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 반혈맹. (10/95)

  

  10. 반혈맹.

  쪼르륵. 찻잔에 가득히 찻물이 부어졌다. 차를 따르는 손은 매우 주름이 

져 있었다. 육정산의 손이었다. 육정산의 차를 받고 있는 인물은 종초홍이

었다. 종초홍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소천은 종초홍을 지긋이 보았다. 세 호법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

다. 

  "이제는 말해 줄 때도 되지 않았소?"

  종초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옥소서생과 웅패신을 기다린다면 기다리지 말라고 해주고 싶소."

  종초홍은 괴로운 듯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결코 적이 아니오."

  "나도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대접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를 

곤경으로 몰아 세웠으니 어떤 언질은 주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종초홍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나는 반혈맹에 소속되어 있소이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소이다."

  육정산이 말을 열었다.

  "그렇다면 삼혈맹에 반하는 사람들이 모인 건가?"

  종초홍은 괴로운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육대형.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소이다."

  육정산은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뒷짐을 지고 있다가 물었다. 

  "그럼 풍청방은 어찌 된 겁니까?"

  "풍청방은 삼혈맹에서 멸망을 시킨 것이오. 우리는 풍청방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몇 번의 접촉을 가졌소이다. 그러던 어느 날 풍청방에서 긴급한 서

신이 날아 왔소이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삼혈맹의 소굴을 하나 발견 한 

것 같다고 하는 소식이었소. 그런데 갑자기 풍청방이 무너진 것이었소. 그

래서 그 사안을 조사하다  보니 풍청방의 뒷산에  삼혈맹의 분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풍청방은 아마도 우연히  삼혈맹의 분타를 발견한 모양

이오. 그래서 삼혈맹에 무너졌을 것이오. 우리는  그 복수를 하고 또한 중

인들에게 삼혈맹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일을 벌였던 것이

오. 그래서 풍청방의 전전대 방주가 진우량의 부관이었다는 소문을 냈소이

다. 그랬더니 알아서 소문이 커지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소. 우리는 그것을 

유인한 것뿐이오."

  소천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육정산은 종초홍의  식은 찻잔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옥소공자와 웅패신이 그 일을 맡았구려. 그  산에서 싸움 아닌, 싸움을 

하면서 사람들을 그 바위로 유인한 것이군."

  종초홍은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육정산은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공자. 종형은 무림대의를 위해서 한 일이니 그만 돌아가게 해주는 것

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서 무림에 불어닥칠  혈풍은 어떻게 하시겠습니

까? 삼혈맹은 이번 일에  참가한 문파나 고수들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겁니

다. 아마 반혈맹에서 노리는  것도 그것이겠지요. 삼혈맹과  전 무림의 충

돌…… 그게 반혈맹이 원하는 것 아닙니까?"

  그때 밖에서 호통소리와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잦아

들었다.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소서생과 웅패신이 와서 물리쳤습니다. 추적할까요?"

  "아닙니다. 그냥 보내십시오. 그리고 무당파의  일검도장께서 아직 본산

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뵙기를 청한다고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종대협께서는 그만 가주십시오."

  소천의 냉랭한 말에 종초홍은 고개를 숙이고  문을 나섰다. 저녁 무렵이

라서 그런지 종초홍의 그림자가 매우 길게  느껴졌다. 육정산이 그를 문까

지 바래다 주었다.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소천의 귀에는 들렸지만 애써 듣지 않았다. 육정

산은 종초홍의 등을  토닥여서 보내주었다. 종초홍이  저쪽 골목을 가까이 

가자 두 명이 나와서 그의 손을 잡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옥소서생과 

웅패신이었다. 육정산은 혀를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길 거리에 있는 상점들은 모두 문을  굳게 닫아 걸었고 성안에는 아무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익상이 저쪽에서  달려 들어왔다. 소천을 보

고 읍을 하며 말을 했다. 

  "일검도장께서는 아직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소공자께서 괜찮으

시다면 이곳에서 같이 머무르셨으면 한답니다. 그곳 주인과 점소이가 모두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후환을 두려워 한 모양들입니다."

  "방은 여분이 몇 개 있으니 모셔오게.  그리고 다른 두 분께서는 식사를 

준비해 주십시오."

  

  화르륵, 불꽃이 위로  솟아오르며 향긋한 냄새가  중인들의 코를 자극했

다. 온갖 야채와 채소들을 볶아서  만드는 야채볶음이었다. 일체의 고기는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그 냄새가 사람들의 복장을 뒤집고 있었다. 

