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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36화 (23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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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이벤트 공지에 유저들은 깜짝 놀랐다.

-뫼비우스 이 새끼들은 매번 뜬금이 없네;

└그래서 싫어?

└싫을 리가 ㅋㅋ

-캬, 이번에는 다 같이 할 수 있는 이벤트네. 이게 월드 이벤트지.

-월드 이벤트는 이게 맞아. 최근에 뫼비우스가 극상위 유저 빼고는 대충 곁다리로 챙겨 주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공평하게 가는 듯?

물론 깜짝 놀란 게 부정적 의미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모두가 공평하게 즐길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의 이벤트 공지에 유저 반응은 매우 좋았다.

여기, 아직 초보자 티를 벗지 못 한 40레벨대 파티도 그랬다.

“이런 이벤트 잘만 타면 저희도 확 크겠는데요?”

“그러게요. 근데 이벤트 언제 시작하는지랑 언제 끝나는지 그런 건 공지를 안 하네요?”

“나중에 하지 않을까요?”

서로 파티 모집을 통해 만나 사냥을 하던 중에 갑자기 뜬 공지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초보자 5인방.

“저희 손발도 엄청 잘 맞는 거 같은데 이벤트 기간 동안 고정 파티 하는 거 어때요? 이럴 때는 일분일초가 금쪽같은데 매번 파티 구하고 하면 시간 낭비잖아요.”

“오, 좋아요. 밥 없이, 잠 없이 아주 끝장 보는 걸로 하시죠.”

“아, 이벤트 공지 보니까 엄청 기대되는데. 언제 시작하는지 정도는 알려 줬으면-”

분위기 좋게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들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재앙 균열 던전 생성이 시작됩니다.]

주변이 균열에 잠식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어?”

동시에 요란한 알림과 함께 월드 메시지도 떴다.

[월드 이벤트 ‘차원 연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차원 연결’은 지금부터 정확히 28일 13시간 28분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초보자 파티는 당황했다.

갑자기 이벤트가 시작된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당장 자신들이 있는 여기가 균열 현상에 휩싸였다고?

“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 질문에 답한 건 허공을 뚫고 나타난 균열 몬스터들이었다.

-키릭.

피부에 선혈을 바른 듯 새빨간 고블린이었다.

우묵하고 까만 눈이 초보자 파티의 힐러와 마주쳤다.

“어?”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에 모두의 반응이 늦어졌다.

-캭!

“안 돼!”

누군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힐러가 기습을 당한 뒤였다.

“지금 떼-”

그나마 재빠르게 대응하려던 한 명. 하나 다른 고블린이 나타났다.

첫 번째 놈과 달리 새까만 피부를 가진 놈은 뒤에서 휙 뛰어올라 목덜미에 거뭇거뭇한 꼬챙이를 꽂았다.

갑자기 나타난 특이한 색을 지닌 고블린들은 그리 난이도 높지 않은 필드 던전에서 사냥 중이던 초보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강했다.

“아니, 경고도 없이 이게 무슨- 아악!”

파티 하나가 전멸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들만이 아니다.

주변에서 사냥하던 다른 초보자들도 균열 현상에 휘말려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여 강제로 현실로 귀환하게 된 사람들은 분노하여 사이버 세상으로 몰려갔다.

-뫼비우스 이 시- 발 새끼들아! 한창 몬스터 잔뜩 몰아 놓고 있는데 위에서 몬스터를 뚝 떨어뜨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 새끼들 운전면허 없음? 깜빡이를 켜야 할 거 아냐!

피해자들은 울분을 토했다.

-ㅋㅋㅋ 와 사냥 안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난 딱 내 발 옆이 균열 범위였음 ㅋㅋ 구사일생했다.

-왜들 그렇게 화가 났어? 이벤트 빨리 시작해서 개꿀이구만 ㅋㅋㅋ 퇴근하면 바로 사냥 시작해야지.

-죽은 애들은 나가 있어. 우린 균열 즐길 테니까요~

그걸 본 피해를 피한 유저들은 낄낄거렸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뫼비우스 미친년들아! 개발자라는 새끼들이 산수 못 해? 시발 레벨 디자인이 왜 이따윈데?

-아니, 난이도 뭔데? 이거 정상적으로 잡으라고 만든 거야?

-ㅋㅋㅋ 얼탱이가 삭제되네 진짜. 지금 스트리머들도 난리다. 아무 생각 없이 자기가 놀던 사냥터에 열린 균열 찍먹하러 갔다가 뒤져서 현실 먹방 켠 새끼도 있음.

