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1. 화산(華山) (18/95)

1. 화산(華山)

벌거벗은 잡목 가지들이  휘영청 늘어져 있었다. 나무의  갸려린 가지 위에 

함박눈들이 가득히 고여 있었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의 무게를 지

탱하지 못한 나뭇가지  하나가 허연 상처를 내보이며  부러져 나아갔다. 산 

전체에는 은백색 눈  위로 뒤덥혀 있었고 한  마리 여우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다가 그소리에 놀라 한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푸덕 푸덕 대는 소리와 함께 한명의 인형이 하얀 김을 연신 몰아 내쉬며 무

릎까지 빠지는 눈 위를 걷고 있었다. 소년은 도복을 입고 있었고 귀까지 가

려지는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자신  만한 장검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검이 소년의 키와 비슷한 것 같았다. 소년은 발간 볼을 비비며 주

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온통 눈밭뿐이었다. 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가 효자봉인데 사형은 어디에  간 거지. 여기서 경공을 연마한다고 했

는데"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함을 쳤다. 단전에 힘을  주고 기공을 운용해 

치는 고함이었다. 

"이사형."

그 소리에 주위의 나뭇가지에 있던  눈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산 아

래까지 메아리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소년은 크게 한번 고함을 

치고 얼굴이 벌개져서 숨을 헥헥  대었다. 소년은 얼굴이 발개져 주위를 둘

러보았다. 

"젠장할, 이철용 이사형은 꼭 필요할 때면 없단 말이야."

그때 무언가가 날아왔다. 소년은 그것을 느끼고 장검을 뽑아 들어서 등뒤에 

날아오는 것을 일도 양단 했다. 하얀 그 물건은 검에 잘려지면서 소년의 얼

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것은 잘 뭉쳐진 눈덩이였다. 소년은 검을 도로 꽂

고 얼굴의 눈을 털어 내며 눈이 날아 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약관을 

갓 넘긴 듯한 청년이 웃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자리잡고 있었

고 두 눈썹은 칼날같이 쭉  뻗어 있었다. 아직도 동안인 얼굴에는 가뭇가뭇

한 수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청년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나뭇가지 위에 있는 눈을 집어서 덩어리를 몇 개 만들어 두고 있었다. 그는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며 네 개의 눈덩이를 내 던졌다. 

"자 받아라"

소년은 검을 뽑아서 날아오는 네  개의 눈덩이를 잘라갔다. 픽픽픽 세 개의 

눈덩이가 잘려나가고 마지막 하나는 소년의 어깨 위에 맞았다. 소년은 어깨

에 맞은 눈덩이를 털면서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 청년은 화산파의 속가제자 

중 한명인 화산옥룡 이철용이었다.  화산사검 중 한명인 매화검군 이한생의 

조카로 화산파의 검법을 전수 받기  위해서 이곳에서 수련 중이었다. 이 소

년은 역시 화산사검 중  한명인 풍란검영 영호일평의 제자인 도명진이었다. 

도명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했다. 

"이사형의 눈던지는 실력이 형편없군요."

이철용은 도명진의 이마에 군밤을 메기며 말을 했다. 

"욘석아. 내가 사정을 봐 주었으니까. 그렇지 네가 어찌 나의 눈을 피할 수 

있었겠느냐."

도명진은 이마를 양손으로 감싸며 이철용을 흘기며 말을 했다.

"대사백님께서 이사형을 금천궁으로 오라고 하셧어요."

이철용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부님이"

"예"

"알았다. 조심해서 오거라"

이철용은 눈을 박차고 나위로 올라섰다. 후드득 나무 위에서 눈송이들이 덩

어리째 떨어져 내렸다. 아직 이철용의 경공이 상승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나이에 이삼장이나 되는 나뭇가지 

위에 올라 설 수 있다는 것은 이철용의 경공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철용은 나뭇가지들 사이를 타고서  재빠르게 나아갔다. 마치 날쌘 날다람쥐

가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도명진은 그것을  보고 주먹을 쥐었

다. 