  소천이 직접 야채볶음을 하고  있었다. 몇 번 더  불에 이리저리 볶고는 

주걱으로 접시에 나누기 시작했다. 이십여 개의  접시에 각각 수북히 쌓이

자 오익상이 그것들을 탁자에 날라 놓았다. 

  몇 명의 도인들이 상 차리는 것을 도왔다.  잠시 뒤에 자리가 마련이 되

고 중인들이 탁자에 둘러앉았다. 그 수는 약 삼십여 명이 되었다. 

  소천 일행이 다섯 명이었고, 이십  오명은 무당파의 도인들이었다. 소천 

일행은 조금 큰 탁자에  같이 앉았고 소천  앞에는 일검도장과 중년도인이 

앉아 있었다. 중년도인은  눈에서 정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검도장은 

야채 볶음을 조금 맛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소공자께서는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부끄럽습니다. 헌데 이분은……?"

  소천은 앞에 있는 중년도인을 가리켰다. 그러자 일검자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중년도인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 인사드리거라."

  "무당파 칠대 제자인 청송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무당파에 검신이 자라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

게 뵙게되니 영광입니다."

  소천의 말에 청송자는 낯빛을 바꾸며 말을 했다. 

  "소공자께서 바위를 가르는 솜씨는 저로서는  따라가지 못할 절예였습니

다. 어제 비로소 저는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소천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포권을 취했다. 

  "별 말씀을……"

  "헌데 아까 하신 말씀은……? 반혈맹 말이외다."

  일검도장의 말에 육정산이 그간의 일을 설명을 했다. 일검도장은 고개를 

끄떡였다. 

  "어쩐지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종초홍 종대협이 

빈도에게 청룡장에서는 무언가  비밀을 알고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아마 

다른 문파에도 그런 말을 하고 다녔을 겁니다. 그래서 그 산봉우리로 그렇

게 빨리 사람들이 모여든 것입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는데 이제 그것이 밝혀지는군요.  반혈맹 맹주는 누구랍

니까?"

  "그건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은 아니겠지요. 그보다  큰 일은 삼혈맹이 이  사건을 기화로 전 

무림과 충돌을 일으킬까 걱정입니다."

  일검도장도 소천의 말에 피냄새를 맡았는지 합장을 하고 도호를 외웠다. 

  "무량수불. 삼혈맹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 무림을 상

대로 싸우지는 못할 겁니다. 반혈맹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었다면 좋았

을 텐데요."

  육정산이 고개를 끄떡였다. 

  "반혈맹이 어떤 식으로든지 삼혈맹과 싸우고자 한다면 조만간 모습을 드

러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삼혈

맹과 자웅을 겨룰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수긍을 할 수 없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

는 반혈맹이 진우량의 보물을 미끼로 강호의 동도들을 이곳 풍무현으로 불

러들여 삼혈맹의 분타로 유인 공격케 한 것은 방법적으로 하자가 있었습니

다. 이로 인해서 원치 않게 삼혈맹과 적대관계를 가지게 되는 문파가 속출

하게 될 겁니다."

  소천의 말에 일검자는 냉랭하게 웃었다. 무당파는  지난 수십 년간 삼혈

맹과 암묵적인 싸움을 해왔기 때문에 삼혈맹과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

지 않았다. 또한 무당파의 속가제자나 무당파와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 삼

혈맹에 의해 죽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삼혈맹에 대한 원한이 깊었다. 그

래 소천의 말은 반혈맹 때문에 청룡장이  삼혈맹과 원한을 맺은 것을 불평

하는 투로 들렸다. 

  "반혈맹의 방법이 조금 잘못 되기는 한  거지만 삼혈맹은 무림의 해악이

외다. 누군가 나서서 삼혈맹의 분타들을 밝혀  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청룡장에서는 삼혈맹과 화해를 하기 바래서 남으신 겁니까?"

