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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45화 (24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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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에 이끌려 추락하는 도진.

그 옆에서 같은 속도로 비행하며 시온이 물었다.

“네가 왜 이곳에 있느냐?”

질문하는 시온의 눈은 대마법사답지 않게 진짜 놀란 눈이었다.

공허 한복판에서 로스타니아에 있어야 할 제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지리라 상상도 못 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보면 모릅니까! 가출한 스승 찾으러 온 거잖아요!”

쌓인 고생이 고생인지라 도진은 시온을 보자마자 꽥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음, 그럼 질문을 바꿔야겠구나. 도대체 어떻게 따라온-”

“일단 구조를 먼저 해요, 구조를!”

“아.”

무심코 속도에 맞춰 비행만 하던 시온은 꽤나 지상이 가까워졌음을 그제야 인지했다.

시온에게서 마력 파장이 한차례 일었다.

완벽한 연산 끝에 완성된 여러 가지 마법이 벌어지는 상황 전체를 통제한다.

덜컥 도진이 허공에 멈추고, 발생하는 충격을 자연스럽게 흩어 놓는다.

결과적으로 도진은 아무런 피해 없이 추락하는 신세에서 벗어났다.

“헉… 헉…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

한 300미터쯤 남은 건가? 워낙 높은 지점에서부터 추락을 시작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피떡이 됐을 거다.

그래 봐야 남은 시간 차감되고 말겠지만, 그렇다고 낙하산 없는 자유낙하가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이제 안전해졌으니 침착하게 대답을 할 수 있겠지?”

숨 돌릴 틈은 주지, 좀.

호흡 가다듬을 틈도 없이 묻는 시온에게 도진은 열쇠를 꺼내 확 내밀었다.

“어떤 던전에서 구한 겁니다. 닫힌 공간을 여는 열쇠라는데. 스승님이 닫은 문도 열리더군요. 그리고 ‘왜’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집니다.”

“두 가지?”

“하나는 당연히 걱정 때문이죠. 갑자기 스승이 사라졌는데 걱정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었는지 시온이 당황했다.

“걱정이라고? 나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지금 엘토마기아도 난리가 났다고요. 자색위 할아버지들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어요.”

“……?”

시온은 정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은거해 있었다. 그랬어도 그동안 엘토마기아는 알아서 잘 돌아갔는데… 내가 사라졌다 하여 문제가 생길 게 있느냐?”

“…….”

진심 가득 담긴 말에 도진은 잠깐 말을 잃었다.

할 일 않고 마탑을 방치한 걸 당당히 말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 와중에 자기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는데 자신이 사라지는 게 뭐 대수냐고 하다니.

정말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안중에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전혀 공감을 못 하는 거다, 저건.

‘대마법사한테 사회성을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평범한 마법사도 미친놈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대’마법사는… 말을 말자.

“후우. 지금 로스타니아에 균열이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게 스승님이랑 관련이 있는 거 같고요.”

“…문은 잘 닫고 왔는데?”

“문단속이야 잘했겠죠. 그런데 문이 닫혀 있든 열려 있든 상관없이 박살내고 들어올 수 있을 만한 걸 끌어당겼다면요?”

뭔가 짐작이 간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는 시온.

그런 그녀가 답에 도달하기 쉽도록 도진은 그녀가 저지른 일이 뭔지 정확히 알려 줬다.

“공허를 떠도는 뭔가가 로스타니아라는 세계가 있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겁니다. 가까워지는 것만으로 세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위험한 무언가가요.”

1974년. 인류는 우주를 향해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쏘아 보냈었다.

전파 메시지로 말이다.

이것과 비슷한 효과를 시온의 탐색 마법이 냈다.

세계를 감싼 막에 구멍을 뚫고, 친구를 찾기 위해 쓴 그녀의 마법이 공허를 떠도는 존재에게 로스타니아의 존재와 위치를 알린 거다.

전파나 음파 탐지와 마찬가지로 마법 또한 일방적인 탐지는 불가능하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는 심연도 이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내 탓이구나.”

시온도 공허에 대한 지식은 그다지 없었다.

애초에 공허 자체가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머릿속에 앤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그것에 매몰되어 있던 것이 가장 컸지만.

“그런데 너는 어찌 이런 걸 알고 있느냐?”

“제가 다른 세상 출신인 거 잊으셨습니까?”

사실 다른 세상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미래 출신이라 알고 있는 거지만, 당장 도진에게나 시온에게나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그런고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빨리 가죠.”

도진의 말에 시온이 허공에서 물러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불러들인 게 문제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내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오겠지. 여기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돌아가지 않는다.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이나 마음에 걸리는 모든 걸 합해도 결국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곳에, 저 앞에 있다.

“미안하구나. 기껏 스승이니 제자니 하는 관계를 만들어 놓고… 그래도 네가 돌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도록 할-”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빨리 친구 찾으러 가자는 말이죠.”

도진은 바보가 아니다.

이 노답 스승을 여기서 유턴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방법은 단 하나.

앞으로 진행해서 빨리 행방불명됐던 친구를 찾아서 돌아가는 길뿐이었다.

그리고 돌아가 봐야 이 사태가 뚝딱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로스타니아로 다가오는 그것은 어차피 온다.

그러면 차라리 시온의 말대로 로스타니아가 아닌 여기 공허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좋다.

‘전생과 같다면… 스승님의 친구는 거기 있을 테니까.’

