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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26화 (22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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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기갑병 다섯을 순식간에 처리한 직후 도진이 외쳤다.

“올라가게 방패로 밀어 줘!”

외침과 동시에 자신에게 달려오는 도진을 본 테레사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런 걸 해 보다니!’

본능적으로 도진이 무얼 원하는지 깨달은 것이었다.

영상 매체나 만화책에서만 보던 그걸 해 보게 됐다는 생각에, 테레사는 그럴싸한 자세를 취하며 방패를 비스듬히 세웠다.

그걸 달려온 도진이 박찼다.

동시에 약간 무릎을 굽혔던 테레사는 전신을 쭉 펴며 힘껏 방패를 위로 밀었다.

호흡을 맞춘 적은 없지만, 현실과 비교 안 되는 강력한 신체 능력과 염동력을 세밀히 컨트롤하는 마법사의 기예가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진짜 됐어!”

공중으로 떠오르는 도진을 보며 테레사가 외쳤다.

그녀의 말대로 도진은 꽤나 그럴싸하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높이는 충분했지만, 방향이 틀어졌다는 것이었다.

도진이 떠오른 지점은 담벼락과 거리가 조금 있었다.

“미친 새끼! 쏴서 떨어뜨려!”

적들은 공중에 떠오른 도진을 보고는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담벽 위에 붙어 있는 병사, 망루에 있는 병사들이 일제히 도진을 겨눴다.

‘생각대로 안 되는구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속에서 도진은 임기응변에 들어갔다.

《돌풍》

빠르게 캐스팅된 마법이 발현되는 것과 다수의 총성이 겹쳤다.

“미친!”

공중에 떠서 고정됐던 표적이 갑자기 돌풍에 휩쓸리듯 휙 움직이는 모습을 본 병사들이 ‘맞춘 건데!’ 하는 얼굴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네모네!”

도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네모네를 소환했다.

공중에 나타난 아네모네는 도진이 수월하게 앞으로 향할 수 있도록 몸에 탄력을 주며 튕겼다.

「염동체술」로 염동력을 방출하기까지 한 도진은 허공을 수평으로 쪼개며 높은 담벼락 위에 도달했다.

“헉!”

자신들 사이에 내려선 도진을 본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뒤에 남은 아네모네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병사들이 무언가 대응을 할 새도 없이 푸른 전광이 도진에게서 방출됐다.

안개처럼 사라졌던 아네모네가 도진 옆에서 다시 나타났다.

정령 소환, 역소환, 마법 시전과 정령 소환이 물 흐르듯 연속해서 이루어졌다.

빠르게 달리는 중에 방향 전환을 계속해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법사와 마법회로에 엄청난 부담이 가는 행위다.

하지만 이제 도진에게 이 정도 피드백은 충분히 감내할 만한 것이 되어 있었다.

타당-

푸른 전광의 영향권 바깥에 있던 자들이 사격을 가해 왔다.

그러나 그 공격은 아네모네가 몸에 두르고 다니는 정령력의 방벽을 뚫지 못했다.

도진은 아네모네와 함께 정문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콰아앙- 퍼어엉- 하는 소리가 연속해서 울리다가 정문이 열렸다.

“허허.”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테레사가 허탈함 섞인 웃음을 흘렸다.

도진이 정문을 열어 준 덕에 파티원 전부가 기지 안으로 진입했다.

“벌써 뚫렸어?”

뒤늦게 무장을 하고 나온 마공기갑병들이 상황 파악과 동시에 화를 냈다.

앞서서 나간 마공기갑병들 다섯은 뭘 했고, 일반병들은 뭘 했길래 벌써 정문이 뚫려 있단 말인가.

그 이유를 그들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침입자들부터 처리해!”

키이잉- 하고 마나를 태우는 구동음을 내는 그들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테레사부터 노렸다.

바깥 상황을 잘 모르니, 일단 닥친 적부터 처리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테레사는 단단했다.