  일검자의 날카로운 말에 소천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육정산이 소천의 

얼굴을 보고 껄껄 웃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소공자의 말은 단지 우리가 아직 준비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연히 삼혈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외다. 나도 삼

혈맹이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이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삼혈맹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일검도장도 육정산이 그렇게 말을  하자 더 이상  소천을 추궁하지 못했

다. 육정산의 원한은 무당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할 것은 아니었기 때문

이다. 그때였다. 삐익 삐익 하는 날카로운 소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도인들은 일제히 병장기를 빼들고 각기 지붕과 행랑위로 올라갔다. 몇명

은 정문으로 뛰어 나가면서 주위를 살폈다.  소천은 무당파의 도인들이 움

직이는 것을 보고 저으기 감탄 했다.  명령이 없었는데도 도인들은 체계적

으로 움직이며 방위를 정확히 집고 있었다. 

  '무림의 태산북두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한 명의 도인이 소리쳤다. 

  "삼혈맹이다."

  "빨리도 오는군."

  삼혈맹의 풍무분타를 괴멸시킨지 반나절이 지나지  않는데, 자신들을 치

기 위해서 삼혈맹의 척살대가 밀려오는 것이다. 

  여기 모인 고수들의 전력이라면 어지간한 방파를  상대 할 수 있을 정도

였다. 이들을 상대하는 전력을 모으는데 삼혈맹은  반 나절밖에 걸리지 않

은 것이다. 그만큼 삼혈맹은 천하에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리

였다.

  집집마다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고, 불빛은 침묵했다. 거리를 밝히는 유

일한 불빛은 소천이 자리잡은 집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소천 일행은 지붕 위에 올라가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달빛을 밟으며 길

다란 그림자들이 불빛을 목표로 사방에서 몰려왔다. 그림자들은 소천이 있

는 집 주위를 빙 둘러 유령같이 섰다.  그들은 한결같이 혈포를 입고 있었

고 장도를 차고 있었다.

  스윽. 소천의 시선이 한곳으로 멈추었다.  혈의경장을 입고 하얀 피풍의

를 나부끼는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달빛을 받아서 그런지 시리

도록 창백했다. 크고 맑은 두 눈은 이십 여장이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선명

히 보였다. 소천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우선 말로 설명을 하려는 참이

었다. 

  "청룡장의 소천이라고 하오."

  "죽여라!"

  도저히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냉랭한 명령

이었다. 주위에 포위하고 있던 삼혈맹도가 공격했다. 

  "막아랏!"

  일검도장의 외침에 무당파의  도인들은 장검을 빼들고  삼혈맹도와 맞섰

다. 

  소천 일행 중에선 육정산만 움직였다. 그는 도를 뽑아 들고 여인의 미간

을 겨누었다. 거리는 무려 이십 장. 이십 장의 거리라면 단숨에 공격을 하

기에는 조금 먼 거리였다.  세 호법은 소천을  바라보았다. 소천은 고개를 

끄떡였다.  

  "무당파를 도와주시오."

  소천의 말에 세 명의 호법은 각기  병장기를 빼들고 혼전이 벌어지고 있

는 거리로 뛰어 내렸다. 

  "탓!"

  육정산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져 나오고 도가  허공을 날아갔다. 그것을 

보자 소녀의 눈이 커졌다. 

  "이기어도!"

  파아, 도는 단숨에 이십 장을 가르며 날아갔다. 소녀의 쌍수가 흔들리면

서 몸을 옆으로 빼었다.  그 순간 육정산의 신형이  떠오르고 도는 호선을 

그리며 소녀를 추적해  들어갔다. 소녀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어리더니 

한 손으로 도를 헤집고 한 손으로는  날아오는 육정산을 향해서 쏘아져 갔

다. 

  그녀의 손은 속 핏줄이 보일 만큼  투명한 소수였다. 소수마공은 삼혈맹

의 소수마후의 독문절예였다. 오대마군 바로 아래의 서열이 사후였고 소수

마후는 사후 중 최고의 여고수였다. 

  육정산의 손이 어느새 뒤로 돌려졌다. 그와  함께 소수마후를 노리던 도

가 육정산의 손으로  다시 회귀되었다. 소수마후는  쌍수를 앞으로 뻗으며 

육정산과 정면으로 부닥쳐 갔다. 

  "가랏!"

  육정산의 도세가 소수마후의 몸을 갈랐다. 그  순간 소수마후가 둘로 갈

라지는 듯이 보이면서 육정산의 좌우측면을 공격해왔다. 

  "분영술?"

  소천의 입에서 헛바람이 터져 나왔다.  분영술. 다른 말로 분신술이라고

도 한다. 자신의 몸을 둘이나 셋으로 나누어 상대를 공격하는 신법의 일종

이었다. 

