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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38화 (2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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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팬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용도로 라이브 방송을 통한 소통을 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게 도진이 교육 방송 아닌 교육 방송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이 테레사가 잡혀 있던 개인 스케줄을 전부 소화했다.

[테레사: ㄱㄱ!]

게임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테레사는 바로 도진과 합류하겠다고 나섰다. 그녀와 세트로 묶인 소소도 마찬가지.

도진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는 거처럼 보였지만, 균열 던전 특성상 들어가기 전에는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매번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이었다.

마법사 하나보다는 균형 잡힌 파티로 움직이는 게 클리어 속도나 안정성 모두 우위에 서는 게 당연했다.

[도진: 그런데 탄토 형은 연락이 안 되던데. 방송도 안 하는 거 같고. 혹시 최근에 연락해 봤어?]

도진은 이벤트 공지를 보자마자 탄토에게도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테레사: 응? 나도 바빠서 연락 못 해 봤는데. 잠깐만.]

잠시 후 테레사도 탄토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해 왔다.

‘뭐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된 도진은 탄토에게 메지시 하나를 더 남겼다.

[도진: 형,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나도 그렇고 누나들도 걱정하고 있으니까 이거 보면 연락 줘.]

소소면 몰라도 탄토는 이 메시지를 보면 바로 연락을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도진은 테레사, 소소와 함께 3인 파티로 사냥을 했다.

확실히 혼자 할 때보다 안정성이 오르고, 휴식이 강제되질 않으니 훨씬 더 편하고 빠르게 균열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균열 5개를 처리하고, 오늘은 이쯤 할지 아니면 하나를 더 찾아서 처리할지 고민할 때 탄토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탄토: 메시지 확인하는 게 늦었네. 걱정 끼쳐서 미안해.]

“어? 탄토 형한테 메시지 왔다.”

벌러덩 드러누워서 자기 방송 시청자들과 놀고 있던 테레사가 벌떡 일어났다.

“뭐? 뭐래? 온대?”

테레사는 무릎으로 걸어오며 다다다 물었다.

도진은 슥 그녀에게서 멀어지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고. 걱정시켜서 미안하다고. 잠깐만 무슨 일 있나 물어볼게.”

[도진: 별일 없지?]

[탄토: 별일 없지. 그냥 좀 바빴어.]

[도진: 지금도 바쁜 거야? 여유 좀 생긴 거면 같이 사냥하자.]

[탄토: 음… 나도 바로 가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힘들 거 같고… 일주일 정도는 걸릴 거 같아. 내가 자살을 해야 해서.]

아, 바쁜 일이 일주일 정도 있어야 마무리되나 보네. 하고 생각하던 도진은 메시지 마지막 문장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이게 뭔 소리야?”

“뭐? 왜 그러는데?”

“아니, 자살 어쩌고 하잖아.”

“뭐!”

테레사도 덩달아 펄쩍 뛰었다.

그녀는 즉시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탄토 청문회를 시작했다.

[테레사: 자살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똑바로 말해!]

[탄토: 아! 미안해. 내가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말을 잘못했어. 지금 내가 어디에 좀 갇혀 있거든. 근데 탈출이 안 돼서 일부러 죽어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소리였어.]

갑자기 단체 채팅방이 열리고, 테레사가 기겁을 하며 묻는 걸 본 탄토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자신도 놀랐다.

이렇게 오해하기 딱 좋은 내용이라니. 탄토는 친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탄토: 이번 이벤트 시작할 때 내가 던전에 있었거든. 그런데 거기가 균열이 됐는데, 탈출이 아예 안 되더라. 내가 죽이는 것보다 몬스터가 생성되는 게 더 빨라서 클리어할 수도 없고.]

거기다 메신저 기능부터 라이브 방송 송출 등.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단 모두가 마비됐다는 게 탄토의 설명이었다.

지금은 일주일을 넘게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강제 로그아웃을 하고 현실로 나왔다고.

