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28화 (22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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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쾅- 하고 책상을 내려친 총통을 그대로 책상 위에 있는 것들을 쓸어서 패대기쳤다.

안 그래도 화를 내고 있던 중에 레지스탕스 놈들에게 대량의 마석을 빼앗겼다는 보고를 받고는 폭주를 한 것이었다.

“보고는 다 듣고 죽이셨어야죠.”

복장과 피부 모두 새하얀 여자가 핀잔을 주듯 말했다.

총통이 보고를 하러 들어온 여군의 미간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마법사라고…….”

총통에게 말을 걸던 여자는 한숨을 쉬었다.

저 병신, 내 말을 안 듣네.

좀 과하게 만져 놨나? 갈수록 병신이 되어 가는 거 같아.

여자는 맨발로 여군의 시체를 굴렸다.

맨살에 닿는 죽은 자 특유의 힘없는 흔들거림이 약간 기분을 풀어 줬다.

기분 좋은 감촉으로 마음을 달래며 여자는 생각했다.

‘볼 것도 없어. 그 개새끼야.’

네파스의 병신 짓을 박살 내고, 자신이 꾸민 계책에 커다란 엿을 먹인 빌어먹을 리제니안 마법사.

네파스 때도 그렇고, 자신이 꾸몄던 리제니안을 분열시키고 갈라치려 했던 계획마저도 실패하면서 교단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세계에 내려오는 위대한 별 라베스 님의 빛이 약해졌고, 그로 인해 멸망교단 전체의 활동이 제약됐다.

그뿐인가. 알테라 제국 내부에 심어 둔 수족들이 다 잘려 나간 것도 결국 그 리제니안 때문이다.

‘앞선 실패만 없었어도 더 적극적으로 찢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라베스의 은총을 직접 내려받은 자신들, 여섯 성자가 직접 나서서 힘을 쓰다가는 세상이 검붉은 빛으로 물드는 때가 더 멀어질지도 몰랐다.

다 죽어가는 저 벨라의 숨통이 더 트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어차피 그 새끼는 리제니안이라 죽여도 얼마 안 있어 살아날 테니 수지타산이 전혀 안 맞아.’

라베스 님의 힘과 운명을 소모할 거라면, 더 확실할 때 확실한 수를 둬야 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사람은 머리를 써야 사람이지.’

교단도, 여섯 성자도 나서지 않으면 된다.

오래 공을 들여 힘을 키우기 위한 부화장으로 쓰려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소모품으로 쓰는 수밖에.

여자, 여섯 성자 중 한 명인 팔라키아는 아직도 씩씩대는 총통에게 다가가 그의 턱을 쓸었다.

“반기를 드는 것들을 그냥 두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총통의 눈이 몽롱해졌다.

“…물론이다. 이 나라에서 내게 반기를 드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몸으로 깨닫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역시 멋지세요. 하지만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귀찮게 구는 모기 같은 것들을 잡기는 참 힘들 거예요. 어떤 수가 있으신가요?”

한 박자 늦게 총통이 중얼댄다.

“전… 군에 경계태세 강화를 명하고, 국경에 대한 봉쇄를 더욱 철저히 한 뒤… 놈들에게 협력하는 것들을 색출해 내어서-”

그러다 오류가 난 기계처럼 버벅댔다.

“그렇죠, 그렇죠. 그런 당연한 짓거리만 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랍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야지요.”

“그, 그렇지.”

총통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조종당하는 걸 거부하는 독재자의 아집이 반항을 하는 것이었다.

“어머, 저를 거부하시는 거예요?”

그러나 팔라키아가 귓가에 대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흘려 넣자 다시 눈이 흐려졌다.

“그렇죠, 그렇죠. 짐승은 주인의 말에 복종만 하면 되는 거예요. 고상하게 색출할 생각을 마세요.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묻고, 대답을 않으면 죽이면 그만이에요. 그것들을 쓸 곳은 아주 많으니 말이에요.”

“…그들은 다 노동력인데.”