  도술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두  셋으로 나누어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고 빠른 신법을 이용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분영술이 극의에 달한 사람은 적의 공격과 동시에 실상

을 허상으로 바꾸고 허상을 실상으로 바꿀 능력이 있었다. 

  즉, 적이 자신의 실체를  알고 공격을 해와도 그  공격을 피해서 허상의 

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공력의 소모가 많아서 거의 

쓰지 않는 수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수마후는  육정산이 보통 고수가 아

님을 알아차리고 일격에 승부를 가르기 위해서  첫 접전에 분영술을 쓴 것

이다. 

  "파!"

  육정산의 도가 허공에서 흔들리며 하나의 막을 그렸다. 일검자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성막밀밀!"

  성막밀밀. 다른 말로 검막이나 도막으로 불린다. 검이나 도를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여 물샐틈없이 만드는 수법으로 이것을 대성한 사람은 폭우 속

에서도 물방울 하나 스며들지 못한다고 전해진다. 

  성막밀밀은 힘이 분산이 되기 때문에  암기를 막는데는 유용하나 한곳으

로 강하게 치고들어오는 공력에는 밀리기  마련이었다. 소수마후의 소수마

공은 힘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데 유용한  공력이었다. 따라서 소수마후가 

전력을 한곳으로 집중해 온다면 도막을 뚫지는 못해도 육정산에게 큰 타격

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일순 소수마후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고  소수마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검막으로 부딪쳐갔다. 그 순간 검막이 사라지고 한줄기 도기가 소수마후의 

몸을 그어 내렸다. 육정산은 성막밀밀로 소수마후의  공격을 유인해 낸 것

이다. 그리고 경험에서 뒤지는 소수마후가  그런 유인책에 걸려든 것이다. 

소수마후는 잘못된 것을 느끼고 몸을 뒤로  뒤집으며 도기를 피했다. 하지

만 도기는 집요하게 소수마후를 쫓아갔다. 

  좌우에서 삼혈맹도들이 뛰어 오르며 육정산을  공격해갔다. 육정산의 도

가 흐릿하게 흔들리고 삼혈맹도들은 피를 뿌리며 떨어졌다. 육정산은 그들

을 베자 더 이상 공력이 이어지지 않는지 땅에 내려섰다.  

  소수마후는 입가에서 피를 뿌리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퍼억. 등이 바

닥에 부딪치면서 소수마후는 한번 튀어 올랐다가 뒤로 주르륵 밀려나서 담

벽에 가서 부딪쳤다. 

  쿠웅. 담벽이 무너지면서 소수마후의 충격을 흡수해 주었다. 소수마후는 

그 일격에 내장이 진동을 하여 내상을  입었는지 입에서 계속 피화살을 뿜

어내었다.

  탓, 육정산은 소수마후를 일도양단을 할  기세로 달려갔다. 그러자 몰려

든 삼혈맹도들이 치솟아 오르며 육정산을 막았다. 육정산은 고함을 내지르

며 도를 휘둘렀다.  육정산의 앞을 막아선  삼혈맹도들은 그들의 병장기와 

함께 양단이 되어서 나뒹굴었다. 

  육정산은 쓰러져 있는 소수마후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그 순간 소

수마후는 애처로운 눈길로 육정산을 바라보았다. 시리도록 푸른 눈에는 눈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며 손은 앞을 들

어서 도를 막는 시늉을 했다. 이미 중상을  입은 그녀의 그런 저항은 정말

로 무의미한 것이다. 

  뚝. 육정산의 도가 소수마후의  팔 위에서 멈추었다.  육정산의 눈이 몇 

번이고 흔들렸다. 소수마후의 얼굴 위로 한  소녀의 얼굴이 무수히 겹쳐졌

다.

  싸움은 이미 멈추어 있었다. 소수마후가 육정산의 도에 패한 이후, 삼혈

맹도들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무당파의 도인들

도 그런 삼혈맹도를 쫓아가서 공격을 하지 않았다. 

  골목에는 서너 구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고  한 명의 도인이 부상당한 몸

으로 신음성을 토하고 있었다. 그 도인에게는  다른 도인들이 가서 지혈을 

하며 상처를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삼혈맹에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구나? 너같이 어린 계집아이를 내보내는 

것을 보면…… 노부의 신분으로 어찌 어린아이와 드잡이질을 하겠느냐!"