"나도 빨리 저런 경공을 익혀야지 눈이 오면 힘을 못쓰니 원"

도명진은 눈을 헤치고 나아갔다.  눈이 어지간하면 신법을 펼치련만 지금은 

무릎까지 빠지고 있어서 아장아장  걸을 수밖에 없었다. 답설무흔이라는 경

공은 글자 그대로 신선들이나 하는 경공이지 십오세가 갓 넘은 도명진이 할 

수 있는 경공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도명진은 끙끙대면서 가뜩이나 짧은 해

를 부여잡고 걷기 시작했다.

금천궁은 화산파의 장문인이 거처하는  거처였다. 화산의 남봉중 하나인 낙

애봉(落厓 )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금천궁은 오목한 분지 같은 자리

에 잡고 있어서 궁 주위에  칼을 거꾸로 꽃아 놓은 듯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호위를 하듯이 서 있었고  정면으로는 화산의 기암 절봉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금천궁은 십여개의 전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은 화산파의 큰 

일이 생기면 모두들 여기 모여서 회의를 하여 결정을 하는 곳이었다. 

무림인들이 화산파라고 하지만 화산에는 화산파라는 단일 문파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화산 주위에 있는 십여개의 도장들이 각기 분파를 거느리고 있었

다. 어떤 곳은 내공을 연구하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검법을, 어떤 곳은 

부적과 도술을 연구하고 가르치는데도  있었다. 그래서 각 도장마다 특색이 

달랐고 주의 주장이 달랐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도가라는 한줄기 맥을 형

성하고 있었고  화산이라는 울타리를 공유하고 있어서  서로 왕래가 잦아졌

다. 그리고 점점  서로의 학문을 배우고 절차  탁마하면서 서로간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니 사승관계로 각 도장들이 연결이 

되어 있어서 세인들에게는 화산파라는 하나의 문파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었

다. 그래서 각 도장들은 화산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뽑아 세상에 화산을 대

표하는 이로 삼았다. 

그 자리를 줄곧 맡아 오는 곳은 검법을 중시하는 태화산파이었다. 태화산파

는 화산의 남쪽  태화산에 모여 있어서 태화산파라고  하였다. 그에 반해서 

서쪽 소화산에는 도술과 부적 외단을 연구하는 이들이 몰려 있었다. 그들을 

소화산파라고 했다. 태화산 파들이 장검 한 자루로 강호를 떠돈다면 소화산 

파는 부적과 도술과 약으로 민간을 돌아다니며 구세제민의 길을 걸었다. 그

래서 무림는 태화산파가 화산파의 전부인줄 알려져 있었다. 그에 비해서 소

화산파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것은 태화산파에서 소화산파를 무림

에 알리기 꺼려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금천궁은 화산파의 중심지이기도 하면서 태화산파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

곳에는 당금 화산파의 장문인인  화산검성이 있는 곳이었다. 화산검성의 도

호는 무진자였다. 이 도호는  화산파의 제자들도 거의 쓰지 않았다. 대부분

의 인영들이 사부님이나 대 사백  또는 장문인 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무림

인들이 부를 때는 화산검성이라며 높여 불렀다. 

금천궁 안에는 태상노군의 신상이  놓여져 있었고, 도가의 전설적인 신선인 

여동빈과 종리권의 초상이 좌우에  걸려져 있었다. 그리고 태상노군의 신상 

앞에는 하나의 향로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향로에서는 향이 연기를 천정까

지 뻣어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향로 아래에는 한명의 청수한  도인이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

었다. 단전까지 검은 수염을 내리고 있었고 손은 매우 깨끗했다. 하지만 이

마에 보이는 희끗한 머리와 눈가에 잡힌 주름은 이 도인이 보이는 모습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이 도인이 바로 화산파의 장문

인인 화산검성 무진자였다. 그  왼쪽에는 역시 도인이 앉아 있었다. 화산검

성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수십년의 차이를 가지

고 있는 화산검성에 제자 중 한명은 매화검군 이한생이었다. 그는 이철룡의 

숙부이자 사부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산파의 도인이 된 인물이었다. 

오른쪽에는 속인이 앉아 있었는데 약간 나온 배와 깔끔한 얼굴이 넉넉해 보

이는 중년인이었다. 

