동귀어진'

승려의 그 일초는 동귀어진을  염두에둔 초식이었다. 누구라도 자신의 머리

위에 도가 내려오면 병기로 막거나  피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 승

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역동립은  도세를 비껴 치면서 승려의 쌍장을 피

했다. 따앙 하는 격한 소리와  함께 역동립은 엽구리에 일장을 맞고 나뒹굴

었다. 후르륵 몇번 땅을 구른뒤에  그는 옆구리를 부여 잡고 도에 의지해서 

간신이 일어섯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나간 모양이구나 헌데 저 중은'

역동립은 그 중을 보고 헛바람을  켰다. 그 중은 멀쩡했다. 그의 도가 어깨

에 작렬을 했는데도 그의 어깨에는 붉은 도흔만 살짝 남아 있을 뿐이었다. 

"금조종?"

그가 그렇게 외치자 저들의 인영들이 모두 마차로 달려왔다. 표사들이 병장

기를 빼들었다. 

"쿨럭쿨럭 관두어라. 모두 물러서."

표사들은 역동립의 표정을 보고 말을  뒤로 빼었다. 그들은 마차를 넘겨 받

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역동립은  그들을 하나 하나 봐두기 시작했다. 그는 

아까 나왔던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턱이 각이 지고 눈섭이 짙은 

것이 한번보고 인상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귀하의 명호가 무엇이오."

중년인은 히죽 웃으며 말을 했다. 

"잔살마군 주진우라고 하오. 그럼 안녕히  계시오. 당신 덖에 원치 않는 피

를 흘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소."

"곧 우리 중원표국에서 찾아 갈 것이오."

"하하하 소림이 직접온다고 해도 두렵지 않소이다. 하하하"

그는 마차를 몰고 사라졌다. 역동립은 도를 잡고 한쪽 무릅을 ㄲ었다. 옆구

리가 아파왔다. 

"어서 전서구를 전서구를 날려라."

그 소식을 들은 왕유정은 즉시  산적들에 대한 추적에 나섯다. 그리고 한명

의 꼬리를 잡았는데  그가 바로 잔살마군 주진우였다.  그리고 그는 정주로 

도망을 치고 있는  중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왕유정은  그를 노치지 않기 

위해서 빠르게 추적에 나섯다. 그리고 정주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한뒤에 그

가 머무르고 있는  객점을 덥친 것이었다. 헌데  잔살마군 주진우는 그것을 

알아 차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철룡에게 접근해서 미혼약을 먹여 정신을 잃

게 한뒤, 자신이 쓰고 있던 인피면구를 뒤집어 씌운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

은 본 얼굴로  해서 화산파의 제자인냥 행동을  해 이들의 포위망을 유유히 

빠져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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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 잔살마군이라는 자는 다른 이들이 도주 할동안 시간을 벌어주

는 역할을 맏았던 것 같네."

그말을 들은 이철룡은  자신이 죄를 지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그런 

실수를 범하지만 않았어도 이들은 충분히 추적을 할수 있었을 것이었다. 이

철룡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그들을 잡지 못하시고."

왕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걱정말게 중원에서 유능하다는  추종객들을 풀었네. 이런 겨울에는 이동하

는 사람들도 많지가 않아서 금방 추적이 가능할걸세. 문제는 그 뒤네"

"예"

이철룡은 눈을 껌뻑였다. 왕유정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발견해 내도 표물을 되찾아올  힘이 없다면 모든게 쓸데 없이 노력

한 것밖에 더되는가."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왕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역분국주의 말을  들었을때는 믿지 않았었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것을 보고, 보통 조직이 아님을 알수가 있었네."

왕유정은 잠시 침묵을 했다가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아무래도 일개 산채에서  벌 인일 같지가 않네. 일개 산채에 그

런 고수들이 수두룩히  있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들을 지휘해서 표물을 

턴다는 것은 더 말이 안되지. 당금 무림에서 그런 고수들을 동원을 할수 있

는 곳은 많지 않네." 

그말에 이철룡은 놀라며말을 하였다. 

"그럼 삼혈맹에서 나섯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생각을 해보았네만 삼혈맹이  지난 수십년간 표물을 털었다는 이야

기를 들어본 적은  없네. 아직은 모든 것이  가능성일 뿐인세. 분명한 것은 

이번에 표행을 턴 이들은 보통 세력이 아니라는 것 뿐이네. 내 힘으로도 어

쩔 수 없는........."

왕유정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소림이 과연 이

번일로 움직여 줄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일월 쌍도객같은 고수 십수명이라

면 어지간한 문파보다 막강한  전력이었다. 아니 구대문파의 말석을 차지하

는 공동파나 형산파의 전력과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었다. 일반 무

사야 자금만 있으면 얼마든지 긁어 모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무림문파의 

핵심은 고수의 숫자였다. 일류고수 한두명에 따라서 그 문파의 성쇠가 크게 

좌우되는 무림에서 십수명의 고수라면 공동이나 형산과도 자웅을 겨루어 볼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는 황금 삼천냥이라는 넉넉한 군자금

도 들어간 상태였다. 왕유정은 주먹을 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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