  육정산이 도를 거두며 몸을  일으키자 두 명이  와서 소수마후를 부축했

다. 소천이 어느새 육정산의 옆에 내려왔다. 

  "삼혈맹주에게 전하시오. 이번 풍무현에 있는 삼혈맹분타의 공격은 계획

된 것도 아니었고,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었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

을 회피할 생각은  없소. 귀맹에서 싸우자면  싸우겠지만 귀맹에서도 다시 

한번 이일을 검토해 주기 바라오. 또한 무림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어떤 피

해도 주지 않기 바라오."

  소수마후는 간신히 고개를 끄떡였다. 무당파의  일검자가 불진을 휘두르

며 소수마후의 전면에 섰다. 청룡장에서 이렇게  나오는 이상 자신들이 나

서서 저들은 공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일검자는 

단칼에 소수마후를 죽여 후환을 없애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무량수불. 나도 삼혈맹에 반감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번 공격은 전혀 의

도치 않았던 것이오. 어쨌든 삼혈맹에서 이번  사건을 트집잡아 싸움을 걸

어온다면 피할 생각은 없소이다."

  일검자의 말에 소수마후는 파리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가보시오"

  소천의 말에 소수마후는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두 명

의 혈살대원은 소수마후를 부축한 채  달빛을  등지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올 때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동료들의 시체를 짊

어지고 내달리는데도 속도가 줄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이 사라지자 육정

산은 집으로 들어갔다. 일검자가 부르려 하자  소천이 그의 소매를 잡아서 

가볍게 제지를 했다. 

  "육노야께서는 아마도 손녀를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지금 살아 있었다

면 소수마후쯤 됐을 겁니다."

  일검자는 나직이 도호를 외웠다. 삼혈맹에 대한 증오보다도 손녀딸 또래

의 계집 아이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는 것이리라. 아니 자

신의 손으로 죽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일검자는 잠시  눈을 감고 명복을 

비는 주를 외운 다음 소천을 바라보았다. 

  "삼혈맹에서 어찌 나올 것 같소이까?"

  "좀 더 두고 봐야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당분간 강호는 시끄러워 

질 것 같습니다."

  "무량수불."

  

  <문서번호: 2-107호.

   형    식: 일급 지휘서신

   수    신: 전 삼혈맹도

   안    건: 반혈맹.

   내    용: 추적.

   기    간: 한 달.

   작 성 자: 제 이맹주 혈유>

  그렇게 적힌 서신이 전 강호에 퍼진 것은  오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수

천 장의 전서구가 전 강호를 뒤덮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삼혈맹도

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거의…… 

  

  가을의 끝이라서 그런지  너른 벌판은 텅  비어있었다. 여기저기 이삭을 

줍는 농부들의 한가로운 손길을 제외하고는 보이는  것은 텅 빈 벌판과 그

와 맞닿은 하늘뿐이었다. 다섯 필의 말은 한가로이 길을 따라 갔다. 그 위

에는 소천과 육정산 일행이 타고 있었다.  육정산은 내내 어두운 안색이었

다. 

  "육대협. 그 일을 후회하고 계십니까?"

  육정산은 고개를 저었다.  이들이 백리세가의 참화를  들은 것은 무호에 

도착해서였다. 백리세가의 노가주가 죽고 가솔들이  삼혈맹으로 잡혀 들어

갔다는 소식이 개방을 통해서 전 강호에 퍼진 것이다.

  그것은 전 무림에게 또 다른 충격이었다.  삼혈맹이 전 강호의 공포이기

는 했지만, 거대 명문 백도문파와의 싸움은 꺼려했다. 

  헌데 그러한 관례를 깨고 오대세가 중 하나인 백리세가를 쓸어버린 것이

다. 물론 백리세가는 사해방과의 싸움에서 패해 둥지를 잃은 처지였다. 하

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일이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다. 

  삼혈맹이 백리세가를 쳐서 대부분의 가솔들을 사로잡고 백리노가주는 혈

마에게 패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백리소연은 개방에 두고 

갔다. 삼혈맹이 왜 백리소연을 개방에 던져 놓고 갔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

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다. 아무도 살려두지  않는다는 삼혈기의 공격에 

가솔들을 포로로 한 것이 첫 번째였고, 이왕 잡은 포로 중에 한 명을 살려

서 내보낸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풍무현의 대전 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소수마후를 살려두지 않았을 거

라고 소천은 생각했다. 소천이 묻은 것은 그때 소수마후를 살려준 것을 후

회하느냐는 것이었다. 육정산은 그러한 일보다도  백리장천의 죽음 자체를 

슬퍼했다. 한때 산동을 양분했던 거인들로서 둘은  친할 수 없는 관계였지

만, 서로의 실력과 인품을 높이 사 마음이 통하던 사이였다. 

