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64화 (26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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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vs크라우스’ 희대의 마법대전에 숨은 디테일]

[마법사 PvP는 이렇게. 교과서가 된 남자.]

[‘그 마법사’의 선택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99%가 모르고 지나치는 비밀.]

[놀랍게도 우리도 배울 게 있는 사람 ‘ZIN’을 파헤쳐 보자.]

[정령도 빤스런을 치는 괴물이 있다?]

온 세상이 그 마법사의 이름으로 소란스러웠다.

같은 주제로 많고 많은 영상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이 식기 전에 허겁지겁 먹어치우려 드는 것처럼 그것들을 즐기고 또 즐겼다.

[“이 미친 마법사가 보여 주는 소름 돋는 디테일은 정말 나노 단위로 전투 속에 녹아 있습니다. 경기장에 오른 그는 콜로세움의 검투사가 아니었습니다. 체스판을 앞에 둔 체스의 거장이었죠.”]

[“저는 이 장면에서 닭살이 돋았어요. 크라우스의 검이 터지는 지점이 보이죠? 젠장, 바로 코앞에서 터졌습니다. 근데 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요. 왜일까요? 이미 모든 계산을 마쳤기 때문입니다! 제기랄, 그는 일부러 코앞에서 크라우스의 검을 꺾은 거라고요!”]

만드는 사람들은 조회 수와 관심을 즐겼다.

만들어 올리면 바로바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고, 수십, 수백만 조회 수는 우습게 달성하니 즐겁지 않을 수가 있나.

그들은 하나같이 격앙된 목소리로 전투를 분석했다. 그 분석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도움 1도 안 될 거 알지만, 제목이랑 썸네일만 보면 홀린 듯 들어오게 되네…….

-이걸 실시간으로 챙겨 본 내가 진짜 대견스럽다. 다시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네.

-하아… 진짜 먹고 사는 게 뭐라고. 하필 도진 경기 있는 날에만 특근 잡힐 게 뭔지…….

└형, 바보야? 사표를 썼어야지;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유튜브 인기 동영상, 각국 검색 포털의 인기 검색어, 각종 SNS 화제 순위, 로트라넷 인기글.

어디를 가도 도진의 경기 영상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라엘 그룹배 LOST 방송인 PvP 대회 콜로세움 L은 대성공을 몇 번이나 곱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모든 수치가 예상치를 몇 배나 상회하는 통에 관계자들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짙게 웃고 있는 사람들은 그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라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직원들이었다.

“팀장님, 올리비아 이브 SNS에 도진 님 응원 영상이 올라왔어요!”

LOST의 인기는 대단해서, LOST를 즐기는 유명인도 엄청나게 많았다.

도진과 크라우스의 접전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유명인사들이 SNS에 ‘콜로세움 L’과 ‘도진’을 언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영희는 모니터링 중인 직원들이 말을 할 때마다 기쁨의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잠깐, 누구요?”

전화가 울린다. 받아야 하는데 이거는 확인해야 했다.

“올리비아, 올리비아 이브요, 팀장님.”

“하…….”

X토리아 시크릿 엔젤이잖아.

저 여자 SNS에 글 한 줄 올리는 데 도대체 얼마나 들까?

차마 비명은 지르지 못하고, 김영희는 주먹을 꽉 쥐는 선에서 감정을 필사적으로 컨트롤했다.

“팀장님, 지금쯤이면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요?”

전화를 받으려는데, 다른 직원이 벌떡 일어나며 묻는다.

라엘 엔터 식구들 SNS 관리를 맡은 직원이었다.

“평소 게임에 관심 있던 인원으로 잘 추렸죠?”

“네. 괜히 군소리 안 나올 분들로만 준비했습니다.”

지금 LOST, PvP, 콜로세움 L, 도진은 그야말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치트키다.

이런 좋은 걸 활용하지 않고 넘길 정도로 멍청하면 이 업계에서 빨리 떠나는 게 맞지.

“시작해요.”

김영희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라엘 엔터 소속 연예인들의 SNS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이 메인인 사람들은 이미 다들 자기가 알아서 응원 글을 썼다.

지금 들어가는 작업은 평소 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걸 드러내 왔던 아이돌, 가수, 배우들의 SNS였다.

“순차적으로 올려도 된다고 연락 돌렸습니다. 아, 지금 첫 번째 올라간 거 확인했습니다.”