[도진: 던전 안에서 강제 로그아웃을 했으면 어차피 죽은 거 아냐? 아바타는 안에 남아 있을 거 아냐.]

[탄토: 아직 죽진 않았어. 안전한 위치를 찾아서 숨기도 했고, 아이템도 써서 은신을 유지시켜 둔 상태라.]

즉, 안에 남게 될 인게임 아바타를 숨겨 놓고 로그아웃을 했다는 소리였다.

[탄토: 그런데 나와서 생각해 봐도 방법이 딱히 떠오르질 않아서. 어차피 죽을 거 빠르게 포기하고 사망 페널티 끝나면 너희랑 합류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한 말인데. 축약을 너무 했어. 미안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앞뒤 다 잘리고 자살해야 한다는 말만 나온 모양이다.

[도진: 그런데 우리 레벨에 죽으면 페널티가 꽤 셀 텐데.]

사망 페널티는 레벨이 상위권에 있을수록 심해진다.

거기다 어디서 죽느냐, 어떤 상황에서 죽느냐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확실한 건 도진이나 탄토 정도 되면 가장 온건한 죽음을 맞이해도 손해가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탄토: 어쩔 수 없지. 몬스터가 정말 끝없이 나와서… 죽여도 죽여도 오히려 늘어나더라.]

어? 잠깐.

도진은 자신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다.

탄토가 던진 자살 발언이 워낙 충격적이라 얼떨떨함에 놓쳤던 부분.

‘외부랑 모든 게 차단되고, 탈출도 안 되고, 몬스터가 계속 나온다고?’

도진은 탄토에게 물었다.

[도진: 그 계속 나온다는 몬스터들, 어떻게 생겼어?]

단순히 몬스터가 강하고, 개체 수가 많은 놈들로 걸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탄토는 운이 엄청나게 좋은 것일 수도 있었다.

[좀 특이하게 생겼어. 유리 조각이라고 해야 하나. 형태나 색은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깨진 유리를 이어 붙여서 만든 공예품 같은 느낌이야.]

미친. 유레카다. 저 던전이 벌써 등장하다니.

도진은 바로 탄토에게 말했다.

[도진: 균열 생긴 데가 어디야? 위치 알려 주면 우리가 구하러 갈게.]

각양각색의 유리 공예품 같은 몬스터는 균열 던전 계의 복권 같은 놈들이다.

개체 수가 엄청나게 많고, 리젠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서 난이도 자체는 높다.

공략을 모르고, 클리어할 최소한의 능력이 안 되면 갇히는 거 자체가 사형선고에 가까울 정도로.

하지만 반대로 공략법을 알고, 감당할 능력만 되면 유리 공예품처럼 생긴 ‘차원 파편’들은 경험치와 재화를 쏟아내는 잭팟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차원의 힘을 가장 많이 뱉는 놈들이기도 하지. 열쇠를 충전하는 데 이만한 놈들은 없어.’

다른 곳이어도 탄토가 갇혀서 곤란하다면 구하러 갔겠지만, 이건 구하러 가는 게 아니라 먹으러 가야 할 판이다.

[탄토: 아냐, 아냐. 진짜 괜찮아. 괜히 너나 레사랑 소소까지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탄토가 한사코 거절을 했다.

이럴 거 같아서 너희한테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서.

민폐 끼치는 걸 천벌 받을 일로 여기는 일본인다운 반응이었다.

이러다 정말 ‘민폐 끼치느니 죽음을…….’ 하면서 기껏 당첨된 복권을 찢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진은 필살기를 날렸다.

[도진: 내가 도와달라고 할 때마다 바로 달려와 준 게 누구야? 형이랑 누나들이잖아. 그런데 나는 왜 못 하게 해? 레사 누나도 섭섭하지?]

왜 대답이 없어? 하고 보니 시청자들한테 자살 발언이 단순 헤프닝이었음을 설명하는 테레사가 보였다.