이 사람은 화산사검 중 한명인 주국검선 마등선이었다. 원래는 화산파의 도

인이었다가 환속한 인물로 국화주를 좋아 한다고 해서 주국검선이라고 외호

가 붙은 인물이었다.  그들 옆에는 두 개의  방석이 놓여져 있었다. 이것은 

두명이 더 온다는 뜻이었다. 다른  두명이 온다면 그것은 화산사검 중 남은 

두명인 죽검서생 곡현과 풍란검영 영호일평이 될 것이었다. 

잠시뒤에 문이 열리고  두명의 도인이 들어섯다. 그  둘은 화산검성을 보고 

읍례를 하였다. 한명은 다부진  몸집에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훤칠한 키에 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다부진 몸집의 인영은 풍란

검영 영호일평이었고 마른 인영은  죽검서생 곡현이었다. 이들 사인은 화산

검성의 제자들이었다. 무림에는 매화검군의 무공이 뛰어나다고만 알려져 있

었지만, 이들 둘의 실력도 매화검군에 뒤쳐지지 않았다. 둘이 주국검선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화산검성이 마등선을 보며 말을 했다. 

"네가 말을 하거라"

"예"

마등선은 화산검성에게 공손히 읍례를 올리고 사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사형 사제들, 내가 이렇게 찾아 온 것은........"

주국검선 마등선은 장안에서 크게 표국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화산에서 배

운 무공과 화산파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표국업을 시작해서 승승장구를 

계속해 왔다. 원래 표국이라는 것은  그 뒤를 밀어주는 문파의 능력에 따라

서 얼마든지 커질수도  급락할 수 도 있는  곳이었다. 그런면에서 마등선은 

무림구대문파중 하나인 화산파를 등에 없고 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장안

을 통과하는 화물의 대다수를  장안표국이 맏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장안 

일대에서는 통행의책임을 지면서 일정량의 인세를 받아서 챙겼다. 그의 사

업은 날로  확장을 거듭해서 동쪽으로는 천하제일  표국인 중원표국이 있는 

낙양과 북으로는  산서, 협서 감숙 일대를  종횡무진했다. 남으로는 촉잔을 

넘어 사천까지 그리고 얼마전에는 하서회랑까지 길을 터서 가욕관까지 화물

을 운송했다. 

거리가 멀어지고  표행이 점점 커지자 이것을  노리는 산적들이나 마적들도 

날뛰게 되었다. 장안표국은 때로는  그들과 싸우면서 때로는 타협하면서 일

을 진행해 왔다.  다행이 화산파의 명성이 천하를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일을 진행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안에서 황도로 

가져가는 세은을 표화물로  받게 된 것이었다. 원래  강호의 표국은 관부의 

물건을 맏기를 꺼려했다.  어떤 식으로든지 관부와 연줄이  닿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었다. 그것은 장안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산서 일대에 산

적들이 날뛰고 있어서 운송의 어려움을 격고 있다며 고위 관리가 협서성 포

정사의 협조공문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장안표국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

으로 표물을 맏게 되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일이순탄히 지나갔다.  세은을 노리고 왔던 녹림도들도 장안표국

의 깃발을  보고 돌아갔고 겁모르고 덤볐던  산적들은 장안표국의 표두들에 

의해서 격퇴 되었다. 마등선은 이례적으로 대표두 두명과 표두 다섯명을 극

비리에 딸려 보냈다. 그것도 안심이 안되어 장안 일대의 명문세가인 언가의 

고수 한명을 거액을 들여 후송을 돕게 했다. 헌데 그런 그들이 태원부에 못

미쳐서 녹립도들의 급습을 받고 표물을 털린 것이었다. 

"대표두의 말에 의하면 그들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저희 대

표두가 일방적인  공세에 십여초만에 장검을 노치고  무릅을 ㄲ었다고 합니

다. 그리고 언가에서 모셔온 고수는 백여초를 버티다가 부상을 입고 물러서

야만 했다고 했습니다."

"언가에서는 어떤 분을 초빙했었나."

매화검군은 조용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거기에는 질책성이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우선 관부의  물건을 호송했다는 것과. 이왕 고수를 쓸거면 

사문인 화산파를 놔두고 언가의  고수를 ㅆ다는 것이었다. 마등선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을 했다. 

"일붕악권 언정문대협입니다."