  산동 육가가 무너졌을 때 아무도 육가의  터에는 오지 않았지만 오직 백

리장천만이 와서 그 유골들을 수습해 주었었다. 육정산은 그 일을 잊지 않

았다. 소천은 저 멀리 보이는 청룡장의  정문을 바라보며 육정산에게 말을 

건네었다.

  "백리노가주의 복수는 언제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의기소침해 하지 

마십시오."

  육정산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라면 몰라도 나는 백리장천의 복수를 할 수가 없네. 그래서 이렇게 

슬픈 거라네"

  오익상은 그 말에 가슴을 치며 말을 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육노야의  곁에는 저희들과 여기  총호법님 그리고 

저 청룡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말이 아니었네. 장천  그 친구는 실력이 있는  친구였네. 나와 늘 

막상막하를 이루었네,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욱 뛰어났었지. 그 친구가 

당했다면 아마 혈마에게 당했을 것이네."

  "으음."

  중인들은 침묵했다.

  "남들은 모르지만 백리세가에는 지존검법이 있네. 최후의 동귀어진을 위

한 검초가 있지. 장천 그  친구는 내게 늘 그걸  자랑했네. 그 초식이라면 

강호의 누구라도 같이 죽을 수 있다고 하더군. 자신이 혈마와 싸우게 된다

면 그 초식으로 같이 죽겠다고 했네."

   육정산은 고개를 들어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줄기 구름이 그의 

눈 위로 지나갔다. 

  "그 친구는 자신의 말대로 했을 꺼야. 하지만 실패했지. 그 친구가 하지 

못했다면 나도 하지 못할껄세. 이제 그 친구의  복수는 내 손으로 직접 할 

수가 없게 되었네 그려. 다시 무공을 시작하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어."

   육정산은 고개를 떨구었다. 소천은 입을  굳게 다물고 정면을 바라보았

다. 그때 청룡장의 정문이 활짝 열리며 한 명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햐

얀 백의를 입고 있었는데 경공을 사용하지 못하는지 빠른 뜀박질로 달려오

고 있었다. 

  "할아버지!"

   소천은 백의인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해연이  놀라서 육정산을 흔들었

다. 

  "육노야. 능풍입니다."

  육정산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커졌다. 먼길을 쉬임없이 달려오는 

소년은 바로 자신의 손자인 육능풍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힘에 부쳐서 쿨

럭대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손자는  다른 사람처럼 저렇게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십여 년전 받은 상처를 다 회복하고 다른 사람처럼 달

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녀석아!"

  육정산은 말 위에서 내려 달려오는 육능풍을  한 품에 안았다. 육능풍은 

육정산의 품에 안겨서 팔짝 팔짝 뛰었다.

  "할아버지. 이제 나 달릴 수 있어요. 무공도 배울 수 있다고 했어요. 이

제는 산동 육가도법이 끊이지 않게 되었어요. 할아버지"

  "그래. 그래."

  육정산은 눈물을 흘리며  육능풍의 등을 토닥였다.  고개를 든 육능풍은 

육정산의 코 앞에 얼굴을 갖다대었다.

  "할아버지? 왜 우세요? 기쁘지 않으세요?"

  "그래. 그래. 기쁘다. 녀석…… 어디 한번 업어보자."

  육정산은 육능풍을 업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경공은 달리는 말보다 

빨라서 바람이 육능풍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하였다. 육능풍은 육정산의 

목을 꽉 잡았다. 

  "할아버지. 너무 빨라요."

  "녀석아! 이 정도는 돼야 강호에서 행세를 할  수 있는 거야. 이젠 네가 

이 할아비를 업고 다녀야 할거 아니냐?"

  "예."

  육능풍은 많이 작아진 육정산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문상께서는 반혈맹의 등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관평은 섭선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그  옆에는 서왕과 소천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변수입니다. 지금 강호는 반혈맹 때문에 들끓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말

은 안했지만 삼혈맹에게 유야무야 당하고  있던 인사들이 공공연히 반혈맹

을 편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강호에 한바탕 피바람이 일 것 같

습니다."