자신이 ‘자살 어쩌고’ 하며 말을 한 걸 도진 채널, 테레사 채널 시청자들이 보고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도진: 레사 누나도 엄청 섭섭하대.]

해명에 진땀을 빼는 그녀를 대신해 말을 전해 주는 도진. 그녀가 말한 건 아니지만, 성격상 섭섭해할 거다. 아마도.

탄토는 그러고도 ‘미안해서…….’ 하며 망설였으나 도진의 논리에는 빈틈이 없었다. 도진이 섭섭하다는데 어쩔 텐가.

결국 탄토는 백기를 들고 자신이 균열에 갇힌 위치를 알려 줬다.

[탄토: 고마워.]

[도진: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 내가 도움 받은 게 더 많은데.]

탄토는 자신을 많이 도와줬다.

그로 인해 탄토도 많은 걸 얻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자신을 도운 사람이 잘된 건 그냥 좋은 거지.

그것으로 인해 도움의 의미나 고마움이 희석되는 건 아니니까.

[도진: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홀로그램 창들을 치운 도진은 테레사와 소소에게 말했다.

“가자. 탄토 형 구하러.”

시청자 달래기를 끝내고 쌓인 채팅을 읽은 테레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

시체처럼 누워서 채팅방 대화를 다 보고 있던 소소도 조용히 일어났다.

* * *

중간에 있는 마을에 들러 소모품을 넉넉하게 채워 넣은 세 사람은 탄토가 얘기한 위치에 도착했다.

“균열이 지하에 생긴 거야?”

그곳은 비스듬하게 아래를 향해 뻥 뚫려 있는 종유석 동굴이었다.

용의 아가리 같은 입구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구멍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균열 규모가 엄청나네.’

도진은 구멍 안쪽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나의 일렁임에 속으로 감탄했다.

‘차원 파편’이 등장하는 균열 던전은 너무 드물어서, 발견된 사례 자체가 적었다.

도진조차 한 번도 실제로 들어가 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런 곳이어서 그런지 균열 근처에만 갔는데도 흘러나오는 기운이 엄청나다.

“탄토 형 말로는 안에서는 밖이랑 연결이 다 끊어진다는데. 미리 말해야 하는 거 아냐?”

도진의 말에 테레사가 ‘아!’ 하고 허공을 향해 말했다.

“님들, 저희 던전 안에 들어가면 방송 끊길 거 같아요. 탄토가 안쪽에서는 메시지도 못 보내고 방송도 안 켜진다고 하더라고요.”

테레사의 발언에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도진 채널에서 보고 있던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탄토 구출 작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안 돼! 나 방금 치킨 왔단 말야!

-이건 독재다! 독재정권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놓고는 방송으로 대중을 탄압하다니!

-지, 지금 후원금 충전하고 있습니다!

혼비백산해서 올라오는 채팅.

“끄고 싶어서 끄는 게 아니에요. 진짜 죄송해요!”

도진도 허공에 대고 심심한 사과를 표했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안 된다는 걸 어쩌겠어요. 친구 버릴 수는 없잖아요.”

라이브 방송에 있어 갑을 관계가 명확한 도진 채널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순응했다.

-그래도 우리 계속 기다릴 테니까 켤 수 있게 되면… 알지 형?

-저희도 탄토 님 엄청 걱정돼서 그러니까 꼭 방송 켤 수 있게 되면 바로 켜 주세요.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숨도 안 쉬고 기다릴 거야…….

영리하게도 그들은 착한 척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썼다.

도진이 어떤 인간인지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다웠다.

“…알았어요. 걱정하게 만든 잘못도 있으니까 방송 켤 수 있게 되면 바로 켜서 알려 줄게요.”

그렇게 약속한 도진은 아래를 향해 뚫린 구멍을 따라 안으로, 밑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공간이 깨진 유리처럼 조각조각 떨어져 나온 지점을 발견했다.

탄토가 갇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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