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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마카롱과 로리샤의 상관관계 (42/155)


42화. 마카롱과 로리샤의 상관관계
2023.04.15.


하지만 갑작스러운 식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오늘 그걸 먹지 않고는 잠들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평소에는 손도 대지 않던 다디단 과자를 조금씩 베어 먹으며, 그는 거기에 무슨 비밀이 있는가 살펴보았다.

아까 그 작고 동그란 과자는 로리샤와 비슷했다. 작고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입안에 들어가서 주는 충격은 겉보기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아까 자신을 쏘아보던 로리샤를 떠올리며 웃었다.

아까 그 심각한 상황에서 편지 이야기로 거래를 걸어올 줄이야. 사실 그는 그때 머리털이 다 섰다.

로리샤와 함께 항아리를 깬 날―그는 고귀한 2황자 전하의 기생충이라는 말은 되도록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그는 새벽에 출궁하는 로리샤에게 마차를 잡아 주고 바로 제3황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출입 명부에서 ‘로리샤 로바’의 출입 기록을 삭제했다.

그의 영향력은 늘 그 언저리에 있었다. 반쯤은 전쟁 영웅이 된 그의 공이었고, 반쯤은 첫 번째 사자의 장자라는 후광 덕이었다.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명부로 그녀와 거래한 것이다.

로리샤가 진이 빠져 그가 2황자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흔적을 이미 지웠으리라 짐작하지 못한 것은 다행이었다.

그녀가 들었다면 재수 없는 놈이라고 펄펄 뛰겠지, 그런 상상은 그를 낮게 웃게 했다.

그런데 하인이 들여 준 이 마카롱은 로리샤가 준 것과 맛이 달랐다. 달기만 할 뿐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곁들여 온 차만 마셨다.

그는 오늘 황녀의 티 파티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일부러 더 추궁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번 추궁 거리를 남겨 두는 편이었다.

다만 그는 오늘 로리샤를 보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로리샤 로아르는 밀리오라 황녀의 배척을 꿋꿋이 버텨 내고 그녀의 시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 * *

칼린 앙카르트는 미샤를 불러들였다. 그녀의 저택은 백작저와 멀었지만 그 사실은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미샤에게 앉으라는 말도 없이 물었다.

“내게 고백할 것 없나요, 미샤?”

미샤는 미간을 좁히며 입을 앙다물었다. 황녀궁에 다녀온 그녀의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였는데 칼린과 맞닥뜨리는 건 그녀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칼린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관계였다.

“당신이 황녀 전하를 뵙고 온 걸 내가 알기까지 얼마나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샤는 칼린이 날카롭게 구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앙카르트 양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요.”

“하!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예요?”

칼린은 눈 밑을 바르르 떨며 미샤를 쏘아보았다.

그때 미샤는 퍼뜩, 무엇을 엿보고 말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칼린 앙카르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가 아는 건 칼린이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미샤는 칼린의 욕망을 발견했다. 그 강렬한 것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권력. 세상의 중심에 다가가고 싶은 욕망.

앙카르트가에 넘쳐나는 돈은 그들이 권력의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황제의 총애와 권력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허락하에 주어지기만 했다.

칼린은 자기 가문이 가지지 못한 나머지 것을 맹렬히 추구하고 있었다.

미샤는 억울하여 반쯤 울먹이듯 말했다.

“황녀 전하의 티 파티 초대장은 저에게 온 것이었어요. 앙카르트 양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고요.”

칼린은 눈에 분기를 띠었다. 미샤에게라기보다, 자신의 갈급함을 미샤에게 들키고 만 수치심에서 나오는 분노였다.

그때 미샤는 자신이 칼린이 가지지 못했고, 빼앗아 올 수도 없는 것을 가졌음을 깨닫고 눈이 떠졌다.

세 번째 사자라는 백작의 지위와 그것이 동반하는 권력은 여전히 드높고 빛났다. 그녀가 칼린의 애완견 노릇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 사실은 변한 적이 없었다.

미샤는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뤄지는 풍족하고 행복한 세계에서 쫓겨난 지 오래였다.

지금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목표와 성취의 노예였고, 자신의 무능은 족쇄이자 채찍이었다.

그녀가 칼린에게 쉽게 굴복한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게 없어서.

하지만 미샤는 방금 그것을 발견했다. 케릴이 그녀의 내면의 무엇을 오늘 박살 내 버린 탓이었다.

반면 칼린은 미샤가 그녀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를 바랐다.

칼린은 사납게 쏘아붙였다.

“노력해 볼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고요? 황족의 티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얼마나 드문지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하긴, 당신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군요. 내 도움이 없으면 뭘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당신이니까!”

“몰랐어요! 저희 아버님은 늘 황궁을 자유롭게 드나드시니까…….”

“하! 지금 나를 약 올리는 거야, 미샤? 은혜도 모르고!”

칼린의 말이 다시 거칠어졌다. 하지만 미샤는 자신의 흥분을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배워 온 것은 진짜 감정을 숨기는 방법이었다. 백작 부인은 평생 그녀의 완벽한 본보기였다.