아직도 토를 다네. 짜증이 난 팔라키아는 총통의 뺨을 때렸다.

퍼억- 하고 총통의 고개가 꺾였다.

나름 강자에 속하는 자가 아니었다면 목이 꺾여 죽었을 위력이었다.

“군을 동원해서 빌어먹을 마법사와 그놈에게 협조하는 벌레들을 박멸하세요. 물론 가 봐야 고기 파편밖에 못 될 자들은 따로 쓸 곳이 있으니, 제가 말하는 장소로 순차적으로 집결시키면 됩니다.”

라베스 님의 힘, 내 힘. 둘 다 쓰지 않고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게 머리를 쓴다는 의미이고, 모략이니까.

“어차피 길게 쓸 수 없게 됐으니, 아끼는 건 그만해도 되잖아요? 전 이제부터 이 나라를 아주 알뜰히 쓸 거랍니다. 그러니 조용히 협조만 하면 돼요. 제가 쓰기 편하게끔 잘 손질해서 식탁에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어렵지 않잖아요?”

총통의 눈빛이 돌아오려는 조짐이 보였다.

“쯧.”

혀를 찬 팔라키아는 총통의 코에 향낭을 가져다 댔다.

사람의 이지를 흐려놓는 아주 독한 향이었다.

“그러고 보면 어차피 너도 굳이 유지보수를 걱정하며 다룰 필요가 없어진 셈이구나?”

총통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말한 팔라키아는 총통을 밀어 넘어뜨렸다.

“걱정은 하지 마. 치매에 걸리기 전에 어차피 죽을 테니. 그러니까 죽기 전에 행복한 꿈이라도 꾸렴.”

총통이 헐떡대기 시작했다.

약과 마법에 취해 환상을 보는 것이었다.

환상 속에서, 총통은 새하얀 나신을 드러낸 팔라키아를 마주하고 있었다.

총통은 발정 난 돼지처럼 몸을 일으켜 팔라키아와 몸을 섞기 시작했다.

“아하하- 총통님, 그건 제가 아니라 벌레랑 돼지를 섞어 만든 징그러운 키메라잖아요.”

하지만 절세미녀와 몸을 섞는 건 총통의 환상일 뿐.

그가 팔라키아로 여기며 헐떡대고 있는 상대는 팔라키아가 만든 징그러운 키메라였다.

* * *

도진이 이끄는 레지스탕스의 활약은 연일 계속됐다.

군도 그들에 대항하기 위해 정예 부대를 운용하긴 했지만, 빠르게 치고 빠지는 그들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는 말이 있듯 소수정예로 움직이는 집단은 막아 내기에도 추적하기에도 힘든 상대였다.

물론 정부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반동 테러리스트의 협조자를 색출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연행됐다.

“잠깐만요!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시는 겁니까? 전 진짜 모른다니까요!”

그들 대부분은 어느 큰 건물로 끌려갔다.

울며불며 살려 달라 애원하는 자들에게 쏟아지는 건 욕설과 구타뿐이었다.

“피곤하게 하지 말고 움직이라고!”

쇠로 만들어진 몽둥이는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맞는 사람의 뼈를 부쉈다.

“끄아악!”

잡혀 온 자들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큰 방 안에 가두는 군인들.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마치고는 빠르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 뒤 나타난 건 멸망교단의 사제들이었다.

“오늘은 싱싱한 것들이 들어왔군.”

잡혀 온 자들의 나이와 성별을 대충 파악한 사제는 마법진을 발동했다.

방 안에 있는 자들의 생명과 영혼을 추출하는 마법진이었다.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마냥 두려워만 하던 자들이 어느 순간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산 채로 생명력과 영혼이 뜯겨나가는 건 일반적인 고문에서 느낄 수 있는 고통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었다.

“좋아.”