-뒤져서 접속 못 하고 심심한 놈들은 ‘호시’ 검색해서 들어가 봐라. 일본 스트리머인데 사냥하다가 균열에 갇혀서 울면서 숨어 있는데 개웃겨.

└균열 안정화돼서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숨어 있을 거라고 입 틀어막고 끅끅대면서 우는 거 나도 실시간으로 보는 중임 ㅋㅋ RPG가 아니라 호러물이 됐어 장르가

놀리던 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됐다.

원래도 발생 지역 레벨에 비해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 균열 던전이다.

거기서 또 난이도가 올라가니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

유저들은 ‘적당히’를 기대했지만, LOST에 그런 건 없었다.

[살인적인 난이도에서 살아남기! 최소 -20레벨 지역을 노리세요!]

[월드 이벤트 균열 꿀 조합. 핵심은 범용성 높은 클래스!]

[갑자기 균열에 갇혔을 때 살아남는 12가지 방법.]

이벤트가 시작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런 공략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조된 공략에는 그저 ‘낮은 레벨 지역으로 가라.’, ‘숨어 있어라.’, ‘더 강하게 세팅하고, 좋은 동료를 구해라.’ 같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만 담겨 있었다.

자연히 사람들은 더 양질의 공략과 정보를 원했고, 실력 좋은 유저들을 찾아다니며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당연히 도진 채널이었다.

-형, 형! 우리 다 죽어!

-이번 이벤트 팁 좀 공유해 주세요 ㅠㅠ

-이벤트 기간 남아 있는 동안 공략 영상 좀 올려 주세요.

-혼자만 먹지 말고 같이 좀 먹고 살자!

그러나 도진을 제대로 아는 팬들은 도진 채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몰려갔다.

이런 기간에 도진이 게임 말고 다른 데 신경을 쓸 리 없다.

그럼 채널도 안 볼 거고, 거기서 아무리 떠들어 봐야 전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노려야 할 건 마음이 약해서 부탁하면 들어줄 사람임과 동시에 도진과 연락이 닿을 사람.

테레사다.

-언니, 언니, 도진 님한테 채널 한 번만 보라고 해 주면 안 돼요?

-혹시 이번 이벤트도 진이랑 같이 사냥하십니까? 그럼 테레사 당신만이라도 실시간 방송을 켜 주었으면 합니다.

훅 하고 치솟은 시청자 수에 놀란 테레사는 사태를 파악하고는 곤란해 했다.

“아… 저도 요즘 다른 일로 바빠서 연락을 잘 못 했거든요. 음… 그래도 일단 얘기는 해 볼게요.”

마음 약한 테레사는 수많은 시청자의 애원을 외면하지 못했다.

테레사는 도진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막 혼자서 균열 하나를 닫고 나온 도진은 뒤늦게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좁혔다.

“이걸 왜 레사 누나 방송에 가서 부탁을 해? 가뜩이나 바쁜 사람한테.”

테레사는 현재 미리 예정돼 있던 일정 때문에 게임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방송도 잠옷 화보 촬영 현장에서 하고 있던 거였고.

[도진: 누나, 미안해. 바쁜데 정신없었겠다.]

[테레사: 아냐. 네 팬들이 잘 부탁한다고 하면서 후원 많이 해 주셨어 ㅋㅋ]

[도진: 얼마나?]

[테레사: 앗! 촬영 다시 하나 보다. 나 스케줄 다 끝나면 같이 사냥하는 거다? 갈게!]

얼마를 받았길래 갑자기 말을 돌려.

도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린 뒤 자신의 채널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정말 난리였다.

최근에 올린 커뮤니티 글, 그러니까 걱정해 줘서 감사하다고 쓴 글 댓글에 팬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다.

“아…….”

모르고 넘어갔으면 모를까 이러면 무시하기가 좀 미안한데.

잠시 고민하던 도진은 어떤 방식으로든 팬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내가 할 거 다 끝내고 공략 영상을 만드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러면 이벤트가 다 끝난 뒤에나 영상이 만들어질 테니까.

가장 빠르면서 내가 할 일이 제일 적은 건…….

‘그냥 방송 켜는 게 제일 간단하겠네.’

실시간 방송이다.

마음을 정한 도진은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냥 방송을 켰다.