그말에 삼인은 깜짝 놀랐다. 일붕악권 언정문이라면 당금 무림 오대세가 중 

하나인 권법명문인 진주 언가의  가주 동생이었다. 또한 강호에서도 내로라

는 고수 중 한명이었다. 그의  명성이나 실력은 매화검군에 뒤지지 않는 것

이었다. 그런 고수가 백초만에 패했다면  표물을 턴 산적은 보통 고수가 아

니라는 이야기였다. 매화검군은 놀라서 물었다.

"표사들은 얼마나 당했나."

마등선은 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언대협 이외에는 아무도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허"

삼인은 탄성을 내질렀다. 산적이  표물을 털면서 표사들에게아무런 부상을 

입히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실력이 표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대표두들까지 부상을 입히지 않고 제압을 했다는 것은 여

기 있는 이들의 실력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그제서야 삼인은 사태의 심각성

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일개 산적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 어쩌

면 화산파를 노리고 외각부터  때리는 일인지도 몰랐다. 영호일평은 마등운

을 보며 말을 하였다. 

"사형 표은이 얼마나 됩니까."

마등선은 표은 이야기가 나오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은자로 오만냥일세."

"오만냥"

청수한 수행으로 물욕에 초탈해 있는 삼인도 오만냥이라는 말에 입이 딱 벌

어졌다. 은자 오만냥이면 화산파가  몇년을 풍족하게 쓰고도 남을 거액이었

다. 그리고 그  돈은 장안표국을 정리해도 반도  값을 수 없는 거액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표국은 그 돈을 배상해주고, 고수를 초

빙해 산적들을 찾아가 협상을 해서 일정량의 상납을 하고 표물을 되찼아 왔

다. 산적들이 그것을 거부하면 세력을 모아 피를 보고, 어느 한쪽이 쓰러지

든지 끝장을 보았다. 물론 모든  표국이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안표국 같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혀주는 곳이 있거나 명망이 높고, 실력이 

있는 인물이 표국주로 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매화검군은 화산검성을 바라보았다. 화산검성은 시종 일관 아무런 흔들림없

이 가부좌를 튼채 앉아 있었다. 마치 모든 일에 초연해 있는 것 같았다. 매

화검군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사부님 이번일은 장안표국의 문제만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아무래

도 저희 문파를 노리는 자들의  소행인 것 같습니다. 일개 녹림도들의 실력

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화산검성이 매화검군을 바라보며 말을 하자 마등선을 제외한 삼인이 일제히 

이마를 무릅에 대고 조아리며 말을 했다. 

"저희들이 강호로 나가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화산검성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도를 닦는 이는 세속의 일에 초탈할 줄알아야 하는 것인데"

그말에 사인은 손을 꼭 쥐었다. 이들의 손에서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화

산검성은 혀를 차며 말을 했다. 

"너희들의 마음이 이미  세속에 머물러 있거늘 지금  내가 막는다고 하여서 

무엇을 하겠느냐.  홍수때 흐르는 강물을 무조건  막는것이 능사는 아니지, 

다른 제자들에게는 알리지 말고 조용히 하산하도록 하여라."

이철룡은 옷 매무시를 가다듬고 금천궁 문 앞에 섯다. 

"사부님 제자 이철룡입니다."

"들어오너라"

이철룡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

"제자 이철룡이 사조님을 뵙습니다."

이철룡은 오체투지를 했다. 화산검성이 고개를 끄떡이자 매화검군 이한생이 

말을 했다. 

"마사숙에게도 인사를 해야지"

"예"

이철룡은 몸을 돌려 중년의  인영에게 이마를 마룻바닥에 대었다. 마사숙은 

껄걸 웃으며 말을 했다. 

"흐음 훌륭하게 컷구나."

"마사숙님께서도 더 좋아 지신 것 같습니다."

"허허허"

이철룡은 마등선이 장안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

다. 그 사업이 무언인지는 모르지만  매년 화산파에 적지 않은 돈을 보내오

는 것을 보면 사업이 잘되기는  잘되는 모양이었다. 이철룡은 다른 두분 사

숙께도 인사를 올리고 끝에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화산검성은 이철룡을 

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했다. 

"철룡아."