방패와 망치를 이리저리 놀리며, 적들의 큰 덩치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적의 수를 조절하는 테크닉까지.

그간 도진과 함께 속된 말로 개같이 구르며 성장한 테레사를 상대하기에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군인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실력 부족과 판단력의 부재에 대한 대가는 목숨이었다.

약간의 시간만 주어져도 많은 걸 할 수 있는 도진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었으니, 일어난 건 마법의 향연이었다.

“뭣?”

테레사에게 신경을 쏟은 마공기갑병은 일어나는 불길에 삼켜졌다.

그래도 몇몇은 재빠르게 마법 방어 기능을 활성화해서 잠시 버텼으나 도진의 마법 공격력은 규격을 달리했다.

순식간에 산소가 타서 사라지고, 안쪽까지 고온의 열기가 침투했다. 그들은 산소 대신 열기를 들이마시고 폐가 익어 죽었다.

“후우…….”

고위력 범위 마법을 적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유지하는 건 도진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열이 넘는 마공기갑병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렸으니 마법회로가 잠시 과부하되는 걸 감수할 만했다.

“생각보다 좀 쉬운데?”

던전으로 치자면, 이 기지는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은 곳이었다.

실질적으로 기지 전체가 전형적인 몬스터 웨이브형 던전이라고 봐야 하는데.

적의 경계망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쏟아지는 공격을 버티면서 접근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엘리트 몬스터 마공기갑병이 투입된다.

그걸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숫자가 불어나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파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러니 테레사의 ‘쉽다’는 발언은 극한의 딜찍누로 던전 전체의 패턴을 휙휙 넘겨 버릴 정도의 딜러를 보유한 선택받은 탱커나 할 수 있는 망언이었다.

“저건 또 뭐야…….”

그때 혐오로 가득 찬 목소리를 낸 건 소소였다.

바퀴벌레 다리에 여러 짐승을 기워 놓은 몸통을 얹은 키메라 다수가 튀어나온 탓이었다.

“키메라까지 나온 걸 보니 슬슬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겠네.”

마법회로 안정을 끝낸 도진이 말했다.

그 말대로, 키메라가 튀어나온 곳과 그 반대편에서 마공기갑병 다수가 튀어나왔다.

정문 통과 이전에 나왔어야 할 것과 정문을 통과한 뒤에 유저를 반길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온 것이었다.

그걸 본 도진은 단호히 말했다.

“튀자.”

도진의 말에 테레사, 소소가 뒤도 안 돌아보고 도주를 선택했다.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범인들이 도망치니, 키메라를 조종하는 기수들과 마공기갑병들은 당연히 추적에 나섰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도진을 뒤쫓았다.

자신들이 지뢰밭으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도진은 미리 마석 폭탄을 잔뜩 심어 둔 곳으로 적을 인도했고.

콰앙- 퍼엉- 쾅-

묵직한 무게감으로 지뢰밭을 자극한 놈들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주춤했고.

“으아아아, 우리가 나설 때다!”

매복하고 있던 레지스탕스들의 공격에 신경이 분산됐다.

“당황하지 마! 훈련도 제대로 안 된 오합지졸들이다!”

맞는 말이다. 키메라든 마공기갑병이든 어설픈 사격에 쓰러질 만큼 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폭발이 따르고,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발이 빠지고, 끔찍한 마법사가 날뛰는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거기다 키메라는 튼튼해도 키메라를 조종하는 기수들은 결국 인간인지라 더욱 쉽게 죽음을 맞이했다.

한바탕 정리를 끝내고 다시 기지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도망은 셋이서 쳤다.

혼란을 틈타 은신을 한 탄토는 여전히 기지 안에 있었다.

탄토가 만드는 난장은 마법사의 것보다 조용했으나 흐르는 피의 양은 더 많았다.

“이게 무슨…….”

