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66화 (26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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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토는 도진의 마법은 단순한 견제기조차 치명적인 위력을 자랑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은신하고 접근하면 범위 마법으로 대응할 거란 것 역시.

그래서 나름대로 대응을 위해 범위 마법의 피해를 경감시키는 스킬을 활성화하고 접근했지만.

“……!”

도진을 중심으로 퍼지는 푸른색 전격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욕심 부리면 죽겠어.’

원래는 버티면서 단검을 내리꽂을 생각이었던 탄토였으나 닿는 순간 훅 사라지는 HP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파지지지직-!

이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를 악물고 마비되려는 몸뚱이를 범위 밖으로 빼내자마자 번뜩이는 번갯불이 도진 주변을 휩쓴다.

[“하나로 보일 만큼 깔끔한 범위 마법의 연계! 휩쓸렸다면 아마도 이어지는 도진 선수의 공격에 무너졌겠지만- 탄토 선수, 깔끔하게 범위 밖으로 회피합니다!”]

탄토는 한 호흡을 참았다. 번갯불이 잦아든다.

‘지금이다.’

완전히 잦아들기까지 기다리면 도진은 다음 수를 둘 터.

탄토는 아직 전광이 남아 있는 위험지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런 탄토의 손으로 그의 유물 「잔혹한 처형자」가 빨려들 듯 날아왔다.

도진은 그런 탄토를 보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런데 「염동방출」까지 써서 물러나려는 도진의 몸이 허공에서 덜컥 하고 멈췄다.

‘이런……!’

급제동의 충격으로 도진의 고개가 위아래로 꺾였다.

그런 도진의 눈에 자신의 그림자에 박혀 있는 탄토의 단검이 보였다.

「그림자 꿰기」다.

젠장, 저거 히든 스킬이잖아.

[“아앗! 역공에 나선 탄토 선수와 거리를 벌리려는 도진 선수! 그런데 도진 선수가 갑자기 멈칫합니다! 탄토 선수의 스킬에 당한 걸까요-!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탄토가 든 도끼의 날이 번뜩인다.

‘아네모네는 안 돼.’

소환해 봐야 둘이 같이 썰릴 판이다.

‘저쪽도 이번에 모든 걸 걸었어. 그럼-’

나도 다 걸어야지.

《초월》

황금빛 마력이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

《거인의 주먹》

이어서 도진이 딛고 있는 땅이 쾅 하고 치솟았다.

그림자에 묶어 두겠다면, 그림자가 묶인 지면 자체를 움직이면 될 일.

도진은 지속성 공격 마법으로 자기 자신을 역방향으로 날려 버렸다.

‘역시 대단해.’

아끼고 아낀 한 수였는데, 대처가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탄토는 포기하지 않고 도진을 추적했다.

땅이 뒤집히며 치솟은 단검을 잡아채어 날아가는 도진을 향해 직선으로 내달린다.

‘시전 시간을 주면 안 돼. 제대로 된 마법을 못 쓰게 몰아치다가-’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도끼를 휘두를 때다.

탄토의 도끼가 도진을 노리며 휘둘러졌다.

‘숨 쉴 틈은 줘 가면서 하지, 좀.’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고서야 균형을 되찾은 도진은 즉시 시전이 가능한 1성 공격 마법을 뿌리며 탄토에게 대항했다.

[“결국 탄토 선수가 거리를 완전히 좁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진 선수에게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 맹공을 이어 갑니다! 하지만 도진, 미쳤습니다! 탄토의 맹공을 버텨 냅니다!”]

[“도진 선수, 마법사가 맞는 건가요? 손에 속성 마법을 두르고 싸우는 격투가 같은 모습이에요!”]

-시발, 우리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냐?

-합이라도 맞췄어? 뭐 하는 새끼들인데 저러고 싸우는 거야;

-서로 스치면 빈사인 수준으로 공격력이 높은데 저렇게 오래 싸운다고?

-잘 보셈. 저러고 싸우는데 둘 다 유효타가 안 터지고 있음 ㅋㅋ 미친 새끼들임

-도끼 자루 건틀렛으로 비껴 막는 거 실화냐; 저게 마법사라고?

