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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19화 (21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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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게 고생한 끝에 도진은 유독 그레이트 웜이 자주, 많이 등장하는 지점을 몇 군데 특정했다.

그런 뒤 그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자 그레이트 웜들의 산란지가 발견됐다.

그곳엔 산란에만 특화된 특수 개체가 몇 마리씩 자리 잡고 있었다.

구체형 몸을 한 산란종들은 실시간으로 알을 까고, 이미 태어난 작은 새끼 그레이트 웜들은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리젠되는 몬스터를 잡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러니까 다른 몬스터는 하나도 안 보이고 그레이트 웜들만 잔뜩 나오지.’

인간이 산란지에 접근하자 그레이트 웜들은 집단으로 광분 상태가 됐다.

레벨 차이로 인해 하나나 둘만 해도 골치가 아픈 상황에 집단으로 산란지를 사수하니 뚫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도진은 부족한 레벨과 힘을 다른 것으로 보충했다.

마석 폭탄과 스크롤을 잔뜩 사 와서 쏟아붓다시피 하자 그레이트 웜들의 방어선은 점차 밀려났다.

한 자리에 고정된 상태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미를 지키는 놈들과 자유롭게 전선을 밀고 당기며 돈과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는 도진의 대결은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나마 보스형도 아니고 마법에 취약한 놈들이라 다행이야.’

말 그대로 돈으로 걸음을 사는 격이었지만,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써야만 하는 돈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이미 얻은 것과 앞으로 잡으면서 얻을 걸 가져다 팔면 쓴 돈의 상당 부분은 회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밀고 들어갈게!”

장시간의 교전 끝에 방어선을 완전히 무너뜨린 도진은 직접 인간 화염방사기가 되어 산란장으로 진입했다.

뀌이익- 뀌이익-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대량의 그레이트 웜 새끼들이 마법의 불에 의해 구워졌다.

생산 공장이나 다름없는 곳을 없애자 그레이트 웜의 개체 수는 눈에 확 띌 만큼 줄었고, 제한적이지만 길을 쓸 수 있게 됐다.

* * *

강철 봉우리 마을로 여러 대의 마차들이 들어왔다.

사실상 마력으로 움직이는 트럭이나 다름없게 생긴 그것들은, 유물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가득 싣고 있었다.

각각의 마차에서 제작에 투입될 예정인 괴짜 드워프들이 내렸다.

저마다 자신들이 필요한 재료를 마음껏 공수해 온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은인이 아주 통도 크구만!”

필요하다고 하면 사 주고, 구하기 어려운 거여도 엘토마기아를 통해 착착 구해다 주는 도진은 제작에 미친 괴짜 드워프들에게는 신이나 다름없었다.

잃어버렸던 길을 되찾아 준 것만으로도 예뻐 죽겠는데, 다른 부분까지 인간답지 않게 호탕하다니.

“마을의 은인이 부탁한 물건이니, 아주 끝내주게 만들어야겠어!”

물건을 만듦에 있어 재료도 중요하고, 제작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쓸 사람에 대한 애정 또한 중요했다.

마글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드워프들도 자신들이 만드는 물건을 쓸 도진과 그의 동료들에 대한 호감과 애정을 듬뿍 담아 제작에 임했다.

도진 일행은 아직 남아 있는 그레이트 웜을 박멸하기 위해 사냥을 하고, 드워프들은 잠과 밥도 잊은 채 제작에 몰두했다.

그리고 시일이 지나 서로의 일이 마무리된 날.

“…내 인생에 다시는 못 만들 물건이다. 정말이야.”

영혼을 불태운 듯한 몰골을 한 드워프들이 도진 일행에게 자신들이 만든 것을 건네줬다.

도진의 몫은 상의, 하의, 망토 세트 아이템이었다.

[잠든 저주 의복 세트]

등급은 당연히 유물.

유물다운 능력치와 당연하다는 듯이 특수 옵션도 붙어 있었다.