"예 사조님"

이철룡은 넙죽 절을 했다. 화산검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너는 이제 그만 하산할때가 되었구나. 그만 산을 내려가거라."

"예?"

이철룡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반문을 하려다가 사부자 숙부인 매화검군 이

한생의 눈을 보고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대

답을 했다. 

"예"

화산검성은 고개를 끄떡였다.

"너를 부른 것은 그말을 전하기 위해서 였다. 모두 그만들 물러가거라."

화산검성은 눈을 내리감고 입정에  들어갔다. 오인은 대례를 올리고 발걸음 

소리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쳐서 금천궁의 주실을 나왔다. 이철룡은 주실을 

나오자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사조앞에만  가면 가슴이 오그라들고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게 이상했다. 그렇다고 싫은 것은 아니었다. 매화검

군은 세명의 사형제들을 보며 말을 하였다. 

#5153   유재용   (tjr2100 )

[연재] 청룡장2 #02                           01/07 18:37   363 line

"사부님께서 하산을 허락하셧으니 사제들 먼저 하산을 하게 나는 몇가지 일

을 처리하고 따라 가겠네"

그러자 삼인은 포권을 취하며 말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대사형 장안표국에서 뵙지요."

삼인은 소매를 떨치며 문을  나섯다. 매화검군은 이철룡을 바라보지도 않고 

한곳으로 걸어갔다. 철룡은 그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매화검군은 눈쌓인 길을 걸으며  이철룡을 바라보았다. 이철룡은 묵묵히 따

라오고 있었다. 둘이 올라가는  곳은 낙응봉의 정상에 있는 앙천지(仰天池)

였다. 이 연못은 특이하게도 봉우리 정상의 바로 아래에 있었다. 넓이도 꽤 

커서 사방 이십여장이 족히 되는  곳이었다. 지금은 연못이 꽁꽁 얼어 있었

고 그 위에 눈도 덮혀 있어서 너른 공터처럼 보였다. 단지 그 공터 앞에 있

는 비석만이 이곳이 화산의  명물중 하나인 앙천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

다. 매화검군은 그곳에 서서 화산을 내려다 보았다. 

눈덥힌 산하에 봉우리들은 칼날처럼 솟아 있었고, 곳곳에 푸르름을 잃지 않

는 소나무들은 무거운 눈을 짊어지고서도 꿋꿋이 서 있었다. 이철룡은 매화

검군의 옆에서서  자신의 사부님이자 속세의숙부님께서  왜 자신을 여기로 

불렀는지 궁금해했다. 그가 알기로  자신은 화산파의 계율을 어긴적이 없었

으며, 무공수련도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하산을 할 이유가 없었다. 매

화검군은 산하를 보다가 이철룡을 바라보았다. 

"철용아. 너는 네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을 하느냐"

이철룡은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동문 사형제들  중에서는 그래도 조금 

낫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부님이 그렇게 물어보자 이철룡은 아무

런 할말이 없었다. 매화검군은 산아래를 가리켰다. 

"이 산이 무림이라면 너는 저기 있는 작은 소나무 정도의 수준이다."

이철룡이 가리킨 곳은 잘 보이지도  않는 바위 틈새에 있는 매우 작은 소나

무를 가리켰다. 이철룡은 순간 귓볼이 발개 졌다. 하지만 대적은 하지 않았

다. 매화검군은 그런 이철룡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었다. 

"하산을 하거든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몇 년 동안 두문불출 하면서 검법을 

더 연마를 하거라. 그럼 네 한몸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강호로 뛰어들 생

각은 하지 말고, 동문 사형제들에게는 인사할 것 없다. 이길로 하산을 하거

라."

그말에 이철룡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얼른 무릅을 ㄲ고 고개를 숙였다. 이

마가 눈에 닿아 차가웠으나 그는 알지 못했다.  

"사 사부님 제 제자가  불민하여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릅니다. 사부

님께서 이 불민한 제자를 옳은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이한생은 웃으며 말을 했다.