그들이 다 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짧은 시간에 뜯어내는 건 손실이 많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공을 들여 뽑아내면 1명에게서도 추출할 수 있는 양도 이런 식으로는 30명, 아니 50명이 넘게 있어야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작업에 투입된 사제들도, 이를 명령한 팔라키아도 그런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벌레들이 새끼를 까고, 그 새끼들이 다시 벌레를 까고. 루마누스 전체를 생산 거점으로 오래 유지할 계획은 이미 포기했다.

그러니 효율 따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쓰고 버리면 그만이다.

“불러들인 군인들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류 작업부터 시작하라고 해.”

분류 작업은 이런 것이었다.

총통 관저 수비 임무를 위해 소집됐다고 생각하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좌측 건물로 가야 하는지 우측 건물로 가야 하는지를 정해 주는 간단한 일.

“좌측으로 가시면 됩니다.”

“어… 그런데 여긴 뭐 하는 뎁니까? 저희 부대가 총통 관저 수비 임무로 차출됐다고는 들었는데… 여긴 관저랑은 좀 거리가 있잖아요?”

“대기 장소입니다. 좌측 건물로 들어가셔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아, 예…….”

어쨌든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군인은 좌측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분류되어 들어와 있는 군인들이 많이 있었다.

반면 오른쪽으로 분류되는 자는 많지 않았다.

“예? 피를 뽑는다고요?”

덩치가 크고 신체 조건이 우수한 자들 중에서도 혈액을 뽑아 모종의 검사를 거친 후에 선별된 우수종만이 오른쪽으로 분류되었다.

“우측으로 가시면 됩니다.”

“…피는 왜 뽑은 겁니까?”

“이번에 신설될 특수부대원을 뽑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우측으로 가시면 됩니다.”

기계처럼 말을 반복하는 자들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서도 우측 건물로 가게 된 군인들은 약간 들뜬 마음을 품었다.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건가 하고.

그 생각은 얼추 맞는 것이었다.

“오늘 분류될 부대는 다 들어온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럼 시작해.”

우측 건물에 연기가 차올랐다.

안에 들어 있는 군인들은 마취되어 픽픽 쓰러졌다.

“조심해서 옮겨라. 팔라키아 님께서는 재료가 상하는 걸 가장 싫어하시니.”

반대쪽, 좌측 건물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영혼, 생명력, 마력 등 뜯어낼 수 있는 모든 걸 착취당하는 자들이 뱉는 소리였다.

“죽은 것들은 한 번에 압축해서 피를 뽑아내고 나머지 살은 따로 분류해라. 다 쓸 데가 있다고 하셨으니.”

“예, 알겠습니다.”

팔라키아는 루마누스 공화국을 잘게 썰어 병기를 만들었다.

오래 쓸 필요도 없다.

키메라가 오래 생존하게 하려면 공이 많이 들지만, 세포 변이 끝에 암덩이가 되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으면 얼마든지 강력한 개체를 양산할 수 있었다.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마법사.’

무서울 정도로 절약을 모르는 학살이 시작되고 열흘이 지난 시점부터 키메라가 전선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 * *

공화국군은 갈수록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시한 전투를 하고, 그럴싸한 승리를 쌓는 게 반복됐다.

그게 반복될수록 도진은 불안감을 느꼈다.

‘이 정도 두드렸으면 무슨 반응이든 나와야 하는데.’

맞기만 하다 끝낼 리는 없고.

그럼 조용히 무언가를 꾸민다는 소리겠지.

알토스한테서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쪽과 접촉하려고 들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괜히 들켰다가는 알토스를 포함해 그와 협력하는 자들 모두가 목이 썰려 나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전력만 충분하면 바로 쳐들어가서 싹 다 때려잡고 끝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후우.”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닥친 일부터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도진은 전투를 준비했다.

오늘도 즐거운 테러의 시간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지나치게 조용해.’

습격하기로 한 보급기지 쪽이 너무 조용했다.

거기다.

‘…피 냄새잖아.’

가까이 접근하자 나는 혈향.

그때.

콰앙-

건물 벽이 터졌다.

안쪽에서 돌과 함께 죽은 군인들의 시체가 조각조각 비산했다.

-크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범인임이 확실한 괴물이 포효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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