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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29화 (22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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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인간을 재료로 만든 키메라였다.

사이즈를 억지로 키운 인간은 피부가 다 찢어져 떨어지고, 한계까지 부푼 근섬유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커다랗게 부풀린 인간의 등에는 벌레의 다리가 잔뜩 달려 있고, 팔과 다리에는 키틴질 돌기를 붙여 놓았다.

가슴팍에는 마구잡이로 붙여 놓은 심장이 여러 개였다. 혈관을 얼기설기 이어 놓고, 쏟아지지 않게끔 힘줄과 인대 등으로 고정해 놓은 모습은 만든 이의 성의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미친 새끼들…….”

그것을 보는 순간 도진은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더불어 참기 힘든 역겨움 또한 같이 느꼈다.

징그러워서가 아니다.

저것을 만든 자의 밑바닥 없는 악의가 너무 생생하게 다가와서, 그래서 그런 것이다.

키메라의 접합부에서는 피와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저건 종이 다른 것끼리 이어 붙이면서 면역 반응 조절을 전혀 안 했다는 증거였다.

얼마 안 가 죽는 걸 넘어서 만드는 도중에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말 그대로 마구잡이로 찍어냈다는 소리다.

-끄으으으으으-!

길게 끌리는 포효를 지르며 고개를 돌리는 키메라의 모습이, 도진에게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자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으어우어어어!

성대가 잘린 건지. 아니면 짓뭉개진 것인지 제대로 말도 뱉지 못하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은 진짜였다.

키메라의 완성도와 생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놓고는 자기가 괴물이 된 걸 인지할 정도의 정신은 유지시켜 둔 것이다.

도진이 바람을 일으켰다. 적이 아닌 아군을 향한 돌풍이었다.

당황하고 동요했던 자들이 갑작스런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대원들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며 대기. 이번 싸움은 우리가 맡는다.”

도진이 말하는 ‘우리’는 자신과 동료들이었다.

자신이 앞으로 나서자 자동으로 반응해 대열을 갖추는, 자신의 파티.

-크아아아아!

키메라로서 각인된 적의를 드러내는 포효에는 잘게 부서진 자아가 내지르는 절규가 섞여 있었다.

“빨리 끝내자.”

그게 지금 저 희생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이니까.

* * *

인간형 키메라는 하나가 아니었다.

이 보급기지에 배치된 키메라는 총 15개체.

그중 일부가 폭주를 해서 보급기지가 초토화된 것이었다.

건물 벽을 부수고 나온 놈과 안쪽에서 열심히 학살을 이어 가던 나머지 둘에 의해 말이다.

그것들의 전투력은 상당했다.

퀘스트 진행 페이즈가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레벨과 능력 모두 훌쩍 뛰었다.

그러나 도진 파티의 힘은 그것 이상이었다.

거기다 키메라 입장에서 도진 파티는 상성이 최악인 상대였다.

받은 충격의 상당량을 되돌려 주는 유물 방패와 그것을 완숙하게 다루는 테레사의 패링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결정적으로 어설프게 만들어진 키메라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마법사의 존재는 단어 그대로 완벽한 사형 집행관이자 장의사였다.

키메라들을 전부 처리한 도진은 현장을 빠르게 정리했다.

마공학 갑주를 입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동원해 아직 죽지 않은 부상자를 구출했다.

그들 대부분은 목숨이 간당간당했다.

소소가 「강제되는 희생」을 사용해 생명력을 나눠 줬음에도 결국 둘이 죽었다.

살린 건 여섯에 불과했다.

“흩어져서 닥치는 대로 보급품 확보하고, 혹시 모르니 키메라 시체 두 구도 챙긴다. 시간은 3분. 3분 뒤 철수한다. 움직여.”

“생존자들은 어쩔까요?”

“어차피 제대로 아는 게 있을 리 없는 자들이다. 그냥 두고 간다.”

도진은 빠르게 명령을 쏟아냈다.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넵!’ 하고 대답하고는 뭐에 쫓기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도진과 같이 싸우면서 믿음과 두려움이 함께 커진 자들의 모습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레지스탕스 대원들 사이로, 쓰러진 키메라 시체를 보며 도진이 생각했다.

‘이런 걸로는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

숫자가 많아지면 분명 부담이 되겠지. 더 많아지면 위험할 거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쪽 입장에서 전력을 집중하기에는 사수해야 할 전장이 지나치게 길고 넓었다.

국경선이 곧 전선이나 다름없는데 테러리스트 놈들이 어디를 찌를 줄 알고 미리 그곳에 키메라를 대량으로 배치해 두겠나.

그게 안 되니 인간형 키메라를 전선 이곳저곳에 조금씩 배치하고 있는 걸 테지.

‘그건 저쪽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뭔가 다른 걸 준비하기 위해서 시간을 끄는 건가?

아냐, 그럴 거면 차라리 계속 얻어맞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면 됐다.

굳이 급조한 키메라를 보여 줘서 자극을 할 필요가 없어.

생각을 이어 가고 있는데 대원들이 키메라의 시체를 옮기는 게 보였다.

남아 있는 심장 세 개가 혈관에 매달려 덜렁거리는 시체와 눈이 마주쳤다.

피와 고름, 눈물이 뒤섞인 액체가 메말라 자국이 되어 있는 걸 본 순간 도진은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 새끼들…….’

키메라에서 보았던 밑바닥 없는 악의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날 이길 생각이 없어?’

아니, 정확히는… 놈들도 알고 있다.

이런 키메라를 만들어서 전선에 흩뿌려 봐야 자유롭게 움직여 원하는 곳을 칠 수 있는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걸.