인터넷 세상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제목: (실시간)아이돌한테 응원 받는 겜돌이]

[(목록)]

-뭔 말인가 했더니 도진이네

-겜돌이 ㅋㅋㅋ 틀린 말은 아닌데 뭔가 개웃기네

-뭐야, 뭐가 일케 많아?

-바이럴 ㄲㅈ

└뭐만 나오면 일단 바이럴 ㅇㅈㄹ

└다른 애들은 몰라도 우리 캐시는 원래부터 LOST 하는 걸로 유명했음.

└응원글 쓴 남돌, 여돌 비율이 거의 반반이네… 존나 부럽다.

-지금 국내 아이돌이 문제냐? 해외 인플루언서들 SNS도 난리 났음 ㅋㅋ

-LOST 인기가 대단하긴 하구나 ㄷㄷ

└게임 인기도 인기인데, 워낙 지금 사람들 관심이 뜨거우니까 자기 홍보 겸해서 올리는 거지 ㅋㅋ

“올라가자마자 위시 멤버 전원 SNS 유입이랑 팔로워 늘고 있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서로의 팬덤이 유입되며 팔로워와 구독자가 동반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도진 채널 쪽은 눈에 띌 정도의 변화는 없었다.

애초에 워낙 많은 곳에서 유입되고 있던 터라 약간의 변화로는 티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던 것.

“네, 네. 물론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죽으려는 광고주와의 통화를 마무리한 김영희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희소식에 기쁨과 동시에 시원섭섭함을 느꼈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끝난 기분이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지표가 주르륵 뜨고 있는 와중에도, 도진과 크라우스의 대전이 결승전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그런 김영희의 생각은 그녀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근데 도진이랑 크라우스 경기가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닌 듯.

└무슨 소리야? 너 또라이야?

└아, 내가 오해하게 썼네. 도진이랑 크라우스 경기가 너무 인상적이라 다른 경기가 시시해질 거 같다는 말이었어.

└와… 유튜브에서 이렇게 신사적인 댓글을 보다니.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사실상 도진vs크라우스가 결승전 포스 다 내버렸지. 1티어 그룹 남은 경기가 싹 다 시시해져 버림. 우승자 결정된 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ㅋㅋ

-정령도 겁먹고 백기를 흔들게 만드는 사람을 무슨 수로 이김? 지금 4강에서 도진이랑 만나게 된 스트리머는 자기 장례식 특별 방송 중임 ㅋㅋ

너무 대단한 걸 봐서 시시해졌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도진 씨 경기 시청자 수야 당연히 높게 나오겠지만…….’

아니지.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는 건 그야말로 과욕이다.

‘남은 대회 잘 마무리하면 그걸로 충분해.’

그렇게 생각하며, 김영희는 남은 경기 일정표를 보았다.

* * *

모두의 예상대로 4강전은 도진의 무난한 승리로 마무리됐다.

「님들도 오늘 경기 봤죠? 그래서 준비했어요. 멜로즈 장례식입니다.」

애초에 도진의 4강전 상대인 멜로즈는 경기 시작 전날 자신의 장례식 방송을 했었다.

「뭐 싸우기도 전에 포기를 하냐고요? 장난해요? 크라우스 님도, 아니 AI인 정령도 겁먹고 흰 수건 던지는 걸 제가 어떻게 해요. 아니, 말 나온 김에 님들이 얘기해 보세요. 훈수 두는 거 좋아 죽는 님들이 좀 해법을 제시해 보라고요.」

「이거 봐, 이거. 훈수 두라니까 바로 조용해지는 거 보라고. 자기들이 봐도 답 없는 거 알면서 ‘싸우기도 전에 포기하는 거 추하네’ 이러고 있어. 누가 포기한대요? 열심히 싸울 거예요. 질 거 알지만 존나 열심히 싸울 거라고.」

본인의 장례식 방송에서, 적발 미녀 멜로즈는 씁쓸한 얼굴로 맥주를 세 캔이나 비웠다.

그리고 경기 당일.

도진과 마주한 멜로즈는 본인 말대로 정말 열심히 싸웠다.

기사 클래스를 가진 그녀의 특기는 기회를 보다가 상대방의 CC기를 무시하는 짧은 방어 스킬을 활용하여 빠르게 접근.

첫 번째 스턴 이후 칼 같은 타이밍으로 이어지는 CC기와 중간에 섞어 넣는 깔끔한 딜링 스킬 콤보가 특기였다.