공허에 버려진 유실물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존재, ‘세계 포식자’에.

여러 이유로 도진은 시온을 돕고자 했다.

하나 그런 디테일을 알 수 없는 시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니까 돌아가자고 온 게 아니라고?”

“돌아가자고 온 겁니다. 스승님 친구 구해서 돌아가자고요.”

후우, 이 양반. 도대체 얼마나 힘을 쓴 거야?

도진은 아래로 보이는 초토화된 대지와 그곳에 썰려 있는 수많은 용종 몬스터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마탑, 제자, 본인의 목숨, 심지어 세상이랑 저울질해도 바꾸지 못할 사람이라 여기까지 온 거 아니에요?”

도진의 말은 시온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럼 처음부터……?”

“제가 머저립니까? 힘으로 데려갈 수도 없고, 설득도 안 통할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생각으로 나오게.”

시온은 마음이 이상했다.

뭔가 처음 느껴 보는… 아니면 아주 오래돼서 잊어버렸던 감정이 피어나는 거 같았다.

“…무모한 짓이었다. 실상 네가 내게 도움이 될 리도 만무하고.”

그건 아니다.

퀘스트가 생성된 이상 자신의 역할은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도움이 안 되면 응원이라도 하죠, 뭐. 잘 안 풀리면 공허 말동무나 하고요. 표류도 같이하면 덜 외롭지 않겠어요?”

시온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

친구에게 다가가는 걸음이라 그런가? 그녀와 함께 있던 시절의 자신이 된 기분이었다.

어쩌면, 가끔 생각이 나 이미 지나온 방향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녀석이 앞에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대충 정했으면 움직이죠. 여긴 이미 마무리된 거 같으니. 이게 사용 시간이 좀 짧아서요.”

도진이 들고 있는 투명한 큐브를 슬쩍 본 시온은 손을 저었다.

[다른 종류의 힘이 당신을 공허 차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시지 출력과 함께 줄어들던 시간이 정지했다.

“참 손이 많이 가는… 말동무구나.”

지나치게 가벼운 투로 말할 뻔한 시온은 겨우 무게를 잡았다.

그래도 스승인데 체면은 차려야지.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으니 더 대단하네요.”

마법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사람이다. 다른 게 글러먹어서 그렇지.

LOST 특성상 시온과 만난 이 이후의 난관이 진짜배기일 거다.

그걸 알지만, 심장을 옥죄던 타이머가 멈추니 살 거 같았다.

큐브 모양 열쇠를 인벤토리에 넣은 도진은 시온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시온이 위로 손을 올리고는 내리 그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짓에 맞춰 공간이 찢어졌다.

화악- 하고 갈라진 틈으로 공허가 비친 순간 시온과 도진이 사라졌다.

공간이동을 통해 파편 안에서 바깥으로 나온 것이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시온이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다만 방향만은 확실해.”

시온과 도진은 빛살이 되어 공허를 갈랐다.

도진은 자신이 퀘스트와 시스템의 보정을 엄청나게 받았음을 새삼 느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상대를 자신이 따라잡을 수 있었을 리 없으니 말이다.

도진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엇을 보는지. 하염없이 전방만을 바라보는 시온이 보인다.

‘만나는 데까지는 성공했어. 이제 중요한 건… 이번 퀘스트가 내게 바라는 게 뭔지다.’

도와야 하는 상대가 대마법사 시온 그레이스다.

그렇다는 건 평범하게 옆에서 마법이나 깔짝대서는 도움이 될 수가 없다는 뜻.

‘뭔가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올 확률이 높다.’

아니면 플레이어만 수행할 수 있는 기믹이 던져지고, 그걸 통해 시온을 간접적으로 돕는다든가.

도진은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캐치해, 완벽하게 해 내기 위해서.

* * *

뫼비우스사(社) 159 모니터링 팀은 전에 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유저 제타, 시온 그레이스와 합류했습니다. 합류 시점 남은 시간 23시간 58분가량. 저희 예상보다 3시간 37분 정도 여유 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퀘스트 진행으로 남은 퀘스트 구간 실시간으로 구성 변경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브리핑은 됐어! 당장 앞으로 퀘스트 어떻게 굴러갈지 시뮬레이션 돌리고 보고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는 보고에 팀장이 빠르게 지시를 내린다.

그러다 한 명을 콕 집어 말했다.

“메시지는? 이번 퀘스트에서 우리 쪽에서 출력할 수 있는 메시지 몇 번이나 남았지?”

시스템 메시지 입력을 맡은 직원이 답했다.

“횟수 자체는 4회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중요 정보가 담긴 메시지의 경우 2회가 한계입니다.”

“아직 퀘스트 갱신 메시지도 안 띄웠는데 그 정도라고? 젠장, 그럼 내 지시 있을 때까지 아무것도 띄우지 마.”

팀장은 지시에 대한 대답은 듣지도 않고 화면에 비치는 도진을 응시했다.

계약자를 움직일 새도 없이 알아서 저기까지 갔다.

이쪽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르기다.

‘계속 좋은 쪽으로 예상을 뛰어넘어 주면 좋겠지만…….’

가능할까? 모르겠다. 알 수 있는 건 지나친 스트레스로 위가 경련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예상 결과 일부 출력됐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조기 합류로 저희 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홀로그램 화면의 수치를 확인한 직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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