"너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몇 년동안 검법의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다면 내가 너의 집으로 찾아가서  너를 데리고 다시 올라오겠다. 너도 아다

시피 너는 속가제자로서 갖추어야할 모든 소양과 무공을 익히고 배웠다. 네

가 더 배워야 할 것들은  본산제자가 되어야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곧 본

산제자들의 집중훈련이 시작 될 것이다.  그것은 너는 배울 수가 없는 것이

다. 그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되어서 보내는 것이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

지 마라.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동문사형제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지 말고 

떠나라. 네 짐은 산문에 맏겨 두었다."

이철룡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절을 하였다.  매화검군은 뒷짐을 진채 

창천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산파의 문도는 원래 청빈한  생활을 하고 또한 

거의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철룡이 특별히 가지고 하산

을 할 것은 없었다. 

그래서 이철룡은 지금 이 차림에  장검 하나만 달랑 들고 하산을 하기 시작

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무수한 의문들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철룡은 해답

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남천문에 이르렀을 때 문앞에 서 있던 두

명의 제자가 이철룡에게 짐을 건네  주었다. 그 짐은 매화검군이 이미 준비

해둔 이철룡의 물건들이었다. 둘은 이철룡의 어깨를 쳐주며 말을 했다. 

"조심해서 다녀오게"

이철룡은 짐을 지고 두 사형제에게 읍을 했다. 그둘은 자신이 몇 년동안 하

산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철룡은 웃고 있는 그들

이 부러웠다. 그들은 화산파의  비전절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도 

남아서 그런 절예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사조께서  직접 하산을 명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되 돌일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럼"

둘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철룡은 남천문을  나와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은 매우 가파랐고 얼음이 언데가다 눈까지 와서 매

우 미끄러웠지만 이철룡은 그런지도  모르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늘은 아

직 파아란데 산 그늘로 인해서 길은 점점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

내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으로 뒤덥혔다. 이철룡이 수련시

에 이 길을 매일 뛰어 다니지 않았다면 실족을 해도 벌써 몇번은 했을 것이

었다.

이철룡은 잠시 멈추어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아직 빛의 잔영이 

남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화산을 바라보았다. 화산의 칼날같은 산세

가 붉은 노을에 휩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화산파의 모습은 

화산의 그늘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이철룡은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 

신발이 눈에 젖어드는 것도 알지 못했다. 

밤이 늦어 화흠현에  도착한 이철룡은 객점을 잡고  밤을 보내기로 하였다. 

객점에서는 이철룡이 화산파의 제자인 것을 알고 영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

고 더운 국과 밥을 내주었다.  이철룡은 감사를 하고 밥과 국을 먹었다. 그

때 한명의 인영이 문을 열고 들어섯다. 

"주인장 여기 국과 밥을 좀 주실 수 있으시겠소."

주인은 눈을  부비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철룡도  그를 바라보았다. 중년의 

나이에 매의 눈을  가진 인영이었다. 등에는 장검을  한자루 메고 있었는데 

먼길을 왔는지 머리와 어깨 등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그는 눈을 털어 내었

다. 그리고 주인에게 은자 일전을 선뜻 내밀었다. 주인은 입이 나왔다가 다

시 쏙 들어갔다. 그는 이철룡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형제는 화산파 제자인가."

"그렇습니다."

"어느 분 문하이신가."

이철룡은 의야해 하며 물었다. 

"매화검군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만 누구신지"

이철룡은 말끝을 흐렸다. 화산파의 제자는 강호에 널리 퍼져 있어서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 인영이 먼길을  온 것 같고 또한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면 화산파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공손히 물었다. 그는 껄걸 웃으며 말을 했다. 

"나는 무량자님을 사부님을 모시고  있네. 대사형이 어느새 제자를 다 두셧

군. 하하하 하하하"

그말에 이철룡은 읍례를 올렸다. 

"사숙님을 뵙습니다."

"하하하 이 사람아 예는 무슨"

그는 이철룡의 어깨를 쳐주고 그 앞에 앉았다. 주인이 국과 밥을 내오자 국

을 후후 불더니 몇모금 마시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번쩍이는 눈으로 

이철룡을 바라보았다. 

"사제는 하산하는 길인가."

"그렇습니다. 헌데 사숙님의 대명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참 내 정신좀 보게  나는 나관추라고 하네, 내 친구들은 포응검객이라고 

부르지 그냥 화산으로 올라가려다가 이곳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요기나 하

려고 왔네. 하룻동안 꼬박 달려와서 뱃속이 허전했거든."