상의, 하의, 망토라는 세 부위를 차지하는 유물 세트의 위엄은 어마어마했다.

물리, 마법 방어력과 공격력은 물론이고, 속성 저항, 상태이상 내성, 생명력, 마나 등. 말 그대로 모든 능력치를 증발시키는 어마어마한 능력.

심지어 이게 단일 대상도 아니고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적에게 적용되는 데다 그 수치가 무려 5분의 1을 날려 버리는 수준이다.

상세 옵션을 확인하고는 살짝 굳은 도진을 보며, 이것을 만든 여성 드워프 울라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끝내주지? 자, 그러고 있지 말고 한번 입어 봐! 착용감은 더 놀라울 테니까!”

도진은 그녀의 말대로 장비를 착용했다.

착용감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그런데 도진은 착용감에 감탄할 새도 없었다.

[유물 세트 아이템 「잠든 저주」가 진정한 주인을 만나 공명합니다.]

도진이 착용하자마자 천이 검붉은 광채를 내며 각성한 듯 음울한 기운을 흩뿌렸기 때문이었다.

대공의 피를 물려받은 도진의 「봉인된 진혈」과 뱀파이어의 저주에서 태어난 원석을 재료로 만들어진 장비가 만나면서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었다.

[숨겨진 옵션 「깨어난 저주」가 드러납니다.]

그 결과, 히든 옵션이 해금됐다.

감소시킨 능력치를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었다.

현재의 한계치를 기준으로도 약 1.5배가량 강해지는 버프기였다.

“오오… 역시 내가 만든 옷답구만. 제 주인이란 걸 알아보는 모양이야.”

울라는 검붉은 마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신의 작품을 보며 황홀한 눈빛이 됐다.

“정말 완벽한 물건이네요.”

도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울라는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던 다른 드워프들은 앞다퉈 자신들이 만든 장비들을 주인에게 쥐여 줬다.

“너희도 이거 들어 봐!”

테레사는 망치를 부탁했다.

한 손으로 쥐기 딱 좋은 크기의 망치를.

[축적되는 저주]

그녀의 망치도 당연하다는 듯이 저주와 관련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망치로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적의 공격력이 감소하는 디버프를 거는 옵션이었다.

흔하다면 흔하지만, 스택의 지속시간이 무려 30초에다 감소폭도 풀스택을 다 쌓으면 무렵 30퍼센트나 돼서 테레사는 행복사 할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좋아했다.

이어서 탄토의 단검 「파헤치는 저주」는 테레사와 반대되는, 적의 방어력과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소소가 주문한 셉터 「강제되는 희생」은 자신의 HP, MP를 파티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빼앗길 수 있는 옵션을 지니고 있었다.

“…….”

이 옵션을 본 소소가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도진이 보기에는 이것도 사기가 맞았다.

“걱정 마. 수치를 보면 교환비가 누나가 1을 잃으면 파티원 전원이 1을 얻는 식이잖아. 이거 누나 본인이 HP, MP 재생 세팅만 신경 쓰면 완전 사기 아이템이야.”

도진의 말을 듣고서야 소소는 씩 웃었다.

말은 안 했어도 파티원들, 특히 테레사는 유물 방패가 있는데 자신만 아무것도 없어서 자존심이 상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진이 사기 아이템이라고 인증해 준 것을 얻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당연했다.

‘유물은 돈 주고도 못 구해서 짜증 났었는데 잘됐어.’

재생 아이템이라고 했지? 쓰려던 돈은 그쪽으로 쓰면 되겠네.

테레사를 따라서, 그녀가 하니까 게임을 하던 그녀였으나 어느새 나름 LOST에 진심이 된 소소였다.

“에잉, 뭐야? 왜 번쩍하고 빛나는 게 하나밖에 없어?”

“제길, 우리가 만든 게 울라한테 밀린다는 거야?”

도진의 것을 만든 울라를 제외한 드워프들은 침울해했다.