결국 마지막 마공기갑병이자 이 기지를 책임지고 있는 보스 장군 디그노스가 등장했을 때는 키메라고 뭐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지가, 아니 던전이 쏟아내는 몬스터 웨이브는 이미 도진 파티가 다 처리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쌓이고 쌓인 키메라와 마공기갑병에게 둘러싸여 고군분투하는 유저들에게 재앙처럼 등장했어야 할 보스는 외롭기 그지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반 병사들마저 도망치거나 숨어 버린 탓에 장군 디그노스는 혼자서 도진 파티를 마주하고 있었다.

분노와 허망함이 반씩 섞인 눈으로 만신창이가 된 기지를 둘러본 디그노스는 팔과 연결된 도끼를 들어 올렸다.

“질문을 들을 놈은 하나면 족하겠지.”

그가 입은 마공학 갑주가 부풀었다.

본인의 육체마저 개조한 터라 육체의 크기가 부푸는 것에 맞춰 마공학 갑주도 함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걸 본 도진이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이게 마지막인가 보네. 빨리 정리하자.”

단검 저글링을 하던 탄토가 허공에 뜬 단검을 낚아챘다.

그 순간 탄토가 사라졌다.

나타난 곳은 장군의 후방.

은신을 간파하고 대응하려는 그의 앞을 테레사가 치고 들어갔다.

그는 충분히 강력한 보스였으나 부하 잃은 지휘관의 한계는 명확했다.

테레사와 탄토를 순식간에 해치우지 못한 디그노스 장군은 마법사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몸소 깨달아야 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생명력을 잃은 보스는 허망하게 부하들이 쓰러진 대지에 함께 몸을 뉘었다.

“뒷정리도 빨리 끝내자.”

도진은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아직 남아있는 잔챙이들을 처리하며 진입하자 한눈에 보아도 생산시설로 보이는 곳이 나왔다.

뭔가를 열심히 챙기는 군인 아닌 자들도 함께 보였다.

그들 가운데 도진의 눈길을 끈 것은, 새하얀 옷을 입은 자들이었다.

거뭇거뭇한 다른 놈들과 달리 아주 깨끗한 흰옷.

‘멸망교단 애들이네.’

역시 생산시설쯤 되니 멸망교단 놈들이 섞여 있었다.

뭔가를 열심히 챙기고 있던 놈들은 도진 일행을 보고서 기겁을 하며 도망쳤지만, 부질없는 시도였다.

도진은 놈들의 가슴팍을 가차 없이 관통했다.

어차피 붙잡아 봐야 금제 때문에 입도 뻥끗 못 할 놈들.

머릿수라도 줄여 놓는 게 최선이다.

“기술자 몇 명은 붙잡아 가야 해.”

이미 다들 도망치고 있었지만, 그 또한 부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진은 눈대중으로 직책이 높아 보이는 자들 위주로 가려내어 날카로운 바람으로 발목을 절단했다.

“끄아아악!”

“미안, 미안. 마음 같아서는 힘줄 정도만 자르고 싶은데 뛰어다니니까 조준이 어려워서.”

도진은 생산시설도 철저하게 파괴했다.

‘마법사가 아니라 일반인도 돌릴 수 있는 설비라니. 꽤 공을 들였네.’

키메라 합성과 마공학 장비를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만들 수 있게끔 설계한 시설이 도진의 손에 의해 잘게 분쇄됐다.

들어간 돈을 따지자면 정말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 시설이었으나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마법진과 마나 공급 장치의 핵을 부수면 알아서 연달아 펑펑 터지니 이보다 쉬울 수가 없다.

“도진아! 이쪽에도 공간이 있는데?”

신기한 곳 구경하듯 이곳저곳 둘러보던 테레사가 지하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고는 외쳤다.

내려가 보니 완성된 장비들을 쌓아 놓은 공간이 나왔다.

심지어 그것들 사이에는 방금 전까지 싸웠던 마공기갑병들이 쓰던 장비보다 진일보한, 신형 장비들도 눈에 띄었다.

“굿?”

테레사가 엄지를 세우며 물었다.

“잘했어.”

이건 챙겨야겠네. 도진은 장비는 부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모든 걸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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