"무슨 급하신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철룡의 말에 나관추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 급한 일은 아니네. 하지만 급하다면 급하다고 할 수 있지. 사질도 알

다 시피 지금 강호는 혼돈  천하일세. 청룡장에서 애써 잡은 적천마군을 삼

혈맹에게 도로 넘겨 주엇다네. 거기에 무슨 흑막이 있는 것이 분명하네. 그

래서 이번에 무림대회를 열어 청룡장의 죄를 성토할 생각이네. 나는 사부님

을 뵙고 이번 사안을 논의하러 화산에 오르는 길일세."

이철룡은 나관추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 듣지 못햇다. 그는 지난 

십여년간 화산에서  무공수련에 전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강호에는 삼혈맹이

라는 마도의 방파가 정의를 해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철룡이 

약간 멍해 있지 나관추는 눈을 빛내며 말을 하였다. 

"사질은 당금 강호의 사정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가보군"

이철룡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에 강호에  처음 발을 내딧어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

다."

이철룡은 집으로 돌아가라 은둔하며 검법을 닦으라는 사부님의 명을 받았다

는 것을 빼고,  강호 출도를 허락 받은  제자처럼 행세했다. 나관추는 그의 

말에 혀를 찼다. 

"검군사형은 똑똑하신 분인데 이런  때에 사질을 강호에 혼자 내 보내다니, 

내가 가서 따저야 겠군"

그말에 이철룡은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우선 본가로 가서 세상 물정을 익히고 있으면 사부님께서 한

번 들러서 지도를 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말에 나관추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내가 강호의 사정을 이야기 해줌세. 우선 청룡장과 삼혈맹의 동해 해

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지.  이 이야기를 모르면 강호인 취급도 해주지 

않으니 말일세 하하하."

나관추의 말에 이철룡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나관추는 청룡장과 삼혈맹

이 거경방과 사해방을 앞세워 동해에서 해전을 벌인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강호에 떠도는 소문을  옮긴 거라서 어느 부분은  과장이 되고 어느 부분은 

축소가 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사실과 부합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일장 설

명을 마친 나관추는 국을 한사발 들이켰다. 그리고 입을 닦고 아쉬운 듯 말

을 했다. 

"내가 바로 화산에 올라가야 하지만 않는다면 사질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

이고 싶네만 정말로 아쉽네 그려 사부님 앞에서 술냄새를 풍길수야 없지 않

은가."

"그렇지요."

"아참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지"

"삼혈맹에서 백리세가의 인질과 적천마두를 교환하기로 했다는 것까지 하셧

습니다."

"그랬었지. 그 두파는 양주에서  협상을 갖고, 백리세가의 인질과 적천마두

를 교환을 하였네.  우리는 모두 그때 까지만  해도 적천마두를 청룡장에서 

죽일줄 알았네. 그리고 그런 마두는  단칼에 없애야 하는 것이 백도인의 도

리였네. 그러나 그들을 그렇게 하지 않았네. 그들은 삼혈맹과 야합을 한 것

이네."

이철룡은 의야해 해서 물었다. 

"청룡장이 백리세가의 식솔들과 적천 마두를  교환 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

가 가는데, 그것을 야합이라고 하면 좀 과한 것 아닙니까."

그말에 나관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을 보고 이철룡은 다시 말을 했다. 

"제말이 귀에 거슬렸다면 죄송합니다."

나관추는 정색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많은 무림의 동도들이 자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 하지만 사

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네.  그것은 삼혈맹은 단 한번도 자신들의 적

과 타협을 한적이 없다는 것일세. 어떠한 희생을 치루고서라도 적은 섬멸하

는 것이 삼혈맹의 기본 입장이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휴전은 삼혈맹과 청

룡장의 야합이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네. 또한 강호에는 청룡장이 

이번에 백리세가의 식솔들을 교환  받은 것을 빌미로 백도의 맹주를 차지하

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네. 이미 개방에도 손을 뻣혀

서 개방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해놓았다네."

"개방에다 무슨 일을 했습니까."