-하도 어이가 없으니까 채팅도 다 땀 흘리고 있네 ㅋㅋ 사이버 다한증 미쳤냐고 ㅋㅋㅋ

보는 사람들의 어이가 갈려 나갈 정도의 공방은 도진에게도 버거웠다.

마법회로에 새로운 마법을 장전할 틈을 얻기 힘들 만큼.

‘이대로는 내가 불리해.’

「초월」의 소모가 생각보다 극심했다.

해서, 도진은 승부수를 띄웠다.

도진이 「점화」가 실린 손을 내질렀다.

회피 직후 던진 공격이기에 탄토가 회피해야만 하는 공격.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을 각오를 하면-’

탄토 입장에서는 살을 내주고 뼈를 깎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역시 형이면 그럴 줄 알았어.’

도진이 던진 ‘기회’에 탄토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밀고 들어온다.

1성 마법에 살을 내주고 뼈를, 아니 도진의 심장을 가져가기 위해.

그 순간 도진의 손에 맺혀 있는 불에 파멸의 색이 덧씌워졌다.

「파멸 룬」의 힘을 사용한 것이었다.

룬 건틀렛에 충전된 힘이 마법의 불을 매개로 폭발했다.

승부가 갈렸다.

* * *

[“아아아악! 탄토 선수 쓰러졌습니다!”]

[“도진 선수도 무릎을 꿇습니다! 탄토 선수의 마지막 일격이 도진 선수에게도 피해를 입힌 모양이네요!”]

[“하지만 결국 도진 선수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치열한 공방 끝에 승리를 거머쥔 건 도진 선수가 됐습니다!”]

해설자와 캐스터는 거의 피를 토할 기세로 도진의 승리를 외쳤다.

도진이 얕게 박힌 단검을 빼내 바닥에 던졌다.

일어나려다 비틀거린다.

독에 중독된 탓이었다.

하지만 곧 승부가 갈린 걸 인지한 PvP존이 도진이 입은 피해를 무로 돌렸다.

-후아-! 미친 숨 참다 뒤질 뻔했네

-숨 쉬어, 숨! 새끼들아, 이제 숨 쉬어도 된다고!

-믿기지가 않는다. 저게 나랑 같은 게임 하는 사람들 맞음?

-크라우스전이 진짜 결승전이고, 이건 시시할 거라던 새끼들 대가리 박아라.

-ㄴㄴ 대가리 박지 말고 방송 끄셈. 너흰 볼 자격이 없다.

-도진도 도진이지만 탄토가 진짜 미친놈이었네; 진짜 한 끗 차이로 진 거잖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비교적 조용해졌었던 채팅창이 다시금 폭주하기 시작했다.

숨까지 참아 가며 경기를 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하고픈 말을 일제히 쏟아냈기 때문이다.

-근데 이상하지 않냐? 크라우스랑 싸울 때는 마법을 미친 듯이 뿌리더니 이번에는 왤케 적게 씀? 동료라고 봐주는 거면 좀 그런데.

-눈깔이 삐었냐? ㅋㅋ 도진 표정 안 보임? ‘하마터면 뒤질 뻔했네’ 하는 얼굴이구만.

-탄토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 ㅋㅋ 뭐 숨 마시고 뱉을 시간도 안 주고 지근거리에서 칼질 존나 하는데 어떻게 마법을 뿌려 대냐? 그나마 도진이니까 저런 상황에서도 저만큼이나마 마법 써 가면서 버틴 거지.

-이게 맞지. 다른 법사였으면 어버버 하다 1초 만에 썰렸을걸?

-나만 그래? 뭔가 크라우스전보다 이 경기가 더 재밌고 맛있는 거 같은데.

-나도 그럼 ㅋㅋ 도진vs크라우스는 뭔가 쾅쾅 터지는 블록버스터 느낌이었는데 이건 진짜 스릴러 보는 거처럼 땀이 다 나더라.

-아아아아아아아! 이제 다음 경기 도진이 이기면 끝 아냐? 안 되겠다. 우리 탄토 응원하자. 3경기 봐야지.

-3경기를 위해 도진 팬을 잠시 그만둔다……? 일리 있어. 괜찮은 거 같아.