뫼비우스의 공지보다 더 뜬금없이 켜진 도진 방송에, 팬들은 화들짝 놀랐다.

-?

-?

-?

설마 이렇게 금방 켜질 줄 몰랐던 사람들은 알림을 받고 오자마자 ‘?’를 올렸다.

-도진 유튜브 채널 해킹당함?

해킹을 의심하는 사람도 나왔다.

“채널 보고 킨 건데요.”

도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영상도 아니고 방송을 켜 준다고?

-미친! 당신 도진 아니지! 우리 도진이 어디 숨겼어!

-감동이다 진짜… 우리한테 고맙다고 한 게 진심이었구나 ㅠㅠ 부탁하면서도 실시간 방송은 기대도 안 했는데.

도진의 이미지는 ‘멀리 있는 사람’이었다.

실시간 방송을 꺼리고, 정보 공유를 거의 하지 않는 타입.

그랬던 도진이 팬들의 부탁에 기대조차 않았던 실시간 방송을 켰다.

그 포인트에서 팬들은 감동했다.

원래부터 싸가지 없던 놈이 한 번 착하게 굴면 다시 보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반응이 너무 격해서 약간 당황스럽긴 한데 일단 할 거 할게요.”

도진은 방송 시점과 자신의 시점을 일치시킨 뒤 몸을 일으켰다.

뭐, 3인칭 시점 조정은 밖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도진은 다음 균열 던전을 찾아 이동했다.

-지금 몇 레벨 지역인가요?

“180이요.”

-헉.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이왕 하는 거 높은 지역에서 하면 경험치 더 먹잖아요.”

하나 처리하면서 들어온 경험치를 계산하니 이건 경험치 이벤트 수준이다.

이럴 때 확 성장을 해 둬야 나중이 편하기에 도진은 난이도 타협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텅 빈 열쇠’에 쌓이는 충전량을 보니 이벤트 기간 내내 죽어라 쓸어 담아도 꽉 채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다.

타협과 휴식 모두 포기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균열에 갇히든 안정화 끝난 곳에 입장을 하든 제일 먼저 몬스터 타입부터 확인해야 돼요.”

새로운 균열을 발견해 입장하면서 도진이 말했다.

그걸 본 시청자들이 기함했다.

-파티원은요? 왜 혼자 들어가요?

아무리 도진이라도 월드 이벤트로 난이도가 쭉쭉 올라가 있는 균열 던전에 혼자 들어가다니?

“파티원들이 각자 다 바빠서요. 이벤트가 너무 갑자기 열려서 미리 잡혀 있는 스케줄부터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 도진은 눈에 들어오는 적을 보고는 혀를 찼다.

난생처음 보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균열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적의 대략적인 특징을 유추하는 것이다.

팔이 4개나 달렸고, 그 끝에 작은 가시가 돋아있다. 잘 보면 가시가 붙은 곳에 틈이 있는 걸 보면 어쩌면 가시를 발사하는 공격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적이 뭔지 확인했으면 주변부터 보세요.”

도진은 엄폐물로 적합한 바위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달렸다.

유저의 움직임에 가만히 허공만 응시하던 균열 속 몬스터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놈들은 발성기관이 없는지 괴성조차 지르지 않았다.

대신 부웅, 부웅 하는 팔 휘두르는 소리와 딸깍이는 가시 움직이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린다.

파바박-

이어서 도진이 달린 경로와 도진이 엄폐물 삼은 바위에 수십 개의 가시가 날아와 꽂혔다.

그 공격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커다란 바위에 금이 가며 깨질 거 같은 상태가 됐다.

‘이 정도 공격력이면, 방어력은 떨어지겠어.’

연속 공격도 힘들 거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마친 도진은 잠깐 동안 몸이 노출되는 걸 감수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적이 뭉친 곳에 「화염포」, 앞으로 나오며 접근하려는 두 놈에게 「섬광창」, 마지막으로 다시 엄폐하면서 여러 개의 「바람 칼날」을 날려 제압 공격.

“봤죠? 이렇게 하면 돼요.”

말하는 동시에 몸을 숨겼던 바위가 펑 터져 나갔다.

살아남은 놈들의 분노 맺힌 공격 때문이었다.

이놈들, 가시를 폭발시키는 능력도 있는 모양이다.

도진은 재빠르게 스스로 엄폐물을 만들어 내며 추가적인 공격에 대응했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공략을 부탁할 사람을 한참 잘못 찾아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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