"백리세가의 교환을 개방과 사전에 협의를 했다는 것이네. 개방에서는 둘의 

교환 때문에  일백여명에 달하는 개방고수들을  파견했었네. 그전에 교환이 

이루어져서 개방의 고수들이 양주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지. 이일은 개방 내

부에서도 청룡장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개탄을 하고 있네. 청룡장은 개방

을 끌어 들임으로서 자신들에게  ㅆ아지는 비난을 희석시키고, 또한 개방과 

함께 영광과 비난을 받음으로써 동지애를 키워 간다는 것이네. 이미 개방의 

장로 몇 명이 청룡장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떠 돌고 있네. 

두고보게 청룡장은 곧 그 야심을 드러 낼테니까."

이철룡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나관추를 보며 말을 했다. 

"그럼 반혈맹은 어떤 곳입니까."

그말에 나관추는 의복을 정제하고 말을 하였다. 

"반혈맹은 글자 그대로 삼혈맹에 반대하는 곳이네. 두달전에는 삼혈맹의 풍

무분타를 발견해서 무림동도들과 함께  섬멸을 했네. 이때에는 청룡장도 참

가를 했는데, 소수마후라는 마녀를 살려 보내 주었다네. 이때부터 청룡장이 

삼혈맹과 한 가지임이 밝혀졌다고 볼 수 있네."

나관추는 냉소를 흘리고 나서 말을  하였다. 그는 그 자리에 무당파의 도인

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반혈맹은 그외에도 얼마전에 낙양마장이 삼혈맹의 지단임을 만천하에 알리

고 이들을 무찔렀네. 그리고 아무도 하지 못했던 삼혈맹과의 대전을 무림에 

정식으로 선포했네. 이에 강호의 영웅호걸들이 모두 반혈맹의 기치 아래 모

이고 있네. 몇 년내에 반혈맹은  삼혈맹을 무찌르고 무림의 어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네."

"반혈맹주는 누구입니까."

반혈맹주라는 말에 나관추의 얼굴이  살짝 찌뿌려 졌지만 이내 말을 계속했

다. 

"반혈맹주님은 아직  신분을 밝히시지 않고 있네.  아직은 반혈맹의 저력이 

일천하여 맹도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네. 하지만 점점 맹도들이 

늘어 나고 세력이 커져가고 있네.  멀지 않아 맹주님께서는 직접 신분을 밝

히시고 강호에 우뚝 서실 것이네. 그리고 반혈맹에는 전대의 고수이신 창왕 

언무외 노선배님이 계시네. 자네도 들어 보았겠지. 그리고 반혈삼협이 맹주

님을  호위한다네. 일검미랑  종초홍, 웅패신,  옥소공자님이 반혈삼혈이시

네."

창왕 언무외와 반혈삼협의 설명에 이철룡은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들어 보았습니다. 무림 삼왕에 대한 전설은 귀가 따갑게 들어 왔었습

니다. 헌데 아직까지 그분이 살아 계시다니 정말 놀랍군요."

"하하하 그럴껄세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네, 삼혈맹에 혈마가 있다면 반혈맹

에는 창왕 노선배가 계시네.  그리고 삼혈맹에 오대마군이 있다면 반혈맹에

는 반혈삼협이  계시네. 그러니 삼혈맹을  두려워 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

네."

나관추는 밖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어느새 새벽 별이 떠오르고 있었고 희미

한 햇살이 창문턱에 내려  앉기 시작했다. 이철룡도 밖을 바라보았다. 둘은 

이야기로 밤을 새운 것이었다. 나관추는 어깨를 펴고 일어섯다. 

"사질 이만 가서 사부님을  뵈어야 겠네. 지금 강호에는 삼혈맹도들이 날뛰

고 있네. 부디 몸조심하게. 곧 광명천하가 올 것이네."

"알겠습니다. 헌데 나사숙님은 반혈맹에 가입해 계십니까."

나관추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철룡의 어깨를 쳐주었다. 

"삼혈난세 의혈수정(三血亂世 義血守正)을 잊지 말게"

"삼혈난세 의혈수정"

이철룡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관추는 이철룡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갔다. 문밖에서는 매서운 바

람이 몰아쳐 왔다. 나관추는  새벽 눈길을 걸으며 화산쪽으로 나아갔다. 이

철룡은 그의 넒은 등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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