그럼에도 저런 걸 굳이 만들어서 뿌린 것에는 이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순순히 물러날 생각 따위 없다.’

훼방을 놓는다면, 어차피 갖지 못할 거라면, 그냥 다 부숴 버리겠다.

놈들. 멸망교단은 이 나라를 소모품처럼 사용해 자신에게 공격을 하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냥 하는 거다. 죽이고 싶으니 죽이고, 부수고 싶으니 부수고.

어쩌면 이런 생각일지도 모르지.

‘내가 지키려고 하는 걸 부수는 걸로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

도진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미친놈들을 상대로 싸우면서 너무 이성적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며 움직이니, 무심코 상대도 그러리라 속단했다.

적어도 가지려던 걸 지키려는 시도 정도는 할 거라 생각했더니, 아니었다.

“이탈 준비 마쳤습니다!”

어느새 3분이란 시간이 끝났다.

3분. 이 3분 동안 저 깊숙한 곳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걸 생각하니 여러 의미로 심장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도진을 일단 퇴각을 명령하려 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른 명령을 함께 내렸다.

“생존자들도 데리고 간다.”

“네? 두고 가신다고…….”

“데리고 간다. 실어.”

“아, 넵!”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여기 둬 봐야 죽을 거다.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생존자를 챙겨 줄 인간성을 기대하기에는 눈에 밟히는 모든 것이 비인간적이었다.

* * *

돌아온 도진과 전투원을 반기러 나온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 이게 뭐야? 사람이잖아!”

사람으로 만든 키메라의 시체를 본 탓이었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까지 미쳐 있는 거야!”

레지스탕스도, 그들의 가족들도 모두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이미 자신의 조국에 실망할 대로 실망하여 반기를 자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겪은 것은 물론이고, 상상할 수 있는 영역마저 아득히 벗어난 조국의 추락한 모습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도진이 키메라를 보고 느꼈던 지독한 악의를 다른 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아무리 독재국가의 국민이라 해도 저런 걸 보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야.’

방금 전까지 도진은 외부의 힘을 빌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

다수의 유저가 갑자기 퀘스트 라인에 난입하면, 퀘스트 전체 난이도가 어디까지 튈지 가늠할 수 없긴 하다.

하지만 방해가 시작되자마자 루마누스 공화국을 버림 말로 쓰기 시작한 놈들에게 시간을 더 줬다가는 어차피 파국이다.

그러느니 도박수를 던져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타이밍을 잘 맞춰서 단번에 몰아치면 난이도 조정이 시작되어 상황이 급변하기 전에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사람들의 키메라에 대한 반응은 도진에게 다른 가능성을 보게 했다.

‘우리가 간 곳에만 우연히 키메라가 배치됐을 리는 없다. 넓은 전선에 키메라가 뿌려지고 있는 거야.’

단순히 생각하면 강력한 생체 병기가 전선을 지키는 상황이 된 것 같지만, 아니다.

싸움도 전쟁도 결국 수행하는 건 인간이었다.

‘여기저기 퍼지는 건 강력한 전력이 아니라 동요다. 군인들의 사기를 꺾는 걸 넘어서 총구를 반대로 돌리게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동요.’

도진은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을 믿어 보기로 했다.

* * *

도진은 자신의 동료들만 데리고 다시 나왔다.

가능성의 높고 낮음을 떠나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너무나 위험하기도 위험하고, 많은 머릿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정말 도진이 네 생각대로 될까?”

테레사의 물음에 도진은 확신이 결여된 대답을 돌려줬다.

“운이 좋으면.”

그걸 들은 소소가 말했다.

“운이 아주 많이 좋아야 할 거 같은데.”

“아니, 내 생각에는 시기의 문제지 결국 그렇게 흘러갈 거야.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야. 우린 그게 조금 빨리 터지게만 하면 돼.”

도진 파티는 조용히 루마누스 공화국으로 잠입했다.

최근 들어 공화국군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지만, 난잡하게 뚫린 쥐구멍은 다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구잡이로 뚫어 놓고서 오랜 세월 방치한 쥐구멍은 상당수가 기록상에서도 지워진 것이 많았다.

덮고 가리고 보이지 않게 치우기만 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독재국가 특유의 나태 행정의 업보다.

“무리한 걸 부탁해서 미안해.”

잠입에 성공한 뒤 도진은 탄토에게 사과했다.

이제부터 탄토 혼자 아주 많은 걸 해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탄토는 가면을 더욱 가까이 붙도록 조정하며 말했다.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

탄토는 은신한 상태로 파티원들과 헤어졌다.

밖으로 나오자 삭막한 풍경이 그를 반겼다.

불규칙하게 사위를 비추는 차가운 조명과 군인들이 보인다.

탄토는 은신이 드러날 위험이 있는 모든 것을 조심하며 움직였다.

더 깊숙하게 들어가야 한다. 더욱 깊숙하게.

한참을 이동한 끝에 탄토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여기가 그 장군이 있는 기지인가?’

도진이 혁명군에게 받은 ‘회유 가능성이 있는 군인’ 인물 정보에서 고른 레카르도 장군이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전 소장이고, 지금은 중령이지만.

‘할 수 있어.’

탄토는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역할은 레카르도 장군, 아니 중령에게 도진의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말을 전하고, 가능하다면 전투가 아닌 대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도진이 그와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은신은 만능이 아니고,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실수를 하면 들킬 가능성이 높지만, 이론상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하면 들키지 않는 게 가능했다.

‘가자.’

도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도진이 기억하는 은신에 가장 진심이었던 유저가 어둠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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