도진이 장비를 입자 전설 속 성검을 용사가 쥐었을 때처럼 장비가 반응했다.

그래서 기대를 했건만. 그런 일은 또 일어나지 않았다.

“쯧쯧. 실망들 하지 마라. 네놈들 실력이 부족한 걸 어쩌겠냐. 괜히 재능의 벽 넘으려다 짧은 다리 걸려서 코 깨지지 말고, 대충 만족들 하고 살라고.”

껄껄껄- 하고 호탕하게 웃는 울라를 보며 다른 거장들은 이를 갈았다.

그 와중에 마글로가 도진에게 다가왔다.

“어때? 마음에 드냐?”

“엄청요!”

옆에 있던 테레사가 망치를 쑥 내밀며 대신 답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특이 이 끝부분에 살짝 엣지하게 들어간 이게……!”

잔뜩 흥분한 테레사는 망치를 붕붕 휘둘렀다.

“그렇지? 그게 포인트거든!”

그걸 만든 게 마글로였기에, 마글로도 좋아했다.

“예상… 아니, 상상했던 거보다 훨씬 더 엄청나요. 역시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분들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제 동료들도 좋은 장비를 얻었습니다.”

울라와 투닥대던 다른 드워프들이 도진의 말에 머쓱해했다.

그런 그들 사이로 숨기지 못한 뿌듯함이 흘러나왔다.

“거참. 예의까지 바른 녀석이군.”

“잘 써라.”

“너희니까 그런 걸 만들어 준 거야. 다른 녀석은 어림없다.”

드워프들이 단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인간을 믿지 않아. 인간은 거짓말을 너무 자주 하거든.”

“하지만 넌 달라. 넌 우릴 도와줬잖아. 그러고 딱히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떠났고.”

“이번에도 그래. 잃어버린 길을 되찾아 줬으면, 우리보고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알아서 하라고 해도 됐을 텐데, 너는 그것도 다 직접 구해 줬지. 심지어 쓰고 남을 만큼 넉넉히.”

드워프들의 말과 표정에는 높은 호감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평생 쇠를 두드렸지만, 이번만큼 뿌듯한 건 처음이야. 아마 앞으로도 이만큼 뿌듯하긴 힘들 거 같다. 만들어진 게 대단해서도 그렇지만… 그걸 네가, 아니 너희가 쓴다는 게 좋아.”

맞아. 맞아.

드워프들이 단체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한테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너흰 그걸 아주 이롭게 쓸 거란 걸. 우리 말고도 많은 자들을 도와줘. 이 세상이 좀 더 살 만해질 수 있게 말이야.”

로스타니아의 존재가 리제니안에게 하는 말.

도진은 이 말이 무언가 상징성을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게요.”

이걸로 자신은 더 강해졌다.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도진은 자신이 내디딘 걸음들이 충분하기를 바랐다.

재앙을 막기에 충분히 빠르기를.

그리고 또한 앞서가는 멸망을 따라잡기에 충분하기를.

[잠든 저주]

[이 아래에는 강력한 저주가 잠들어 있다.

잠든 상태에서도 주변에 저주의 기운을 뿌려 대는 걸 보면, 그것이 얼마나 지독한 저주였을지 짐작하는 것조차 두려워질 지경이다.]

[반경 15미터 내의 적의 모든 능력치를 20퍼센트만큼 하락시키는 저주 오라를 항시 발동한다.]

[깨어난 저주]

[영원한 잠을 자는 것만 같던 저주가 친숙한 피의 냄새를 맡고 눈을 뜹니다.

다만 한번 깨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존재에게 저주를 흩뿌려 기운을 모아야 합니다.]

[저주가 적용되고 있는 모든 대상에게서 일제히 감소시킨 능력을 강탈합니다. 강탈한 능력치의 상한은 담는 그릇의 크기에 따라 정해집니다.]

[현재 상한치: 전체 능력치의 57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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