“오늘 앙카르트 양이 안 간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세요. 거기서 제가 당한 꼴을 생각하면……. 동행했다면 당신도 끔찍한 모욕을 당했을 거예요!”

미샤는 자신의 진짜 분노를 살짝 드러내 긴장을 더했다.

“무슨 소리죠?”

“지난번 앙카르트 양의 파티요.”

“그게 왜요?”

“앙카르트 양이 저를 끌어들여서 영식들을 유혹해야 할 만큼 절박하고 천박한 파티였다며……. 저는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요!”

칼린은 눈이 커졌고, 미샤는 표정을 유지하려 입안의 살을 살짝 깨물었다.

“감히 그런 소릴! 누가 그런 걸 황녀 전하 앞에서 지껄였단 말이에요?”

“아니요, 그때 황녀 전하는 안 계셨어요. 라이선가의 케릴 양이요. 그녀는 제 행실을 모욕하며 파티를 깎아내렸어요. 중간에 황녀 전하께서 나타나지 않으셨다면 얘기가 어디까지 흘러갔을지 몰라요.”

“케릴 라이선이 그랬다……?”

미샤는 눈물을 떨어트리며 고개를 돌렸고, 칼린은 무엇을 결심한 듯 입을 다물었다.

미샤는 그날 파티에서 남의 대화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앙카르트 자작은 사업 관계로 라이선가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케릴이 파티에 온 것도 부친을 따라서였다.

미샤는 칼린에게 스친 표정으로 자신의 복수가 이루어졌음을 확신했다.

“이만 돌아가요. 그런 소리나 듣고 다니다니, 미샤도 잘한 것 없어요.”

칼린은 미샤를 내쫓았으나, 저택을 떠나는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 * *

황녀 전하가 미샤까지 이용해 나를 쫓아내려 시도한 후, 나는 심란해졌다. 나를 쫓아내는 게 밀리오라 전하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니.

황녀 전하와 말이라도 섞어 봐야 어떻게 해 볼 텐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무거운 마음으로 황녀 전하의 응접실로 갔다. 당연히 쫓겨날 줄 알고 무심결에 몸을 돌렸는데, 에리아가 말했다.

“안으로 드시랍니다.”

“응? 응!”

응접실로 들어가니 오늘 황녀 전하는 혼자 있었다. 티 파티 멤버들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낯설었다.

황녀 전하는 작은 반지 함을 열어 놓고 반지를 번갈아 껴 보다가, 나를 보고 함을 탁 소리가 나게 덮었다.

나를 쏘아보는 그녀는 참 오목조목하게 예뻤다. 길고 찰랑거리는 은발은 그녀를 약간 비인간적으로, 그보다 훨씬 더 신비롭게 보이게 했다.

“로리샤 로아르가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왔구나? 내 시녀.”

시작됐구나.

황녀 전하의 말투는 적의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내 관계는 대개 적의부터 시작하니까, 괜찮다. 할 수 있을 거다.

“네, 전하. 둘이서 뵙는 건 처음이네요.”

그녀는 반지 함을 닫더니 내 쪽으로 쭉 밀었다.

“골라 볼래? 네가 내 시녀라며.”

함 안에는 화려한 반지들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내가 보석에 대해 뭘 알겠는가. 내 눈에 보이는 건 반지와 또 반지였다.

“저는 보석은 잘 모릅니다. 전하.”

“넌 그럼 뭘 알아? 반지도 고를 줄 모르는 시녀가 내게 무슨 쓸모지?”

아우, 진짜.

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더듬거렸다.

“아가엘어를 불편 없이 하고 스마일란어와 골드란어는 중급 정도 되겠네요. 수학과 역사, 제국법도 공부했고, 약학과 식물학도 조금…….”

“그만! 누가 그런 게 알고 싶대?”

밀리오라 전하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접은 나머지 손가락을 슬그머니 주먹 쥐며 시선을 피했다.

“제 말씀은, 황녀 전하께서는 보석을 잘 아시지만 저는 모르고, 또 전하께서 모르시는 것을 제가 알 수도 있으니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거예요.”

“얘 정말 웃기네?”

그녀는 등을 뒤로 기댄 채 턱을 괴고 나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수학이 대체 내게 무슨 쓸모가 있을 거라고. 설마 경연에서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수학을 저보다 잘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황녀 전하의 동지가 될 사람은 저밖에 없지만요.”

“너 지금 아가엘어 하니? 무슨 못 알아들을 소리야?”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다.

“저에게 기회를 조금만 주시라는 뜻이에요. 전하.”

“나불나불, 나불나불. 사생아 주제에!”

“그 부분 말인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선택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도 그 문제로 불편하게 해 드린 건 죄송해요.”

“뭐……. 이건…….”

밀리오라 전하는 어이가 없다고 입을 다물더니 반지 함 귀퉁이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

나는 미샤 덕에 저게 무슨 동작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전하가 저걸 내게 집어 던지려는 준비 동작이었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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