  "사해방 쪽은 어떻습니까?"

  "사해방은 일희일비하고 있습니다."

  서왕이 단우백과 상관평의 말 사이에 끼어들며 말을 했다. 

  "그럴만도 하겠지요. 사해방으로서는 손도 안대고  코푼 격이 아닙니까? 

백리세가가 저렇게 지리멸렬을 했으니, 이제 산동은 자신들의 독무대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몇몇 군소 문파야  반발을 하겠지만, 요동낭인대의 전력

이라면 쉽게 제압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상관평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것 때문에도 골치입니다.  백리세가가 어느 정도  사해방을 견제…… 

아니 물리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몰락을  해버린 바람에 우리만 강적을 옆

에 끼게 되었습니다."

  "그럼 사해방이 더 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버립시다. 대사형 내게 무

사 오백만 지원해주면 사해방과 요동혈랑대를 쓸어버리겠소이다."

  서왕은 실눈을 가늘게 뜨고 한 손으로 가슴을 쳤다. 소천은 서왕의 얼굴

에 살이 더 붙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단우백은 고개를 저었다.

  "힘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네."

   상관평은 섭선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삼혈맹이 사해방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소천도 오다가 들은 소문이 있어 상관평에게 확인을 하듯이 물어보았다. 

강호에는 사해방의 배후에  삼혈맹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 있었다. 

상관평은 고개를 갸웃 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단지 모두들 사해방이 너무 쉽게 백리세

가를 쳤다는데는 모두들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리세가의 주력 배치

도와 산동의 거점들을 속속히 파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해방의 힘으로

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요동낭인대의  출병 길목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걸립니다. 그 일은 사해방의 능력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삼혈맹이 끼어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군요?"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헌

데 이 소문 때문에 사해방은 곳곳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산동지역에서 심한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산동지역의 민심은 백리세가가 

잘 다독여 놓았기 때문에  사해방의 통치가 쉽지  않은 건 당연지사였습니

다. 거기다 삼혈맹이 백리세가를 초토화  시켜 버리고, 사해방이 삼혈맹의 

주구라는 소문에 돌자 그 원한이 모두  사해방으로 쏠려 버렸습니다. 게다

가 개방에서도 고깝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북팽가는 사해방과 

삼혈맹을 연계 시켜서 같은 문파라며 떠들고  있습니다. 그 속셈이야 물론 

황하 이북의 산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입니다. 팽가의 움직

임이 사해방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해방은 이러한 일 때문에라도 

삼혈맹에 가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우백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반혈맹 쪽은 어떻습니까? 파악된 게 있습니까?"

  "예. 웅패신과 옥소공자 종초홍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모두들 

삼혈맹에 원한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실체를 알아내지

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삼혈맹의 이맹주인 혈유가 전 삼혈맹도에게 지휘서

신을 보내서 반혈맹을 추적하라고 했습니다."

  서왕이 놀라서 물었다. 

  "문상! 어떻게 삼혈맹의 지휘서신을 손에 넣으셨습니까?"

  서왕의 놀란 눈을 보며 상관평은 섭선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의 두 눈은 

웃고 있었다. 단우백은 헛기침을 했다. 그제서야 서왕은 정신을 차린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 수록 좋은 법이었다. 

  "척살이 아니라 추적이라고요? 이상하군요. 평소의 삼혈맹이라면 척살을 

하라고 했을텐데요?"

  소천의 말에 상관평은 섭선을 접었다. 

  "삼혈맹으로서는 아무래도 백도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반혈맹이 그와 

같이 자신들을 드러냈을 때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반혈맹이 

기댈 곳이라고는 명문거파들밖에 더 있습니까? 삼혈맹도 전 백도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조금 벅찰 겁니다."

  단우백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말을 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서 각처의 고수들을 끌어 들어야 합니다. 위기 

의식이 팽배해 질수록 사람들은 안전한 곳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 동안 장

주님의 초빙을 거절했던 분들도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셨을 겁니다. 장

주님께서 직접 찾아다니시면서 초빙을 해오십시오. 대부분 응하실 겁니다. 

거절을 하시더라도 흔쾌히 받아들이시는 대범함도 보이시고요."

  "하하하. 알겠소이다. 헌데 그분들 반혈맹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그전에 일을 끝내야지요."

  상관평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을  하자 서왕과 단우백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소천만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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