하지만 이런 정직한 정석 타입은 도진 입장에서는 가장 요리하기 쉬운 상대였고, 결국 멜로즈는 도진의 옷깃 한 번 건드리지 못하고 2경기를 내리 패배했다.

-멜로즈 별명이 메이지 킬러 아니었냐?

-보통 마법사들은 시전도 해야 하고, 군중 제어기에 취약하니까. 기사 같은 단단한 클래스들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한 방도 없고.

-한 방은 있음 ㅋㅋ 그 정도 한 방을 준비하다가는 다섯 번쯤 본인이 도살돼서 그렇지. 그런데 도진은 마법사의 약점은 없고 강점은 고점을 한참 돌파해 버린 이레귤러라 ㅋㅋ.......

-예상은 했지만 대회 자체가 확 시시해졌네.

-ㄹㅇ로 그냥 도진 독무대네. 토너먼트 대회라기보다는 거의 도진 매드무비 촬영장 같아.

-그게 좋은데?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진이 다양한 상대랑 싸우는 걸 이렇게 자주 볼 수 있겠냐?

-그건 그래 ㅋㅋ 나 가슴 졸이는 거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월드컵도 못 보는데, 도진 경기는 안심하고 볼 수 있어서 좋아.

-애초에 참가자가 다 방송인이잖아. 실력만 보고 괴물들로만 뽑아도 진의 원맨쇼가 될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모두의 관심이 도진 쪽에 쏠려 있을 때.

-그런데 니들 다른 경기는 아예 안 봄? 지금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심상치 않은데.

반대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

-이 다음 순서 경기하는 사람들 말하는 건가?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좀 관심 좀 가져라. 그래도 준결승까지 올라온 사람들인데. 거기다 한 명은 도진 동료잖아.

-맞다. 탄토가 준결승 올라왔었지.

도진의 포스에 가려진 채 조용히 4강전에 올라온 이들.

그중에서도 도진의 동료인 탄토의 존재였다.

-근데 탄토는 별거 없던데. 난 그쪽 경기도 다 봤는데, 엄청 시시하게 끝났음.

-탄토는 대진운이 좋았지. 너무 쉽게 올라옴.

-니들 그거 모르냐? 누군가가 하는 일이 존나 쉬워 보이면 그건 쉬운 게 아니라 그걸 하는 사람이 개쩌는 거야.

탄토에 대한 평가는 이렇듯 상당히 엇갈렸다.

하지만 이것도 그의 4강전이 있기 전까지만이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실력을 가늠할 새도 없이 이겨 버렸던 그가 제대로 된 접전 끝에 결승 진출을 확정하자.

-미친; 마지막 공방 봤냐? 난 무슨 영화 보는 줄 알았음;

-탄토 나이프 파이팅 미쳤네. 공중에서 단검을 세 번을 다시 낚아채는 게 말이 되나?

-무빙이 진짜 말이 안 되는 수준이던데. 그리고 폭발 트랩 그냥 몸으로 맞으면서 돌파한 거 보면 도진 마법 탄막도 뚫을 수 있는 거 아냐?

탄토의 저력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한 유저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뭐야? 결승전은 일주일 뒤였어? 기다리다 죽는 꼴 보려고 하는 거임?

-나 진짜 그냥 우승은 도진으로 확정이라고 생각했는데, 탄토 경기 보고 생각이 살짝 바뀜. 도진 입장에서도 탄토 정도 도적이면 위협이 될 거 같아.

└나 도진 찐팬이긴 한데, 이 말에 동의함. 무엇보다 탄토는 도진이랑 계속 같은 파티에서 활동했잖아.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제일 위협적인 상대일 거야.

-우승자가 도진이 될 확률이 높은 건 아무도 부정하지 않겠지만, 확실히 아예 확정이라고 보기에는 탄토가 지닌 변수가 크긴 한 거 같아.

주최 측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호재였다.

자칫 시시하게 마무리될 뻔했던 대회의 마지막이 달아오를 떡밥이 생성된 것이다.

동료와 동료의 만남.

모든 걸 화려하게 쳐부수며 올라온 마법사.

마법사의 화려함에 눈길이 쏠린 사이 아주 조용히 맞은편까지 올라온 암살자.

-시발, 생각해 보니까 돌고 돌아 결국 한일전이잖아?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었다.

지금 상황에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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