상상을 초월하는 명경기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한국이니 일본이니 하는 생각을 싹 날려 보냈다.

대신 커다란 기대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끝까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던 접전을 보여 준 두 사람이 다음 경기에서는 무슨 모습을 보여 줄까에 대한 기대였다.

-1경기 하이라이트 나온다!

-와~ 다시 보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하나도 모르겠어요~

-시발 ㅋㅋ 슬로우 모션 영상으로 봐도 어이가 없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올라올 분석 영상 볼 생각에 아랫도리에 소름이 돋는다.

-시발 왜 그딴 데 소름이 돋는 건데 미친 새끼야

-아 ㅋㅋㅋ 분석하면 어쩔 건데. 니들이 보고 배우면 뭘 할 수 있냐고 ㅋㅋㅋ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휴식 시간 동안 1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이 송출됐다.

[“해설자로서 당당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예! 저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에 녹아 있는 심리를 전 전혀 모르겠습니다!”]

[“너무 당당하셔서 어이가 없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너무 수준 높은 경기였던 만큼 치열했던 공방 속에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가능하면 당사자인 도진 선수와 탄토 선수에게 직접 듣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군요. 이제 곧 더 멋진 2경기를 펼쳐야 해서 매우 바쁜 분들이니까요!”]

[“듣기만 해도 설레네요. 정말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소리를 질러 가면서 응원하고, 아무 생각이 경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멋진 경기를 또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동감입니다. 이제 곧 시작될 2경기를 위해 선수들, 무대 위에 올랐다는 소식입니다. 함께 보시죠.”]

처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선 도진과 탄토.

2경기가 시작됐다.

시작부터 두 사람은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호흡 하나, 걸음 반 보, 눈동자를 굴리는 찰나에 가까운 시간까지.

고도의 심리전과 치밀한 계산이 오갔다.

그러한 공방은 첫 번째 경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흐름을 따라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도진과 탄토 모두 조금 덜 적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탄토 형, 확실한 기회를 만들 생각이구나.’

이번에는 어떤 노림수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목과 심장을 노리려는 걸까.

‘「그림자 꿰기」를 쓸 수 있다는 건… 다른 스킬들도 배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겠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도진도 나름의 준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서로 방어적이던 두 사람의 싸움은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더 격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근거리에서의 접전이 펼쳐지는 와중 탄토가 단검을 던졌다.

그걸 회피하며 도진은 의아함을 느꼈다.

‘이 거리에서?’

다른 의도가 있다.

도진의 생각대로 탄토의 단검이 노린 건 도진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그림자였다.

팍, 하고 도진의 그림자에 꽂히는 단검.

고개를 돌려 확인할 틈은 없었다.

정면에서 탄토가 달려들고 있다. 고개를 돌렸다가는 그대로 죽음이다.

도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기다. 이번 싸움은 여기서 승부가 갈릴 거다.

그런데 뒤로 던져진 단검의 목적이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거라면 아까와 너무 비슷하다.

‘탄토 형은 이미 실패한 노림수를 또 던질 정도로 어설픈 사람이 아냐.’

단검은 페이크다.

아직 그림자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이렇게 뻔한 패턴으로 아까운 카드를 낭비할 리가 없다.

탄토는 「그림자 꿰기」를 쓰지 않았을 거라고, 도진은 확신했다.

‘그래도 속아 주는 척은 해야겠지?’

도진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을 뒤집었다.

마치 이럴 거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요란하지 않고 깔끔하게.

그걸 본 탄토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사라졌다.

사라진 탄토가 나타난 곳은 도진의 뒤였다.

“이번엔 내가 이겼어.”

도진은 목에 소름이 돋았다.

다가오는 날붙이와 날붙이가 바람을 가르는 게 느껴진다.

전신에 퍼지는 서늘함을 즐기며 도진은 생각했다.

‘아니, 이번에도 나야.’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 후로 비장의 카드로 쓰기 위해 조금씩 마법회로에 새겨 넣었던 주문이 발동됐다.

도진이 사라졌다. 탄토의 도끼는 허망하게 목표가 사라진 허공을 갈랐다.

탄토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아…….”

한숨을 내쉰 직후 탄토의 시야가 암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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